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운희는 원래 어머니의 방을 피해 가려고 했지만, 오늘 관저는 평소와 달리 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돌아다니는 하인조차 보이지 않았다.아주 기괴하게 조용했다.마침 어머니의 정원을 지나다가,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역시 쥐 죽은 듯 고요했다.그런데, 마침 문을 열고 나오는 서송원과 마주쳤다.“오라버니…… 당신……” 낙운희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어젯밤 일이 생각났다. 서송원이 그녀를 기절시킨 것 같았다.서송원은 약간 놀라 하더니, 바로 웃으며 물었다: “운희. 머리가 아직도 아프냐?”서송원은 걸어와 낙원희의 이마를 만졌다.낙운희는 경계 하며 뒷걸음쳤다. “어젯밤, 왜 저를 기절시켰습니까? 지금은 왜 또 어머니의 방에서 나오는 겁니까?”“관저의 사람들은요? 왜 이렇게 조용합니까?”낙운희는 몹시 곤혹스러웠다.서송원은 웃으며 말했다: “운희, 어머니께서 우리가 함께 있는 것에 동의하셨어. 기쁘냐?”낙운희는 듣더니, 몹시 놀라하며 물었다: “동의했다고요? 그럴 리가요!”어머니의 성격을, 낙운희는 알고도 남는다. 어떻게 그녀가 강호 사람과 함께 있는 것에 동의할 수 있는가?낙운희는 서송원 곁을 지나며 소리 질렸다: “어머니!”그러나 방 안에는, 대답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낙운희가 문을 열려고 하는 순간, 서송원은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더니 말했다: “운희, 네가 이 문을 열면, 어떤 일은, 다시는 돌이킬 수 없게 될 것이다!”“무슨 뜻입니까?” 낙운희는 놀란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오라버니, 무슨 짓을 한 겁니까? 어젯밤, 제가 관부에 가서 진술을 바꿀까 봐 일부러 저를 기절시킨 겁니까?”“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겁니까?”낙운희는 오늘 서송원이 너무 이상했다. 너무 낯설어서 그녀를 불안하게 했다.서송원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말했다: “너 기억이, 역시 돌아왔구나!”“그럼 미안하게 됐다. 운희야.”다시 낙운희를 쳐다보는 서송원의 눈빛은 더없이 차가웠다.“오라버니……” 낙운희는 순간 굳어버렸다. 그녀의 두 눈은 공포로 가득했다.
낙용의 가슴과, 옷은 온통 선혈로 물들었고, 이미 숨을 거두었다.낙운희는 무너져, 목이 쉬어 소리도 낼 수 없을 정도로 울었다.자신이 어머니를 해쳤다고 더없이 후회했다.그녀는 두 눈을 붉히며, 눈물을 머금고 증오에 가득 찬 눈빛으로 서송원에게 달려들었다. 그를 당장 죽이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서송원은 서늘한 눈빛으로 장검을 움켜쥐었다.“그동안 네가 나를 잘 돌봐준 걸 봐서, 너를 죽이지는 않겠다. 하지만 너의 손은 남겨둘 수 없다.”서송원은 냉랭하게 말하더니, 검을 휘둘렀다.낙청연이 황급히 달려왔을 때, 바로 이 장면을 목격했다.다급해진 낙청연은 비수를 뽑아 매섭게 내던졌다.살기가 몰려오자, 서송원은 어쩔 수 없이 검으로 공격을 막아, 비수를 떨어뜨렸다.다음 순간, 낙청연은 몸을 날려 아주 호되게 서송원을 발로 걷어차 버리고 낙운희를 끌어당겼다.낙운희는 힘없이 땅바닥에 주저앉더니, 낙용 앞에 무릎을 꿇고, 하염없이 울었다.피범벅이 된 낙용의 모습을 본 낙청연의 가슴은 쥐어짜는 듯이 아팠고,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낙청연은 주먹을 불끈 쥐더니, 살기로 가득한 예리한 눈빛으로 서성원을 공격했다.“네가 어떻게 감옥에서 나온 것이냐?” 서송원은 몹시 놀랐다.죄명을 벗고 나온 것인가? 아니면 대뢰에서 도망친 것인가?낙청연은 몹시 분노하여, 격렬하게 서송원을 공격했다.서송원은 처음에 부설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청루의 무희가 무예가 높으면 얼마나 높다고…그러나 상대방과 몇 차례 맞붙더니, 서송원은 자신이 전혀 우세를 차지하지 못한다는 것을 느꼈다. 오히려 상대방에게 점점 압박당하여 점점 응대할 틈이 없었다.부설의 이 무공 수법은 정말 순서가 없었다!“부설, 낙 가의 일이 너와 무슨 상관이냐? 참견하지 말거라!”“지금 떠나면, 목숨은 살려주겠다!”서송원은 차가운 목소리로 위협했다.낙청연의 눈빛은 서늘했고 온몸에 살기로 가득했다: “누가 누굴 살려줄지는 아직 모를 일이다!낙청연의 공세는 점점 맹렬해졌고, 서송원은 점차 막아내지
서송원은 이를 악물고, 죽어도 말하지 않을 모양이었다.“그럼 내가 맞춰 볼까? 낙월영인가?” 낙청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며, 약간 몸을 숙였다.서송원운 화나서 말했다: “죽일 거면 죽여라! 허튼소리 작작 하고!”“아닌가 보네!” 낙청연이 손에 힘을 살짝 주니, 곧 그의 손가락 한 마디가 부러졌다.“아—” 서송원은 아픈 나머지 얼굴이 땀범벅이 되었다.“그럼 낙해평이냐?” 낙청연의 눈빛은 차가웠다.서송원은 여전히 이를 악물고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낙해평도 아니구나!” 낙청연의 검은 또 한 번 내려갔다.또 손가락 한 마디가 날아갔다.선혈이 사방으로 튀면서, 그녀의 치맛자락에도 튀었다.낙운희는 곁에서 보더니, 이미 놀라서 멍해졌다. 그녀의 수단은 너무 잔인했다. 하지만 부설은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녀는 도대체 누구인가?그녀는 차마 그 장면을 보지 못했지만, 서송원의 비명을 듣고, 마음은 통쾌해졌다.낙운희는 장검을 손에 들고, 이미 눈물범벅이 되었으며, 눈에는 비통함과 증오로 가득했다.“그럼……. 부 가 인가?” 낙청연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두 눈은 서송원을 주시하고 있었다.그런데 이 두 글자를 듣는 그 순간, 서송원의 안색이 확 변했다.부설이 어떻게 부 가를 의심하고 있지?그의 반응은, 이미 낙청연에게 답안을 주었다.또 부 가일줄은 상상도 못했다.이 병부상서는, 정말 바쁘구나!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리고 생각하더니 말했다: “당신 주인은, 부 가뿐만이 아닐 것이다. 내 기억으론, 사담도 탐냈던 것 같은데, 이 물건은 부 가에서 원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차라리 명백하게 자백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 어쩌면 너의 목숨을 살려 둘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낙청연은 냉랭하게 위협했다.그런데 지금 서송원의 얼굴은 공포로 가득했다. 이 부설은 어떻게 이렇게 많은 것을 알고 있을까?그녀는 대체 누구인가?“계속 맞춰볼까?”낙청연은 허리를 굽혀, 서송원을 똑바로 바라보며 한 음절, 한 음절 딱딱 끊어
낙청연은 급한 나머지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달려들었다. 오직 부진환을 밀쳐낼 생각만 하고 있었다.그런데 그녀가 달려든 그 순간, 그 매 문양이 있는 자객은 갑자기 방향을 돌려, 예리한 비수로 낙청연의 복부를 날카롭게 찔렀다.자객은 모자를 쓰고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피에 굶주린 눈빛에 낙청연은 흠칫 놀랐다.자객의 어깨와 등에 묵직한 망혼(亡魂)이 보였다. 원한이 매우 깊었지만, 그의 온몸의 살기로 인해 온갖 사악함이 침범하지 못했다.낙청연은 살기가 이렇게 강한 사람은 본 적이 없다. 그 사람의 눈빛과 마주쳤을 때, 그녀도 약간 두려웠다.비수가 그녀를 찌르는 그 순간, 그 빠른 속도를 낙청연은 피할 길이 없었다. 그저 최대한 자신이 급소를 다치지 않도록 할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그녀가 피하는 그 순간, 비수는 그녀의 생각대로 그녀를 찌르지 않았다.눈을 올려 뜨니, 어떤 손이 죽도록 비수의 칼날을 잡고 상대방을 막고 있었다. 그의 손은, 이미 피범벅이 되었다.낙청연은 놀라서 고개를 드는 순간, 부진환을 보았다. 그는 맨손으로 그 자객이 찔러온 비수의 칼날을 잡고 있었다.부진환의 눈빛이 독해지더니, 그 예리한 칼날을 바로 손으로 움켜쥐고 강제로 자객을 찌르려고 했다.그 순간 낙청연의 숨은 멎을 것 같았다. 그렇게 힘을 다 쓰다니! 그는 손바닥을 버릴 셈인가!낙청연은 아주 거세게 자객의 손목을 한 발로 걷어차 자객을 물러나게 했다. 비수는 갑자기 땅에 떨어졌다. 그제야 부진환은 피범벅이 된 손을 놓았다.두 사람은 일제히 그 자객을 공격했다. 그 자객은 상황이 좋지 않자, 즉시 몸을 날려 도망갔다.소소는 시위들을 데리고 황급히 달려왔다: “왕야!”부진환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말했다: “쫓아가라!”“예!”소소는 사람들을 데리고 즉시 뒤쫓아갔다.낙청연은 앞으로 다가가 부진환을 부축했다.부진환의 손바닥 상처를 보니 매우 깊었고, 피는 미친 듯이 뿜어져 나왔다.“미쳤습니까? 어떻게 손으로 칼을 막을 생각을 합니까? 이 손을 버릴 생각입
막 입을 열려고 하는데, 소소가 갑자기 뛰어들어왔다.“왕야, 다친 곳은……”부진환은 냉랭하게 물었다: “사람은? 잡았느냐?”소소는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 “놓쳤습니다.”“그 사람이 번화한 거리로 도망치는 바람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잡지 못했습니다!”부진환의 눈빛은 약간 차가워지더니,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바로 우리가 찾고 있는 천매문 자객일 것이다.”부진환은 그 자객의 손등에 새겨진 매 문양을 보았다.소소는 깜짝 놀라더니 말했다: “그럼 제가 사람을 더 보내 체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에 만약 그를 도망가게 둔다면, 다음에는 찾을 수 없을 것입니다.”다음에는 부 가네 찾아가서 천매문 그 자객을 잡을 수밖에 없다고 낙청연은 생각했다.낙청연은 부 가에서 천매문 자객을 본 적이 있다. 이 사실을 부진환에게 말해줘야 할까?“사실……”말을 시작하자마자, 갑자기 낙운희가 걸어 나왔다.“부설, 물어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낙운희의 두 눈은 아직도 퉁퉁 부어 있었다. 그러나 지금 눈빛은 유난히 날카로웠다. 다만 그 목소리는 조금 전보다 더 걸걸거렸다.부진환은 일어나 자리를 떴다.낙청연은 부진환이 바로 전원을 걸어 나가 대문을 나가는 것을 보았다.지금 이 시각 관부의 사람들은 이미 도착하였다. 그들은 태부부에 자객이 나타났다는 것을 알고, 이미 저택에 들어가 수색하고 있었다.낙청연은 방문을 닫고, 고개를 돌려 낙운희를 쳐다보았다.“당신……”낙운희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주시했다.낙청연은 바로 가면을 벗었다.낙청연의 용모를 본 순간, 낙운희는 놀라서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그 절세의 용모는, 분명히 그렇게 익숙했다.바로…… 낙청연이다!살이 빠진 낙청연이다!낙청연은 다시 가면을 쓰고 말했다: “모두 내 탓이다. 분명 서송원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너와 함께 있는 것을 막지 못했다.”“진작에 그를 죽였다면, 낙용 고모도 죽지 않았을 텐데……”낙청연은 몹시 후회됐다.낙운희는 이 말을 듣고, 흐르는 눈물을 주체
땅에는 시체가 가지런히 놓여있었다.관부의 사람들은 시체를 들고 한 구 한 구씩 가지런히 놓았다.모두 태부부의 하인들이었다.낙운희는 걸어 나와 이 모습을 보더니 갑자기 입을 막고 문틀에 기대 힘없이 주저앉아 소리 내 울었다.그러자 아역이 대인에게 다가와 보고를 올렸다. 아역의 말을 들은 하 대인은 심각한 표정으로 낙청연과 낙운희 앞으로 다가왔다.“태부부에 다른 살아있는 사람은 발견하지 못했소.”낙용도 죽었으니 태부부는 멸문을 당한 거나 다름이 없었다.“바깥의 시체는, 자객의 것이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예.”“태부부의 모든 사람이, 저자 손에 죽었습니다.”이 말을 들은 허 대인은 심각한 표정으로 낙운희를 바라보며 말했다.“오늘 태부부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낙 소저가 관부에 따라와 설명을 좀 해줘야겠소.”태부부가 멸문당할 뻔한 일이 경도에서 일어났으니 제대로 조사하고 결과를 내놓지 않으면 허 대인의 죄를 물을 게 분명했다.이 말을 들은 낙운희는 낙청연을 보며 물었다: “제가 살아 있으면, 저도 죽이자고 하겠지요?”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응.”낙운희는 상무원에서 일어난 일의 진실을 알고 있었다. 유일한 목격자이기도 하므로 낙운희가 살아 있으면 낙월영이 했던 일도 알려질 게 분명했다.낙운희는 이런 위험을 감수할 수가 없었다.낙운희는 허 대인을 보며 물었다.“저도 죽었다고 해주시면 안 됩니까?”“그게…” 허 대인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낙청연은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허 대인을 방에 끌고 들어와 말했다.“허 대인, 낙운희가 살아 있으면 그 사람들은 계속 쫓아올 게 분명합니다.”“태부부에 여식이 둘밖에 안 남았는데, 한 번만 도와주세요. 태부부는 멸문당했고, 살아남은 사람은 없다고 말해주시겠습니까?”허 대인은 낙태부의 생신 때 태부부의 위풍당당한 모습을 생각하다 지금의 처참한 모습을 보니 너무 안타까웠다.“그럼 그렇게 하겠소. 하지만 살아 있으니 앞으로 얼굴이나 모습을 드러내면… 들킬 게 분명하오.”
낙청연은 멈칫했다.그러나 낙운희는 말을 이어갔다.“지금 제 목소리에 가면까지 쓰면, 제가 누군지 못 알아볼 겁니다.”“제가 살아야, 태부부를 위해 복수할 수 있습니다!”“이런 일은, 언니가 아닌 제가 해야 합니다.”낙청연도 무너져내릴 낙랑랑의 모습에 걱정이 가득했다.“그래.” 낙청연은 대답했다.그렇게 낙청연은 낙운희를 데리고 남몰래 태부부를 떠났다. 낙운희는 은자 몇 냥 빼고 아무것도 챙기지 않았다.낙청연은 낙운희를 데리고 부설루에 왔다. 그렇게 새로 단장을 하고, 낙운희는 가면을 썼다.하룻밤 사이에 낙운희는 완전히 달라졌다. 깔끔하고 수수한 차림에 머리를 높게 묶고 가면을 쓰니, 점잖은 소년 같았다.낙운희는 동경 앞에 서서 갈라진 목소리로 울컥한 마음을 참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오늘부터, 낙운희는 없다.”낙운희도 죽고, 태부부가 멸문당했다고 소식을 알렸기 때문에 낙용의 시체는 허 대인이 거두어 매장해줬다.낙태부의 무덤 옆에다 말이다.저녁이 되자 두 사람은 무덤으로 향해 낙용 고모를 뵈러 갔다.낙운희는 땅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어머니, 제가 잘못했습니다. 다 제 잘못입니다, 들리십니까?”낙운희는 엊저녁 사과를 하지 않는 게 후회됐다. 지금은 아무리 미안하다고 해도, 더는 들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네 언니도 시집을 가니 낙용 고모는 네가 제일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며 걱정했다.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을 것이니 네가 평안하고 무사하다면 편히 가실 수 있을 것이다.”낙운희는 코를 훌쩍이며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밤이 깊어서야 둘은 부설루로 돌아갔다.방문을 닫고 낙청연은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단서를 낙운희에게 알려줬다.낙운희에게 지금 맞서는 적이 누구인지,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려주면서 말이다.낙운희는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서송원을 심문할 때, 배후의 숨겨진 인물은 부가와 엄가라고 했습니다. 서송원도 낙월영과 연관이 있는 겁니까?”낙청연은 숨기지 않고 사실대로
낙청연은 진 어멈에게 말했다: “오늘은 이만 쉰다고, 내일 다시 오라고 전해주시오.”“예.” 그렇게 진 어멈은 떠났다.낙운희는 깜짝 놀라 낙청연을 바라보았다: “부 공자라는 사람이 당신한테 미쳐 돈을 많이 쏟아부었다고 들었습니다. 설마 부가가 수상하다고 느껴 일부러 접근한 것입니까?”낙청연은 대답했다: “같은 일은 아니지만 이제야 같은 세력이라는 걸 발견했다.”“말하자면 너무 길구나. 천천히 들어보거라.”낙청연은 잠깐 생각하다 벽해각의 일부터 하나하나 얘기해주었다.낙운희는 방 안에 앉아 밤새 낙청연의 이야기를 들었다.다 듣고 나니, 낙운희는 깜짝 놀라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청루에서 이렇게 많은 단서를 찾아내고, 이렇게 많은 일을 했다니… 정말 놀랍습니다.”“하지만 전… 누구에게나 이용당하는 바보 같습니다…”이제야 과거의 낙운희는 얼마나 쓸데없는 짓을 하며 돌아다녔는지 깨달았다.예전의 낙운희는 할아버지와 어머니가 있으니, 무슨 짓을 하든 상관없었지만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그런 자신의 모습이 너무 우스웠다.저도 모르는 사이에 날이 밝았다.낙청연은 관부에 가서 서송원에 대해 알아낸 게 있는지 물어보려 했다.서송원이 범인이라고 내놓으면 일을 너무 대충 처리하는 것 같았다. 어떻게든 배후에 누군가의 지시는 없었는지, 무엇때문에 태부부를 멸문했는지 정도는 조사해내야 한다.하지만 그날, 낙랑랑과 범산화가 경도에 돌아와 태부부로 향했다.대문에 들어가기도 전에 낙랑랑은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며, 충격이 큰 모양이었다.범산화도 가슴이 아파 옆에서 위로했다.멀지 않는 곳에서 이 모습을 지켜본 낙청연은 가슴이 꽉 막힌 듯 숨을 쉴 수가 없었다.이렇게 큰일은 절대 감출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낙랑랑은 낙청연의 생각보다 더 일찍 도착했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마차 한 대가 멈춰섰다.부진환이 마차에서 내리자 마침 또 한 대의 마차에서 낙월영이 내렸다.“왕야, 오셨습니까.” 낙월영은 창백한 얼굴에 비통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