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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1화

作者: 송진
성유리는 태연한 표정의 성시원을 보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아, 설마 이거, 아버지랑 박 대표가 짜고 벌인 일이에요?”

“당연히 아니지.”

성시원이 미간을 심각하게 찌푸리더니 계속해서 말했다.

“유리야, 너도 입사한 지 꽤 됐잖아. 회사의 이익은 네 개인적인 이익보다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는 거, 잘 알지 않니?”

성유리는 아무 대답 없이 그저 이를 꽉 물었다.

성시원은 곧이어 다른 사람을 안으로 불러들였다.

그 사람은 성유리도 아는 사람이었다.

바로 연성 지사의 대표로 근무 중인 고명도였다.

이미 연성 지사에서 인맥과 기반을 다진 고명도가 본사로 발령받았다는 것은 사실상 고명도에게 불리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회사에 잘 적응해나갔다. 이번 프로젝트 역시 지화 그룹에서 직접 그를 지명해 담당하도록 한 것이었다.

“오랜만이네, 성 대표.”

고명도는 웃는 얼굴로 성유리의 앞까지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하지만 성유리는 그의 악수를 무시한 채 차가운 표정으로 뒤돌아 밖으로 나갔다.

“이번 주에 시간 되면 회사로 나와. 인수인계해야 하니까.”

성시원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성유리의 발걸음이 잠시 멈칫했지만 그녀는 뒤돌아보지 않고 그저 무표정한 얼굴로 자리를 떴다.

회사 밖으로 나온 후에야 성유리의 곧게 펴져 있던 등이 조금씩 구부러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주차된 차를 바라보았다.

익숙한 차종에 익숙한 번호판이었다.

성유리는 입술을 꽉 깨문 채 차가 주차된 쪽으로 걸어갔다.

차창은 꽉 닫혀 있었고 짙게 선팅 된 창문 덕에 내부가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차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성유리는 망설임 없이 곧장 차 문을 열고 차에 올라탔다.

차 뒷좌석에는 박한빈이 앉아 있었다.

그는 예전과 조금도 변한 것이 없었다. 여전히 단정한 셔츠를 입고 있었고 걷어 올려진 소매 밑으로는 검은색과 금색의 조화가 잘 어울리는 시계가 눈에 들어왔다.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태블릿에 집중하고 있던 그는 갑자기 차에 올라탄 성유리에도 전혀 놀란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성유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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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유리가 마련한 집은 작지만 아늑했다.하지만 층이 낮아 창가에 서도 제대로 된 풍경이나 달빛조차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박한빈의 팔을 힘주어 움켜쥐었는데 목소리는 이미 살짝 쉰 상태였다.사실 성유리는 박한빈의 화가 전혀 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조금 전 보였던 불쌍한 척과 반성하는 태도는 결국 밀고 당기기의 한 수였을 뿐이었다.성유리는 다 봤다.손등의 작은 상처 외엔 몸 어디에도 멍 하나 없었다.심지어 그 상처도 벽에 일부러 긁어서 만든 걸지도 몰랐다.지금의 박한빈 성격이라면 충분히 가능했다.그가 원하는 건 단 하나였다.성유리가 안심하고 자신을 집에 들여보내는 것.일단 문을 열어준 순간, 주도권은 박한빈 것이었다.그리고 그는 충분히, 아주 충분히 성유리에게서 ‘보상’을 받아 갔다.바로 지금처럼.성유리는 이미 여러 번 머리까지 저으며 살려달라고 애원했다.하지만 박한빈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점점 더 거칠게, 센 힘으로 성유리를 탐했고 그녀의 생사조차 신경 쓰지 않았다.하는 수 없이 성유리는 그날 밤 박한빈이 듣기 좋아하는 말을 수없이 내뱉었다.다음 날 아침, 스스로 했던 말을 떠올려도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였다.반면, 박한빈은 대단히 만족한 표정으로 말했다.“집 괜찮네. 앞으로 종종 와야겠다.”그 말에 성유리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박한빈이 떠난 뒤, 제일 먼저 한 일은 도어락 비밀번호를 바꾸는 것이었다.그날 밤, 정말 박한빈과 에릭이 싸웠는지는 성유리도 알 수 없었다.다만, 확실한 건 그날 이후 두 사람은 거의 완전히 연락을 끊었다는 것이었다.그리고 에릭과 아라의 결혼 준비는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성유리는 이미 청첩장을 받아 두었는데 보낸 사람은 다름 아닌 아라였다.청첩장 안에는 그들과 함께 찍은 웨딩사진도 들어 있었다.사진 속 아라는 웨딩드레스를 입고 의자에 앉아 있었고 에릭은 그녀의 뒤에 서서 어깨에 가볍게 손을 올린 채 미소를 짓고 있었다.흔한 웨딩 촬영 포즈였지만 성유리는 어딘가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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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작스럽게 터진 박한빈의 웃음에 성유리는 멍해졌다.그러다 이내 마치 정신병자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박한빈을 가만히 쳐다봤다.“너 이제 안 화났어?”박한빈이 묻자 성유리는 그제야 자신이 여전히 화가 난 상태여야 한다는 사실을 떠올렸다.심지어 집에 가는 것도 싫다고 선언한 상태였다.방금 박한빈이 괜히 상기시켜 주는 바람에 다시 감정을 끌어올리려던 순간, 박한빈은 갑자기 그녀를 확 끌어안았다.“오늘은 내가 잘못했어.”뜻밖에도 순순히 잘못을 인정하는 그의 태도에 성유리는 당황했다.“내가 널 너무 가뒀어.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해서 네가 하면 안 된다고 말한 것도 잘못이야.”“난 그냥 네가 너무 걱정됐어. 누군가 너를 속이거나, 혹시 또 위험한 일이 생길까 봐.”진심을 다해 말하는 박한빈을 본 성유리는 할 말을 잃었다.한참을 머뭇거리다 결국 그녀 또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저도 잘못했어요.”“네가 뭘 잘못했는데?”박한빈은 성유리를 쓱 밀어내곤 그녀와 눈을 맞췄다.그 태도가 너무 명확했기에 성유리가 그의 의도를 모를 수 없었다.‘유도신문 같은 거였구나. 결국 나한테서 이런 대답을 들으려던 거였어.’하지만 이미 말을 꺼낸 이상 주워 담을 수도 없었다.“사실 저도 그런 곳을 좋아하진 않아요. 그냥... 아라 씨가 너무 불쌍해서 같이 간 거고요.”성유리는 자신이 말한 단어를 다시 떠올렸다.불쌍하다는 말, 그 말을 내뱉는 순간부터 성유리의 마음속에는 복잡한 감정이 얽히고 있었다.집안이 비슷해야 잘 어울린다는 어른들의 말과 사랑하기만 한다면 아무 문제 없다는 말은 어느 정도 정확했다.하지만 그런 문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이 발생하기 마련이다.마치 아라와 에릭처럼.그들의 차이는 너무도 컸다.그리고 아라의 부모는 에릭을 마치 ‘입장권’처럼 여겼다.결혼을 위한 거액의 지참금조차도 그들에게는 그저 돈벌이 수단이었다.그 결과, 아라는 점점 외딴섬처럼 고립되었다.혼자서는 견디기 힘든 상황에서 단순한 싱글 파티라는 명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926화

    성유리가 산 집은 사실 그리 크지 않았다.비록 그녀가 받은 저작권 수익이 적지는 않았지만 땅값이 비싼 금성에서 겨우 방 두 개짜리 작은 아파트 계약금 정도를 마련할 수 있을 뿐이었다.이 집에 박한빈은 한 번도 온 적이 없었다.그리고 성유리는 알았다.그가 이곳을 마음에 들어 할 리가 없다는걸.하지만 박한빈이 모르는 사이 성유리는 이곳을 자신만의 공간으로 잘 꾸며 놓았다.필요한 생활용품들은 모두 근처 마트에서 산 터라 세면을 마친 성유리는 바로 침대에 누웠다.이제야 비로소 자신의 공간이 생겼다.그러니까 마음이 편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눈을 감고 한참 누워 있던 성유리는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어쩐지 어색했다.매일 밤 박한빈과 함께 있다가 오늘 처음으로 혼자 있는 침대가 이렇게 넓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게다가 새로 들여놓은 가구에서는 아직도 약간의 냄새가 났다.결국, 한참을 누워 있던 성유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성유리는 박한빈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려던 것은 아니었다.방금 술집 앞에서 그렇게 큰소리를 쳤는데 이제 와서 돌아가면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그저 잠이 안 와서 아래층 편의점에 가서 뭐라도 사 오려고 했을 뿐이다.하지만 문을 연 순간, 그 앞에 서 있는 박한빈과 마주쳤다.박한빈은 담배를 손에 들고 있었다.아직 피우던 상태였는데 성유리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놀란 듯 급히 담배를 비벼 끄며 변명했다.“나... 지금 막 다시 피우기 시작했어.”그리고는 얼른 담배를 손바닥 안에 꽉 쥐었다.“왜 나왔어?”성유리는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보다 작게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언제부터 여기 계셨어요?”그렇지만 곧바로 성유리는 또 다른 걸 깨닫고 다시 물었다.“아니, 제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아셨죠?”“관리실에 알아봤어.”성유리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사실 박한빈에게 이걸 물어본 게 실수였다.여기는 금성이다.박한빈이 모르는 일이 있을 리가 없는 금성.아마 성유리가 이 집을 사자마자 관리사무소에서 바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925화

    박한빈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성유리는 이미 혼자 앞으로 걸어 나가고 있었다.“어디 가려고?”그는 급히 따라붙으며 물었다.“이제 집에 가야죠.”“나...”“당신이랑 같이 안 가요.”성유리는 단호하게 말했다.“전 제집으로 갈 거예요.”그녀가 말하는 집은 저작권 수익으로 스스로 마련한 집이었다.박한빈은 한때 성유리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굳이 네 명의로 집을 살 필요 있어? 내가 가진 부동산이 얼마든지 있는데? 네가 원하면 하나 넘겨줄 수도 있어.”하지만 성유리는 끝까지 자신의 명의로 집을 장만했다.박한빈은 그때는 그녀의 고집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제야 알 것 같았다.성유리는 어떤 식으로든 그에게 얽매이지 않으려 했던 것이다.예전에는 둘이 싸우면 김서영에게 갔었다.하지만 김서영이 아무리 그녀를 아낀다 해도 결국 박한빈의 어머니였다.이제는?성유리는 더 이상 그런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그녀는 술이 취한 상태라 운전을 할 수 없었기에 별다른 고민 없이 택시를 잡아타고 떠났다.박한빈은 차를 몰고 따라가려 했다.그런데 바로 그 순간 술집 입구에서 보안 요원들이 일제히 2층으로 뛰어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다급하게.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뻔했다.‘쟤가 또 난동을 부렸겠지.’성유리의 차가 멀어지는 것을 보던 박한빈은 짧은 고민 끝에 술집 안으로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역시 그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방 안은 이미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에릭은 테이블이며 술병이며 모조리 집어던졌고 그 자리에 있던 남자들은 처참한 몰골로 쓰러져 있었다.그리고 소파 한쪽에 앉아 있는 아라는 머리카락과 옷이 축축이 젖어 있었다.누가 봐도 에릭이 술을 끼얹은 것이었다.모든 분노를 쏟아낸 에릭은 이제 아라를 데리고 나가려 하고 있었다.하지만 술집 관계자들이 그렇게 쉽게 보내줄 리 없었다.에릭의 눈빛은 점점 더 차가워졌고 당장이라도 난폭하게 부딪칠 듯한 기세였다.그 순간, 박한빈이 앞으로 나섰다.그는 술집 매니저에게 조용히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924화

    “와, 오셨어요?”성유리는 박한빈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태연한 반응을 보였다.그녀는 심지어 반갑다는 듯 그의 손을 잡으려 했다.“있잖아요. 이 사람도 이우빈 씨를 안대요. 그리고...”성유리는 옆에 있는 남자를 돌아보며 되묻더니 깔깔 웃었다.분명 술을 꽤 마신 상태였다.그리고 그녀가 모르는 사이, 옆의 남자는 이미 창백한 얼굴로 얼어붙어 있었다.그들의 일이 떳떳하다고 할 수는 없었다.단순히 술자리에서 대화만 나눈다 해도 어느 남자가 자신의 여자가 이런 곳에서 논다는 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더군다나 박한빈 같은 사람이라면?그는 본능적으로 알았다.이 남자는 자신이 건드릴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걸.하지만 성유리는 그런 분위기를 전혀 감지하지 못한 채, 여전히 남자에게 방금 하던 이야기를 이어가라며 재촉하고 있었다.박한빈은 더 이상 들어줄 수가 없었다.그래서 그는 더 볼 것도 없이 자신의 재킷을 벗어 성유리의 어깨에 덮어씌웠다.그리고 허리를 숙여 성유리를 그대로 안아 올렸다.“야, 박한빈. 잠깐만! 아직 얘기 끝나지도 않았다고요.”성유리는 불만스럽게 소리치더니 심지어 몸을 버둥거리며 내려놓으라고 했다.술에 취해 반말까지 하는 성유리였지만 박한빈은 단호했다.이내 팔을 단단히 조여 그녀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했다.“좀 살살 해요. 그리고 저 혼자 걸을 수 있다고요.”성유리가 짜증을 내며 소리쳤지만 박한빈은 전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그냥 묵묵히 그녀를 안고 걸어 나갔다.한참을 가던 중, 성유리는 갑자기 무언가를 떠올린 듯 말했다.“아라 씨는요? 아직 안 나왔잖아요. 저보다 더 마셨는데 제가 가서 데리고 나와야...”“아라 씨 약혼자가 데리러 올 거야.”박한빈은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그래도 혼자 두면 위험하잖아요. 만약...”“너도 거기가 위험하다는 거 알고 있었어?”참고 참던 박한빈의 분노가 살짝 터져 나왔다.그 한마디에 성유리는 움찔하더니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너 거기가 어떤 곳인지 알기나 해?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923화

    “음... 그럼 제가 좋은 곳으로 데려가 줄게요.”아라는 그렇게 말하더니 성유리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녀가 말한 좋은 곳은 다름 아닌 바로 위층이었다.술집 안에 마련된 작은 룸들, 성유리는 처음엔 노래방 같은 곳인 줄 알았다.하지만 아라가 문을 열었을 때, 그 안에는 하얀 셔츠를 입고 단정한 미소를 띠고 있는 남자들이 한 줄로 서 있었다.성유리는 순간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몸을 돌려 나가려 했다.그러나 아라가 그녀의 손목을 다시 붙잡았다.“어디 가시려고요?”“이건... 좀 아닌 것 같아서요.”성유리는 고민하다 결국 이런 말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무서워하실 필요 없어요.”걱정 가득한 성유리와는 달리 아라는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유리 씨는 정말 그 사람들이 밖에서 밥만 먹고 들어올 거라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저랑 에릭 씨가 어떻게 만났는지는 알고 계시죠?”“그 사람들도 할 수 있는 일을 왜 저희는 하면 안 되는 건데요?”...“네 마누라는?”에릭의 전화가 왔을 때, 박한빈은 서재에서 일하는 중이었다.성유리가 없으니 물 한 잔 떠다 줄 사람도 없었다.이래저래 짜증이 나던 참에 에릭이 다짜고짜 그렇게 물어왔다.그래서 박한빈은 짜증 섞인 말투로 에릭에게 되물었다.“이 밤중에 남의 마누라 행방을 묻는 게 예의라고 생각하냐?”“안 될 건 또 뭔데?”에릭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꾸했다.“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면 네 마누라는 지금 아라랑 같이 있을 걸?”“그래서?”“그 둘이 어디 있는지 알아?”“궁금하면 네 약혼녀한테 직접 물어보지 그래?”“내가 그걸 물어볼 수 있으면 너한테 전화했겠냐?”에릭의 말투가 점점 변해갔지만 박한빈은 별 대꾸 없이 전화를 끊으려 했다.그때 에릭이 이런 말을 덧붙였다.“그리고 내가 방금 어떤 메시지를 받았는지 궁금하지 않아?”“전혀.”“흠, 둘이 술집에서 일하는 남자들을 불러서 노는 중이라는데... 이 정도면 관심이 생기려나?”그 한마디에 박한빈의 관자놀이가 움찔거렸다.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922화

    성유리는 싱글 파티라고 해서 최소한 열 명 이상은 모일 줄 알았다.하지만 약속된 장소에 도착하고 보니 그곳엔 아라를 제외하면 손님은 혼자였다.게다가 장소도 술집이었다.아라는 바텐더와 가볍게 대화를 나누며 한껏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성유리는 자연스레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아라는 금방 그녀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왔어요? 이쪽이에요!”성유리는 아라 쪽으로 다가가며 그녀 손에 들린 술잔을 흘깃 쳐다보았다.“이래도... 괜찮아요?”“아, 유리 씨는 아직 모르죠?”아라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이제 뱃속에 애는 없어요. 그러니까 마셔도 상관없고요.”아라의 목소리는 무척 담담했지만 성유리는 그 대답에 순간 온몸이 굳어졌고 눈도 점점 휘둥그레졌다.그러나 아라는 아무렇지 않은지 시선을 돌리더니 다시 술을 한 모금 들이켰다.“사실 별일도 아니에요. 애초에... 낳을 생각도 없었고요.”“이제 없어진 게 오히려 잘된 거죠. 혼전임신... 저희 집안에서도 썩 달가워하지 않았거든요.”아라는 그렇게 말하며 성유리에게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동안 부모님도 비슷한 말로 위로해 주었다.하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말한 것은 아니었다.처음에는 오히려 걱정을 많이 했다. 혹여 아이가 사라지면 에릭이 결혼을 취소하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 때문이었다.그러다 에릭이 변함없이 결혼을 진행하겠다고 하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리고는 태도가 바뀌었다.“아이가 없는 게 뭐가 문제야? 너희 아직 젊잖아. 앞으로 기회는 많아.”아라는 그런 위로에 아무런 감정도 느낄 수 없었다.부모님은 모른다.그 아이가 그 사람에게 죽임을 당했다는걸.그저 아라가 주성운을 한 번 만났다는 이유만으로.아라는 그날의 기억을 잊을 수 없었다.에릭이 주성운에게 달려들려 하자 그녀는 막아보려 했다.하지만 에릭은 아라를 밀어냈고 그녀는 그대로 계단에서 굴러떨어졌다.한 층 높이의 계단을 통째로 구른 바람에 머리가 열 번도 넘게 부딪혔고 그 고통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921화

    “아, 그러고 보니 이 근처에 유치원이 하나 있네요.”아라가 고개를 끄덕였다.성유리는 처음엔 아라가 자신에게 무슨 볼일이 있어서 온 줄 알았지만 한참을 가만히 서 있어도 아라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결국 기다리던 성유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무슨 일이라도 있으세요?”“아... 아니요.”아라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그냥 혼자 시간도 남고 해서 거리 좀 돌아다니다가 마침 유리 씨를 봐서 인사하려고 온 거예요.”“아, 그래요? 그럼 저 먼저 가볼게요.”성유리는 다소 의아했지만 지금 바쁜 상황이라 더 시간을 낼 수 없었다.그녀가 자리를 뜨려 하자 아라가 급히 말을 붙였다.“저기 혹시 시간 되시면 같이 밥이나 먹을래요? 저 곧 결혼하잖아요. 그래서 싱글 파티를 하려고 하는데... 유리 씨는 올 수 있어요?”“언제 하는데요?”“유리 씨 시간 될 때.”성유리는 의아했다.“아라 씨 싱글 파티잖아요? 당연히 아라 씨 일정에 맞춰야죠. 시간은... 제가 한번 봐볼게요.”“그럼 내일 저녁 어때요?”“시간 되세요?”내일은 마침 주말이었다.지금 하늘이는 주말을 거의 김서영과 함께 보내고 있었다.성유리도 하늘이를 자신과 함께 지내게 할까 고민했었지만 며칠 전 김서영의 건강검진 결과를 보고 생각이 달라졌다.심각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하늘이에 대한 김서영의 애정을 아는 이상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보내게 해주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결국, 특별한 일정도 없었기에 성유리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그래요. 갈게요.”아라는 성유리의 대답에 안도한 듯 숨을 내쉬더니 핸드폰을 꺼내며 말했다.“그럼 저희 연락처라도 교환할까요? 내일 저녁에 장소 보내드릴게요.”성유리는 흔쾌히 응했다.에릭과 박한빈은 친구였고 아라는 에릭의 아내였기에 그녀와의 교류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오히려 그녀와 잘 지내게 된다면 박한빈에게도 좋은 일이라 생각했다.하지만 성유리는 박한빈이 이 싱글 파티를 탐탁지 않아 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안 가면 안 돼?”박한빈이 미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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