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0화“그건…….”“네가 결정해.”원유희는 멍하니 있다가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그녀는 의아했다. 그래서, 가라는 건지 가지 말라 건지?자신이 언제 이런 자유를 가졌는지…….김신걸은 전화를 한쪽에 내팽개치고 표정이 차갑고 검은 눈동자가 매처럼 매서웠다.“경찰서 쪽에는 아직 소식이 없어?”“없어요.”고건이 답했다.그가 매번 전화를 할 때마다 경찰서 모든 사람들은 당황하여 거대한 압박을 무릅쓰며 밤낮없이 살인범을 찾고 있었다.그러나 여전히 유용한 단서가 없다.김신걸의 검은 눈동자는 먹물처럼 깊고 여전히 차갑고 매서웠다.“정원에서의 암살, 여채아의 죽음, 내 추측이 맞았다, 살인자는 같은 사람이야.”고건은 깜짝 놀랐다.“이…… 무슨 연관이 있습니까? 설마 대표님에게 뒤집어씌워 대표님과 원유희씨의 관계를 악화하려는 것입니까? 이건 너무 하수 수단입니다.”김신걸은 입가에 차가운 웃음을 띠었다.“내가 목표물이야.”고건은 표정이 달라졌다.“……김씨?”“스케줄에 올려.”“네.”아침에 원유희는 삼둥이에게 분유를 타주고 또 국수를 만들어 김을 뿌려 작은 탁자 위에 올려주었다.삼둥이는 젖병에 든 분유를 다 마시고 작은 탁자 앞에 포크를 들고 국수를 먹기 시작하는데 입맛이 상당히 좋았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같이 통통하겠는가?원유희도 국수 한 그릇을 안고 바닥에 앉아서 먹었다.작은 네모난 탁자에 어른 한 명 어린이 세 명이 둘러앉아 행복하고 맛있게 먹는다.“엄마, 오늘도 교장 아빠 집에 가고 싶어!” 조환이는 포크를 들고 요구했다.원유희는 사레가 들려 입안의 면이 하마터면 콧구멍으로 나올 뻔했다. 그녀는 목을 가다듬고 눈을 들었다.삼둥이의 커다란 눈이 별빛처럼 흥분해서 반짝이고 있었다.그녀는 한숨을 쉬었다.“교장 선생님은 너희 아빠가 아니야. 저 사람이 너희 아빠야…….”손가락은 뒤를 가리켰다.큰 탁자 위에 놓여 있던 그 사진이 언제 사라졌는지 아래를 내려다보니 탁자 아래 틈새에 사진 한 귀퉁이가 끼어
제141화김명화는 빳빳한 양복을 입고 단추를 풀어 자유롭로 담담해 보였다. 귀공자의 모습으로 웃는 듯 아닌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원유희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그 사람은 이미 그녀가 알고 있던 부드러운 김명화가 아니기 때문이다.할아버지에게 생신을 축하하고 선물을 드린 후 자기 일들을 보기 시작했다.당연히 선물도 원수정이 미리 준비해 줬다.원유희는 정말 김씨와 어울리는 값진 선물을 살 능력도 없었다.가난이 그녀의 잘못은 아니지만 선물을 아무거나 할 수도 없는 노릇 이였다..잡담하는 사람도 있고, 티를 마시는 사람도 있고, 담소를 나누는 사람도 있다.원수정은 인맥들과 친분을 쌓기 위해서 이곳 저곳을 여유롭게 다니며 대화를 하고 있다. 그는 동서들과 이 집의 한정판, 저 집의 맞춤 제작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필경 신분이 있기에 다른 사람들도 호응을 하며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다. 이어 원유희는 원수정에게 끌려 나에게 한 명 한 명에게 인사를 하며 친분을 쌓을 수 있게 했다.원유희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예의를 차릴 수밖에 없었다.“유희야 정말 오랜만이다, 갈수록 예뻐지네.”“고모랑 많이 닮았어!”“이렇게 예쁘면 대시하는 사람도 많지?”“남자친구 생겼어?”원수정은 바삐 말했다.“아니야, 우리 유희는 아주 얌전해. 내 허락 없이는 절대 남자친구를 안 사귀어…….”“요즘 시대에 유희처럼 독립하는 여자도 드물어.”원유희는 얼른 핑계를 대고 떠났다.정원 뒤에는 사람이 없었고 그녀는 나무 아래에서 숨을 돌리고 있었다.“여기서 널 볼 줄은 몰랐는데, 형이 가도된고 허락했어?”원유희는 고개를 돌리자 이쪽으로 걸어오는 김명화를 봤다, 그는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눈빛은 살짝 웃음을 띠었다.원유희는 논리적으로 생각할 마음이 없었다. 그날 자신이 어떻게 김명화에게 배신 당했는지 잊지 않고 있었다.그렇지 않으면 지금쯤 그녀는 이미 세 아이를 데리고 김신걸이 닿지 않는 곳에 자유롭게 살고 있을 것이다.김명화는 몇 걸음 거리를 두고 멈춰서
오싹하다?이런 익숙한 분위기는 원유희의 안색을 변화시켰다.김명화가 눈을 들어 뒤를 바라볼 때 원유희는 빠르게 손을 뻗어 김명화의 가슴을 밀치며 말했다.“꺼져!”상황 외의 김명화는 밀린 채 몇 걸음 뒤로 물러서서 얼굴을 찌푸리고 화난 원유희를 바라보았다.“날 떠볼 필요가 없어. 나는 제성을 떠나지 않을 거야. 여기가 내 집인데 내가 왜 가? 나한테서 이제 좀 떨어져!”원유희는 화가 나서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멀지 않은 곳의 검은 그림자를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으며 얼굴색이 당황했다. 마치 그를 방금 발견한 것처럼.김신걸이 서있었다. 훤칠한 키는 우뚝 솟아 있었다. 마치 어두운 숲에 나타난 맹수처럼 그의 사냥감을 노리고 있었다.너무 갑작스러워 사람을 깜짝 놀라게 했다!김명화는 표정을 바꾸고 앞으로 나아가 원유희의 옆으로 지나갔다.“형, 나는 형이 오지 않을 줄 알았어! 정말 뜻밖이네!”김신걸은 냉담한 얼굴로 입을 열지 않았다.김명화도 더 있어봤자 재미없어서 먼저 갔다.원유희는 앞으로 걸어갔다.“언제 왔어?”“왜? 내가 좋은 일에 초를 쳤어?”원유희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맑은 얼굴은 햇빛 아래 하얗게 빛났다.“좋은 일은 무슨? 네가 왔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으면 그가 또 무슨 말을 했을지 몰라. 걱정 마, 나는 제성을 떠나도 우리 엄마의 집을 처리해야 돼, 번거로워. 차라리 여기서 정착하는 것이 나아. 반년 기한이 지나서 나를 놔줘도 나는 제성을 떠나지 않을 거야.”진심인 것처럼 말했다.김신걸은 그녀의 턱을 잡고 앞으로 당겼다.원유희의 몸은 그와 부딪쳤다. 오늘 드레스를 입고 드러낸 가벼운 몸매는 남자의 강한 몸짓 아래 더욱 가냘프게 돋보였다.“점점 말을 잘 듣는 척하는 거야 ,아니면 겉과 속이 다른 거야. 응?” 김신걸은 목소리가 약간 쉬어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을 어루만지며 말했다.원유희는 간지러움을 느꼈지만 감히 그를 거절하지 못했다.“아니야. 아 맞다, 위는 좀 괜찮아졌어?”김신걸은 검은 눈동자로 그녀
그녀는 먼저 김신걸을 보고 또 다른 사람들도 쳐다보았다.김영이 왜 이런 경중 하지 않는 말을 했는지 모른다.이렇게 말할 수 있는건 틀림없이 고모의 한몫이 있었을 것이다.원유희의 머릿속에는 며칠 전 원수정이 그녀에게 말한 '방법을 생각해야 돼'가 스쳐 지나갔다…….상위에 앉은 김국진은 흐리지만 여전히 총명한 눈으로 김신걸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말은 김영에게 물었다.“어떻게 된 일이야?”“신걸이 유희를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함께 있지 않을 겁니다. 게다가 신걸의 나이도 결혼할 때가 되었어요.” 김영은 김신걸을 바라보며 말했다. 눈빛에는 아들 눈치를 보는 기색이 좀 보였지만 모든 사람들 앞에서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오늘은 아버지의 생신이기도 하고, 집에 겹경사가 날 수 있으면 좋잖아요.”“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선택은 제가합니다.” 김신걸은 전혀 내색하지 않고 냉담한 표정으로 말했다.“네가 여기에 온 것도 네가 김씨 일가의 사람이라는 것을 설명하고있다. 네가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소용없어. 너의 몸에는 김씨의 피가 흐르고 있어!”김영은 아버지의 위엄있게 말을 했다.김신걸의 검은 눈동자에는 조롱이 스쳤다.“만약 제가 결혼 안 한다고 하다면 어쩌실 겁니까?”그는 원유희와의 관계를 부인하지는 않았다.말이 끝나자 원유희의 얼굴은 화끈거려 난감했다.그들은……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김신걸에게 결혼을 강요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심지어 상대가 원유희?“결혼하기 싫으면 유희를 붙잡지 말아야지? 네가 결혼을 하든지 아니면 유희가 시집을 가든지, 네가 선택해라!”김영이 말했다.“맞아요, 형, 형은 좀…… 불량배가 행패 부리는 것 같아.” 김명화는 목을 가다듬고 농담으로 말했다.이런 말을 하면 상대가 누구든 간에 모두 난처해질 것이다.하지만 김신걸은 침착하게 손에 차를 들고 한 입 마셨다.차가운 얼굴은 변화도 없었고 검은 눈동자는 깊이를 헤아릴 수 없어 종잡을 수 없었다.“갖고 노는 여자를 왜 신경 써? 당신처럼 갖고
“오늘 모두 모였으니 내가 발표할 일이 하나 더 있다.”김국진은 자신의 아들과 손자들을 한 바퀴 둘러보고 말했다.“내 수중의 10%의 주식을 신걸에게 물려주겠다.”김가 가업의 주식은 김덕배와 김명화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였고 같은 액수였다.김국진의 주식을 누구에게 주든 그 사람이 무조건 김씨 집안의 일인자를 할 수 있었다.만약 김국진의 주식을 김신걸에게 주면 비록 그들보다 많지 않지만 일인자가 될 기회도 잃게 되는 것이다!김신걸은 얼굴에 아무런 표정이 없었고 기세는 여전히 위풍당당했다.김영 부부는 의아해하며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김명화는 눈빛이 흐리멍덩하여 그의 생각을 알 수 없었다.“아버지, 설마 진심이세요?” 김덕배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내가 농담하는 것으로 보이냐?” 김국진은 엄숙했다.“명화도 주식이 있고, 다 같은 손자들이야, 누구의 편도 들지 않았다.”김덕배는 화가 나고 허탈해서 웃음이 날 지경이었다.“이게 편파적이지 않다고요? 그렇게 주시면 신걸의 주식이 명화보다 훨씬 많아지는데. 게다가 신걸의 현재 사업 직위로 김가의 이 하찮은 주식이 눈에 들어가겠어요?”“눈에 들지 안 들지는 신걸이 알아서 할 일이다. 이것은 할아버지로서의 마음이다. 신걸아, 너는 나를 따라 서재로 오거라.” 김국진은 말을 마치고 일어섰다, 옆에 박인하가 부축하고 있었다.원유희는 밖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그러자 원수정이 급하게 달려갔다.“이게 무슨 일이야? 주식을 김신걸에게 주다니, 우리는 할아버지의 주식을 가지고 너의 고모부를 김가의 일인자에 앉힐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원유희 이어서 말을 했다.‘만약 김신걸이 정말 원했다면 지난번에 김씨 가업을 놔주지도 않았고 그때 이미 독차지했겠죠.’김국진의 이 방법은 아마도 김신걸을 위로하기 위해 생각해낸 방법일 것이다.“고모, 고모부가 김신걸이 나와 결혼하게끔 요청했는데, 이것이 바로 고모가 생각한 방법이에요?”원유희가 물었다.원수정은 그녀를 가까이 끌어당기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뭐 다시 말해봐.” 김신걸의 표정은 무서웠다.원유희는 얼굴이 창백하고 아직도 가슴이 가라앉지 않고 심장이 두근거렸다.“왜 갑자기날 밀어? 돌아이가 아니면 미친 사람이지!”방금 거실에서 한바탕 모욕을 당했는데 지금은 그녀를 밀기까지 했다.‘죽는 줄 알았어! 어?’김신걸이 가까이 다가오자 원유희는 당황했다.“너 뭐해? 내 말이 틀렸어? 내 말이 맞... 아!”뒤에 물러설 길이 없어 김신걸에게 어깨를 잡혔다.눈빛을 마주하는 사이 김신걸의 얼굴은 눈앞까지 다가왔다.분출되는 얇은 호흡은 압박감으로 뒤덮였다.“너 이제 담력도 점점 커지고 있다. 아래의 헛된 망상에 빠진 사람들과 같아.”숨결은 분명히 따뜻했지만 원유희는 뼛속까지 스며드는 서늘한 기운또한 느꼈다.“그것은 내 뜻이 아니야. 나는 너와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어. 오늘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알았더라면 나는 절대 여기에 오지 않았어.”‘수치스럽게!’김신걸은 그녀의 당당한 얼굴을 보고, 검은 눈동자가 갑자기 차가워지며 그녀를 밀치고 놔줬다.원유희는 감정을 정리하고 물었다.“기분이 안 좋아?”김신걸은 냉담하게 그녀를 힐끗 보았다.“너 지금 나 떠보는 거야?”“아니, 난 널 걱정하는 거야.” 원유희의 얼굴은 여전히 당당했다. 비록 그녀는 정말 떠보고 싶었지만 그래도 억울한 척해야 했다.그에 대해서 좀 더 잘 알면 그녀에게 나쁠 것이 없었다.그녀가 정신이 팔려 있을 때, 손목이 꽉 조여왔고, 갑자기 한쪽으로 끌려갔다.“아, 넌…….”“닥쳐.”원유희는 입술을 다물고 그에게 끌려가 물탱크와 지붕 뒤로 몸을 숨겼다.그녀가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때, 계단 입구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를 들었다.김명화는 짜증 나는 목소리도 말했다.“도대체 저한테 무슨 말을 하려고요?”“네가 모른다고? 할아버지 말 못 들었어?” 김덕배의 목소리다.원유희는 무의식중에 김신걸을 바라봤는데 마침 블랙홀 같은 그의 눈동자와 부딪쳤다.그녀는 눈빛을 떨며 고개를 떨궜다.‘보긴 뭘 봐?’그
말을 마치고 더 머물지 않고 돌아섰다.원유희는 그 뒷모습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갑자기 의문이 생겼다!‘나랑 김명화는 또 왜?’‘누가 너한테 시집가고 싶다고 하면 그건 미친년이야!’‘너 같은 남자를 누가 다룰 수 있겠어?’‘그런 사람이 제성에 있을지 궁금하다야!’김신걸은 내려간 후 핸드폰을 꺼내 지시했다.“김덕배 부자를 똑바로 감시해.”전화를 끊고 롤스로이스 타고 떠났다.원유희도 천천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김신걸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밖에 롤스로이스도 없었다.‘하긴, 김신걸이 어떻게 참을성 있게 여기 계속 있겠어.’아직 남아 있는 김명화를 보고 김신걸의 그 경고가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다.설령 김신걸이 없다 하더라도 김명화에게서 멀리 떨어져야 한다!저택에는 틀림없이 김신걸과 친분을 맺고 싶은 친척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비위를 맞추기 위해 말이 많아지기 시작하면 그녀는 또 재수가 없을 것 같았다!‘그런데 김덕배는 너무 나쁜 거 아니야?’‘고모의 약점을 찾으려고 하다니?’원유희는 원수정을 찾아 아무도 없는 곳으로 끌고 가서 말했다.“고모, 김덕배를 조심해요.”“왜?”“저는 김덕배가 김명화에게 시켜서 고모의 약점을 찾아 고모를 위협하겠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어요.”원유희는 고모에게 알려야 했다.원수정은 찔리는 눈빛으로 잠깐 흔들리더니 바로 웃었다.“내가 무슨 약점이 있겠어? 나는 정직하고 두려울 게 없어, 마음대로 알아보라고 해”원유희는 알고 있었지만 일깨워 주는 것이 어쨌든 더 좋았다.“고모, 저 먼저 가도 돼요?” “당연히 안 되지.”원수정이 그를 잡았다.“나중에 다른 사람들이 네가 예의가 없다고 말하면 어떡해, 가면 안 돼, 고모와 함께 하자.”원유희는 떠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어쩔 수 없이 계속 남아있었다.아무리 그녀와 김신걸의 사이가 남들이 좋게 보지 않는 관계라 해도 여전히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호기심과 환심을 살 수 있었다, 마치 그녀가 김신걸의 곁에서 그들을 위해 좋은 말을 해줄 수 도 있다
원유희는 7시까지 줄곧 있다가 김영 부부와 함께 떠났다.그들의 차에 탔다.김영은 이런저런 얘기를 했지만 속뜻은 그녀와 김신걸의 관계를 알아보려 했다.결국 자기 아들의 마음을 알려고 하는 것이었다!그러나 김신걸이 어찌 보통 사람인가? 권세가 하늘을 찌를 듯하지 마음은 바다처럼 깊지, 그래서 원유희는 모른다고만 했다. 약한 모습이었다.김영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원유희는 집에 돌아왔는데 집안이 쓸쓸하다.아이들의 목소리가 없으니 정말 익숙하지 않았다.목욕을 하고 침대에 누워 습관적으로 김신걸의 위치를 확인해본다.또 드래곤 그룹.위치 추적이 고장 났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일이 너무 바쁜 것 같았다.시간이 아직 이른 것을 보고 표원식에게 문자를 보내 아이들이 얌전하냐고 물었다.표원식은 영상 통화로 답장했다.처음 본 것은 레고를 하고 있는 삼둥이.“이쪽 보세요.” 표원식이 말했다.삼둥이는 고개를 돌려 동영상 속의 엄마를 보고 즐겁게 소리쳤다.“엄마!”유담은 일어나서 뚱뚱한 얼굴을 가까이하더니 물었다.“엄마 와서 나랑 같이 잘 거야?”조환은 한 손에는 플라스틱 칼을, 한 손에는 레고를 들고 달려왔다.“엄마 빨리 내가 만든 공룡을 봐!”상우도 달려왔다. 유담의 몸은 상우의 힘에 흔들렸고 표원식이 손으로 잡아주고야 자리를 잡았다.“여기 침대 커요!”“어?” 원유희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이 녀석들은 정말 표원식의 집을 자기 집으로 생각하고 있나?’그녀는 심지어 유담이 표원식의 다리 옆에 다정하게 기대어 있는 것을 보았다.“우리 집에는 객실이 많아서 언제든지 올 수 있어요.” 표원식이 농담을 했다.“됐어요, 하하하.”원유희는 표원식이 농담하는 것을 알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표원식의 시간을 지체할까 봐 얼마 이야기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아침, 원유희는 시간을 보면서 지하철에서 한참 걷고 있을 때 어떤 사람이 그녀의 이름을 불렸다.“유희?”원유희는 고개를 돌려 차에서 내린 중년 남자가 그녀를 향해 다가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