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야, 경조부(京兆府)의 풍 대인(馮大人)께서 오셨습니다.”부진환은 듣더니, 안색이 어두워졌다.소유도 미간을 찡그리더니 말했다: “풍 대인이 왜 오셨을까요……”부진환은 밖으로 걸어 나갔다.그는 전청(前廳)에서 풍 대인을 만났다. 풍 대인은 두 손을 모으더니, 싱글벙글 웃으며 앞으로 걸어오며 말했다: “왕야, 요즘 몸은 어떠하신지요? 병세는 어떠하신지요?”부진환은 천천히 앉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풍 대인, 본왕 병세에 관심 있어서 오신 것 같지 않군요!”풍 대인은 웃음 가득한 얼굴로 부진환 곁에 서서 웃으며 말했다: “역시 섭정왕의 눈을 속일 순 없습니다!”“그럼, 하관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이번에 하관이 온 이유는, 왕야께서 잡은 그 사람들 때문입니다.”부진환은 침착하게 앉아있었다. 그의 안색은 몹시 차가웠다.풍 대인은 계속하여 말했다: “그자들의 가족들은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잡아갔다며 이미 관청에 신고하였습니다.”“게다가…… 궁에서 소식을 전해왔는데, 왕비가 강에 던져진 사건은 이미 종결됐다고, 더 이상 조사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이 사람들은 왕야께서 풀어주셔야 합니다.”풍 대인은 어쩔 수 없다는 어투로 말했다.부진환의 눈빛은 어두워지더니,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종결됐다고? 언제 종결된 겁니까? 본왕은 어찌 모른단 말입니까?”풍 대인은 조금 놀라더니 곧이어 말을 이어갔다: “왕야, 못 들으셨습니까? 금일 왕비께서 입궁하셨을 때 태후께서 류훼향을 처리하였습니다. 왕비도 이 일을 이미 끝난 것으로 간주하고 없었던 일로 한다고 하셨습니다.”“왕비의 이 행동은, 생각해보니 아마도 왕야와 류 상서 사이에 불화를 일으킬까 봐 두려워서 그러신듯 싶습니다.”부진환의 눈빛은 서늘하다 못해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사람을 잡았으니 곧 배후를 심문해낼 수 있었는데 낙청연은 원한을 갚으려고 태후에게 고자질하고 말았다!그의 모든 계획을 수포로 돌아가게 만들었다!“가소롭구먼요! 류훼양을 죽였는데 본왕과 류 상서가 아무 일도
낙월영의 붉은 눈시울은 독기로 가득 찼다.그래! 맞다!이 모든 건 낙청연 때문이다!낙월영은 화가 잔뜩 나서 장롱을 열고 향낭을 꺼내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리고는 있는 힘껏 밟았다.마치 향낭이 낙청연인 것처럼 마음껏 화풀이해댔다.“다 낙청연 때문이다! 이 천박한 계집!”옆에 있던 장미는 일부러 싸움을 부추겼다: “둘째 소저, 여기서 화를 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왕비 앞에서 밟아야 속이 좀 내려가지 않겠습니까?”이를 들은 낙월영은 문득 중추에 열렸던 궁중 연회가 생각났다. 그때 부진환은 온전한 낙월영 편이었다.그렇다면 한 번 더 시도해보는 것도 좋은 방도라고 낙월영은 생각했다. 만약 왕야의 태도가 정말로 변했다면, 섭정왕부를 떠나 다른 수를 생각해야 한다!그렇게 낙월영은 향낭을 들고 낙청연을 찾으러 갔다.-방에서 잠을 자고 있던 낙청연의 귀에 낙월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언니, 제가 이렇게 문안하러 왔는데… 정말 안 만나주실 건가요? 이제는 향낭도 가지고 싶지 않나 봅니다?”등 어멈이 낙월영을 막아서자 그녀는 낙청연의 방에 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향낭?낙청연은 미간이 흔들리더니 곧바로 침대에서 일어났다.그리고는 문을 열고 걸어 나갔다. 낙월영은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인삼탕과 고점을 들고 있었다.“또 무슨 짓을 하려고 그러는 것이냐?” 낙청연은 머리가 무거워 낙월영과 싸우고 싶지 않았다.낙월영은 느긋하게 소매에서 향낭을 꺼내더니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언니가 가지고 싶어 하는 거, 맞지요?”낙청연은 눈이 반짝이더니 크게 한 걸음 다가가 뺏으려고 했다.그건 어머니의 유품이었다!하지만 낙월영은 재빨리 피했고, 득의양양하게 웃으며 말했다: “언니는 참으로 집요하군요.”“한 가지 부탁만 들어주면, 바로 돌려줄게요. 어떤가요?”낙청연은 서늘한 눈빛으로 대답했다: “무슨 부탁이냐?”그러자 낙월영은 증오에 가득 찬 눈빛으로 말했다: “섭정왕부를 떠나세요!”이를 들은 낙청연은 냉소를 머금었다: “낙월영, 그때 나를 꼬
철썩—얼얼한 아픔에 낙청연은 어지러워졌다.바닥에 주저앉았는데도 머리가 계속 윙윙 울렸다.“왕비!”등 어멈의 부름도 너무나 멀리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낙청연은 화가 잔뜩 치밀어 올라 시뻘건 눈으로 무거운 안색의 부진환을 바라보았다.부진환의 손바닥도 얼얼했다. 낙청연을 때리는 순간, 부진환도 놀란 건 마찬가지였다. 대체 왜 이렇게 충동적이란 말인가?낙청연의 분노에 찬 눈빛을 본 부진환은 급히 시선을 피했다.“왕야… 흑흑흑…” 낙월영의 울음소리가 마침 부진환의 귀에 들려왔다.이마의 시퍼런 핏줄이 꿈틀거렸다. 부진환은 얼굴색이 확 바뀌더니 곧바로 낙월영을 부축했다.“왕야, 저는 언니께 인삼탕을 전하러 온 것뿐인데 언니는 또 제 물건을 뺏으려 했습니다. 이건 제 어머니가 남긴 유품이란 말입니다…” 낙월영은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억울해하며 울음을 터뜨렸다.그 모습을 본 부진환은 가슴이 아파 저도 모르게 손을 내밀어 낙월영 얼굴의 눈물을 닦아줬다.이런 부진환의 모습이 조금 이상했지만 낙월영은 일부러 더 크게 울어 댔다.낙청연은 등 어멈의 부축으로 일어나 분노에 찬 눈빛으로 그 장면을 지켜보며 호통쳤다: “더러운 짓거리는 다른 곳에 가서 하시지요, 눈에 거슬리게 하지 마시고요!”등 어멈은 왕비의 말에 깜짝 놀라 옷소매를 잡아당겼다.부진환도 분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낙청연을 바라봤다.“낙청연! 주제 파악을 하는 게 좋을 것이다!”부진환은 화가 잔뜩 나 있었다. 낙청연 때문에 망친 계획을 생각하니 분노가 더 치밀어 올랐다.“제 주제를 아주 잘 압니다! 왕야는 제게 과분하니 휴서 한 장이면 되지 않습니까!” 낙청연은 날카로운 어투로 말했다.그러자 부진환은 서늘한 눈빛으로 말했다: “본왕이 말하지 않았느냐? 휴서는 절대 줄 수 없다!”낙청연은 분을 못 이겨 앞으로 한 걸음 다가가 대답했다: “부진환, 저를 믿은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습니까? 대체 왜 저를 이렇게 괴롭히는 겁니까? 얼마나 더 괴롭혀야 성에 차겠습니까!”부진환의 눈에는 차가
”살아서는 섭정왕부의 사람이고, 죽어서도 섭정왕부의 귀신이다.”“하지만 오늘부로, 넌 섭정왕비가 아니라 부의 하인과 별다름이 없다.”이 말을 들은 낙월영은 놀랍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드디어!드디어 이날이 왔다!낙청연은 주먹을 꽉 쥐었다. 눈에는 분노와 억울함으로 가득했다.이렇게 많은 일을 겪었건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느낌이었다.그 짐승보다도 못했던 때로 말이다.섭정왕, 정말 독하기도 독하구나. 하인처럼, 노예처럼 부려 먹더라도 낙청연을 놓아주지 않으니 말이다!등 어멈은 첫 번째로 털썩 무릎을 꿇었다: “왕야, 오늘 일은 분명 둘째 소저가 먼저 시비를 건 것인데 어찌 왕비를 내쫓는단 말입니까! 왕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부진환은 서늘한 눈빛으로 등 어멈을 보더니 말했다: “관사 일을 맡고 싶어 하는 사람은 차고 넘친다.”“왕야…” 등 어멈은 낙청연과 함께 가고 싶었다.그러나 낙청연은 등 어멈의 어깨를 누르며 말했다: “그럴 필요 없다. 내가 떠날 것이다.”이때, 지초가 또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 “왕야, 제가 왕비와 함께 떠나겠습니다! 부디 허락해 주십시오!”왕비는 아직 몸이 성하지 않다. 하물며 겨울도 다 돼가는데 옆에 사람까지 없으면 어찌한단 말인가!“알아서 해라!” 부진환은 이 말만 남기고 낙월영과 함께 떠났다.소유는 정원 밖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왕야, 정말 왕비를 별원에 보내실 겁니까?”섭정왕부의 별원은 아무도 살지 않아 한겨울에 간다면 지내기가 아주 힘들 것이다.“오늘 당장 보내라!” 부진환은 서늘한 어투로 답했다. 그는 매우 단호했다.이 정도면 낙청연은 이미 죽었어야 했다. 그러나 부진환도 자신이 왜 한번 또 한 번 그녀를 살려두는지 이유를 몰랐다.이번에는 계획까지 다 망쳤으니 절대 곁에 두면 안 된다!하지만 휴서는 주고 싶지 않다. 절대로 휴서를 들고 부운주와 함께하는 꼴은 못 본다.소유는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그는 알고 있었다. 둘째 소저는 그저 도화선일 뿐, 왕야가 화난 건 류훼
섭정왕부를 떠나는 그날, 매서운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부 밖에 조금 서 있었을 뿐인데, 낙청연의 머리카락은 흐트러졌다.계집종 한 명만 옆에 둔 낙청연의 모습은 매우 처량해 보였다.이때, 정원에 누군가가 황급히 달려왔다: “청연!”부운주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황급히 달려왔다. 허약한 몸은 이 바람에 날려갈 것만 같았다.하지만 부운주가 문밖으로 나가려던 찰나, 하인들이 막아섰다.“5황자, 바람이 많이 붑니다. 나가지 마십시오.”“이거 놔라!” 부운주는 발버둥 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하인 둘이 그의 팔을 붙잡고 막아섰다.“청연… 쿨럭…”부운주의 얼굴은 너무 급한 나머지 시뻘게졌다. 기침을 해대는 그의 모습을 보며 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린 채 입을 열려고 했다.하지만 문은 서서히 닫혔다.정말이지 생이별하는 장면 같았다.부의 하인들로 앞이 막혀 있는 부운주를 보며 낙청연은 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결국 입을 열지 못했다.문이 완전히 닫히니 부운주의 애가 탄 목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지초야, 가자꾸나.” 낙청연은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뗐다.낙청연은 그저 부운주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목이 잘리는 것도 아닌데 이럴 필요까지는 없다고 말이다.왕부 안.낙월영도 몰래 지켜보고 있었다. 낙청연이 쓸쓸하게 쫓겨난 모습은 마치 그녀는 득의양양했다.그리고는 오만한 걸음으로 자신의 정원에 들어갔다.허리춤에 건 향낭을 보며 낙월영은 미소를 띠었다. 오늘 낙청연에게 시비를 걸었던 건 낙청연을 섭정왕부에서 내쫓기 위해서였다.근데 이게 진짜로 될 줄이야.중추의 궁중 연회도 이 향낭 때문에 왕야가 낙청연을 벌했다.오늘 왕야는 낙월영 때문에 낙청연을 부에서 쫓아냈다.그러니 이 물건은 행운을 가져오는 것이 틀림없다!앞으로도 쭉 지니고 다녀야 겠다고 낙월영은 다짐했다.-얼마 걷지 않아 뒷문의 골목에서 마차 한 대가 나타났다.섭정왕부의 마차였다. 마부는 내려와 지초 손에 든 물건을 마차에 올려 두었다.“별원은 좀 외진 곳에 있습니다. 왕야께서 혹
“이 별원은 오랫동안 사람이 지내고 있지 않았기에 아주 더럽습니다. 왕비 마마, 우선은 정원에 잠깐 앉아 계세요. 제가 방 안을 깨끗이 청소해 놓겠습니다.”지초는 그 말과 함께 물건을 내려놓고는 방 안을 청소하기 위해 빗자루를 가지러 갔다.낙청연은 매화나무가 가득한 정원에 있는 돌의자에 앉아 지초가 들락날락하며 바삐 돌아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그런데 지초가 가지 않은 곳의 바닥에 깊고 얕은 발자국이 남아있는 게 보였다.낙청연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나침반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싸늘한 바람이 불어오자 나침반이 조금씩 움직였다.밤의 장막이 드리워져서야 지초는 겨우겨우 저택의 반을 청소했다.방 안으로 들어간 낙청연은 촛불을 밝힌 뒤 침상을 정리했고 지초는 부엌에서 간단히 죽을 끓여서 가져왔다.두 사람은 간단히 배를 채웠다.낙청연이 수저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오늘 밤 내 방에서 자거라. 이곳에는 숯이 없어 밤에는 추울 것이다.”“알겠습니다.”지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텅텅 비어있는 큰 저택이 조금 무서웠다.저녁을 먹은 뒤 낙청연은 내일 할 일을 지초에게 말해줬다. 그녀는 내일 산으로 들어가 먹을 것을 구하고 내친김에 약초까지 구해 올 셈이었다. 그리고 지초는 근처 마을에 가서 숯과 쌀, 밀가루 같은 것을 사 오기로 했다.겨울에 접어드니 해가 빨리 저물었고 밤에는 상당히 추웠기에 두 사람은 일찍 잠을 청했다.저택 바깥이 텅 비어있어 그런지 바람 소리가 무척 또렷하게 들려왔고 어쩐지 소름이 돋았다.끄지 않은 방 안의 촛불은 창문 틈새로 들어오는 바람에 이리저리 끊임없이 일렁였다.지초는 바닥에 푹신한 것을 깔아 놓고 누워있었는데 너무 무서워 눈을 꼭 감았지만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반대로 낙청연은 두 손을 교차한 채 머리를 받치고는 방문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역시나, 자시쯤이 되자 정원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끼익—방문이 살짝 열리는 소리에 지초는 모골이 송연해 벌떡 일어나 앉았고 방문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문가에 서 있던 검은 그림자가 사라졌다.두 사람은 그곳을 한참이나 바라봤지만 더는 인기척이 없었다.낙청연은 지초의 손을 두드리며 말했다.“별일 없으니 이만 자거라.”지초는 깜짝 놀랐지만 왕비의 침착한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였다. 왕비가 있다면 그녀는 무서울 게 없었다. 낙청연은 지초에게 자도 된다고 했지만 사실 두 사람은 전혀 잠들지 못했다.지초가 자지 못한 건 두려움 때문이었지만 낙청연은 밖의 기척에 대해 생각하느라 잠을 이루지 못했다.결국 날이 밝아왔고 계획대로 지초는 마을에 먹을 걸 사러 갔고 낙청연은 산에 가서 약재를 채집했다.낙청연은 형편이 넉넉한 편이 아니었고 그녀의 몸조리에 사용되는 약초는 굉장히 값비싼 것이라 금방 살림이 거덜 날 게 뻔했다.그나마 가격이 싼 편인 약초들을 최대한 많이 채집해 돈을 아껴서 먹고 입고, 또 겨울나기에 필요한 숯을 사는 게 나았다.지초는 순조롭게 식자재와 숯을 샀고 낙청연은 산에서 약재와 버섯들을 채집했다.오늘은 방에 불을 피워 따뜻한 편이었다.어느새 날이 어두워졌고 지초는 다시 두려워하기 시작했다.그녀는 또 밤을 지새웠다.그날 밤엔 문밖에 그림자가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방문이 덜컹거리는 소리와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별원에 온 지 3일째가 되어서야 두 사람은 겨우 자리를 잡았다. 식자재는 충분했고 숯 또한 많이 준비해 두었다.날은 점점 더 추워졌다.저녁 시간이 되어 밥을 먹는데 지초가 물었다.“왕비 마마, 이곳을 떠날 생각은 없으십니까? 여긴 너무 외진 것 같습니다. 어쩐지 좀 음산한 것 같기도 하고요.”낙청연은 웃었다.“떠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해야 할 일이 있거든.”“무슨 일입니까?”지초는 의아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으니 왕비가 해야 할 일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낙청연은 비밀스럽게 말했다.“사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중이다. 물론 그 누군가가 혼자가 아닐 수도 있고 사람이 아닐 수도 있지만 말이다.”그 말에 지초는 등허리
지초는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합니다! 이 별원에 큰 쥐가 있는 건 정상이겠죠. 저희 식자재를 훔쳐 먹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왜 숯을 훔치는 건지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낙청연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몸을 일으키더니 웃으며 말했다.“어떤 쥐새끼가 감히 우리 지초가 고생해서 얻어 온 숯을 훔친다는 말이냐? 가자. 나랑 같이 쥐새끼를 잡으러 가자꾸나.”지초는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낙청연의 뒤를 따랐다. 그녀는 진짜 쥐를 잡을 생각인 건지 빗자루까지 챙겨 들었다.낙청연은 지초를 데리고 느긋한 발걸음으로 곁채로 향했다. 별원은 아주 컸고 곁채에서 지낼 생각은 없었기에 그곳을 청소한 적도, 점검한 적도 없었다.곁채 밖에 도착했을 때 바닥을 보니 발자국이 혼잡스럽게 찍혀있었다.큰 쥐는 아마도 이곳에 있는 듯했다.그녀는 정원의 문을 열었고 내친김에 나무 막대기까지 주워들었다.마당 안에는 불을 피운 흔적이 있었는데 나무 막대기 여러 개로 만든 아궁이와 작은 솥이 걸려있는 게 보였다. 가까이 가서 확인해 보니 솥 안에는 죽이 남아있었고 옆에 있던 풀 무더기에는 짐승의 가죽이 있었다.지초는 깜짝 놀랐다.“왕비 마마, 여기… 누가 사는 것 같습니다. 저희가 여기로 올 때 별원에서 지내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지 않습니까? 세상에나, 왕비 마마께서 오셨는데 마중하러 나오지 않다니요.”지초는 씩씩거리면서 여러 개의 방문을 벌컥 열었다.방 안에는 불을 피운 흔적이 있었다. 사라졌던 숯과 식자재가 사실은 이곳에 있었던 것이다.두 방은 모두 깨끗했고 누군가 사는 흔적이 보였으나 지금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낙청연은 느긋하게 방 안을 살펴보았다. 두 방안에 남은 물건들을 보니 여인 한 명과 사내 한 명인 듯했다.그리고 방 안에는 흰 이불의 천이 찢겨 있는 게 보였다. “이것이… 밤마다 저희 방 밖에서 떠다니던 흰 물체입니까?”지초는 깜짝 놀랐고 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쥐 두 마리가 꽤 크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