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설아는 뒤 돌아 배경윤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어쩐지 잘못을 저지른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경윤아, 너, 너 언제 왔어? 왜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었어?”"한참 됐어.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는 걸 보니 방해하기가 좀 그래서...”천천히 그들에게 다가오는 배경윤의 말투는 냉담함이 가득했다.망했다!!차설아는 눈살을 찌푸렸는데 방금 사도현과 나눈 대화 내용을 경윤이가 다 들었다는 것을 생각하니 벌써 골머리가 아파 났다.경윤이처럼 자존심이 강한 사람은 분명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경윤아, 사도현의 헛소리를 듣지 마. 사실 그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그는...”차설아는 마음이 급해서 사도현을 대신해서 몇 마디 좋은 말을 해주려 했지만 남자가 방금 한 말들은 다 쓰레기 같은 말이어서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었다."설명할 필요 없어, 난 그냥 그런 사람이야. 일찍 경윤이가 알게 한 후 비현실적인 환상을 버리게 하는 게 좋을 거야.”사도현은 양손을 주머니에 넣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는데 눈빛은 자유로운 바람처럼 굴하지 않고 매혹적이었다.배경윤은 냉랭한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사도현, 나는 네가 사람을 유혹하는 기술에 능하다는 것을 인정해. 그래서 너와 해바라기 섬에 있는 동안 나도 한때 황홀했던 적이 있어. 하지만 이런 황홀함은 '설렘'과는 거리가 멀어, 너 같은 남자는 난 영원히 좋아하지 않을 거야.”사도현은 상관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이해해, 내가 엘리트도 아니고 명문대도 못 나왔고 그저 건들건들한 양아치일 뿐인데 어찌 감히 네가 날 좋아하기를 바랄 수 있겠어?”"내가 너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내가 너를 무시하기 때문이야. 너는 뼛속까지 겁쟁이야, 자신의 마음조차 마주할 수 없는. 내가 본 남자 중에 가장 나약한 남자야, 내 x보다 더 나약해!”"나약하다고?"사도현은 아픈 곳을 찌른 듯 턱을 쓰다듬으며 되물었다."내가 왜 나약해? 때려죽이는 걸 싫어하는 것이 잘못이야?”"자신의 마음을 직시할 용기조차 없는 게
“어, 저기...”차설아는 두 사람 얘기에 끼어들려고 하다가 끼어들 기회가 없는 걸 보고 빨리 포기했다.그래서 그녀는 먼저 철수하기로 했다. “너희들이 천천히 이야기해, 나는 먼저 철수할게!”차설아가 식당으로 돌아왔을 때 차성철은 이미 흥겹게 요리를 차려 놓고 있었다.“사도현이랑 경윤이는?”“얘기하고 있어.”“무슨 얘기를 그렇게 오래 해.”차설아는 너무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어서 대답하지 않고 웃기만 했다.차성철은 플레이팅 동작을 잠시 멈추고 차설아를 떠보았다.“사도현 말이야, 어떤 사람인 거 같아?”“좀 이상하긴 한데 좋은 사람이야, 예전에 내 목숨도 구해줬었어!”“괜찮네, 네 짝으로 생각해 봐.”“뭐야, 오빠도 왜 경윤이처럼 그래? 방금까지만 해도 나더러 결혼하지 말고 행복하게 살라며?”“그래도... 나도 네가 좋은 짝이 있기를 바라지, 게다가 사도현은 성도윤의 의형제이니 성도윤을 잘 알고 있을 것 아니야. 적의 친구를 우리의 심복으로 만들면 이 싸움은 절반은 이긴 것과 다름없지.”차성철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마침 사도현과 배경윤도 돌아왔는데 두 사람은 공동의 목표가 생겼기 때문에 오히려 상당히 화목한 분위기였다.차성철까지 세 사람의 목표는 일치했다.“자자, 새우 먹어, 우리 설아가 새우를 제일 좋아해.”배경윤은 그렇게 말하며 사도현에게 눈짓을 했다.사도현은 웃으며 새우 한 마리를 집어 들고 장갑을 끼고는 껍질을 벗기기 시작했다.“아, 바로 그거야. 내가 한 말을 명심해, 미인은 직접 새우를 발라 먹지 않아.”사도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깐 새우를 배경윤의 그릇에 담았다.“너도 고생 많았어, 새우 먹고 에너지 보충해.”배경윤은 놀란 얼굴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너 어디 아픈 거 아니지? 나한테 줘서 뭐 해, 설아를 줘야지!”“아, 그래. 얼른 까줄게.”사도현은 고개를 돌려 차설아와 눈빛을 교환했다.“괜찮아, 요즘 입맛이 변해서 새우를 좋아하지 않으니 깔 필요 없어.”사도현은 어이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
이번 저녁은 매우 혼란스러웠다.차성철과 배경윤은 사도현이 차설아에게 아첨을 할 기회를 계속 주고 있었다.사도현은 입으로는 차설아에게 다 바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눈길이 온통 배경윤에게 쏠려 있었다. 새우 한 마리 한 마리 껍질을 벗겼고 새우껍질을 다 벗긴 후에는 게 껍데기를 벗기기 시작했다. 배경윤의 그릇에 살코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도저히 다 먹을 수 없었다.“”그만, 그만 까, 배불러.”배경윤은 얼굴에 어색한 웃음을 머금고 사도현이 계속 새우를 까는 것을 막았다. 그리고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내가 아까 가르쳐준 거 다 잊었어? 얼른 설아랑 얘기도 나누고 반찬도 집어주고 해.”“역시 내가 싫은 거야 내가 새우를 깨끗하게 까지 못했어? 아니면 게 다리를 충분히 발라내지 못했나? 내가 고칠게?”사도현의 눈은 배경윤을 애처롭게 바라보고 있었다.배경윤: “???”“허허, 저기, 난 배불러서 이만 일어날게. 두 사람 맛있게 먹어!”차설아는 입을 닦고 일어나 식탁을 떠나며 두 아이를 불렀다.“가자, 원이 달이. 엄마랑 놀까?”“나도 배불러.”차성철도 일어났다.그가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사도현의 마음이 누구한테 가 있는지는 알아챘다.어쨌든 배경윤도 그의 여동생이나 마찬가지이니 만약 배경윤이 사도현의 마음을 얻는다면 이는 설아가 사도현의 마음을 얻는 것과 같으니 효과는 모두 같을 것이다. 어떤 결과든 모두 그를 위해 쓰일 수 있을 거다.식탁에는 사도현과 배경윤만 남게 되었다.분위기가 갑자기 어색해졌고 약간의 애틋한 기류가 흘렀다.그러나 배경윤은 이미 사도현의 마음을 알고 있었고 그런 애틋함이 싫었다.그녀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불편한 표정으로 남자를 노려보았다. “야, 사도현, 너 나 가지고 노는 거야?”“내가 어떻게 감히.”사도현은 무고하다는 얼굴로 대답했다.“내가 계속 새우도 까주고 극진히 모셨는데 놀리는 거라니?”“네가 자기 입으로 설아를 꼬시겠다고 하지 않았어? 내가 너에게 그 많은 공략법을 다 얘기해줬는데 너는 하나도 하
“하지만 너도 우수하고 예쁘고 개성이 있는 사람이잖아? 왜 내가 널 좋아한다고 생각하지 않아?”“너, 너....”배경윤의 잔잔한 마음속에 자그마한 파문이 일더니 뺨이 살짝 붉어졌다.술을 마신 원유였는지 아니면 밤빛이 너무 낭만적이었는지 남자를 올려다보던 그녀는 샘물처럼 맑은 두 눈을 반짝이며 기대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그럼 지금 말해봐, 너 나 좋아해?”배경윤이 남자에게 이런 질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그전에는 남자의 마음을 확신할 수 없어 그에게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오늘 밤을 거치면서 그녀는 이런 끝없는 애매한 관계에 정말 진절머리가 났다.한 발짝 다가가면 주제넘은 걸 가봐 고민됐고 한 발짝 물러서면 아쉬울까 봐 두려웠다...“나는...”사도현은 자존심이 강한 배경윤이 먼저 이 걸음을 뗄 줄 생각하지 못했다.여유를 부리던 그는 오히려 당황해 어쩔 줄 몰랐다.남자의 망설임이 배경윤의 자존심을 건드렸다.난생처음 주동적이었는데 이런 처참한 결과를 가져올 줄이야...“됐어, 대답할 필요 없어. 무슨 뜻인지 잘 알겠어.”좋아하면 직진하고 좋아하지 않으니 계속 주춤하고 망설이는 게 아니겠는가?이 순간 그녀는 사도현이 그녀를 전혀 좋아하지 않고 그녀를 꼬시는 것은 그저 평소 습관일 뿐이며 줄곧 그녀가 일방적으로 김칫국을 마시고 있었다는 것을 확신했다.“이만 일어날게.”배경윤은 일어서며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아까 미안했어. 민망하게 해서.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거라고 약속할게...”“그리고 만약 네가 정말 설아를 좋아한다면 너무 많은 것을 고려할 필요 없이 용감하게 추구하면 돼, 우리 오빠처럼. 오랫동안 설아를 쫓아다녀서 비록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마음가짐은 아주 훌륭하거든. 적어도 후회는 없으니까.”여자는 말하면서 물러서다가 장식품에 부딪혀 하마터면 걸려 넘어질 뻔했다.“조심해!”사도현은 재빨리 그녀를 부축해 주며 얼굴을 붉히며 미안해했다.“미안해, 너... 괜찮지?”“나한테 무슨 사과를 해, 난 괜찮아. 난
“경윤아, 왜 그래?”사도현은 배경윤의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급히 달려가 물었다.“나... 괜찮아, 신경 쓰지 마!”배경윤은 배를 움켜쥐고 억지로 남자를 밀어냈다.하지만 내장이 서로 엉켜 쥐어짜는 듯한 느낌은 정말 사람을 죽이는 기분이었는데 그녀는 눈물이 날 정도로 아팠다.“고집부리지 마, 정말 좋은 것 같지 않은데, 게다가 네 얼굴도... 음...”사도현은 여인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참지 못하고 침을 삼켰는데 충격을 받은 게 분명했다.“내 얼굴이 왜?”“아니야, 괜찮아.”사도현은 다시 배경윤을 부축하며 말했다.“빨리 병원에 가보자.”“거짓말, 내 얼굴에 문제가 생긴 게 분명해.”배경윤은 아파서 식은땀을 흘리며 혼자 서 있을 수도 없어 사도현이 부축하고 있었는데 그 틈에 그녀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내 보고는 비명을 질렀다.“악!”휴대전화 화면에 비친 그녀의 얼굴은 돼지머리처럼 부어올라 눈과 입술이 뒤틀려 있었다.“걱정하지 마. 알레르기 때문인 거 같아.”사도현은 결단력 있게 행동했고 배경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여자를 끌어안고 인근 병원으로 달려갔는데 차설아에게도 미처 알리지 못했다.그들이 병원에 와서 응급실을 찾는데 의사도 여자의 그런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어머, 왜 이렇게 부었어요?”“의사 선생님, 저 이제 죽는 건가요?”“죽을 정도는 아니지만 상태가 너무 심각하네요...”의사는 여기까지 말하고는 배경윤을 쳐다보았는데 하마터면 웃음이 새어 나올뻔했다. 그래도 가까스로 참고 정색을 하며 대답했다.“일단 검사부터 하시고 다시 처방을 내리도록 하죠.”알레르겐을 조사한 후 사도현과 배경윤은 복도에 앉아 결과를 기다렸다.“망했어, 내 얼굴 어떡해... 나 돼지 됐어!”배경윤은 얼굴을 가리고 울음을 터뜨렸다. “역시 오빠 말이 맞았어. 난 평생 시집 못 갈 거야. 어떤 남자도 돼지머리를 한 여자를 좋아하진 않을 거야... 난 망했어!”“그렇게 심각하지는 않아.”사도현은 여자의 어깨를 툭툭 치며 "게다가 돼지머리 같
쌩얼로 전 남자친구를 만나는 것도 쪽팔리지만 지금 배경윤은 얼굴이 돼지가 되지 않았던가... 이런 낭패한 모습을 하고 강우혁을 보고 싶지 않았다!“경윤아, 숨지 마. 너인 거 알아.”강우혁은 배경윤과의 만남을 소중히 여기는 듯 감격스러운 표정이었다.그들 사이를 가로막은 사도현은 강우혁보다 몸집이 더 크고 우람하여 마치 큰 산을 사이에 둔 것 같았다.“실례합니다, 제가 경윤이한테 할 말이 있어서요.”하는 수 없이 강우혁은 예의 바르게 사도현에게 청했다.사도현의 시선은 거만하게 강우혁의 정수리를 넘었다.“어느 난쟁이가 말을 하는지 너무 낮아서 들리지 않네.”강우혁 옆에 있던 조수는 그 말에 반박해 나섰다.“무슨 말씀이세요. 강 교수님은 우리 병원에서 특별히 모신 전문가예요. 교수님의 높이는 어디 당신 같은 사람이 따라잡을 수 있는 게 아니라고요!”“그래서 그쪽도 교수가 키가 작다는 것을 인정하는 건가요?”“우리 교수님도 작지 않으세요. 신발까지 신으면 182인데 어디가 작아요...”조수는 최소한 188은 돼 보이는 사도현을 올려다보며 “다만 그쪽만큼 크지 않을 뿐이에요.”라고 낮은 소리로 덧붙였다.사도현은 머리 하나 낮은 강우혁을 내려다보며 말했다.“그래서 내가 난쟁이라고 부르는 게 무례한 짓은 아니겠죠, 난쟁이 씨?”“당신!”조수는 화가 나서 펄쩍 뛰었다.강우혁은 조수에게 말을 삼가라고 손사래를 친 뒤 사도현한테 말했다.“전 그쪽과 아무런 원한이 없는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적대적인 거죠?”“그냥, 단순히 그쪽 보기 불편해서.”사도현은 양손을 주머니에 넣고 눈 밑의 시큰둥한 모습을 유감없이 드러냈다.배경윤이 아니었다면 이런 작은 의사는 그와 말을 섞을 자격조차 없었을 것이다.배경윤은 사도현 뒤에 숨어서 그들의 충돌을 듣다가 미안한 마음에 남자의 옷자락을 살짝 잡아당겼다.“그만하지.”“이 자식이 너에게 깊은 상처를 줬다고 했잖아, 아직 제대로 손본 것도 아닌데 벌써 마음 아픈 거야?”사도현은 고개를 약간 기울이며 의미를
배경윤은 조금 억울해 갑자기 화를 내는 남자를 노려보았다. “네가 알레르기가 있는 것도 아닌데 나한테 왜 뭐라고 소리 지르는 거야. 네가 아니면 내가 새우랑 게를 그렇게 많이 먹을 필요가 있었겠어?”“너...”사도현의 분노는 순식간에 가라앉았고 더욱 깊은 죄책감에 그를 깊이 머리를 파묻고 작은 목소리로 여자에게 말했다.“왜 이렇게 바보 같은 거야, 나는 네가 좋아하는 줄 알고 너에게 계속 까서 줬던 거야...”“너야말로 바보야!”배경윤은 퉁명스럽게 말했다.“내가 좋아한다고 까줄 필요 없잖아, 날 좋아하지도 않는데 뭘 그렇게 애써?”사도현은 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래그래, 내가 바보지, 세상에서 나만 제일 바보야... 네가 제일 똑똑해.”강우혁은 두 사람의 썸 타는 모습을 보며 씁쓸해했다.“경윤아, 너 알레르기가 있어서 빨리 처치해야 해. 일단 먼저 따라와.”그는 사도현을 넘어 배경윤의 손을 잡고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의사를 바꿔도 될까요?”사도현도 매우 불쾌했는데 예쁜 눈매는 배경윤의 팔에 걸린 그 손을 뚫어지라 쳐다봤는데 그 손을 그대로 베어버리고 싶었다.“강 교수님은 의술이 뛰어나기 때문에 환자의 경우 후유증이 생기지 않도록 강 교수님한테 치료를 받는 게 좋을 거에요.”간호사가 진지한 얼굴로 건의했다.“허허, 의술이 높다고 이렇게 환자한테 마음대로 손대도 되는 건가요? 여기가 병원인지 클럽인지 원?”“말이 너무 심하신 거 아니세요? 억지를 부리지 마세요. 그렇지 않으면 저희도 환자의 치료를 거절할 수 있습니다.”“내가 잘못 말했나요? 의사로서 의덕이 전혀 없는데요. 무슨 근거로 의사가 환자의 손을 함부로 잡는 거죠?”강우혁은 어쩔 수 없이 배경윤의 손을 빨리 놓을 수밖에 없었다.그는 안경을 올리며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사도현을 바라보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저랑 환자분 사이가 좀 특별해서요. 저도 모르게 그만... 앞으로는 조심하죠.”“하지만 제 생각이 짧았더라도 환자 의견이 중요하지 당신 같
이 녀석 오늘 왜 이러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미쳤나 봐, 갑자기 왜 이렇게 이상하지?“고개 좀 가까이 대.”강우혁은 흰 장갑을 낀 채 전문적인 방법으로 항알레르기제를 발라주려고 했다.그가 몇 번이나 얘기했지만 여자는 들리지도 않는 것처럼 모든 주의가 바깥의 소리에 사로잡힌 것 같았다.“오, 뭐라고? 미안해.”배경윤은 그제야 남자의 말소리가 들렸는지 고개를 조금 돌렸다.“이 약은 자극적이어서 바르면 조금 아플 수 있지만 효과가 아주 좋아서 빨리 붓기를 가라앉힐 수 있으니 참아.”강우혁은 참을성 있게 여자에게 소개하며 부드러운 손놀림을 선보였다.“뭐라고?...아!”배경윤은 여전히 남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듣지 않고 밖에 있는 사도현이 무슨 말을 하는지 귀 기울다가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러다 얼굴에 묻은 약에 자극받아 울음이 나올뻔했다.“뭘 발랐길래 이렇게 아파? 내 얼굴 제대로 고치는 거 확실해?”배경윤은 아파서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얼굴이 타는 듯한 통증은 마치 황산을 바른 것 같았다.“강력한 항알레르기 연고는 순수 식물에서 추출한 것이어서 산 비중이 강해. 그래서 피부에 자극을 줘 심한 통증을 유발할 수 있지만 약효가 좋고 부작용도 없어 가장 안전해.”강우혁은 설명하면서 약의 양을 늘렸다.그리고 복도 전체가 배경윤의 울부짖는 소리가 울렸다.“아아, 아파 죽겠어, 그만해. 얼굴이 다 타버릴 것 같아, 아파!”“조금만 참아, 곧 괜찮아질 거야. 많이 아프면 내 팔을 잡아!”강우혁도 마음이 아팠지만 여자가 빨리 탈민할 수 있도록 독하게 발라주는 수밖에 없었다.사도현은 문밖에서 배경윤의 고함을 듣고 더욱 통제력을 잃었다.“저 자식이 틀림없이 나쁜 짓을 하고 있어. 내 친구가 나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는 거라고. 비켜, 들어가야 해!”더 이상 좋게 말할 생각도 없이 간호사를 강제로 밀어내고 치료실로 들이닥쳤다.“야 이 망나니야, 의사가 직책을 이용해 환자에게 행패를 부리다니, 내가...”사도현은 나쁜 짓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