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아까 직원이 말한 로맨스 부분이야?'충격적이네...이어진 스토리는 그야말로 대환장 파티였다. 5명의 주인공이 서로 복잡한 남녀 관계로 얽혀있었고 다른 주인공들이 도망치는 중에도 계속 뜬금없이 쾌락을 즐기는 장면이 나와 유현진은 영화에 흥미를 잃게 되었다.그녀는 오히려 옆에서 흥미롭게 영화를 보고 있는 강한서에게 시선이 갔다.‘그렇게 재밌나? 눈 한번 깜박 안 할 정도로?'유현진은 다시 스크린으로 시선을 돌렸다. 순간, 스크린에 나오는 여주의 몸매가 아주 좋다는 것을 발견했다.굴곡이 분명한 몸매였고 감독이 도대체 무슨 의도로 입힌 것인지는 몰랐지만 여주가 입은 옷들은 전부 몸매 굴곡이 확연하게 알리는 타이트한 옷들이었고 심지어 그녀마저 여주의 몸매에 시선이 갔다.‘강한서가 이런 취향이었나?'그녀의 마음속에 갑자기 의문이 생겼다. 그녀는 자신이 강한서가 어떤 여성을 좋아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예전에는 강한서가 송민영처럼 청초하고 귀여운 타입의 여자를 좋아하는 줄로 알고 있었지만, 나중에 오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그의 취향에 대해 모르게 되었다.곰곰이 생각해 보니 강한서는 어떤 타입의 여자를 좋아하는지 티를 낸 적이 없는 것 같았다.그의 SNS 계정 팔로우만 봐도 여자가 적었고 모두 업무에 연관된 사람들의 계정뿐이었다.그녀는 갑자기 학창 시절의 강한서가 어떤 이성이 취향이었는지 궁금해졌다.이에 그녀는 검지로 천천히 그의 무릎에 걸친 손등을 살짝 쓸었다. 그러나 강한서는 그녀에게 시선을 돌리지 않았고 오히려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유현진이 손을 빼내려 했지만 빼낼 수가 없어 그냥 가만히 있었다.강한서는 그녀의 부드러운 손을 만지며 나직하게 말했다.“왜 그래?”유현진이 그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넌 처음에 어떤 타입의 여자랑 해보고 싶었어?”“...”강한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의 말에 그는 아직 관계를 확정 짓지 않은 이성에게 함부로 이런 말을 하는 그녀가 대담하다고 말해야 할지, 아니면 그녀가 자신에
그가 말하지 않은 건 애초에 그런 대상이 없어서였지만, 유현진이 말하지 않는다는 건 설마 2주 사귀고 헤어졌다는 그 첫사랑은 아니겠지?유현진은 항상 유혹해 놓고 끝까지 책임지지 않는 사람이었고 그녀는 두세 마디의 말로 강한서의 마음을 헤집어 놓고 다시 스크린으로 시선을 옮겼다.영화가 끝나기 전까지 강한서는 영화에 다시 집중할 수가 없었고 그의 머릿속엔 온통 그 남자가 도대체 누구인가 하는 생각뿐이었다.영화관에서 나올 때도 강한서는 계속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하고 있었다. 음료수를 사 온 유현진은 그런 축 늘어진 강한서의 모습에 차가운 음료수를 그의 목에 가져다 댔다.차가운 감촉에 강한서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유현진이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왜, 아직도 생각나?”“응?”강한서는 “아직도 생각나”의 의미를 몰랐다. 그러자 유현진이 관심 없다는 듯 말했다.“평소에는 아주 정직한 사람으로 보이더니, 한성우 씨랑 같은 취향일 줄은 몰랐네? 그런 쭉쭉빵빵한 몸매가 취향인 거야?”강한서는 그제야 그녀가 말한 “아직도 생각나”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유현진은 속으로 질투하고 있었지만, 마음에도 없는 말을 입 밖에 꺼냈다.“그래, 남자니까. 이해해.”강한서는 미간을 꾹꾹 누르더니 살짝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넌 평소에도 상상하는 게 취미지? 그리고 네가 한 상상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나한테 덮어씌우는 거지?”졸지에 정곡을 찔린 유현진은 순간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언제 너한테 덮어씌웠다고 그래? 네가 영화 속 여주인공을 보면서 장면 하나 안 놓치겠다고 눈도 깜박 안 한 거, 내가 잘못 본 거야?”그러자 강한서가 일일이 열거했다.“내 첫사랑 상대가 송민영인 줄 알고 나한테 바람났다고 덮어씌우고, 고작 다른 사람한테서 들은 두 마디 헛소리에 본인을 불륜녀로 만들고, 그리고 내가 너한테 손을 몇 번 안 댔다고 네가 일방적으로 내가 그런 방면에서 안 된다고-”마지막 말까지 듣게 된 유현진은 황급히 그의 입을 손으로 막으면서 그를 노려보았
유현진은 시간을 확인했다.“시간도 늦었는데 오늘 영화 보러 데리러 와줘서 고마워. 이젠 각자의 집으로 알아서 돌아가자.”말을 마친 그녀는 바로 가려고 했지만, 강한서가 그녀의 손목을 확 잡아당기더니 그녀를 품에 가두었다.“다 말했어?”강한서는 화가 난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그럼 이제 나에게도 말할 기회를 줘야 하지 않겠어?”유현진은 그를 훑어보면서 말했다.“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네가 아무리 날 밀어내려고 해도 소용없어. 네가 일부러 이러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넌 끊임없이 내 인내심이 어느 정도인가 테스트를 하고 있잖아. 넌 내가 너랑 평생을 하고 싶다는 결심을 믿지 못하는 거잖아, 아니야?”유현진은 마른 입술만 할짝대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의 더는 부정할 수 없는 설렘과 흔들리는 마음을 강한서가 이렇게 쉽게 간파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강한서는 그녀의 손목을 잡아당기면서 나직하게 말했다.“나도 알고 있어. 네 마음속에 나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거. 네가 임신 못 하는 것 때문에 마음속에 응어리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어. 난 너를 빨리 선택하라고 재촉할 생각은 없어. 네가 언제 나랑 연애할 마음이 들면 그때 시작하면 돼. 네가 그럴 마음이 생길 때까지 계속 나를 관찰하고 지켜봐도 돼. 예전에 우리가 함께였을 땐 네가 나한테 많이 양보해 줬잖아. 이젠 내가 양보하고 이해해 줄 차례야. 내 어디가 마음에 안 들면 바로 말해. 내가 어떻게든 고치려고 노력해 볼 테니까.”유현진이 감동하려는 순간 강한서가 말을 계속 이었다.“만약 나랑 연애하지 않을 거면, 그럼 다른 남자와도 연애할 생각하지 마.”“??? 그건 좀 지나친 요구인 것 같은데?”강한서는 시선을 떨구고 나직하게 답했다.“응, 그러면 내가 미쳐버릴 것 같거든.”유현진은 그의 대답을 제대로 듣지 못했지만 이혼한 후 강한서가 그녀에게 더 들러붙는 것 같았고 전보다 그녀의 눈치마저 살필 줄 알게 된 것 같았다.그는 정말로 그가 말한 것처럼 자신을 바꾸고 있었다
유현진에게 아이를 낳지 못하는 것은 제일 무거운 마음의 짐이었다. 그녀가 그 얘기를 꺼낸다는 것은 분명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강한서는 마음이 일렁이는 것 같았다. 그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유현진에게 가볍게 비볐다. 그는 다정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유등 날리면서 소원 빌자.”유현진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구류되면 어쩌려고?”강한서가 말했다. “괜찮아. 한성우 이름 쓰면 돼.”유현진: …어쩐지 한성우가 늘 온갖 수단으로 강한서를 괴롭히더라니. 강한서도 한성우에게 못된 짓을 많이 하고 있었다. 오늘 능강 근처 사거리에서는 유등축제가 있었다. 거리의 상공에는 전부 유등으로 가득했고, 길에서 올려다보면 다양한 유등이 잇따라 올라가고 있어 유서 깊은 옛 골목은 떠들썩하기 그지없었다. 유현진은 한 노점에서 고풍스러운 반쪽짜리 여우 가면을 발견했다. 그녀는 가면을 얼굴에 대더니 강한서에게 물었다. “예뻐?”강한서가 말했다. “네가 하니까 예뻐.”유현진이 그를 쳐다보았다. ‘입에 꿀이라도 발랐나?’유현진이 가면을 써보는 사이, 강한서가 이미 계산을 마쳤다. 진열대에는 많은 가면이 있었고 유현진은 반쪽짜리 금속으로 된 가면이 마음에 들었다. 그녀가 막 손을 뻗어 그 가면을 집으려고 하는데, 누군가 그녀보다 먼저 가면을 가져갔다. 유현진이 미처 고개를 돌리지 못했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음에 들면 써봐요.”송가람은 가면이 마음에 들었었지만 강현우의 말에 써보려던 마음이 사라졌다. 그녀는 입술을 앙다물고 가면을 다시 진열대에 올려두고 뒤돌아 가려고 했다. 바로 그때, 그녀는 가면을 쓰고 있는 여자에게 다가가 나지막이 말하는 강한서를 발견했다. “더 고를 거야?”멈칫 행동을 멈춘 송가람이 얼떨결에 그를 불렀다. “한서 오빠.”강한서는 우뚝 멈춰서 고개를 들어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따라 시선을 돌리니 그 곳엔 송가람과 강현우가 있었다. 1초간 시선을 멈춘 강한서는 곧 그들을 향해 고개를 까딱였다. 이
유현진은 이번 일의 당사자였다. 그러니 그녀도 당연히 착하게 굴 수는 없었다. 전 와이프라는 관점을 내려놓고 보면, 다른 여자들에게 강한서는 확실히 매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여자들이 그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송가람은 유현진이 구해주었던 사람이다. 유현진이 이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그녀의 전남편에게 호감을 느낀다는 것은 정말이지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감정이라는 것이 아무리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매너는 지켜야 했다. 그녀는 이런 한두 가지 일로 한 사람을 정의하고는 싶지 않았고, 이곳에 더 오래 머물며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도 않았다. 그녀는 강한서의 손을 잡아끌며 나지막이 말했다. “가자.”강한서가 “응.”이라고 대답하고는 유현진을 데리고 자리를 벗어났다. 송가람은 유현진 손목에 있는 눈에 익은 루비 팔찌를 발견하고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창피함과 모욕감이 몰려왔다. 송가람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있었다. 한껏 꾸미고 데이트를 나왔지만, 강한서는 송가람을 강현우에게 던져줬다. 강한서의 전화는 통하지도 않았고 그녀는 그에게 갑작스레 일이 생겨 오지 못하는 것이라 스스로 다독였다. 하지만 강한서는 다른 여자와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 만약 강한서가 애초부터 그녀의 제안을 거절했더라면 이렇게 창피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은 그 두 사람에게는 그저 웃음거리에 불과한 것 같았다. 그녀의 자존심은, 그런 상황에서도 따져 묻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따져 물어봐야 자신만 바보가 되는 것 같았다. 강현우는 송가람의 표정을 주시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리 형이 한 우물만 파는 스타일이라서요. 한번 찜한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을 거예요. 가람 씨는 좋은 사람이니까, 굳이 형에게만 마음을 줄 필요는 없어요. 가람 씨 주변에 있는 사람도 둘러봐요.”송가람은 그를 힐끗 쳐다보더니 말했다. “현우 씨, 저 좋아해요?”이렇게 돌직구를 던질지 몰랐던 강
유현진이 차에서 내려 강한서를 따라갔다. 엘리베이터에 타자 강한서가 갑자기 물었다. “밖에 비가 더 오는지 모르겠네.”유현진이 말했다. “아마 아닐걸. 일기예보에 비 온다는 말 없었거든. 아마 소나기일 거야. 곧 그치겠지.”강한서가 말했다. “지난번에도 소나기였는데, 두 시간이나 내렸잖아.”유현진은 바로 지난번 비를 쫄딱 맞았던 모습을 떠올렸다. 그녀가 말했다. “내리면 내렸지 뭐. 어차피 이번엔 밖에 있는 것도 아닌데.”말하는 사이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강한서가 유현진을 따라 나오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비 오는 날 운전하면 위험한데.”유현진이 멈칫하더니 순간 강한서가 왜 계속 비 오는 얘기를 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이 자식, 자고 가려고 핑계를 찾는 거였어.’강한서의 모습에 유현진은 마음속으로 웃음이 났지만 그녀는 정색하며 말했다. “운전 천천히 하면 괜찮아.”그러더니 그녀가 말했다. “도착했어. 넌 이제 돌아가.”강한서는 실망한 듯 “응.” 대답하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너 들어가는 거 보고.”강한서는 유현진이 “불쌍한” 그를 보고 마음이 약해져 들어가서 차라도 한잔하라고 할 줄 알았지만 그녀는 “잘 가.”라고 인사한 뒤 문을 닫고 들어가 버렸다. 강한서는 굳게 닫긴 문을 한참을 바라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집으로 돌어와 옷을 갈아입은 유현진은 자고 가고 싶으면서도 직접적으로 얘기는 하지 않고 결국 거절당해 축 처져 있던 강한서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녀는 몸을 일으켜 현관으로 걸어가 잠시 서 있더니 문을 열었다. 문밖에는 강한서가 쭈그려 앉아 멍때리고 있었다. 유현진이 문을 열자 그는 고개를 들어 쳐다보았다. 유현진의 심장이 쿵쾅대며 뛰었다. 그녀는 침착한 목소리로 물었다. “왜 안 가?”강한서가 말했다. “너랑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어서.”유현진이 말했다. “예전엔 내가 너랑 더 같이 있으려고 하면 귀찮아했잖아.”강한서는 귀찮아하지 않았다고 대답하려고 했지만 곧 전에 자신의 말투를 떠올리고는
강한서는 또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 한 걸음이, 내가 내디딘 수많은 걸음보다 더 용기 있는 거였어. 고마워.”유현진은 순식간에 19금에서 로맨스로 장르가 전환되는 경험을 했다. 로맨스… 그놈의 로맨스!“현진아, 난—”강한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현진이 갑자기 그의 옷깃을 잡더니 그의 입술을 깨물어 버렸다. 그녀에게는 강한서처럼 가벼운 입맞춤과 깊은 키스 스킬을 보여줄 만한 인내심이 없었다. 그녀는 그저 막 깨물 뿐이었다. 그러더니 그녀는 강한서의 멱살을 풀고 그를 째려보며 욕설을 내뱉었다. “멍청이!”강한서: ???유현진은 어두워진 얼굴로 신발장에서 내려왔다. 강한서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왜 화내고 가는 거야?’분명 아까 키스할 때까지만 해도 화도 내지 않고 거절도 하지 않았었는데.강한서가 자세히 기억을 되짚고 있을 때, 초인종이 울렸다. 정신을 차린 강한서가 문을 열었다. 문밖에는 아파트 경비가 꽃다발을 안고 서 있었다. 문을 연 사람이 남자임을 확인한 경비는 멈칫하더니 물었다. “안녕하세요. 유현진 씨 집에 계신가요?”강한서가 그의 품에 있는 꽃다발을 훑더니 태연하게 말했다. “무슨 일로 그러시죠?”경비가 말했다. “유현진 씨의 꽃다발이 경비실로 배달이 돼서요. 아까 당직인 동료가 집에 돌아오셨다고 하길래, 전해드리러 왔습니다.”경비가 말을 이었다. “유현진 씨께 물건을 수령해달라고 전해주시겠어요?”강한서가 말했다. “저한테 주세요.”경비가 조금 주저하며 말했다. “실례지만, 누구신지?”강한서가 태연하게 경비를 쳐다보며 대답했다. “남편입니다.”경비: …밸런타인데이에 유부녀에게 꽃을 선물했고, 심지어 남편이 대신 수령했다. 경비는 얼른 강한서에게 꽃다발을 맡기고 도망치듯 자리를 벗어났다. 꽃다발을 안고 있던 강한서는 꽃 사이에 끼워져 있는 카드를 발견했다. 그는 카드를 꺼내 훑어보았다. 카드에는 단 한마디만 적혀있었다. 「크랭크인 축하해요.」보낸이의 이름을
유현진이 의아해했다. ‘이것 때문에 시무룩해 있는다고?’‘너무 유치한 거 아냐?’‘지난번이든 지금이든, 전부 자기가 준 거잖아.’하지만 오늘은 기분 좋은 하루를 보냈으니, 유현진은 그를 위로했다. “네가 전에 준 건 실용적이었어. 반신욕이나 화전을 만들 때 꽤 유용했어.“강한서: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화전 말이 나오자 유현진이 잠시 생각했다. “미주가 만든 디저트가 아직 있을 거야. 가져다줄게. 먹어봐.”차미주는 정말 음식 솜씨가 좋았다. 어느 땐가 강한서는 거의 매일 이곳으로 장미 한다발을 보냈었다. 너무 싼 가격도 아니라 버리기엔 아깝고 남기자니 집에 더 이상 꽃을 둘 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차미주는 꽃잎을 뜯고 씻어서 재워둔 뒤 화전과 꽃약과를 만들었다. 그녀는 음식이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일부러 건조제와 개별 포장지를 구매해 하나씩 밀봉하여 포장해 두었다. 차미주와 유현진은 가끔 드라마를 보면서 간식처럼 먹기도 했다. 한성우가 맞은 편으로 이사를 오면서 많이 가져가 이미 많이 남지 않았다. 유현진이 강한서에게 꽃약과를 건넸다. “먹어 봐.”포장을 뜯은 강한서가 한입 베어 물었다. 꽃약과에는 장미 잼이 조금 들어가 있어 시중에 판매하는 것보다 맛이 더 좋았다. 그리고 너무 달지도 않아 입안엔 장미와 약과 특유의 향기가 가득 퍼졌다. “맛있지?”유현진이 눈이 휘어지게 웃었다. “미주 솜씨 엄청 좋아.”강한서가 시선을 아래로 고정한 채 말했다. “너도 비슷해.”유현진이 멈칫하더니 말했다. “마음에도 없는 말은 할 필요 없어.”강한서가 거듭 강조했다. “난 진지해.”유현진이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 “너 내가 해준 도시락 버린 걸 내가 못 봤는 줄 알아?”“내가 언제—”강한서의 말이 뚝 멈추었다. 그가 기억해낸 듯싶었다. ‘그런 적이 있었던 것 같네.’그 뒤로 유현진이 다시는 음식을 하지 않은 것을 떠올린 강한서의 마음속에는 한가지 추측이 생겨났다. “내가 도시락을 버리는 걸 봐서 다시는 요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