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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9화

"마음대로 해. 성가네가 망해도 난 상관없어.”

성도윤은 이미 이 모든 것에 싫증이 났고 상인들이 서로 속이고 속이는 더러운 짓거리들을 싫어했다.

세상 사람들이 쫓는 명예를 그는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었는데도 그는 이런 데서 얼른 벗어나고 싶었다.

"먼저 얘기하고 있어요. 나 바람 좀 쐬고 올게요.”

남자는 고개를 약간 끄덕이며 손에 든 샴페인 잔을 내려놓고는 몰려든 군중 속에서 몸을 빼내어 고개도 돌리지 않고 자리를 떴다.

산타피아 호텔 2층.

커다란 테라스에는 푸르고 무성한 열대 식물이 심겨 있었고 그 위에는 작은 불빛이 반짝이는 것이 작은 별처럼 보였다.

이곳은 조용하고 아늑하며 때로는 날아다니는 새와 나비가 있었는데 사람들의 발길이 드물었다.

성도윤 역시 우연히 이곳을 찾았는데 그러다 겹겹이 늘어선 나무꽃밭을 지나 테라스 통나무 난간에 기대어 있는 매혹적인 모습을 보게 된다.

상반신이 타이트하고 하체가 펄럭이는 붉은 드레스를 입은 여인의 등은 완전히 드러난 디자인으로 눈처럼 희고 섬세한 등 라인을 자랑해 눈길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산들한 바람이 스쳐 지나가 그녀의 불규칙한 붉은색 치맛자락과 폭포처럼 쏟아져 내린 머리카락도 따라 휘날렸는데 말할 수 없는 정취가 넘쳤다.

'차설아?'

성도윤은 손가락을 오므리며 여자의 이름을 불렀다.

여자는 고개를 돌려 미소를 지으며 바람에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귀밑으로 넘겼다.

“왔어?”

그녀는 마치 오랫동안 기회를 노린 사냥꾼처럼 그녀의 사냥감이 제 발로 집까지 걸어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성대 그룹 대표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어?”

차설아는 레드 와인 한 잔을 손에 들고 살랑살랑 흔들며 말했다.

'이럴 때 아래에 있는 유명 인사들과 산업의 미래를 담론해야 하는 거 아니야? 왜 이런 곳에서 이러고 있어?”

성도윤은 눈살을 찌푸리며 여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며 물었다.

"당신은 여긴 왜 왔어? 옷은 이게 또 뭐고?”

"옷이 뭐가 어때서?”

차설아는 술잔을 내려놓고 치맛자락을 들고 빙글빙글 돌며 남자의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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