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가 들이닥친 순간 그림자 하나가 그녀를 덮쳐왔고 낙청연은 곧바로 약그릇을 든 채로 몸을 벌떡 일으키며 손에 든 해독 탕약을 지키려 했다.장미는 약그릇을 노리고 간 것이라 낙청연이 불쑥 몸을 일으킬 줄은 예상치 못했다.그래서 낙청연이 일어서는 순간 낙청연의 머리와 장미의 턱이 거세게 부딪쳤고, 낙청연은 체격이 있었기 때문에 서로 부딪쳐서 날아간 건 당연히도 장미였다.장미는 바닥에 풀썩 주저앉고는 입을 가렸는데 손이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손바닥을 펴보니 치아 두 개가 빠져나갔다.“이, 이런!”장미는 화난 얼굴로 낙청연을 손가락질했다. 혀를 씹는 바람에 피가 멈추지 않았고 말을 제대로 할 수조차 없었다.낙청연은 무덤덤한 얼굴로 장미를 훑어보더니 몸을 숙이고 계속해 지초에게 약을 먹였다. 눈물을 뚝뚝 떨구는 지초를 보니 가슴이 아팠다.“지초야, 얼른. 아파도 다 먹어야 한다.”장미가 왔으니 이제 곧 그 인간도 오겠지.낙청연은 그들과 싸우는 건 두렵지 않았지만 미처 먹지 못한 해독 탕약이 그들에 의해 쏟아질까 무서웠다.지초를 위해 해독하는 건 한시가 급한 일이었다.지초 역시 왕비가 자신을 위해 약을 달이는 게 쉽지 않은 일이란 걸 알았고 이로 인해 어쩌면 수많은 질타와 징벌을 받을지도 몰랐다. 게다가 약은 이미 다 달여진 상태였으니 먹지 않는다면 왕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일이었다.그렇기에 지초는 통증을 참아가면서 고개를 들어 마지막 남은 탕약을 전부 마셨다. 피와 탕약이 함께 섞여서 목구멍을 타고 내려갔다.바로 그때 불청객이 나타났다.“장미야, 왜 그러느냐?”낙월영은 들어오자마자 입 근처가 피범벅이 된 장미를 보았고 장미는 헐레벌떡 낙월영의 발치에 매달리며 분통을 터뜨렸다.“둘째 아씨… 제 치아가…”그러면서 낙청연을 손가락질하며 말했다.“왕비 마마께서 다짜고짜 제 뺨을 때리셨사옵니다! 둘째 아씨, 둘째 아씨께서 말씀 좀 해주세요.”낙월영이 막 입을 열려던 참에 낙청연이 몸을 일으키더니 날카로운 눈빛으로 장미를 쏘아보며 말했다.
낙월영은 예전의 낙청연이 소심하고 자신감이 없다는 점을 이용해 낙월영을 수도 없이 괴롭혔다.지금의 낙월영은 부진환이 감싸고 돌아서 더욱 기고만장해졌고 만약 지금 자신이 낙청연을 위해 반격을 가하지 않는다면 낙청연의 분풀이를 해줄 사람이 없었다.태어날 때부터 제사장의 제자라는 고귀한 신분을 타고났던 낙요는 단 한 번도 이런 취급을 당한 적이 없었고 예전의 낙청연처럼 그저 당하고 있을 생각도 없었다.낙월영은 잠시 낙청연을 노려보더니 이내 눈에 눈물을 머금고 화가 난 듯, 또 억울한 듯 자리를 떴다.—역시나,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낙월영에게 왕야를 찾으라 얘기했다.서방에 도착했을 때 낙월영은 부모님이라도 돌아가신 듯 의자에 앉아 서럽게 울고 있었고, 장미는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로 왕야에게 없는 소리를 하면서 고자질했다.“낙청연! 내가 뭐라고 경고했었는지 잊었느냐?”부진환의 미간에는 노여움이 가득했다.그는 낙청연에게 다시는 낙월영을 괴롭히지 말라고 한 적이 있었다.낙청연은 억울했다. 본인이 먼저 나서 낙월영을 건드린 것도 아니거니와 낙월영을 괴롭히려고 한 적도 없었다. 오히려 낙월영이 자신을 찾으러 온 것이었는데 부진환은 그것마저 그녀의 탓이라고 했다.하지만 낙청연은 해명하지 않았고 해명할 마음도 없었다.분노 가득한 그의 눈동자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아무리 설명한다고 해도 부진환은 낙월영의 말을 믿을 것이다.“네가 이렇게 악랄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사람의 목숨을 우습게 여기고 너를 위해 시약하게 하다니!”부진환은 최대한 자신의 화를 억누르려 했다. 그는 자신이 왜 이토록 화가 나는지 알지 못했고 자신의 감정을 완전히 제어할 수가 없었다.낙청연은 그의 말에 싸늘하게 대꾸했다.“전 다른 사람의 목숨을 우습게 여긴 적도, 저를 위해 시약하게 한 적도 없습니다.”“여기 증거가 떡하니 있는데 변명하는 것이냐?”부진환은 종이 한 장을 책상 위에 내려놓고는 그것을 힘껏 내리치며 말했고, 낙청연은 가까이 가서 그 종이를 확인해봤다.
“왕… 백… 중… 왕…”지초는 무척 진지한 얼굴로 읽고 있었으나 주위 사람들 중 그녀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부진환은 지초가 그 위에 적힌 글들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을 보아낼 수 있었다.낙월영은 조금 뒤늦게 반응했다. 그녀는 지초가 말조차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독에 당했다고 생각했고 장미의 지독함에 놀라고 있었다.부진환은 미간을 좁히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지초야, 내가 물으마. 네가 이 종이에 서명한 것은 무엇 때문이냐?”지초는 솔직하게 대답했다.“시약을 하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기에 여기에 서명해야만 시약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것이 규칙이라고 하더군요.”부진환의 얼굴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규칙? 누가 정한 규칙이란 말인가?“누가 너에게 여기에 서명하라고 시킨 것이냐?”“약각의 서향향이 시킨 일입니다.”지초는 겁에 질린 얼굴로 대답했다.“왕비 마마께서 다치셔서 혈기를 보할 약초가 필요해 가지러 왔는데 서향향이 시약을 하지 않으면 약초를 주지 않을 것이라 했습니다.”그 말에 부진환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고 낙월영은 그제야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지초는 아예 글을 읽을 줄 몰랐고 이 종이에 서명한다고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이 종이는 낙청연을 해치기 위한 것이었고 그 사실은 지초의 두 마디에 증명되었다.장미는 생각보다 더 멍청한 사람이었다.바로 그때, 밖에서 계집종 춘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왕야! 노비 춘월, 왕야를 뵙고 싶습니다. 왕야께 보고드려야 할 아주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들어오거라.”부진환이 분부했고 춘월은 들어오자마자 바닥에 풀썩 무릎을 꿇으면서 말했다.“왕야, 노비 춘월이 증명할 수 있습니다! 서향향이 지초를 속여 시약하게 만든 것입니다. 그리고 서향향과 다른 이들이 시약하는 돈을 아꼈으니 어떻게 은자를 나눌 것이라 작당하는 것도 제 귀로 직접 들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벽운도 들었고 저희 모두 증명할 수 있습니다.”증인이 있을 줄은 몰랐던 낙청연은 살짝
소유가 다급히 들어와 부진환을 부축했다.“왕야, 왜 그러십니까?”부진환은 의자에 앉았다. 가슴께는 불에 타는 듯했고 머리도 깨질 듯이 아팠다.“고 신의를 불러라.”소서는 급히 고 신의를 모셔서 왔고 고 신의는 맥을 짚고는 부진환의 혓바닥과 눈을 관찰하면서 속으로 깜짝 놀랐다. 부진환은 줄곧 건강한 편이었는데 현재 그는 여기저기 허점이 가득한 상태였다.“고 신의, 왕야의 몸은 어떻습니까?”소유가 물었다.“아, 큰 문제는 없습니다. 그저 몸에 열이 많이 쌓였고 일이 많아 과로하신 것 같습니다. 한 달 동안 약을 복용하면서 몸조리하시면 괜찮아질 것입니다.”고 신의가 답했다.“그럼 제가 고 신의와 함께 약을 가지러 가겠습니다.”소유가 고 신의를 바래다줬다.몸을 돌리는 순간, 고 신의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떠올랐다.약 반 시진 뒤 소유가 약을 들고 돌아왔고 약을 먹으니 두통이 많이 나아졌다.“왕야께서는 당분간 왕부의 일에 크게 신경 쓰지 마세요. 내원의 일은 등 관사가 해결할 것이고 다른 일들은 제가 맡겠습니다. 왕야께서는 몸조리에만 신경 쓰세요.”소유는 최근 일어난 일들 때문에 부진환이 수차례 화를 내다보니 화병이 난 것이라 여겼다.부진환은 이마를 문지르면서 미간을 좁혔다.“왠지 모르게 낙월영이 우는 모습을 보면 화가 나게 돼.”소유는 깜짝 놀라면서 말했다.“설마 진짜 낙월영을 좋아하는 겁니까?”“그건 아닐 거다. 하지만… 나도 그게 어떤 감각인지는 묘사하기 어려워.”부진환은 은근히 걱정됐다.그는 자신에게 감정을 허락한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감정이 생기면 약점도 생기는 법이었고 그는 약점이 있으면 안 됐다.하지만 매번 낙월영이 우는 모습을 보면 자기도 모르게 화를 내게 됐고 낙청연을 엄벌하고 싶었다.하지만 그는 분명 낙청연에게 잘못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감정과 이성이 그를 번갈아 가면서 공격했고 그 바람에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소유는 표정이 심각했다. 왕야는 감정 면에서 경험이 없었고 어쩌면 진짜 낙월영을 좋
지초는 해독했고 간신히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약각의 서향향과 몇몇 계집종들은 왕부에서 내쫓겼고 등 어멈은 때마침 약각 일을 맡았던 춘월을 발탁함으로써 이번 일에서 증언해준 고마움을 표했다.등 어멈은 낙청연의 처방대로 약재를 가져왔고 낙청연은 줄곧 약재를 분말로 갈고 있었다.“왕비 마마, 서향향은 이런 일을 벌일 정도로 간이 큰 사람은 아닙니다. 게다가 지금은 제가 관사인데 서향향이 이렇게 막 나올 리가 없습니다.”등 어멈은 시종일관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낙청연은 웃으면서 말했다.“서향향은 당연히 못 그러지. 내가 지초에게 자세히 물어보니 장미가 그 애를 부추겼다고 하더구나.”“그럼 서향향은 무엇 때문에 장미를 일러바치지 않은 것입니까?”등 어멈은 깜짝 놀라면서 물었다.“간단하지. 장미의 뒤에 또 다른 사람이 있거나 서향향에게 입막음 값으로 돈을 두둑이 챙겨줬다거나, 또는 서향향이 위협을 당해서 감히 고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지.”낙청연은 이 모든 것이 낙월영과 상관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낙청연이 잘되는 꼴은 죽어도 보지 못하고, 낙청연이 죽었으면 하는 사람은 낙월영뿐이었기 때문이다.“그렇군요! 그럼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실 생각이십니까?”등 어멈은 지초가 처참히 당했던 모습을 떠올리면 가슴이 아팠다.“그냥 넘어가다니? 내 평생 그냥 넘어간다는 건 존재하지 않는 일이다.”낙청연의 눈동자에 언뜻 살기가 스쳐 지나갔고 등 어멈은 깜짝 놀랐다.낙청연은 온종일 약재를 갈고 있었는데 일부는 지초에게 줄 것이고 일부는 자신의 얼굴 외상을 치료하기 위해서 준비한 것이었다.그리고 남은 부분은 독이 들어있는 피와 함께 조합되어 환약으로 만들어졌다.“왕비 마마, 이것은…”등 어멈이 물었다.낙청연은 환약을 약상자 안에 넣고는 입꼬리를 끌어올렸다.“고 신의가 낙월영에게 상처를 치료하는 환약을 주지 않았더냐? 이것 또한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환약이다. 게다가 냄새도 효능도 고 신의가 준 것과 똑같지.”등 어멈은 놀란 얼굴로 물었다.“왕비 마
낙청연의 뒤를 쫓던 낙월영은 떨어진 약상자를 보았다. 그것은 고 신의가 외상을 치료하는 데 쓰라며 준 약이었고 전부 비싼 약초들만 쓰였다. 낙월영은 그 환약을 먹어 얼굴에 흉터가 남지 않게 할 생각이었다.“어찌 제 약을 훔치십니까?”낙월영은 낙청연이 자신의 환약을 훔쳐 미천한 노비인 지초에게 주려 한다고 생각했다.빌어먹을! 내 물건을 감히 노비에게 주려 하다니?낙청연은 낙월영이 자신의 수를 꿰뚫어 보자 더욱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다급히 약상자를 들고 앞으로 달려갔고, 낙월영은 이를 악물고 그녀를 뒤쫓았다.“멈추세요!”낙청연은 도둑처럼 황급하게 도망갔지만 곧 힘이 빠지고 숨이 차올랐다. 낙월영도 포기하지 않고 그녀를 뒤쫓아 두 사람은 화원에까지 도착하게 됐다.낙청연은 하마터면 자빠질 뻔하면서 지초의 앞에 당도했다. 그녀는 부랴부랴 약상자를 열면서 조급한 어조로 말했다.“빨리, 빨리 이 약을 먹거라. 지초야!”지초는 환약을 받고서는 입을 열어 재빨리 그것을 삼키려 했으나 부리나케 달려온 낙월영이 지초의 뺨을 내리쳤고 그 바람에 지초가 손에 들고 있던 환약이 저 멀리 날아갔다.바닥에서 나뒹구는 환약을 보고 낙청연은 그것을 잡으려 몸을 날렸지만 낙월영이 잽싸게 환약을 주워 한입에 삼켰다.“망할, 제 물건을 감히 노비 따위에게 주려 하신 겁니까?”환약을 삼킨 낙월영은 턱을 쳐들면서 의기양양하게 말했다.낙청연은 그녀가 환약을 삼키는 것을 보았지만 전혀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느긋하게 옷매무새를 정리하더니 싸늘한 눈빛으로 낙월영을 보면서 말했다.“낙월영, 너 혹시 어디 아픈 것이냐?”낙청연은 소매 안에서 색이 선명한 월계화를 꺼내더니 넘어져서 망가진 꽃잎을 뜯어내며 여유롭게 말했다.“네 정원에 가서 꽃 한 송이 꺾은 것뿐인데 이렇게 끈질기게 쫓아올 필요가 있었느냐? 게다가 내 계집종의 약까지 빼앗아 먹다니, 낙씨 가문의 둘째 아씨가 언제 이렇게 초라해진 것이냐?”낙월영은 그 자리에서 몸이 굳었다.낙청연이 들고 있는 월계화를 바라보며 낙청연은
화원에 있던 등 어멈은 넋을 놓았다. 왕비가 말한 방법이란 낙월영이 직접 약을 빼앗아서 먹게 하는 것이었다.낙월영의 상처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그것은 왕비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낙월영은 사람이 가득한 곳에서 낙청연의 것을 빼앗아 먹었기 때문이다.자신이 몹시 어려울 거라 생각했던 일을 왕비는 손쉽게 해결했고 낙월영을 골탕 먹이기까지 했다. 목적을 이루었을 뿐만 아니라 화풀이도 했으니 속이 후련했다.등 어멈은 왕비를 더욱더 존경하게 됐다. 이곳이 얘기를 나누기 껄끄러운 곳만 아니었다면 그녀는 왕비를 입이 마를 정도로 칭찬했을 것이다.화원 밖의 복도에서 부운주는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고 그의 옆에 있던 서동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저는 왕비 마마께서 둘째 아씨께 쫓기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왕비 마마께서 둘째 아씨를 골탕 먹이신 거군요.”부운주의 평온하던 눈동자에 파문이 일었고 무언가 그의 눈동자를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왕비의 목적은 둘째 아씨를 골탕 먹이는 게 아닐 것이다.” “남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적녀가 이렇게 많이 변할 줄은 생각지도 못한 일입니다.”너무 많이 변해서 사람을 홀릴 정도였다.“왕비 마마, 둘째 아씨께서 왕야에게 고자질하는 것은 아니겠지요?”지초는 걱정스레 물었고 낙청연은 웃는 얼굴로 과일을 먹으며 대꾸했다.“그렇게 창피한 일을 당했는데 고자질할 수 있겠느냐? 아마도 지금쯤 방에 숨어서 울고 있을 것이다.”그녀의 머릿속에 어쩐지 부진환의 얼굴이 떠올랐다.그날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하던 모습과 살기를 품은 눈빛을 생각하면 어딘가 이상했다.하지만 그녀도 눈으로 보기만 했을 뿐 맥을 짚어본 건 아니기에 알 수 없었다.낙청연은 이런 걸 쓸데없이 걱정하고 싶지 않았다. 부진환이 그녀의 호의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갑자기 등 뒤에서 온화하고 웃음기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렇지요. 오늘 둘째 아씨는 큰 망신을 당했습니다. 궁중연회가 열린 날 밤에 있었던 일의 화풀이를 한 셈
낙청연은 무의식적으로 대답했다.“덕망이 높으시고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분이시니 선물의 값어치를 따지시지는 않겠지요. 그렇다면 중요한 건 마음입니다. 낙태부께서 기뻐하시길 원하신다면 그분께서 좋아하긴 하지만 아직 갖지 못한 것을 드리면 되지요.”낙청연은 생신 잔치에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중이었다.어쩌면 출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일지도 몰랐다.현재 낙청연은 모든 기대를 부진환에게 걸 수 없었다.그 순간 저 멀리서 욕지거리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보니 낙월영이 한 여인과 함께 걸어오고 있었다.“두꺼비가 자기 주제도 모르고 높은 가지에 앉으려고 하는 걸 보니 참으로 어이가 없군요. 월영 낭자는 성정이 유약하여 괴롭힘을 당한 것입니다. 저였으면 그 두꺼비의 껍질을 벗겨서 기름에 튀겼을 것입니다.”“높은 가지에 앉았다고 해도 두꺼비가 아니겠습니까? 기껏해야 날개 두 짝이 생긴 두꺼비일 뿐, 그런다고 해서 봉황이 될 수는 없지요.”그들은 얘기를 나누면서 화원 안으로 들어왔다.귀엽고 활기 넘치는 분홍색 치마를 입은 여인은 비아냥거리면서 경멸하는 눈빛으로 낙청연을 바라봤다.그들은 분명 낙청연을 욕하고 있는 것이었다.그 여인은 무척 익숙했는데 그녀를 보는 순간 낙청연은 저도 모르게 마음속에서 두려움이 샘솟았다.아마도 몸의 원래 주인이 그녀를 굉장히 무서워한 듯했다.“왜 그렇게 보십니까? 그 더러운 눈깔로 보지 마시지요. 징그럽습니다.”분홍색 치마를 입은 여인은 낙청연을 흘겨보며 말했다.그러고는 낙월영과 함께 자리에 앉더니 계속해서 낙청연을 비꼬았다.“정말 얼마나 낯짝이 두꺼우면 저럴 수 있는 것입니까? 저도 저런 사람을 본 적이 있지요. 억지를 부려 혼인해놓고 시동생과 시시덕거리더군요. 저런 인간은 돼지우리에 처넣어야 하는데 말입니다.”그 말은 분명 낙청연을 욕하고 있는 것이었다.부운주 또한 그 얘기를 듣고 안색이 나빠졌다. 그는 그들을 말리려 입을 열려고 했는데 돌연 사레가 들려서 큰 소리로 기침하기 시작했다.“켁켁…”
“그는 감금되었다. 우리는 그를 구할 수 없다. 그를 구할 유일한 방법은 바로 너의 몸과 나의 힘을 합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기회가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는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입니까?”묵계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나와 하나가 될 수 있느냐? 그를 구할 수도 있고 그와 같은 수명을 가질 수도 있다.”“두 사람은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다.”“하지만 대가로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할 수 있느냐?”송천초는 미간을 찌푸리고 사색에 잠겨 대답하지 않았다.묵계가 말을 이었다.“이곳은 동하국이다. 그들이 설치한 함정에 나는 들어갈 수 없고 평범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네가 들어가도 그를 구할 수 있겠느냐?”“우리가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다! 잠시 힘을 합쳐 그를 구하고 다시 방법을 생각해 떨어지는 것이 어떠냐?”묵계가 한참 말을 한 뒤에야 송천초는 그녀의 말을 허락했다.“좋습니다. 허락하겠습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기쁠 따름이었다. 송천초가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은 몰랐다.만약 이 몸을 빼앗는다면 초경에게 청신요를 쓰지 않아도 된다.“좋다. 바로 자리를 옮겨서 시작하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고 묵계를 따라 복숭아나무가 무성한 곳으로 갔다.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복숭아나무였고 다른 것은 없었다.송천초는 묵계의 말에 따라 다리를 꼬고 앉았다.묵계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와 손바닥을 마주하고 있었다.“시작할 것이다. 조금 불편할 테니 참거라.”묵계는 말을 마치자마자 시작했다.송천초는 괴로워하며 눈살을 찌푸렸고 온몸의 기운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옆에 있던 복숭아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밀실에서 독을 없애려 애쓰고 있던 초경은 순간 송천초의 존재를 느꼈다.그는 번뜩 눈을 뜨고 송천초가 주위에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위험하다!초경은 마음이 초조했다. 그는 송천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독을 없애기도 전에 다급히 밀실 문을 부수고 뛰쳐나갔다.묵계의 혼이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그 여자는 분명 온몸이 흠뻑 젖었지만, 송천초를 향해 걸어오는 도중 옷과 머리카락이 말랐다.송천초는 위험을 감지하고 바로 사람을 부르려 했다.그녀가 있던 곳에 마침 암초가 있어 그 여자의 모습을 막았다. 옆에 바로 청주군의 막사가 있었는데 이렇게 대담하게 이곳으로 오다니!송천초가 사람을 부르려는 그때, 여자가 입을 열고 그녀를 저지했다.“나는 적의가 없다. 그저 너를 찾으러 왔다.”“저요?”송천초는 의아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송천초라 하느냐?”묵계는 그녀를 살펴보았다. 그녀가 본 기억 속의 그 여자와 똑같이 생겼다.“어떻게 아는 것입니까?”묵계가 웃으며 말했다.“나는 묵계라고 한다. 초경이 위험에 처해 있어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송천초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을 졸이며 저도 몰래 앞으로 한 걸음 걸어갔다.“무슨 일입니까?”“당신은 대체 무슨 사람입니까? 어찌 당신을 믿을 수 있습니까?”묵계 뒤에서 뱀 꼬리가 나타났다.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나는 그와 동족이다. 그가 너를 찾아오라 한 것이다.”“만약 그를 구하고 싶다면 오늘 밤 홀로 이곳에 오거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너를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가겠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물었다.“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동하국입니까?”“그곳 말고 더 있느냐?”“오직 너만이 그를 구할 수 있다.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거라. 초경의 목숨을 구하고 싶다면 내가 시킨 대로 하거라.”말을 마치고 묵계는 경계하며 막사를 힐긋 보고 몸을 돌려 바다로 사라졌다.송천초가 추궁하기도 전에 묵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가 무슨 사람인지 말한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종일 불안했던 것을 생각하면, 초경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병사가 상황을 보러 왔다.“방금 이쪽에서 인기척이 있길래 보러 왔습니다. 무슨 일 없는 것입니까?”송천초는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게 들리는 그 노랫소리는 그의 의식을 흐릿하게 했다. 그는 애써 소리를 막으려고 했지만, 자꾸 귀를 파고들었다.초경은 한참 몸부림치다가 결국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머리를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바닥에 쓰러졌다.묵계는 그 모습을 보고, 그제야 그에게 다가갔다.“너를 상대하기가 참 어렵구나. 하지만 나를 너무 얕본 것 같구나. 인어족의 청신요는 죽어가던 사람도 깨울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을 현혹해 행동을 조종할 수도 있다. 쉬이 사용하지 않던 방법인데 이렇게 너에게 쓰게 됐구나.”묵계는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웅크리고 앉아 손을 뻗어 초경의 얼굴을 스쳤다.“청신요로 너의 기억을 바꾸면 오늘부터 나의 명을 따르며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거부하지 말거라. 자칫 잘못하면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묵계는 웃으며 말을 마치고 손을 초경의 머리 위에 얹은 후 청신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맑은 소리가 주문처럼 초경의 귓가에 맴돌면서 바늘처럼 그의 머리를 파고들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묵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애먹였다.그녀는 의지력이 이렇게 강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묵계는 싸늘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버티고 있는지 봐야겠구나!”그녀의 손끝이 초경의 미간에 가볍게 닿자, 그녀는 실패의 원인을 찾았다.그의 기억 속에는 온통 다른 여자뿐이다.그것도 평범한 여자였다.청신요의 통제를 받지 않고 기억을 지우지도 못할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니.묵계는 내키지 않았다. 그 여자가 자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원인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고작 수십 년의 수명만 갖고 있어 결국 늙어 죽기에 그들과는 다르다.감정이라는 것을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의 육체가 다치지 않았다면 청신요를 쓰는 것도 애먹을 리 없었을 것이다.보아하니 이 방법으로는 그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그럼...묵계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묵계는 초경을 업고 돌아가 밀실에 가두었다.묵계는 그녀가 자리를 비웠을
묵계는 이 남자를 죽이기 아까웠다. 그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기나긴 수명을 갖고 있어 함께 수련할 수 있었다.이런 사람을 또 찾기 어려울 것이다.초경은 그 말을 듣고 조금 의아했다.“그럼, 너는 진정한 약사가 아니냐?”묵계가 콧방귀를 뀌었다.“물론이다. 그 여자는 이미 죽었다. 나의 몸을 망가트렸으니, 그녀가 바다로 들어간 기회를 틈타 그녀를 죽이고 몸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뱀의 기운은 무슨 수를 써도 사라지지 않았다.”“그동안 약사의 신분으로 동하국에서 지내며 바다에서 보물을 발견하여 일반인과 다른 힘을 얻었다고 그들을 속이고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찾게 했다.”“이로써 그들의 내전을 일으켜 영원히 평화로이 지내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나의 한을 풀었다!”초경은 그제야 이유를 깨달았다.“여국 바다에 있는 진도 네가 깬 것 같구나.”초경은 부진환에게서 여국과 동하국의 전쟁에 관해 많은 얘기를 전해 들었다.다들 대진이 깨지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동하국 사람은 여국 땅으로 침입할 수 없다.하지만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눈앞에 있는 이 괴물은 할 수 있었다.역시나 묵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물론 나다.”“내가 아니었다면 동하국 사람은 평생 여국 땅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초경이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복수를 하고 싶지만, 동하국 사람을 모두 죽이지 않았다. 살생을 저질러 화를 입고 싶지 않은 것이구나.”“그래서 대진을 파괴하고, 동하국 내전을 일으키고 그들을 선동하여 여국을 공격한 것이냐? 그들이 전쟁으로 죽게 만들려는 것이냐?”“아주 완벽한 계획이구나. 하지만 전쟁을 일으켰으니, 결국 운명의 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묵계가 만족스럽게 웃기 시작했다.“나의 계획을 알아차리다니 정말 똑똑하구나.”“그들이 싸우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대진이 사라졌다 해도 여국을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나와 상관없다.”“내가 화를 입는다 해도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말을 마치고
그는 이내 약사를 찾으러 갔다.그러나 도림을 벗어나기도 전에 초경은 앞에 길이 없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자리에 멈춰 서서 사방을 관찰하다 이곳이 미로라는 깨달았다. 그는 손바닥을 들었지만,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자세히 맡아보니, 바람 속에 복숭아 꽃향기와 옅은 약재의 향기가 섞여 있었다.독이 있다!뒤에서 여유로운 발소리와 묵계의 웃음 섞인 소리가 들려왔다.“왜 앞으로 가지 않습니까?”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다. 지금의 묵계는 무서운 표정이 조금도 없었고 오히려 득의양양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초경은 가슴이 떨려왔고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네가 바로 약사냐?”묵계가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먼 곳에서 나를 찾아왔는데, 약사라는 이름만 알고 계십니까? 제 이름도 모르는 것입니까?”“다들 저를 자릉약사라 부릅니다.”“이곳에 온 순간부터 알아차렸습니다. 비록 신분을 모르지만, 홀로 이곳에 온다는 건 분명 만만치 않은 상대겠지요. 그래서 도림에 손을 조금 썼습니다.”“도림에 들어선 후부터 이미 중독되었습니다. 이곳에 오래 있을수록 독은 더욱 세질 것입니다.”“그리고 이 독은 사족을 겨냥한 독입니다.”묵계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초경을 바라보았다.초경은 슬쩍 내공을 써봤지만, 사지가 무기력했다. 무언가가 갑자기 그의 경맥을 막은 것처럼 내공이 안정을 잃고 통제하기 어려웠다.그는 손을 움켜쥐고 불편함을 참으며 내색하지 않았다.“사족? 나를 무서워하지 않은 것이냐? 넌 대체 누구냐?”초경은 의아했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이상할 것 없이 평범한 사람 같았다.묵계가 가볍게 웃자, 뒤에 환영이 나타났고 그녀의 꼬리가 보였다.하지만 재빨리 사라져 버려서 초경은 뱀 꼬리인지 아닌지를 똑똑히 보지 못했다.“공자, 우린 같습니다. 저를 죽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주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습니다.”묵계는 흥미진진하게 초경을 훑어보았고 눈빛에는 탐욕의 빛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초경의 강한 수위를 탐내
정확한 위치를 얻고 초경은 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동하국 사람들은 무서울 것 없으니, 먼저 약사를 해결해야 한다!바람이 불어오자마자 초경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바로 도림으로 도착했다.그가 도림에 나타나자, 불어온 바람이 꽃잎을 떨어뜨렸다.초경은 걸음을 옮겨 앞에 있는 정원을 향해 걸어갔다.그는 왠지 모르게 이곳에서 익숙한 기운을 느꼈다.뱀의 기운이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정원을 살펴본 후 손을 들어 장풍으로 정원 문을 부쉈다.하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초경은 걸음을 옮기며 정원을 관찰하다 방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떠나려 했다.그 순간, 그의 시선은 벽에 걸려 있는 그림으로 향했다.뱀의 기운이다!그는 앞으로 걸어가 그림을 젖혔고 역시나 문 하나가 나타났다.그는 문을 열고 경계하며 안으로 들어갔다.구불구불한 형태의 아래로 향해 있는 계단으로 이루어진 암도였다.아래로 걸어가니 밀실이 보였다.그곳에는 뱀의 기운이 가득했다.구석진 곳에 바구니가 가득 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약사가 뱀을 잡아 약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그는 장풍으로 밀실 문을 열고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바로 상대를 죽이려 했다.하지만 상대에게 가까이 가자, 밧줄에 묶인 채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그를 보고 있는 여인을 발견했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제때 공격을 멈추었다.그가 내뿜은 살기가 여자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움직였다.그녀는 깜짝 놀라 가슴을 쓸어내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초경이 그녀를 한 번 훑어보았다.“너는 누구냐? 약사는 어디 있느냐?”그녀는 일반 백성 차림에 묶여 있었다. 그녀의 옷은 더러웠고 머리카락도 헝클어져 있어 이곳에 갇힌 듯했다.“전... 묵계라 합니다.”여자는 무서워하는 듯 말을 더듬었다.“너한테 관심 없다. 약사는 어디에 있느냐?”“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약사는 보통 이 시진에 바다에 있습니다.”묵계가 얌전히 답했다.답을 들은 초경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 했다.묵계는 깜짝 놀랐
“그럼, 동하국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늦추려는 것이오? 그 여인을 상대로 우리는 이길 수 있을지 모를 일이오.”부진환이 사색에 잠긴 그때, 갑자기 옆에 누군가 걸어와 당당하게 말했다.“얼마나 대단한지 내가 한 번 만나보겠소.”걸어온 사람은 초경과 송천초였다.“방금 말한 그 사람이 정말 보통 사람의 실력을 뛰어넘었다면 나밖에 상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오.”“불필요한 희생을 피하려면 나한테 지도를 주시오. 내가 만나보고 오겠소.”“그 여인을 해결한 후 다시 동하국을 공격해도 늦지 않았소.”그의 말을 듣고 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지도를 건네주었다.“좋소. 가서 상황을 알아보고 상대의 실력을 파악하시오.”“어찌 됐든 동하국의 땅이니, 무슨 위험이 있을지 모르오. 꼭 조심하시오.”초경은 지도를 건네받았다.“좋소. 지금 바로 출발하겠소.”초경은 지도를 품에 넣으며 몸을 돌려 송천초를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곧 돌아올 것이오.”송천초가 고개를 끄덕였다.“조심하십시오.”그리고 초경은 동하국으로 떠났다.그의 속도로 반나절도 걸리지 않아 바다에 있는 그 나라를 찾았다. 비교적 큰 섬을 찾으면 되는 일이니 어려운 것 없었다.바다에서 나타난 그를 보고 동하국 병사들은 깜짝 놀라 적의 기습이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다들 모여들어 해안가에 칼을 겨누었지만 가까이 온 사람이 초경 한 명인 것을 보고 외쳤다.“감히 이곳에 혼자 오다니!”“당장 생포하거라!”병사들이 그를 에워쌌지만, 초경이 소매를 휘두르자 다들 멀리 날아갔다.동하국 사람들은 깜짝 놀라 더 이상 그를 얕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초경의 상대가 아니었다.압도적인 초경의 힘 앞에서 그들은 조금도 반항할 힘이 없었다.그렇게 초경은 동하국 왕궁까지 쳐들어갔다.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자, 누군가 다급히 소리쳤다.“약사를 부르거라! 어서 약사를 부르거라!”기세등등하게 쳐들어온 적을 보고 동하국은 대량의 병사를 보내 그가 궁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려 헀다.동하국 왕은 이미
부소는 잠깐 멈칫했다.옥교는 슬픈 표정으로 눈물을 닦으며 방을 나섰다.부소는 미간을 찌푸리고 침대 위에 누워 있는 부원뢰를 보다 이불을 덮어 주고 방을 나갔다.방을 나가자마자 부소는 의원 일꾼에게 돈을 주며 술과 음식을 준비하라 했다.옥교는 이해하지 못했다.“어찌 정말...”부소는 난감한 듯 입을 열었다.“아마도 괜찮을 것이오.”“폐부를 다쳐 약으로 치료도 못 하는 상황에 어찌 기운이 가득한 말투로 말한다는 말이오?”“의원에게 물어야겠소.”옥교는 깜짝 놀라 그의 뒤를 따랐다.부소는 의원을 찾아 다시 물으려 했지만, 의원은 그의 눈빛을 피하며 핑계를 쓰고 그를 피하려 했다.그럴수록 부소는 의원을 보내지 않았다.결국 의원이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말했다.“아버님이 그렇게 말하라 협박했소. 내가 허락하지 않으면, 귀신을 풀어서 나를 잡아먹겠다고 했소.”“정말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했네.”“그는 내상을 입었지만 치명적이진 않아 약을 먹고 한 달 정도 조리하면 완쾌할 수 있소.”그 말을 듣고 옥교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눈물을 닦기도 전에 다급히 물었다.“정말입니까? 괜찮으신 겁니까?”의원이 고개를 끄덕였다.“사실이오!”“이번에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았네.”부소는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리고 화가 치밀어 오른 표정을 지었다.“이 늙은이가 감히 나를 놀리다니!”부소는 화가 치밀어 올라 뒷마당으로 걸어갔다. 옥교는 그가 부원뢰를 찾아가 싸울까 봐 얼른 그를 붙잡고 설득했다.“아버님을 푹 쉬게 하시오. 몸이 괜찮은 것도 좋은 일 아니오? 괜히 놀란 일이니, 걱정하지 마시오!”부소는 여전히 화가 났다.“누가 이렇게 자신을 저주하는 것이오?”비록 말은 그렇게 내뱉었지만 적어도 아버지가 살아 계시니, 부소도 마음이 조금 놓였다.“참, 동하국의 위치를 탐사한 대오의 사상자가 심각한 터라 돌보러 가겠소. 아버지를 잘 챙겨주시오.”옥교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소. 어서 가보시오. 아버님은 내가 돌보겠소.”-부소는 바로 막사로
부소는 깜짝 놀라 다급히 부원뢰를 업으려 했다.“아버지를 데리고 도성에 가서 의술이 더 뛰어난 의원을 찾겠습니다!”“분명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부원뢰는 부소의 손을 잡아당겼다.“콜록... 내 몸은 내가 잘 알고 있다. 난 시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사람은 결국 죽을 테니, 그렇게 걱정하지 말거라.”부원뢰는 힘없이 말하며 그를 위로하려 억지 미소를 지으며 부소의 손등을 두드렸다.“어떻게 이럴 수가...”부소는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부원뢰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나도 생각지 못했다.”“네가 장가를 가고 아이를 낳는 것도 보지 못했는데, 아쉬움을 품고 가야 할 것 같구나.”말을 마치고 그는 옆에서 눈시울을 붉히고 있는 옥교를 보며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가씨, 하나만 묻겠네. 부소가 마음에 드느냐?”옥교는 멈칫하다 저도 몰래 고개를 돌려 부소를 바라보았다.부원뢰가 말했다.“너에게 물은 것이니, 부소를 보지 말거라.”“내가 곧 죽는다고 해서 듣기 좋은 말로 위로하려 하지 말거라. 난 그저 사실을 듣고 싶을 뿐이다.”옥교는 조금 쑥스러웠지만 그래도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부원뢰는 그녀의 손을 잡고 품에서 피로 물든 옥팔찌 하나를 꺼내 꼼꼼히 닦은 후 옥교에게 건네주었다.“이 팔찌는 부소 어머니의 혼수다. 이번에 이곳으로 온 것도 부소 어머니의 임무를 받고 온 것이다. 네가 참 마음에 드는구나. 앞으로 두 사람이 함께 있든 아니든 이 팔찌를 받기를 바란다.”“내 소원을 들어준다고 생각하거라. 그렇지 않으면 죽어서도 부소 어머니의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것이 한이 될 것이다.”옥교는 그 말을 듣고 놀라기도 했고 난처하기도 했다.그녀는 부소의 마음도 모르는데 어떻게 며느리의 신분을 의미하는 받을 수 있겠는가.게다가 이 옥팔찌는 너무도 귀하다.부소도 그녀가 난처한 것을 알고 말했다.“그냥 받으시오.”옥교는 그제야 팔찌를 받았다.그녀는 나중에 부소에게 돌려주기로 생각했다. 그녀는 부소가 아버지의 아쉬움을 달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