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1화

놀라움이 묻어나는 가느다란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너무 익숙한 나머지 저도 모르게 혐오감이 몰려왔다.

유현진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힐긋 바라보았다.

“송민영 씨, 오랜만이네요.”

뒤늦게 찾아온 사장님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서로 아는 사이인가요?”

송민영은 코트를 여미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이내 여유롭게 걸어가 유현진의 맞은편에 앉았다.

“알다 마다요. 아주 잘 알고 있죠.”

순간 그녀의 말뜻을 알아차리지 못한 사장님은 웃으면서 말했다.

“지인이셨군요. 그럼 두 분이 따로 얘기해볼래요?”

송민영은 사장님을 힐끔 바라보았다.

“단지 알고 있을 뿐 친분이 있는 건 아닙니다.”

단 한마디로 두 사람의 관계가 밝혀지자 사장님은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유현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박스를 앞으로 내밀었다.

“사장님, 매장 방침대로 하시면 돼요. 우선 검수부터 하시죠.”

송민영도 딱히 코멘트가 없자 사장님은 가방을 들고 그 자리에서 살펴보기 시작했다.

룸 안에 아주 좁은 티 테이블이 있었고, 유현진과 송민영의 거리는 불과 1m도 되지 않았지만 두 사람 사이의 팽팽한 분위기 때문에 몇 미터나 떨어진 사장님마저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얼굴이 꽤 두껍군요. 선물 받은 물건을 팔아버리다니? 창피하지도 않아요?”

“단지 필요 없는 물건을 처리했을 뿐인데, 그게 왜 창피한가요? 그쪽 말에 따르면 남이 버린 물건에 환장하는 사람은 얼마나 창피하겠어요? 그냥 죽어버리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유현진은 싱긋 웃었다.

“송민영 씨도 멀쩡하게 잘살고 있잖아요?”

송민영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사장님도 같이 있는지라 괜히 소란을 피웠다가 소문이라도 날까 봐 억지로 화를 꾹 참았다.

20분 정도가 흐르자 사장님은 검수를 마치고 정품임을 확인한 후 유현진한테 얼마에 팔 건지 물었다.

“10억이요.”

말이 끝나자마자 사장님이 가격을 감정하기도 전에 송민영이 펄쩍 뛰었다.

“10억? 당신 돈에 미쳤어요? 4억 정도 되는 가방을 나한테 10억에 파는 거예요? 내가 바보인 줄 알아요?”

유현진은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