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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화

Penulis: 온설
그 한마디에 모두의 시선이 연지수에게 쏠렸다.

특히 배도현은 한없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그녀를 째려봤다.

연지수는 바짝 긴장해서 털이 곤두설 지경이었다.

그녀는 각양각색의 눈빛 속에서 최대한 침착함을 되찾으며 주민재에게 말했다.

“기사님, 아까 의사 선생님께서 제가 유산한 탓에 기절했다고 했잖아요. 게다가 앞으로 임신은 어렵다고 했었고요.”

주민재는 곧장 알아챘다. 그녀가 지금 일부러 임신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

하긴, 배도현의 성격에, 또 저 난폭한 동생까지 더해서 배 속의 아이가 아직 살아있다는 걸 들키기라도 한다면 연지수는 제 명에 살아남지도 못할 것이다.

“맞아요, 사모님. 그러니까 무조건 절대적인 안정을 취하셔야 해요. 후유증 남기면 안 되잖아요.”

주민재는 재빨리 수습하며 배도현을 쳐다봤다.

“제가 실수했습니다, 대표님. 이만 사직서 낼게요. 사모님은 아무 잘못 없어요. 몸이 허해서...”

“그래요 오빠. 지수 씨 계속 집에 남겨둬요. 그래야 또 오빠 애도 가질 수 있잖아요.”

배아영이 덥석 말을 가로챘다.

이에 배도현은 혐오에 찬 눈길로 연지수를 쳐다봤다.

“아줌마, 얘 당장 보내버려요. 잘못 뉘우칠 때까지 집에 들이지 말아요.”

명령만 남긴 채 매정하게 떠나가는 이 남자, 한편 배아영은 야유에 찬 눈길로 연지수를 째려보다가 얼른 배도현을 쫓아갔다.

안희정은 그녀에게 다가오며 경호원을 불렀다.

“가시죠, 사모님.”

연지수는 결국 두 경호원에게 끌려서 고모네 댁으로 갔다.

고모와 고모부는 그녀를 반갑게 맞이하며 소파에 앉히고 온수까지 한 잔 따랐다.

두 사람의 얼굴에 띈 미소를 바라보며 연지수는 꿈쩍하지 않았다.

그녀는 여기서 6년 동안 지냈다. 아빠가 사고를 당한 후 고모네 댁에서 지냈는데 사랑받는 공주님으로부터 서서히 가정부가 되어갔다.

자칫 실수라도 하면 뭇매를 맞아야 했고 매일 불안에 떨면서 지냈는데 배씨 일가에서 쫓겨난 지금 두 사람이 이토록 반겨주는 게 실로 이상할 따름이었다.

“얘는, 제집 와서 뭘 그렇게 격식 차려? 편하게 지내, 알겠지? 이만 방에 돌아가서 쉬어.”

방에 들어간 순간 문밖에서 철컥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제야 그녀도 알아챘다. 닫힌 문은 사슬까지 둘러서 더는 열리지 않았다.

문밖에서 간간이 고모와 고모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6년이나 키워줬는데 뭐라도 받아내야지. 요즘 세월에 아들 장가보내기도 힘드니 사촌이면 뭐 어때? 그냥 여자면 되니까 우리 집안 며느리로 들이자. 지수 정도면 우리 아들한테도 꽤 잘 어울리잖아.”

연지수는 미간을 확 찌푸리고 가슴이 바짝 조여왔다.

이토록 추악한 생각을 하고 있다니, 그녀를 사촌오빠에게 시집보낼 계획이라니?

이대로 머무를 순 없었다.

그녀는 반드시 이곳을 도망쳐야만 했다.

하지만 창문은 온통 철창으로 용접되어 있어서 마지막 희망까지 산산조각이 났다.

도망칠 수 없다면 어떡하지? 이대로 그들의 먹잇감이 되어야 하는 건가?

어쩔 바를 몰라서 한창 망설일 때 불현듯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연지수는 온몸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파란색 머리의 남자가 거들먹거리며 들어오더니 엉큼한 눈길로 그녀를 쳐다보다가 가슴팍에 시선이 꽂혔다.

“어쭈, 다 컸네? 배도현이 꽤 잘해줬나 봐? X발, 개이쁘잖아. 이리 와, 오빠가 예뻐해 줄게.”

건창한 체구의 사내가 다가올 때 연지수는 젖 먹던 힘까지 다해서 발을 걷어찼다.

그 남자가 고통을 호소하자 고모와 고모부가 안으로 들어왔다. 아들이 바닥에 쓰러진 걸 보더니 다짜고짜 연지수의 뺨을 후려치곤 그녀를 벽에 밀어붙였다.

“지금이야! 당장 해치워. 여자는 자고로 한번 잡혀야 고분고분해져.”

그 남자는 바닥에서 기어올라 바지를 벗기 시작했다.

“안 돼! 오지 마!”

연지수는 발악하며 왼손을 빼내서 술병을 들더니 두려움도 무릅쓰고 차갑게 쏘아붙였다.

“더 다가오면 싹 다 죽여버릴 거야.”

하지만 일대삼으로 그녀가 과연 상대나 될까?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방안에 야유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모는 어느덧 그녀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고 고모부는 술병을 뺏어갔다.

차오르는 굴욕감에 연지수는 멘탈이 무너졌고 최후의 힘을 다해 술병을 침대에 내리쳤다.

“지금 뭐 하는 거야? 배씨 일가에서 분명 말했어. 우리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넌 이제 도망 못 가.”

고모부의 말을 들은 연지수는 피식 웃으면서 깨진 유리 조각으로 제 얼굴을 그었다.

선홍빛 핏물이 주르륵 흘러내려 티셔츠를 빨갛게 물들였다.

고통을 참고 자해하는 그녀의 모습에 고모와 고모부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사촌오빠도 경악을 금치 못한 채 구시렁대면서 자리를 떠났다.

문이 다시 닫히고 방안이 드디어 잠잠해졌다.

연지수는 유리 조각을 내던지고 침대에 털썩 주저앉아 침착하게 티슈로 얼굴의 상처를 짓눌렀다.

사촌오빠가 바로 이 얼굴 때문에 그녀의 주위를 맴도는 걸 진작 아니까.

고모네 집에서 지내는 6년 동안 사촌오빠에게 수없이 괴롭힘을 당했고 구사일생으로 도망쳐 나왔다.

이 모든 게 예쁘장한 얼굴 때문이니 이제 그만 제 손으로 무너뜨려야 했다.

미모가 망가지면 모든 게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날 밤 고모부가 그녀를 기절시키더니 봉고차에 내던졌다.

의식이 흐릿해지던 그 순간, 고모부의 이 한마디를 듣게 되었다.

“4천만 원만 받을 테니 최대한 멀리 팔아버려. 우리 아들 장가보내야 해서 싸게 처리하는 거야.”

다시 눈을 떴을 때 주위가 온통 시끌벅적했고 삭신이 쑤시듯 아팠다.

밖에는 무슨 경사가 났는지 환호성이 끊이지 않았고 겨우 일어나 앉았더니 입고 있던 티셔츠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웬 촌스러운 드레스 차림이었다.

환호성이 점점 가까워지자 연지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문틈 사이로 내다보니 밖에서 사람들이 하하 호호 웃으면서 즐겁게 음식을 먹고 있었다.

그녀는 머리가 띵해지면서 그제야 생각났다.

고모와 고모부가 최대한 먼 곳에 그녀를 팔아치웠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제 어떡하지?’

공포에 휩싸인 연지수는 밀려오는 압박감을 최대한 억누르고 애써 차분함을 되찾았다.

반드시 어수선한 이 틈에 이곳을 떠나야만 한다. 안 그러면 평생 이 시궁창 속에 갇혀 살 테니까.

방안에 자그마한 창문이 하나 있었는데 그녀의 몸집으로 기어나가긴 충분했다.

하지만 창문을 열고 미처 시도해보기도 전에 누군가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연지수는 재빨리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 와서 숨을 머금었다.

“자기야, 이제 그만 자볼까? 뭐지? 어디 갔어? 젠장! 이년 도망쳤네!”

밖에서 음식을 먹으면서 떠들어대던 사람들은 저마다 수저를 내려놓고 방법을 대보았다. 아득한 이 시골에서 모두가 새색시를 붙잡아오겠노라 산을 타고 내려갔다.

밖의 소음이 잦아든 후에야 연지수는 조심스럽게 밖으로 기어 나왔다.

대문을 나선 순간, 황폐한 산이 그녀를 마주했다. 방향을 잃고 어쩔 바를 모를 때 누군가가 그녀의 어깨를 툭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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