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설아는 전당포에 돌아와 강우혁이 건넨 영상을 말끔히 없앤 뒤 근심에 잠겨 잠이 들었다.그녀는 매우 불안했는지 반복해서 꿈을 꾸었다.꿈속에서 임채원은 머리를 풀어헤치고 바다에서 기어 나왔는데 손발이 부러져 하얀 뼈가 선명하게 보였고 얼굴은 더욱 선혈이 낭자했는데 그녀를 향해 음산하게 웃고 있었다.“하하하, 차설아, 너의 좋은 날은 이미 끝났어. 나 임채원이 생전에 너를 이길 수 없었어도 죽어 사악한 귀신으로 변해서라도 너를 끌고 같이 지옥에 갈 거야!”그 피 묻은 얼굴은 점점 가까워져 마치 차설아의 얼굴을 덮을 것 같았고 질식하는 느낌은 그녀를 고통스럽게 했는데 그녀는 마구 손을 흔들며 소리를 질렀다.“싫어, 오지 마!”“아가씨, 아가씨 일어나세요. 날이 밝았어요!”민이 이모가 침대 옆에 앉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의 손을 잡고 깨우려고 했다.“아!”차설아는 마치 소용돌이 속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갑자기 누군가가 잡아당겨 눈을 번쩍 떴고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아가씨, 얼굴이 너무 하얗게 질렸는데 혹시 악몽을 꿨어요?”“네.”차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숨을 크게 쉬었다.아까의 악몽은 너무도 선명했는데 임채원은 피 묻은 얼굴로 그녀의 얼굴에 직접 닿았는데 그 숨이 막히는 느낌은 마치 물에 빠진 것 같이 너무 절망적이었다.“무서워 말아요. 깨어나면 다 괜찮아질 거예요...”민이 이모는 차설아의 등을 토닥이며 눈빛에는 안쓰러움이 묻어났다.“아가씨가 최근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이런 엉망진창의 꿈을 꿨을 거예요. 이따가 제가 약봉지 향낭을 만들어 줄게요. 가지고 다니면 살균도 되고 악령도 막을 수 있어서 다시는 그런 꿈을 꾸지 않을 거예요.”“고마워요.”차설아는 걱정스러운 듯 한숨을 내쉬며 민이 이모에게 조용히 물었다. “이모, 이 세상에 정말 악령 같은 것이 있다고 생각하세요?”“글쎄요, 잘 모르겠어요.”민이 이모는 근엄한 표정으로 깊은 회상에 잠겼다.“어릴 때부터 할아버지를 따라 의학을 배우면서 각종 기괴한 일들
차성철은 신문을 내려놓으며 날카로운 눈빛을 하고 물었다.“그냥...회사에 가서 일을 좀 처리하려고. 그렇게 긴 휴가를 보냈으니 이제는 일을 시작해야지.”“너는 내 여동생이고 내가 있는데 네가 평생 휴가를 보내도 상관없어. 요즘 상황이 험악하니 좀 더 쉬었다 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지금의 그는 바로 차가의 가장으로 24시간 차설아를 온실에 가두고 보호하려고 애썼다.지금의 해안은 이미 많이 변했는데 그에게 복수하려는 사람이 셀 수 없이 많아 동생이 연루될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그럴 리가, 오빠 여동생도 만만치 않은 사람이야. 누가 감히 나한테 험악하게 굴면 내가 알아서 혼내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차설아는 손을 흔들고는 허리를 굽혀 원이와 달이에게 뽀뽀를 했다.“너희 두 녀석, 외삼촌과 민이 이모 말 잘 들어야 해. 엄마 갔다 올게.”“네, 엄마 조심해서 다녀오세요.”두 녀석은 차설아와 달콤하게 뽀뽀를 했는데 그들의 엄마가 위험에 처할까 봐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엄마가 얼마나 대단한지 외삼촌은 본 적이 없어도 그들은 너무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어, 아가씨 잠깐만요!”민이 이모는 일어나서 문 앞에 다다른 차설아를 뒤쫓았다.“이 약봉지 향낭을 몸에 걸어요. 아가씨가 그 악몽을 꾸는 것은 좋지 않은 징조라고 생각해서요.”“걱정하지 마세요, 이모. 전 누구도 무섭지 않아요.”차설아는 향낭을 달고 자신만만하게 출발했다.하지만 그가 가는 곳은 회사가 아닌 드라마 촬영 현장이었다.어젯밤 그녀가 병원에서 돌아왔을 때 특별한 수단을 통해 윤설의 연락처를 얻었다.윤설은 그녀의 이름을 듣고 깜짝 놀라며 반가운 마음으로 만남을 허락했다.공교롭게도 촬영장 위치는 평탄도로 그녀와 임채원이 충돌했던 곳이었다.“정말 이상하네.”차설아는 차를 세울 곳을 찾고는 눈에 익은 경치를 보며 침을 꿀꺽 삼켰는데 안 좋은 예감을 느꼈다.“차설아 씨, 우리 설이가 아직 촬영 중이에요. 전 매니저고요. 제가 잠시 대기실로 안내해 드릴까요?”윤설의 매니저는 함
“하하, 당연히 설이가 설아 씨랑 너무 닮았기 때문이죠.”매니저는 말을 덧붙었다.“둘이 너무 닮았어요. 우리 업계에서는 설이가 설아 씨의 대타라고 할 정도라니까요. 우리 설이가 출연한 첫 영화가 그 유명한 성 대표님과 찍은 이잖아요. 우리 설이도 이 영화로 유명해졌죠...”차설아는 머리를 뒤로 넘기며 어색한 반응을 이어갔다.“소문으로 들은 기억이 있네요.”“안타깝게도 성 대표님은 지금 서가네 아가씨와 사귀고 있으니... 우리가 지지했던 커플은 결국 새드 엔딩을 맞이했네요.”매니저는 긴 한숨을 내쉬었는데 차설아를 보는 눈빛에 아쉬움과 동정이 가득했다.차설아는 윤설의 촬영을 멀찌감치 지켜보며 매니저에게 물었다.“윤설 씨는 지금 솔로인가요?”“쟤요?”매니저 역시 윤설을 멀찌감치 바라보며 대답했다.“지금 설이 뒤에는 큰 분이 계셔서 이런 민감한 문제는 함부로 대답해 드릴 수 없죠.”“뒤에 있다는 분이 혹시 사도현인가요?”“아니, 아니요. 도련님보다 좀 더 높은 분이요.”“사도현보다 더 높은 분이라고요?”차설아는 진실을 직감하고 캐물었다.“도대체 누구예요? 사도현이 전에 윤설을 받쳐줬다고 들었는데 혹시 그 후 두 사람 사이에 무슨 불화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차설아는 이 두 사람에게 무슨 커다란 모순이 있었음이 틀림없다고 추측했고 그 모순이 너무 커서 지금까지도 사도현에게 트라우마로 남았기에 지금과 같이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고 망설이고 사랑하고 싶어도 사랑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생각했다.“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그 후에도 매니저는 차설아를 흠모하는 마음으로 잡담을 나눴고 윤설의 촬영이 끝나자 우산을 들고 있는 다른 매니저와 함께 그들에게 다가갔다.“차설아 씨,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윤설은 웃으며 이들의 말을 끊고 매니저가 열어준 의자에 우아하게 앉았다.차설아는 눈앞의 여인을 살폈는데 4년 전 처음 만났을 때의 단순하고 수줍음이 사라지고 일거수일투족에서 능구렁이 같은 속셈이 보였는데 조금은 안타까웠
“그렇다면 도현 오빠를 좋아하는 건가요?”“남녀 사이에 무조건 좋아하는 것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간단히 말하면 내 친구가 그를 좋아하고 그도 내 친구에게 마음이 가는 것 같은데 좋아하지만 감히 시작도 못 하고 있어서 혹시 무슨 응어리가 있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어서요. 이 응어리가 혹시 윤설 씨랑 관련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제 추측이죠.”“친구에게 마음이 끌렸다고요?”그녀의 눈망울 아래서 질투가 스쳐 지나갔는데 그녀는 냉소적으로 웃으며 말을 이었다.“아마도 설아 씨 친구가 괜한 생각을 한 것 같네요. 도현 오빠가 저에 대한 감정은 그렇게 함부로 변하지 않을 거예요. 비록 제가 그동안 거절해 왔지만 나중에 제가 그에 대한 감정을 확실히 알게 된 일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미 그와 함께하기로 했어요. 그가 설아 씨 친구를 거절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일 거예요.”“정, 정말요?”윤설의 이 말에 순간 차설아는 맥이 풀렸다.사도현이 그녀에게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졌는지는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니 거짓말 같지 않았다.“도현 오빠와의 갈등 때문에 제삼자에게 손해를 끼쳐서 정말 죄송하네요...”“사과는 됐어요.”차설아는 한숨을 내쉬며 배경윤을 안쓰럽게 생각했다.“똑바로 얘기했으니 됐어요. 두 사람 잘 만나길 바라요.”“잠깐만요.”윤설은 차설아의 뒷모습을 보다가 갑자기 그녀를 불렀다.“또 무슨 일이죠?”“설아 씨는 친구의 감정을 신경 쓸 여유도 있는데 자신의 감정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건가요?”“무슨 말씀이죠?”“성 대표님이 사고를 당했다고 들었는데 설아 씨는 성 대표님의 전 부인으로서 전혀 관심이 없는 건가요?”“아, 그거요.”차설아는 성도윤과 오빠의 갈등이 외부에 알려졌을 것으로 짐작하고 일부러 괜찮다는 듯 대답했다.“사람이 살면서 어떻게 계속 편하게 살겠어요. 이리저리 부딪히는 거죠.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죠.”“설아 씨의 이 말은 정말 냉랭하네요. 정말 당신은 조금의 양심 가책도 느끼지 않는 건가요?”“
차설아는 주차장으로 향했고 걸을수록 머리가 핑핑 돌고 발걸음이 무거워졌다.“자, 배우들, Standby, action!”뒤에서 감독이 슬레이트 치는 소리가 들렸다.윤설은 휴식처를 떠나 벼랑 끝에 선 채 촬영을 시작했다.이때 긴 생머리에 흰 치마를 입은 윤설을 보니 마치 3개월 전에 그녀의 실수로 절벽 아래로 떠밀어 보낸 임채원을 보는 것 같았다.윤설과 임채원의 얼굴이 하나로 어우러졌고 스태프 사이를 지나 그녀를 보며 음산하게 웃는 것 같았다. 웃다가 입가와 눈가에서 피를 흘린다...“아, 싫어, 오지 마!”차설아는 눈앞이 하얘지며 쓰러지고 말았다.얼마나 지났는지, 살아 있는지 아니면 죽었는지도 몰랐다. 이때 차가운 물 한 대야가 자신의 얼굴에 쏟아졌다.그녀가 눈을 번쩍 떠보니 자신은 어둡고 축축한 작은 창고에 누워 있었고, 목은 개처럼 쇠사슬에 묶여 시뻘건 자국이 났다.“악한 년, 드디어 깼구나!”창고의 높은 곳에서 쌀쌀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차설아의 시선에 나타난 소영금, 그 옆에는 독사처럼 짙은 원한을 품은 서은아가 서 있었다.“영금 이모, 이 악한 년이 깨어났으니 본때를 보여줘요!”서은아는 소영금을 꼬드겼고 차설아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그녀는 자신이 그 남자들에 의해 땅에 엎드려 굴욕을 받은 고통을 잊을 수 없었고, 차설아가 장본인인 차상철의 동생으로서 가장 먼저 응보를 받게 하려 했다.소영금은 두 손으로 난간을 잡고는 매서로운 눈빛으로 바닥에 쓰러진 차설아를 째려보았다. 눈썹을 찡그린 채 목소리는 실망에 가득 찼다.“차설아, 무슨 할 말이 있어?”그녀가 차설아에 대한 감정은 복잡했다. 처음에는 인정하지 않다가 나중에는 볼수록 맘에 들었지만, 이제는 한이 뼛속까지 사무쳐 더는 접수하고 싶지 않았다. 아들이 깊이 사랑하는 여인이 이렇게 독할 수 있다니 믿기 어려웠다.그래서 이미 ‘확증’된 증거가 있더라고 전환될 가능성이 있기를 바랬다.적어도 차설아가 직접 그녀의 죄악을 고백하는 것을 듣고서야 단념하려 했다.차설아는
"…"소영금은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차설아의 머리는 예전과 다름없이 똑똑했고 그녀도 이런 차설아를 마음에 들어 했다.“허허. 남을 탓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탓해. 백설의 억울한 연기에 마비되었어? 역시백설은 연기대상 수상자로서 연기력이 끝내주는군.”차설아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쓴웃음을 지었고, 감탄한 듯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그러니 네가 지은 죄를 다 인정했다는 말이니?”소영금은 두 손으로 난간을 꽉 잡은 채 연신 몸을 떨며 물었다.“내가 무슨 죄를 지었어요?”고개를 들어 높이 서 있는 소영금을 바라보는 차설아의 눈빛은 한결같이 날카로웠다.“네가 보기엔? 도윤과 은아가 너의 변태 오라버니 때문에 망가졌어. 넌 조금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했어?”“나를 모욕하는 것은 그나마 참아주겠지만 오빠를 욕해서는 안 돼요. 내가 성도윤 씨를 함정으로 끓어드렸기에 그 결과에 대해서는 나 홀로 감당할 겁니다.”오빠의 성질로는 성도윤과 서은아에게 과분한 짓을 한 것이 분명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만약 이 일을 수습하기 위해 반드시 설명이 필요하다고 하면 그녀는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차설아에게는 오빠가 한 분밖에 없었다.“좋아!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억지 부리는 것을 보니 조금도 고칠 기색이 없군!”소영금은 차설아의 강인한 태도에 화가 나 몸을 떨며 하마터면 등을 돌릴 뻔했다.“모두 나의 잘못이야. 내가 사람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너를 착한 아이로 생각하여 딸처럼 여겼어. 도윤에게도 천하를 저버려도 널 저버려서는 안 된다고 명령했지만 인제 보니... 넌 피도 마음도 차가운 독사야! 전혀 따뜻해지지 않아!”“영금 이모,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마세요. 이 년이 꾀가 많아서 도망이라도 가면 더 힘들어져요. 빨리... 빨리 시작하셔야죠!”서은아는 무슨 변수가 있을까 봐 두려워 소영금더러 조속히 차설아를 수습하라고 재촉했다.어쨌든 성도윤은 이 일을 전혀 몰랐고, 만약 그가 알게 된다면 틀림없이 이 여자에게 마음이 약해질 것이다. 그러면 그녀는 다시 일어
차설아는 얼굴에 두려운 기색도 없이 웃으며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천한 년, 죽음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웃음이 나오다니!”서은아는 화를 참지 못하고 차설아의 뺨을 때리며 물었다.“뭐가 웃겨요? 하나도 무섭지 않나봐요?”차설아의 하얀 얼굴에는 즉시 다섯 손가락의 선명한 지문이 나타났고 입가에는 핏발이 섰다. 그녀는 몹시 아파했지만, 미간도 찡그리지 않았고 도리어 더욱 무정하게 웃었다.“하하하, 당신이 우습게 생각되어 웃은 것 뿐이죠. 죽음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으스대고 있으니 우습지 않겠어요?”“너, 무슨 뜻이죠? 말짱한 사람에게 감히 죽음이 임박했다고 저주하는 거예요?”서은아는 원래 안절부절못했는데 차설아의 말을 듣고 마음이 더욱 약해졌다. 그녀는 다시 뺨을 때리려 했지만, 반응이 빠른 차설아는 그녀를 발로 걷어차며 멀리 내던졌다.으악!서은아는 흉악한 모습으로 배를 움켜쥐고 있었는데 오장육부가 깨질 것처럼 아팠다. 그녀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차설아를 가리키며 말을 잇지 못했다.“너, 너...”“서은아, 난 당신과 원한이 없기에 남자를 위해 나를 죽일 필요가 없어요. 내가 만약 일이 생긴다면 오빠는 제일 먼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나의 친구인 배경윤과 배경수도 대가를 치르더라도 널 산산조각낼 거고요! 이것이 죽음이 임박한 것이 아니면 무엇인가요?”차설아는 고통스러워하는 서은아를 차갑게 쏘아보았다. 비록 개처럼 목에 쇠사슬이 묶여있었지만 그 차갑고 패기 있는 분위기는 오히려 섬뜩함을 자아냈다.서은아는 뒷걸음질 치며 차설아가 그녀를 해치지 못하게 물러난 후 다시 날뛰기 시작했다.“예전의 우리는 아무런 원한도 없었어요. 비록 나와 연적이지만 난 너를 죽일 생각이 없었어요. 그러나 그날 밤 후로 나는 너와 함께 죽더라도 꼭 지옥에 보낼거라고 담짐했어요.”“아니, 날 죽일 수 없어요.”차설아는 자신 있게 말했다.“나의 목숨을 살려두라고 소영금이 경고했어요!”“소영금은 마음이 내키지 않아 당신을 나에게 맡긴 거예요! 즉 네가 죽든 말든 내
“다 말했잖아요, 이 지경에 이르면 더는 시치미를 뗄 필요가 없어요. 당신이 아무리 무고한 척해도 난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내가 받은 상처는 평생 회복할 수 없으니 당신이 수백 배 더 큰 고통을 받아야 만 내 마음이 균형을 이룰 수 있을 거예요.”서은아는 말을 마친 후 손뼉을 치더니 고개를 기울이며 입구를 향해 말했다.“들어오셔도 돼요.”말이 끝나기도 바쁘게 일렬로 늘어선 남자들이 들어섰는데 족히 백 명은 되었다.통일된 옷을 입은 이들은 피부가 까무잡잡하고 눈빛이 매서워 해안 시 사람 같지 않았다.“뭐 하는 짓이야?”차설아는 쌀쌀하게 물었다.“당신처럼 똑똑한 사람이 어찌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를 수 있겠어요?”서은아는 옆에 있는 키가 큰 남자를 만지며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이 사람들은 내가 특별히 외진 농촌에서 찾아온 사나이예요. 모두 튼튼하고 건장하니 당신을 편안하게 모실 수 있어 지옥에 가더라도 만족스러워 할 거예요... 보세요, 나 친절하죠?”“서은아 씨, 당신이 믿든 안 믿든 난 당신이 겪은 그 일들을 전혀 몰라요. 난 그저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어요.”차설아는 두려움이 없었으나 미안해했다.그녀는 오빠가 피바람을 맞으며 일을 할 때 항상 잔인하고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 지경까지 잔인할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서은아처럼 교만한 아가씨에게는 이런 불행이 얼마나 무서웠을까.서은아가 이렇게 자신을 미워하며, 이렇게 앙갚음하려고 애쓰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허허, 미안?”서은아는 차갑게 웃었다.“이제야 미안하다고 하는 게 의미가 있어요? 정말 몰랐다고 해도 당신을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당신 오빠가 뿌린 죗값은 여동생이 책임져야 해요.”“당신 말이 맞아요. 나는 미안하다고 말할 자격도 없어요. 보복하고 싶으면 시작하세요.”차설아는 눈을 감으며 죽음을 기다렸다.역시 인과보응이 있는 것처럼 원인이 있는 만큼 결과가 있기 마련이다. 마치 그녀가 실수로 임채아를 절벽에서 밀어뜨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