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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화

하지만 생각해 보니 불편한 사람은 차설아 자신이었다.

성도윤은 자기 집에 있는 듯, 심지어 차설아보다 더 편해 보였다.

얼굴이 충분히 두꺼우면 부끄러운 건 타인의 몫이었다.

거실 전체는 한진규 패거리들에 의해 난장판이 되었고, 소파 구역만 그나마 온전한 편이었다.

성도윤은 우아하게 소파에 앉아 긴 다리를 포개고 덤덤하게 물었다.

“여기서 지내는 건 괜찮아?”

“괜찮지 않으면? 여긴 내 집이야. 당연히 편하지.”

차설아는 주위를 둘러보고 웃으며 말했다.

“4년 동안 방랑하다가 이제 겨우 집에 돌아왔어. 역시 자기 집이 최고야!”

성도윤의 얼굴이 조금 어두워지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말한 것처럼, 별장의 절반은 당신 거야. 돌아가고 싶다면 언제든지 들어가도 돼. 어차피 당신 집이니까!”

성도윤의 말에 차설아는 자기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름답고 온화하던 얼굴은 사라지고 어이없는 표정이 어렸다.

“성도윤, 그런 말은 너무 위선적이라는 생각 안 해? 내연녀 때문에 한밤중에 날 집에서 내보낼 때는 왜 그런 생각을 못 했대?”

뒤늦은 후회는 약이 없다지만, 이 남자는 후회가 아니라 목적을 가진 방문이었다.

차설아는 성도윤이 자신을 찾으러 온 목적을 짐작할 수 있었지만, 그녀는 일부러 말하지 않았다. 남자를 답답하게 만들고 싶었다.

“전에는 내가 확실히 잘못했어. 임채원이 그런 억지스러운 여자인 줄은 몰랐으니까.”

성도윤의 눈에 증오가 스쳤다.

임채원을 처음 본 순간을 생각하면, 확실히 인상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보기에는 한없이 연약하고 착하게 생겼지만, 그 두 눈에는 꿍꿍이들로 가득 차 결코 단순한 여자가 아니다.

반대로 차설아는 맑고 깨끗한 눈을 지녔다. 평온한 계곡의 맑은 샘처럼 끝까지 바라보아도 티끌 한 점 없이 맑고 순수했다.

그런 차설아의 눈을 바라보고 있으면 성도윤도 마음이 흔들릴 때가 있었다.

“만약 임채원이 우리 집안을 이렇게 만들 줄 알았다면, 절대 집에 안 들였어.”

성도윤은 성가네 별장에 자주 가지는 않았지만, 정원에 만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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