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차설아는 덤덤한 표정으로 자신 있게 말했다.“우리 갈 길 가야지. 천신 그룹은 전부터 성대 그룹의 영향을 받지 않았어. 지금도 똑같이 영향을 받지 않을 거야. 성대 그룹이 오랫동안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으니 이제 한 번쯤 내려올 때도 되지 않겠어?”배경수는 자신 있는 차설아를 두 눈을 반짝이며 바라봤다. 마치 추앙하는 여신을 보는 것처럼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걱정하지 마, 보스. 기자회견은 이미 잘 준비했어. 참석하는 언론이든 같은 업계 사람들이든 모두 쉬운 사람들 아니야. 이제 한때 무한의 영광을 누렸던 성대 그룹이 어떻게 몰락하는지 사람들은 생방송으로 똑똑히 지켜보겠지.”배경수는 한껏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그와 차설아는 이날만을 위해 너무나도 오래 기다렸고, 너무나도 큰 노력을 쏟아부었다. 그래서 이 일은 반드시 실패가 아닌 성공해야만 했다.게다가 성도윤의 ‘사고’는 타이밍이 기가 막혔다.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성대 그룹은 분명 난리가 났을 것이다.그래서 천신 그룹이 그 뒤를 잇는 업계 1위 회사로 되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다만 차설아가 만약 성도윤이 죽었다는 소식을 알게 되면 여전히 마음을 굳힐 수 있을지 배경수는 걱정이었다.“보스, 이번에 성도윤이 보스를 구해줬잖아, 의리가 있어. 그럼 보스는... 마음이 약해질 거야?”배경수가 조심스럽게 떠보았다.차설아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무슨 그런 타당치 않은 말을 해. 내가 이렇게 준비를 오랫동안 했는데 난 그저 두 아이 분윳값 벌려고 하는 거야. 무슨 사람을 죽이는 것도 아니고, 왜 마음이 약해져야 해?”“그게...”배경수는 잠시 말문이 막혔고, 곧이어 농담하며 말했다.“보스, 이번에 분윳값 제대로 벌려는 생각인가 본데? 모든 게 순조롭게 잘 풀리면 앞으로 차씨 가문 수십 대가 분윳값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어!”“그러길 바라야지.”차설아가 눈썹을 들썩이고는 고민에 잠겼다.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데 차설아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불
달이가 흥분한 표정으로 박수를 쳤다.그녀는 원이의 1호 팬으로 어려서부터 원이를 못 할 것이 없는 슈퍼 히어로라고 생각했다.달이에게 있어서 세상에서 가장 대단한 사람은 바로 원이 오빠이고, 두 번째로 대단한 사람은 바로 아름답고 마음씨가 착한 엄마이다!세 번째로 대단한 사람은... 달이는 엄마를 속상하게 한 나쁜 놈 아빠라고 생각했다. 씩씩한 엄마를 울릴 수 있는 사람은 나쁜 놈 아빠밖에 없었으니 말이다.“오빠, 혹시 엄마 다치게 한 나쁜 놈 말이야, 아빠 아닐까? 엄마가 그렇게 대단한데 나쁜 놈 아빠 말고는 엄마를 괴롭힐 수 있는 사람 없잖아.”달이가 동그란 큰 눈을 끔뻑하며 추측했다.“응, 그럴 수 있어.”원이는 고개를 끄덕였다.겨우 네 살밖에 안 되었지만 원이는 사람을 홀릴 수 있는 완벽에 가까운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었다.“나 곧 나쁜 놈 아빠를 만날 거야. 그때면 엄마를 다치게 한 사람이 아빠가 맞는지 알 수 있겠지. 만약 정말 나쁜 놈 아빠 때문에 엄마가 다치게 되었다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하지만 오빠, 엄마가 그랬어. 나쁜 놈 아빠가 엄청 대단하다고. 오빠 혼자로 혼내줄 수 있겠어?”“당연하지.”원이는 자기 서류 가방을 툭툭 치며 자신 있게 말했다.“이 안에 엄청 대단한 무기가 들어있어. 무기의 도움이 있으면 아무도 나를 이길 수 없을 거야.”“오빠, 화이팅. 좋은 소식 기다릴게. 그리고 걱정하지 마. 내가 엄마랑 민이 이모를 잘 속일 테니까.”서류 가방을 본 달이도 원이를 굳게 믿었다.두 녀석은 마침내 영상통화를 끝냈다.지금 원이는 성대 그룹 빌딩 밖에 서 있었다.그는 며칠 전에 항공사의 오류를 발견해 성공적으로 해바라기 섬을 떠나고 해안에 도착했다.그는 똑같은 방법으로 성대 그룹에 들어가고, 또 성대 그룹 대표 사무실에 쳐들어갈 생각이었다.“엄마가 말했어, 나쁜 놈 아빠는 성대 그룹 대표라고. 분명 그 사무실에는 성대 그룹의 생사가 결정될 어마어마한 기밀문서가 숨겨져 있을 거야. 그 기밀문서를 얻을 수
원이는 당황하지 않고 미니 노트북을 자신의 서류 가방에 넣고는 선글라스를 벗더니, 둥글고 반짝이는 큰 눈으로 말했다.“아저씨,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가워요.”“그래, 아주 착한 꼬마구나.”사납던 경비원은 하얗고 귀엽게 생긴 원이의 얼굴을 보고 순간 마음이 사르르 녹아 부드럽게 말했다.“꼬마야, 이름이 뭐야? 여긴 왜 왔어? 엄마, 아빠는 어디 갔어?”원이는 자신의 귀여운 얼굴이 가장 큰 무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보통 사람들은 전혀 정신을 차릴 수 없는 미모였다.원이는 일부러 눈을 껌벅이며 불쌍한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아저씨, 전 아빠가 퇴근하길 기다리고 있는데, 너무 심심해서 혼자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 너무 불쌍하죠?”“이런!”원이의 작은 얼굴이 찡그려지자 경비원은 마음이 아파 의분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네 아버지가 누구야? 너무 무책임하구나. 어린아이를 혼자 밖에 내버려 두다니. 만약 나쁜 사람이라도 만나면 어쩌려고!”“어쩔 수 없죠. 아빠가 너무 바쁜걸요. 만약 아저씨가 절 아빠에게 데려다주면 얼마나 좋을까요...”원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 말했다.“아니에요. 아무래도 귀찮게 해드리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성대 그룹이 이렇게 크고, 안에 모두 대단한 아저씨와 이모들이 있는데 어떻게 저 같은 어린아이가 들어가겠어요. 만약 진짜 나쁜 사람을 만난다면 제가 도망가면 되죠. 제 걱정 마시고 아저씨 일 보세요.”“그건...”경비원은 좀 망설였다. 성대 그룹은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하게 관리하기로 유명했으니, 어린아이는 말할 것도 없었다.하지만, 예의 바르고 불쌍한 원이의 모습을 보고 순간 마음이 약해져 말했다.“너처럼 귀여운 아이가 혼자 밖에 있는데 어떻게 이 아저씨가 마음이 놓일 수 있겠어. 이렇게 하자꾸나. 아저씨가 널 라운지로 데려갈 테니, 아빠가 퇴근하시면 가서 찾도록 해. 알겠지?”“너무 좋아요. 아저씨 너무 착하시네요. 기회가 되면 제가 아빠한테 아저씨 월급 올려달라고 할게요.”원이는 진지하게 약속했다.그냥
경비원은 원이를 라운지에 두고 간식을 가지러 뛰어갔다.하지만, 경비원이 작은 케이크와 과일을 들고 라운지로 돌아왔을 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원이는 모든 카메라를 완벽하게 피해 성대 그룹의 꼭대기 층에 도착했다. 바로 성도윤 혼자만 있는 대표 사무실에 도착했다.넓고 쓸쓸한 층은 평소 대표 비서나 주주 임원 외에 일반 직원이 발을 들여놓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요 며칠 성도윤은 연락 두절 되고, 비서와 주주 임원들도 중요한 일 때문에 이 층에 거의 나타나지 않는 듯했다.원이가 대표 사무실 입구에 도착하여 비밀번호를 해제하고 누르자, 문은 쉽게 열렸다.“역시, 성대 그룹 시스템은 엄마가 말한 것처럼 허접하기 짝이 없어. 너무 쉽잖아? 재미없어!”원이는 실망한 얼굴로 고개를 가로젓고 이를 꽉 깨물고는 힘껏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성도윤의 사무실은 언제나처럼 고급스러웠다. 원이가 안에 서 있으니 유난히 작아 보였다.“못된 아빠가 마침 안에 없으니, 엄마가 원하는 서류를 가져가면 되겠네.”원이는 철저한 행동파라, 많은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곧장 사무용 의자에 올라가 성도윤의 서류를 열심히 뒤졌다.성도윤은 성대 그룹의 대표로, 지위가 높아 그의 사무실도 당연히 보안이 철저하여 허락 없이는 누구도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었다.그의 사무실에는 너무 많은 중요한 서류들이 보관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속셈이 있는 사람에게 보여지면 그 결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원이는 한참을 뒤졌지만 특별한 서류를 찾지 못해 포기하려 할 때, ‘비밀유지계약서’가 적힌 서류 봉투가 그의 눈길을 끌었다.“설마 이게 엄마가 말한 중요한 서류인가?”원이는 눈살을 찌푸리며 서류 봉투를 열어 확인하려 했다.이때, 성도윤을 찾아 헤매던 임채원은 사무실 문이 열린 것을 보고 흥분하여 뛰어 들어왔다.“도윤아, 드디어 왔구나. 그동안 대체...”책상 앞에 있는 작은 원이를 보는 순간, 임채원은 말을 잇지 못했다.그녀의 표정은 충격적이고, 또 복잡했다.“너... 너는...”
원이는 서류 봉투를 내려놓고 담담한 표정으로 임채원을 바라보았다.“누구세요? 왜 대표님 사무실에 왔어요?”원이의 물음에 임채원은 조금 당황했다.“난...”임채원은 이 꼬마가 성도윤의 핏줄이라고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성도윤의 어린 시절과 똑같게 생겼을 뿐만 아니라,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까지 성도윤 판박이였다.“원이야, 난 네 엄마의 좋은 친구야. 날 채원 이모라고 불러.”임채원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원이에게 한 걸음씩 다가갔다.이 꼬마가 성도윤의 핏줄이라는 건 확신할 수 있었지만, 꼬마의 어머니가 차설아가 맞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이 없었다.성도윤 같은 남자의 아이를 낳으려고 갖은 수단을 쓰는 여자는 차설아 말고도 부지기수였다.“우리 엄마 친구예요?”원이는 순수한 얼굴로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요 몇 년 동안 차설아가 언급한 친한 친구는 배경윤뿐이었다. 채원이라는 친구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배경윤과 차설아가 임채원이라는 여자를 욕하며 저주를 퍼붓는 것은 들은 적이 있었다. ‘임채원이라는 여자 때문에 엄마가 아빠랑 헤어졌다고 했는데, 설마 이 사람일까?’“맞아, 네 엄마 차설아 맞지? 네 이름은 원이고. 이모가 예전에 너희 엄마랑 얼마나 친했었는 줄 알아?”임채원은 서너 살 된 꼬마는 대충 달래면 된다고 생각해 일부러 과장되게 말하면서 원이의 신뢰를 얻으려고 했다.원이는 포도알처럼 검고 반짝이는 눈동자를 굴리더니 떠보듯 물었다.“와, 진짜 우리 엄마 친구예요? 혹시 이모 이름이 임채원이에요?”임채원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급 당황했다.“너희 엄마가 나에 대해 말한 적이 있어?”“당연하죠. 엄마가 채원 이모는 아주 예쁘고 착하다고 했어요. 엄마보다 더 예쁘다고 하더니, 오늘 보니 사실이네요. 채원 이모 너무 예뻐요.”원이는 말을 마치고 갑자기 의자에서 뛰어내린 다음, 팔을 벌리고 임채원의 품에 안겼다.“원이는 이모가 너무 좋아요. 우리 엄마를 제외하고 본 사람 중에 제일 예쁘고 착한 것 같아요.”“아...”원
“이모는 원이 싫어요?”원이는 눈을 껌벅이며 평소 달이의 모습을 따라 했다. 최선을 다해 애교를 부리며 임채원의 신뢰를 얻으려 했다.임채원은 성도윤과 짜고 차설아를 괴롭힌 나쁜 여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원이는 방법을 강구해서 이 여자를 혼내고 싶었다.“난...”임채원은 꼬마의 순진무구한 얼굴을 보며 도저히 싫어한다는 말을 내뱉을 수 없었다.“이모, 원이 좀 안아줘요. 이모 우리 엄마 같아요. 너무 좋단 말이에요!”원이는 입을 삐죽 내밀고 작은 손으로 임채원의 손을 잡았다.이 순간, 임채원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고, 주체하지 못하고 원이의 희고 부드러운 볼을 만지며 말했다.“이렇게 귀여운 원이를 이모가 왜 싫어하겠어? 안심해. 이모가 잘 보살펴줄게. 이따가 이모랑 나가서 놀까?”“좋아요! 이모 짱!”원이는 계속 임채원을 껴안고 속으로 뭔가를 계획하고 있었다.임채원은 순두부처럼 부드러운 원이의 흰 볼을 만지며 손을 떼지 못했다.‘만약 내 아이도 죽지 않고 정상적으로 태어났다면, 아마 원이만큼 컸을 텐데. 내 아이도 원이 만큼 귀여웠을까? 이렇게 희고 부드러운 피부를 가졌을까? 원이가 내 아이면 좋겠다...”하지만 곧 그녀는 다시 머리를 흔들며 정신을 차렸다.‘이 아이는 차설아의 핏줄이야. 아무리 귀여워도 결국 천한 것의 핏줄이라고! 절대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돼!”임채원은 숨을 깊이 들이쉬며, 원이에 대한 애정을 억제하며 물었다.“원이야, 엄마랑 함께 해안으로 돌아온 거야? 누가 널 사무실로 데리고 왔어? 아빠를 만나고 싶었어?”“맞아요, 아직 아빠를 본 적이 없어요.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혹시 어디 있는지 알아요?”원이는 능청스럽게 말했다.“네 아빠는 이모의 친한 친구이기도 해. 요즘 성대 그룹으로 오지 않아서 못 만날지도 몰라...”“그럼 아빠가 어디 있는지 알아요?”“당연히 알고 있지! 난 네 아빠랑 친하니까!”“잘됐어요. 이모, 저 아빠한테 데려다주세요.”원이는 임채원이 분명 자신을 유괴하고 싶어 할
일주일 후, 차설아는 다리가 거의 회복되어 오늘 깁스를 풀고 퇴원할 수 있었다.배경수, 배경윤과 강우혁은 함께 그녀를 보러왔다.“오늘은 보스가 봉인을 풀고 자유와 활기를 되찾은 날이니 반드시 축하해야 해!”배경수는 기쁜 표정이 역력했고, 차설아를 위해 휠체어까지 준비했다.“당연히 축하해야지! 이미 식당도 예약해 놓았고 서프라이즈까지 준비했어. 언니 분명 좋아할 거야!”배경윤은 활짝 웃으며 신비롭게 말했다.그들은 차를 타고 배경윤이 예약한 중식당에 도착했다.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가득한 맛있는 음식을 보고 차설아는 입맛이 돋아 허겁지겁 먹었다.“보스, 천천히 먹어. 체하겠어.”배경수는 세심하게 갈빗살을 발라낸 뒤 차설아의 그릇에 놓았다. 마치 아이를 돌보듯 살뜰히 챙겼다.배경수는 더 이상 차설아에게 조금의 상처가 나는 것도 용납할 수 없어, 작은 일도 세심하게 돌봐야 했다.차설아는 어쩔 수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경수야, 난 다리를 다쳤을 뿐이지 장애인이 아니야. 날 장애인 취급하지 마...”요즘 병원에서 음식을 너무 담백하게 먹어, 차설아는 거의 스님이 될 것 같았다.오늘 모처럼 즐겁게 밥을 먹는데 천천히 먹으라는 잔소리까지 들으니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나 절대 천천히 못 먹어! 더 빨리 먹을 거야! 배 터져 죽어도 돼!”차설아는 어린아이처럼 유치하게 배경수와 입씨름을 벌였다.애석하게도, 배경수의 예상대로 차설아는 목이 메어 기침하기 시작했다.“콜록”!“휴, 내가 말했지? 얼른 물 마셔.”배경수는 가슴이 아파 얼른 미지근한 물을 건네고, 손바닥으로 차설아의 등을 두드렸다.고양이를 달래는 것보다 더 부드럽고 인내심 있는 모습이었다.“오빠, 너무 닭살 돋아. 차라리 언니를 갓난아이 취급하는 건 어때?”배경윤은 옆에서 지켜보다가 소름이 돋았다.해안을 주름잡던 바람둥이 배경수가 차설아를 만난 이후로 그야말로 설아 바라기로 되었다. 체면 따위는 버리고 오로지 차설아를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강우혁은 감탄했다.“연상연하
배경윤은 작정하고 부추겼다.강우혁도 말을 보탰다.“설아 씨, 경수 씨한테 애교 한번 보여주세요. 설아 씨 애교에 안 넘어가는 남자가 없을 거예요.”“그래, 그래! 어서!”배경윤은 박수를 치며 재촉했다.차설아는 난처한 표정으로 머뭇거리며 차마 애교를 부리지 못했다.애교는 그녀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고, 안 해본 것도 아니지만, 그 상대가 배경수라면,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배경수는 차설아의 난처함을 알아차리고, 약간 상처 입은 표정을 보였지만 이내 감추고 말했다.“그만해. 너희 둘 어른한테 장난을 치고 그래? 월말에 결혼식을 치르고 싶지 않은 거야?”그는 정색하고 배경윤과 강우혁을 혼냈다.“너 보스한테 서프라이즈 준비했다며, 왜 아직도 안 줘?”“급해 하지 마! 몇 분만 더 기다려!”배경윤은 시계를 보며 카운트다운을 했다.“10, 9, 8, 7...”그녀가 1을 셀 때 갑자기 식당에서 역동적인 음악이 흘러나오고 한 무리의 미남들이 무대 위에서 멋진 춤을 추기 시작했다.“언니, 이 잘생긴 남자들은 지금 한국에서 가장 핫한 아이돌 skh1이야. 국내 방송사에서 서로 섭외하려고 난리야. 내가 모든 인맥을 동원해서 오늘 모셨어... 어때? 너무 멋있지!”배경윤은 자신만만해서 물었다.같은 여자로서, 차설아의 절친으로서, 배경윤은 차설아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당연히 잘 알고 있었다.남자들이 여자를 끼고 술 먹으며 노는 것을 좋아하듯이 여자도 똑같았다.무대 위의 보이그룹 멤버들은 하나같이 키가 크고 잘생기고 춤도 일품이었다. 차설아는 단박에 시선이 끌려 심지어 일어서서 힘껏 박수를 쳤다.“와, 춤 잘 춘다. 애들이 하나 같이 잘 생겼어. 얼굴에 솜털도 가시지 않았어!”“맞지? 멋있지? 역시 내가 언니 취향을 안다니까. 한국 최고의 보이그룹이야. 난 저 은발 머리가 제일 좋아. 매화꽃 같은 저 입술을 봐봐. 키스하고 싶게 생겼어!”“맞아, 나도 저 은발 머리가 제일 좋아. 아주 맛있게 생겼잖아. 하하하!”두 여자는 함께 기대어 흥분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