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7화

그녀의 두 눈은 동그랗고 큰 데다가 눈꼬리도 길었다. 정신이 또렷했을 때는 늘 차가운 빛이 담겨있었지만 웃을 때는 또 아름답고 매력이 넘쳤다. 지금처럼 술에 취해 실눈을 떴을 때가 가장 유혹적이었고 저도 모르게 사람을 홀렸다.

강한서는 침을 꿀꺽 삼키며 그런 그녀를 빤히 내려보다가 낮은 중저음으로 말했다.

“어디서 자고 싶은데?”

유현진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진지하게 고민하더니 결국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너희 집.”

강한서의 두 눈이 번쩍였다.

“정말이야?”

눈앞이 빙빙 돌아 유현진은 찌푸린 얼굴로 고개를 마구 저었다. 그러고는 강한서의 얼굴을 받쳐 들고 해롱해롱한 눈빛으로 말했다.

“너한테 70만 원이나 줬는데 호텔 방까지 잡으면 돈 너무 많이 쓰잖아. 돈도 아낄 겸 그냥 너희 집으로 가. 나중에 이혼 소송할지도 모르거든.”

강한서는 이마에 핏줄이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의 주도면밀한 계획을 칭찬이라도 해야 할 판이었다. 그가 정색한 얼굴로 말했다.

“우리 집 간 걸 남편이 알기라도 하면 어떡해?”

그러자 유현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난 남편 없어. 과부야.”

말문이 막힌 강한서는 이를 꽉 깨물었다.

“과부가 이혼을 해?”

유현진이 미간을 확 찌푸렸다. 정신이 해롱해롱한 탓에 앞뒤 말이 전혀 맞지 않았다. 강한서 때문에 술을 깨기는커녕 오히려 더 헷갈렸다.

“짜증 나! 넌 무슨 말이 이렇게 많아! 내 남자친구 하기 싫으면 돈 다시 돌려줘!”

그러고는 손을 마구 흔들며 강한서의 몸을 더듬거렸다. 강한서는 그녀의 두 손을 꽉 누르고 안전벨트를 해준 뒤 무덤덤하게 말했다.

“이미 늦었어.”

그러고는 차에 시동을 걸어 질주해갔다.

“차 세워. 내릴 거야!”

유현진이 낮은 목소리로 반항했다. 술에 취해 제정신이 아니긴 했지만 핸들을 뺏는 등 위험한 행동은 하지 않고 그를 빤히 째려보기만 했다. 그 모습은 마치 위협만 가하고 할퀼 용기는 없는 버려진 길고양이 같았다.

강한서는 그녀의 말을 들은 체 만체했다.

“지금 날 납치하려고?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