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윤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강우혁을 싸늘하게 바라보았다.“우리 두 사람 사이를 네가 왜 궁금해해? 너한테 알려줄 필요는 없는 것 같은데?”“경윤아, 화내지 마. 난 그저 그 남자가 좋은 사람 같지 않아서 그래. 완전히 바람둥이 같잖아, 상처받지 않도록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래.”“허허, 그가 아무리 좋은 사람 같지 않다고 해도 너 같은 사기꾼보다는 낫잖아!”배경윤은 강우혁의 옷깃을 움켜쥐고 눈 밑에 깊은 원한을 품고 말했다.“내가 너의 목숨을 남겨둔 것은 단지 내가 마음이 넓어서야. 내가 이미 과거의 원한을 잊고 너를 용서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인내심에 도전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날 미워할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지만, 그런 남자 찾아서 너 자신을 해치지 마, 너...”강우혁은 말을 끝내지 못했는데 문밖을 지키며 안의 인기척을 엿듣던 사도현이 끝내 참지 못하고 다시 쳐들어왔다.“방금 뭐라고 했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네가 어떻게 알아!”“왜 또 들어왔어요!”배경윤은 노기등등한 사도현을 보며 머리가 깨질 것만 같았다. 이 녀석은 어찌 이리도 남의 말을 엿듣기 좋아하는지!“내가 다시 들어오지 않았으면 이 비열한 소인배한테 어떤 먹칠을 당했는지도 모를 거잖아? 내가 그쪽이랑 아무 교류가 없었는데 왜 내가 좋은 사람 같지 않고 바람둥이가 된 거지?”사도현은 바람둥이라는 말을 반박하면서 힘이 부쩍 모자라는 기분이 들었다.“나는 단지 많은 아름다운 여자들과 친구를 사귀는 데 열중했을 뿐이야...”배경윤: “...”강우혁은 사도현을 외면한 채 배경윤을 바라보며 말했다.“경윤아, 네 상태가 완전히 호전되려면 일주일 정도 입원해야 해.”입원 절차를 마친 배경윤은 병원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고급 1인실에 입원했다.그녀의 얼굴은 그렇게 붓지는 않았지만 얼굴 전체가 빨갛게 달아올라 보기만 해도 끔찍했다.배경윤은 거울을 보며 중얼거렸다.“망했어, 나 진짜 얼굴 망가질 것 같은데 치료 못 하면 어떡하지?”사도
“강우혁?”차설아도 남자를 놀라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그런 쓰레기는 당연히 배경윤이의 세계에서 완전히 사라져야 하는 게 맞는데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이렇게 자리에 나타났는지 너무 어이가 없었다.이 남자가 배경윤에게 한 갖가지 악행을 생각하자 차설아는 분노에 불타서 남자의 옷깃을 움켜쥐었다.“여기 왜 왔어요, 또 우리 경윤이에게 매달려서 무엇을 하려고 하는 건데요? 진짜 더는 눈앞에서 알짱거리지 말죠, 내가 당신, 본인이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르게 보내줄 수 있는데.”“당연히 차설아 씨의 수단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고 있죠. 누구의 목숨을 앗아가든 너무 쉬우신 거 너무 잘 알죠. 제가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닐 거라는 걸요. 만약 그게 경윤이를 기쁘게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세요.”강우혁은 눈을 감은 채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차설아는 멱살을 잡은 손의 힘을 더 세게 주고 눈살을 찌푸리며 눈앞의 남자를 노려보았다.“무슨 뜻이죠? 당신이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닐 거라는 건 무슨 뜻으로 한 말이에요? 내가 변태 살인마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에요.”강우혁의 옷깃이 그의 목을 옥죄는 바람에 그는 숨이 막혀 볼이 빨갛게 질렸다.“무슨 뜻인지는 차설아 씨가 제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경윤이도 자리에 있으니 어떤 말은 제가 너무 자세히 하기 불편하네요. 어떤 일은... 저희 두 사람만 알고 있으면 되니까요.”“싱겁기는.”그러다 차설아는 이 녀석이 곧 죽을 것 같아 보이자 결국 손을 떼고 땅에 내동댕이쳤다.강우혁은 허겁지겁 일어나 배경윤 옆으로 다가가 상태를 체크했다."걱정하지 마, 푹 자고 내일 일어나면 네 얼굴은 원래대로 회복될 거야.”말투는 부드러웠고 눈빛에는 꿀이 떨어질 것 같았다."내일 낫는데 왜 일주일 동안 입원해 있어야 해?”배경윤이 쌀쌀한 태도로 물었다.강우혁의 의술을 믿지 않았더라면 그와는 말도 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알레르기 증상이 너무 심해서 반복될 수도 있어. 이번 주 안에 다시 알레르겐에 노출되면
“한 사람을 잊는 데는 시간과 새로운 사랑만 있으면 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어?”배경윤의 시선은 아득히 멀어지더니 천천히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그동안 여기저기 돌아다녔던 것은 다양한 사람과 일을 만나 치유해 주고 싶어서였어.”“원래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는데 결국 운명처럼 사도현을 만나게 되었어. 그는 비록 내 새 애인은 아니었지만 마치 구조대원처럼 나를 깊은 바다에서 끌어내어 강우혁이 낸 상처를 완전히 치유할 수 있게 해줬어... 하지만 지금 보니 나는 어쩌면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진 것 같네...”차설아는 배경윤의 쓸쓸한 모습을 보고 매우 마음이 아팠다, “네가 정말 좋아한다면 쟁취해 봐. 나는 사도현도 분명 무슨 응어리가 있어서 이렇게 삐뚤어진 것으로 생각해. 어쩌면 그도 물에 빠진 사람이라 네가 좀 도와줘야 할 수도 있고...”"그의 응어리라...”배경윤은 차설아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너일 수도?”“경윤아, 나랑 사도현은 정말 순수한 우정이야. 너랑 오빠가 계속 우리를 맺어주니 정말 난처해.”“네가 아니면 누구겠어?”배경윤은 한숨을 내쉬고 말을 이었다.“너 말고 이 세상에 또 어떤 여자가 사도현의 응어리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어.”"아,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생각났는데 그 윤설이라는 여자가 사도현의 관심을 받아온 것 같은데 설마 응어리가 여기에 맺힌 건 아니겠지?”지난 몇 년 동안 사도현이 윤설을 얼마나 총애했는지 연예계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거다.“네가 그렇게 말하니 나도 기억이 나. 사도현을 만난 날 사도현과 윤설 사이가 틀어졌었어. 윤설이 죽네 사네 하며 사도현에게 용서를 빌던데 설마 문제가 여기서 생긴 건 아니겠지?”“분명 이걸 거야!”“일단 넌 편안하게 몸조리해. 내가 이제 시간을 내서 윤설을 만나 사도현이 도대체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알아낼게.”"설아야, 내 이런 하찮은 일은 신경 쓰지 마. 나도 사도현과 어떻게 할 생각은 없어. 섣불리 윤설을 찾으러 가는
강우혁은 당황한 차설아의 반응을 보고는 그녀의 어깨를 툭툭 쳤다.“걱정 마요, 경윤이 친구니까 당신이 잘못되면 경윤이도 힘들 테니 깊은 말은 어디 가서 하지 않을 거예요.”차설아는 착잡한 눈빛으로 심호흡을 하고 심각한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반드시 그래야 할거에요. 내가 저지른 잘못은 이제 적합한 시기에 내가 잘 해결할 테니까.”"저한테 약속할 필요 없어요. 채원이가 자업자득이라는 걸 알아요. 저도 당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이 일은 애초에 일어나지 않았던 거로 치고 영원히 우리 둘의 비밀이 될 거에요.”강우혁은 냉혹하고 단호하게 눈빛을 돌렸다.차설아는 강우혁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의심하지 않았는데 그의 무뚝뚝한 표정은 진짜 마음이 굳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표정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갈수록 이해가 안 되는 건 남자가 마음이 변하면 다들 이렇게 현실적이고 냉혹해지는 건가였다.강우혁은 임채원을 사랑했고 심지어 그녀를 위해 경윤이를 속이기까지 한 망나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강우혁, 난 당신이 이해가 안 돼요. 임채원은 당신이 가장 사랑했던 사람 아닌가요? 그녀의 죽음이 나와 관련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왜 이렇게 냉정한 거죠? 복수는커녕... 감춰줄 의향까지 있다고요?”차설아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물었다.그녀는 강우혁이 고의로 그녀를 속이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일은 원래 그녀의 마음의 병이기 때문이다, 한순간은 속일 수 있어도 평생 속일 수 없다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만약 남자가 기회를 틈타 경찰에 신고하거나 협박을 하려고 한다면 그녀는 모두 인정하고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게 어디 있어요, 단지 내 집념일 뿐이죠...”강우혁은 눈을 가늘게 뜨고 감개무량한 듯 말했다.“채원이는 너무 악랄한 짓을 많이 해서 그 결과를 맞게 된 것도 자업자득이죠.”“당신이 믿든 말든 말하는 건데 나는 정말로 그녀의 목숨을 건드릴 생각은 없었어요. 모든 것이 사고였죠. 그러나 시간을
하지만 경윤이의 미래를 위해 그녀는 약속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나는 그날 그녀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머리를 풀어헤치고 피골이 상접할 정도로 말랐던데 그 모습을 보니 심지어 그녀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차설아는 묵묵히 손가락을 조이었는데 목구멍도 조여왔고 가슴은 말할 수 없이 괴로웠다.“그것은 모두 표상입니다. 이 여자는 무고한 척을 하며 사람들의 동정을 사는데 실제로는 매우 악랄하고 냉혹하죠. 그녀 같은 여자는 감정이 없습니다. 저는 제 진심으로 그녀를 치유하고 구원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하지만 그녀로 인해 나락으로 끌려들어 가 버렸죠!”“허허, 정말 본인은 잘못이 없는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남자들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다룰 수 없어서 화를 내고... 그것만 봐도 임채원은 불쌍한 여자예요. 사랑한다고 했던 남자들이 결국 그녀를 포기했잖아요.”차설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남자는 다 똑같을 거다. 그래서 임채원과 원수라고 할 수도 있는 사이인데 어느 순간 임채원과 같은 감정을 느꼈었다.“그녀가 나와 경윤의 그 영상들을 가지고 당신과 나를 협박하는 것만으로 이 여자는 이미 뼛속까지 썩었다는 것을 증명하기에 충분하죠, 전혀 동정할 가치가 없어요. 당신이 그녀를 절벽 아래로 밀어 내린 것은 결코 당신을 탓할 수 없어요, 그녀가 너무 지나치다는 걸 저도 알거든요!”강우혁은 냉정하게 말했다.“그래서 그날 밤 당신도 현장에 있었고 나와 그녀의 충돌을 보았고 또 내가 그녀를 어떻게 절벽에서 밀어 내렸는지 보았단 말인가요?”일이 이렇게 된 이상 차설아도 이미 매우 평온해졌고 이 사고를 다시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엄밀히 말하면 그녀는 살인범인 셈이다.그날 밤 임채원은 온갖 험담을 쏟아냈는데 그 목적은 원이를 내놓거나 배경윤과 강우혁의 사적인 영상을 공개하거나 두 가지였다.하나는 자신의 자식이고 하나는 자신의 절친이었다.두 사람 모두 조금의 상처도 받아서는 안 되었다.그래서 이성을 잃은 그녀는 앞으로 달려가 임채원이 들고 있는 동영상
차설아는 전당포에 돌아와 강우혁이 건넨 영상을 말끔히 없앤 뒤 근심에 잠겨 잠이 들었다.그녀는 매우 불안했는지 반복해서 꿈을 꾸었다.꿈속에서 임채원은 머리를 풀어헤치고 바다에서 기어 나왔는데 손발이 부러져 하얀 뼈가 선명하게 보였고 얼굴은 더욱 선혈이 낭자했는데 그녀를 향해 음산하게 웃고 있었다.“하하하, 차설아, 너의 좋은 날은 이미 끝났어. 나 임채원이 생전에 너를 이길 수 없었어도 죽어 사악한 귀신으로 변해서라도 너를 끌고 같이 지옥에 갈 거야!”그 피 묻은 얼굴은 점점 가까워져 마치 차설아의 얼굴을 덮을 것 같았고 질식하는 느낌은 그녀를 고통스럽게 했는데 그녀는 마구 손을 흔들며 소리를 질렀다.“싫어, 오지 마!”“아가씨, 아가씨 일어나세요. 날이 밝았어요!”민이 이모가 침대 옆에 앉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의 손을 잡고 깨우려고 했다.“아!”차설아는 마치 소용돌이 속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갑자기 누군가가 잡아당겨 눈을 번쩍 떴고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아가씨, 얼굴이 너무 하얗게 질렸는데 혹시 악몽을 꿨어요?”“네.”차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숨을 크게 쉬었다.아까의 악몽은 너무도 선명했는데 임채원은 피 묻은 얼굴로 그녀의 얼굴에 직접 닿았는데 그 숨이 막히는 느낌은 마치 물에 빠진 것 같이 너무 절망적이었다.“무서워 말아요. 깨어나면 다 괜찮아질 거예요...”민이 이모는 차설아의 등을 토닥이며 눈빛에는 안쓰러움이 묻어났다.“아가씨가 최근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이런 엉망진창의 꿈을 꿨을 거예요. 이따가 제가 약봉지 향낭을 만들어 줄게요. 가지고 다니면 살균도 되고 악령도 막을 수 있어서 다시는 그런 꿈을 꾸지 않을 거예요.”“고마워요.”차설아는 걱정스러운 듯 한숨을 내쉬며 민이 이모에게 조용히 물었다. “이모, 이 세상에 정말 악령 같은 것이 있다고 생각하세요?”“글쎄요, 잘 모르겠어요.”민이 이모는 근엄한 표정으로 깊은 회상에 잠겼다.“어릴 때부터 할아버지를 따라 의학을 배우면서 각종 기괴한 일들
차성철은 신문을 내려놓으며 날카로운 눈빛을 하고 물었다.“그냥...회사에 가서 일을 좀 처리하려고. 그렇게 긴 휴가를 보냈으니 이제는 일을 시작해야지.”“너는 내 여동생이고 내가 있는데 네가 평생 휴가를 보내도 상관없어. 요즘 상황이 험악하니 좀 더 쉬었다 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지금의 그는 바로 차가의 가장으로 24시간 차설아를 온실에 가두고 보호하려고 애썼다.지금의 해안은 이미 많이 변했는데 그에게 복수하려는 사람이 셀 수 없이 많아 동생이 연루될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그럴 리가, 오빠 여동생도 만만치 않은 사람이야. 누가 감히 나한테 험악하게 굴면 내가 알아서 혼내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차설아는 손을 흔들고는 허리를 굽혀 원이와 달이에게 뽀뽀를 했다.“너희 두 녀석, 외삼촌과 민이 이모 말 잘 들어야 해. 엄마 갔다 올게.”“네, 엄마 조심해서 다녀오세요.”두 녀석은 차설아와 달콤하게 뽀뽀를 했는데 그들의 엄마가 위험에 처할까 봐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엄마가 얼마나 대단한지 외삼촌은 본 적이 없어도 그들은 너무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어, 아가씨 잠깐만요!”민이 이모는 일어나서 문 앞에 다다른 차설아를 뒤쫓았다.“이 약봉지 향낭을 몸에 걸어요. 아가씨가 그 악몽을 꾸는 것은 좋지 않은 징조라고 생각해서요.”“걱정하지 마세요, 이모. 전 누구도 무섭지 않아요.”차설아는 향낭을 달고 자신만만하게 출발했다.하지만 그가 가는 곳은 회사가 아닌 드라마 촬영 현장이었다.어젯밤 그녀가 병원에서 돌아왔을 때 특별한 수단을 통해 윤설의 연락처를 얻었다.윤설은 그녀의 이름을 듣고 깜짝 놀라며 반가운 마음으로 만남을 허락했다.공교롭게도 촬영장 위치는 평탄도로 그녀와 임채원이 충돌했던 곳이었다.“정말 이상하네.”차설아는 차를 세울 곳을 찾고는 눈에 익은 경치를 보며 침을 꿀꺽 삼켰는데 안 좋은 예감을 느꼈다.“차설아 씨, 우리 설이가 아직 촬영 중이에요. 전 매니저고요. 제가 잠시 대기실로 안내해 드릴까요?”윤설의 매니저는 함
“하하, 당연히 설이가 설아 씨랑 너무 닮았기 때문이죠.”매니저는 말을 덧붙었다.“둘이 너무 닮았어요. 우리 업계에서는 설이가 설아 씨의 대타라고 할 정도라니까요. 우리 설이가 출연한 첫 영화가 그 유명한 성 대표님과 찍은 이잖아요. 우리 설이도 이 영화로 유명해졌죠...”차설아는 머리를 뒤로 넘기며 어색한 반응을 이어갔다.“소문으로 들은 기억이 있네요.”“안타깝게도 성 대표님은 지금 서가네 아가씨와 사귀고 있으니... 우리가 지지했던 커플은 결국 새드 엔딩을 맞이했네요.”매니저는 긴 한숨을 내쉬었는데 차설아를 보는 눈빛에 아쉬움과 동정이 가득했다.차설아는 윤설의 촬영을 멀찌감치 지켜보며 매니저에게 물었다.“윤설 씨는 지금 솔로인가요?”“쟤요?”매니저 역시 윤설을 멀찌감치 바라보며 대답했다.“지금 설이 뒤에는 큰 분이 계셔서 이런 민감한 문제는 함부로 대답해 드릴 수 없죠.”“뒤에 있다는 분이 혹시 사도현인가요?”“아니, 아니요. 도련님보다 좀 더 높은 분이요.”“사도현보다 더 높은 분이라고요?”차설아는 진실을 직감하고 캐물었다.“도대체 누구예요? 사도현이 전에 윤설을 받쳐줬다고 들었는데 혹시 그 후 두 사람 사이에 무슨 불화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차설아는 이 두 사람에게 무슨 커다란 모순이 있었음이 틀림없다고 추측했고 그 모순이 너무 커서 지금까지도 사도현에게 트라우마로 남았기에 지금과 같이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고 망설이고 사랑하고 싶어도 사랑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생각했다.“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그 후에도 매니저는 차설아를 흠모하는 마음으로 잡담을 나눴고 윤설의 촬영이 끝나자 우산을 들고 있는 다른 매니저와 함께 그들에게 다가갔다.“차설아 씨,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윤설은 웃으며 이들의 말을 끊고 매니저가 열어준 의자에 우아하게 앉았다.차설아는 눈앞의 여인을 살폈는데 4년 전 처음 만났을 때의 단순하고 수줍음이 사라지고 일거수일투족에서 능구렁이 같은 속셈이 보였는데 조금은 안타까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