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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차설아는 조마조마한 마음을 안고 병원으로 향했다.

간호사가 건넨 검사 결과를 본 그녀는 어안이 벙벙했다.

“차설아 씨, 혈액 검사 결과 HCG 수치와 프로게스테론 수치가 높은 편이라 임신한 지 한 달 정도 된다고 볼 수 있겠네요.”

“뭐라고요? 임신한 지 한 달 됐다고요?”

“네, 축하드립니다. 이제 엄마가 되셨네요.”

간호사가 떠난 후에도 차설아는 여전히 넋을 잃고 있었다.

막장도 이런 막장이 어디 있냐는 말이다.

그딴 짓거리를 딱 한 번 저질렀을 뿐인데 바로 당첨되다니? 그녀의 생식 기능이 뛰어난 건가, 아니면 그놈의 유전자가 너무 강한 탓인가? 대체 하느님은 왜 그녀에게 이런 시련을 준단 말이지?

물론 성도윤의 아이라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한 달 전 그날 밤, 성도현의 장례식을 마치고 나서 집안 분위기는 유난히 가라앉았다.

차설아는 그동안 늘 안하무인에 고고하던 성도윤이 모든 벽을 허물고 마치 어린아이처럼 얼굴을 가린 채 흐느끼며 술을 연신 들이켜는 모습을 처음 봤다.

결국 함께 슬퍼해 주다가 같이 울면서 술까지 마셔줬다.

그러다 술에 취해 잠자리도 들게 되었는데...

결혼 4년 만에 그날은 부부로서 가장 친밀한 관계를 나눈 밤이었다.

차설아는 그날 밤 이후로 성도윤과 좀 더 친해질 수 있을 거로 생각했지만, 친해지기는커녕 이대로 끝날 줄이야!

게다가 깔끔하게 끝내면 그만일 텐데, 뜬금없이 아이까지 생겨 그녀의 계획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렸다.

“역시 남자는 동정하는 게 아니라더니, 이렇게 재수 없을 줄이야.”

차설아는 후회가 물밀듯이 몰려왔다.

과연 성도윤에게 임신 소식을 알려줘야 할까? 어쨌거나 아이의 아버지로서 살릴지 말지 두 사람이 함께 결정해야 하는 게 맞지 않겠는가?

“설아 씨, 이런 우연이 있나? 병원에는 무슨 일이야?”

이때, 뒤에서 임채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설아가 돌아서는 순간 허리를 짚고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임채원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임채원의 옆에는 곧 전남편이 될 성도윤이 서 있었다.

훤칠한 키와 잘생긴 얼굴은 변함이 없었고, 무심한 표정은 특유의 고귀한 분위기를 풍겼는데 사람들 속에서 유난히 돋보였다.

순간 넋을 잃은 차설아는 문득 심장이 따끔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선남선녀가 따로 없는 두 사람은 누가 봐도 너무 잘 어울렸고, 주변의 공기마저 사랑스럽고 몽글몽글했다.

그리고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임채원의 배가 더 커진 것 같았다.

순간 불필요한 존재라고 느낀 차설아는 배 속의 아이마저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검사받으러 왔어. 방해하지 않을 테니까 이만 가볼게.”

그녀는 피식 웃더니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손을 휘휘 저었다.

물론 끝까지 성도윤에게 임신 사실을 알릴 용기는 나지 않았다.

어차피 말해봤자 굴욕만 자초할 뿐, 차라리 뱃속에 품고 있다가 영원히 비밀로 하는 게 자존심이라도 지킬 수 있지 않겠냐는 말이다.

곧이어 성도윤은 커다란 손바닥으로 그녀의 가느다란 손목을 덥석 붙잡았다.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 무슨 일 있어?”

차설아는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동안 밤하늘의 별처럼 아름다운 눈동자에 푹 빠져들었던 그녀였지만, 지금은 그저 우습기만 했다.

“내가 안색이 좋든 말든 예비 전남편이 상관할 일인가?”

단 한 마디에 성도윤은 기가 차서 미간을 팍 찌푸렸고, 알 수 없는 분노가 치솟았다.

하지만 시니컬하기로 소문난 성씨 가문 둘째 도련님이 오늘은 이상하게도 뻔뻔스러울 정도로 태클을 걸었다.

“너도 말했다시피 예비 전남편이지, 전 남편은 아니잖아?”

성도윤의 서늘한 시선이 차설아의 손에 들린 검사 결과를 향하더니 명령조로 말했다.

“뭐 때문에 재검사하는데? 이리 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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