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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화

성도윤은 차설아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는 혼자 별장을 둘러봤다.

“이 별장 구조가 별로네. 거실도 너무 작고, 층고가 높지 않아. 그리고 계단도 좁아서 다시 공사해야겠는걸?”

“그리고 인테리어도 너무 낡아빠졌어. 모르는 사람이 보면 조선시대 때 남겨진 집인 줄 알겠어.”

“그리고 집안의 기둥 꽃무늬도 정교하지 않아. 부수고 다시 짓는 게 좋을 거야.”

차설아는 어이가 없었다.

성도윤은 거만한 자세로 별장 안팎 모두 한 번씩 흠을 찾았으니 말이다.

‘이 녀석 제정신인 거야? 왜 남의 집에 훈수를 둬?’

“도윤 씨, 많이 한가해? 언제부터 디자이너로 전향했어? 우리 집이 어떤지는 당신이 이래라저래라 할 거 없어.”

성도윤은 허리를 곧게 편 채 거실 중앙에 서 있었다. 그는 차설아의 말을 못 들은 것처럼 벽에 걸린 산수화를 전념해서 감상하고 있었다.

“이 그림 좋네. 아마도 오도자의 ‘목동만가도’겠지? 만약 진품이라면 그 가치가 어마어마할 거야.”

성도윤의 날카로운 안목에 차설아는 흠칫 놀랐다.

그녀는 돈밖에 모르는 성도윤이 그림이나 서예에도 조예가 깊은 줄은 몰랐다.

이 그림은 별장에서 가장 고가의 물건이 맞았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전혀 이 그림의 가치를 몰라봤다. 그래서 이 그림은 차씨 집안의 여러 차례 변고 끝에도 보존될 수 있었다.

이 그림은 차설아의 아버지가 생전에 가장 좋아했던 그림이라 항상 벽에 걸려 있었다. 차설아는 이 그림을 볼 때마다 아버지를 그리워하곤 했다.

신기하게도 그녀는 성도윤의 듬직한 뒷모습을 보더니 그에게서 아버지와도 같은 안정감을 느끼게 되었다. 마치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산처럼 말이다. 그가 있는 한 그녀의 세상은 안전할 것이고, 하늘이 무너져도 그는 그녀를 지켜줄 것이다.

‘차설아, 너 미쳤지. 그래, 단단히 미친 거야!’

옆에 있던 민이 이모는 차설아를 보다가 다시 성도윤을 보더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녀는 성도윤을 처음으로 보는 거지만 차설아가 말한 ‘냉혈하고 무정한 놈’의 이미지는 아니었다.

적어도 방금 망설임 없이 차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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