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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화

뻔한 답을 물었으니, 스스로 굴욕을 자초한 꼴이라 그녀는 묻자마자 후회했다. 그래도 자존심을 지키려고 우격다짐을 펼쳤다.

“나도 한마디 할게. 임채원도 당신의 좋은 배필이 못 돼. 인품도 인품이지만, 당신이 평생 반신불수 된다는 말에 싫은 티 팍팍 내는 것만 봐도 그녀는 당신과 동락은 해도 동고 못 할 사람이야. 그녀가 사랑하는 건 진짜 당신이 아니라 완벽함으로 수식된 당신의 배경이니까.”

파란도 일지 않는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하는 성도윤이었다.

“채원이가 나를 사랑하든 아니든 상관없어. 아이만 건강하고 평안하면 되니까.”

“하! 도윤 씨 정말 대단해. 당신의 진짜 사랑을 이제 알았어.”

마음이 모질게 치인 차설아는 몸 둘 바를 모를 만큼 낭패를 봤다.

‘허허. 그렇게도 임채원을 사랑한다는 거지? 그녀가 사랑하든 안 하든 상관없을 만큼. 둘의 아이만 행복하면 된다고?’

그녀는 쌍둥이를 얘기하려 했던 자신이 한심했고, 그 사실을 꺼내 보이지 않은 거에 대하여 다행스러웠다. 말했다면 쪽팔린 건 본인의 몫이었기에. 보통 사랑의 열매를 결실이라고 하면 욕망의 열매는 부담일 것이다. 부담을 안고 싶어 할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다.

구청 주무관은 두 사람에게 수리된 서류에 사인하게 하고 도장을 찍었다.

“성도윤 님, 차설아 님, 접수된 이혼 신고는 이로써 수리되었습니다. 이시간 부로 두 분 이혼신고 효력이 발생함을 알려드립니다. 여기 서류 받으시고요. 혼인관계증명서를 발급 받아서 보시면 됩니다.”

차설아는 수리된 이혼서류를 받아 들고 눈을 내리 드리우면서 찬찬히 훑어보았다.

숙려기간 후 법원에서 확인받은 합의 이혼 확인서를 구청에 신고하는 절차였다. 그 외

이혼 신고는 혼인 신고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혼인 신고는 두 사람이 한 가족이 되기 위한 시작이었고 이혼 신고는 그 두 사람이 다시 남남이 되기 위한 마침표였다. 혼인과 이혼이 한 곳에서 신고되는 구청 이곳에서 그녀는 문득 ‘결혼은 신중하게 이혼은 미련 없이’라는 글귀가 적힌 책의 문구가 떠올랐다. 이젠 미련을 깡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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