김신걸이 따지지 않자, 윤설은 마음 속의 불쾌함을 억누르고 원유희를 호되게 째려보았다.이때, 수술실의 불이 꺼지며 문이 열리고 송욱이 걸어 나왔다. 장미선과 윤설이 급히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어때요? 수술은 문제없죠?”“수술은 순조롭게 잘 끝났습니다. 그런데 뇌 부상이 심해 이미 식물인간 상태였어요.”송욱의 말에 장미선와 윤설은 할 말을 잃었고, 원수정은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 원유희는 그녀를 부축하는 것도 잊고 멍하니 수술실 문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앞으로 다가가서 물었다.“그럼 우리 아버지는 깨어날 수 있나요? 식물인간이어도 깨어날 수 있는 거죠?”송욱은 대답 대신 냉정한 표정의 김신걸을 바라보았다. 그 날카로운 검은 눈동자가 그녀를 압박했다.“죄송합니다. 뇌 부상이 심각해서 깨어나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아… 안돼요… 선생님, 아주 작은 확률도 없나요?”원유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거듭 물었다.“기적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녀는 눈에 눈물을 머금고 눈을 크게 뜬 채 송욱의 얼굴과 말하는 입을 똑똑히 보려고 노력했다.그때, 원수정도 다가왔다.“그래, 언젠가는 기적이 있겠죠? 그렇게 확신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몸이 그렇게 건강했는데, 어떻게…….”“정말 죄송합니다.”송욱은 의사이지 신선이 아니었다. 많은 임상 경험으로 봤을 때, 윤정과 같은 증상이 살아날 확률은 적었다. 그 반응에 원수정은 더욱 마음이 급해졌다.“아니, 어떻게 깨어날 수 없다고 확신할 수 있어요? 전문가를 찾아와서 치료하게 해요! 만약 이 병원에서 못하면 병원을 바꿀 거예요!”“네, 일단 환자를 병실로 옮기겠습니다.”말을 마친 송욱은 수술실로 돌아갔고, 따라가려던 원수정이 옆에 있던 장미선에게 힘껏 밀렸다.“꺼져!”원유희는 뒤로 쓰러진 원수정을 바삐 부축하며 말했다.“뭐 하는 거예요?”“내가 뭘 했다고? 여기서 능청스럽게 좋은 사람 연기하지 마! 윤정 씨가 그렇게 된 건 모두 너희 모녀 때문이야!”장미선이 가방 속의 이혼
문 앞에 있는 경호원을 본 원유희는 조금 긴장했지만 용기를 내어 지나갔다. 딱 입구에 도착하자 경호원이 그녀들을 가로막았다.“들어갈 수 없습니다.”“지금 안에 다른 사람도 없으니까 들어가게 해 주면 안 될까요? 금방 나올게요.”“안 돼요.”원유희가 좋게 말했지만, 경호원에게 어림도 없었다.원수정은 마음이 급했다. 장미선과 윤설이 떠났는데 경호원에게 가로막힐 줄은 몰랐다.“유희야, 어떡하지?”“조급해하지 마세요.”그녀를 진정시킨 원유희는 휴대폰을 꺼내 한쪽으로 가서 김신걸에게 전화했고, 3초만에 연결됐다.“나와 엄마가 병실에 들어가서 아빠를 봐도 될까? 잠깐이면 돼, 상황이 어떤지만…….”하지만 김신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자 원유희는 더욱 급해져 눈시울이 뜨거워졌다.“제발, 아버지를 보게 해 줘!”“유희야…….”원수정이 원유희의 팔을 잡아당기자, 얼굴을 돌린 원유희는 의사 사무실에서 나오는 김신걸을 보았다. 휴대폰이 손에 쥐어진 채 아직 통화중이었다.그를 본 그녀는 바삐 달려갔다.“나와 엄마를 들어가게 해 줄래? 금방 나올 거야! 나도 아빠 딸이야, 아빠도 분명히 나를 보고 싶어할 거야!”김신걸은 그녀가 이렇게 비는 모습이 고집이 셀 때보다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입을 열었다.“들어가.”“고마워!”병실로 들어온 원유희는 병상에 누워 있는 윤정을 보고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원수정은 침대 옆으로 가서 이미 식물인간이 된 윤정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가 다시는 깨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걸 믿을 수 없었고, 이 사람이 평생 이렇게 누워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걸 믿지 못했다.“윤정 씨, 딸이 보러 왔어. 유희가 당신 보러 왔어. 내 말 들려?”원수정이 울먹이며 물었다.“아빠…….”원유희도 윤정을 부르며 손을 잡았지만, 차가운 손이 그녀의 눈물을 더 흐르게 했다.“아빠, 제가 따뜻하게 해 드릴게요.”그녀는 아버지의 두 손을 비비며 붙잡고 있었다.“윤정 씨, 정신 차려. 우리가 돌아왔어. 눈을 뜨고 우리를 좀 봐…….”원수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김신걸을 바라보던 원유희는 잠시 멈췄다가 다시 그에게 걸어갔다.“김신걸, 우리 아빠가 너한테 잘해줬지? 예전에도 널 돌봐준 적이 있잖아. 그러니까, 어떻게… 전문가를 찾아서 치료해 주면 안 돼? 그럼 깨어날 거야! 나한테 원하는 게 있으면 다 말해! 아빠만 깨어나면…!”“이제 내 옆에 있어줄 마음이 생겼어?”김신걸은 그녀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차가웠다.“…응…….”원유희는 말하면서 시선을 떨궜다. 김신걸도 그녀가 자의로 이러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차린 것 같지만, 지금 다른 방법이 없다.하지만 김신걸은 말없이 차갑게 몸을 돌려 떠났다.“김신걸!”급히 앞으로 다가간 원유희는 그의 팔을 꼭 붙잡고 울면서 말했다.“제발, 이렇게 잔인하게 굴지 마! 만약 아빠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나는 아빠가 없어. 아빠는 나한테 정말 중요해. 아빠는… 세 쌍둥이의 외할아버지고, 아이들도 외할아버지를 좋아해. 나와 상관없이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응?”눈썹을 비튼 김신걸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속에 뭘 생각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내가 잘못했어, 난…….”원유희는 계속 애원했고, 저 멀리서 송욱이 다가왔다. 그들을 본 송욱은 잠시 멈추고 끼어들어도 되는건지 고민했다. 그때 김신걸의 얼굴이 그녀 쪽으로 약간 치우치자 즉시 말을 걸어왔다.“김 선생님, 국내외 전문가와 교수들에게 전부 연락했습니다.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이죠.”원유희의 마음이 동요되었다. 그래서 김신걸이 아까 의사 사무실에서 나온 걸까? 송욱에게 최고의 전문가한테 연락하라고 분부하기 위해서?“내일 아침 8시에 도착할 수 있어?”김신걸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네, 그렇게 많은 돈으로는 개인 비행기를 타고 남겠어요.”송욱은 말하면서 원유희를 보더니 몸을 돌려 갔다. 정신을 차린 원유희는 바쁘게 김신걸을 잡은 손을 놓았다.동시에, 손목이 세게 끌려갔다.“아!”원유희의 몸에 김신걸의 몸이 붙었다. 이 자세는 아까 팔을 잡은 것보다 훨씬 가까웠다. 가까스로
“엄마, 김신걸이 세계 최고의 의사를 불렀어요. 내일 의사가 올 거예요. 오늘은 일단 돌아가고 내일 다시 와요.”“너는 돌아가서 쉬어, 엄마는 여기에 있을게. 아무도 없으면 안 되잖아.”원수정은 떠나고 싶지 않았다.“여기 간병인이 있으니 괜찮을 거예요. 입구에도 경호원이 지키고 있잖아요. 게다가 만약 장미선 모녀를 만나면 또 소란을 피우게 될 거니까 아버지 병세에도 안 좋아요.”원유희의 말에도 원수정이 계속 망설이자, 그녀는 아예 앞으로 다가가 어머니를 끌어당겨 병실에서 데리고 나왔다.돌아가는 길에서, 둘은 모두 침묵했다. 자신들이 해외에 있을 때 이런 일이 발생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원유희는 윤정뿐만 아니라 원수정의 마음도 걱정되었다. 지금까지 원수정의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어서 마음이 너무 괴로웠다.집에 도착해서 원수정이 방으로 들어간 후에 원유희도 자신의 방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씻지도 않고 침대 옆에 앉아 넋을 잃었다. 왜 아버지가 이혼을 언급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최근에 어머니는 아버지를 만나지 않고 연락도 하지 않은 걸로 아는데, 김신걸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이혼을 하려고 하시다니, 무슨 일이 있었던 게 아닐까? 장미선은 또 뭘 한 거지?내일 전문가를 만난 후에, 반드시 이 일을 분명하게 파헤쳐야겠다고 생각했다.이튿날 아침, 아직 잠이 든 원유희는 누군가 자신을 깨우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눈을 뜨자마자 침대 옆에 있는 원수정을 보았다.“엄마? 몇 시예요?”“6시야, 우리 빨리 가 봐야 하지 않을까?”원수정이 묻자, 원유희는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리고 일어났다. 역시 어머니의 옷은 어제와 같았고, 밤새도록 못 잔 초췌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한숨을 쉰 그녀는 어머니를 침대 옆으로 끌고 가 앉았다.“8시까지 아직 두 시간 남았어요. 왜 밤새도록 안 자고 있었어요?”“어떻게 잘 수가 있어…….”원수정이 서글프게 말했다.“우리가 지금 가도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늦게 가면 분명히 장미선 모녀와 마주칠 거예요. 아직 두
만약 원수정도 병원에 온다면, 장미선 모녀는 시비를 걸어올 것이 분명했고 원수정이 다칠 것도 뻔했다.원유희는 아버지가 깨어나지 못하고 어머니가 모욕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또 그렇게 될까 봐 걱정되었다.병원의 회의실 문이 열리자 긴 회의 테이블 양쪽에는 낯선 남녀들이 앉아 있었다. 구태여 묻지 않아도 초청된 각계 전문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김신걸은 상석 앉았는데 양측에 송욱과 장미선 모녀가 앉아있었다. 장미선 모녀는 원유희가 나타나자 표정이 차갑게 변했다. 원유희는 송욱 옆으로 가서 앉았다.김신걸이 손목시계 시간을 보는 것을 눈치를 채자 송욱이 입을 열었다.“환자의 상황은 문서로 정리해서 여러분들 앞에 놓았으니 다들 이미 다 아실 거라 믿습니다. 지금 환자는 혼수상태에 빠져 식물인간으로 판정되었습니다. 환자를 조금이라도 호전시킬 수만 있다면 가족분들은 분명히 여기에 앉아 있는 여러분들한테 진심으로 감사하고 큰 사례를 드릴 것입니다.즉 돈이 부족할 거란 걱정은 넣어두고 최선을 다해 구하란 뜻이었다.한 남자 전문가가 손에 든 검사 보고서를 보면서 말했다.“사람의 뇌는 두부처럼 한번 땅에 떨어지면 원래대로 회복하기 어려워요.”"조금 회복되더라도 쉽게 깨어나지 못할 거예요.”옆에 앉은 다른 한 사람도 이렇게 말했다.다른 사람들은 눈썹을 찌푸리지 않으면 깊은 고뇌에 빠져있었고 상황이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는 눈치였다.원유희는 그 사람들의 얼굴을 한명 한명씩 번갈아 보면서 한 사람이라도 희망이 있다고 말하는 것을 간절히 소망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없자 그녀의 마음은 가라앉았다."큰돈을 들여 당신들을 불러온 것은 이런 힘 빠진 얘기를 듣는 데다가 시간을 낭비하려는 게 아니에요. 한 마디로 대체 저희 아버지 호전될 수 있는 거예요 아니면 힘들어요?”“이건……저희도 장담할 수 없어요. 그냥 연구하면서 치료할 수밖에 없어요. 마지막 결과는 그다지 좋지 않을 확률이 높아요.”의사 중 한 명이 말했다. 그러자 다른 한 사람도 맞장구를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사람한테 쓸 수 있는 약이니까 절대 다른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겁니다. 기껏해야 아무 효과가 없는 것으로 끝나겠죠.”전문가가 말했다. “송욱아, 매일 치료 과정을 보고해야 해."“네.”원유희는 마음속으로 한시름을 놓았다. 희망이 있단 걸로 원유희는 충분히 기뻤다. 설령 아주 작은 희망이라고 할 지라도 원유희는 아주 만족했다.김신걸이 일어나 떠났고 장미선과 윤설도 김신걸을 따라 나섰다.원유희는 뒤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원수정에게 전화를 걸었다.연결음이 제대로 들리기도 전에 원수정은 전화를 받았다.“유희야, 어때? 치료할 수 있는 거지?”"전문가 세 명이 남아서 해볼 수 있다고 했지만 장담은 못 한대요." 원유희는 사실대로 말했다.원수정은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맹장 수술 같은 거 해도 의사들은 장담하지 않아. 그러니까 너희 아버지 깨어날 수 있는 게 분명해!”원유희는 감히 이렇게 말하지 못했다. 필경 그의 아버지의 사고는 확실히 아주 심각했다. 그렇다고 엄마의 말을 부정할 순 없었다.“함께 아빠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려요. 그게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그래, 날 그렇게 버리고 아직 너랑 나한테 사죄도 안 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가버릴 수가 있어? 정말로 이대로 가버리면 나 진짜 용서하지 않을 거야.”원수정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이제 너희 아버지가 깨어나시면 장미선이랑 이혼하라고 해야겠어. 정말 걔랑 꼬이면 재수가 없어.”원유희도 윤정이가 그녀와 어머니를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이혼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녀도 아버지와 장미선 사이 좋은 감정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저 윤설을 위해 버텼을 뿐, 아이들은 죽을 때까지 부모의 걱정이었고 근심이었으니까.그러다가 원유희는 자기의 세쌍둥이가 생각났고 가슴이 아파졌다. 당장 눈물이 날 것 같았다.전화하고 그녀는 병실로 갔다. 장미선과 윤설이 막더라도 그녀는 들어갈 것이다. 어차피 김신걸이 있는 한 그 모녀는 자신의 악랄한 모습을 숨길 것이다.병실에
장미선은 기분이 안 좋아졌다.“유언장을 읽는다고 하더라도 외부인이 현장에 있을 필요가 없죠. 변호사님, 원수정은 윤정과 아무런 관계도 아니고 돈을 요구하면 끝도 없이 요구할 거예요.”상당히 품위가 없는 말에 진영은 매우 난처했다.윤설은 표정이 굳어진 원유희를 보면서 속으로 엄청나게 고소해했지만 겉으로는 장미선을 탓하는 척했다.“엄마, 사람들이 다 아는 일이니까 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돼요. 창피해요.”원수정이 창피하다고 얘기하는 거랑 별로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윤설은 조롱하지 않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사실, 원수정 여사님도 유산을 상속받는 사람 중 한명이어서요.”“네?”장미선은 더 이상 침착함을 유지하기 힘들었다.“원수정 몫도 있다고요?”“네.”원유희는 윤설과 장미선의 악독한 시선이 느껴졌지만 사실 그녀도 역시 의외라고 생각했다. 만약 자신은 친딸이어서 상속 받는 거라면 법적으로 원수정과 윤정은 확실히 아무런 사이도 아니었다.윤설은 흥분해하는 장미선을 붙잡고 말했다.“아버지는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니까 죄책감 때문에 이러는 거예요. 일종의 보상이라고 생각하면 되니까 별거 없어요.”윤설은 그 정도 적은 돈엔 별 관심이 없었고 마음에 두지 않으니 그냥 거지한테 준 돈이라고 치고 넘어가려고 했다.장미선은 딸의 뜻을 알고 참았다.바로 병실의 옆 병실에서 원유희는 혼자 문어 귀에 서서 그녀의 어머니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다가 멀리서 그녀의 어머니가 다급하게 오는 것을 보았다.“왜? 왜 오라고 했어? 너희 아버지 멀쩡하잖아? 왜 갑자기 유언장을 공개한대? 무슨 상황이야?”“아빠는 괜찮아요. 먼저 변호사 말을 들어보자고요. 방금 그러시는데 엄마도 유산 상속자 중 한명이래요.”원유희와 원수정은 병실에 들어가서 앉았다.진영은 목청을 가다듬었다."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윤 선생님의 유언대로 선생님의 모든 부동산은 원수정 님에게 증겨하고 회사와 기금은 원유희 님에게, 현재 사는 별장과 은행 현금은 윤설 님에게 남겨주신다고 하였습니다
“아버지는 왜 이런 유언장을 쓰셨죠? 제일 가치 있는 재산은 다 저 사람들에게 주면 저랑 엄마는 어떻게 되는데요? 전 돈에 관심 없어요, 근데 이런 유언장을 받아들일 수 없어요.”윤설은 유언장을 책상 위에 던졌다.“저랑 저희 엄마야말로 제1순위 상속자라고요.”“죄송합니다만 윤 선생님의 뜻입니다.”진영은 말하면서 장미선을 바라보았다.“사모님, 윤 선생님이 재혼할 때 사모님이랑 재산 공증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윤 선생님의 모든 재산은 사모님이랑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그 말입니다.”“네?”윤설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장미선을 쳐다보았다.장미선은 표정이 굳어졌고 얼굴색이 밝지 않았다.“네! 근데 설이는요? 왜 우리 설이도 없는데요? 은행에 있는 현금은 기금의 3분의 1의 가치도 안 되는데 우리가 무슨 동냥하는 거지예요? 변호사님, 틀림없이 무슨 문제가 있어요.”“저도 그때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윤 선생님이랑 다시 확인해보았는데 선생님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셨어요.”여태껏 침묵을 지키던 원유희가 입을 열었다.“저도 이상하다고 생각해요.”장미선은 분노로 가득 찬 독한 눈빛으로 원유희를 쏘아보았다.“이상하다고 생각한다고? 도대체 무슨 수단을 썼기에 윤정이 이런 유언장을 작성하게 했어?”“너는 네가 한 짓을 반성해야 하지. 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윤정이가 저런 유언장을 성하게 했어?”원수정은 그녀를 비꼬았다.“혼전 재산 공증을 동의할 줄 몰랐네. 어쩐지 이혼을 원하지 않더라니!""너…….”장미선은 또 말을 하고 싶었지만 원유희는 차갑게 그녀의 말을 끊었다.“전 유언장 내용이 이상하다는 거 아니라……왜 아버지가 유언장을 작성하자 마자 차 사고가 났을까요? 타이밍이 너무 이상하지 않아요? 아니면, 아버지가 무슨 일이 일어날 거라고 예상하고 미리 썼던 게 아닐까요? 가해자는 뭐 수상한 점이 없대요? 아버지 차는 수상한 곳이 없고요?”장미선은 불안한 마음을 애써 숨기며 말했다.“정말 터무니없는 소리만 하는구나! 나랑 윤설이가 윤정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