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직접 죽였는데!“똑똑히 보았느냐? 고 신의가 확실하냐?” 낙청연은 다시 물었다.계집종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고 신의가 맞습니다. 확실합니다.”낙청연의 미간이 흔들렸다.고 신의? 웬 고 신의?고 신의는 이미 죽었는데!“그래, 알겠다.”낙청연은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설마 누군가 고 신의의 모습을 가장하여 왕부까지 찾아와 부운주를 죽이려 하는 것인가?엄내심의 일은 이미 끝났는데, 이때 부운주를 죽일 필요 있는가?생각하면 할수록 조급해졌다.낙청연은 빠른 걸음으로 남각으로 달려갔다.남각에 뛰어 들어가자, 정원에서 낙엽을 쓸고 있는 뒷모습을 보았다. 고 신의의 옷을 입고 있었으며, 체형도 고 신의와 다소 비슷했다.정말…… 고 신의인 것 같았다.“5황자? 5황자?” 낙청연은 몇 번 불렀다.바닥을 쓸고 있던 그 사람은 잠깐 멈칫했다.이때, 방안에서 부운주가 걸어 나왔다. 그 창백한 얼굴은 온통 공포로 가득했다. 그는 그녀를 향해 고개를 흔들었다.낙청연에게 다가가지 말라고 암시했다.부운주의 이 표정을 본 낙청연도 다소 긴장했다. 설마 고 신의의 시체가 돌아왔단 말인가?하지만 낙청연은 시체 기운을 느끼지 못했다.낙청연은 대담하게 앞으로 다가가, 그 사람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고 신의?”상대방은 빗자루를 내려놓고 천천히 돌아섰다.그 얼굴.낙청연은 순간 숨이 멎을 뻔했다.고 신의!똑같다!고 신의는 평소에 입던 옷을 입고 있었고, 다만 목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마치 상처가 있는 것 같았다.그러나 낙청연의 기억으론, 그녀가 고 신의를 죽일 때, 그의 목을 거의 잘라버린 것 같았다.낙청연의 심장은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눈앞의 이 사람을 똑바로 주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침반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이건 사악한 그런 물건이 절대 아니었다!한창 생각 중인데, 고 신의가 한줄기 미소를 띠더니, 공손하게 웃으며 말했다: “왕비, 무슨 일이 있습니까?”말하는 표정, 목소리, 모두 똑같았다
낙청연도 돌아서 나왔다.낙청연은 오늘 밤 남각에 한 번 더 다녀올 것이다. 그 사람이 도대체 귀신인지 사람인지 꼭 알아내고 말 테다!남각을 떠난 후.전원에서 마침 부진환을 만났다. 부진환은 고 신의가 돌아온 걸 알고 즉시 분부했다: “고 신의가 마침 잘 돌아왔구나. 어서 고 신의더러 낙월영의 상처를 치료하라고 해라.”사람인지 귀신인지도 모르는 고 신의더러 낙월영의 상처를 치료해라고?낙청연은 원래 고 신의가 문제가 있다고 말하려고 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필요 없는 것 같았다. 그녀는 낙월영의 생사를 신경 쓰지 않으니까!마침 이 고 신의가 정말 의술이 있는지 시험해볼 좋은 기회인 것 같기도 했다.그래서 계집종이 고 신의를 모셔 온 후, 낙청연도 함께 방 안으로 들어갔다.낙월영은 침상에 누워있었으며, 그녀는 몹시 허약했다. “언니, 왜 오셨습니까?”낙청연은 침상 옆에 기대고 서서, 고 신의 동작 하나하나를 가까이서 지켜보며 말했다: “너의 생사를 확인하러 왔다.”마침 부진환이 걸어 들어오자, 낙월영은 순간 감정이 격해져 기침하기 시작했다.부진환은 고개를 돌려 낙청연을 쳐다보았다. 그 눈빛은 그녀에게 주의를 주는 것 같았다.낙청연은 담담한 표정으로 그를 한번 쳐다보고는 눈길을 돌렸다.다시 고 신의의 동작을 주시했다.맥을 짚고, 상처를 검사하고, 낙월영에게 불편한 곳은 없는지 몸 상태를 물었다.곧이어 약 처방을 썼다.한치의 잘못된 곳이 없었다.고 신의는 약 처방을 부진환에게 건네면서 말했다: “둘째 소저의 상처는 심맥을 다치지 않았기 때문에, 목숨은 건졌습니다! 앞으로 침대에 누워 한 달 이상 안정을 취하고, 상처의 회복 상황을 지켜봐야 합니다.”“단기간은 이 처방대로 치료합니다.”부진환이 약 처방을 받으려 하는 순간, 낙청연이 먼저 가져가 버렸다.약 처방을 자세히 훑어봤지만, 처방도 문제없었다!다만 약을 아주 순하고 보수적으로 썼다. 하지만 낙월영의 상처에는 이건 확실히 가장 좋은 처방이었다. 이보다 더 적합한 건 없다!
서방에서, 부진환은 재채기하였다.코를 비비고 있는데, 마침 소유가 돌아왔다.“무슨 일이냐?”소유는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왕야, 왕비가 왕야가 보낸 약을 버렸습니다.”이 말을 들은 그 순간, 부진환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왕야?” 소유는 어리둥절했다. 왕야가 이렇게 긴장해 하는 모습은 처음 본다.“괜찮다. 먼저 물러가라.”소유는 서방에서 나갔다.부진환의 마음은 무거웠다. 속도를 좀 더 붙여 빨리 그 물건을 손에 넣어야 한다.부진환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낙월영의 문앞에 도착했다. 예전에 연기는 그에게 너무 수월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그가 계속 미루는 바람에, 아직도 그 물건을 손에 넣지 못했다.재삼 머뭇거린 후에, 그는 문을 두드리더니, 낙월영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낙청연은 야행옷(夜行衣)을 입고 슬그머니 남각으로 왔다.방안에 사람은 이미 깊은 잠에 빠진 듯했다.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낙청연은 정원으로 들어가 향을 피워, 향연이 방안까지 퍼지기를 기다렸다.낙청연은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가, 안에 있는 사람이 확실히 움직임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천천히 문 쪽으로 다가갔다.문틈으로 들여다보니, 침상 위의 사람은 확실히 깊이 잠들어 있었다.그녀는 바로 문을 열고 재빨리 방 안으로 들어갔다.고 신의 방은, 모든 것이 예전과 다름없이 깨끗했고, 물건의 배치도 모두 예전의 습관 그대로였다.고 신의가 정말 죽었다 다시 살아났다는 것을 낙청연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그녀는 침상으로 다가가 고 신의 목에 감긴 붕대를 조심스럽게 풀어 보았다.그녀는 꼭 보고야 말 테다. 이 사람이 정말 자신이 직접 죽인 고 신의가 맞는지!붕대는 조금씩 풀렸다.문밖에서 바람이 불어와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붕대를 풀자, 목에 봉합한 흔적이 드러났다. 낙청연의 안색이 확 바뀌더니, 등골이 오싹했다.그녀는 원래 이 봉합한 흔적이 얼마나 큰지 전부 풀어 보려고 했다.그러나 갑자
여기까지 들은 낙청연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화가 나서 이를 악물고, 돌아서 가버렸다.부진환의 수단이 독하다는 건 분명 알고 있었지만, 부진환이 자신을 이용했다는 말을 직접 들으니, 낙청연의 마음은 여전히 아팠다.주먹을 불끈 쥐고, 낙청연은 빠른 걸음으로 정원으로 돌아왔다.방안에서, 부진환과 낙월영은 아직도 낙청연이 왔다 간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부진환은 또 말했다: “월영, 본왕은 요즘 조사할 일이 있으니, 너의 그 향낭을 본왕에게 다시 한번 보여줄 수 있겠느냐?”낙월영은 잠깐 멍해 있더니, 곧 고개를 끄덕이며, 품속에서 그 향낭을 꺼내 손에 들고 한참 들여다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이것은 어머니의 유품입니다. 제가 제일 아끼는 보물입니다.”“하지만 왕야도 제가 제일 소중한 사람입니다.”“왕야가 원한다면, 제가 왕야께 선물하겠습니다.”말을 하더니, 낙월영은 그 향낭을 부진환에게 건넸다.부진환은 속으로 움찔했다. 그는 즉시 향낭을 받아 쥐었다.하지만 향낭을 손에 든 순간, 부진환은 속으로 흠칫 놀랐다.이 안의 물건은 이미 바꿔치기했다.예전에 향낭 안의 물건은 딱딱한 물건이었다.그러나 지금은, 만져보니 폭신폭신했다.이로부터 부진환은 더욱 확신했다. 이것은 자신의 모비와 관련된 물건이라는 것을! 그렇지 않으면, 낙월영이 계속 이렇게 숨겼을 리 없다. 또한 매번 그에게 살짝 보여주는 척만 했다.지금은 또 그 안의 물건을 바꿔치기까지 했다.어떻게 해서든, 그에게 주려고 하지 않는다!부진환은 향낭을 받으며 말했다: “본왕이 조사가 끝나면, 돌려주마!”낙월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었다.모두 아버지 덕분이다. 아버지는 이 향낭이 부진환에게 유용한 물건일 수 있으니, 이걸 가지고 있으면, 그의 마음도 계속 묶어 둘 수 있다고 가르쳐 주셨다.그래서, 이 물건이 설사 사악한 물건이라고 해도, 그녀는 흔쾌히 위험을 감수한다!“밤이 깊었으니, 어서 쉬거라!”부진환은 곧 일어나 자리를 떴다.서방에 돌아와, 그 향낭을 열어보니, 안에는
”제가 고 신의가 아니면 또 누구란 말입니까?”그 웃음, 그 어투, 고 신의와 똑같았다.고 신의의 말을 듣던 부운주는 온몸을 흠칫 떨었다: “만약 당신의 계획이 낙청연에게 들키면, 저의 계획대로 낙청연을 죽인다고 분명히 약속했잖습니까?”“한데 왜 당신은 오히려 저를 해쳤습니까? 당신과 이렇게 오랫동안 함께 했는데, 설마 당신이 낙청연과 알게 된 그 정도의 정분에도 못 미친다는 말입니까?”고 신의는 매서운 눈빛으로 부운주를 쳐다보며, 한 걸음 한 걸음 압박했고, 한마디 한마디 따졌다. 그의 어투는 온통 원망과 증오로 가득했다.부운주의 동공은 지진이 일었다. 그 순간 그는 등골이 오싹했다. 이렇게 자세하게 알고 있을 줄이야!아니다! 절대 그럴 리가 없다!부운주는 방안에서 도망쳐 나왔다.--깊은 밤, 낙청연이 방으로 돌아와 쉬려고 하던 찰나, 지초가 갑자기 황급히 달려와 고했다: “왕비, 5황자가 오셨습니다.”낙청연은 약간 멍해 있더니, 말했다: “늦었으니, 돌아가시라고 하여라.”지초는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5황자는…… 안 좋아 보였습니다.”“안 좋아 보여?” 낙청연은 일어나 정원을 나가자, 정원 밖에 안색이 창백한 부운주가 서 있었다.그의 두 눈은 온통 놀라서 두려워하는 기색이었다. 보아하니 뭔가에 놀란 듯한데다, 몸의 상처까지 겹쳐 얼굴 전체에 핏기가 전혀 없었다.“5황자, 무슨 일입니까?” 낙청연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부운주는 손바닥으로 담을 짚고, 힘없이 낙청연을 쳐다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그 사람은, 절대 고 신의가 아니다!”낙청연은 깜짝 놀라서 물었다: “왜입니까? 당신, 뭐하신 겁니까?”긴장한 부운주의 목소리는 벌벌 떨고 있었고, 두 눈은 온통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네가 떠나간 후에, 나도 가서 확인해 보았다.”“고 신의는 왜 미리 약속한 계획대로 진행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을 해쳤냐면서 나를 원망했다.”낙청연은 듣더니, 이 말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 같아서 말했다: “맞습니다. 그때 당신은 걸상으
“무슨 일인데 그리 황급한 것입니까?”지초는 상대를 문 입구에 붙잡아 두었다.계집종은 문 앞에 서서 방 안에 있는 낙청연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왕비 마마, 낙씨 가문 둘째 아씨께서 갑자기 피를 토하셨습니다. 증상이 아주 심각한데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왕비 마마, 제발 한 번 가서 봐주시옵소서!”낙청연은 차가워진 눈빛으로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사람을 잘못 찾은 건 아니더냐?”계집종은 애타게 빌었다.“고 신의도 왕야도 저택에 계시지 않아 제가 둘째 아씨를 돌보고 있었습니다. 혹시라도 둘째 아씨께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왕야께서는 저의 목을 칠 것입니다! 왕비 마마, 부디 저를 구해주시옵소서!”계집종은 초조한 얼굴로 끊임없이 바닥에 절을 했다.낙청연은 잠시 고민하다가 몸을 일으켰다.“가자. 내가 너와 함께 가보마.”“감사합니다, 왕비 마마! 감사합니다!”계집종은 머리가 피범벅이 된 채로 몸을 일으켜 다급히 길을 안내했다.방 안에 들어서니 침대 위에서 피를 토하고 있는 낙월영의 모습이 보였다. 옷과 이불이 전부 피로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낙월영은 날붙이에 당한 듯했는데 상처가 깊지는 않아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피를 토하는 심한 증상을 보이는 것일까?보고 있으니 정말 목숨이 위험해 보였다.낙청연은 낙월영의 손목을 들어 그녀의 맥을 짚었다.낙월영은 입가의 피를 닦으면서 낙청연을 노려보았다.“날 죽인다면 언니도 살 생각은 하지 마세요! 아버지께서 언니를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왕야께서도 언니를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낙월영은 다 쉰 목소리로 분통을 터뜨렸다.낙청연은 차가운 얼굴로 그녀를 힐끗 보고는 무시했다.낙월영의 맥을 짚어보니 목숨이 위태로운 상태였다. 독에 당한 듯했는데 그녀의 상처를 자극해 격렬히 피를 토하는 증상을 보이는 듯했다.조금 더 피를 토한다면 죽을 것이다.낙청연은 사실 낙월영이 죽어 모든 게 해결되길 바랐다. 그러나 낙월영이 진짜 죽는다면 부진환도, 고 신의도
“왕비 마마를 말리려고 해봤으나 싸움에서 이기지 못했습니다.”“그 뒤로 둘째 아씨께서 갑자기 피를 토하기 시작했습니다.”그 말에 낙청연의 눈빛이 암담해졌다.깜짝 놀란 지초는 숙청의 멱살을 잡으며 말했다.“조금 전 왕비 마마께 둘째 아씨를 구해달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왕비 마마와 원한을 진 것도 아닐 텐데 왜 거짓말을 해서 왕비 마마를 모함하려는 것입니까?”숙청은 무서운지 목을 움츠리면서 낮은 목소리로 훌쩍일 뿐 아무 대꾸 하지 않았다.고 신의는 낙청연을 보며 말했다.“왕비 마마, 더 하실 말씀 있으십니까?”낙청연은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면서 고 신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정말 당장이라도 날 죽이고 싶어 안달이 났군.”“이렇게 날 모함한다면 날 죽일 수 있을 것 같은가?”고 신의는 안색 하나 달라지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전 왕비 마마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왕비 마마, 일단은 이곳에서 나가시지요. 전 둘째 아씨를 위해 치료를 해야겠습니다.”부진환은 침상 위에 누운 낙월영을 힐끔 보았다. 온몸에 피가 가득한 참담한 모습이었다.“별일 없겠지?”고 신의는 정중한 태도로 대답했다.“왕야,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 목숨을 걸어서라도 반드시 둘째 아씨를 낫게 하겠습니다.”“그렇다면 자네한테 맡기겠네.”부진환은 고 신의라 마음이 놓였다.곧이어 부진환은 낙청연을 보더니 그녀를 일으켜 세워서 밖으로 나갔다.낙청연의 손목을 잡은 힘이 어마어마했다. 방 밖으로 끌려 나가자 낙청연은 힘껏 반항했다.“왕야, 이것 놓으십시오!”지초는 무척이나 두려워 그들을 따라 나왔다.“왕비 마마! 왕비 마마!”하지만 부진환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고 힘도 풀지 않고 그대로 낙청연을 끌고 떠났다.가는 길에 많은 하인이 그 모습을 보고 수군덕거렸다.“왕야께서는 왜 아직도 왕비 마마를 좋아하시지 않으시는 것이지? 예전에는 왕비 마마께서 못생겼지만 지금은 꽃도 부끄러워할 정도로 빼어난 미모를 갖추고 계신데
부진환은 미간을 잔뜩 구긴 채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고 신의가 진짜 고 신의인지 알아보거라.”소유는 잠깐 당황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요즘 따라 왕야의 명령이 점점 더 이상해졌다.그러나 그는 명령에 따랐다.낙청연은 방으로 돌아온 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싸늘한 표정으로 조용히 앉아있었다.지초는 낙청연이 화가 나 있는 줄 알고 위로했다.“왕비 마마, 왕야와 따지지 마세요. 왕야는 왕비 마마를 오해한 것뿐입니다.”낙청연은 정신을 차린 뒤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면서 지초를 보았다.“고 신의는 어떤 내력을 가지고 있는 걸까?”“설마 오직 왕야만이 그의 신분과 배경을 알고 있는 것이냐?”낙청연은 혼잣말을 이어갔다.“왕야의 서방에 고 신의의 과거 기록이 있겠지.”지초는 깜짝 놀랐다.“왕비 마마, 그러시면 아니 됩니다. 서방은 중요한 곳입니다. 그곳에서 물건을 훔치다가 왕야께 발각된다면 절대 쉽게 용서받지 못할 것입니다!”낙청연은 눈빛이 차가워졌다. 그녀는 반드시 이 일을 제대로 알아낼 셈이었다.그 뒤로 낙청연은 지초에게 서방을 예의주시하면서 시기를 찾으라고 했다.낙청연이 다시 낙월영에게 손을 쓸까 걱정됐는지 부진환은 집에서 대부분의 공무를 처리했고 밖에 나가지도 않았다.그날 지초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왕비 마마, 왕야께서 오시라고 합니다.”낙청연은 살짝 놀랐다.“왜 날 찾는 것이지?”“서방으로 가야 하는 것이냐?”지초는 고개를 끄덕였다.낙청연은 몸을 벌떡 일으키더니 소매 안에 향주머니를 넣었다.-서방에 도착해 보니 부진환이 의자에 느긋하게 기대어 앉아 무덤덤하게 냉기를 발산하고 있었다.“사람을 파견해 조사해 보았다. 고 신의는 문제없다고 하더구나.”낙청연이 미간을 구겼다.“문제가 없다고요?”부진환은 다소 무거운 어조로 서서히 입을 열었다.“네가 고 신의에게 불만이 많은 건 나도 알고 있다. 그의 의술이 충분히 고명하지 못해 네 병을 치료하지 못했으니 편견을 품어 그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