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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5화

배경윤의 말에 화가 단단히 난 사도현이 차갑게 물었다.

“날 여태껏 그렇게 생각한 거야?”

“너도 날 그렇게 생각했다면서?”

배경윤이 피식 웃으면서 반문했다.

“난 너랑 함께하면서 나의 진심이 느껴졌을 거라고 여겼는데, 다른 사람 말 한마디에 내 진심을 왜곡해서 받아들이는 거야?”

사도현의 말이 정곡을 찔렀다. 사도현은 배경윤을 윤설과 다른 여자라고 여겼고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이라고 자부했다. 그래서 두 사람의 뜨겁고 진실한 사랑을 아무도 흔들지 못할 거라고 여겼지만 윤설의 말에 위태롭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사도현은 지금까지 느꼈던 사랑과 행복이 배경윤에게 있어서 아무것도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배경윤의 말에 더 크게 실망했다.

“그래, 난 적어도 윤설 씨가 나보다는 똑똑하다고 생각해. 네가 윤설 씨한테 해준 거랑 나를 대하는 걸 보면 너무 차이 나서 내가 불쌍해 보여. 하긴, 윤설 씨는 네가 애지중지 아낀 장미꽃이고 나는 너의 여러 소문 상대와 다름없는 한낱 스쳐 가는 인연에 불과하겠지. 그러니까 우리 둘 다 솔직해지자.”

배경윤은 자존심이 강했고 감정적인 면에서는 유독 까다로웠다. 사도현과 만나면서 사업에 더 집중한 것도 불안감을 제어하지 못해서였다. 사도현은 이름난 바람둥이었고 곁에 수많은 여자가 따라붙었기에 사도현의 사랑을 계속해서 받으려면 아무도 대체할 수 없는 유일한 여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배경윤은 노력만 하면 이 관계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여겼지만 자기기만이나 마찬가지였다. 사실 사도현은 상대가 마음에 들면 아무런 조건 없이 열렬히 사랑할 수 있었다. 그것을 증명하는 것이 바로 윤설이었고 배경윤은 정신이 번뜩 들었다.

“네가 그렇다면 나도 더 이상 할 말 없어.”

사도현은 차가운 눈빛을 하고서 입을 열었다.

“그래, 난 피도 눈물도 없는 바람둥이고 너랑 만난 것도 심심하고 외로워서, 윤설 때문에 구겨진 내 자존심을 다시 찾고 싶어서 그런 거야. 맞아, 너는 그저 하룻밤 자고 다시 안 보는 그런 여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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