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수양이 있는 가정이라 모두 말을 하지 않고 식사할 때의 가벼운 동정만 들렸다. 표원식은 이런 가정에서 태어나 온몸에 교양과 침착함이 배어 있었다. “원유희와는 어떻게 지내?” 나수빈이 물었다. 표원식은 부모님이 식탁에서 이런 화제를 꺼낼 줄은 생각지도 못해 눈빛이 흔들렸다. 하지만 그는 부모님을 존중하는 마음에 대답했다. “괜찮아요.” “원유희도 너랑 함께 있기를 원해?” 나수빈이 계속 물었다. “그녀만 원하고, 김심걸을 완전히 잊을 수 있다면 나랑 네 아버지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건 아니야.” 표원식은 약간 의아한 표정으로 자신의 부모님을 바라보았다. “어머니, 아버지가 동의한다고요?” “동의하지 않으면 어떡해?” 표원식의 아버지는 위엄 있는 말투로 말했다. “우리가 반대하면 네가 말을 듣긴 할 거니?” 부모님은 30세의 표원식을 마치 말을 듣지 않는 어린아이를 꾸중하듯 말했다. 그리고는 침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녀는 다시는 김신걸 곁으로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나도 기사 봤어! 김신걸의 아이가 사고 났다며, 그런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어? 그런 여자는 받아들일 수 없어.” 표원식의 아버지는 엄숙하게 말했다. 나수빈은 표원식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손으로 표원식의 아버지를 살짝 밀어서 그에게 냉정하라고 일깨웠다. 왜냐하면 그들의 목적은 그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원유희가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거지?” 나수빈이 물었다. “없어요. 그녀는 절대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제성을 떠난 거니까요.” 표원식이 말했다. “그럼 됐어.” 나수빈이 잠깐 멈칫하더니 계속 말했다. “하지만 김신걸의 통제에서 도망치다니, 그녀도 참 대단해. 너흰 그때 어떻게 연락하게 된 거야? 김신걸이 발견 못했어? 난 김신걸이 뭐라도 알아낼까 봐.” “알 수 없어요.”표원식이 말했다. “그걸 어떻게 확신하는데?” 표원식의 아버지가 물었다. “네가 사실대로 말해야 우리가 부모로서 널 도와줄 수 있는 거야.”
“나는…….” 송욱이 모른다고 말하려고 할 때 김신걸이 냉혹하게 그녀의 말을 끊었다. “잘 생각하고 말하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알고 있을 테니까.” 김신걸의 말을 들은 송욱은 감히 함부로 말을 하지 못했다. 그녀의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내가 원유희를 도와줬다는 걸 알아챈 건가? 만약 발견했는데 내가 거짓말을 한다면 그땐 정말로 죽을지도 몰라. 김신걸은 절대로 의미 없는 일은 하지 않으니까…….’ 송욱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말했다. “내가 연락하는 걸 도와줬어요…….” 말이 끝나자 김신걸은 일어나 책상 위의 유리겁을 들었다. 송욱이 놀라서 숨을 들이켤 때 유리컵이 펑하고 그녀의 머리에서 깨졌다. “아!” 송욱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넘어졌다. 그녀는 머리가 어지럽고 얼굴이 창백해져 기절할 것 같았다. 피가 머리에서 흘러내려 그녀의 얼굴로 해서 바닥에 떨어졌다. 송욱이 머리를 흔들자 구역질이 났다. 그녀는 바로 뇌진탕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김신걸은 송욱이 여자이고 자신의 개인 의사라는 걸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넌 나의 개인 의사로서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아?” 김신걸은 포악한 얼굴로 송욱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네가 죽고 싶다면 내가 지금이라도 보내줄 게.” 송욱이 비록 뼈대가 있었지만 죽고 싶진 않았다. 특히 김신걸 앞에서는 억지로 버틸 필요가 없다. “김 대표님, 사모님이…… 너무 불쌍했습니다. 김 대표님께서 조금이라도 잘해줬다면, 매번 다치게만 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마음이 약해지진 않았을 겁니다. 나는 사모님이 멀리 떠나서 냉정을 취하기를 바랐을 뿐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있는 한 나중에 꼭 돌아올 거라고 믿었어요.” “네가 감히 내 일에 참견해?” 김신걸은 호흡이 걸칠고 눈이 빨개져서 물었다. “아니에요, 내가 어떻게 감히 김 대표님의 일에 참견하겠어요? 죄송합니다. 나도 내가 한 일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다만 사정을 봐주시기 바랍니다…….” 송욱은
“우리 세 명이 다 들었어요.”상우가 말했다.그는 한 명이라면 잘 못 들었을 수도 있는데 세 명이 다 들었으니 그럴 리가 없다는 뜻이었다.송욱은 총명한 그들을 대처하기 쉽지 않다는 걸 알고 화제를 돌렸다.“내 머리에서 아직 피가 흐르고 있어서 의사가 필요하니 너희들은 먼저 중환자실로 데려다줄 게.”경호원은 뛰어오는 아이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송욱이 알려주기 전까지는 그도 아이들이 어떻게 나갔는지 알지 못했다.‘이런 기본적인 실수를 하다니, 김 대표님이 아시면 큰일이야.’중환자실에 들어간 유담은 경호원에게 말했다.“나 아빠한테 전화할래요!”경호원은 머뭇거렸다. 하지만 아이들이 그에게 전화를 못하게 하라는 명령은 하지 않은 것 같아 김신걸에게 전화를 걸고 핸드폰을 유담에게 넘겨주었다.“여보세요? 아빠예요?”유담은 핸드폰을 들고 어른처럼 귓가에 붙이고 말했다.“왜?”“우리 집에 가도 돼요?”유담이 물었다.“여긴 더 이상 배울 게 없어서 심심해요.”“전화를 경호원에게 넘겨줘.”김신걸이 말했다.“김 대표님.”경호원이 전화를 받았다.“아이들을 데리고 어전원으로 돌아가.”김신걸은 이미 송욱 때문에 계획이 폭로되었을 것이라는 걸 짐작했고, 더 이상 아이들을 병원에 입원시켜도 소용없다는 걸 알았다.“네.”상대방이 전화를 끊은 후에야 경호원은 핸드폰을 넣고 아이들에게 말했다.“돌아가도 된다고 합니다.”저녁에 세 쌍둥이는 서재로 뛰어가 작은 머리를 내밀었다.전화를 하고 있던 김신걸은 검은 눈을 치켜뜨며 물었다.“무슨 일이야?”세 아이는 들어가서 책상 앞에 줄을 서서 김신걸을 바라보았다.“아빠, 엄마는요?” 유담이 물었다. 김신걸은 침침한 눈으로 그들을 보며 말했다. “말했잖아, 일 끝나면 돌아올 거라고.” 조한은 화가 나서 소치 쳤다. “엄마는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 아빠가 엄마를 괴롭혀서 엄마가 떠난 거예요!” “엄마는 우리를 버렸어요.” 상우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그러자 유담과 조한의 눈에도 눈물이 글썽
이때 임민정이 건강차를 들고 왔다. 윤설은 임민정에게 더 이상 약물을 넣지 말라고 했지만, 그녀는 듣지 않고 계속 넣었다. 왜냐하면 임민정은 윤설이 사모님이 되는 것도 싫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윤설도 원유희처럼 도망가버리면 내게도 기회가 오는 거잖아?’ 그녀가 손을 들어 노크를 하자 안에서 노호하는 소리가 전해왔다. “꺼져!” 임민정은 놀라서 쟁반 위의 찻잔을 뒤집을 뻔했다. 그녀는 감히 숨도 쉬지 못하고 돌아갔다. 세 아이는 가출해서 엄마 찾아가겠다고 소란을 피워 해림이 땀을 뻘뻘 흘렸다. 다른 가정부가 말렸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으면 혼자서 세 아이를 막지 못했을 것이었다. 아이들은 밤까지 울어서야 기진맥진해서 잠이 들었다. 해림은 아이들이 울부짖을 때 하는 말을 듣고 대충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챘다. ‘김 대표님과 사모님은 왜 이 지경까지 왔을까? 분명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었는데.’ 해림이 보기에도 김 대표님이 늘 사모님을 숨 돌릴 틈도 주지 않고 완전히 장악하려고 해서 사모님이 도망간 것 같았다. ‘정말로 참을 수 없었던 게 아니라면 어떻게 아이까지 버리고 갔겠어.’ 한편, 나수빈은 위층에서 내려오는 표원식을 보고 물었다. “오늘은 안 나가니?” ‘평시에 7시면 외출하던 사람이 오늘은 왜 9시인데도 나가지 않는 거지?’ “난 원유희를 만나러 갔다 와서 저녁 먹을 게요.” 표원식이 말했다. 나수빈은 갑자기 무언가가 생각나 말했다. “가지 마!” 표원식은 그의 팔을 잡고 있는 손을 보고 물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원유희를 받아들이셨잖아요?” 나수빈은 표원식을 잡은 손을 서서히 놓고 말했다. “받아들이긴 했는데 너 일도 바쁘고 한데 쉬어야지.” “거기 가서 쉬면 돼요.” 표원식은 말하면서 몸을 돌려 서재로 갔다. 그러자 나수빈도 따라 들어갔다. 표원식이 책장을 열더니 안에 통로가 나타났다. 표원식이 들어가자 책장이 천천히 닫히면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아무도 이 안에 통로가 있을지 생각도
“계속 여기 있으면 심심하지 않아요?” 표원식이 물었다. “유희 씨가 괜찮다고 해도 난 그대로 둘 수 없어요.” 원유희는 얼굴을 돌려 점점 가까워지는 요트를 보면서 표원식의 초청을 거절하지 않았다. 진선우는 사람들을 데리고 작은 양옥집으로 접근했다. 하지만 멀지 않은 곳에서 멈췄다. 왜냐하면 이런 곳은 보안이 잘 되어있어서 잘못 접근했다가는 원유희에게 도망갈 기회를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때 가서 사람을 잡지 못한다면 모두들 김 대표님 만나러 갈 때 각오를 해야 해.’ 진선우가 돈을 써서 찾아온 사람들은 모두 현지인이라 키가 크고 전문적인 타자들이다. “아무도 나오지 못하게 양옥집의 모든 출구를 막아.” 말을 마치자 사람들은 바로 흩어졌다. 다만, 진선우가 간과한 점이 있었는데, 바로 산간 지역 전체가 김명화의 드론에 의해 감시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양옥집에 다가가지 않아도 들켰을 것이었다. 표원식은 원유희의 손을 잡고 요트에 올랐다. 요트에는 운전사가 한 명뿐이니 방해받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요트에 오르자마자 표원식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돌아오지 마, 누군가가 양옥집에 접근했는데 아무래도 김신걸에게 들킨 것 같아. 김명화의 차가운 목소리가 핸드폰으로 흘러나왔다.” “나 때문일 리가 없어.” 표원식은 미간을 찌푸리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말했다. ‘그들이 나의 비밀스러운 노선을 발견할 리가 없잖아.’ “너 아니면 누군데? 네가 오자마자 그들이 왔어.” 김명화는 재촉했다. “빨리 가!” 그가 재촉하지 않아도 표원식은 이미 황급히 아래 조종석으로 갔다. 원유희는 그의 절박한 모습을 보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 심장이 불안정해졌다. ‘설마 김신걸이 온 건 아니겠지? 하지만 김명화가 분명히 여긴 안전하다고 했는데! 방금 표원식이 전화할 때 한 말은 설마 누가 따라왔다는 건가?’그들은 요트 시동을 걸고 바다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어 표원식이 올라오자 원유희가 물었다. “왜 그래요? 김신걸이 쫓
진선우는 음흉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비켜!” 고함을 지르자마자 드론 속의 무기 적재가 발동되어, 총알이 지면을 직사 했다. “아!” “아!” “아!” 옆에 있던 경호원이 소치 지르며 쓰러져 즉사했다. 진선우는 가장 민첩해서 바로 차 뒤로 굴러들어가 숨었다. 총을 꺼내기는커녕 숨도 못 돌렸는데 고개를 들어보니 다른 한 대의 드론이 그를 향하고 있었다. 진선우는 다시 몸을 굴려 총알이 차체에 맞았다. 그는 굴러가듯 별장에 들어가 숨을 곳을 찾았다. 팔에서 통증이 전해와서 보니 총알에 맞아 옷이 찢겨 피가 배어 나왔다. 하지만 찰과상일 뿐이니 괜찮았다. 동작이 빨라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다른 경호원들처럼 즉사할 뻔했다. 생각하지 않아도 다른 경호원들이 공격을 받았을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제성에서 데려온 사람들은 살아있는지 모르겠네.’ 진선우는 총을 꺼내 경계하는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드론의 움직임을 살피며 원유희가 여기에서 생활했던 흔적을 찾았다. 하지만 원유희는 이미 자리를 옮긴 것 같았다. 다만, 진선우는 이렇게 조심했는데도 들킬 줄은 몰랐다. 심지어 이곳의 선진적인 무장이 그를 놀라게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당황하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실책이다. 사람을 찾지 못하면 임무 실패야!’ 진선우는 호흡을 멈추고 소리에 집중했다. 그러더니 모기소리처럼 작은 소리가 왼쪽 상단에서 들려왔다. 진선우는 그 자리에서 뒹굴며 한쪽 무릎을 꿇고 총을 들어 사격했다. 탕탕탕! 그는 드론을 정확하게 조중 했다. 드론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총에 맞아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때 다른 한 대의 드론이 날아와 총알 사격을 시작했다. 진선우는 몸을 돌려 집안의 가구로 방패 삼아 계단으로 뛰어올라 가드레일 뒤에 숨어 2층으로 갔다.총알이 줄곧 쫓아갔다. 드론은 호화로운 인테리어를 무시하고 사정없이 사격해 부스러기가 온 사방에 흩날렸다. 드론이 한 대에서 4 대로 변했을 때 진선우는 거의 작은 양옥집 전체를 가
김신걸은 인간의 약점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요트는 이미 양옥집이 있는 산간 지역에서 멀어져 갔다. 하지만 원유희는 안심할 수 없었다. 그녀는 고사하고 표원식조차도 사태가 좀 심각하다고 느꼈다. 다만 그는 원유희를 놀라게 할까 봐 표현하지 않았을 뿐이다. 갑자기 드론 한 대가 들어왔다. 표원식과 원유희의 표정은 약간 변했다. 원유희는 조급하게 물었다. “그 사람들 갔어요?” “위치가 폭로된 이상 김신걸이 가만있지 않을 거야. 거긴 더 이상 돌아갈 수 없어, 장소를 바꿔야 해. 나 따라와.” 김명화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 또 잡혀가는 거죠?” 원유희가 물었다. 그러자 드론이 침묵했다. 김명화의 침묵에 원유희는 얼굴이 더욱 하얗게 질려 입술을 부들부들 떨었다. 표원식은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할 말 있으면 해.” “내가 아는 바에 의하면, 김신걸은 이미 이곳으로 오는 비행기에 탑승했을 것이야.” 김명화가 말했다. 원유희의 몸이 나른해져 비틀거리며 뒤로 쓰러졌다. 표원식은 그녀의 가녀린 허리를 붙잡고 긴장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표원식, 넌 유희와 헤어져서 너의 주택으로 돌아가. 적어도 시늉은 해야지.” 김명화가 말했다. “나보고 유희 씨 혼자 남겨두고 가라고?” 표원식은 반대했다. “네가 유희와 있으면 그녀를 다치게 할 뿐이야. 너 유희가 받은 상처가 다 너 때문이라는 거 잊었어?” 김명화는 무정하게 말했다. 표원식은 입을 다물고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원유희가 그를 대신해서 말했다. “이건 분명히 김신걸의 문제예요. 그가 나에게 상처 준 사람이에요.” “유희야. 만약에 김신걸이 온다면 일이 오늘처럼 쉽게 해결되지 않았을 거야.” 김명화는 원유희를 일깨워주었다. “너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잖아.” 원유희는 눈시울이 뜨거워져 눈물을 흘렸다. “교장선생님은 돌아갈 수 없어요. 그리고 그의 부모님도 원래의 집에서 나와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김신걸에게 위협받을 거예요.” 원유희는 표원식의
“너 정말 결정했어?” 김명화가 물었다. “네.” 원유희는 시선을 떨구고 대답했다. ‘김신걸이 나의 위치를 알게 된 이상 누구를 위협해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어. 하지만 아이들까지 위협의 도구로 삼다니…….’ 원유희는 마음이 아팠다. 김명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드론을 아래 조종석으로 날려 운전사에게 항로를 변경하라고 통지했다. 원유희는 넋이 나간 눈빛으로 소파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았다. 표원식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만약 돌아가지 않으면 부모님은 살해되고 자신과 원유희는 평생 죄책감속에서 살아갈 거라는 걸 표원식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원유희의 자유를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표원식은 마음이 아팠다. 그는 앞으로 나가 원유희의 머리를 가슴에 안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돌아가서 모든 것을 마주할 테니 유희 씨는 떠나요.” 원유희는 그의 품에서 고개를 저었다. “소용없어요, 교장 선생님. 나의 자유는 시한부예요. 우린…… 여기까지인가 봐요. 그리고 내가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피노키오를 표씨 가문에게 돌려드릴게요. 그러니까 앞으로 나에게 접근하지 마세요. 불행해질 테니까…….” 표원식은 극도로 참고 있는 표정이었다. 그는 원유희를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운명은 매번 이렇게 불공평적이었다. ‘모든 게 사람만 보면 미친개처럼 물려고 달려드는 김신걸 때문이야.’ 표원식은 가족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표원식의 주택과 가까워질수록 원유희는 점점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김신걸을 만나면 어떤 결과일지 알고 있었다. 죽는 건 무섭지 않았다, 무서운 건 죽지도 못하고 고통받는 것이었다. 차가 집 앞에 도착하자마자 경호원이 그들을 둘러싸 총으로 겨누었다. 원유희는 표원식과 차에서 내려 집안으로 걸어갔다.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원유희는 날카롭고 포악한 검은 눈동자가 사냥감을 보듯 자신을 째려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원유희는 모발이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