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원의 평가는 정확했다. 그녀는 단번에 문제의 핵심을 꿰뚫어 보았다.그 말에 사람들은 그녀를 우러러보기 시작하며 서정원의 실력을 인정했다.그 라운드가 끝나자 서정원은 턱을 괴고 하품했다.심사를 보는 것도 꽤 힘든 일이었다. 서정원은 이렇게 힘든 일은 다시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서정원은 덤덤한 표정으로 기지개를 켠 뒤 조각 대회 호텔로 다시 돌아왔다.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최종 라운드까지 이틀 남아있었다. 그녀는 이틀간 푹 쉴 생각이었다. 저번에는 겨우 3등이었으니 이번에는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다.이틀 뒤, 최종 라
소식을 접한 인터넷 매체들은 기사와 공식 홈페이지에 앞다투어 서정원의 수상 소식을 전했다. 그렇게 기사가 나간 후 줄곧 서정원을 아니꼽게 보던 네티즌들은 더 이상 그녀의 실력을 의심하는 댓글을 달지 않게 됐다.하지만 같은 시각 하나의 댓글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들었어요? 얼마 전 서정원이 단청계 대회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적 있었잖아요. 그거 원래는 명은서한테 제안이 간 거였는데 명은서가 거절해서 서정원이 대신 한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실력으로 따지면 서정원이 명은서보다 못하다는 거 아니겠어요?"곧 많은 네티즌이 해
해당 내용 때문에 일부 네티즌들은 서정원이 명은서보다 실력이 뒤처진다는 말을 거의 확신하기 시작했다.같은 시각, 운성 그룹 직원들도 사태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을 감지하고는 지금 회사가 한창 중요한 시기에 처해있는 이때 다른 문제가 생겨서는 안 됐기에 서둘러 공식 문을 기재했다."최성운 대표와 명은서 씨는 아무런 관계도 아니며 해당 사진은 단지 최성운 대표의 부인 일로 두 사람이 얘기를 나누는 장면일 뿐입니다. 그러니 확인되지 않는 사실로 사태를 악화시키는 추측 글은 부디 이쯤에서 멈춰주시길 바랍니다."운성 그룹은 스캔들이 더
서정원은 그런 계정들을 힐끗 보고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을 채 핸드폰을 끄고 잠자리에 들었다.다음날, 전날 기분이 좋아서였을까 서정원은 일찍 일어나서 개운하게 씻고는 아침을 맞았다. 그때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고 발신자는 명은서였다.‘명은서가 왜 아침부터 전화를 해오는 거지?’서정원은 기분이 확 나빠지는 것을 느끼며 전화를 받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녀가 또 트위터에 어떤 수작을 피울지 몰랐기에 마지못해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서정원이 담담하게 말했다."깼어요? 나 지금 정원 씨 집 근처 디저트 가게에 있어요. 새로운
"하지만 나로 인해 오빠가 정원 언니를 더 싫어하게 되면 어떡해요?""정원 씨를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한둘인가요?"명은서의 말에 연채린이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에요?""아니에요, 아니에요."명은서는 자신이 말을 잘못했다는 걸 깨닫고는 얼른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두 사람이 하는 대화는 모두 서정원이 듣고 있었고 거기에 녹음까지 하고 있었다.다음 날, 명은서는 아침 댓바람부터 법원에서 온 고소장을 받았다. 원고에는 ‘서정원’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그녀는 서정원이 자신을 고소할 줄은 몰랐는지 경악을 했다.
명은서가 법정에서 패배했다는 소식은 일파만파 퍼졌고 그녀가 피해자인 척 게시한 글에는 비난의 댓글이 쇄도했다.서정원은 사건이 일단락되자 망연자실해 하는 명은서를 힐끔 보고는 미련 없이 법정을 떠났다.명은서는 10년 형을 받았고 10년이면 그녀의 능력과 외모는 물론이고 전과자라는 수식어가 평생 따라다니게 되어 그녀의 인생이 그야말로 나락으로 향하게 된다. 그녀는 이런 결말을 맞이하게 될 줄은 몰랐는지 모든 게 다 끝난 사람처럼 그렇게 멍하니 자리에 앉아있었다.한편, 이 소식은 정씨 가문 귀에도 흘러 들어갔는데 정아린의 아빠인 정
여준은 최종판결이 난 걸 보고는 그제야 안심한 듯 한숨을 돌렸다. 이것이 명은서에게도 가장 좋은 결말일 테니까."정말 고맙다."여준이 다시 서정원에게 인사하러 왔을 때 그녀의 눈빛은 이미 차갑게 식어있었다."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스승님께서 저한테 명은서를 한번 봐달라고 얘기했을 때 제 걱정은 한 적 있으세요?"서정원은 여전히 차가운 눈빛을 하고 있었고 거기에는 스승에 대한 예의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그거야 당연하지. 하지만 명은서를 살리는 일 역시 중요했단다. 저번에도 말했다시피 난 스승으로서 책임을 지고
"스승님, 잠시만요. 제 말도 좀 들어주세요."명은서는 필사적으로 그를 제지하려고 했지만 여준은 그녀를 향해 단호하게 말했다."나는 더 할 말이 없구나. 우리의 인연도 여기서 끝이다."명은서는 그의 선택을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일단 그와 다시 얘기를 나눠야만 했기에 여준을 따라 그의 집 앞까지 쫓아갔다. 하지만 여준은 대문을 꽉 닫고는 그녀의 말을 들어주려 하지 않았다."스승님, 제 말도 좀 들어 주셔야죠!"명은서는 대문을 끊임없이 두드리며 사정했다."더 들을 것도 없다. 인제 와서 너한테 무슨 말을 더 들을 게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