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걸은 포악한 요소가 쌓일수록 강렬해져 통제 불능의 변두리를 배회했다.그는 계속 꾹 참고 쉬지 않고 찾아야만 자제할 수 있다.“김 대표님, 강에서 사람을 찾지 못했어요. 아마도 누군가에 의해 구조되었을 거예요.”진선우가 말했다.그들은 먼저 강에서 찾았는데, 상류까지 찾았지만 사람을 보지 못했으니 이는 사람이 강에 없다는 것을 설명한다.그의 말이 김신걸의 심리에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김신걸은 차갑고 굳은 얼굴로 강 먼 곳을 바라보았다. 산을 넘어 밭이 있으면 사람이 거주하게 될 것이다.“먼저 헬리콥터를 보내 강을 따라 뻗은 마을을 조사해봐” 김신걸은 이미 목이 잠긴 채 찢어질 것만 같았다.“네, 대표님, 좀 쉬세요. 탈이 날까 봐 무서워요…….”진선우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김신걸의 냉혹한 눈빛에 할 말을 잃었다. 더 권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다만 그는 김신걸의 검은 눈동자 주변에 핏발이 서린 것을 보고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이틀 밤낮을 찾았는데 경호원은 고사하고 대표님도 한숨도 자지 않았다.“사람을 찾는 데만 마음을 쓰세요.”김신걸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네.”이런 숲으로 둘러싸인 산간 지역에서는 헬리콥터가 불편해서 드론을 띄울 수밖에 없다.야시경을 장착한 드론 10여 대가 숲을 지나 마을로 들어가고 있었다.드론은 높이 날지 않아 사람들의 눈에 띄기 쉽다.저녁을 들고 있던 노파가 하늘에서 나는 것을 보고 놀란 표정으로 마당에서 옥수수를 수확하는 노인에게 물었다.“애 아빠, 무슨 잠자리가 이렇게 큰가요?”“잠자리라뇨? 비행기죠!”“비행기가 이렇게 작다니? 이렇게 낮게 날아요?”노파는 세상 물정을 모르는 듯 장작 방에 들어가면서 노려보다가 바닥의 몽둥이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들어가서 노려보다가 그릇을 바닥에 던졌다.원유희는 인기척을 듣고 몸을 떨며 벽 쪽으로 움츠렸다.“내가 경고하는데 순순히 먹어. 더 먹지 않으면 또 때릴 거야. 상처에 또 상처를 입힐 거야!”노파는 손가락으로 원유희의 머리를 찔렀다
“잘 들어! 우리 집에 왔으면 반드시 손자를 낳아야 해! 말을 듣지 않으면 때려죽일 거야!”노파는 원유희를 발로 차고서야 떠났다.원유희는 몸을 일으켜 쫓아가려고 했으나 발목을 묶은 밧줄 때문에 더는 나아가지 못하였다.그녀는 겁에 질려 정신이 없었고 눈물을 흘렸지만 돌볼 겨를이 없었다.쪼그려 앉아 발목을 묶은 끈을 풀려고 애썼으나 손가락만 아팠지 풀리지 않았다.그러다 원유희는 밥을 담은 사발이 떠올랐다. 그는 사발을 깨고는 조각을 하나 더듬어 밧줄에 대고 급하게 잘랐다.“빨리 끊어 져줘……. 나 여기 안 있을래…….”원유희는 초조해서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그러나 밧줄은 단단했고 사발 조각은 날카롭지 못해 시간이 걸렸다. 원유희는 또 조각을 바꾸어 계속 베었다. 이번엔 밧줄이 잘렸다.내심 기뻤으나 이때 문이 열렸다.원유희는 놀라서 손에 쥔 파편을 떨구었다…….“젠장, 또 도망가려고?”복돌이는 다가가서 원유희의 뺨을 한 대 때렸다.“아!”원유희는 힘없이 넘어지며 현기증이 났다.이때 노인과 노파가 들어왔다.“왜?”“봐요, 또 도망가려고 밧줄을 잘랐어요!”복돌이는 바닥에 놓인 밧줄을 가리키며 말했다.“이 계집애를 우습게 봤구나!”노파가 말했다.노인은 앞으로 나가서 원유희의 배를 발로 찼다.“꺽!”원유희는 아파서 소리도 내지 못했다.노인이 다시 발길질하자고 발을 들자 이번엔 노파가 말렸다.“배를 차지 말아요. 손자를 낳아야 하는데!”그제야 노인은 그만두었다.“오늘 합방을 여러 번 해야 한꺼번에 애가 설 수 있어. 알았지?”노파는 복돌이에게 신신당부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어떻게 하는지 알고 있어요.”복돌이가 답했다. 그러고서 노인과 노파가 장작 방을 나섰다.복돌이가 원유희를 향해 다가갔다. 앞을 못 보더라도 그 메스꺼운 냄새 때문에 원유희는 대번에 알아차렸다.닫힌 문은 그녀를 지옥에 던져 넣었다.어쩌면 그녀의 눈이 보이지 않는 그 순간부터 그녀는 지옥 속에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너 오지 마! 나는 너의
장작 방은 크지 않고 모두 장작과 기타 잡동사니로 쌓여 있었다.벽 옆에 있는 나무 기둥에 밧줄이 묶여 있는데 밧줄의 다른 한쪽이 끊어졌다.“이건 뭐 하는 거요?”경호원이 물었다.“오. 집에서 기르던 개인데 도망가서 놔뒀어요. 찾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잖아요. 믿지 않기는!”노인이 말했다.경호원은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을 보고 장작 방을 나섰다.노파와 복돌이는 문 앞에 서서 경호원이 드나들며 수색하는 것을 바라보았다.사실 그들의 마음속에서도 원유희가 들킬까 봐 매우 긴장되었다.술 구덩이에 숨겨져 있던 원유희가 서서히 깨어났다. 원유희는 시각을 잃었기에 환경이 변한 것을 감지한 외 시각적으로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깨어나자 자신이 갇혀 있는 공간이 너무 좁아 사지도 펴지 못함을 느꼈다.자신에 어디에 갇혀 있는지도 모르고 답답한 것이 그녀를 불편하게 했다. 게다가 몸에 난 상처도 덩달아 같이 아파 났다. 원유희는 신음하며 허약한 목소리로 구원을 왜 쳤다.“나를 가두지 말고 나가게 해줘요…….”널판자를 때리는 소리는 크지 않지만, 경호원들이 듣기에 충분했다.“무슨 소리야?”경호원이 발걸음을 멈추었다.노파는 간사하게 눈알을 굴리며 말했다.“아, 알겠어. 우리 집 개군요. 어디서 나무를 패는지 모르겠어요. 괜찮아요.”경호원은 다시 자세히 들었지만 결국 듣지 못하여 몸을 돌려 다음 집으로 갔다.원유희는 자신의 목을 잡으며 쉰 목소리로 소리쳤다.“나를 내보내…. 살려줘…. 너무 괴로워……”노파의 눈동자가 장작더미 쪽으로 돌아섰다.“이 계집애가 깼어!”“아직도 얌전하지 않네. 이따가 혼내줘!”노인이 말했다.“우리 집 복돌이를 상하게 한 것 좀 봐. 손자를 낳아주지 않으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노파는 아들을 아까워하며 이상한지 물었다.“이 계집애가 어떤 사람이기에 이렇게 많은 남자가 찾아다니지?”“그녀가 어떤 사람이든 우리 집에 오면 오 씨 댁의 며느리야.” 노인이 말했다.‘무식한 자는 두려움이 없다'라는 말이 바로 이러
“바보 아들아, 모처럼 여자 하나를 얻었고 이렇게 예쁘게 생겼는데 이번에 놓치면 다음 여자는 언제까지 기다려야 해? 해열하는 데는 돈 몇 푼이 안 드니 이제 네 아비가 해열제 몇 알 만 사 오면 돼.”노파가 말했다.노인은 원유희를 가리키며 말했다.“돈을 썼는데도 내 손자를 낳지 않으면 때려죽일 테야!”노인은 이내 해열제를 사서 노파의 손에 던져주고는 침을 뱉었다.“돈이 몇 푼 들었어!”“됐어요, 그만 해요.”노파는 물을 들고 장작 방으로 들어가서 해열제를 원유희의 입에 넣고는 물을 먹였다.원유희는 해열제를 먹고 물을 마셨더니 목이 많이 좋아졌다. 맑디맑은 눈동자가 힘없이 돌아갔으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원유희는 노파가 아직 가지 않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얘야, 우리가 너에게 잘해 주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야. 네가 말을 잘 듣고 우리에게 손자를 낳아주기만 하면 우리 가족은 모두 너에게 잘해 줄 것이야.”말 들어……. 원유희는 왜 모든 사람이 그녀에게 말을 들으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김신걸도 이 노파도 모두 그녀에게 말을 들으라고 한다.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여길 떠나고 싶지? 아이만 낳으면 보내줄게. 어때?”노파는 전략을 바꾸기 시작했고 목소리도 부드러워졌다.그러나 원유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아이를 낳는 대가로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해도 그녀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차라리 죽을지언정 이런 모욕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오늘부터 복돌이를 낚시하러 보내 매일 어탕도 끓여주고 삼계탕도 해줄게. 우리 집에서 키우는 닭이라 다른 곳에서는 먹을 수 없어. 평소에 우리 집에 특별한 날이 되어야 삼계탕을 끓이는데 이번에 내가 해줄게. 봐, 내가 얼마나 잘해 주나!”노파가 말했다.원유희의 눈은 보이지 않지만 여전히 냉담했다.“단념해. 나는 너희들에게 아이를 낳을 수 없어. 더 강요하면 자결할 방법을 찾을 거야.”노파는 좋은 말을 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화가 나서 툴툴거
윤설은 사무실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문이 열리고 김신걸이 들어오자 바로 일어났다.“신걸 씨, 돌아왔어?"김신걸은 온통 음흉하고 저조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그는 앞으로 나아가 거칠게 물었다.“너는 그녀에게 무슨 말을 했니?”윤설은 겁에 질려 두려움을 억누르고 있었다. 김신걸은 여태껏 그녀의 앞에서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사람을 죽일것 같았다.“신걸 씨, 조급해하지 마. 유희는 틀림없이 아무일도 없을 거야. 그날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엄마가 살해된 동네에 가보았는데 거기서 유희를 만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 유희가 있으니 그의 방에 들어가서 베란다로 가서 한참을 울었고 유희가 위로해 줘었어. 다만 나중에……. 유희가 나와 당신의 옛일을 물어보기에 내가 사실대로 당신이 유희와 결혼한 것은 아이 때문이라고 말했는데 유희가 믿지 않아. 내가 끌어당겼는데 그녀에게 밀려서 똑바로 서 있지 못하고 오히려 탁자에 부딪혔어. 봐, 아직도 상처가…….”윤설은 머리카락을 들어서 그에게 보여 주었다.그곳에는 투명한 반창고가 붙어있었다.“단지 사실대로 말한 거야. 그 여자를 사랑해서 결혼한 건 아니잖아. 핑계를 대려고 해도 적합한 것이 떠오르지 않았어…….”윤설에게는 고충이 있었다.김신걸은 얼굴 윤곽이 팽팽해지며 근육경련을 일으켰다.가슴이 답답하게 터질 것 같았다.“내가 정말 무슨 말을 했다면 당신에게 달려왔을까? 나도 유희가 가출한 것을 알고 잘못했음을 깨닫고 진실을 말했어. 신걸 씨, 걱정하지마, 유희가 복이 많은 사람이니 틀림없이 괜찮을 거야.”윤설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며 김신걸의 손을 잡았다.“신걸 씨, 내 생각에 유희는 분명히 내가 다친 것을 보고 놀라서 가출한 것이니 돌아오면 내가 탓하지 않는다고 전해줘…….”“윤설! 내가 다른 걸 알게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말을 마친 김신걸은 냉혹하게 몸을 돌려 윤설의 사무실을 떠났다.윤설의 얼굴에는 부드러움이 없는 채 쓸쓸히 그곳에 서 있었다.원유희를 위해 나를 이렇게 대하다니
마침내 억지로 잠들었다.얼마나 잤을까 싶어 깨어나 보니 삼둥이는 아직 깨어나지 않았고 시간도 한 시간 남짓 지났을 뿐이었다.김신걸은 즉시 침대 머리맡에 있는 휴대폰을 가지러 갔는데 아무런 전화도 오지 않았다.그는 침실을 나와 진선우에게 전화를 걸었다.“대표님, 여전히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진선우가 대답했다.김신걸이 휴대폰을 쥔 손에 힘을 주자 손등의 핏줄은 툭툭 튀어나와 거의 휴대전화를 부숴버릴 뻔했다.“이 제성를 석 자나 파서라도 그녀를 찾아야 해!”“네, 대표님…….”김신걸의 바짓가랑이가 가볍게 잡아당겨 졌다.고개를 돌리자 인형을 안고 있는 유담이 그의 뒤에서 울상을 짓고 있었다.“아빠, 엄마가 없어졌어요?”김신걸은 휴대폰을 팽개치고는 딸을 안았다.“아니야. 잇다가 아빠가 엄마를 보러 갔다가 데리고 올게. 아빠가 언제 거짓말을 했어.”“진짜?”유담은 곰곰이 생각했다.“당연하지. 왜 깼어? 잘 잤어?”김신걸은 유담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더 잘래?” 김신걸이 물었다.“잠이 안 와요.”김신걸은 유담을 안고서 침실에서 쿨쿨 자는 조한과 상우를 보았다. 그는 딸을 데리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유담은 테이블에 앉아 간식을 먹고 있었다. 김신걸은 유담의 옷에 떨어진 간식 부스러기를 털어주며 옆에 있는 우유를 건네주었다.“체하지 않게 마셔.”유담은 움직이지 않고 두 눈으로 아빠를 뚫어지라 쳐다보았다.“왜?”“아빠, 꿈에 엄마를 봤어요…….”김신걸은 애써 표정을 유지했다.“무슨 꿈을 꿨어?”“엄마가 울고 있었어요. 너무 슬프게 울어서 내가 깼어요…….”유담은 불쌍한 엄마를 생각하며 눈물이 핑 돌았다.우유컵을 든 김신걸은 손은 걷잡을 수 없이 떨리며 그 자리에 굳어 있었다.“음…….”원유희는 괴로운 듯 끙끙 소리를 내며 깨어났다. 그는 자신의 이마를 만져보니 뜨겁지 않았지만 몸은 여전히 허약하고 힘이 없었다.풀더미 위에 누워 발이 쇠사슬에 묶여 있으니 볼 것도 없이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비참한지 알고 있었다
원유희는 원래 상처가 아직 다 낫지 않은 데다 또 채찍에 맞아 상처가 화끈거리고 아팠다.그녀는 놀랐다.채찍에 맞는 게 얼마나 아픈지 알았다.‘대답하지 않으면 계속 맞아야 하고 애를 낳지 않으면 정말 여기서 맞아 죽어야 하는 건가?’“말하라고. 너 벙어리냐?”노파는 하늘을 찌르는 듯한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너무 격동돼 그의 침은 원유희의 얼굴에 다 튀었다.원유희는 고개를 돌려 울렁거리는 속을 겨우 참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만약 내가…… 내가 아이를 낳는다면, 앞으로…… 나한테 잘해줄 거야?”노인과 노파는 눈을 마주치고 생각했다.‘성공했다!’노인이 채찍을 거두자 노태의 표정이 바뀌었다.“꼭 너한테 잘해 줄 거야. 우리에게 아이를 낳아주면 넌 우리의 며느리야. 우리는 한 가족이고!”“당신들…… 날 속이면 안 돼.”원유희가 말했다.“속이긴 누가 속인다 그래? 실은 전에도 여자를 구매해 왔었어. 하지만 처음엔 말도 듣지 않고 이 산에 있고 싶지 않아서 계속 도망가려고 했는데, 결국에는 다 받아들였지.”노태가 말했다.원유희는 생각했다.‘여기 남아있는 여자들은 분명히 어쩔 수 없어서 그런 걸 거야.’‘혹은 아이를 낳아 아이 때문에 가지 않거나.’노태는 열정적으로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생각이 바뀌었으니 됐어. 여자는 결국 시집가서 아이를 낳게 돼 있어. 그렇지?”원유희는 손에서 전해오는 혐오감을 참고 그 자리에서 그녀를 뿌리치지 않았다.“하지만 내가 지금 온몸에 힘이 없어 일어날 수가 없어. 내 몸이 좀 회복 된 후에 아이를 가져도 될까?”“당연히 되지. 네가 아이만 낳아준다면 다른 것은 문제가 아니야.”노태는 이미 그녀를 며느리로 여기기 시작했다.“그럼 이건…….”원유희는 발에 있는 쇠사슬을 걷어차며 말했다.“풀어줄 수 있을까?”“이건…….”노태는 머뭇거리며 옆에 있는 노인을 쳐다보았다.“나는 눈이 보이지 않아서 도망가고 싶어도 도망갈 수 없어.”원유희는 그들의 망설임을 느낀 듯 말했다.노인과 노태도 그
“우리 아버지가 여자한테 너무 잘해주지 말랬어. 코를 내주면 얼굴로 기어 올라온다고.”복돌이 계속 말했다.“말을 듣지 않으면 한 대 때리면 된다고 아버지가 그러셨어.”원유희는 숨을 죽이고 생각했다.‘정말 무서운 관념이다.’그녀는 이 괴상한 곳을 떠나겠다고 더욱더 굳게 결심했다.“내가 말을 잘 들을게. 내 몸이 회복되면 널 위해 아들도 낳아줄 거야.”원유희가 말했다.“좋아!”복돌이는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여긴 내가 처음에 묵던 방이 아닌 것 같은데, 그 방은 옆방이야?”원유희가 물었다.“그 방은 맞은편이야. 내가 거기서 너를 지키고 있으면 도망가지 못할 거야.”복돌이 말했다.“네 부모님은 저녁에 나가니? 난 혼자 집에 있으면 좀 무서운데.”원목희가 물었다.“우리 부모님은 저녁에 안나가. 낮에만 밭에 가서 뽕잎을 따고 누에를 먹이지.”“누에? 난 한 번도 누에를 본 적이 없는데.”“보고 싶어? 내가 데려가줄게.”“좋아.”두 사람이 일어서자 노파가 마침 들어왔다.“뭐 하러 가려는 거야?”“엄마, 우리 집에서 기르는 누에 보러 갈 거예요.”그러자 노파는 원유희를 쳐다보며 물었다.“넌 눈이 보이지 않잖아?”“참, 넌 눈이 안 보이지.”복돌이가 그제야 알야채고 말했다.“난 그냥 누에가 뽕잎 먹는 걸 느껴보고 싶어서. 비 오는 소리 같다고 하던데 정말이야?”그러자 모자는 세상 물정을 모르는 원유희를 데리고 누에아기를 보러 갔다.원유희는 길을 걸으면서 노선을 기억하고 있었다.‘반드시 도망갈 출구를 찾아야 해.’‘방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꺾어 발을 들어 문턱을 넘었고, 왼쪽으로 약 10여 걸음 걸어서 누에를 기르는 곳에 도착했다.’누에밑에 방금 두꺼운 뽕잎을 깔아줘서, 들어가자마자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원유희는 몸을 웅크리고 손을 앞으로 더듬었다. 하지만 뽕잎만 만져졌다.복돌이는 그녀를 비웃으며 말했다.“바보야, 누에는 밑에 있어!”노태는 두 사람이 사이좋게 잘 지내는 것을 보고 그들에게 정들 기회를 주기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