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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성도윤은 평생을 걸더라도 3개월 전 그날 밤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당시 형과 함께 뉴욕 거리를 걸으며 성씨 집안의 미래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하던 중 갑작스러운 습격을 당하면서 그를 향해 날아오는 총알을 형이 대신하여 온몸으로 막아줬었다.

형은 숨을 거두기 전 정말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있는데 임채원이라고 했다.

게다가 그녀는 아이를 가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채원이랑 결혼해서 나 대신 보살펴 줘. 그리고 채원과 아이에게 온전한 가정을 만들어줘.”

그는 피범벅이 된 손으로 자신을 꽉 붙잡고 애원하던 형의 간절한 눈빛을 영원히 잊을 수 없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성도윤은 자기 앞을 가로막은 형을 밀어내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것이다.

“나랑 아이를 위해 아버님의 심기까지 건드리고 설아 씨한테도 상처를 줬잖아. 솔직히 말하면 진짜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데... 됐어! 나 혼자서도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어. 비록 아이까지 딸린 미혼모라서 생활이 어려울 테지만, 도현 오빠의 아이를 위해서라면 난 참을 수 있어.”

임채원은 계속해서 훌쩍거렸다.

그녀는 자신의 필살기에도 성도윤이 끄떡없을 거로 믿지 않았다.

성도윤은 싸늘한 얼굴로 임채원과 슬며시 거리를 두었다.

“아빠는 속사정까지 모르니까 너에 대한 선입견이 있어서 그래. 신경 쓰지 마. 그리고 차설아는...”

성도윤은 멈칫하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애초에 별다른 감정이 없었어. 심지어 4년 동안 관계를 가진 적이 단 한 번도 없는데, 너 때문이 아니더라도 이혼했을 거야.”

“그럼 설아 씨는? 아마 널 많이 사랑하고 있을 거야. 너처럼 잘생기고 능력 있는 남자가 어디 있겠어?”

임채원의 목소리는 애교가 넘쳤고, 성도윤을 바라보는 눈빛에 미련이 가득했다.

그녀는 진정한 어장관리녀로서 사실은 재미로 성도현처럼 고분고분한 남자한테 대시했을 뿐이다. 그러나 너무 고지식하고 아부만 떨어서 정이 안 갔다.

하지만 성도윤을 보는 순간 첫눈에 반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드디어 깨달았다.

따라서 앞으로는 여러 다리를 걸치는 게 아니라 성도윤이라는 대어를 집중 공략하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성도윤에게 빌붙기 위해 방해가 되는 가장 큰 장애물이 바로 차설아였다.

“그녀도 날 사랑하지 않아.”

아니면 이혼하는데 어찌 그렇게 적극적일 수 있겠는가.

임채원은 그제야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보아하니 두 사람이 서로 전혀 감정이 없고 보기만 해도 짜증 낸다는 소문이 사실인 듯싶었다. 어차피 이혼은 시간문제일 뿐,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 설아 씨는 정말 안목이 없나 봐. 너처럼 잘생기고 능력 있는 사람도 눈에 차지 않다니, 덕분에 내가 득템하게 되어서 다행이다만.”

임채원은 다시 성도윤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말을 들은 성도윤은 알 수 없는 불쾌감에 짜증스럽게 넥타이를 잡아당겼다.

“시간도 늦었는데 먼저 갈게.”

이 말을 듣자, 임채원은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여기가 너희 집 아니야? 어디 가?”

성도윤이 무심하게 말했다.

“해안시에 다른 집이 있어.”

“뭐?”

임채원은 어안이 벙벙했다.

성도윤과 같이 살다 보면 정이 들 거라는 임채원의 기대와 달리 그는 바로 간다고 했다.

어쩐지 4년 동안 한 번도 차설아와 관계를 갖지 않았다 했더니, 무려 4년이나 독수공방했을 줄이야! 이렇게 가혹할 수가!

...

퇴원한 지 사흘이 지난 차설아는 그럭저럭 컨디션을 회복했다.

오늘은 그녀가 이사하는 날이다.

배경수는 지금 사는 원룸이 너무 초라하다며 그녀에게 다른 집을 마련해줬다.

“걱정하지 마세요. 보스가 눈에 띄는 걸 좋아하지 않은 걸 알고 일부러 무난한 곳으로 찾았어요.”

이는 배경수와 통화하면서 그가 했던 말이다.

물론 그녀가 주소를 따라 한 층에 두 채밖에 없는 100평 리버 뷰 아파트에 도착했을 때 말문이 턱 막혔다.

한 채에 몇백 억씩 하는 대저택이 어딜 봐서 무난하냐는 말이다.

차설아가 배경수에게 다른 집을 알아봐달라고 연락하려던 찰나 전화가 걸려 왔다.

“차설아 씨 맞죠? 여기 XX 병원입니다. 그날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문제가 있어서 얼른 병원으로 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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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사랑
그리고 사랑하고 말고를 지가 왜 맘대로 넘겨짚어? 지가 이혼하자고 했지 설아가 하자고 했냐고? 꼭 해야하냐고 묻기까지 했는데 기억이라는걸 못하나보지? 그럼 자존감이라는게 있는데 울며불며 매달려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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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사랑
의리라고는 없는 놈이네..설아가 그래도 할아버지 목숨의 은인 집안으로 4년간 법적으로 정당한 아내였는데 아무 설명도 없이 몰라도 된다더니 입싼 개구리처럼 채연이에게는 잘도 떠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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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사랑
와..이런 얘기까지 한다고? 성도윤 선 씨게넘네..치욕스럽게 부부관계 한번도 안한걸 나불나불 얘기하다니..진짜 정떨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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