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혜 씨는 연기가 좋다고 했었어요. 다른 사람이 되어 다른 삶을 체험하는 게 좋다고 그랬었죠.”김시우의 포근한 목소리가 유서혜를 조금씩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서혜 씨는 그 꿈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서 마지막엔 가장 높은 곳에 서 있을 거라고 했어요. 하지만 서혜 씨, 가장 높은 곳에 서 있을 거라고 했던 거, 그건 반드시 이루고 싶었던 거 아니었나요?”그는 조심스럽게 유서혜를 품속으로 끌어안았다. 김시우는 그녀의 몸이 미세하게 떨리는 걸 느끼며 위로하듯 그녀의 긴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이렇게 사소한 일도 서혜 씨를 쓰러
김시우는 불쌍한 척하기 시작했고 유서혜는 그가 뭘 바라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그러면...”유서혜는 눈을 굴리면서 그의 볼에 입을 맞추려 했다. 그런데 김시우가 갑자기 고개를 돌리며 그녀의 입술을 덮쳤고 그녀를 아예 소파 위에 눕혀버렸다.“김시우 씨!”유서혜가 그를 작게 불렀다. 그러나 이내 모든 말들이 삼켜졌다....“그래요, 알겠어요.”통화를 끝낸 서정원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그녀는 사람을 시켜 손윤서의 행방을 조사했는데 손윤서네 집안에서 그녀를 해외로 보내려 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손윤서는 줄곧 집에 갇
서정원의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어렸다. 그녀는 팔짱을 두른 채로 눈앞의 사람을 내려다보며 말했다.“여긴 웬일이에요?”요셉은 자신의 손목을 돌려보다가 고개를 들어 서정원을 보았다.“전 그냥 장난치려고 그런 건데 이렇게 공격적으로 나올 줄은 몰랐죠.”그는 말하면서 서정원을 향해 손바닥을 내밀었다.“큰일이에요. 저 혹시 후유증 같은 거 생기는 거 아니겠죠? 정말 그렇게 된다면 정원 씨가 책임져야 해요.”서정원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입꼬리를 당겼다.“누가 절 따라오래요?”만약 요셉이 제때 비명을 지르지 않았더라면 서정원은 이
서정원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물끄러미 요셉을 바라봤다. 눈치가 빠른 요셉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앞으로의 일은 나도 모르죠.”두 사람은 평소와 다름없이 얘기를 나눴지만, 서정원은 자꾸만 최성운이 보낸 메시지가 떠올랐다.최성운의 성격에 그런 말을 할 리가 없는데 말이다.서정원이 딴 데 정신이 팔려있을 때 휴대전화 벨 소리가 울렸다. 최성운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요셉은 서정원에게 걸려 온 발신자를 보더니 눈빛에 의미심장한 빛이 감돌았다. 그러나 그는 서정원에게 전화를 받아보라고 눈치를 줬다.“어디 있어요?”최성운의 조
최성운의 안색이 좋지 않자 서정원은 이상한 예감이 들었다.“무슨 문제 있어요?”서정원이 입을 열어 물었다.최성운의 눈빛이 잠깐 흔들렸지만 그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뇨. 제가 잘못 기억했나 봐요.”서정원은 당연히 최성운의 말을 믿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고 두 사람은 나란히 레스토랑을 떠났다.최성운과 함께 집으로 돌아온 뒤 서정원은 유서혜의 전화를 받았다.“정원 언니, 저 고민 마쳤어요. 저 은퇴 안 할래요.”유서혜의 결연한 목소리가 들렸다. 서정원은 전혀 놀랍지 않았다.“전에는 울면서 은퇴하겠다고 했잖아
서정원의 눈빛이 삽시에 달라지자 최성운은 미간을 구겼다.서정원은 눈을 깜빡였다.“오늘 오후에 회식했어요?”너무 평온한 목소리라 아무런 티가 나지 않았다.최성운은 그렇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누구랑 갔는데요?”서정원이 다시 한번 입을 열어 물었다.“남영 회사 남 대표랑요. 누가 뭐라고 했어요?”서정원의 이상한 태도에 최성운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그러면 남 대표님 말고 또 누구랑 만났어요?”서정원은 들고 있던 휴대전화를 손에 꼭 쥐면서 최대한 평온한 어조로 말하려고 했다.최성운은 그 모습을 보고 팔을 뻗어 서
지금 최성운도 서정원과 같은 기분이었다. 그는 자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러나 최성운은 그것이 절대 남 대표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분명 배후가 있을 텐데...최성운의 입꼬리가 차갑게 올라갔다.욕실에서 나온 최성운은 서정원이 테라스에서 책을 읽는 모습을 보았다. 밤바람에 그녀의 머리가 살랑거렸고 최성운은 그녀에게 다가가 팔을 뻗어 그녀를 곧장 안아 들었다.서정원은 최성운의 팔뚝을 치면서 그를 훑어보았다. 그런 눈빛에 불편함을 느낀 최성운은 미간을 구기며 차갑게 말했다.“깨끗
서정원은 자신의 추측이 맞는지 틀린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서정원의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이 없었고 그저 평소처럼 아침을 먹고 스타진 엔터로 향했다.유서혜가 사무실 밖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정원이 다가오자 그녀는 황급히 서정원에게 다가갔다.“정원 언니, 드디어 왔네요?”유서혜는 기뻐하며 말했다.서정원은 유서혜를 훑어보더니 사무실 문을 열며 말했다.“오늘 해가 서쪽에서 뜨기라고 했나요?”유서혜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왜요?”“지각쟁이가 오늘은 일찍 왔잖아요.”“정원 언니!”유서혜는 그제야 뒤늦게 반응
이제 모든 하객이 자리에 앉았다.그들은 서로 축복의 말을 건네며 최성운과 서정원의 행복을 기원했다.최성운과 서정원은 한복을 바꿔입고 피로연을 시작했다. 피로연은 서양식으로 하지 않고 전통 방식으로 중간에 뷔페를 준비했다.하여 최성운과 서정원의 한복은 자리와 아주 잘 어울렸다.“하객 여러분, 우리 모두 잔을 들어주세요. 신랑의 감사 인사가 있고 난 후 함께 건배하겠습니다.”사회자의 말을 들은 최성운은 술잔을 들고 중앙으로 걸어왔다.서정원도 옆에 함께 했는데 이제 부창부수 같은 느낌을 주었다. 최성운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이런 능력도 있었어요? 그리고 비행기에 칠 한 그림은 얼마나 낭비예요!”서정원은 비록 입으로는 최성운을 혼냈지만, 그녀의 말투는 아주 부드러웠다. 서정원의 말을 듣고 있는 최성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배운 지는 오래됐어. 다만 면허증이 이제 막 나와서 경험이 풍부한 조수가 필요해.”“내가 경험이 조금 더 풍부해지면, 혼자서 다 태우고 세계여행을 떠날 수도 있어. 그때가 되면 우리는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있어.”이 말을 들은 서정원은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그녀가 생각에 잠겨있던 그때, 최성운이 그 답을
최성운은 서정원의 몸매에 꼭 맞는 웨딩드레스를 몇 벌 제작했다. 이제 서정원이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선택하기만 하면 바로 입을 수 있다.“얼른 마음에 드는 거로 선택해. 난 네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너무 기대돼.”서정원은 여전히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그녀는 드레스를 손에 쥐고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 하며 내려놓기 아쉬워했다.“너는 어떤 걸 입어도 다 잘 어울려. 게다가 너는 참 안목도 좋아. 내 생각에는 성운 씨도 네가 이 드레스를 입기를 바랐던것 같아. 이 장식과 포인트를 봐.”연채린이 드레스 윗부분을 가리키자, 서
“제가 왜 이런 식으로 온 세상 사람들이 저를 비웃게 하는데요?”연채린은 손사래를 쳤다. 둘 사이에는 이미 감사할 필요가 없다고 서정원이 말했던 적이 있다.지금 연채린도 이런 태도로 서정원에게 두 사람 사이에 감사하다는 말이 왜 필요가 없는지 알려줬다.“오히려 비웃음보다 축복이 더 많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은 누구나 부러울 테니까.”“제가 이 결혼식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더군다나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을 최성운이 직접 준비했는데요.”서정원도 마음속으로 매우 행복하다고 느꼈고, 연신 고개를 끄
서정원은 원래 시간이 좀 더 지나야 이 문제를 다룰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최성운이 이렇게 일찍부터 준비할 줄은 몰랐다.서정원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당황했다.비록 최성운이 외진 곳에 가서 하는 일들을 수없이 생각했지만, 그런 쪽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그게 현실이 됐으니, 서정원은 설렘도 있고, 얼굴에는 달콤한 미소밖에 보이지 않았다.“정말 최성운 씨를 보면 혼내야 할지, 칭찬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알려주세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연채린은 일부러 서정원을 놀렸다. 지금 서정원은 기분도 좋고, 최성운의 계획에 아
연채린이 제공한 답은 오랜 사고 끝에 나온 것이다.연채린은 최성운이 외진 곳에 있으니, 아무리 서정원이 말한 대로 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동시에 외국 회사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관계자가 전화를 받자마자 얼굴이 웃음꽃이 피었다.왜냐하면 최성운이 걸어온 전화이기 때문이다.“회장님, 지금 가족분들이 미치도록 회장님을 찾고 있어요.”“최대한 빨리 가족분들이랑 연락을 하는 게 좋겠습니다. 아니면 어떻게 할지 모릅니다.”최성운은 이 말을 듣고 몇 마디 위로의 말을 하는데, 전화 너머 그쪽 회사 운영자가 당분간
연채린은 지금 서정원이 손해를 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그 어떤 왜곡된 일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연채린은 최미자보고 최건국에게 알리라고 했다. 언론의 힘을 이용해 해결하려고 했다.만약 그게 네티즌들이 혼자서 소설을 쓰는 것이라면 연채린도 방법이 없다. 하지만 최건국은 그런 사람들과 다르게 그런 적이 없다.연채린은 기사를 사서 전체적인 언론 방향을 바로 잡았다. 최건국도 언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그들을 이용해 일을 해결할 줄도 안다.지금 그 방법도 최건국과 매니저가 함께 생각한 방법의 하나이다.“
조사랑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싶은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아무튼 조사랑이 제안한 방법으로 최성운을 찾을 수만 있으면 된다.서정원도 그들에게 그깟 몇 푼을 빼앗겨도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다.“저는 다른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야 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최성운에 대한 소식이 생기면, 바로 전단지에 남긴 전화번호를 걸면 됩니다.”서정원은 또 한 번 감사의 표시를 하고 그들을 내보냈다. 연채림은 소파에 앉아 지켜보았는데, 그들이 도대체 어떻게 하
이 사람들은 기레기다. 전에 최성운한테 한번 당해본 기자들이다.“최성운과 서정원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는 건 이익의 문제 때문이다. 회사 경영 문제로 삼아 지금의 다툼이 생긴 모양이다.”“겉으로는 서로 사랑하는 부부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사실은 다르다. 서정원이 지금 한 행동 역시, 최성운을 찾아서 회사를 빼앗기 위한 수단이다.”“만약 서정원이 권력을 선에 쥐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일을 하더라도 결국 최성운 밑에서 일을 하는 직원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그 진실이 밝혀진 것이다.”언론사 기자들이 쓴 기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