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미주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우리 현진이 능력이야 대단하죠. 하려고 마음먹은 건 꼭 해내니까요.”그녀는 강한서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남자에게 의지할 필요가 없다고요!”강한서: ...한성우가 터져 나오는 웃음을 꾹 참았다. 그는 차미주의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 “네 친구가 그렇게 대단한데 넌 왜 아직도 그렇게 하찮은 일이나 하면서 지내는 거야?”차미주는 어깨에 올려진 한성우의 손을 떼어내며 힐끗 그를 쳐다보았다. “네 친구들은 20대에 이미 상장회사의 CEO에 한주시 모범청년이었는데 넌 서른이 되어도 유흥 업계 1위는커녕 아직도 하루 종일 여자들과 놀아나고 있으면서 부끄럽지도 않은가 봐?”한성우가 입술을 움찔 떨었다. 차미주가 내뱉은 말은 유현진 못지않게 날카로웠다. 오히려 유현진보다 더 날이 섰다. 말을 마친 유현진은 음식이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쟤같이 입에 칼이라도 문 것처럼 독한 소리만 해대는 여자를 어느 남자가 좋아하겠어!”한성우는 차미주 흉을 보려고 고개를 돌려 강한서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강한서는 그의 말을 전혀 듣지 않고 있었다. 강한서는 유현진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 시선의 끝엔 유현진과 함께 있는 송민준도 있었다. 그에 강한서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송민준 저건 파리 새끼처럼 또 현진이한테 말을 걸어?’강한서가 굳은 얼굴로 한성우에게 물었다. “네가 보기에 송민준이 나보다 잘난 게 뭐야?”“잘난 거라... 당연히 아직 결혼을 안 했다는 거겠지, 넌 재혼이잖아.”강한서: ...강한서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진지하게 묻는 거야!”그러자 한성우가 대답했다. “나도 진지하게 대답한 거야. 아직 총각이라는 거, 중요하잖아.”강한서가 얼굴을 굳혔다. “송민준한테는 오빠라고 불렀어. 나한테는 아직 한 번도 그렇게 부른 적 없는데!”‘고작 그런 일에 이렇게 화를 낸다고?’한성우는 조금 어이가 없었지만 강한서를 위로하며 말했다. “화내지 마, 화내지 마. 너도 오빠 맞아. 넌… 전남편 오
전 여사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녀는 낮은 소리로 욕을 지껄였다. “너 지금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야!”유현진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 “전 여사님, 전 의원님께서 굳이 여사님더러 용호를 저에게 빌려주라고 했던 일, 기억하시죠?”전 여사의 얼굴이 어두워진 걸 보니 기억이 난 모양이었다. 당시 유현진이 용호를 빌리려 하자 전 여사는 신미정의 말대로 용호를 이미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었다는 이유로 유현진을 거절했었다. 하지만 그 일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남편이 갑자기 용호의 대여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자기가 어떻게 유현진의 부탁을 거절하고 돌려보냈는지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잘했다는 칭찬할 줄 알았던 남편은 오히려 그녀를 나무랐다. 전 의원을 그녀를 한 치 앞을 내다볼 줄 모른다며 욕했고 그녀에게 신미정과 유현진의 고부갈등에 끼어들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강씨 가문은 언젠가 강한서의 것이 될 테고 유현진에게 미움을 사는 건 그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 여사는 그 말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아이도 낳지 못하는 유현진이 강씨 가문의 손주며느리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문제였다. 하지만 전 의원은 버럭 화를 내며 어떤 이유든 무조건 용호를 유현진에게 빌려주라고 강조했다. 전 여사의 인품이야 어떻든 그녀는 전 의원에게만큼은 마음을 다하는 사람이었다. 전태평이 화를 내자 그녀는 어쩔 줄 몰라 했다. 결혼 이삼십 년 동안 얼굴을 붉히며 싸운 일이 드물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전태평의 입장은 확고했기에 전 여사는 어쩔 수 없이 용호를 유현진에게 빌려 줄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론 빌려주기도 전에 유현진의 집안에 일이 생기면서 강한서와 이혼하는 바람에 생일 연회를 준비하는 일은 그녀의 손을 떠나게 되었다. 실은 전 여사도 전태평이 예전에는 늘 신미정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라고 당부하더니, 왜 갑자기 이번 일에 끼어들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유현진은 어떻게 전태평이 자기에게
전 여사의 눈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내가 자기를 위해 무슨 일까지 했는데, 날 이렇게 대해!”전 여사가 자신이 기대하던 반응을 보이자 유현진은 안쓰러운 얼굴을 하고 그녀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유현진은 그 틈을 타 손에 묻은 케이크를 전 여사의 드레스에 문질렀다. “본인 처지도 좀 생각하세요. 따님도 세 분이나 계시는데.”그리곤 다시 접시를 들고 케이크를 가지러 갔다. 자신이 던진 작은 돌멩이에 괴로워하는 전 여사는 내버려 둔 채. 이렇게 하지 않고 전 여사를 가만히 내버려 두면 자신을 괴롭힐 것이 분명했다.전 여사는 고개를 숙인 채 손에 들린 사진을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손이 걷잡을 수 없이 떨리고 있었다. 진태평이 순리롭게 승진할 수 있었던 건, 전 여사의 내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떤 더러운 일이든 전부 그녀가 직접 나서서 그를 도왔다. 그녀는 늘 자신은 정략결혼을 한 다른 사모님들과는 다르다고 여겼었다. 그녀와 남편인 전태평은 연애결혼이었고 자신들이야말로 진짜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부부로 지낸 긴 시간 동안 그들은 처음과 같이 변함이 없었고 진태평은 기념일마다 그녀에게 직접 고른 선물을 건네주어 사모님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샀다. 오랜 결혼 생활 중에도 한결같은 남편을 만난다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그녀의 결혼 생활 중 유일한 오점은 최지영이었다. 전 여사가 이 일을 알게 된 건 8년 전 일이었다. 당시 진태평은 자기가 함정에 빠진 것이라며 끊임없이 사과하며 그녀에게 용서를 구했다. 그녀가 최지영을 떼어낼 것을 제안하자 전태평도 망설임 없이 알겠다며 대답했다. 그녀는 최지영을 떼어내기 위해 자존심을 내려놓고 신미정에게 사정을 설명해 가며 돈을 빌렸었다. 그런데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 혼자만 모두에게 속고 있었다. 신미정은 그녀보다 더 오래전부터 이미 전태평의 불륜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때 신미정이 자신을 위로하던 말들을 떠올린 전 여사는 순간 온몸에 벌레가 기어다니는 듯한 기분이 들어 토하고 싶어졌다. 신미정은
강한서가 케이크를 받아 들자 드디어 두 손이 자유로워진 유현진이 저린 손가락을 툭툭 털었다. 그녀는 강한서를 흘겨보았다. “케이크 앞에 애들이 얼마나 많은지 봐봐. 다 먹고 다시 갈 때쯤엔 위에 맛있는 과일은 이미 다 뺏기고 없을걸.”그 말에 강한서는 어이가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탑을 쌓아오면 어떡해? 어린애들이랑 같이 뺏으면 창피하지 않아?” 유현진이 망고를 하나 집어 입에 넣으며 말했다. “뭐가 창피해? 애들이 너보다는 착해. 한 사람이 한 번씩 떠준 거야. 아니면 내가 어떻게 저렇게 쌓았겠어?”강한서는 믿지 않는 눈치였다. 그가 유현진의 말을 받아치려는데 한 어린아이가 사탕을 안고 다가왔다. 케이크를 먹고 있는 유현진을 보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언니, 케이크 아저씨 줄 거라고 하지 않았어요?” 유현진: …강한서: ???힘겹게 케이크를 삼킨 유현진이 마른기침을 했다. “언니가 거짓말한 거 아니야. 케이크 아저씨 주려던 거 맞아. 언니는 그냥 맛만 본 거야.”그러더니 숟가락을 들어 강한서의 입가에 가져갔다. “그렇지, 아저씨?”강한서의 눈꺼풀이 움찔거렸다. 아이가 유현진의 말을 전혀 믿지 않으며 말했다. “아저씨 불치병에 걸려서 죽기 전에 케이크 한 입만 먹어보고 싶어 한다고 했잖아요.”‘이 아저씨가 어딜 봐서 불치병에 걸렸다는 거야’아이의 말에 유현진이 뻔뻔하게 거짓말을 했다. “맞아. 너희들이 준 케이크를 먹었더니 이렇게 기적이 일어났어.”강한서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이제 갓 여섯 일곱 살 난 아이는 순진하기 그지없었다. 게다가 유현진의 사람 속이는 연기가 탁월했고 강한서는 어두운 얼굴을 하고 서 있어 컨디션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 어린아이는 반신반의하며 유현진의 말을 받아들였고 손에 있던 사탕을 강한서에게 내밀며 말했다. “아저씨, 이거 줄게요. 빨리 나아요.”유현진이 예쁜 눈웃음을 지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언니가 아저씨 대신 받을게. 고마워,
차미주의 말에 유현진은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헛소리 하지마!”차미주는 이제껏 읽었던 로맨스 소설들을 떠올리며 머리를 굴렸다. “강한서가 너에게 고백하면 절대 받아주지 마. 음... 너무 빨리 대답하지말고, 조바심이 나게 만들어야 해. 알게 해줘야 지. 넌 그 사람 없이도 살 수 있지만 그 사람은 너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걸 말이야.”유현진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강한서가 누구 하나 없다고 못 살 사람이야?”“너는 그 사람 없이는 못 사는 줄 알았어. 얼마나 콩깍지가 씌였었는지, 강한서랑 싸우고 우리집에 찾아와서는 같이 실컷 욕했잖아. 난 당장 이혼하라고 말할 작정이었는데 넌 그 다음 날 강한서 전화 한 통에 바로 돌아가버렸잖아.”유현진: ...‘그런 창피한 일을 얘는 왜 이렇게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거야?’“하지만 지금은 너도 이제 조금은 성숙해졌잖아. 오히려 강한서가 완전히 달라졌고. 널 보겠다고 그 자식이랑 날 납...”차미주가 갑자기 멈칫 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아무튼 그런 개자식은 처음 봤다니까!”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유현진이 자세히 물으려는데 한 줄기 밝은 빛이 밤하늘을 가로더니 곧 공중에서 폭발하며 반짝반짝 빛났다.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한주시에서 몇년 전부터 불꽃놀이와 폭죽을 금지했다. 유현진은 이렇게 화려한 불꽃놀이는 정말 오래간만이었다. 신미정이 마이크를 들고 당당한 태도로 사람들 앞에 섰다. 그녀는 정인월의 생신을 축하드리고 또 와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녀는 집안 사모님다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 모습에 송민희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다. 바로 이때, 폭죽 하나가 사람들 속으로 날아들어와 터졌다. 불꽃이 여기저기 튀었고 그에 사람들은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뿔뿔이 흩어져 도망쳤다. 그리고 곧 또 하나의 폭죽이 날아들어왔다. 유현진은 얼른 정인월이 있던 곳으로 향했다. 아직 제대로 확인도 못했는데 누군가 그녀의 손목을 잡아끌고 한쪽으로 비켜섰다. 끌어당기는 힘을 따라 몇
강한서가 유현진의 손목을 잡고 차가운 얼굴로 그녀를 훑어보았다. 그러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너한테 불꽃 튀었어?”놀란 표정으로 강한서의 뒤를 따라오던 송가람이 걱정하며 물었다. “현진 언니, 강운 오빠. 괜찮아요?”강한서는 유현진이 아무 대답이 없자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다친거야?”유현진은 눈을 내리깔고 그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아니.”강한서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는데 유현진이 말을 이었다. “난 운이 좋아서 말이야, 불꽃이 날 피해가는데 어떻게 다치겠어?”강한서: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데 마침 송민준이 그들이 있는 곳을 향해 걸어왔다. 송민준은 먼저 유현진이 다치지 않은 것을 확인한 후에야 송가람에게 시선을 돌렸다. “가람아, 괜찮아?”송가람이 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난 괜찮아. 한서 오빠가 날 구해줬어. 한서 오빠 아니었으면 불꽃이 나한테 튀었을 거야.”강한서가 눈살을 찌푸렸다. 송민준은 송가람의 말에 잠시 멈칫 하더니 강한서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네가 그런 좋은 일도 할 줄도 알아?”강한서는 비꼬는 송민준을 신경도 쓰지 않고 유현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유현진이 그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려 주강운에게 물었다. “주 변호사님, 우리 저쪽 밝은 데로 가요. 화상 입은 건 아닌지 확인 좀 해보게요.”주강운이 굳은 얼굴의 강한서를 힐끗 쳐다보고는 대답했다. “그래요.”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린 강한서가 고민도 없이 바로 그들을 따라가려 했다. 이때, 송민준이 그의 어깨를 잡았다. “당장 현장 정리부터 하는 게 좋을거야. 화상을 입은 사람이 적지 않으니 일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간 너희 집안 평판에 오점이 될테니까.”강한서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주강운을 끌고 가는 유현진을 지켜봤다. 현장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 사람들의 울음 소리 역시 그치지 않았다. 주먹을 꽉 움켜쥔 강한서는 몸을 돌려 현장 정리를 위해 돌아갔다. 고개를 돌린 송민준이 외투를 송가람
유현진이 당황하며 멈칫 모든 행동을 멈췄다. 주강운이 설명했다. “그때 화상을 입으면서 신경도 다쳐서요. 흉터가 있는 곳은 감각이 조금 무디거든요. 추위도 더위도, 통증도 사실은 크게 느껴지지 않아요.”옷에 불이 붙어 이렇게 크게 구멍이 났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던 것도 바로 그런 원인때문이었다. 유현진은 순간 울컥했다. ‘왜 매번 난 주 변호사님 상처를 건드리는 걸까?’입이 방정이지!“저도 다쳤는지 아닌건지 잘 모르겠어요. 혹시 모르니까 약 발라 드릴게요.”주강운이 그녀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 유현진은 의료진이 가져온 화상 연고를 손가락에 조금 짜고는 섬세한 손길로 그의 팔뚝에 약을 발랐다. 그녀의 차가운 손가락이 주강운의 피부에 닿자, 그의 마음도 떨려왔다. 분명 감각이 무딘 부분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녀의 손길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주강운은 유현진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는 자신도 모르고 꿀꺽 침을 삼켰다. 그는 아래를 향했던 시선을 거두고 다시 앞을 주시했다. 갑자기 모든 것이 또렷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한서는 아마 송가람 씨를 현진 씨로 착각한 것 같아요. 옷 색도 비슷하니까요. 현진 씨 많이 신경 쓰고 있어요.”연고를 바르던 유현진의 행동이 갑자기 멈췄다. 그녀는 고개로 들지 않은 채 대답했다. “옷 스타일도 다르고 가람 씨와 몸매도 키도 달라요. 얼마나 눈이 삐어야 그걸 착각할 수 있겠어요.”“아무래도 아까는 현장이 어수선했으니까...”유현진은 조금 짜증이 났다. “착각이든 아니든 전 강한서 도움은 필요 없어요!”주강운은 어두워진 유현진의 얼굴을 보고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됐어요.”잠시 후 유현진이 약을 다 바르자 주강운이 고개를 숙여 팔뚝을 바라보다가 침묵했다. 유현진은 그의 팔꿈치 주위에 연고를 발랐다. 그것도 엄청 두껍게. 주강운이 입술을 달싹이며 말했다. “이렇게 많이 바르지 않아도 되는데.”“많이 발라서 나쁠 건 없잖아요. 예전에 남은 흉터가 옅어질 수도 있고.
주강운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이제는 호칭을 이름으로 하는 게 어때요? 친구를 직업 호칭으로 부르지는 않으니까요.”“네, 주 변호사님.”주강운: ???유현진이 헛기침을 내뱉었다. “강... 강운 씨.”십여 분 만에 현장의 불이 마침내 모두 꺼졌다. 화상을 입은 하객은 십여 명이었는데 다행히 화상 정도가 심하지 않아 현장에 도착한 의료진들이 빠르게 처치해주었다. 정인월과 은영 선생님은 진씨가 보호해준 덕에 다치지 않았지만 진씨는 등에 화상을 입었다. 정인월이 급히 의료진을 불러 진씨의 화상을 치료하도록 했다. 신미정이 잔뜩 질린 얼굴을 하고 다가와 낮은 소리로 물었다. “어머님, 괜찮으세요?”그녀의 치마는 불꽃이 튀어 여기저기 구멍이 나있었다. 허겁지겁 도망치느라 머리를 산발이 되어있어 꼴이 말이 아니었다. 정인월이 차가운 눈빛으로 신미정을 흘겨보았다. “나한테 정말 큰 이벤트를 해주었구나!”얼굴이 창백해진 신미정이 변명을 늘어놓았다. “불꽃놀이는 전 여사가 준비한...”“책임을 떠넘기는 것 말고 네가 할 줄 아는게 뭐야?”정인월은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분명 자기 옆에 서있었던 신미정은 불꽃이 날아오자 자기 목숨 건지는 일에만 정신이 팔려 정인월은 나몰라라 내팽겨 두고 도망쳤다. 송민희는 부르기라도 했지만 30년이라는 세월 동안 신미정은 여전히 이기적인 며느리였다. “비키거라.”정인월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혈압 오르니까, 내 눈에 띄지 마!”신미정이 주먹을 꽉 움켜쥔 채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송민희가 얼른 정인월에게 물을 떠주며 말했다. “어머님, 물 좀 마시세요. 화 내지 마시고요. 건강 챙기셔야죠. 이미 현우가 조사하러 갔으니까 어떻게 된 일인지 금방 알아낼 수 있을 거예요.”물을 받아든 정인월이 당부했다. “민희야, 은영 선생님 모셔다 드리거라. 오늘 일은 정말 죄송하다고 말씀 드리고, 이제 선물을 준비해서 나 대신 꼭 다시 찾아뵙고.”“네, 어머님. 그렇게 준비할게요. 걱정하지 마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