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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4화

차미주가 말했다.

“그래도 확인은 해봐야 할 거 아니야. 만약 뭐라도 없어지면 내 탓을 하려고?”

한성우가 낮게 웃어버렸다.

“만약 집에서 물건이 없어지면 너를 팔아서라도 배상해 줘.”

차미주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럼 네 집에 있는 물건을 다 훔쳐 가야겠네.”

그녀는 이내 다시 재촉했다.

“빨리 말해. 나 내일 아침 회사로 가야 한단 말이야. 이러면 얼마 못 놀아.”

“알았어. 일단 들어와.”

차미주는 전화를 끊었다. 비번을 누르고 바로 안으로 들어갔다.

집안에서는 은은한 향기가 풍겨왔다. 현관엔 호접란 화분이 있었고 하얀 꽃에 푸른 잎, 보기만 해도 시원하고 아름다웠다.

그녀가 슬리퍼로 갈아 신을 때 무의식적으로 신발장을 힐끔 쳐다보았다. 신발장엔 전부 남자 신발만 진열되어 있었고 그녀가 갈아신은 슬리퍼만 여성 신발이었다. 슬리퍼엔 핑크색 토끼 귀가 달려있었고, 복슬복슬한 털 슬리퍼였다.

게다가 이 슬리퍼는 그녀가 처음 한성우 집으로 오게 된 후 그의 슬리퍼가 너무 크다며 투덜거린 탓에 한성우가 새로 사 온 것이었다.

그녀는 그때도 한성우의 안목이 구리다며 투덜대긴 했지만, 이상하게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현관은 지나쳐 머리만 빼꼼 내밀고 거실을 살폈다.

집안은 아주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티테이블 위엔 향초가 몇 개 놓여 있었다. 게다가 식탁 위 꽃병엔 붉은 장미 하나와 흰 장미 하나가 꽂혀 있어 아주 심플해 보였다.

한성우는 생활의 품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비록 혼자 살고 있었지만, 집안은 항상 먼지 하나 없이 깔끔했다.

차미주는 한성우가 매일매일 도우미 아주머니를 불러 청소하는 줄 알고 있었다. 그와 친해진 뒤로 그녀는 도우미 아주머니가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만 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한성우가 매일매일 직접 청소했던 것이었다.

그는 강박증이 있었다. 그래서 집안의 모든 물건을 각을 딱 잡고 정리해 두었다. 그녀가 그의 집으로 찾아와 이것저것 뒤지면 한성우는 항상 그녀의 뒤에서 물건을 정리하여 원래 자리에 원래 모습으로 정리해 놓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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