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설아는 얼굴을 가린 채 사무실을 나갔고 사도현은 민망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형수님이 오셨구나... 미리 얘기를 하면 이러지 않았을 거 아니야.”“도현아, 설아가 남도 아닌데 뭘 그렇게 놀래?”배경윤은 문을 열고 차설아를 끌어당겼고 사도현한테 말했다.“성철 오빠 상황은 말하지 않아도 알지? 설아랑 같이 온 것도 그것 때문이야. 실력 있는 성형외과 의사한테 오빠 얼굴 회복 수술을 부탁하고 싶어.”“그런 의사라면 내가 많이 알고 있지만 차성철이 수술하고 싶어 하는 거 맞아?”사도현이 한숨을 내쉬었다.“예전에 차성철한테 여러 연예인을 성형해 준 유명한 의사를 소개해 주었는데 거절하면서 나한테 욕하더라고... 그 뒤로는 연락한 적 없어.”“아, 도현 씨가 성철 오빠한테 소개해 준다고 한 뒤로 아무 소식이 없길래 난 성도윤이랑 성철 오빠 사이가 좋지 않아서 없던 일로 하는 줄 알았죠. 성철 오빠가 거절할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차설아의 말에 배경윤이 담담하게 대답했다.“성철 오빠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람이잖아, 거절한 이유가 있겠지.”차설아는 머뭇거리다가 주먹을 꽉 쥐고는 용기를 내어 말했다.“괜찮으니 그 의사 선생님 좀 소개해 줘요. 오빠한테는 제가 잘 말해볼게요.”“그래, 내가 그 병원에 얘기해 둘 테니까 차성철이 하고 싶다고 할 때 이 명함에 적힌 번호로 연락하면 돼.”사도현은 서랍에서 명함 한 장을 꺼내 차설아한테 건넸다.“고마워요!”차설아는 명함을 받으며 미소를 지었고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 배경윤도 같이 가려고 했지만 사도현한테 붙잡혀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소파에 기댄 배경윤은 사도현의 손가락을 매만지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성도윤이랑 설아 말이야, 다시 잘 될 가능성이 있을까?”“글쎄...”사도현은 두 사람에 대해 일말의 기대도 하지 않았다.“난 두 사람이 잘되기를 바란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떨어져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봐. 차성철과 도윤 형의 원한이 깊었고 여러 충격으로 인해 차설아를 기억하지 못하는데
배경윤과 사도현은 의견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빌미로 또 싸웠다.“지금부터 너랑 선 그을려고, 앞으로 일주일 동안 연락하지 말자. 난 이만 가볼게.”배경윤은 사도현의 품에서 벗어나 단호하게 말했고 사도현은 차갑게 대답했다.“할 생각도 없었어.”사도현은 배경윤이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여겨서 차갑게 말했다.“이런 것 때문에 나랑 연락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어떤 모순이 생기든지 날 버릴 거란 뜻이잖아. 그럼 너랑 계속 만나야 할지 나도 다시 생각해 볼게.”배경윤은 그 자리에 굳었고 입술을 깨문 채 사도현을 쳐다보았다.“나랑 헤어지자는 뜻이야? 이깟 일로 지금 헤어지자고?”“난 그렇게 말한 적 없어. 우리 시간을 갖고 계속 만날지 생각해 보자는 말이야.”사도현이 차갑게 말했다. 사도현처럼 연애 경험이 많은 남자는 겉보기에 여유롭고 가는 사람 안 막을 것 같지만 사실 진심으로 한 여자를 사랑할 때는 바보처럼 굴었다. 그 여자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고 진실한 감정을 드러낼 줄 알게 되었고 기쁜 감정, 슬픈 감정이 몇 배로 커지면서 웃다가 우는 일도 아주 흔했다. 그리고 일부러 아이처럼 유치하게 굴면서 장난칠 때도 많았다. 사도현은 배경윤을 진심으로 사랑하기에 자신의 진심이 짓밟히고 버려질까 봐 두렵고 상처받기 싫어서 모진 말을 했던 것이다.“그래, 네 뜻대로 할 테니까 후회하지 마.”배경윤은 심호흡하고는 문을 열고 나왔고 슬프고 속상한 감정에 영향받지 않으려고 했다.‘사랑 때문에 이러는 것도 병이야, 병! 배씨 가문에 사랑에 목숨 거는 사람들만 있으니 나 배경윤부터 이 나쁜 습관을 고치는 거야. 하, 그깟 남자 때문에 내가 왜 화를 내야 해? 이놈도 안 되면 다른 놈으로 갈아타면 돼!’배경윤이 문을 열고 나간 뒤, 아직 화가 난 사도현은 뛰어나가서 붙잡을 생각조차 없었다. 지난 연애에서 어느 한 번 먼저 고개를 숙인 적이 없는 사도현은 가만히 있어도 여자가 달라붙었다. 엘리베이터 앞까지 걸어간 배경윤은 버튼을 누르고 기다렸다.‘나쁜
우아한 하얀색 정장을 입은 윤설은 진한 화장을 했고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 톱스타의 느낌이 물씬 났다. 윤설은 손가락으로 선글라스를 살짝 내리더니 배경윤한테 눈웃음을 지으며 먼저 인사했다. 하지만 배경윤은 미소로 화답할 생각이 없었다.“윈스 엔터테인먼트가 아닌 다른 곳에서는 마주칠 일이 없죠. 그리고 같은 남자를 마음에 들어 했으니 어쩌다 한 번 마주칠 수도 있는 거고요. 우리 친하지 않으니 다음부터 마주쳐도 아는 척하지 마세요.”배경윤은 사람들 앞에서 일부러 나약한 척, 불쌍한 척, 착한 척하는 여자를 제일 싫어했다. 더군다나 윤설은 사도현이 오랫동안 아끼고 보살펴준 여자였다. 그런 윤설이 눈에 거슬렸고 질투 난 배경윤이 윤설한테 친절할 리가 없었다.“저기요, 말 가려서 하세요.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받은 윤설 씨가 인사해 준 걸 영광으로 아셔야지, 이런 식으로 나오면 윤설 씨 팬들한테 공격당할걸요?”윤설의 매니저가 씩씩대면서 말했다. 윤설은 인기가 많았기에 어디를 가든 사람들한테 둘러싸여서 기고만장해졌으니 쌀쌀맞게 말하는 배경윤이 거슬렸을 것이다. 아무리 배씨 가문 아가씨라도 윤설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겼다. 윤설은 극성팬을 많이 보유하고 있었기에 암암리에 소문을 내면 소문 상대를 물고 뜯어서 매니저가 직접 나서는 일은 없었다.“어머, 정말 무섭네요. 연예계에서 윤설 씨 팬들은 팬덤 중에서 제일 악질이라던데요? 진실을 알지도 못하면서 마음이 가는 대로 욕해서 정말 마음에 안 들었는데, 멀리하려고 하니까 또 이렇게 마주치네요. 그럼 또 욕해보시던가요.”배경윤은 자신을 건드린 사람에게 몇 배로 갚아주는 성격이라 반격하기 시작했다.“내 말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말고 들어요. 애초에 청순한 이미지로 뜬 내 친구를 따라 해서 인지도를 쌓고 윈스 엔터테인먼트의 돈을 빨아먹으면서 극성팬을 제외하고 얻은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게 정말... 내가 만약 이 회사 대표였다면 땅을 치고 후회했을 거예요. 돈은 돈대로 쓰면서 수익이라고는 쥐꼬리만큼 벌었으니, 차라
윤설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짓더니 배경윤을 힐끗 쳐다보면서 말했다.“도현 씨, 왔어요? 난 배경윤 씨가 이런 사람인 줄 몰랐어요. 그저 인사만 했을 뿐인데 갑자기 저한테 욕해서... 하지만 저는 연예인이기 전에 한낱 사람이니까 모두의 사랑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배경윤은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었고 차갑게 말했다.“그럼요, 이 세상에서 제일 억울하고 사연 많은 윤설 씨. 위대한 톱스타 윤설 씨한테 무례하게 굴고 모욕한 저는 정말 나쁘고 미친년이에요. 이러면 기분 좋아요?”“배경윤 씨, 저는 그런 뜻이 아닌데 왜 이러세요...”윤설은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서 사도현을 쳐다보았다.“내가 누구한테 먼저 시비 걸 사람이 아니라는 걸 도현 씨가 제일 잘 알 거예요. 우리가 함께 한 시간이 얼만데요.”사도현이 윤설을 흘겨보더니 덤덤하게 말했다.“드라마 촬영 때 그렇게 연기했더라면 진작에 돈을 벌었을 텐데...”“도현 씨!”윤설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더니 고개를 숙였다. 늘 윤설을 예뻐해 주었던 사도현이 다른 여자를 위해서 윤설을 난처하게 만들었으니 수치심을 느꼈던 것이다.“풉!”배경윤은 사도현의 말에 참지 못하고 배를 끌어안은 채 웃었다.‘회사 대표도 멍청한 여자한테 투자했다는 걸 알긴 아는구나.’사도현은 배경윤이 웃는 모습을 보자 마음에 걸렸던 돌이 내려가는 것만 같았고 곧바로 윤설을 향해 말했다.“마침 잘 왔어, 너랑 할 얘기가 있었거든.”윤설은 두 눈이 반짝이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도현 씨, 나도 도현 씨한테 할 얘기가 있었어요. 같이 사무실로 갈까요?”윤설은 사도현의 마음이 진작에 변했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만회하려고 무진장 애썼었다. 하지만 냉철하고 똑똑한 사도현한테 그런 유치한 수법이 통할 리가 없었다. 그래서 사도현은 윤설만 보면 구역질이 나서 만나지 않았다. 그런데 사도현이 갑자기 단둘이 얘기하자고 하니 윤설은 다시 마음을 얻을 기회라고 생각했다.“따라와.”사도현은 배경윤을 힐끗 쳐다보고는 윤설을 향해 말했고 뒤돌
사무실에 들어오기 전, 사도현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차가운 표정을 지었지만 들어오자마자 소파에 편하게 앉았다. 이때 매니저가 눈치 있게 대답했다.“아, 아니에요. 대표님과 윤설 씨가 편하게 대화할 수 있도록 밖에서 대기하고 있을게요. 전달하실 사항이 있으면 조금 있다가 윤설 씨한테서 들으면 되니깐요.”매니저는 윤설이 사도현과 다시 잘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만약 회사 대표 사도현이 윤설을 계속 밀어주지 않는다면 얼마 가지 못하고 연예인으로서의 가치를 잃기에 사람들한테 잊힐 것이고 다시 복귀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들어오라면 들어와. 담당 연예인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매니저가 제일 먼저 알아야 하는 거 아닌가?”사도현은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고 인상을 찌푸렸다. 배경윤의 모진 말에 상처받아서 짜증 났는데 세 사람이 눈앞에서 수작질을 부리고 있으니 당장 발로 걷어차고 싶은 충동마저 들었다.“그, 그럼...”두 매니저는 윤설을 힐끗 쳐다보며 지시하기를 기다렸다. 매니저는 윤설이 충견처럼 부려 먹어서 행동하기 전에 윤설이 허락을 받아야만 했다. 조금 전에 배경윤과 말싸움이 일어난 것도 윤설이 암묵적으로 허락했기에 매니저가 나섰던 것이다. “도현 씨 말대로 해요. 회사에서 새로운 제안을 하려는 것 같으니까 함께 듣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윤설이 매니저가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자 두 매니저는 재빨리 대표 사무실로 들어와서 문을 닫았다. 사도현은 손으로 턱을 괴고 편하게 앉아 있었지만, 대표로서 강압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사도현 앞에만 서면 숨기는 것 없이 사실대로 말해야 할 것만 같았다.“다 모였으니 본론만 얘기할게. 요즘 인기가 많은 컨셉은 걸크러시지만 윤설의 이미지와는 맞지 않아. 이사회에서 윤설에게 지원하던 것의 일부분을 철회하라는 의견을 제출했고 윤설은 곧 A 국에 가서 연기를 배우게 될 거야. 앞으로는 스케줄 없이 출국할 준비만 하면 돼.”사도현은 회사의 입장을 간략하게 말했고 윤설의 마음에 비수를 꽂았다.“뭐, 뭐라고요?”매니저는 적잖이
“이렇게까지 해야만 했냐고?”사도현은 피식 웃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윤설을 노려보았다.“네가 한 짓들을 생각해 봐, 당장 네 목을 베어도 시원치 않은데 감히 뭘 더 욕심내는 거지?”윤설은 눈시울을 붉히고는 사도현의 팔을 붙잡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난 도현 씨가 그 일 때문에 나랑 멀어진 줄 알았는데, 사실 아직 나를 사랑하는 거죠? 그렇다면 나한테 기회를 줘요, 우리 다시 시작하자고요.”“그럴 일 없으니까 가식 떨지 마.”사도현은 윤설의 손을 내치고는 차갑게 말했다.“예전에는 정말 진심으로 너를 사랑했고 너랑 함께하는 미래를 그리면서 열심히 살았지만 네가 한 짓은 절대 용서할 수 없어. 난 욕심 많은 여자라면 끔찍해서 치를 떠는 사람이야. 널 죽이고 싶을 만큼 싫지만 회사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떠난다면 좋은 기억만 가져갈 수 있게 해주지.”윤설은 바닥에 주저앉아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욕심이 많아서 그런 게 아니라 더 멋진 사람이 되어야만 도현 씨한테 어울리는 여자가 된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그렇게 될 줄은 몰랐지만 도현 씨 아버지랑...”“닥쳐!”사도현은 윤설의 말을 끊고는 주먹을 꽉 쥐었다.“내 앞에서 그 사람 얘기 꺼내지 마! 두 사람 진짜 역겹고 더러워.”“도현 씨, 내가 정말 잘못했어요. 날 아껴주고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도현 씨뿐이라는 걸 이제야 알았어요. 그러니 저를 외국으로 보내지 말고 조연이라도, 예능이라도 다시 출연하게 해주세요. 처음부터 다시...”“넌 처음부터 끝까지 네 생각만 하는구나. 난 내 선택에 후회하지 않아.”사도현이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윈스 엔터테인먼트는 자선 사업 같은 건 하지 않아. 손해 볼 장사도 하지 않으니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줘. 되돌릴 수 없고 넌 꼭 떠나야만 해.”“그래요, 당신의 결정 때문에 내가 어떻게 변할지 두고 봐요. 어떤 일이 벌어져도 전부 당신 탓일 거예요.”윤설은 연약한 척, 불쌍한 척해도 사도현의 마음을 되돌리지 못하자 사도현보다 더 많은 권력을
윤설은 매니저와 함께 사무실을 나가려고 했지만 문을 열기도 전에 배경윤이 문을 열고 굴러들어 왔다. 모든 사람이 그 자리에 굳었고 정적이 흘렀다.“아, 망했어.”배경윤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어쩔 줄 몰라 했고 얼굴이 점점 빨갛게 달아올랐다.“아, 안녕하세요. 지나가다가 발이 미끄러져서... 네, 이런 우연이 다 있네요.”배경윤은 이미 벌어진 일을 수습하려고 먼저 입을 열었다. 수치스럽지만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당장이라도 다른 도시로 이사 가고 싶었다. 그 모습을 본 윤설은 거만하게 배경윤을 훑어보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러게요, 배경윤 씨. 이런 우연이 다 있네요? 우리가 하는 말 엿듣고 있었나 보죠?”“그럴 리가요! 제가 엿들을 게 뭐 있다고요. 저는 절대로 그런 사람 아니거든요, 지나가다가 하필 이 앞에서 발이 미끄러졌어요.”배경윤은 자리에서 일어나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대답했다.“저는 배경윤 씨가 재벌가 아가씨라서 암묵적인 원칙 같은 건 잘 아는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한 사람의 소양과 출신은 별 상관이 없는 것 같아요. 저는 평범한 집안 출신이지만 남의 말을 엿듣는 무식한 짓은 한 적이 없거든요.”윤설은 이미 사도현 앞에서 진실한 모습을 드러냈기에 가식을 떨 필요가 없어졌다. 그래서 배경윤을 대놓고 비웃기 시작했다.“뭘 또 그렇게 말하세요. 저는 무식하지 않아요, 저는 그저...”“제 말이 틀렸나요? 분명 엿들은 것 같은데, 아니라는 말에 부모님을 걸고 맹세할 수 있어요?”“저, 저는...”배경윤은 입을 삐죽 내민 채 말을 잇지 못했다. 다른 사람의 말을 엿듣는 것은 확실히 비도덕적인 행동이었다. 배경윤이 기세에서 밀리자 사도현이 나서서 차갑게 말했다.“엿들으면 뭐 어때? 난 경윤의 남자 친구니까 경윤은 내가 다른 여자랑 무슨 얘기를 했는지 들을 권리가 있어. 난 경윤이가 엿듣기만 해서 좀 섭섭한걸? 보통 남자 친구가 다른 여자랑 있으면 들이닥쳐서 내 남자 친구를 건드리지 말라고 할 텐데 말이야.”“남, 남자
배경윤의 말에 화가 단단히 난 사도현이 차갑게 물었다.“날 여태껏 그렇게 생각한 거야?”“너도 날 그렇게 생각했다면서?”배경윤이 피식 웃으면서 반문했다.“난 너랑 함께하면서 나의 진심이 느껴졌을 거라고 여겼는데, 다른 사람 말 한마디에 내 진심을 왜곡해서 받아들이는 거야?”사도현의 말이 정곡을 찔렀다. 사도현은 배경윤을 윤설과 다른 여자라고 여겼고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이라고 자부했다. 그래서 두 사람의 뜨겁고 진실한 사랑을 아무도 흔들지 못할 거라고 여겼지만 윤설의 말에 위태롭게 흔들리기 시작했다.사도현은 지금까지 느꼈던 사랑과 행복이 배경윤에게 있어서 아무것도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배경윤의 말에 더 크게 실망했다.“그래, 난 적어도 윤설 씨가 나보다는 똑똑하다고 생각해. 네가 윤설 씨한테 해준 거랑 나를 대하는 걸 보면 너무 차이 나서 내가 불쌍해 보여. 하긴, 윤설 씨는 네가 애지중지 아낀 장미꽃이고 나는 너의 여러 소문 상대와 다름없는 한낱 스쳐 가는 인연에 불과하겠지. 그러니까 우리 둘 다 솔직해지자.”배경윤은 자존심이 강했고 감정적인 면에서는 유독 까다로웠다. 사도현과 만나면서 사업에 더 집중한 것도 불안감을 제어하지 못해서였다. 사도현은 이름난 바람둥이었고 곁에 수많은 여자가 따라붙었기에 사도현의 사랑을 계속해서 받으려면 아무도 대체할 수 없는 유일한 여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배경윤은 노력만 하면 이 관계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여겼지만 자기기만이나 마찬가지였다. 사실 사도현은 상대가 마음에 들면 아무런 조건 없이 열렬히 사랑할 수 있었다. 그것을 증명하는 것이 바로 윤설이었고 배경윤은 정신이 번뜩 들었다.“네가 그렇다면 나도 더 이상 할 말 없어.”사도현은 차가운 눈빛을 하고서 입을 열었다.“그래, 난 피도 눈물도 없는 바람둥이고 너랑 만난 것도 심심하고 외로워서, 윤설 때문에 구겨진 내 자존심을 다시 찾고 싶어서 그런 거야. 맞아, 너는 그저 하룻밤 자고 다시 안 보는 그런 여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