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그 인간한테 마음이 있어요?”차설아는 젓가락을 멈추고, 예쁜 얼굴에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이모, 사람 보는 눈이 늘 정확하시더니, 오늘은 유감이네요. 성도윤이 왜 갑자기 방문을 해서, 심지어 아부까지 하는 줄 알아요?”“혹시… 아가씨를 잊지 못해서 화해하려고요?”차설아는 고개를 저었다.“자기 내연녀를 위해 저한테 사정하러 왔어요. 그 교만한 사람이 그딴 여자 때문에 와서 사정을 하다니. 이것만으로도 전 성도윤을 평생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이런…”민이 이모는 조금 충격을 받았다.존귀하고 정직해 보이던 성도윤이 이렇게 원칙이 없는 사람일 줄이야! 정말 실망이었다.“사리 분별이 명확한 분이신 것 같던데. 만약 그 내연녀의 인품이 정말 형편없다면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 같아요. 혹시 여기에 무슨 오해가 있는 건 아닐까요?”“무슨 오해가 있겠어요?”차설아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이모는 사랑에 눈이 먼 사람이 얼마나 원칙이 없이 행동하는지 몰라요. 편애받는 사람은 늘 멋대로 하고 아무런 두려움이 없죠. 4년이란 시간 동안 그 사람의 마음을 얻지 못한 제 문제죠. 제가 매력이 부족한가 봐요.”차설아는 늘 자신만만했지만, 유독 성도윤의 앞에서만, 기형적인 결혼 생활에서는 열등감이 극에 달했다.어디에 내놓아도 꿀리지 않는 차설아는 왜 하필 가식적인 여우에게 지고 말았을까?그래서,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 더 이상 자신을 의심하고 자존감이 떨어지지 않기로 했다.민이 이모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차설아가 이 결혼 생활에서 매우 상처받았고, 여전히 놓지 못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민이 이모는 속으로 뭔가를 결심했다.차설아의 집을 떠난 성도윤은 기분이 아주 나빴다. 완벽한 얼굴에는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져 감히 다가갈 수 없는 한기가 배어 있었다.성대 그룹 빌딩 전체에 어두운 분위기가 깔렸고, 직원들도 하나같이 조심스럽게 행동했다.바로 이때, 성도윤의 의형제 사도현이 눈치도 없이 소란스럽게 대표 사무실로 들어갔다.“형, 도윤
중요한 일이 있으니 찾아왔다고?이 말을 들은 성도윤은 차설아에게 당한 굴욕이 생각나 더욱 화가 났다.“너한테 뭔 중요한 일이 있어? 계속 재잘대면 다신 못 오게 한다.”성도윤은 계속 두꺼운 서류 속에 파묻혀, 끊임없이 한기를 품어내는 빙산처럼 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모습이었다.‘쯧쯧, 도윤이 형, 제대로 뚜껑 열렸네.’사도현은 침을 꿀꺽 삼키고, 그제야 다음에 다시 오라던 예서의 경고를 알아챘다.예서에게 도움을 청하려 했지만, 예서는 웃으며 말했다.“그럼 대표님과 이야기 나누세요. 저는 먼저 나가보겠습니다.”그리고... 나가 버렸다.“예서 씨...”예서는 밖으로 나갔을 뿐만 아니라, 문까지 잠갔다. 사도현은 왠지 호랑이 굴에 벼려진 절망감이 들었다. 지옥의 문에 들어선 기분이었다.“콜록!”사도현은 꾸물거리다가 용기를 내어 줄곧 냉담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성도윤에게 말했다.“형, 여기 아무도 없어. 진짜 힘들면 울어도 돼. 일로 자신을 마비시키는 건 아무런 도움이 안 돼. 괜찮아. 울어, 남자가 우는 건 죄가 아니야.”“???”성도윤은 고개를 들고 바보를 쳐다보듯 사도현을 보았고, 입술을 오므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내 앞에서 센 척할 필요 없어. 무릎 꿇고 전처한테 가지 말라고 매달리는 영상 다 봤단 말이야. 그렇게 전처를 좋아하는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 비록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형만 좋다면 나도 받아들일 수 없는 건 아니야.”사도현은 차설아와의 몇 번의 만남을 떠올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형은 왜 그런 밋밋한 스타일의 여자를 좋아하지? 게다가 완전히 빠졌잖아.”“하지만 형, 아무리 연애 경험이 별로 없다지만 전처 같은 스타일은 다루기 쉬운 거 아니야? 왜 오히려 꽉 잡혀 있어? 이상하잖아...”사도현은 의리있게 가슴팍을 치며 말했다.“사업은 형이 나보다 낫지만, 연애는 내가 더 잘하지! 여자를 공략하는 기술을 가르쳐줘야겠어. 체면은 살려야 될 거 아니야?”성도윤은 차가운 얼굴로
성도윤은 크라프트지 표지의 노트를 열고, 펜으로 힘차게 몇 글자를 썼다. ‘여심공략 비법 정리’사도현은 힐긋 쳐다본 후 하마터면 웃음이 터질 뻔했다.“형, 다들 형을 빙산처럼 차갑다고 하는데, 난 왜 바보처럼 느껴지지? 여심 공략 비법 같은 건 글이 아닌 마음으로 터득하는 거야. 어떻게 필기까지 할 생각을 해?”성도윤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모든 일에는 규칙이 있으니 여심 공략도 마찬가지야. 필기뿐만 아니라 선형 분석, 수평 및 수직 다방면으로 비교하고, 샘플 데이터도 확대해서 너의 비법의 합리성과 타당성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거야.”“대박... 이렇게 진지할 필요까지 있어?”모르는 사람이 보면 성도윤이 몇십조 프로젝트의 합리성과 타당성을 연구하는 줄 알것이다. 사도현은 순간 어깨가 무거워졌다.“난 모든 일에 진지해.”성도윤은 고개를 들고 경고의 뜻으로 말했다.“그러니까 제대로 가르쳐. 만약 효과가 없다면, 넌 끝장이야.”사도현은 순간 마음이 조여왔다.성도윤의 말은 절대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사도현은 잘 알고 있었다.‘형이 제대로 급했나 보네. 단아해 보이던 차설아가 이런 능력이 있을 줄이야. 우리 형을 손에 꽉 쥐고 있네.”“콜록!”사도현은 목청을 가다듬고 진지하게 말했다.“정 그렇다면 내 반평생의 모든 노하우를 전수해주지.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백프로 효과 있어.”성도윤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기대에 찬 얼굴로 재촉했다.“헛소리하지 말고 빨리 시작해!”“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미리 알려둘 게 있어. 내는 여러 종류의 여자를 많이 만나봤으니까 데이터는 충분히 많아. 그러니 내 전문성을 의심할 필요는 없어.”사도현은 비록 자신의 연애경험이 아주 풍부한 건 아니지만, 유일한 연애에서도 차인 성도윤을 가르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여자를 공략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어. 하나는 돈이고, 하나는 진실된 마음이지. 나랑 형의 신분으로 볼 때 99%의 여자는 우리가 다가갈 필요 없이 바로 우리한테 달려들지. 하지만 1%
사도현은 계속 강의를 했다.“차단당했으면 다른 번호를 만들어서 시간이 날 때마다 못살게 구면 되지! 그러다 마음이 좀 움직이면 두 번째 단계인 낭만으로 넘어가!”“낭만! 여자들은 낭만에 약하지. 특히 형 전처처럼 꿈속에 사는 여자들은 낭만적인 거에 환장해. 충분히 낭만적이라면 형한테 죽고 못 살게 만드는 건 어렵지도 않아.”성도윤은 안경을 밀고, 노트에 열심히 필기하더니 손을 들어 질문까지 했다.“낭만은 구체적으로 어떤 걸 말하지?”“그건 다른 과제야. 오늘 낭만까지 강의하면 시간이 모자라. 멜로 드라마 같은 거 많이 보면서 남자주인공이 어떻게 하는지 배워. 내가 이제 PPT 만들어서 체계적으로 강의하면 더 이해하기 쉬울 거야.”“그래.”성도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리더의 포스를 풍겼다.“계속해.”“세 번째는 밀어내기, 열정적인 구애를 펼친 다음에는 적당히 멈춰야 한다는 뜻이지. 이걸 밀당이라고 하는데, 이 단계가 아주 중요해. 밀당을 적당히 잘하면 주도권을 빼앗아 올 수 있지만, 잘 못하면 상대방이 도망갈 수도 있어.”“네 번째는 쏟아붓기. 형의 감정을 마음껏 쏟아붓는 거야. 어떤 기술도 ‘진정성’을 이길 수는 없어. 상대방이 형의 진심을 보게 되는 순간, 게임 오버야. 다섯 번째는 마무리. 만약 성공 단계까지 도달한다면, 노력의 성과를 맛보게 되는 거지.”사도현은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숨을 내쉬며 말했다.“대충 이런 내용이야. 혼자 잘 복습해. 이해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나한테 물어보고. 가장 중요한 건, 실전이야. 이론만 배워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어!”성도윤은 노트에 적힌 메모를 보며 생각에 잠긴 듯했다.그는 천성적으로 차갑고 극도로 이성적이어서 여자에게 거절한 경험만 풍부하지 먼저다가간 적은 없었다.‘이 자식 강의가 꽤 쓸모가 있을 것 같군. 아주 신선해. 효과가 있어야 할 텐데.’사도현은 성도윤의 기분이 조금 좋아진 것을 보고 기회를 잡고 말했다.“형, 방금 한 약속 까먹은 건 아니지? 내가 여심 공략 비법을 가르쳐주면
성도윤의 잘생긴 얼굴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더니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사도현을 바라보았다.“내가 왜 안 가?”강진우, 사도현 그리고 성도윤은 오래전부터 의형제를 맺어 친형제보다 더 친하게 지냈다.지금 큰형이 약혼했으니 둘째 동생인 성도윤은 당연히 참석해야 한다.사도현은 성도윤이 무리하는 것 같아 마음 아파했다.“괜찮은 척하지 않아도 돼, 형. 진우 형이 특별히 나보고 전하라고 했어. 만약 형이 참석하지 않아도 이해한다고. 청하 누나랑 셋 관계가 좀 복잡하잖아...”“복잡할 것 없어.”성도윤은 덤덤하게 말했다.“친한 형이랑 옛 친구가 약혼을 한다는데 당연히 참석해야지.”“아... 그래?”사도현은 긴 한숨을 내쉬었고, 더욱 동정하는 눈으로 성도윤을 보았다.그의 눈에 성도윤은 일부러 쿨한 척하는 게 확실했다.임청하는 성도윤의 첫사랑이고, 그 첫사랑이 친한 형이랑 약혼을 하니, 성도윤의 마음이 얼마나 아플지 짐작할 수 있었다.‘휴, 도윤이 형도 참. 집안이며, 능력이며, 외모까지 거의 완벽한데, 유독 여자 문제는 엉성하다니까. 첫사랑을 놓치고, 이제 부인까지 도망갔으니, 불쌍해서 어떡해!’오늘 성도윤에게 전수해 준 비법이 효과가 있어 다시는 사랑의 고통을 겪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사도현이 떠나고, 성도윤은 방금 필기한 내용을 뒤적거리더니, 짙은 눈썹을 약간 비틀며 연구하기 시작했다. “매달리고...”저녁 무렵, 차설아와 민이 이모는 근처 냇가를 산책하고 집으로 돌아왔다.멀리 별장 입구에 대형 화물차가 줄지어 서 있고, 작업복을 입은 남자 몇 명이 문서를 들고 사방을 두리번거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누구 찾으세요?”차설아가 몇몇 남자들을 향해 물었다.남자들은 차설아를 보고 열정적으로 말했다.“혹시 차설아 씨세요?”“맞는데, 어쩐 일이시죠?”차설아는 그들 뒤에 있는 대형 화물차를 보며 경계하는 표정을 지었다.“성씨 성을 가진 손님께서 차설아 씨 집으로 대량의 가전제품이며 장식품이며 귀중한 상품들을 주문하셨어요. 확인하시고 여
성도윤은 핸드폰을 집어 들고 습관적으로 차설아의 번호를 누르다가 문득 그녀에게 차단당한 일이 생각나 더욱 화가 났다.“예서 씨!”그는 화가 잔뜩 난 채로 비서를 불렀다.예서는 전전긍긍하며 사무실로 들어왔다.“대표님, 무슨 일이시죠?”“핸드폰 좀 빌려줘.”“네? 제 핸드폰이요?”예서는 당황스러운 표정이 가득했지만, 공손히 자신의 핸드폰을 건넸다.성도윤은 아무 말 없이 차설아의 번호를 눌렀다.연결음이 울리자마자 차설아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차설의 나른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기분이 좋은 목소리였다.“기분이 좋은가 봐?”성도윤은 차가운 얼굴로 비꼬았다.차설아는 바로 성도윤의 목소리를 알아차리고 담담하게 말했다.“조금?”“당신 사업을 제대로 배웠더라고. 바로 몇억 원의 수익을 당기다니. 내가 당신을 얕잡아 봤어.”“별말씀을요. 대표님이 통이 크신 덕에 우리 집도 다시 리모델링할 수 있게 됐어. 다시 호의를 베푼다고 해도 사양하지 않을게.”성도윤은 어이가 없었다.얌전하고 착하던 차설아가 이렇게 사람을 화나게 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만약 어느 날 성도윤이 죽게 된다면, 그건 틀림없이 이 빌어먹을 여자에게 화가 나서 죽어서일 것이다.“내가 수억 원을 공짜로 줬으니 차단은 풀어주는 게 어때?”성도윤은 당장이라도 달려가 여자의 목을 졸라 죽이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침착하게 자신의 권익을 쟁취했다.자그마치 20억은 날렸으니 아무런 성과도 없어서는 안 된다.만약 차설아가 차단을 푼다면, 20억을 날리는 것도 가치가 있었다.“싫어.”차설아는 단박에 거절했다.“그건 당신이 자발적으로 증여한 돈이잖아? 만약 회수 받고 싶다면 법원에 신청해. 그러려면 소송에서 날 이겨야겠지?”“당신...”성도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화에서는 ‘뚜뚜뚜’하는 소리가 들렸다.빌어먹을, 차설아가 먼저 끊어버렸다이때 성도윤이 다시 전화를 건다면 체면이 깍일 뿐더러, 상대방도 받지 않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민을 하던 성도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대화창에는 아무런 메시지도 뜨지 않았다.차설아는 더욱 흥미가 생겨 한 마디 더 보냈다.“아니면 처음 뵙는 분?”하지만 이젠 ‘입력 중...’이라는 글도 뜨지 않았다. 대화창에서 아예 쥐 죽은 듯 가만히 있었다.‘답장을 안 해?’차설아는 원래 관심이 없었지만, 지금은 도전정신이 불타올랐다.‘꽤 개성 있는데? 아마 시크한 훈남 동생이겠지? 평소에 여자들의 대시만 받았으니 차가울 수밖에?’마침 마음이 복잡했던 차설아는 차라리 상대방을 나무로 삼았다.나무의 작용은 바로 ‘경청’만 하고 ‘영원히 입을 열지 않는 것’이다.어두컴컴한 밤, 핸드폰의 희미한 불빛을 받으며 차설아는 폭풍 타자를 했다.“동생은 혹시 싫어하는 사람 있어?”“아직 어리니까, 분명히 없겠지. 하지만 이 누나는 있어. 가장 아이러니한 건 누나가 싫어하는 사람은, 한때 내가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이라는 거지.”“난 살면서 그렇게 바보 같은 사람을 본 적이 없어. 앞으로 우리 그 사람을 바보라고 부르자.”핸드폰 너머에서 성도윤은 번쩍번쩍한 대표 사무실에 앉아 창밖의 반짝이는 네온사인을 보며 마음이 복잡했다.차설아의 폭풍 문자에 성도윤은 하던 일을 잠시 멈출 수밖에 없었다.‘바보’라는 글자를 본 성도윤은 미간을 찌푸리고, 화가 나서 사람을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이 여자가 설마 나라는 걸 알고 일부러 욕하는 건 아니겠지?’성도윤은 어떻게 답장해야 할지 몰라 아예 잠자코 있었다.차설아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폭풍 하소연을 했다.“이 바보가 얼마나 못 났는 줄 알아? 평소에는 얼음장처럼 차갑고 도도한 척하면서, 사실은 속물이야. 사람 보는 눈도 형편없고, 상대방이 얼마나 품행이 바르지 못한 사람이란 걸 알면서도 무조건 용서하고 있어. 진짜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냐? 내가 그런 사람을 좋아했다니, 진짜 부끄러워.”성도윤은 더욱 의심했다. 차설아가 자신인 걸 알면서 일부러 욕하고 있는 건 아닌지.성도윤이 반박의 말을 하려는데 차설아가 또 메시지를 보냈
병원, 산부인과 입원 병동.임채원은 병원 침대에 누워 매우 초조한 모습이었다.그녀의 절도죄는 이미 증인과 증거가 확실하여 현재 보석 대기 단계에 있으며, 문밖에는 경찰들이 지키고 있었다.차설아가 고소를 취하하지 않을 경우, 재판 후, 그녀는 최소 3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게 된다.임신과 수유 기간에는 감옥에 갈 필요가 없지만, 그 후에는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었다.가장 심각한 것은, 일단 그녀가 형사 범죄를 선고받으면 후반생은 완전히 끝장이라는 것이다!차설아가 이렇게 만만치 않은 여자인 줄 알았다면, 임채원은 꼬리를 잘 숨기고, 절대 차설아를 건드리지 않았을 것이다!임채원은 성도윤에게 많은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녀를 상대하고 싶지 않은 것이 분명하니, 그녀의 죄를 씻어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임채원은 이익을 취하려다 도리어 손해만 크게 보게 되었다.이때, 그녀의 주치의가 들어오면서 문을 닫고, 역시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임채원 씨,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상황이 좀 복잡해서 직접 얘기를 드려야 할 것 같아요.”“왜요? 아이한테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문제가 좀 생기긴 했어요. 대표님이 오시면 같이 해결 방안을 상의하는 게 어떨까요?”임채원은 얼굴을 찡그리며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괜찮아요, 먼저 저한테 말씀해도 똑같아요. 어차피 제 아이이니까, 저 혼자 감당하고, 혼자 결정할 수 있어요.”“알겠습니다.”의사는 한숨을 쉬며 방금 나온 검사 결과를 건넸다.“임채원 씨, 아이의 유전자에서 이상한 점이 발견됐어요. 태어나면 지적 장애의 가능성이 비교적 높기 때문에, 저희가 건의를 드리자면...”“뭐라고요? 지적 장애?”임채원은 매우 흥분했다.“불가능해요. 아이는 항상 건강했어요. 아이의 아빠, 엄마도 정상인데 왜 갑자기 지적 장애가 생겨요? 분명 검사가 잘못됐어요!”“일단 진정하세요...”의사는 임채원을 달래며 설명했다.“유전자 문제이기 때문에 태아가 작을 때는 발견할 수 없어요. 지금은 임신 중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