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에 따르면 최성운 씨와 서정원 씨가 다음 달 5일 약혼식을 올린다고 합니다. 지인의 소식에 따르면 현재 약혼식장을 고르는 중이라고 합니다.”손윤서는 서정원의 이름을 듣자마자 얼굴빛이 삽시에 어두워졌다. 눈에서는 서정원을 향한 질투와 증오의 감정이 타오르고 있었다.‘내가 성운이 너를 위해 이렇게나 많은 일을 당했는데도 왜 계속 서정원과 있으려는 거야!’‘내가 그 시골에서 온 여자보다 못한 게 뭔데!’손윤서의 눈빛이 아주 차가워졌다. 그녀는 손으로 소파에 있던 담요를 꽉 쥐었다. 손윤서는 최성운이 최씨 가문과 비슷한 사회적
“됐어, 그만해. 조금 있다가 강의 들으러 가야 하는데 더 때려봤자 소용없어. 쟤 하는 꼴을 봐. 아무런 반응도 없고 재미없잖아. 그냥 가자.”지순옥 옆에서 웃음거리 보듯 지켜보고만 있던 다른 여자 죄수 한 명이 주가영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서 있기만 한 걸 보면서 순간 기분이 가라앉았다.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고 성가시다는 듯 주가영을 힐끗 보면서 화내는 단발머리 여자의 옷소매를 끌어당기면서 일을 크게 만들지 말라고 말렸다.주가영과 다르게 몇 년만 더 버티면 나가는데 일을 크게 벌인다고 해서 그들에게 좋을 건 없었다.단발머
금방 깨어났는지라 임재민은 아직 몸이 많이 허약했다. 그는 많이 초췌해진 유나의 얼굴을 보면서 마음이 아파왔다. 임재민은 오른손으로 유나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유나는 임재민이 사고가 난 후로 깊은 잠을 자지 못했다. 누군가 자신의 얼굴을 만지는 손길을 느끼고 비몽사몽하게 눈을 떴다. 고개를 들어보니 임재민과 눈이 마주쳤다.임재민은 깨어난 유나를 보고 힘겹게 웃어 보이려 했다.유나는 멈칫하더니 의아한 눈길로 임재민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꿈인지 생시인지 확인하려고 눈을 비볐다. 시야가 다시 선명해졌을 때 그녀는 임재민이 깨
“혹시 찬성 씨야?”전화기 너머에는 계속 답이 없었다. 그저 숨 쉬는 소리만 희미하게 들려올 뿐이었다. 유나는 더 캐묻고 싶었지만 이미 마음속에 답이 있었다.유나는 고개를 숙이고 전화를 꼭 쥐고 조심스레 물었다.‘전화를 건 사람, 찬성 씨가 맞는 거 같아.’유나가 물음을 건넨 지 5초나 지났을까, 전화가 뚝 끊겼다. 전화를 건 사람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이젠 중요하지 않았다.유나는 전화를 건 사람이 황찬성이라는 걸 확신했다. 그녀는 전화를 쥔 손을 내려놓으면서 강한 무력감을 느꼈다. 오랜 시
세상에 자신의 자식을 아끼지 않는 부모가 없다고 유나 부모님도 유나가 행여나 괴롭힘당하지 않을까 하고 걱정했다. 게다가 유나 엄마는 두 날 정도 임씨 집안에서 함께 지내면서 유나가 임재민 부모님한테 굽신거렸던 태도를 잘 알고 있었기에 유나 아빠와 말하면서도 시름이 놓이지 않았다.유나 아빠도 유나 엄마 얘기를 들으면서 임씨 집안 사람들에 대해 불쾌해 났다. 태어나서부터 금지옥엽으로 욕 한 번 못해보고 키운 딸이 임씨 집안에 들어가서 눈치를 보면서 고생한다는 게 아주 못마땅했다.하지만 유나 엄마에 비해 유나 아빠는 상대적으로 이성적
이송혜는 나머지 사람들이 화목하게 얘기를 주고받는 장면을 보면서 마음 구석 어딘가가 불편했다. 비록 유나가 임재민을 위해 강석일 박사님을 모셔왔다고 하지만, 자기 아들이 유나 때문에 교통사고까지 당한 걸 생각하면 아직도 유나와 그녀의 부모님을 보면 조금씩 불쾌해 났다.얼마 지나지 않아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다. 유나 부모님과 임재민 부모님은 서로 마주 앉아있었는데 제일 끝에 앉은 유나와 임재민은 이 식사장면을 보면서 왠지 모르게 긴장해졌다.‘왜 전쟁하는 쌍방이 담판하는 것 같지...’“유나 아버지, 금방 공항에서 오셨는데 배고
“엄마...”임재민은 이송혜를 보면서 긴장한 듯 숨을 들이쉬더니 더는 말하지 말라고 그녀를 말렸다. 그리고 걱정스러운 눈길로 유나 아빠 표정을 바라보았다.‘유나 누나가 결혼해주겠다고 하기까지 얼마나 많이 기다렸는데, 이대로 망칠 순 없어.’유나 엄마는 임씨 집안에 들어서서부터 이송혜 얼굴을 보면서 기분이 너무 좋지 않았었다. 유나가 원한다면 그냥 눈 감고 동의해줄 예정이었는데 이송혜의 말을 듣자마자 불쾌하면서 눈살을 찌푸리고 반박했다.“재민이 어머니, 지금 무슨 말씀 하시는 거예요. 재민이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유나도 얼마나
그는 내려와서 최성운에게 포옹했다. 그리고는 최성운 옆에 서 있는 서정원을 보면서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최성운에게 물었다.“성운, 옆에 있는 미인분은 누구지? 지난번에 왔을 때는 옆에 이리 아름다운 여성이 함께하고 있지 않았는데.”서정원은 남성의 말을 듣고 수줍고 웃었다. 최성운은 서정원을 칭찬하는 그의 말을 듣고 서정원의 손을 잡고 자랑스럽게 말했다.“저의 약혼녀 서정원이라고 합니다.”최성운은 다시 서정원을 향해 소개했다.“이분이 바로 내가 말했던 파리에서 알게 된 친구 데일 친왕이에요.”서정원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