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장군의 장자?황제도 깜짝 놀라더니 입을 열었다: “정원 장군부의 적장자?”남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예, 정원 장군부의 적장자, 범산화입니다.”이 말을 들은 낙청연은 숨이 턱 막혀왔다.그자는… 낙랑랑의 부군 아니던가!혼례 당일, 낙청연도 갔었지만 사람이 많아 낙랑랑만 만났지 그녀의 부군은 만나지 못했다.근데 그 부군이 범산화였다니…범산화가 왜 이 일에 엮인 걸까?낙청연은 꼼꼼히 생각해 보았다. 낙해평은 왜 마침 만보루에 도착했고, 어떻게 그녀가 봉주를 찾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던 걸까?그리고 마침 범산화가 봉주를 만보루에서 팔고 있었다.이건 처음부터 함정 아닌가?낙청연이 봉주를 찾는 일이 이미 누설된 게 아닐까?오늘 아침 태후를 만났지만 그전부터 봉주는 만보루에 있다는 걸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그러니까 해가 뜨기 전인 게 틀림없다!낙청연은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중상을 입어 허약한 데다 손끝에서 찢어질 듯한 아픔이 느껴졌다.눈앞이 흐릿했고 귓가의 목소리도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했다.그러다 머리가 너무 무거워 비틀거리다가 쓰러졌다.“여봐라! 어서 왕비를 모셔가라!” 부경한이 급히 소리쳤다.궁녀들이 다가와 쓰러지는 낙청연을 부축했다.그러나 이때, 외투를 걸친 위엄있는 남자가 맹렬한 기세로 대전에 걸어들어왔다.“건들지 마라!”차가운 한 마디가 엄청난 위엄을 가졌다.궁녀들은 양쪽으로 물러섰다.부진환의 안색은 창백했지만 넘치는 위엄을 숨기진 못했다.부진환은 미간을 찌푸린 채 무거운 눈빛으로 허리를 숙여 쓰러진 여인을 들어 올렸다.그리고는 큰 걸음으로 떠났다.섭정왕은 이렇게 대전으로 들어와 막무가내로 낙청연을 안고 가버렸다.대전의 신하들은 모두 서로 얼굴만 쳐다보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중 한 명은 분노하며 입을 열었다: “이건 폐하에 대한 불경입니다!”그러나 황제는 어두운 안색으로 분노하며 입을 열었다: “태의를 불러라! 사람이 죽어가는데 불경을 따질 때냐!”“범산화를 옥에 가두어라! 이 사건은 형부에서
흔들리는 마차에서 부진환은 쓰러진 낙청연을 보며 저도 모르게 가면을 벗기려 했다.대체 얼마나 심하게 다친 걸까?그러나 이 촉감을 느낀 낙청연은 저도 모르게 부진환의 손목을 꽉 잡았다.부진환은 살짝 놀랐다. 두 눈은 분명 감고 있으며, 손을 감싼 사포는 피로 물들었지만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부진환의 손목을 꽉 잡고 있었다.얼마나 심하게 다쳤으면 혼수상태에서도 자기 얼굴을 볼까 경계를 늦추지 못하는 걸까?부진환은 큰 돌에 깔린 듯 숨이 탁 막혀왔다.설마 이때까지 낙청연을 엄가의 첩자로 오해했던 걸까?혹은 소유말대로 엄가도 낙청연을 이용하는 걸까?그렇다면 낙청연에 너무 큰 상처를 준 것 같다.부진환은 주먹을 꽉 쥔 채 복잡한 눈빛이었다.마차가 부에 도착하자 소유와 지초도 곧바로 다가갔다.“어서! 어서 고 신의를 불러라!”부진환은 낙청연을 안고 마차에서 내린 다음 빠른 걸음으로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고 신의도 곧바로 도착했다.낙청연 손에 감싼 사포를 뜯어보니 이미 피범벅이 되었다.고 신의는 맥을 짚어보고 지혈약을 썼지만 그래도 심각한 표정으로 부진환을 보며 말했다: “왕비는 너무 심하게 다쳤습니다! 태의가 왔을 때부터 휴식을 취해야 했지만 또 이렇게 중상을 입어 원기가 상했으니…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이 말을 들은 부진환은 깜짝 놀라 안색이 어두워졌다.“얼마 남지 않았다고? 그럴 리가! 별원에서도 버텼는데 지금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였느냐?!”고 신의는 고개를 절레절레하더니 입을 열었다: “이런 원인으로 목숨이 다하여 얼마 남지 않은 겁니다.”이 말을 들은 부진환은 숨이 탁 막혀오면서 머리가 깨질듯이 아팠다. 엄청난 고통에 그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낙청연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왕비…” 지초는 침대 옆에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고 신의, 정녕 방법이 없는 건가? 아무런 방법도 없는 건가?” 부진환은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한번 물어봤다.고 신의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신약이 있으면 목숨이라도 부지
“왕비를 살릴 수 있는 사람, 있습니다!”너무 당황한 탓에 하마터면 송천초를 잊을 뻔했다!지초는 눈물을 닦고 일어섰다: “등 어멈, 송 낭자는 의술이 뛰어나고 약재도 많으니 왕비를 구할 수 있을 겁니다. 근데 어떻게 부에 들어오게 해야 할까요?”“넌 일단 소유를 따라가 약재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고 송 낭자를 데려오게 하여라. 조심히 입을 열어야 하며 뭔가를 알아채게 해선 안 된다.”“절대로 왕비의 정체를 들키면 안 된다.”이 말을 들은 지초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예! 바로 가보겠습니다!”고 신의는 왕야에게 약을 지어준 태의들을 돌려보냈다.그리고 침대에 누워있는 부진환을 보더니 따라 떠났다.부진환은 뭔가를 중얼거리더니 갑자기 눈을 떴다.그리고는 힘겹게 몸을 일으켜 창백한 얼굴로 옷을 입고 벽을 짚으며 방에서 나갔다.소소는 앞으로 다가와 입을 열었다: “왕야, 상처가…”“신경 쓰지 마라.” 부진환은 언짢은 어투로 떠났다.부진환은 가슴을 꽉 움켜쥐고 밀려오는 아픔을 참으며 말을 타고 장락길로 향했다.부진환이 가게에 오자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 “왕야… 안색이…”안색이 안 좋은 걸 보니 중상을 입은 게 분명했다.부진환은 가게로 들어가 벽에 가득한 약궤를 보면서 태의가 쓴 약재가 뭔지 생각하려고 애썼다.“전에 봉희를 줬던 약이 엄청 귀한 거라던데, 다른 진귀한 약재는 없느냐? 목숨을 살릴 수 있는 것 말이다!”송천초는 살짝 놀라 부진환을 바라봤다.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의 상처는 아닌데… 대체 누구에게 쓰려는 걸까?긴장한 모습을 보아하니 낙월영에게 쓰려는 게 아닐까?그럼 절대 없다!“왕야, 저를 너무 높이 보시는군요. 진귀한 약재가 어디 그렇게 흔합니까!” 송천초는 차가운 어투로 답했다.부진환을 믿지 않았다. 그리고는 앞으로 다가가 강제로 약궤를 열어보며 말했다: “송 낭자, 정말 급해서 그러니 가격이 열 배라도 사겠소!”“왕야, 찾으시는 약재는 정말 없습니다!” 송천초는 불쾌한 어투로 답했다.낙청연이 부진환을 구하기 위
지초도 왜 왕야가 먼저 온 것인지 영문을 몰랐다.“송 낭자! 저 신산은 어디 갔나?” 부진환은 포기를 몰랐다.“다른 마을에 굿을 하러 갔습니다.” 송천초는 거짓말을 했다.“모두 약을 구하러 온 것인가요? 대체 어떤 중상을 입었길래 이러시는 건지…!”지초가 나타난 순간부터 송천초는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지초는 앞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의원님, 저희 왕비 좀 살려주십시오! 목숨이 위태롭습니다!”이말을 들은 송천초는 숨이 탁 막혀왔다.낙청연이라고?아까는 죽어도 부진환에게 약을 주지 않더니, 갑자기 태도가 변하면 이상하지 않은가?“제가 가진 약재는 많지 않습니다! 써야 하는 것도 있으니 일단은 어떤 약재를 찾는지 한번 보겠습니다. 남는 게 있으면 가져가셔도 됩니다.”이말을 들은 소유는 처방을 꺼내 송천초에 건넸다: “여기에 적힌 것들입니다.”약재를 본 송천초는 깜짝 놀라며 입을 열었다: “정말 씀씀이도 크십니다! 진귀한 약재들만 골라서 찾는군요!”“근데 제가 쓰려는 약재와는 다르니 한번 가보지요!”송천초의 말을 듣자 부진환은 마침내 한시름 놓았다.소유는 곧바로 마차를 준비하러 갔다.송천초는 급히 약재와 약상자를 들고 마차에 올라 섭정왕부로 향했다.낙청연을 보자 송천초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부진환이 언능 낙청연을 구하기 위한 거라고 말했다면 질질 끌지 않았을 것이다.최적의 때를 놓쳤을까 걱정이다!“정말 심하게 다쳤습니다. 지혈약만 쓰면 어떡하라는 겁니까?” 송천초는 원망하며 약을 썼다.“뜨거운 물을 받아와 주세요.”“이 처방대로 약을 달이세요, 빨리요!”송천초는 방에서 지시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계집종들도 바삐 움직였다.부진환은 걱정스러워 옆에서 지켜보며 몇 번이나 목숨에는 지장이 없는지 물어보려 했지만 송천초에 방해가 될까 입을 다물고 있었다.소유가 부진환의 가슴에 피가 새어 나오는 걸 발견하기 전까지 말이다: “왕야, 방으로 돌아갑시다! 상처가 벌어진 것 같습니다!”이말을 들은 송천초는 살짝 놀랐다.부진환은
낙청연은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무슨 일이냐?”등 어멈은 깨어난 낙청연을 보더니 멈칫하며 대답하지 않았다.“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낙청연은 언짢은 어투로 말했다.등 어멈은 미간을 찌푸린 채 서글픈 얼굴로 답했다: “낙태부께서 자결하셨습니다!”낙청연은 안색이 확 변하더니 깜짝 놀라며 말했다: “뭐?”낙청연은 바로 이불을 걷고 신발을 신더니 가면을 쓰고 밖으로 나갔다. 지초는 옷과 망토를 가지고 나오며 말했다: “왕비, 천천히 가십시오! 눈이 옵니다.”방에서 나온 순간, 눈꽃이 낙청연의 뒷목에 떨어졌다. 뼈까지 시려오는 한기가 마치 그녀를 쓰러뜨리려는 것 같았고, 떨어지는 눈꽃도 마음의 한기와 비하면 따뜻한 편이었다.대문에서 나오니 마침 마차가 있었다.곧바로 마차에 탄 낙청연은 마부를 향해 말했다: “태부부로 가주시오!”앉고 보니 맞은 편에 있는 부진환이 눈에 들어왔다.창백한 안색이었지만 어두운 표정이었다.마차에 있은 것도 태부부의 일을 전해 들어서 일 것이다.마차는 빠른 속도로 태부부로 향했고 낙청연은 불안한 마음에 입을 열었다:“등 어멈이 낙태부가 자결했다던데… 어찌 된 일입니까?”부진환은 미간을 찌푸린 채 답했다: “본왕도 이제 알았네. 범산화가 봉주를 훔친 일과 연관이 있어서인 것 같더군.”이 말을 들은 낙청연은 옷깃을 꽉 잡으며 말했다: “범산화는 관직이 없고 아버지도 경도에 없는데 어찌 봉주를 훔치겠습니까? 종묘 근처에 얼씬도 못 할 겁니다!”“이 사건에는 배후가 있는 게 분명합니다! 대체 왜 태부부와 엮는 걸까요?”그날 대전에서 범산화를 봤을 때부터 느낌이 안 좋았다. 그러나 낙청연은 그때 중상을 입어 쓰러지고 말았다.요 며칠은 또 치료에 전념했고, 범산화의 일도 철저하게 조사가 될 거라 생각했다.그러나 낙태부가 자결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본왕도 모른다. 태부부에 가보면 알게 되겠지.”부진환도 낙청연과 똑같이 아침에 깨어났다.그 사람들은 봉주가 떨어졌다는 이유로 부진환을 옥에 가두고 갖은 수를 다해 죽이려
낙청연은 미간을 좁혔다. 며칠 안 되는 사이에 이렇게 큰 변고가 생길 줄은 예상치 못했다.태부부의 전체적인 풍수나 분위기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약간의 죽음의 기운이 드리워져 기세가 점점 쇠퇴하고 있었다.“죄를 인정해 자결했다니요?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낙청연은 순간 숨을 쉴 수 없었다.낙용은 한숨을 쉬며 대꾸했다.“범산화까지 조사했는데 그 뒤로는 진척이 없다. 범씨 어르신께서 직접 저택까지 찾아오셔서 아버지께 도움을 요청하셨다. 범산화는 현재 랑랑의 부군이니 아버지께서도 그냥 보고만 계실 수는 없으셨지. 그래서 낙해평에게 범산화를 한 번만 구해달라고 사정했다.”낙용은 거기까지 말하고는 목이 메었다.“하지만 낙해평이 너무 무능했지. 조사는 흐지부지되고 일의 배후도 알아내지 못했다. 이 일이 끝을 맺으려면 누군가 자신의 죄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오늘 아버지를 뵈러 왔는데… 아버지께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더구나. 그리고 죄를 인정하는 혈서를 남겨 아랫것들에게 궁으로 보내라고 분부하셨다.”말하면서 눈물을 닦는 낙용의 얼굴은 짧은 사이 몇십 년은 늙은 것 같았다.낙청연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낙해평!”말이 끝나기 무섭게 밖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둘째 삼촌!”부랴부랴 달려온 낙해평은 침상 위의 장면을 보는 순간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둘째 삼촌…”낙해평을 본 낙용은 울컥 화가 치밀어올라 탁자 위에 놓여 있던 잔을 그에게 힘껏 던졌다.“무슨 낯짝으로 이곳에 온 것입니까? 당장 나가세요! 나가시라고요! 당신은 저희 아버지의 앞에 나타날 자격이 없습니다!”낙용은 눈이 벌겋게 되었고 온몸이 경직됐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낙해평을 죽이고 싶었다.낙해평은 피하지도 않고 그 자리에 멀뚱히 서 있어서 잔에 머리를 맞았다. 그는 괴로운 얼굴로 말했다.“난 정말 둘째 삼촌을 도울 수 없었다. 하지만 나도 둘째 삼촌이 이런…”낙해평이 비통한 표정을 짓자 낙청연은 질식할 것 같았다.화가 머리까지 치솟았던 그녀는 낙해평의 얼굴에 주먹을
“상처가 다 아물지 않았으니 조심하거라.”낙청연은 살짝 놀란 얼굴로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그의 깊은 눈매에서 걱정스러움이 느껴졌다.이상한 일이었다.낙청연은 몸을 곧추세우며 시선을 돌렸다.방 안에서 범씨 어르신은 자책하고 또 죄송스러워하고 있었다. 그녀는 침상 옆에서 많은 얘기를 했고 그 말들은 전부 진심이 담긴 감격의 말이었다.그리고 그녀는 낙용에게 말했다.“낙태부를 안장할 때가 되면 저희 가족을 데리고 수도를 떠나 제 친정인 계양(溪陽)으로 갈 것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범씨 어르신의 친정은 계양에서 장사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가족 수가 많지 않았기에 집 한 채만 있으면 충분히 근심 없이 생활할 수 있었다.낙용은 그 말에 미련 가득한 얼굴로 낙랑랑의 손을 잡았다.떠나보내고 싶지는 않지만 수도 곳곳에 보이지 않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이곳을 떠나야 안전하게 살 수 있었다.“그래, 계양으로 가거라. 거기가 더 안전하다.”낙랑랑은 눈물을 쏟으며 무릎을 꿇었다.“어머니!”낙용 또한 그녀처럼 눈물을 흘렸다. 낙용은 낙랑랑을 부축해 일으켜 세우더니 그녀의 뺨을 적신 눈물을 닦아줬다.“내 말 듣거라. 계양으로 가거라. 수도는 분쟁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이곳을 떠나면 평온한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다.”벽에 기댄 낙청연은 문득 낙랑랑의 점괘를 봐줬던 일을 떠올렸다.그녀는 부귀영화를 누리고 살지는 못해도 평탄한 인생을 보낼 수 있었고 그럭저럭 괜찮은 운명을 타고난 자였다.하지만 낙청연은 그녀의 평탄한 인생이 낙태부의 죽음으로 시작되는 줄은 몰랐다.세상은 복잡하고 사람들의 운명은 마치 그물처럼 얼기설기 얽히게 되어 서로 다른 결과를 생성하게 된다.사람들의 운명이란 시시각각 변화하는 것이다.낙씨 집안에서는 낙태부의 제사를 준비하기 시작했고 낙청연과 부진환은 태부부를 떠났다.부진환은 곧장 입궁했고 낙청연은 그와 동행하기 어려웠기에 홀로 섭정왕부로 돌아왔다.“왕비 마마, 괜찮습니까? 안색이 아주 안 좋습니다.”줄곧 문가에
소유는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물었다.“오황자의 상처는 어떠합니까? 좀 나아졌습니까?”고 신의가 대답했다.“가장 좋은 약을 써서 지금은 거의 다 나았습니다. 원래 몸이 허약하셨던 분이라 며칠 더 쉬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정신이 혼미할 때도 계속 왕비 마마의 상처를 걱정하시더군요. 왕비 마마는 어떻습니까?”소유가 대답했다.“왕비 마마께서는 거의 다 나았습니다. 고 신의께서 오황자를 설득하시지요. 염려해서는 안 될 걸 자꾸 염려하시다 보면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 수 있으니까요.”말을 마친 뒤 소유는 몸을 돌려 떠났고 낙청연도 발소리를 죽이고 빠른 걸음으로 그곳을 떠났다. 그녀는 어두운 곳에 몸을 숨긴 뒤 소유가 멀어지는 걸 확인하고는 다시 자신의 처소로 돌아왔다.그녀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부운주가 상처를 입다니?어쩐지 며칠째 그가 보이지 않았다.새끼손가락이 잘리다니, 설마 부진환이 모함당해 형을 집행당한 것일까?그래서 부운주의 손가락을 잘라 태후에게 사람을 놓아주라 협박한 것일까?아무리 고민해봐도 그 가능성밖에 없었다.부운주는 겉으로 보기엔 섭정왕부에서 요양하는 것 같지만 그가 태후의 약점으로 부진환의 손에 잡혀있다는 것을 세상 사람들 모두 알고 있었다.부진환은 모함을 당해 옥에서 고문당했으니 부운주의 새끼손가락을 잘라 태후를 위협했을 수도 있다.그러니 굳이 그녀가 방법을 생각해 부진환을 구하지 않는다고 해도 태후는 부운주가 죽기를 원하지 않았기에 그를 놓아줄 것이다.하지만 태후가 모진 마음을 먹는다면 부운주가 죽든 말든 상관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생각을 마친 낙청연은 부운주가 애처롭게 느껴졌다. 자신의 목숨이 남의 손에 달려있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무섭고 두렵고 단 한 번도 마음 놓고 살지 못하겠지.낙청연은 한숨을 쉬었고 때마침 방 안에서 나온 송천초는 그 모습을 보고 물었다.“왜 한숨을 쉬십니까?”낙청연은 조금 전 있었던 일을 그녀에게 얘기했고 송천초 역시 안타까워했다.“낙부인께서 범씨 집안이 수도를 떠나는 걸 허락하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