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준은 순간 멈칫했다. 그는 서정원이 자신을 거절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아마 감지덕지 하면서 자신의 제자가 되려고 했을 것이다.하지만 이런 상황에 처해도 혼란스러워 하지 않고 이익에 목매지 않는 서정원의 성격이야말로 여준이 그녀를 높이 평가하는 주요한 이유였다.최승철은 심아영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걸 보고서는 이내 급하게 화제를 바꾸었다.“자, 다들 오느라고 힘들었겠는데 이젠 앉아서 식사하죠.”최승철이 손뼉을 치면서 말했다. 연회가 정식으로 시작되었다.최승철은 심아영을 향해 손짓하면서 환하게 웃으며 말
‘여준이 왜 여기에 있는 거지?’“안녕하세요.”서정원은 여준에게 인사했다. 여준도 서정원을 보고 약간 멈칫했다가 이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들어와, 고청림 어르신 찾으러 온 거지?”서정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여준이 고청림 집에 있으리라고는 생각 못 했다.“너무 오래 찾아 뵙지 않아서 혹시라도 날 예의없는 손아랫사람이고 불만을 가지실까 봐 이렇게 왔어요.”“넌 그래도 좋은 아이인 것 같구나.”여준은 서정원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서정원을 더 마음에 들어했다.서정원은 고청림을 찾아오기 전에 미리 신경
서정원은 조각계와 서화계 대가인 두 사람이 말싸움한다는 게 약간 웃기기도 했다. 팬들이 이 일을 들었으면 분명히 경악해 할 것이다.“정원아, 골격을 보아하니 딱 수련하기 알맞춤한 것 같은데 혹시 스승을 모실 생각은 없니?”여준은 기대 가득한 얼굴을 하고 서정원을 바라보았다. 서정원은 여준의 눈길에 더 어색해했다.여준을 스승으로 삼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지구 한 바퀴를 돌 수 있을 만큼 널렸을 것인데 그가 자신의 스승이 되고 싶어 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어... 당분간은 없습니다.”서정원도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해야
서정원은 여준이 이렇게 빨리 자신을 데리고 그런 중요한 연회에 갈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지라 약간 의아했다. 어떻게 준비해야 하냐고 물으려고 할 때 아까 자신이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한 게 떠올라서 그저 요청을 받아들였다.“네, 알겠습니다. 스승님과 함께 가겠습니다.”저녁 무렵, 서정원은 집에 돌아와서 연회에 가기 위해 한바탕 단장했다.이번 연회는 평소에 다니던 비지니스계 연회와 달라서 전처럼 화려한 옷을 입기에는 합당하지 않았다. 자칫하면 촌스럽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기 때문에 될 수록이면 화려함을 피해야 했다.서정원
“서정원 씨에 잘 알지도 못하면서 왜 함부로 지껄이는 거죠? 이게 바로 서화계 학자로서의 아량인가요?”누구도 정아린이 서정원을 위해 그들과 맞붙으려 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 이는 많은 사람의 불만을 일으켰다.“정아린 씨, 비록 전에 정아린 씨의 단청이 상을 받았었다고 하나 그래도 주제는 알아야죠. 이렇게 많은 선배 앞에서 저런 여자 편이나 들고, 고립당하는 게 무섭지도 않은가 보죠?”주위 사람들이 정아린을 협박하기 시작했다. 서정원은 정아린이 상을 받은 적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약간 놀랐다. ‘서화계에서 명망이 높은 이유가
“오늘은 그냥 없던 일로 하죠.”서정원은 한 마디 더 보태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작품을 구경하러 갔다.서정원은 한지윤의 목적을 한눈에 알아차렸다. 그녀는 대결은 무섭지 않으나 장소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서정원은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는 것이 싫었다.그녀는 평소에도 겸손한 걸 좋아했는데 이런 장소에서 너무 눈에 띄게 굴면 이후에 어디 가서도 관심받는 존재가 될 것이 뻔했기에 그녀는 그런 상황을 될 수록이면 피하고 싶었다.한지윤은 서정원이 거절할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지라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서정원이 두려워서
아까 서정원은 신비한 척하거나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었다. 전문적인 각도로 보았을 때 그녀는 어떤 그림을 그릴지 구상하고 있었다. 그저 구상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을 뿐이었다.‘처음부터 그리지 않거나 그리려면 사람들을 놀래줄 만한 그림을 그리거나 둘 중 한 가지는 완성해야지.’눈 깜빡할 사이에 한 시간이라는 시간이 흘러지나 갔다. 한지윤은 시간이 되기도 전에 이미 그림을 완성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와 달리 서정원은 마지막 일 초가 되어서야 붓을 내려놓았다.두 사람은 동시에 그림을 사람들에게 전시했다.“두 폭의 그림 사이에
반 시간 후, 두 사람은 대결 준비를 다 마쳤다.사람들은 두 사람의 대결을 위해 온갖 생각을 다 털어놓았다. 하지만 대부분 다 구경꾼들이었다.“아까 첫번째 대결 주제가 ‘비’였으니까 이번에 주제는 ‘눈’으로 하는 게 어때요? 시간도 한 시간 반으로 늘이고요. 명은서 씨 생각은 어떤가요?”명은서는 즉시에 답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서정원을 보았다. 서정원이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고서야 좋다고 답했다.이번 대결에서 서정원은 망설이지 않고 시작하자마자 붓을 들었다. 그녀의 머리에는 이미 어떻게 그려야 할지 구상이 되어있었다. 이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