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냄새가 퍼지는 그 순간, 낙요는 이것이 연골환(軟骨丸)이라는 것을 알았다.이 약은 사람의 사지를 무력하게 한다.“나를 죽이려는 거 아니었어?” 낙요는 차가운 표정으로 심녕을 노려보았다.심녕은 차갑게 웃더니 말했다. “그래 맞아, 하지만 너를 그리 쉽게 죽이지 않을 거야.”“나는 너에게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안겨줄 것이다.”“왜? 일부러 나를 자극하여 통쾌하게 죽여주길 바라는 거야?“설마 왕야의 행동이 너를 슬프게 하였느냐?”이를 의식한 심녕은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설마 네가 정말 다른 사람과 다르다고 생각한 것이냐?”“왕야는 너에 대해 그저 일시적인 신선함 때문이었어.”“여기 청주별원(清舟別院)에 누가 살고 있는지 아느냐?”“너는 아마 청주별원을 모르고 있겠지?”“이곳의 그 어린 도련님은 왕야의 아들이야.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아들이지.”“네가 어떻게 도련님보다 더 중요하겠느냐?”“왕야가 너를 버리는 건 당연한 선택이다.”낙요는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그녀는 심녕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너는 어떻게 이곳을 알고 있느냐?”“왕야께서 너에게 이곳을 알려줬을 리가 없다.”심녕은 눈썹을 들썩이며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내가 왕야 곁에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 설마 잊었느냐? 그동안 눈치채지 못할 리가!”“왕야는 태풍상사를 이용하여 배후에서 한 무리의 사사(死士)를 양성했고, 태풍상사의 번 돈은 모두 그들을 부양하는데 쓰인다. 나는 당연히 호기심이 생겼고 그래서 조사해 보았다.”“그러다 보니 이곳을 발견했지 뭐야.”“보아하니 왕야는 이 비밀을 나에게 알려주지 않았을뿐더러 너에게도 알려주지 않았구나. 너도 우리랑 별로 다르지 않구먼!”심녕은 비꼬는 어투로 말하며 득의양양하게 웃었다.낙요는 살짝 놀랐다.보아하니 그녀가 짐작한 것과 똑같았다.심녕은 부진환을 오랫동안 따라다녔으니,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 리가 없다.알고 보니 태풍상사 배후에 한 무리의 사사가 존재했다.어쩐지 부진환은 태풍상사를 되찾으려고 했다.비록
낙요는 알약을 깨뜨려 단서를 남기는 수밖에 없었다.이번에 그들은 말을 타고 꼬박 이틀을 달렸다.또 잠깐 멈추더니 마차를 갈아타는 것이었다.낙요는 마차 안으로 내던져졌고, 마차 안에는 몇 사람이 그녀를 지키고 있었다.지금 낙요는 배가 너무 고파서 뱃가죽이 등에 붙을 것 같았다.낙요는 심녕이 일부러 그녀에게 음식을 주지 않는다고 의심했다.이럴 때마저 그녀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감시하다니, 낙요는 도망갈 힘이 전혀 없었다.마차 안에서, 낙요는 단서를 남길 방법이 없었다.하지만 다행히 마차는 위로 올라갔고 산 위로 올라간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만약 여기까지 추적해 온다면, 목적지를 확정할 수 있을 것이다.또 하루를 달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마차에서 끌려 내린 낙요는 어떤 방에 갇혔다.마차에서 내리는 그 순간, 낙요는 은은한 단향 냄새를 맡고 곤혹스러웠다.이곳은 절이었다.방문이 닫혔다.밖에서 계속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보아하니 이곳을 지키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낙요는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었다.그녀는 힘없이 벽에 기대어 눈을 감고 쉬고 있으며 사람이 오길 기다렸다.얼마나 지났을까?드디어 가까워지는 발걸음 소리를 듣고 낙요는 깨어났다.다음 순간, 머리 위의 검은 주머니가 벗겨졌다.눈 부신 햇살에 낙요는 눈이 시렸다.광선에 적응된 후, 낙요는 눈앞의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다.“당신이었습니까?”부운주!부운주는 그녀의 창백하고도 허약한 모습을 보고 약간 마음이 아팠다.“오느라 수고했다.”그는 몸을 기울여 그녀의 손발을 묶은 밧줄을 풀었다.밧줄에 묶여 붉어진 손목을 보고 그는 살짝 멈칫했다.낙요는 냉정하게 손을 빼더니 불쾌한 어투로 말했다. “어떻게 당신입니까? 저를 납치한 사람이 심녕아니었습니까?”“당신과 심녕은 무슨 사이입니까?”낙요는 더 깊이 생각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하지만 부운주는 아무 대답도 없이 자기 의자로 가서 앉더니 상 위의 음식을 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밥부터 먹자꾸나.”“요 며
부운주는 고개를 끄덕이었다.배후가 부운주인 것을 알고 낙요는 오히려 한시름 놓았다.어린 황자가 부운주의 손에 있다면 분명 안전하기 때문이다.하지만 다음 순간 부운주가 말했다. “흔자를 아주 친절하게 부르는구나.”“부진환의 아이를 키워주는 걸 전혀 개의치 않다는 말이냐?”낙요는 놀라서 굳어버렸다.낙요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부운주를 바라보며 말했다. “일부러 사람을 시켜 청주별원에서 흔자를 납치했습니까? 설마 누구 아들인지 모르는 건 아니죠?”부운주는 살짝 웃었다. “부진환이 어떻게 너에게 말했느냐? 설마 내 아들이라고 말한 건가?”낙요는 그대로 굳어버렸다.그녀의 반응을 보고 부운주는 저도 몰래 웃으며 말했다. “짐에게는 황자가 없다. 이는 확실한 사실이다.”“하나도 남기지 않았다!”“엄내심의 수단으로 어찌 그물을 빠져나간 물고기가 있겠느냐?”“청주별원의 그 아이는 바로 부진환의 아이이다.”“다만 누구와 낳은 아이인지 모를 뿐이다.”“필경 그동안 부진환 옆에는 심 씨 자매뿐만 아니라 다른 여인도 있었다. 그들은 모두 너를 닮은 사람들이었다.”“만약 그 아이가 정말 짐의 아이라면 부진환이 왜 짐의 병을 치료하려고 애쓰겠느냐? 그의 권세로 충분히 황자의 신분을 공개할 수 있는데 말이다.”“어린 황자를 보필하여 황위를 계승하고 직접 조정을 장악하면 되거든.”“진작에 나 같은 어리석은 황제를 페위시켰어야지.”낙요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쳐다보았다.“당신은 이런 이유로 그 아이가 당신 아들이라는 사실을 안 믿는 겁니까?”“부진환이 당신을 바로 폐위시키지 않은 것은 당신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입니다. 그는 당신의 황위에 관심 없습니다.”“흔자는 당신 아들입니다!”“만약 부진환의 아들이었다면 그를 청주별원에 숨기지 않았을 겁니다.”하지만 낙요가 무슨 말을 해도 부운주는 그저 담담히 웃을 뿐이었다. “오직 너만 그의 말을 믿는다.”“부진환이 그 아이를 숨긴 이유는 너를 잃기도 싫고 또 아들도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짐
적어도 그때 한 사람은 진심으로 그를 위해 많은 일을 했었고 보답을 바라지 않았다.“이건 당신 선택입니다. 당신은 처음부터 황위를 위해서 그런 거 아니었습니까?” 낙요의 어투는 날카로웠다.“저를 기만하고 이용했습니다.”“조금이라도 진심인 적 있었습니까?”“노력한 만큼 돌아오는 법입니다.”부운주는 손바닥을 꽉 말아 쥐고 미간을 찌푸리더니 어투도 조급해 났다.“그래! 나는 내가 권력을 얻으면 다른 사람의 진심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내가 더 나아지면 더 많은 사람이 나를 바라볼 줄 알았다!”“나는 선천적으로 부족하여 그 작은 정원에 버려졌다. 나는 내가 더욱 강해지면 다들 나를 좋아할 거로 생각했다.”“나는 내가 추구하는 것이 권력이고 최고의 자리라고 생각했다.”“막상 그 자리에 앉아서야 알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건 진심과 관심이었다는 것을.”“나는 그것을 얻은 적이 있었지만, 그때는 그것이 내가 원하는 것인 줄 몰랐다.”“잘못을 알고 고치면 그보다 더 나은 것이 어디 있겠냐고 했다.”“하지만 그 누구도 나에게 잘못을 고칠 기회를 주지 않더구나!”“청연아, 이건 공평한 거냐?”낙요는 흠칫 놀라서 제자리에 굳어버렸다.부운주의 붉어진 눈시울을 보니 순간 마음이 복잡했다.한참 후, 낙요는 서서히 입을 열었다. “미안합니다.”“하지만 인연은 억지로 강요하는 것이 아닙니다.”“당신은 황족으로서 높은 자리에 앉을수록 고독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겁니다.”“만약 정말 그 자리에서 내려와 보통 사람이 된다면, 어쩌면 당신이 원하는 그 진심을 얻었을 수도 있습니다.”“하지만 저는 절대 아닙니다.”그녀의 마음은 오직 하나뿐이다.이 마음을 두 개로 나눌 수 없다.하지만 부운주가 말했다. “아니, 내가 원하는 건 오직 네 마음뿐이다.”“청연아, 나와 함께 떠날래?”“함께 이곳을 떠나자.”“세상은 넓으니, 네가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괜찮다!”여기까지 들은 낙요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쳐다보더니, 또 창밖의 경계가 삼
낙요는 부진환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다.만약 이런 형세라면 그는 분명 궁으로 들어가 대국을 주관할 것이다.부운주가 실종됐다는 소식이 퍼지면 반드시 혼란이 일어날 것이고 민심이 불안해질 것이다.부진환은 이 모든 책임을 버리고 그녀를 구하러 달려올 수 없을 것이다.부운주는 그녀의 분석을 듣더니 전혀 놀라지 않았다.그는 오히려 뿌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너는 여전히 이렇게 똑똑하다.”낙요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당신도 정말 저를 데리고 멀리 떠나려던 거 아니죠?”“당신의 금선탈각의 이 수법은 엄내심과 부진환의 갈등을 완전히 격화시킬 겁니다.”“이번에 그 두 사람은 반드시 승부를 가르고 말 것입니다”“만약 엄내심이 이기면 당신은 당당하게 다시 경도로 돌아가서 엄내심이 황제를 시해하려고 했으며 황위를 물려준다는 건 거짓 성지라고 할 것입니다.”“엄내심은 죽음을 피할 수 없겠지요!“만약 부진환이 이기면, 당신은 부진환이 당신을 붙잡았고 일부러 황후를 모함했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면 그때가 되면 부진환도 중죄를 피할 수 없을 겁니다.”“누가 이기든 당신은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고 두 사람은 다 죽을 것입니다.”낙요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부운주의 야망은 사라진 적이 없었고 또한 그의 병세가 심하다고 해서 이 모든 걸 계획하는 것을 포기한 적이 없었다.그는 황후와 부진환의 세력을 평행하려는 것도 아니었고 그들을 모조리 없애는 거였다.이로써 그가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다.부운주는 그녀의 말을 듣더니 두 눈을 반짝이며 웃었다. “이 세상에서 짐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너뿐이다.”“다만 한 가지 빼먹은 게 있구나. 짐은 두 개의 위협을 없앨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짐이 그리워하는 너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사실 결과는 네가 말하는 것처럼 그리 절대적이지 않다. 왜냐면 선택권을 짐은 너에게 주겠다.”“엄내심과 부진환의 싸움은 사실 승부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부황의 도움이 있으니 부진환이 반드시 이길
“위협이 되는 두 사람을 없애고, 부진환만 없으면 저를 빼앗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이리 애를 쓴 겁니까?”“꿩도 닭도 먹고 싶었던 것 아닙니까.”“제 말이 맞죠?”낙요는 예리한 눈빛으로 부운주를 바라보았다.속셈을 들킨 부운주는 안색이 어두워졌으나, 곧바로 태연해졌다.그러고는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역시나 너를 속일 순 없구나.”“짐이 졌다.”“넌 짐과 갈 생각이 없었다.”“맞냐?”조금 전의 말은 그저 떠보는 것이었으나, 부운주는 눈치채지 못했다.낙요는 눈썹을 치켜올리고 태연하게 웃었다.“당연하지요.”부운주는 스스로가 우습다는 듯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짐은 진심인 줄 알았다. 아니면 너한테 질 일도 없었겠지.”“어차피 지금은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편히 있거라.”부운주는 몸을 일으키고 방을 나섰다.밖에서 문을 잠그는 소리가 들려왔다.낙요는 몸을 일으키고 창문 밖으로 주위의 환경을 둘러보았다.확실히 사찰 같은 곳이었다.순찰하는 사람도 많았다.부운주가 남몰래 암위를 이렇게나 많이 양성했다니.대충 보아도 수백 명이었다.어린 황자는 어디에 있을지.어린 황자는 무사할 거라고 생각했으나, 부운주는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고 믿을 줄이야.그렇다면 어린 황자의 처치는 매우 위험해진다.도망치려면, 어린 황자와 함께 도망쳐야 한다.생각하던 중, 밖에서 검은 옷을 입은 사람 몇 명이 다가오더니 창문에 나무판자를 박고 아예 봉쇄해 버렸다.창문으로 도망치기는커녕 바깥세상을 보지도 못했다.그저 햇살 몇 줄기만 비출 뿐이었다.낙요는 침상으로 돌아와 앉아 기운을 움직여봤지만, 부운주의 약은 정녕 내력을 억제하는 작용이 있었다.먹은 양이 많지 않은데도 기운이 움직이지 않았다.해독환과 호심환 밖에 들고 있지 않으니, 낙요는 우선 해독환을 먹고 효과를 보길 기다렸다.어느덧 저녁이 되었다.검은 옷을 입은 사람은 밥을 가져왔고, 곧바로 문을 잠그고 나갔다.낙요는 탁자 위의 반찬을 보며 분명 약을 탔을 것이라 생각했다.어차피 배
부운주는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약을 먹였더니 자는구나.”“짐은 아이의 울음소리가 제일 싫다.”“계속 이렇게 울기만 하면 남겨두지 않을 것이다.”이 말을 들은 낙요는 분노하며 말했다.“당신 아들입니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합니까?”“짐은 아들이 없다.”부운주는 불쾌한 듯 말했다.“그래도 어떻게 어린아이에게 이럴 수 있습니까! 약을 먹이고 재우다니요, 약의 양은 아십니까? 문제라도 생기면 어떡합니까?”낙요는 급히 화를 냈다.그러나 부운주는 아무렇지 않은 듯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짐의 아들도 아닌데 신경 쓸 필요가 없지 않으냐.”“그리고 너도, 부진환과 다른 여자의 아이를 이렇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낙요는 여전히 분노했다.“대체 어떻게 해야 당신 아들이라는 것을 믿겠습니까!”부운주는 여전히 덤덤하게 말했다.“안 믿는다.”“짐과 다른 이야기를 나눈다면, 같이 있어 줄 수 있지만 이 아이가 누구 아들인가에 대해 집착한다면 짐은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말을 마친 부운주는 등을 돌리고 방문을 잠군 후 떠났다.낙요는 걱정이 되었다.다시 부운주를 찾으려고 했으나, 부운주는 낙요를 보러 오지 않았다.오후가 되자, 아이의 울음소리가 다시 울렸다.곧바로 심녕이 때리는 소리와 함께 아이의 울음소리가 더 크게 들려왔다.낙요는 순간 급한 마음에 방문을 차버렸다.“부운주를 불러라!”“아니면 평생 다시는 나를 못보게 해주겠다!”낙요의 협박을 듣자, 부운주는 곧바로 달려왔다.“무슨 일이냐?”낙요는 부운주를 밀치고 문밖으로 가려고 했으나, 부운주에게 붙잡히고 말았다.“반찬에 약을 타고, 이리 경계가 삼엄한 곳에 가뒀는데도 도망칠까 봐 두려운 겁니까?”“준비가 충분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제가 도망칠 수 있겠습니까?”이 말을 들은 부운주는 손을 놓고 태연하게 말했다.“짐은 네가 도망칠까 봐 두려운 게 아니다.”“괜한 사단을 벌이기 싫은 것이다.”“암위들의 실력이 뛰어나 도망치면 너를 죽일 수도 있다. 짐은 네가 다칠까 봐 그
흔자는 이 모습을 보고 긴장한 듯 낙요의 팔을 잡아당겼다.“뒤에!”낙요도 눈치챘으나 피하지 못해 등을 돌려 팔로 막고 한 손으로 흔자를 밀어냈다.심녕이 의자로 낙요의 머리를 치는 순간, 마침 부운주가 이 모습을 보고 안색이 어두워졌다.의자는 낙요의 팔에 부딪혀 반동강이 났으며, 부운주가 다가와 심녕을 발로 찼다.낙요는 팔을 거두고 문질렀다.부운주는 긴장한 듯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괜찮냐?”낙요는 차가운 눈빛으로 부운주를 보며 몸을 일으키고 말했다.“쓸데없는 건 물어보지 마십시오.”“아이는 제가 돌보겠습니다.”“다시는 심녕에게 맡기지 마십시오!”부운주는 어두운 안색으로 고개를 돌리고 심녕을 바라보았다.심녕은 아픈 가슴을 움켜쥐고 아직 일어나지 못했다.“그렇다면 데리고 있거라.”“하지만 짐은 이 아이를 너무 오래 두지 않을 것이다. 너무 붙어있다가 정이라도 생기면 떼어낼 수 없으니 말이다.”이 말을 들은 낙요는 깜짝 놀란 듯 부운주를 보며 물었다.“대체 무슨 뜻입니까? 왜 아이를 죽이지 못해서 안달입니까?”부운주는 차가운 눈빛으로 흔자를 보더니 덤덤하게 말했다.“지금 남겨두는 건, 그저 부진환을 상대하기 위해서다.”“쓸모가 없어지면 죽어야지.”“황족의 피가 흐르니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 난 이 아이를 일반 백성으로 볼 수 없다.”“싹을 자르는 것이다.”부운주의 평온한 어투에는 매정함이 담겨 있어 소름이 돋았다.“어떻게 해야 목숨이라도 남겨주시겠습니까?”낙요는 협상할 수 있다고 믿었다.부운주는 진지한 눈빛으로 낙요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진심으로 짐과 떠난다면, 살려주겠다.”역시.이게 바로 부운주의 계략이자 조건이었다.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긴장한 흔자를 보자, 낙요는 차가운 목소리로 답했다.“알겠습니다.”“그리할 테니 목숨은 살려주십시오.”부운주는 웃으며 말했다.“네가 있으면, 짐은 절대 이 아이를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네가 떠나면, 이 아이는 죽는다.”이게 바로 부운주가 낙요를 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