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씨 아주머니랑 같이 그림 전시회에 갔었는데 마음에 드시는 그림이 있으신것 같아서 사드렸어요, 몇억이나 돼서 돈이 살짝 부족해서 친구한테도 빌렸는걸요."신미정은 눈썹을 찌푸렸다."그걸 강운이 엄마가 받았어?""안 받았어요, 아주머니가 너무 귀중한 물건이라 받을수 없다고 했어요, 저는 거기서 환불하지도 못한다 해서 창고에 넣었놓았어요."신미정의 입꼬리가 떨리더니"너 이제부터 주강운 근처도 가지마.""왜요?"강민서는 불만이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어머니께서 저랑 주강운오빠가 사귀는걸 지지했던게 아니였어요?"신미정은 말했다."그건 주강운도 너한테 관심이 있다는 전제하에서 지지한거지, 주얼리 전시회 그 날, 걔가 널 피하는 걸 못봤을것 같니? 지금은 네가 도리여 달라붙어서 집착하는 상황이 됐어. 알아? 몰라?"내가 좋아해서 집착하는건데. 내가 좋으면 됐지! 강운오빠 주위에 다른 여자도 없고 저도 그나마 괜찮게 생겼고 어릴때부터 알고지낸 죽마고우잖아요, 주씨 아주머니도 절 좋아하시고 오빠랑 사귀는건 시간 문제예요.""주강운이 너한테 흥미가 없다면 네가 시집갔을때 엄청 고생할거다.""당시 제가보기엔 아빠도 엄마를 좋아한다는걸 느끼지 못했는데요, 하지만 엄마도 지금은 잘 지내시잖아요."신미정은 하마트면 효녀의 말로 인해 숨이 넘어갈뻔 했다.그녀는 뭐라고 할려고 할려던 찰나 강현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머니, 장씨 아주머니가 한성 그룹회사 안에서 뛰어내리려고 해요!"말하면서 유현아가 자신한테 보낸 동영상을 신미정에게 보여주었다.신미정은 삽시에 사색이 되었다.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 - -장씨 아주머니가 회사 대청에서 투신하겠다고 소란을 피운다는 소식은 빠르게 강한서 귀로 흘러들어갔다.강한서는 이런 수법으로 남을 협박하는 사람을 제일 싫어했다. 그리고는 민경하더러 경찰으로 부르라고 했다.민경하는 말했다."현우 대표님이 아래층에 있습니다, 아마도 강단해 대표님의 뜻일겁니다. 필경 장씨 아주머니는 강씨 가문에서 십 몇년동안을 일했었기에 이 일에 대해서 너무
유현진은 오랜만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인터넷상의 일련의 사건들을 처리하고 디저트를 먹고는 대본 숙지하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그녀가 맡은 역할은 비록 극중에서 비교적 중요한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으나 사실 분량이 그렇게까진 많진 않았다. 그리고 주요한 분량은 극의 뒤부분에 몰려있었다.비록 황후라는 캐릭터는 다른 사람들의 환심을 사지않는 역할이라 그녀가 만약 평범하게 연기한다면 연출효과도 밋밋할수밖에 없었다.악역은 연기하기 어려워서 그녀가 이걸 통해 연예계에 진출하려면 무조건 평범하게 연기해서는 안되었다.그녀는 여러번 연예계 선배들의 유명한 작품들을 보면서 반복적으로 인물의 성격을 파악했다. 그리고 점점 연기방향에 대해 알아가는듯 했다.그녀가 다 감상하기도 전에 민경하의 전화가 그녀의 생각을 멈추었다."사모님, 강 대표님이 서류를 집에 깜박 두고 왔습니다. 이제 곧 시작하는 회의에서 꼭 필요한거라 여기로 직접 보내주실수 있나요?"(강한서 요즘 왤케 깜박하는게 많아? 벌써 치매라도 걸렸나?)유현지은 속으로 한마디 내뱉고는 물었다."어떤 서류인가요? 그이한테 어디에 두었는지 물어봐주세요.""강 대표님 서재 탁자에 있습니다, 갈색 종이봉투예요."유현진이 문을 열자 한 눈에 탁자위 그 갈색서류봉투를 찾았다.그녀는 사진을 찍어 민경하에게 보냈다."이거예요?""맞습니다, 그겁니다. 빨리 와주실수 있나요? 회의가 곧 시작될것 같습니다."유현진은 입을 삐죽 내밀고는 답했다."알았어요."그녀는 간단하게 정리하고는 신을 신고 서류를 가지고 밖을 나섰다.
강한서가 내려왔을땐 아래층엔 이미 사람이 엄청 몰려있었다.장씨 아주머니는 이층 난간밖에 앉아있었고 사람들에게 자신의 상황을 울며 설명했다. 현장에는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었고 서로 의논하는 사람도 있었다.유현아가 처음으로 강한서를 발견하고는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강 대표님이야."사람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너도나도 길을 비켜주었다.강현우는 좋은 구경을 하기위해 2층에서 사람을 불러 의자를 놓게 했다. 거기에 앉아서 유유히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강한서를 발견한 그는 입꼬리가 올라갔다."형 드디어 왔네."강한서는 그를 한번 흘겨보고는 주위를 둘러봤다. 그리고는 차갑지만 엄숙한 목소리로"다들 자기자리로 돌아가."비록 몇글자였지만 위압이 넘치는 언어였다. 사람들이 뿔뿔히 흩어지려고 하는 찰나 강현우가 입을 열었다."형, 장씨 아주머니는 우리회사의 오랜직원이야. 만약 성심성의껏 처리하지 못한다면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회사이미지가 나락으로 떨어질것 같은데?"장씨 아주머니는 이에 맞장구를 쳤다."다들 가지마! 나는 비록 강씨 가문의 가정부로 일했었지만 나도 한성 그룹의 한명의 직원이야, 내 이 십 몇년간의 청춘을 모두 강씨 가문에 바쳤었어, 공로는 없다고 쳐도 고생하면서 내 인생을 바쳤어. 그런데 나이가 들었다고 이렇게 일방적으로 해고해? 만약 오늘 내가 이 회사에서 쫓겨난다면 나의 오늘은 당신들의 미래야!"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위는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한성 그룹의 오랜 직원의 수는 그렇게 많진 않았다, 최근 몇년간 회사가 급속도로 발전했기에 수많은 엘리트들을 영입했었다. 하지만 그에 상응한 직책들은 그리 많지 않았기에 필수적으로 일부분 직원을 해고할수밖에 없었다, 오랜 직원들은 항상 자신이 해고될 상황을 염두에 두고 두려워하고 있었다.필경 나이가 들면 경험이 아무리 풍부해도 체력적으로 젊은이들한테 밀려 경쟁에서 도태되기 쉬웠다.장씨 아주머니의 이 한마디로 인해 다들 자신을 연관짓는걸 멈출수 없었다. 회사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바쳤는데 회사가 이렇게 쉽게 발로
강한서는 안색이 어두워졌다.장씨 아주머니는 기세를 몰아 한층 더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16년. 제가 강씨 집안에서 16년을 일했어요. 그런 저를 짜른 것도 모자라 기본 보상도 없대요. 남편이 실업하여 연로한 부모님과 어린 자녀가 다 저만 바라보고 있는데, 저마저 일자리를 잃으면 우리 가족 전체가 길바닥에 나 앉아야 돼요."기회다 싶은 강현우는 옆에서 부추겼다."형, 너무 한 거 아냐? 십여 년간 일해온 직원을 이렇게 대하는 건 너무 매정한 처사지."강한서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쌀쌀맞게 말했다."저는 계약대로 처리한 것밖에 없어요. 이에 불만이 있으면 노무 중재 신청을 해요. 여기에서 날 위협해봐야 아무런 쓸모 없어요. 심지어 명예훼손죄로 고소할 수도 있어요."그러면서 민경하를 보면서 말했다."경찰 불러요."이말에 장씨 아주머니의 팔이 후들후들 떨렸다. 신미정은 그더러 우선 이틀 정도 휴식하라고 하면서 강한서의 화가 조금 사그라들면 사정해보겠다고 했다.그런데 겨우 하루가 지나서 그는 한성 그룹에서 보내온 해고 메일을 받았다. 게다가 기존에 주기로 했던 보상도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앉아서 기다릴 수 없었던 그는 회사로 바로 달려왔지만 소송같은 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가 원하는 건 결국 보상이었다.그가 망설이고 있을 때 프론트에서 한 여인의 목소리가 울렸다."경찰 부르지마."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목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다름 아닌 강한서의 모친 신미정이었다.신미정 옆에는 문서를 가져다 주러 온 유현진이 서 있었다.유현진도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신미정을 마주칠 줄 몰랐다. 피임 사건이 있고 나서 신미정은 그를 엄청 쌀쌀맞게 대했다.유현진이 문서를 가져다 주러 온 걸 알고 함께 들어왔던 것이다.그런데 회사에 들어서자마자 장씨 아주머니가 이층에서 뛰어내리겠다고 하는 모습이 보였다.장씨 아주머니는 신미정을 보자 구세주라도 만난 듯 울먹이면서 말했다. "사모님, 저를 도와주셔야 돼요."신미정은 그런 장씨를 화난 얼굴로 쳐다보았다. 분명 며칠 기
어쨌거나 장씨는 신미정의 사람이다. 신미정이 있는 한 그에게는 승산이 있다. 하지만 지금 신미정이 자리를 뜨려 한다.신미정이 없어지면 희망도 없어진다.이때 강현우가 입을 열었다."큰어머니, 대화로 잘 풀었으면 장씨 아주머니가 여기에서 목숨으로 협박할 일도 없잖아요."이 말에 장씨 아주머니가 힌트를 얻었다.오늘 여기까지 와서 소란을 피우지 않았다면 신미정은 아예 코빼기도 안 보였을 것이다. 어렵게 분위기를 조장해서 담판까지 이끌었는데, 신미정이 사라지면 그의 요구도 물 건너간다.강한서의 친엄마로서 신미정이 아들 편을 들 게 뻔하다.이러한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자 장씨 아주머니는 더 견결한 태도로 말했다."사모님, 일이 이렇게 된 바 저 더 잃을 것도 없어요. 저는 강씨 집안에서 일하는 동안 충성을 다했어요. 그런데 작은 사모님 한 마디에 저를 짜르려 하고 있고, 보상 하나 없이 이상한 오명까지 들씌우잖아요. 이 바닥에서 입소문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시잖아요. 이렇게 저를 짜르면 저 진짜 끝이에요. 오늘 해결해 주시지 않으면 저도 살 길이 막혔으니 여기에서 그냥 뛰어내려 한성그룹이 오래 충성스레 일해 왔던 직원을 어떻게 대하는지 사람들에게 알릴 거예요."신미정은 화가 나서 얼굴이 푸르딩딩해졌다. 저 바보같은 인간! 다른 사람한테 이용 당하는 것도 모르고!주변도 갑자기 들끓었다. "십여 년 일했는데, 짜르면서 보상도 없다니, 강 대표님 너무 하시네.""이건 그나마 괜찮은 거지. 기존에 재무부서 손 부장은 아직 감옥에 있잖아.""손 부장은 법을 위반하나 거구. 그런데 이 도우미 아줌마는 뭐했는데. 어쨌거나 십여 년을 일했는데 이렇게 냉정하게 내치는 건 아니지.""듣는 바에 의하면 강 대표님 사모님의 뜻이라고 하던데. 사모님이 도우미를 싫어해서 강 대표님한테 뭐라 했나봐. 그랬더니 강 대표님이 바로 짤랐고.""이건 뭐 소꿉장난도 아니고."......사람들이 수군거리는 말을 듣자 유현진의 눈가가 부르르 떨렸다. 지난 생에 도대체 강씨 집안에 뭘 잘못을 했기에 강씨 집안
작은 소리로 수군거리던 사람들이 갑자기 유현아의 한마디에 화두를 유현진에게 돌렸다.그러자 신미정도 한 마디 덧붙였다."그래, 현진아. 장씨가 너희를 여러해 동안 보살폈는데, 네가 너그럽게 봐주렴."지금 유현진이 오명을 뒤집어쓰면 강한서가 회사에서의 명망을 잃는 일은 피면할 수 있을 것이다.유현진은 민경하가 자신을 이 자리에 부른 이유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문서를 가져와?거짓말!일이 커지면 강한서의 이미지에 영향을 미칠까 봐 그더러 오명을 뒤집어 쓰라는 거잖아!유현진은 차디찬 눈빛으로 강한서를 쳐다봤다. 민경하는 마음이 찔리는지 눈길을 피했다.이때 강한서가 눈썹을 찌푸리더니 입을 열었다. "엄마, 이미 사적으로 협의가 끝난 일이잖아요. 제가 오늘 장씨의 요구를 들어준다면 나중에 회사에서 짤린 사람마다 와서 소란을 피우면 제가 모두 받아들여요? 회사가 자선 사업이 아니잖아요."연기로 따지면 강한서는 유현진보다 한 수 위다!유현진이 오명을 뒤집어쓴 상황에서 이렇게 태연하게 말하다니.그때 신미정이 입을 열었다."현진이와 조금 오해가 있었던 거잖아. 현진이가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는다면 장씨더러 현진이한테 사과하라고 하면 되잖아. 나를 봐서라도 그만 넘어가주면 안 되겠니?"장씨 아주머니는 바로 그 뜻을 알아차리고 유현진 앞에 무릎을 꿇었다. "작은 사모님, 제가 잘못했어요. 저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 저 진짜 이 일자리를 잃으면 안 돼요."주변이 갑자기 또 들끓기 시작했다."이렇게 연세가 있으신 분이 무릎을 꿇다니!""일자리를 찾는 게 오죽 어려우면 이러시겠어?""아무 근심 걱정 없는 귀하신 사모님께서 어떻게 일하는 사람의 어려움을 알겠어. 그의 한 마디면 사람을 바로 짜를 수 있잖아.""유씨 집안도 일반인에서 한 걸음씩 여기까지 왔는데, 어떻게 사람이 저 정도로 매정할 수가 있어."
"자신이 비를 맞았다고 다른 사람한테 펄펄 끓는 물을 뿌리려는 격이죠."......유현아가 이 소리를 듣고는 입고리를 말아올리더니 나서서 유현진을 말렸다. "언니, 아빠가 늘 타인을 너그러이 대하라고 타일렀잖아. 그만해. 아주머니가 사과했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가 안 풀린다면 대충 벌하면 되지.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계속헤서 소란을 피우는 것도 보기 안 좋잖아."유현진은 그런 유현아를 쏘아보았다.만약 오늘 이만 끝내면 유현진은 "연세 든 사람에게 일말의 연민도 없는 냉혈 인간"이라는 오명을 뒤집에쓰게 된다.그래서 유현진은 바로 입을 열었다."아주머니, 한서 씨가 저 때문에 아주머니를 짜른다고 하셨죠? 그럼 이 자리에서 원인을 말씀해 주실 수 있어요? 여기에 있는 분들이 제가 아주머니에게 너무 심한 벌을 줬는지 판단을 해주게요."이 말에 장씨가 멍해졌다. 그걸 어떻게 그의 입으로 말하란 말인가?자신이 피임약통을 일부러 눈에 띄는 곳에 버려 신미정과 정인월이 발견하도록 하여 강한서와 유현진이 피임하고 있는 사실을 유출했다고.그가 체결한 계약에서 첫 번째가 바로 주인의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다.설령 신미정이 시킨 일이더라도 그는 솔직하게 말할 수가 없다. 그가 계약한 사람은 강한서이기 때문이다. 이 바닥에서 비밀누설은 금기 사항이다. 그래서 장씨 아주머니는 한참이나 머뭇거리다가 우물거리면서 말했다,"그게......쓰레기를 까먹고 버리지 않아서......"참 교묘하게 큰 잘못을 에둘러 갔다.유현진은 그가 솔직하게 말하지 못할 줄 알았다."아주머니, 한서 씨가 결벽증이 있고, 또 조금이라도 지저분한 환경에서 잠자면 알레르기 증상을 보이는 거 아시잖아요. 재작년에도 아주머니가 진드기를 제때에 제거하지 않아서 한서 씨가 붉은 발진으로 병원에 한 주나 입원한 거 기억하시죠. 그때도 제가 아주머니한테 침실만은 격일로 반드시 소독하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아주머니는 어떻게 하셨죠?"재작년에 강한서가 진드기로 인해 붉은 발진을 앓았던 사실은 전체 회사
의사가 알레르기 증상이라고 하자 집에 돌아온 유현진은 알레르기원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는 가운데 우연히 CCTV에서 장씨 아주머니의 아들이 집에서 하룻밤 머문 사실을 발견했다.신미정은 도우미들이 규정을 어기는 것을 질색한다. 그래서 신미정에게 자신의 아들을 하룻밤 묵게 한 사실이 들켜 일자리를 잃을까 봐 울면서 유현진에게 이 일을 비밀로 해달라고 애원했다.그래서 유현진은 당시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그저 침대 시트를 다 새로 바꾸고, 앞으로 최소 한 주에 세 번은 소독하라고 당부했다.유현진은 타인의 잘못을 계속 언급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일이 지나가고 시간이 흐르자 아주머니 본인도 이 일을 까먹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자신이 쓰레기를 버리지 않았고 방 청소에 소홀히 했다고 하고 있으니 유현진이 예전의 일을 다시 상기시키자 아무런 반박도 할 수 없었다.그는 스스로 강한서가 자신을 짜르려는 진짜 이유를 밝힐 수가 없었기에 자신의 실수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장씨 아주머니는 입술을 깨물면서 불쌍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딱 한 번 실수한 거예요. 사모님, 저한테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이때 강현우가 눈웃음을 보이면서 말했다."형수님, 아주머니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이렇게 사소한 일로 짜른다는 게 너무 심한 거 아니에요. 사람이 기계도 아니고 어떻게 실수를 하지 않아요.""사소한 일이요?"유현진이 눈을 치켜뜨더니 매서운 눈빛으로 강현우를 응시하면서 말했다."도련님, 직접 겪어보지 못해서 사소한 일이라고 하는 것 같은데. 아주머니의 작은 실수가 저의 남편, 그러니까 도련님 형님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다는 걸 아셔야 돼요. 응급실 밖에서 생사를 모르고 기다리는 마음이 어떤지 아세요."유현진의 목소리는 결코 크지 않았다. 하지만 또박또박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에 진실된 감정이 실려서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저도 모르게 그의 말을 굳게 믿어 의심치 않게 하였다. 물론 이 모든 게 다 강한서의 생명 안전을 위한 일인 것도 사실이
대장은 고개를 여러 번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건 물론이죠. 이미 먼저 주혁 씨에게 연락했어요. 집에서 가족들과 상의한 후 곧바로 답을 준다고 했습니다. 그의 집안 사정으로 회사가 이렇게 좋은 혜택을 주는데 그가 신청하지 않겠어요? 절대 그럴 리 없죠.”원율은 잠시 담배를 피운 뒤 담배 끝을 비벼 끄며 말을 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다른 부서에도 더 전해야 하니까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대장님, 일 보세요.”원율을 보내고 나서 대장은 다시 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주혁 씨, 가족이 두 명이니까 연간 십만 원도 안 되게 더 내면 돼. 한 달에 만 원도 안 되고 가족이 병원 갈 때 드는 비용은 전부 보장돼. 이 작은 돈 아끼려고 하지 말고 큰 기회를 놓치지 마.”주혁은 돈에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그가 가장 싫어한 건 그 돈을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가족을 위한 보험에 가입하면 이번 주 금요일에 반드시 그들과 함께 건강검진을 받아야 했다. 설령 병원이 서대금이 손수 준비한 곳이라 해도 그에게는 그 사실이 부담스럽고 꺼려지는 일이었다.대장은 계속해서 재촉하며 보험 가입 후의 이점을 설명했다. 결국 주혁은 마지못해 동의했다. “그럼 내 아내와 아들도 함께 가입시켜줘. 나중에 주민등록증 사진 보내줄게.”“알겠어. 잘 쉬고 빨리 회복해. 듣자 하니 곧 송가람 씨 밑에서 일하게 된다면서? 잘 됐어. 정해지면 꼭 한턱 쏴.”주혁은 송가람 밑에서 일하게 될 생각에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눈빛에 부드러운 감정이 스며들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확정되면 한 번 쏠게.”최종적으로 제출된 명단에 주혁의 가족이 포함된 것을 확인한 한현진은 비로소 안심했다. 체크업은 금요일과 토요일로 이틀에 걸쳐 나뉘어 진행되었고 한현진은 주혁이 토요일에 가는 것을 일부러 확인한 후 같은 날에 병원을 가기로 했다.주혁은 아내와 아들을 데리고 왔다. 그의 아내는 평범한 주부였고 깔끔하게 차려입고 있었다. 한현진이 그녀를 보았을 때 그녀는 주혁
회의실의 사람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떠나자 한현진은 물건을 정리한 뒤 아직 자리에 앉아 있는 서해금을 향해 파일을 들고 다가갔다. “아주머니, 방금 지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해금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네가 직원들을 생각해서 한 거니까 당연히 지지해야지. 우리 모두 같은 회사에 있는 한 하나의 팀이니까.” 한현진도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아주머니가 제가 먼저 조사를 했다고 문제 삼지 않으셔서 다행이에요. 그리고 집에 보내주신 곤약도 가람 씨 통해 잘 받았어요.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서해금은 여유 있게 말했다. “가족끼리 서로 아끼는 거지. 너무 예의 차리지 마.”한현진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주머니, 제가 회사에 온 이래로 여러모로 신경을 많이 쓰게 해드렸어요. 제가 성격이 직설적이고 고집도 세서 가끔 말이 거칠어질 때도 있어요. 그런데도 아주머니께서 항상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주셔서 감사해요.” “아빠한테 들었어요. 아주머니가 아빠한테 저를 칭찬해 주셨다고요. 그 말을 들으니 저도 마음이 무겁고 어쩌면 제가 너무 어리석게 행동했나 싶어요.”“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서해금은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얘가 무슨 말이야. 어른이 아이와 다툴 일이 뭐가 있겠어? 현진아, 아주머니는 네 친엄마는 아니지만 너희 어머니와는 정말 소중한 친구였어. 네가 송씨 가문에 돌아올 수 있게 되어 아주머니는 그 누구보다 기뻐.” “지금 네가 집안에서 가람이랑 함께 지내는 걸 보니 젊은 시절 너희 어머니와 함께 보낸 시간들이 가끔 떠올라. 우리가 반평생을 함께 지냈고 너희는 진짜 자매가 된 거지. 이것도 하나의 인연이란 거야.”한현진은 속으로 토할 뻔했다. ‘정말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온다고?’만약 당시 아이를 바꾼 일과 그녀 어머니의 죽음이 모두 바로 눈앞에 있는 이 온화하고 친절한 여자과 관련이 있었다는 여러 가지 증거들이 없다면 이렇게 진심 어린 말투를 들었을 때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을 것이
하지만 이 제안이 실행되면 소문이 돌아 사람들이 그것을 한현진 덕분이라고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서해금은 아마도 이를 기꺼이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것이다. 서해금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제안은 나쁘지 않지만 실비보험은 본래 회사가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기본적인 보장이기에 만약 직원들에게 요금을 부과하게 되면 일부 사람들은 이를 회사가 급여를 삭감하려는 방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직원들의 가족은 병원을 거의 가지 않아 이 비용이 꼭 필요한 지출은 아닐 수 있어요. 그런데 전액을 회사가 부담하게 된다면 일부 직원들이 가족을 허위로 신고해 다른 사람의 보험을 대신 받으려 할 가능성도 생길 수 있을 겁니다.”한현진은 그녀가 이렇게 말할 것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기에 처음부터 말하는 방식에 약간의 여유를 두었다. 서해금이 자신의 의문을 제기하자 그녀는 다시 말을 이었다. “직원들이 가족을 위한 보험을 구매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자발적입니다. 회사는 강제로 요구하지 않아요. 다만 구매의 문턱을 낮춰놓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죠. 원하는 사람은 구입하고 원하지 않는 사람은 추가 비용을 부담하지 않도록 말이에요.” “서 대표님 생각은 어떠신가요?”서해금은 입술을 꽉 다물고 잠시 침묵한 후 말문을 열었다. “현진 씨, 구입을 개방하는 것은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우리 쪽은 괜찮지만 보험사와의 협상이 필요해요. 어떤 보험사도 손해 보려고 하진 않잖아요.” 한현진이 살짝 웃으며 답했다. “보험사와의 협상은 제가 맡을게요. 지금 여쭤보는 건 서 대표님 개인의 의견이에요. 동의하시는지요?” 서해금은 당연히 반대한다고 말할 수 없었다. 회의실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반대한다고 말하면 그 소문이 바로 회사 전체에 퍼지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녀가 그동안 쌓아온 직원들을 위하는 좋은 상사의 이미지가 무너질 게 뻔했다. 서해금은 절대 자기를 망칠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서해금은 잠시 침묵한 뒤
이틀 후 깔린느 정기 회의에서 서해금은 직원들의 건강검진을 언급하며 각 부서가 직원들의 시간을 조율하고 차례로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말했다. 말을 마친 후 시간을 확인하며 말을 이었다.“그럼 특별한 사항 없으면 오늘 회의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잠깐만요.” 한현진이 서해금의 말을 가로막았다. 모두가 그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서해금도 눈을 들어 한현진을 응시하며 여유 있게 말했다. “현진 씨, 더 지시할 거라도 있어요?” 한현진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지시라뇨. 이 자리에 계신 분들 모두 제 선배님들이세요. 업무적인 부분은 앞으로도 많이 배우고 의지해야 할 분들입니다. 다만 서 대표님께서 직원 건강검진에 대해 언급하신 걸 듣고 마침 오늘 회사 고위층 분들도 다 계셔서 한 가지 제안을 드리고 싶어서요.” “서 대표님, 괜찮으실까요?”모두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한현진이 아마도 회사 관리와 관련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회사에 온 지 몇 달이 되었고 비록 진씨 가문 사모님 홍혜림을 중심으로 몇몇 고객을 끌어들였지만 서해금의 기반은 그렇게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두 사람의 실력 차이가 매우 컸고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도 큰 진전이 없었으니 한현진은 분명히 조급할 것이다.서해금은 두 손을 가볍게 포개어 테이블에 놓고 여유롭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정기 회의는 원래 경영진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자리입니다. 어떤 의견이라도 편하게 말씀하세요. 좋은 제안이라면 우리는 반드시 적극적으로 채택할 겁니다.” 그녀는 매우 너그러운 태도로 민주적인 자세를 보여주었고 이것이 바로 서해금이 이렇게 확고한 위치를 유지하는 이유였다. 회의에서 나온 의견과 제안은 결코 당면에서 거절하지 않으며 오히려 지지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뒤에서는 다른 수단을 써서 상대를 밀어내는 법이었다. 사람들의 마음을 다루는 데 그녀는 능숙했다.한현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서 대표님이 이렇게 말씀하신다면 직설적을 말
송가람은 급히 말을 이었다. [지금 저도 정확히 알 수가 없어요.] 그녀는 강한서보다 더 초조해했다. 황 닥터는 금지된 물품을 소지하고 있던 이유로 출국 금지 명령을 받았고 당분간 국내로 돌아오지 못한다고 했다. 그가 오지 않으면 강한서를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그는 분명히 모든 것을 기억해 낼 것이다. 송가람은 점점 더 초조해졌다.[한서 오빠, 저랑 같이 외국에 가서 교수님한테 진료받으러 갈래요? 그쪽에서 꼭 잘 봐주실 거예요.] 송가람은 더 이상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강한서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가람아, 평소 같았으면 바로 갔겠지만 지금은 안 될 것 같아. 너도 알잖아. 요즘 한주시 상황이 얼마나 복잡한지. 난 지금 이곳을 떠날 수 없어. 정말 어쩔 수 없으면 여기서 다른 의사를 찾아서 진료를 받는 방법을 찾아볼게.][그럴 수는 없어요!] 송가람이 목소리를 높였다. 강한서는 잠시 멈칫했다. [왜 안 되지?] 송가람은 자신이 너무 지나치게 행동했다는 걸 깨닫고 잠시 말을 더듬으며 겨우 입을 열었다. [교수님은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뇌과학 전문가 중 한 분이세요. 국내 의사들하고는 비교도 안 되죠.]의사를 바꾸면 강한서가 예전에 사용한 약에 대해 물어볼 것이었고 그렇다면 그녀는 그것을 말해야 하므로 폭로될 위험이 있었다.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날 수 없었다. 강한서는 난처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네.] 그는 잠시 침묵을 지킨 후 다시 말을 이었다. [사실 그 약은 효과가 좋았어. 매번 먹고 나면 머리가 맑아지고 잡생각들이 사라졌거든.] [그런데 지금은 그 약이 다 떨어져서 최근에 다시 두통이 찾아왔어. 그 약만 있으면 황 닥터가 올 때까지 버틸 수 있을 텐데.]송가람의 눈이 번쩍였다. ‘맞다. 그 약이 있었지.’ 그녀는 속으로 들뜬 마음을 억누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한서 오빠, 너무 서두르지 마세요.
하지만 이 보험은 직원 개인에게만 해당되며 가족은 이 보험을 가입할 수 없다. 지금 강한서의 의도는 이 혜택을 직원의 가족에게까지 확장하려는 것이다. 주혁은 집에 두 명의 환자가 있고 약을 자주 복용해야 한다. 만약 그가 회사의 이 선의를 거절한다면 그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 예전에 아들을 위해 인공 와우 이식 수술을 받을 돈을 마련하려고 위험을 무릅쓰고 직장을 잃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절대로 거절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강한서의 개인적인 의도도 있었다. 이런 세심한 직원에 대한 배려는 점차 아래 직원들이 한현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바꿀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위층은 작은 이익에 별로 신경 쓰지 않지만 일반 직원들에게는 다르다. 대부분 사람들이 열심히 돈을 버는 이유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다. 그들 대부분은 삼십대에서 마흔다섯 사이로 이 나이대의 사람들은 부모님을 부양하고 자식들을 키워야 한다. 회사가 약속한 성과급 같은 허황한 말보다는 이런 쉽게 보상받을 수 있는 실비보험이 직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기 때문에 더욱 마음을 얻을 수 있다. 한현진은 마치 뭔가 깨달은 듯 강한서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이렇게 사람 마음을 얻는 거구나.” 강한서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사실 처음엔 이런 생각까지는 못 했어. 할머니가 병원에 갈 때는 항상 진씨 아저씨랑 같이 가서 내가 직접 겪을 일이 거의 없었거든. 이런 일도 거의 없었고.” “그런데 한 번은 민 실장이랑 같이 출장 가는 길이였어. 그때 민 실장 어머니께서 비를 맞으면서 우리를 마중 나왔는데 길이 미끄러워서 자전거를 타다 넘어지셨어. 가벼운 사고가 나이었고 수술이 필요한 정도로 심했었지.”“그때 민 실장한테 병원에 남아서 어머니를 돌보라고 하고 혼자 고객을 만나러 갔어. 며칠 만에 일을 마치고 병원에 들렀더니 수술은 다행히 성공적이었어.” “그런데 입원부터 치료까지 전부 합쳐서 거의 천만 원 가까이 들었더라. 민 실장은 보험 청구를 했
강한서가 가식적인 말투로 말했다. “부탁할게. 나중에 내가 너랑 여정 씨에게 크게 한 턱 쏠게.”강한서에게 등을 돌린 신우가 손을 들어 중지를 내밀었다. 한현진이 강한서에게 나지막이 물었다. “신우 씨가 널 꽤 귀찮아하는 것 같아. 전에 여정 씨에게 신우 씨는 욕을 하지 않는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아닐 걸?”강한서가 헛소리를 지껄였다. “난 우리 사이가 좋다고 생각해. 봐봐, 지금 얼마나 열심히 우릴 도와주고 있어.”한현진이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강한서를 쳐다보았다. ‘그래? 난 왜 신우 씨가 마지못해 하는 것 같지?’생각하던 한현진이 말했다. “이제 이런 일로 신우 씨 번거롭게 하지 말자. 우리 다른 방법 찾아보자. 언제까지 부탁할 순 없잖아.”강한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도 계속 신우에게만 매달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신우처럼 능력 있고 입도 무거운 사람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현진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언제까지 신우에게 부탁할 수는 없었다. 신우의 할아버지가 위독하시기 때문에 지금은 삼촌들의 후계자 싸움이 가장 치열한 시기였다. 수많은 눈이 서로의 약점을 노리고 있었기에 신우의 처지 역시 살얼음판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럴 때일수록 그 어떤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된다. 신씨 가문에서 요즘 경쟁이 제일 치열한 것이 바로 제일 많은 계약금이 걸린 프로젝트였다. 강한서는 이 기회를 빌려 신우에게 투자금을 보태 그동안 진 신세를 갚을 생각이었다. 그날 오후, 지문 대조 결과가 나왔다. 편지 봉투와 그림에는 한현진과 강한서의 지문을 제외한 세 사람의 지문이 있었다. 그 세 사람 중 한 명은 주혁의 아내였고 또 다른 사람은 주혁의 아들인 주지호였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지문 대조 시스템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또 다른 사람의 지문이었다. 그 결과에 한현진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이 정보를 따라 뭔가를 캐낼 수 있을 것이라 여겼지만 이렇게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조사 결과는 결국 시스템에조차 등록되어 있
시원하게 욕을 날린 신우는 의리 있게 강한서의 부탁을 들어줬다.10여 년 전 주혁이 경찰서에 남겼던 지문을 받은 강한서는 곧 생체 인식 실험실에 보내 두 지문을 대조하도록 했다. 2시간도 지나지 않아 결과가 나왔다. 한지와 편지봉투에서는 주혁의 지문을 찾을 수 없었다. 그 결과에 한현진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말도 안 돼. 뭔가 착오가 있는 거 아냐? 그때 직접 손으로 나에게 건네줬었어. 심지어 장갑도 하지 않았는데, 지문이 안 나왔다고?”신우가 말했다. “여긴 여정이와 여정이 사수가 함께 만든 실험실이에요. 게다가 형사들과 자주 협력하는 곳이기도 하고요. 지문 대조 시스템은 여길 따라올 곳이 없어요. 한 번도 틀린 적 없었어요.”신우의 말은 지문 대조 결과가 틀렸을 리가 없다는 얘기였다. 신우는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갑을 꺼냈다. 이제 막 담배 한 대를 꺼내려던 그때, 손에 들린 담배가 강한서의 손에 내쳐져 툭, 쓰레기통으로 떨어졌다. 신우: ???머리가 복잡했던 한현진은 두 사람을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럼 왜 없는 거지?”여전히 오리무중에 빠진 한현진과 달리 강한서는 이미 눈치 채고 있은 듯 말했다. “혹시... 지금 그 사람은 애초부터 주혁이 아니었던 거야. 그래서 경찰에게 지문이 남아있을까 봐 그런 방법의 자신의 모든 지문을 지워버린 거야. 자신의 진짜 신분을 들키지 않기 위해.”강한서의 추측에 한현진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어떻게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거야? 그건 너무 많이 앞서간 거 아냐? 기사님은 가족도 있고 아이도 있어. 만약 정말 사람이 바뀐 거라면 가족들은 눈치 채야 하는 거 아냐?”“데가 이 세상에는 그렇게 똑같이 생긴 사람은 없어. 아무리 닮은 쌍둥이라고 해도 가족들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잖아.”강한서가 입술을 짓이겼다. “어쩌면 가족들은 원래 그 사람이 돌아오길 바라지 않을 수도 있지.”한현진은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그녀는 얼른 강한서에게 물었다.
“얼른 다시 가져와. 급히 쓸데가 있어.”강한서: ?“왜 그래?”한현진이 말했다. “전화로 얘기하긴 복잡한 일이야. 아무튼 얼른 전화해서 그림 다시 가져오라고 해. 만약 안 건드렸으면 못 건드리게ㅔ 하고 만약 꺼냈으면 얼른 다시 포장하라고 해. 내가 금방 갈게. 만나서 더 자세하게 얘기해 줄게.”강항서가 대답했다. “알겠어. 지금 당장 다시 가져올게.”한현진은 일찍 퇴근하고 집으로 향했다. 전화에서 한현진이 워낙 급하게 얘기한 탓에 강한서도 그녀가 걱정이라 손에 있던 일을 미리 마친 후 칼퇴근해 집으로 돌아왔다. 만나자마자 강한서를 본 한현진이 물었다. “기사님 아직 그림 안 넣었지?”강한서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네가 너무 일찍 얘기해서 넣지도 못한 상황이야. 네가 그림을 가진 후로 우리 두 사람을 제외하면 아무도 그림을 본 적이 없어.”한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랍에서 일회용 장갑을 꺼내 낀 후 그림과 평지를 함께 꺼내 일회용 봉투에 넣었다. 한현진의 행동을 본 강한서의 눈가가 파를 뛰었다. “증거 수집해?”한현진은 봉토를 밀봉하며 말했다. “정말 증거가 될 수도 있어. 일단 가직해 둬.”“대체 무슨 일이야?”한현진이 장갑을 벗고 나서야 강한서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과 본인의 의심과 의혹을 얘기했다. “이번 주에 기사님께서 뭔가 사고를 친게 틀림없어. 그래서 재판장에서 지문 인식하는 걸 거부하는 거겠지. 만약 기사님이 전과범이고 회사에서 그 사람을 그대로 둔다면 기사님이 영향을 끼치는 것 나뿐만이 아니야. 그건 말이 안 되는 것 같아.”“내가 생각해봤는데 일단 지문을 수집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아. 일단 고여정 씨께 이 사람이 대체 무슨 죄를 지었는지 알아봐. 그래야 만일이 사태에 대비를 하지.”한현진의 말을 들은 강한서가 의문을 제기했다. “주혁 씨의 지문은 이미 시스템에 등록되어 있어. 무슨 범죄를 저질렀는지는 신상 조회를 하면 바로 나올 텐데 지문을 지우는 게 무슨 소용 있어?”한현진이 멈칫했다. “없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