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오른 이후로 벙어리는 여러 번 낙청연을 구해줬다.그러니 낙청연도 당연히 벙어리가 좀 더 오래 살길 바란다.그러나 벙어리는 고개를 저으며 글을 썼다: 나를 상관하지 말고 당신이 필요한 걸 요구하시오.“급하지 않소. 그때 가서 보기오.” 벙어리가 별로 원하는 것 같지 않아서 낙청연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밤바람이 불어와 한기가 몰려왔다.“돌아가 쉬시오. 나는 서방에 혹시 또 다른 단서가 있는지 다시 가보겠소.”낙청연은 서방으로 돌아갔다.그러나 벙어리는 방으로 돌아가지 않고, 서방 밖에서 지키고 있었다.--어두운 밤, 복맹은 이리저리 도망가고 있었다.그리고 그 홍의 그림자가 뒤에서 바짝 뒤쫓아 오고 있었다.홍의 여인의 음랭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경성(敬成), 왜 도망가는 것이냐? 이제야 무서운가 보네. 늦었다고 생각되지 않느냐?”복맹은 긴장해서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두 눈은 공포가 가득했고 쉴 새 없이 뛰어다니며 숨었다.한참 숲속에서 길을 찾던 홍해와 구십칠은 발걸음 소리를 듣고 순간 깜짝 놀라 다급히 풀숲에 숨어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그들은 미친 듯이 앞으로 달려가는 복맹을 보았다. 마치 그 어떤 무서운 것에 쫓기는 듯했다.두 사람은 조용히 상황을 살피다가, 곧 슬그머니 뒤를 따라갔다.--날이 밝을 무렵, 홍해와 구십칠이 돌아왔다.책상 위에 엎드려 자고 있던 낙청연이 깨어났다.방문을 열자, 눈 부신 햇살이 사람의 몸을 따사롭게 비추었다.구십칠은 흥분해서 말했다. “나가는 길을 찾았습니다!”“어젯밤 우리는 이상한 남자를 따라가다가 나가는 길을 찾았습니다.”“다만 절벽을 끼고 가야 하고 길은 매우 좁으며, 게다가 안전장치도 없으며 밧줄도 없습니다.”“매우 위험합니다!”“이곳을 나가려면 일단 상처부터 잘 치료해야 할 것 같습니다!”“그렇지 않으면 너무 위험합니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그럼, 요 며칠은 다들 상처를 잘 치료하거라.”낙청연은 또 가서 약을 몇 첩 지어왔다. 그녀는 그
낙청연은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나, 몸을 돌려 일어났다.낙청연은 창문 틈으로 스쳐 지나가는 홍의 그림자를 보고, 앞으로 다가가 방문을 열었다.마침 홍해가 장도를 들고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방 안에서 나오고 있었다.이를 본 낙청연은 달래며 말했다. “괜찮다. 놀라지 말고 들어가 쉬거라.”홍해는 자신이 정말 그 홍의 그림자를 봤다고 말하려 했지만, 낙청연이 전혀 두려워하지 않자,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몸을 돌려 방으로 돌아갔다.낙청연이 방으로 돌아오자, 그 홍의 여인이 방 안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우단봉(虞丹鳳)?” 낙청연이 떠보았다.홍의 여인은 눈썹을 들썩이더니 말했다. “그리 멍청하진 않군!”“너는 어떻게 죽은 것이냐?” 낙청연은 귀도가 이렇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순간 우단봉의 두 눈에 증오가 불타올랐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살해됐다.”“가장 사랑하는 사람?” 낙청연은 무심코 앉으며, 우단봉의 이야기를 들어볼 생각이었다.“너도 보았을 것이다. 이곳은 내가 나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 만든 것이다.”“본래의 뜻은 노예로 인정받은 사람들을 거두려는 것이었다. 나는 이 세상의 불공평함을 바꿀 힘이 없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여 그들에게 더욱 나은 은신처를 주려고 노력했다.”“그리고 우경성은, 귀도가 받아들인 첫 번째 노예였다.”“나는 내가 굉장히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늑대를 집으로 끌어들였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오랜 세월 함께 지내다 보니, 나는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나는 그와 나의 모든 것을 함께 나누며, 그도 그중에 참여시켰다.”“하지만 우리는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다. 귀도는 노예라는 부문이 찍힌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곳인데 그는 더 많은 사람을 받으려고 하지 않았다. 사람이 많으면 자원도 나누어야 하니까!”“비록 갈등이 있었지만, 나는 여전히 그의 의견을 존중했고, 서서히 새로운 사람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하여 귀도도 점점 숨겨진 곳이 되었다.”“그런데 우리 혼인하는 날, 그는 나를 죽이고, 나
얼굴은 갑자기 몹시 공포스럽게 변했고 대량의 핏발이 창백한 얼굴에 돋더니, 핏줄이 터졌다.그녀의 얼굴이 찌그러지더니 흉악스럽게 변했다.낙청연은 다급히 부적 한 장을 날려 우단봉을 벽에 고정했다.그녀의 모습을 보니, 갑자기 통제력을 잃고 사람을 공격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두려웠다.“네가 생각나지 않으면, 내가 도와주마.”낙청연은 나침반을 꺼냈다. 진법이 날아가 우단봉을 가두었다.그녀가 천천히 눈을 감자, 눈앞에 옛날 귀도의 기백이 넘치는 풍경이 펼쳐졌다.성주의 대혼 날이다.그때 절벽 사이의 이 건축물은 기백이 넘쳤고 위엄이 돋보였다. 전혀 음산한 기운이 없었다.철교의 양측에도 건축물이 있었고 거리는 매우 넓었으며, 곳곳에 초롱을 달고 오색 천으로 장식했으며, 붉은 비단이 휘날렸다.꽃가마를 이쪽에서 저쪽으로 메고 갔으며, 말 위에 탄 남자는 바로 우경성이었다.꽃가마에 탄 여인은 새빨간 입술에 하얀 이를 가지고 있었고, 눈동자는 맑고 아름다웠으며, 눈매는 약간 날카롭고 영기가 넘쳤지만, 소녀의 수줍음을 감출 수 없었다.그녀는 오늘의 혼례에 대해 몹시 기뻐했다.그러나 동방화촉의 첫날밤, 그녀를 기다리는 건, 신랑이 그녀의 붉은 면사포를 젖히는 것이 아니라 장검에 가슴이 뚫리는 것이었다.붉은 면사포가 떨어지는 그 순간, 그녀는 눈앞의 사랑하는 사람이 그녀의 가슴에 찔린 그 장검을 잡고 있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왜입니까?” 눈물이 흘러내렸다.하지만 우경성의 눈빛은 날카롭고, 독기를 품었으며 마치 다른 사람 같았다.“너를 참아주는 건 이미 나의 한계에 달했다. 동방화촉의 첫날밤에 나는 나에게 악몽을 남기고 싶지 않다.”이 말을 끝내고, 우경성은 우단봉의 입안에 알약 한 알을 쑤셔서 넣더니, 곧 또 부적 한 장을 우단봉의 이마에 붙였다.낙청연은 그 부적을 보고 약간 놀랐다.정혼부(定魂符).사람이 죽기 전에 혼백을 몸에 가둬두면, 죽은 후 혼백이 몸을 떠나지 않는다.우경성은 뭘 하려는 걸까?다음 순간, 잔혹한 장면에 낙청연의 가슴은
낙청연은 우단봉을 바라보며 확고한 어투로 말했다.우단봉은 점차 평정을 되찾았고, 흉측한 얼굴도 차차 원래대로 돌아왔다. 눈에 선 핏발도 점점 사라졌다.낙청연은 그녀를 풀어주었다.우단봉의 날카로운 눈빛은 온통 증오로 가득했고, 두 눈은 낙청연을 주시했다.“우경성은 이미 죽었다. 나는 그가 완전히 잿더미가 되어 사라지길 바란다!”낙청연은 약간 놀라서 말했다. “죽었다고? 어떻게 죽은 거냐?”우단봉이 말했다. “어젯밤 그 남자의 몸 안에 우경성이 있었다!”이 말을 들은 낙청연은 의아했다.곧바로 우경성의 모습을 떠올려 보고 또다시 복맹의 몸에서 봤던 그 남자의 모습을 떠올려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확실히 우경성이었다!하지만 나이는 열 몇 살은 차이 나는 것 같았다.그가 몇 십년을 더 살았으니, 날로 얻어먹은 셈이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약속했다. “문제없다.”“그런데 우경성이 어떻게 죽었는지 알고 있느냐?”우단봉이 대답했다. “그건 모른다.”“나도 며칠 전에 네가 나를 풀어줘서 나온 거다. 나도 그가 이미 죽어서 나와 같은 모습이 되었다는 걸 방금 알게 되었다.”“직접 그를 갈기갈기 찢어 죽이지 못한 것이 한스럽다.”우단봉의 어투는 아쉬움이 남아있었다.낙청연은 상황을 파악한 후 물었다. “혹시 귀도산의 지도를 가지고 있느냐?”“우경성은 너의 시신을 팔방진에 묻어 두었다. 그러니 귀도산의 지도가 있어야 팔방진의 위치를 찾을 수 있다.”“지도는 없지만, 그려 줄 수 있다. 이 산의 돌덩이 하나까지 어디에 있는지 나는 다 알고 있다.”이 말을 하며 우단봉이 손을 펼치자, 종이가 하늘에 날아올라 갔다.우단봉은 붓에 먹을 묻혀서 지도를 그렸다.전체 귀도산의 지도가 눈앞에 펼쳐졌을 때, 낙청연은 우단봉에게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이렇게 상세한 곳까지 그녀는 모두 분명하게 그려냈다.그녀는 귀도성을 건설하기 위해, 확실히 산 전체의 지형을 철저하게 파악했다.심지어 뱀 굴이 있는 위치까지 그녀에게 그려주었다.
이 말을 들은 우단봉은 멈칫하더니, 울먹이며 말했다. “모르겠다……”“나는 영원히 이 산에 갇히게 되어, 몇 십 년이 지나도록 부모님과 오라버니가 왔다 간 적이 있는지 전혀 알 방법이 없었다.”“어쩌면 그들은 나를 불효자식이라고 생각하고, 벌써 족보에서 나의 이름을 지웠을 수도 있겠구나……”필경 그때 그녀는 가문을 배신하고 혼자 이곳에 왔으니까!“오랜 세월이 흘렀으니, 그들은 아마 나를 잊었을 거야……”우단봉의 어투는 슬픔에 젖어 있었다.죽은 후의 이 몇십 년 동안, 그녀에겐 끝없는 증오 외에 남은 건 아마 가족에 대한 그리움 뿐일 것이다.이 말을 들은 낙청연은 저도 몰래 동정심이 생겼다. “만약 이 일이 해결되면, 너를 데리고 하산할 방법이 있는지 알아봐야겠다.”“정말? 나를 데리고 하산할 수 있어?” 우단봉은 믿을 수가 없었다.우경성이 얼마나 악랄하고 잔인한 수단을 썼는지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곳을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은 이미 버린 지 오래됐다.“장담은 할 수 없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낙청연은 이 팔방진의 상황을 알 수 없었기에 그녀의 혼백을 온전하게 가져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그래. 기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다.”곧이어, 우단봉은 지도를 완성했다.꼬박 종이 네 장이었다.이어 놓으면 온전한 지도였다.낙청연은 지도를 가지고 밖으로 나와 땅바닥에 놓고 곧바로 나침반을 꺼냈다.팔방진의 위치를 찾기 시작했다.날이 밝기 전에, 팔방진을 찾았다. 모두 여섯 개의 진안이었고, 우단봉의 여섯 개 잔해가 놓여 있었다.일일이 위치를 표시한 후, 여섯 개 위치는 거리가 비교적 먼 것으로 나타났다.거의 산 전체를 넘어가야 했다.만일 우향이 이미 움직였다면, 그들은 더욱 빨리 움직여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우향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낙청연은 지도와 지도상의 위치를 전부 머릿속에 기억해 두고, 즉시 벙어리 등 사람을 깨웠다.“무슨 일이요?”그들은 몹시 경계했다.낙청연이 말했다. “짐을 챙겨라. 지금 바로 출
다행히 낙청연은 비수를 꽉 잡고 있었다.그리고 뒤에서 따라오던 벙어리는 낙청연의 팔을 덥석 잡고 그녀를 부축했다.낙청연은 다시 똑바로 섰다. 정말 위험천만했다.사람들은 모두 긴장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긴장한 기분이 다른 사람에게 전해질까 봐 두려웠다.절벽위를 걷는 그들의 발걸음은 유난히 느렸다.그리고 앞길은 끝이 보이지 않았으며 언제 안전하게 도착할지 알 수 없었다.갑자기 앞에서 걷던 홍해가 발걸음을 멈췄다.낙청연도 어쩔 수 없이 멈췄다. 너무 가까이 다가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발밑에 돌덩이가 두 사람의 체중을 감당할 수 있을지 몰랐기 때문이다.발밑의 돌덩이가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그들은 모두 일정한 거리를 두었다.“왜 그러냐?” 낙청연이 물었다.전방에서 갑자기 음살기를 지닌 바람이 한바탕 불어왔다.낙청연의 미간이 흔들렸다.전방의 위험한 기운에 낙청연은 숨을 죽이고 앞으로 조금 움직였다. 그녀의 눈앞에 소름 끼치는 장면이 펼쳐졌다.전방의 절벽위에 복맹이 마치 거미처럼 엎드려 있었다.마침 그들의 앞길을 막고 있었다.그의 사지에는 모두 쇠 발톱이 있었다. 그때 봤던 우향의 몸과 같았다.보아하니 복맹은 이미 우향을 만난 모양이다.분위기는 무거웠고 몹시 긴장했다.그들은 절벽위에서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복맹은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피범벅이 된 해골 얼굴에 음산한 웃음이 번졌다.곧이어 눈가에 살기가 스치더니, 갑자기 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밧줄!” 낙청연은 소리치며 기다리지 못하고 바로 앞으로 다가가 홍해 등에 지닌 밧줄을 가져갔다.홍해는 복맹의 공격에 어쩔 수 없이 칼을 들고 막았다.이건 절벽에서 매우 위험한 행동이었다.낙청연은 다급히 밧줄을 내던져 홍해의 허리를 휘감고 죽을힘을 다해 밧줄을 잡아당겼다.“조심하거라.”절벽에 엎드린 복맹도 한 손으로 홍해를 공격할 수밖에 없었다. 예리한 무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유난히 귀에 거슬렸다.이럴 때, 겨루는 건 힘이다.몇 번 공격을 거쳐 복맹은 홍해에
낙청연은 고개를 번쩍 들고 쳐다보았다.그 공포스러운 얼굴이 그녀의 머리 위에 나타났다.복맹이든 아니면 복맹 몸 안의 우경성이든 모두 낙청연을 노리고 있었다.그들의 목표는 늘 낙청연이었다!복맹은 음산한 웃음을 지으며, 갑자기 달려들었다.그러나 이때, 홍해가 허리에 감았던 밧줄을 잘라버리고 몸을 날려 그를 덮쳤다.홍해가 돌벽을 벗어난 그 순간, 낙청연은 대경실색했다.곧이어 홍해가 복맹을 붙잡고, 두 사람이 함께 벼랑에서 떨어졌다.행동이 민첩한 낙청연은 다시금 밧줄로 홍해를 휘감았다. 하지만 그녀는 잡아당길 힘이 없었다.낙청연은 밧줄을 손목에 한 바퀴 휘감았다.그녀의 손목은 밧줄에 조여 하얗게 되었다.손바닥이 해어졌다.벙어리는 낙청연이 끌려가지 않도록 죽을힘을 다해 잡아당겼다.홍해는 필사적으로 복맹을 끌어안았다. 복맹은 홍해의 어깨를 사정없이 물어뜯었다.선혈이 마구 튀었고, 살점 한 덩이가 벼랑으로 떨어졌다.낙청연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버텨라!”홍해는 극심한 통증을 억지로 참으며 온 힘을 다해 복맹을 제지했다.“놓으세요! 당신들은 잡아당기지 못합니다! 저에게 끌려갈 겁니다!”구십칠도 도와주려고 긴장해하며 몸을 움직였다.하지만 돌벽이 너무 가파르고 그들에게는 그 어떤 잡아당길 것 하나 없었다.손에는 비수를 잡고 힘을 아래로 쓸 수는 있었지만, 가로로 바깥으로 힘을 쓸 수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비수가 뽑히기 때문이었다.그래서 구십칠은 전혀 힘을 쓸 수 없었다.낙청연은 이를 악물고 홍해를 끌어당겼다.홍해는 평온한 눈빛으로 낙청연을 쳐다보며 말했다. “제가 떨어지면, 저의 혼백을 가져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산에 남아도 괜찮습니다.”“그러니 절벽 아래까지 내려와서 저를 찾지 않아도 됩니다.”“당신들은 꼭 살아서 나가십시오!”이 말을 끝내고 홍해는 바로 비수를 휘둘러 밧줄을 끊어버렸다.또 한 발로 돌벽을 힘껏 디디고, 필사적으로 복맹을 끌어안고 날아갔다.빠른 속도로 벼랑에서 떨어졌다.낙청연의 손이 갑자기 풀
구십칠은 잠시 멍해 있더니 말했다. “절벽을 내려가는 길이 있습니까?”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었다.세 사람은 충분히 휴식을 취한 후, 계속해서 출발하여 산 아래로 내려갔다.한 시진쯤 걸어서 낙청연은 그들을 데리고 절벽 아래에 도착했다. 이곳 양쪽은 가파른 절벽이었고 아래쪽은 얕은 개울이었다.세 사람은 시냇물을 밟고 앞으로 걸어갔다.이곳은 몹시 추웠다. 그들의 손은 꽁꽁 얼어서 감각을 잃었다.길은 넓었다가 좁아졌다 했으며, 빛은 흐렸다 밝아졌다 반복했다.한참을 걸으니, 전방에 드디어 사람 그림자가 보였다.홍해의 시신이었다.그렇게 높은 곳에서 떨어졌으니, 시신은 이미 온전하지 않았다……낙청연의 마음은 무거웠다. 취혼부를 붙이고 홍해의 혼백을 병에 담아 주머니에 넣었다.구십칠과 벙어리는 이미 이 근처에서 한참 찾았다.돌아온 후 세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약속이나 한 듯 마음이 무거웠다.“복맹은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복맹의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다.이는 낙청연이 예상했던 바이다. 필경 지금 복맹 몸 안에 그 사람은 우경성이다.하지만 그렇게 높은 곳에서 떨어졌으니, 이 복맹의 몸도 이미 많이 다쳤을 것 같다.“모두 조심하시오.”“곧 도착할 것이오.”세 사람은 줄곧 앞으로 걸어갔다. 그들은 어떤 동굴 입구에 도착했다.그 음산한 기운은 이곳에서 뿜어져 나온 것이었다.동굴 입구에 서서, 칠흑 같은 동굴 안을 쳐다보니, 한기가 용솟음쳤다.“도착했소.”낙청연은 앞장서서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동굴 안은 뚝뚝 떨어지는 물소리만 들렸고, 매우 조용했다.길고 긴 통로를 지나자, 앞은 확 트였다.낙청연은 화절자를 들고 벽면 위에 놓여있는 등잔에 불을 붙였다.이곳의 등잔에 연이어 불을 붙이자, 동굴 안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동굴 사면의 벽면에 모두 석상이 하나씩 놓여 있었다. 석상 아래는 쇠사슬이 길게 뻗어 있었고 중앙에 매달려 있는 그 관을 묶고 있었다.관에는 혈부가 가득 붙어있었다.낙청연이 그 관을 에워싸고 돌면서 관찰해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