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년 됐을 거예요.”송욱이 말했다.‘내가 출국한 시기와 비슷하네.’그때 김신걸의 세력으로는 아직 제성에서 마음대로 할 수 없었고, 사업을 하면서 생긴 위장병일 것이다.게다가 지금도 매번 김신걸의 위치를 보면 대부분 드래곤 그룹에 있어고 많이 바쁘다.송욱은 함께 내려온 원유희를 보고 위층을 가리키며 물었다.“남아서 상태를 확인하지 않으세요?”원유희는 좀 어색했다.“아니요, 저는 돌아갈 거예요.”비위를 맞추기 위해서 그녀는 사실 남아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그러나 아이들이 집에 있고, 그녀는 무슨 일을 하든 모두 아이들을 위해 고려해야 한다.“제가 차로 데려다 줄게요.”“아니에요, 저 지하철 타면 빨리 집에 도착할 수 있어요.”“이 시간에 지하철이 없어요.” 송욱은 웃었다.원유희는 미안해하며 말했다.“그…… 그럼 감사합니다!”송욱이 운전을 하고 원유희는 조수석에 앉아 한동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김선생님이 저녁에 술을 많이 마셨나 봐요.” 송욱이 침묵을 깼다.“네, 제가 바에 갔을 때 이미 술을 많이 마셨더군요.”“분명히 공복에 술을 마셨을 거예요.”“그에게 정말 술을 마셔야 한다면 적어도 공복에는 마시지 말아야 한다고 했어요. 제성에서 그분의 지위로는 아무도 감히 그에게 술을 권하지 못하는데. 분명히 본인이 술을 원해서 마셨을 거예요.”원유희는 곰곰이 생각해 봤다, 김신걸이 그녀 아파트에 있었을 때 밥을 안 먹었고 그 후 곧장 술집으로 갔다는 뜻이다.‘설마 나랑 관련이 있는 건 아니겠지?’‘그럴 리가, 내가 무슨 매력이 있다고.’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김신걸이 그녀를 강요했을 뿐이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표원식과 관계를 끊어야 했다.“하지만 당신이 그의 곁에서 술을 말리면 많이 좋아질 거예요.”“네? 저는 그렇게 영향력이 없어요.”송욱은 그녀를 한 번 쳐다보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적어도 김신걸 곁에 이렇게 특별하게 존재하는 여자는 더 없었다.고통을 받고 있는 상대라 하더라도
김신걸과 그녀의 관계는 ‘좋아하고 싫어하는' 관계가 아니다. 그녀는 애인의 자격조차 없었다.그녀는 사실 지금 돈도 없고 사람도 없는 격이다.“사실 내가 욕심이 많았어.”임지효가 말했다.“당시 바의 책임자가 대표님의 룸을 책임지면 적지 않은 팁이 있을 거라고 말해서 내가 갔어. 가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너까지 난처하게는 안 했을 텐데.”“아니야.” 원유희는 더 이상 이 일을 말하고 싶지 않았다.“너 저녁에도 바에 또 갈 거야?”“가야지, 내가 병원에서 받은 월급은 모두 엄마가 가져갔어. 나는 생활비도 없어서 힘들어. 바에 가면 모두 현금이야. 적어도 굶지는 않거든.”임지효는 이쁘장하게 생겼다, 눈치도 잘 보고 말을 잘 한다, 하지만 원유희는 여전히 그녀가 걱정됐다.“바는 환경이 혼란스러워서, 다른 일을 할 생각은 없어?”“생각은 있지만 천천히 해야지! 계획만 있으면 생활이 그리 힘들지 않을 거야.”임지효는 긍정적으로 말했다.원유희도 고개를 끄덕였다.“맞아.”그렇다, 마음속에 목표가 있고, 꾸준히 노력을 하면, 시간은 결코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원수정은 원유희에게 전화를 하지 않고 요리를 들고 무작정 동네에 왔다.지난번의 일로 원유희의 마음이 불편하다는 것을 알고 서둘러 와서 그녀에게 밥이라도 해주고 그녀를 달래려는 것이다.입구에 도착했지만 그녀는 키가 없다.옆에 있는 화분을 보고 옮긴 뒤 아래 키를 보며 원수정은 의기양양하게 웃었다.원유희는 이전부터 이런 습관이 있었다. 항상 챙기는 키 외에 문밖 어디에는 하나를 비상용으로 더 숨겨 두었다.방에 들어서니 아직 이른 시간이었다.원수정은 대청소하고 바닥을 닦기 시작했다.사실 원유희의 집은 어지럽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는 언제든 갑자기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대비해 아이들의 물건을 서랍에 넣고 잘 숨기기 때문이다.문제는 바닥이 그렇게 깨끗하지 못한 것이다.주방도 자주 청소를 해야 한다.원수정은 찬장에 놓여 있는 분유를 보고 의아했다.‘분유가 왜 있지, 유희가 아직
문제는 아이들이 돌아왔는가?그녀는 아이들에게 키가 화분 아래에 있으니 엄마가 돌아오지 않으면 스스로 문을 열라고 말했다.원수정은 요리를 들고나왔다.“왜 멍하니 서 있어? 빨리 가서 손을 씻어, 엄청 맛있어.”원유희는 전혀 그럴 기분이 아니였다. ‘아이들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면 나중에 돌아오면 어떡하지? 마주치게 되는데?’“고모, 어떻게 들어왔어요?” “물론 키로 문을 열고 들어왔지, 화분 아래에 키가 있었어!”원유희는 학교에 전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지금 길에 있는지 학교에 있는지, 그녀는 아이들과 고모의 만남을 막아야 했다....전화를 걸고 상대방을 기다리고 있는데 핸드폰 화면이 바뀌었다.표원식의 전화.그녀는 베란다로 가서 전화받았다.“여보세요?”“집이세요?”“네, 무슨 일이죠?” 원유희가 물었다.“아이가 우리 집에 있어요.”“네? 어떻게 교장님 집에 갔어요?” 원유희는 목소리를 낮추었다.“집에 사람이 있어요?”“네, 저희 고모가 계십니다.”“어쩐지, 삼둥이가 저에게 전화를 걸어서 집에 다른 사람이 있다고 해서 제가 그들을 데리러 갔어요.”“아 이거…….”원유희는 머리가 지끈 했다.“고모가 가시면 제가 바로 애들 데리러 갈게요! 괜찮나요?”“그럴 필요 없어요, 그들은 오늘 여기서 자고, 내일 아침에 저와 함께 학교에 가는 게 편해요.”“아이를 돌보는 일이 보통 일도 아닌데…….”원유희는 미안하고 부끄러웠다.“아니예에요, 애들은 많이 좋아해요, 그리고 착해요. 그렇지 않으면 유희씨도 혼자서 세 명을 캐어 하지 못하지 않을까요?”맞는 말이다.원유희는 이 삼둥이를 낳은 후 하나님도 그녀를 불쌍히 여겼는지 아이들이 앉을 수 있을 때부터 스스로 간단한 옷을 입을 수 있었다. 비록 아주 느리지만.아마 삼둥이도 그녀의 많은 주시가 없어서 비교적 빨리 철이 들었을 것이다!“제가 폐를 끼쳤습니다.”원유희는 전화를 끊은 후 무거웠던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참, 네가 돌아오기 전에 세 아이가 문을 두드렸어.”원유희는 젓가락을 쥔 손을 떨며 신경이 굳어버렸다.‘아이가 문을 두드렸다고? 그래서? 봤나?’ 그래, 분명히 봤겠지,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세 아이라는 걸 알았겠어!’“네 엄마가 가정부로 돌보던 세 아이야. 이상해. 왜 여기로 왔는지?”“층수를 잘못 봤겠지!”“맞아, 아이들이 잘못 왔다고 했어. 요즘 사람들은 정말 이해가 안 돼. 가정부를 구할 수 있는 조건인데 이런 낡은 동네에 산다는 게, 그냥 네 엄마가 그만큼 싸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원수정은 이런 말을 해서 다른 사람한테 상처를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않고 그냥 사실이라고 생각한다.원유희는 침묵하면서 아이들이 정말 영리하다고 생각했다.그녀의 고모와 대면한 후에 신속하게 대응책을 생각할 수 있다니!그런데 그들은 어떻게 표원식과 연락했을까? 표원식의 번호도 아는 건가?아무래도 아이들의 협조가 있으면 그녀의 부담도 훨씬 줄어들 수 있다.“참, 언제 약속 잡아서 표원식, 너랑 나, 그리고 나수빈이랑 밥 먹자.” 원수정은 아주 신이 났다.“고모, 저 그럴 자격이 없어요.” “왜 없어?”“김신걸은 저를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저 같은 사람이 표원식에게 다가가면 그를 망치는 거예요.” 원유희는 아이 때문이 아니었다면 표원식과 연락하지 않았을 것이다.어제 그녀가 룸에서 김신걸에게 어떻게 약속했는지는 여전히 머릿속에 또렷이 남아 있다.안 볼 수 있으면 최대한 안 만나야 한다!원수정은 정색한 얼굴로 젓가락을 모두 내려놓았다. 김신걸의 이름을 듣고 입맛이 떨어진 것 같다.“제성에서의 표씨 일가는 교육 방면에서 국내외에 명성이 자자하지만 정말 김신걸과 문제가 생기면 자칫하면 표씨 일가의 모든 명예가 큰 영향을 받을 것이야. 김신걸은 사이코야, 그와 강경하게 맞서서는 안 돼”.원유희는 무조건 앞으로 돌진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현실을 인지한 고모의 의식에 뿌듯함을 느꼈다.그때가 되면 표씨 일가가 연루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제139화“참, 아이들이 어떻게 교장님에게 연락했어요?”“다른 사람의 핸드폰을 빌려서요.”원유희는 웃으며 무슨 말로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삼둥이는 표원식의 휴대폰번호를 기억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휴대폰을 빌려서 전화를 걸기도 한다.그녀는 그들에게 가르친 적이 없었다.그녀가 유일하게 가르친 것은 밖에서 길을 잃어버리고 엄마를 찾지 못하면 112로 경찰 아저씨를 찾는 것이다.“그들은 매우 총명해요, 잘만 키우면 앞으로 큰일 날 애들이에요.” 표원식은 교육자의 안목으로 긍정을 줬다.어떤 어머니든 이런 칭찬의 말을 들으면 기분이 당연히 좋아질 것이다.원유희를 포함해서. “네, 잘 키울게요.”전화가 끊고 원유희는 침대에 누워 멍하니 있다가 또 휴대폰을 꺼내 위치를 살펴보았다.김신걸은 여전히 드래곤 그룹에 있다.어차피 그녀에게로 오지 않는 한 그는 어디에 있어도 상관없다.사실 지난번 김신걸의 등장은 매우 갑작스러웠다.그녀는 하루에 한두 번, 혹은 두세 번도 보지만, 그 사람은 여전히 눈앞에 갑자기 나타나 그녀를 당황하게 하고,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곤 한다.어제 그는 위장병이 도졌고 오늘 바로 그룹에 나가서 일 처리를 했다.자신에게도 이렇게 혹독한 사람을 다른 사람에게 인자하기를 바라지 않는다.그날 어전원을 떠난 후로 며칠 동안 김신걸은 나타나지 않았다.보기에는 그녀에게 전혀 관심을 두지 않지만 사실상 전적으로 장악하는 것 같다.원유희는 마음속으로 모든걸 다 눈치 채면서 살았다.곰곰이 생각해 보니, 삼둥의 총명함은 누구를 닮았는가?대부분 김신걸 닮았겠지...이날 점심, 원유희는 휴게실로 갔는데, 원수정의 전화를 받았다.“유희야, 내일 김국진 김씨 할아버지의 생일잔치를 하는데 너는 고모랑 같이 가자.”“뭐?” 원유희는 멍해졌다.“별거 아니야. 그냥 집안 잔치야. 우리들끼리 밥 먹어.” 원수정이 말했다.“고모, 저는 김씨 가족이 아니에요.”원유희는 힘이 빠졌다, 왜 항상 그녀를 김가의 일에 말려들게 하는지?
제140화“그건…….”“네가 결정해.”원유희는 멍하니 있다가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그녀는 의아했다. 그래서, 가라는 건지 가지 말라 건지?자신이 언제 이런 자유를 가졌는지…….김신걸은 전화를 한쪽에 내팽개치고 표정이 차갑고 검은 눈동자가 매처럼 매서웠다.“경찰서 쪽에는 아직 소식이 없어?”“없어요.”고건이 답했다.그가 매번 전화를 할 때마다 경찰서 모든 사람들은 당황하여 거대한 압박을 무릅쓰며 밤낮없이 살인범을 찾고 있었다.그러나 여전히 유용한 단서가 없다.김신걸의 검은 눈동자는 먹물처럼 깊고 여전히 차갑고 매서웠다.“정원에서의 암살, 여채아의 죽음, 내 추측이 맞았다, 살인자는 같은 사람이야.”고건은 깜짝 놀랐다.“이…… 무슨 연관이 있습니까? 설마 대표님에게 뒤집어씌워 대표님과 원유희씨의 관계를 악화하려는 것입니까? 이건 너무 하수 수단입니다.”김신걸은 입가에 차가운 웃음을 띠었다.“내가 목표물이야.”고건은 표정이 달라졌다.“……김씨?”“스케줄에 올려.”“네.”아침에 원유희는 삼둥이에게 분유를 타주고 또 국수를 만들어 김을 뿌려 작은 탁자 위에 올려주었다.삼둥이는 젖병에 든 분유를 다 마시고 작은 탁자 앞에 포크를 들고 국수를 먹기 시작하는데 입맛이 상당히 좋았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같이 통통하겠는가?원유희도 국수 한 그릇을 안고 바닥에 앉아서 먹었다.작은 네모난 탁자에 어른 한 명 어린이 세 명이 둘러앉아 행복하고 맛있게 먹는다.“엄마, 오늘도 교장 아빠 집에 가고 싶어!” 조환이는 포크를 들고 요구했다.원유희는 사레가 들려 입안의 면이 하마터면 콧구멍으로 나올 뻔했다. 그녀는 목을 가다듬고 눈을 들었다.삼둥이의 커다란 눈이 별빛처럼 흥분해서 반짝이고 있었다.그녀는 한숨을 쉬었다.“교장 선생님은 너희 아빠가 아니야. 저 사람이 너희 아빠야…….”손가락은 뒤를 가리켰다.큰 탁자 위에 놓여 있던 그 사진이 언제 사라졌는지 아래를 내려다보니 탁자 아래 틈새에 사진 한 귀퉁이가 끼어
제141화김명화는 빳빳한 양복을 입고 단추를 풀어 자유롭로 담담해 보였다. 귀공자의 모습으로 웃는 듯 아닌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원유희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그 사람은 이미 그녀가 알고 있던 부드러운 김명화가 아니기 때문이다.할아버지에게 생신을 축하하고 선물을 드린 후 자기 일들을 보기 시작했다.당연히 선물도 원수정이 미리 준비해 줬다.원유희는 정말 김씨와 어울리는 값진 선물을 살 능력도 없었다.가난이 그녀의 잘못은 아니지만 선물을 아무거나 할 수도 없는 노릇 이였다..잡담하는 사람도 있고, 티를 마시는 사람도 있고, 담소를 나누는 사람도 있다.원수정은 인맥들과 친분을 쌓기 위해서 이곳 저곳을 여유롭게 다니며 대화를 하고 있다. 그는 동서들과 이 집의 한정판, 저 집의 맞춤 제작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필경 신분이 있기에 다른 사람들도 호응을 하며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다. 이어 원유희는 원수정에게 끌려 나에게 한 명 한 명에게 인사를 하며 친분을 쌓을 수 있게 했다.원유희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예의를 차릴 수밖에 없었다.“유희야 정말 오랜만이다, 갈수록 예뻐지네.”“고모랑 많이 닮았어!”“이렇게 예쁘면 대시하는 사람도 많지?”“남자친구 생겼어?”원수정은 바삐 말했다.“아니야, 우리 유희는 아주 얌전해. 내 허락 없이는 절대 남자친구를 안 사귀어…….”“요즘 시대에 유희처럼 독립하는 여자도 드물어.”원유희는 얼른 핑계를 대고 떠났다.정원 뒤에는 사람이 없었고 그녀는 나무 아래에서 숨을 돌리고 있었다.“여기서 널 볼 줄은 몰랐는데, 형이 가도된고 허락했어?”원유희는 고개를 돌리자 이쪽으로 걸어오는 김명화를 봤다, 그는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눈빛은 살짝 웃음을 띠었다.원유희는 논리적으로 생각할 마음이 없었다. 그날 자신이 어떻게 김명화에게 배신 당했는지 잊지 않고 있었다.그렇지 않으면 지금쯤 그녀는 이미 세 아이를 데리고 김신걸이 닿지 않는 곳에 자유롭게 살고 있을 것이다.김명화는 몇 걸음 거리를 두고 멈춰서
오싹하다?이런 익숙한 분위기는 원유희의 안색을 변화시켰다.김명화가 눈을 들어 뒤를 바라볼 때 원유희는 빠르게 손을 뻗어 김명화의 가슴을 밀치며 말했다.“꺼져!”상황 외의 김명화는 밀린 채 몇 걸음 뒤로 물러서서 얼굴을 찌푸리고 화난 원유희를 바라보았다.“날 떠볼 필요가 없어. 나는 제성을 떠나지 않을 거야. 여기가 내 집인데 내가 왜 가? 나한테서 이제 좀 떨어져!”원유희는 화가 나서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멀지 않은 곳의 검은 그림자를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으며 얼굴색이 당황했다. 마치 그를 방금 발견한 것처럼.김신걸이 서있었다. 훤칠한 키는 우뚝 솟아 있었다. 마치 어두운 숲에 나타난 맹수처럼 그의 사냥감을 노리고 있었다.너무 갑작스러워 사람을 깜짝 놀라게 했다!김명화는 표정을 바꾸고 앞으로 나아가 원유희의 옆으로 지나갔다.“형, 나는 형이 오지 않을 줄 알았어! 정말 뜻밖이네!”김신걸은 냉담한 얼굴로 입을 열지 않았다.김명화도 더 있어봤자 재미없어서 먼저 갔다.원유희는 앞으로 걸어갔다.“언제 왔어?”“왜? 내가 좋은 일에 초를 쳤어?”원유희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맑은 얼굴은 햇빛 아래 하얗게 빛났다.“좋은 일은 무슨? 네가 왔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으면 그가 또 무슨 말을 했을지 몰라. 걱정 마, 나는 제성을 떠나도 우리 엄마의 집을 처리해야 돼, 번거로워. 차라리 여기서 정착하는 것이 나아. 반년 기한이 지나서 나를 놔줘도 나는 제성을 떠나지 않을 거야.”진심인 것처럼 말했다.김신걸은 그녀의 턱을 잡고 앞으로 당겼다.원유희의 몸은 그와 부딪쳤다. 오늘 드레스를 입고 드러낸 가벼운 몸매는 남자의 강한 몸짓 아래 더욱 가냘프게 돋보였다.“점점 말을 잘 듣는 척하는 거야 ,아니면 겉과 속이 다른 거야. 응?” 김신걸은 목소리가 약간 쉬어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을 어루만지며 말했다.원유희는 간지러움을 느꼈지만 감히 그를 거절하지 못했다.“아니야. 아 맞다, 위는 좀 괜찮아졌어?”김신걸은 검은 눈동자로 그녀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