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윤이 입을 삐죽 내밀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반항했지. 하지만 쓸모가 있겠어? 당신이 얼마나 싸움을 잘하는데, 내가 이겼을 리가 있겠어?”“그게...”차설아는 남자의 몸에 난 상처를 다시 보자 양심에 찔렸는지 목소리를 낮췄다.“그럼 당신이 옷을 너무 적게 입은 거 아니야? 좀 반성해. 나 꼬시려고 일부러 가볍게 행동한 거 아니야? 남자로서, 특히 흔히 볼 수 없는 우수한 수컷으로서 자신을 잘 지켰어야지. 맨날 여자를 꼬시니까 그렇게 당하는 거야. 자기 스스로를 보호하지 못한다면 누가 당신을 지켜주겠어. 그러니 그런 일을 당해도 싸지. 인터넷에 이 일을 올려도 네티즌들은 내를 욕하는 게 아니라 당신이 스스로 자초한 거라고 말할걸?”“...”성도윤은 어이가 없었다.‘차설아랑 이런 일로 다투고 있는 내가 정신이 나갔지.’하지만 차설아는 결국 양심의 가책을 느꼈는지 쓰레기 남자들이 여자들을 달래는 말투로 말했다.“됐어, 됐어. 너무 속상해하지 마. 그 일은 내가 너무 충동적이었어. 당신의 마음도 고려하지 않고 말이야... 이러는 건 어때? 내가 이따가 돈을 이체해 줄 테니까 가서 당귀나 구기자, 굴이나 사 먹고 몸을 좀 보양해. 남자니까 씩씩해야지!”“...”성도윤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차설아는 그의 마음을 잘 달래준 줄 알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그녀는 몸을 일으켜 눈을 크게 뜨고는 방 안을 뒤지며 자신의 옷을 빨리 찾고 자리를 뜨려고 했다.아무리 어젯밤에 일어난 일이 황당하다고 하지만 이미 일어난 일이고, 그녀가 기억할 수도 없으니 아예 없던 일로 생각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차설아는 성도윤과 그 어떤 관계도 맺고 싶지 않았다!차설아의 옷은 방 곳곳에 널려 있었는데 심지어 속옷은 소파 위에 걸려 있어 유난히 눈에 띄었다.“그게... 다른 일이 없다면 좀 자리를 비켜줄래? 나 옷을 입어야 하니까.”‘정말 눈치 없는 녀석, 내가 이런 것까지 직접 말해야 해?’성도윤은 순순히 그녀의 말을 따랐다.자리에서 일어서고는 여
“설아 쨩, 설아 쨩이 왜 도윤이 형 방 안에서 나와? 설마 두 사람...”그 사람들 중에 사도현도 있었는데 그는 깜짝 놀란 얼굴로 물었다.그리고 강진우를 포함한 다른 명문 가문 도련님들도 모두 믿을 수 없는 얼굴을 보였다.차설아가 목을 가다듬고는 애써 덤덤한 척 도도하게 말했다.“나 일 때문에 찾아왔어요. 우리 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느니 다른 생각은 하지 마요.”잇따라 성도윤이 젖은 머리를 한 채 가운만 입고는 느긋하게 방에서 걸어 나왔다. 그리고 차설아에게 말했다.“아직 안 갔네. 머리띠는 안 가져가?”차설아의 얼굴이 그대로 굳어버렸다.‘X발, 진짜 민망하네.’그는 남자가 건넨 검은색 머리띠를 건네받고는 애써 웃으며 말했다.“다행이야, 안 그래도 찾고 있었는데. 도윤 씨가 주었구나.”성도윤이 팔짱을 끼고는 차설아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갑자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당신은 그래도 머리를 푸는 게 예뻐. 어젯밤에...”“콜록콜록.”차설아는 미친 듯이 기침을 하면서 남자를 말리려고 했다.‘아니, 눈이 멀었어?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는 게 안 보여? 그런 민망한 일은 왜 쓸데없이 자꾸 디테일하게 말하는 거야?’다른 남자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 보더니 사도현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는 웃으며 말했다.“됐어, 설명할 것 없어. 우리 다 성인이잖아. 말 안 해도 알지.”강진우도 말했다.“우리가 잘못 왔네요. 지금 자리를 피해줄 수도 있는데.”“자리를 피해줄 것 없어.”성도윤이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리고 잘못 온 거 아니야. 이미 다 지나간 일이거든.”“도윤 씨!”차설아는 화가 나 어금니를 깨물고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위협했다.“헛소리를 하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하지만 성도윤은 두 팔을 안은 채 무심하게 벽에 기대더니 웃는 듯 마는 듯 말했다.“아니야? 그럼 당신이 했던 일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기라도 할까?”“그렇게 하기만 해!”“나 피해자인데 못할 게 뭐가 있어?”“당신...”성도윤
성도윤이 차설아를 바라보더니 입꼬리를 씩 끌어올렸다.“당신은 어떻게 생각해?”차설아는 화가 치밀어 올라 눈을 희번덕거리며 말했다.“정신이 어떻게 된 거 아니야? 나 저 사람들이랑 친한 거 아니잖아. 남정네들이 고기 하나 굽지 못해서 여자인 나를 시켜? 어이가 없어서...”“하긴!”성도윤이 웃는 듯 마는 듯 말했다.“어젯밤에 워낙 체력을 많이 소모했으니까. 나만 불쌍하게 되었지...”“닥쳐!”차설아는 능구렁이 같은 성도윤이 당장이라도 가운을 벗을 것으로 보이자 다급하게 그의 말을 끊고는 어금니를 깨물었다.“알겠어. 고기를 구울게. 구우면 되잖아!”마침 차설아는 이따가 사도현과 따로 나눌 얘기가 있었다.넓은 뒷마당에서.푸르고 평평한 잔디밭 위에 각종 식재료와 바비큐 그릴이 놓여 있었다.오늘 날씨가 좋아 성도윤과 친구들은 천막 아래 의자에 누워 있으면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그들과는 달리 차설아는 그릴 앞에 앉아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남정네들을 위해 고기를 굽고 있었다.삼겹살이 기름지게 굽히고 있었고, 윙도 겉에 꿀이 발려 ‘겉바속촉’으로 굽혀져 있어 유난히 향기로운 냄새를 풍겼다.“X발, 내가 무슨 잘못을 저질러서 벌을 받고 있나? 저 남정네들을 위해 여기서 고기를 굽고 있다니.”차설아는 멀지 않은 곳에 누워 있는 남자들을 보고는 화가 나 고기 위에 고춧가루를 잔뜩 뿌렸다.‘쯧쯧, 괜히 어젯밤 일 때문에 이게 무슨 고생이야!’남자들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각자 지난날의 재미있는 일들을 회상했다.성도윤은 상대적으로 말수가 적은 편이었는데 존재감이 어마어마했다. 그들은 모두 성도윤의 일에 대해 수다를 떨고 있었으니 말이다.사도현이 입꼬리를 씩 올리며 말했다.“도윤이 형, 대단한데? 그날 설아 쨩이 그렇게 화가 났는데도 이제 며칠이 지났는데 두 사람 화해한 거야? 나 두 사람 서로 영영 얼굴 안 보는 줄 알았잖아. 그런데 설아 쨩이 지금 형 말을 저렇게 잘 듣는다니. 도대체 어떻게 한 거야? 우리에게도 경험을 전수해 줘.”
성도윤은 친구들의 부러운 눈빛을 받으며 으쓱한 얼굴로 윙을 한 입 베어 물었다.그리고 감당할 수 없는 매운맛이 혀끝에서 전해져 오더니 칼에 베인 것처럼 괴로웠다.“도윤이 형, 어때? 설아 쨩의 사랑이 가득 담긴 고기가 엄청 맛있지? 냄새만 맡아도 침이 나올 것 같아...”그들 중에서 나이가 가장 어린 추씨 가문 도련님인 추이준이 군침을 꿀꺽 삼키면서 부러운 얼굴로 물었다.“콜록콜록!”성도윤의 얼굴은 곧바로 굳어졌다.그는 고기를 씹지도 않고 말을 하지도 않았는데 매운맛에 정신이 어질했다.하지만 겉으로 온갖 허세를 부렸는데 맛이 없다고 말하면 체면이 서지 않을 것이다.전에도 이미 차설아가 인사도 없이 떠난 바람에 그는 많이 체면이 구겨졌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차설아를 찾겠다고 인적이 드문 섬까지 찾아갔는데 돈 한 푼 없이 부모의 도움으로 겨우 해안시로 돌아온 일은 아직도 친구들이 술안주로 일삼곤 했었다.오늘 겨우 체면을 되찾을 수 있게 되었는데 이렇게 빨리 들통나고 싶지 않았다. 아니면 그의 친구들은 또 분명 오랫동안 그를 놀릴 것이다.그래서 성도윤은 혀가 마비될 정도로 매웠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우아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정성을 다해 구웠으니 정말 맛있군.”“그렇게 맛있어?”사도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의심스러운 얼굴로 물었다.‘도윤이 형은 분명 행복의 표정이 아니라 고통스러워 보이는데?’강진우의 눈썰미가 특히나 예리했다.“도윤아, 괜찮아? 왜 눈까지 빨개졌어?”“너무 맛있어서 그렇지. 눈물이 날 지경이야.”성도윤이 애써 미소를 지으며 차설아를 힐끔 보고는 어금니를 깨물며 말했다.“설아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겠어. 정말 그 사랑이 뜨겁다니까.”차설아는 얼굴이 벌게진 남자를 보며 하마터면 참다못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그럼. 당연하지. 내 사랑이 가득 느껴지지? 도윤 씨가 내 정성에 감동했다면 하나도 빠짐없이 다 먹어야 해.”‘하하하. 아까 고기에 고춧가루 반 통은 퍼부은 것 같은데 오늘 저 고기를 다 먹으면 입술
“하하...”차설아는 어쩔 수 없어 작게 한 입 베어 물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성도윤, 굳이 이럴 필요 있어? 너무 악독한 거 아니야?”“당신의 걸작이잖아. 당신도 한 번 맛을 봐야지.”두 사람은 윙 하나를 들고 이리저리 밀치며 귓속말을 주고받았는데, 오히려 한없이 다정하고 가까운 사이 같아 보였다.추이준은 흐뭇한 미소를 짓더니 휴대폰을 꺼내 다정한 모습의 두 사람을 사진 찍었다.“역시 사람들의 말이 사실이었네. 도윤이 형이랑 설아 누나,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어. 다정한 두 사람이 찍힌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려야지.”“아니요, 함부로 사진 올리지 마요...”차설아는 일이 점점 커지자 다급하게 그를 말리려고 했다.하지만 추이준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따라서 사진을 올렸다. 그녀가 말리려고 해도 달리 방법이 없었다.차설아는 어쩔 수 없이 성도윤을 보더니 씩씩거리며 말했다.“왜 가만히 있어. 당장 사진을 삭제하라고 말해. 정말 사람들에게 알려진다면 우리 사이를 어떻게 설명하겠어?”성도윤은 자신과 상관없다는 듯이 덤덤하게 말했다.“설명할 수 없으면 설명 안 하면 되지. 어차피 우리가 완전히 깨끗한 사이였던 적은 없잖아.”“정신이 어떻게 된 거 아니야?”차설아는 도저히 참을 수 없어 폭발했다.“마음대로 해, 내가 언제까지 같이 놀아줄 줄 알았어?”그녀는 앞치마를 벗고 바로 자리를 뜨려고 했다.차설아는 처음부터 성도윤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그녀가 해안시로 돌아온 후부터 그가 배치한 함정에 빠진 듯 그와 멀리하면 할수록 두 사람은 더 많이 엮여 차설아는 짜증이 났다.일이 점점 커지자 사람들도 조심스럽게 말했다.“설아 씨 화가 난 것 같은데 사진을 삭제하자. 설아 씨가 불쾌해하잖아.”성도윤의 얼굴이 점점 차가워지더니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마음대로 하든지.”사도현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더니 성도윤더러 빨리 차설아를 쫓아가라고 재촉했다.하지만 성도윤은 상관없다는 듯이 차갑게 말했다.“저 사람이 있든 없든 별 차이
예쁜 차설아의 얼굴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그녀는 아무 감정 없이 말했다.“성도윤이 죽든 살든 나랑 무슨 상관이에요. 내가 가장 힘들어하던 시간에 성도윤은 내가 기쁜지 안 기쁜지, 내가 살든지 죽든지 걱정했었나요?”“그게...”사도현은 차설아의 말을 반박할 수 없어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그때 성도윤이 차설아에게 상처를 준 건 사실이었다. 바람을 피운 것도 모자라 매정하게 차설아와의 이혼을 고집했는데, 또 하필이면 임채원 같은 악독한 여자와 가까운 사이를 유지하고 있었으니 그때의 차설아가 아무리 성도윤을 사랑했다고 하더라도 모든 정이 떨어져 나갔을 것이다.그런데 그런 상처를 안은 차설아를 보고 성도윤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주라고 하는 건 그녀의 상처를 들추는 거나 다름없었다.“그래서 내가 다시 한번 정중히 말할게요, 나랑 성도윤은 이미 끝이 났어요. 재결합할 가능성도 없고요. 그리고 도현 씨 친구들과 성도윤에게도 전해주세요. 더는 장난치지 말라고요. 앞으로 또 오늘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나 정말 가만있지 않을 거예요.”차설아가 진지한 얼굴로 사도현을 향해 강조했다.사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 설아 쨩 생각을 알겠으니까 앞으로 나도 친구들도 조심할게...”두 사람이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성도윤과 친구들 쪽에서 갑자기 호들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니지? 은아 누나 도대체 어디서 소식을 들은 거야? 지금 오고 있다고?”“은아 누나 성격에 우리가 몰래 파티를 하는데 자기를 안 부른 걸 알게 되면 엄청 화를 낼 거야. 우리 먼저 도망가는 건 어때?”“뭐가 그렇게 두려워. 진우 형이랑 도윤이 형이 있잖아. 은아 누나도 어떻게 하지 못할 거야.”그 얘기를 들은 사도현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채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젠장. 서은아까지 오다니. 망했어!”차설아는 어리둥절했다.하지만 흥미를 보이면서 궁금한 얼굴로 사도현에게 물었다.“서은아가 누구예요? 왜 다들 이렇게 두려워하는 거예요?”“서은아를 몰라?”사도현은 일찍부터 원한이
다만 차설아의 믿는 구석은 가문이 아닌 그녀 자신이었다.차설아가 눈썹을 치켜들며 물었다.“우리 도윤이요?”서은아가 눈을 희번덕거리며 말했다.“당연히 우리 도윤이가 맞죠, 나랑 도윤이가 어려서부터 알고 있는 사이인 걸 몰랐어요? 나 심지어 도윤이랑 같은 해 같은 날에 태어났어요. 다만 도윤이보다 한 시간 일찍 태어나서 도윤이는 내 동생이라고요. 우리 의형제나 다름없어요...”“그래서요?”차설아가 덤덤한 표정으로 물었다. 서은아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전혀 알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그래서 경고하려고요, 우리 동생이랑 좀 거리를 둬요. 두 사람 이미 이혼도 했는데 왜 자꾸 도윤이를 가까이하는 거예요?”서은아가 험상궂게 말했다.“그래요... 누나가 참 동생을 잘 챙기네요.”차설아가 웃는 듯 마는 듯 말하고는 서은아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서은아는 터프한 외모에 캐주얼한 옷차림을 하고 있어 털털해 보였는데 사실 그 누구보다 머리를 굴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여자들만이 느낄 수 있는 첨예한 반응을 보였다.분위기가 굳어지자 사도현은 어쩔 수 없이 나서며 상황을 수습했다.“됐어, 두 사람 왜 그렇게 날을 세워. 두 사람 꽤 비슷해 보이는데, 딱 친구가 될 것 같아.”“설아 쨩도 너무 마음에 두지 마. 우리 야크샤가 원래 이래. 말을 거칠게 해서 누구든 공격하거든. 사실 별다른 나쁜 마음을 품고 있지 않아. 그냥 바보 같은 남자라고 생각하면 돼.”그 말을 들은 서은아는 화가 나 당장이라도 사도현을 죽여버릴 기세였다.“누구를 바보 같은 남자라고 하는 거야? 내가 오늘 널 제대로 혼내주지.”두 사람은 초딩처럼 차설아를 에워싸며 발차기와 주먹을 날리고는 싸움을 시작했다.이때 성도윤이 무슨 생각인지 쉽게 걸음을 옮기지 않는 그가 두 사람을 향해 걸어왔다.방금까지도 털털한 모습을 보이던 서은아가 갑자기 표정이 변하고 두 눈을 반짝이는 모습을 차설아는 바로 눈치챘다.같은 여자로서 차설아는 어떻게 서은아의 마음을 모를 수 있겠는가? 서은아
하지만 무엇보다 차설아를 화나게 만든 건 성도윤의 반응이었다.그는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는 모르지만 차설아를 지나갈 때 그녀를 없는 사람 취급했고 그녀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분위기가 삽시에 어색해져 사도현은 쥐구멍이라도 찾아 숨고 싶었다.“설아 쨩, 너무 화내지 마. 도윤이 형을 설아 쨩도 잘 알잖아. 완전 도도해. 방금 자기한테 화를 냈다고 일부러 저러는 거야. 그러니까...”“상관없어요.”차설아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성도윤과 서은아가 떠난 뒷모습을 보며 차갑고도 덤덤하게 말했다.“나 아까 말했잖아요. 성도윤과 더는 얽히고 싶지 않다고. 그런데 내가 왜 화나겠어요.”“정말 화 안 나?”사도현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차설아에게 가까이 다가가고는 입꼬리를 씩 끌어올렸다.“너무 화가 나서 얼굴이 일그러진 것 같은데?”“...”차설아는 말문이 막혔다.솔직히 사도현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차설아는 방금 화가 난 게 맞았다. 하지만 성도윤 때문이 아니라 서은아 때문이었다.‘저 여자 정말 연기 잘하네. 겉으로는 아무것도 신경 안 쓰는 척 털털해 보이면서 성도윤과 스스럼없이 지내지만 사실 남몰래 처음 본 나를 도발한 거잖아. 특히 방금 승리자의 미소를 지으며 내 옆을 지나갔는데, 내가 어떻게 화가 안 날 수 있지?’“서은아라는 저분, 성도윤 좋아하죠?”차설아는 다정한 서은아와 성도윤의 사이를 보이며 사도현에게 물었다.“뭐? 야크샤와 도윤이 형?”사도현은 마치 무슨 농담이라도 들은 듯 배를 움켜쥐고 깔깔 웃었다.“그럴 리가 있겠어? 두 사람 의형제 사이인데. 도윤이 형은 야크샤를 전혀 여자라고 생각하지 않아. 아마 야크샤도 남자를 좋아하지 않을걸? 두 사람 서로 좋아하는 사이였으면 진작 사귀었겠지. 그럼 설아 쨩이 도윤이 형과 결혼했을 리도 없고...”차설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여자의 마음을 모르잖아요. 저런 사람이야말로 머리를 잘 쓴 거죠.”“아니야, 설아 쨩. 야크샤를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