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차설아의 움직임이 더욱 빨랐다. 팔꿈치를 들어 남자의 심장 위치를 세게 직격했다.중년 남자는 아파서 새우처럼 몸을 구부리고 몇 미터 물러났고, 차설아는 남자의 품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이 장면은, 모든 사람이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좋아. 이렇게 나오시겠다? 날 탓하지 마. 오늘 다 같이 죽는 거야!”중년 남자는 완전히 미쳐버렸고, 폭탄의 견인줄을 힘껏 잡아당겼다.“악!”사람들은 공포의 고함을 질렀다.“조심해!”차설아는 강한 힘에 의해 끌려갔다. 하늘과 땅이 빙빙 돌더니 성도윤의 넓은 품은 마치 천연 보호막처럼 그녀를 단단히 감쌌다.세계 종말인 듯... 두 사람의 거리는 이렇게 가까운 적이 없었다.다만 예상했던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고 ‘푸’하는 소리와 함께 흰 연기가 피어오르고 폭탄은 그대로 불발됐다.“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가. 왜 안 터졌어?”중년 남자는 아무런 위력도 없는 폭탄을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주변 사람들은 서로 쳐다보며 당혹스러워하고 있었다.차설아는 그제야 성도윤의 품에서 빠져나와 중년 남자를 보며 말했다.“그 폭탄은 다 좋은데. 폐쇄 줄이 단단하지 못해. 내가 당신한테 인질로 잡혔을 때, 손가락으로 쉽게 풀어버렸어... 화약이 진작부터 틈새로 새어 나갔으니 당연히 터지지 않았지.”“너... 폭탄을 해체할 줄 알아?”“조금? 복잡한 건 모르는데, 당신 같은 초보를 상대하기에는 충분하지.”차설아는 망언 같은 말을 내뱉었다.이 남자의 폭탄은 딱 봐도 직접 만든 것이고, 가장 저급한 수준이라 차설아는 눈을 감고도 제거할 수 있었다.“대단해!”중년 남자는 곧 제압당했지만, 그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주변에서도 차설아를 향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이렇게 연약해 보이는 여자가 폭탄을 제거할 거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차설아는 성도윤을 향해 오만하게 턱을 치켜들고 말했다.“어때? 내가 또 당신을 구했네.”성도윤은 말없이 차가운 눈빛으로 돌아섰다.
이 여자는 다름 아닌 연아의 친엄마 이현이었다.“연아야, 괜찮아? 목에 피가 나. 아프지? 당장 병원에 가자!”이현은 연아를 안고 위아래로 검사하더니 눈물을 뚝뚝 흘렸다.원래 문서를 연구하던 이현은, 갑자기 생방송을 보고 자신의 소중한 딸이 인질로 잡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다른 건 생각할 겨를도 없이, 가장 빠른 속도로 사고 현장으로 달려왔다.다행히 그녀의 소중한 딸은 약간의 피부 외상을 입었을 뿐 큰 문제가 없었다. 이 모든 건 차설아가 목숨을 바쳐 구한 덕이었다.원래 이현은 차설아를 똑바로 보기도 싫어했지만, 지금은 감사한 마음이 가득했다.“정말 고마워요. 만약 설아 씨가 아니었다면 우리 연아 어떻게 됐을지 몰라요. 연아의 생명의 은인은 곧 저의 생명의 은인이에요. 앞으로 제 목숨은 설아 씨 거예요.”차설아는 손사래를 쳤다.“별것 아니에요. 오늘 납치된 아이가 연아가 아니었어도 당연히 구했을 거예요. 하지만 이번 일로 이현 변호사님의 호감을 얻게 되었다면, 제가 목숨을 바쳐 구한 것이 충분한 가치가 있네요.”이현은 인정 사정 없이 말했다.“오해하지 마세요. 전 여전히 설아 씨에게 호감은 없으니까. 하지만 당신에게 보답하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면, 전 거절하지 않을 거예요.”“아...”차설아는 조금 난처했다.그리고 이토록 상대하기 어려운 이현 변호사에게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 개성 있는 여자였다!이때 연아는 강하게 이현을 밀어내고 차설아의 뒤로 달려가 숨어 말했다.“누구세요? 엄마, 아빠가 모르는 사람이 날 안게 하면 안 된다고 했어요. 전 아줌마 몰라요. 아줌마는 나쁜 사람이에요, 경찰 아저씨한테 잡아가라고 할 거예요.”“연아야...”이현의 개성 있던 표정은 눈에 띄게 슬퍼졌다.친딸에게 나쁜 사람 취급을 받고 또 경찰에게 잡혀가야 한다니, 이건 친엄마인 이현에게 커다란 상처였다.차설아는 연아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말했다.“연아야, 이 아줌마는 나쁜 사람이 아니야. 방금 너를 얼마나 걱정했다고 그래. 너무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마침내 쇼핑몰은 평온을 되찾았다.차설아는 연아의 목을 보고 걱정스러운 기색을 보이며 말했다.“상처가 깊지는 않지만 붕대를 감는 게 좋겠어. 병원으로 가자.”차설아는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성도윤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아 속으로 화가 났다.이 녀석은 정말 이기적이고 냉혈하고 무자비한 인간이다. 이렇게 큰일이 일어나고, 생사를 같이했는데, 이렇게 가버리다니...차설아는 연아를 데리고 쇼핑몰 입구로 가서 택시를 잡으려 했다. 성도윤의 익숙한 은색 고급차가 천천히 그녀들 앞에 다가와 멈춰 섰다.‘그래도 인간이라고 가지는 않았네!’차설아의 찌푸린 얼굴이 마침내 펴졌다.그녀는 뒷좌석의 문을 열고 연아와 차례로 올라탔다.성도윤은 운전석에 앉아 선글라스를 낀 채 차갑게 말했다.“연아만 남기고, 당신은 내려.”“뭐?”차설아는 표정이 일그러졌다.이 남자는 30도가 넘는 날씨에, 어떻게 이렇게 냉랭한 말을 내뱉을 수 있을까?“이렇게 더운 날씨에, 방금 그런 일을 겪었는데, 날 차에서 내쫓는다고? 날 죽이려는 속셈이야?”차설아는 차 문을 잡고 이치를 따졌다.“죽는다고?”성도윤의 얇은 입술은 차가운 곡선을 그리며 차갑게 말했다.“방금은 죽지 못해서 안달 났잖아. 그렇게 살고 싶은 욕망이 있어 보이지는 않던데? 당신 소원대로 해주는 거야!”“성도윤!”차설아는 화가 나서 이를 갈며 피를 토할 지경이었다.차설아는 이 남자의 생각을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방금 용기를 내어 많은 사람을 구했는데,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오히려 비꼬고 있었다.“성도윤, 설마 나 질투하는 거야?”“당신을 질투해?”성도윤은 눈썹을 살짝 찡그리고, 여자의 뜻을 알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차설아가 말을 이어갔다.“방금 내가 쇼핑몰 사람들의 목숨을 구해서, 당신이 무능한 사람처럼 보여서... 그래서 날 질투하는 거야?”“...”그의 무표정한 얼굴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화가 나서 웃음이 났다.차설아는 역시 생각이 이상한 사람이었다.그
차는 근처 병원에 도착했다.의사는 연아의 상처를 처리해 주고, 성도윤과 차설아를 보며 말했다.“단순한 찰과상일 뿐이니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물에 닿지 않도록 주의하고, 담백한 음식과 매운 음식은 삼가고, 매일 아침저녁으로 연고를 바르시면 됩니다.”“다행이네요.”차설아는 마침내 마음이 놓였고, 연아의 손을 잡고 말했다.“연아야, 미안해. 언니가 부주의해서 널 잘 돌보지 못해서 나쁜 아저씨한테 잡혀가게 만들었어. 언니 용서해 줄 거지?”연아는 눈물을 가득 머금은 큰 눈을 깜박이며, 어른처럼 차설아의 머리를 쓰다듬고 귀엽게 말했다.“언니, 바보예요. 언니는 이렇게 귀엽고, 용감하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구했으니, 연아가 당연히 용서해야죠.”그리고, 옆에 있는 빙산처럼 차가운 성도윤을 보며 물었다.“도윤 오빠, 우리 언니 너무 귀엽지 않아요? 엄청 용감하죠?”성도윤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귀여움이나 용감함은 모르겠고, 충동적이고 머리가 나쁜 건 알겠네.”성도윤은 여전히 쇼핑몰에서의 일 때문에 심장이 벌렁거렸다.만약 그 중년 남자의 칼이 조금 빨랐거나, 차설아가 폭탄을 제거하지 못했다면, 그 결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이왕 병원에 왔으니, 당신도 머리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검사받아 봐.”성도윤은 말을 마치고, 진지하게 의사를 보며 말했다.“이 여자도 검사해 주세요.”여기까지 들은 차설아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고, 정교하고 작은 얼굴로 화가 나서 남자를 향해 소리쳤다. “성도윤, 적당히 해! 사람이 목숨을 구해줬더니, 고맙다는 인사는커녕 계속 비꼬고 있어? 대체 무슨 생각이야? 어쩌면 사람이 그렇게 인정머리가 없어? 6살짜리 애보다도 못 해!”성도윤의 그녀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고, 잘생긴 얼굴은 아무 표정 없이 의사를 향해 계속 말했다.“철저하게 검사해 주세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 이상이 있는 것 같아요.”방금 쇼핑몰에서 중년 남자와 대치할 때, 차설아는 상처를 입은 것 같지는 않았지만, 성도
그렇다! 분명 목적이 따로 있을 것이다!다음날, 성운 법률 사무소.성우는 자신의 눈을 비비며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이현 변호사가 3일도 안 되어 차설아에 의해 정복되었다.계약 해지 수속을 밟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단독 사무실에 앉아 사무소의 사건을 맡고 있었다.“대단해요, 대표님, 대단하세요.”성우는 차설아의 사무실로 들어감 참지 못하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차설아는 손에 든 서류를 열심히 살펴보며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성우 변호사 한가해요? 수중에 사건이 없어요? 몇 개 더 나눠줄까요?”“아니요, 아니요.”성우는 손을 흔들며 숭배하는 눈빛으로 차설아의 주위를 어슬렁거리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대표님, 어제 백화점에서 용감하게 폭탄을 해체하는 장면을 우리 직원들도 모두 봤어요. 너무 멋져요. 대체 어디서 배운 기술이에요? 혹시 숨겨진 신분이 있는 건 아니에요? 예를 들면 국정원 비밀 요원 같은?”차설아는 어이없다는 듯 성우를 보더니 말했다.“제 할아버지는 당시 이름을 떨쳤던 차무진 대장군이세요. 폭탄 해체 같은 기초적인 기술은 유치원 때 거의 다 배웠어요.”“와, 대단하네요.”성우는 눈을 반짝이며 감탄했다.“우리 대표님이 대장군의 손녀라니! 그럼 폭탄 해체 말고 다른 것도 할 줄 알아요?예를 들면 격투기나 총 해체 같은 기술?”“그 정도는 눈 감고도 해요.”차설아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다소 오만하게 말했다.“만약 직원들도 배우고 싶다면, 시간 날 때 가르쳐 주죠.”“좋아요. 저희 배우고 싶어요.”갑자기 사무실 문이 밖에서 엿듣는 직원들에 의해 열렸고, 전 직원들이 기대하는 얼굴로 서 있었다. 차설아를 그들의 신으로 여기는 눈빛이었다.직원들이 처음에 차설아에게 복종하지 않은 건, 성도윤과의 관계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차설아에게 완전히 매료되었고, 그녀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칠 수도 있었다.회사의 대표가 대장군의 손녀이고, 폭탄 해체는 물론, 총기 해체, 게다가 격투기까지 할
“그렇게 하죠!”차설아는 이현의 계획을 듣더니 흥분에 겨워 두 눈을 반짝이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이현 변호사님은 역시 다르시네요. 이렇게 어려운 사건도 돌파구를 찾으시다니. 이 법률사무소를 쟁취하길 잘했네요!”“세 분의 변호사님 덕분에 그 어떤 분야에서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온 해안시에서도... 아니, 온 세상이 다 내 거인 것 같아요.”“보스, 너무 들뜬 거 아니에요? 그나저나 노력하면 해안시 3, 40%는 보스 걸로 만들 수 있겠지만요.”차설아는 미간을 구기더니 불만을 드러냈다.“왜 겨우 3, 40%인 거예요? 나머지 6, 70%는요?”“생각해 보면 모르겠어요?”성우가 차분한 얼굴로 차설아에게 찬물을 끼얹었다.“나머지 6, 70%는 당연히 보스의 전 남편, 그리고 저희 전 보스였던 성도윤 대표님 거죠.”성씨 가문은 해안시 8대 가문 중 서열 1위였다. 나머지 일곱 개의 가문의 실력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차씨 가문이 다시 옛날의 영광을 되찾으려면 수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했다. 그래서 3, 40%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이때, 카리스마 있는 이현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시작도 하기 전에 주눅이 들 건 없죠... 이 소송에서 이길 수만 있다면 앞으로 성씨 가문은 차씨 가문의 돈벌이 도구로 쓰일 거예요. 그럼 차씨 가문이 성씨 가문을 따라잡는 게 아예 가능성 없는 일은 아니죠.”“그러게 말이에요. 예전에 우리 차씨 가문은 성씨 가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명문 가문이었어요. 단지 차씨 가문은 잘못된 길을 걸어 많이 뒤떨어졌을 뿐이에요...”차설아가 말하고는 한숨을 푹 쉬더니 단호하게 말했다.“나 차설아는 차씨 가문의 유일한 핏줄로서 더는 가문이 잘못된 길을 걷게 하지 않을 거예요.”성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두 사람 정말 너무 순진한 거 아니야? 소송 하나로 나락 갔던 차씨 가문이 어떻게 실력이 가장 막강한 성씨 가문을 쫓아갈 수 있겠어? 너무 일을 쉽게 생각하
강진우의 말에 분위기는 삽시에 무거워졌다.사도현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푹 내쉬고는 말했다.“그래도 사랑하느니 마느니 얘기라도 할 수 있잖아. 나는 그런 고민조차도 없다고. 난 여자를 사랑하지 않고 오로지 자유만을 사랑해. 그 빌어먹을 소송에서 이기지 못한다면 난 앞으로 자유도 없을 거야!”말을 마친 그는 잔에 들어있는 술을 쭉 들이켜고 박수를 치더니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됐어. 우리 세 사람 모두 정신을 똑바로 차리자고. 언제까지 분위기를 축 처지게 만들 거야? 재미있는 거 할래?”강진우가 흥미진진하게 물었다.“뭔 재밌는 거?”“묵찌빠 같은 거 말이야. 진 사람이 무조건 벌칙 받는 거 어때?”“재미없어.”성도윤이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별 흥미가 없는 모양이었다.하지만 그는 갑자기 뭔가 떠올랐는지 다시 말했다.“보리보리쌀은 어때?”“그래, 난 다 돼.”“그럼 보리보리쌀로 해.”성도윤은 갑자기 흥미를 보였다.전에 그는 번마다 차설아에게 졌었다. 그래서 이 기회를 빌려 자기 게임 실력이 정말 뒤떨어지는지, 아니면 차설아가 너무 잘하는 것인지 검증하고 싶었다.그렇게 세 사람은 차례대로 게임을 시작했다.아니나 다를까, 좀처럼 놀러 나오지 않는 워커홀릭 성도윤이 꼴찌로 되었다.강진우와 사도현은 손쉽게 그를 이겼다.게임은 게임이니 성도윤은 두 사람이 준 벌칙을 달게 받을 생각이었다.“내가 먼저 할래!”사도현이 말했다.“도윤 형, 지금 휴대폰으로 당장 차설아한테 전화를 걸어서 최소 10분 이상 얘기해.”“뭐야? 재미도 없고!”성도윤은 바로 거절했다.하지만 사도현은 이대로 넘어갈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쉴 새 없이 옆에서 쫑알쫑알 시끄럽게 굴곤 했다.“전화하는 것 가지고 그래? 이것도 못한다니 도윤 형 겁먹은 거 아니야?”사도현의 도발에 성도윤은 바로 휴대폰을 꺼내 차설아에게 전화를 걸었다.결과는 뻔했다. 그는 여전히 차설아의 블랙리스트에 있어 전화가 전혀 연결이 되지 않았다.“푸하하하하!”이것이 바로 그들이 원하는
여인은 청순하고 앳된 얼굴에 똘망똘망한 큰 눈을 가지고 있었다. 사회 초년생 여대생과도 같은 풋풋한 모습을 보였다.세 사람은 그 여인이 바 앞에 앉을 때까지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사도현은 성도윤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도윤 형, 운이 좋네. 저 여자애 엄청 괜찮아 보이는데? 전에 내가 벌칙에 걸렸을 때에는 얼마나 불운했는지 알아? 덩치 큰 형님 아니면 4, 50대 아줌마를 만났었다고. 멍해서 뭐해? 얼른 가지 않고.”강진우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이 여자애 괜찮아 보이는데? 그리고 설아 씨 얼굴도 있는 것 같아. 성격은 설아 씨보다 훨씬 부드럽겠지? 가서 춤 한 번 추자고 해, 거절하지 않을 것 같은데 말이야.”“...”성도윤은 입술을 씰룩거리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차가운 눈빛으로 흰 치마를 입은 여인을 주시하고 있었을 뿐이다.그녀는 누굴 기다리고 있는지 혼자 바 앞에 앉아있었다. 표정은 어색해 보였는데 아마 이런 곳은 처음인 듯해 보였다.청순하고 순진한 그녀의 모습에서 차설아가 보인 건 사실이었다.물론 예전의 차설아였다.성도윤은 자리에서 일어서고는 늘씬한 다리로 성큼성큼 여자애에게 다가갔다.그는 워낙 존재감이 뛰어났고 또 카리스마가 있었기 때문에 여자애는 처음부터 그를 눈여겨봤다.그가 점점 가까워지자 여자애도 긴장했는지 볼이 발그레해졌고, 그러다가 고개를 푹 숙이고는 다급하게 음료수만 들이키고 있었다.“혼자 왔어요?”성도윤이 여자애를 내려다보며 알 수 없는 얼굴로 물었다.“아, 그게... 저한테 물어보시는 거예요?”여자애는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들더니 황급히 주위를 둘러봤다. 자기가 이렇게 잘생기고 훤칠한 남자에게 플러팅당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여자애의 반응이 귀여워 성도윤은 눈썹을 치켜들었다.그는 어쩐지 자꾸 예전의 차설아가 떠올라 입꼬리를 씩 올리고는 말했다.“제가 말 거는 게 싫어요?”“아니요, 그건 아니에요. 말 거는 거 좋아요...”여자애는 이런 설명이 가당치 않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