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럼 최성운은 지금 어디 있는데?”이승호는 비아냥거리듯 입을 열었다.“대전시에 봉사 활동하러 갔어요. 서정원과는 전혀 상관없어요.”“그럼 다행이고! 가영아,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지 넌 잘 알고 있을 거야!”그의 차가운 말에 주가영은 무릎을 꿇고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오빠, 시간을 좀 더 줘요. 반드시 임무 완성할게요.”“그래, 마지막으로 너한테 기회를 한 번 더 줄게! 또다시 날 실망시킨다면 그땐 이 찻잔처럼!”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손에 있던 등나무 가지를 휘두르며 테이블 위의 찻잔을 힘
“알아들었어? 나중에 우리가 사람을 여기로 데리고 오면 잘 지키고 있어. 이번 일만 잘 되면 섭섭치 않게 챙겨줄 테니까.”주가영은 아버지의 뒤에 서서 건장한 사내들이 아버지의 어깨를 툭툭 치는 걸 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는 손에 돈을 든 채 환하게 웃으며 연신 허리를 굽혔다. 새엄마는 그의 옆에 서서 기쁜 표정을 짓고 있었고 이전의 까칠했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대철 형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절대 형님들 일에 지장 없도록 하겠습니다.”주가영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버지의 손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이건 납치예요. 불법이라고요! 당장 우리를 풀어줘요! 안 그러면 우리 할아버지가 경찰들을 데리고 와서 아저씨들 모두 붙잡아 갈 거예요!”최성운은 저도 모르게 허리를 곧게 펴고 최대한 큰 개를 보지 않으려 애를 썼다. 그의 말에 몇몇 남자들은 더 크게 웃었다. 그들이 보기에 최성운은 그냥 꼬맹이일 뿐이었고 최성운의 말은 그저 장난처럼 우스웠다. “여기가 어딘 줄 알아? 어린 자식이 감히 누구한테 겁을 주는 거야? 똑똑히 들어. 네 할아버지가 아니라 하느님이 와도 소용없어! 얌전히 있어. 안 그러면...”김대철은 점차 웃음을
주가영은 다급히 따라갔다. 그녀는 반드시 오빠를 볼 생각이었다.다행히도 셋째 오빠는 손전등을 켜고 사람을 찾는 데 여념이 없어 맨 뒤에 있던 주가영을 신경 쓰지 않았다.벼랑에 도착했을 때 주가영은 여자아이만 벼랑 끝에 서 있고, 오빠는 보이지 않는 걸 발견했다.셋째 오빠는 자신의 대머리를 쓱 만지더니 바닥에 침을 뱉었다.“빌어먹을, 재수가 없네... 그래도 한 명이라도 잡았으니 망정이지. 데려가!”곧이어 남자 몇 명이 여자아이를 둘러쌌다. 그들은 호시탐탐 아이를 노려보며 잡아서 데려가려 했다.여자아이는 그들의 기세에 겁을
“맞는 말이에요.”아버지의 사고 얘기가 나오자 최성운의 표정이 굳었다.아들로서 그에게는 그때 그 사고의 진실을 알아낼 책임이 있었다. 그는 절대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일이 흐지부지 끝나게 놔둘 수 없었다.그러나 동시에 서정원과 떨어져 있고 싶지 않았다.아주 짧은 순간이라 할지라도 말이다.최성운은 서정원의 볼을 감싸 쥐고 그녀의 귓볼을 만지작거렸다.그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여 꿈에도 그리던 그녀의 붉은 입술에 입을 맞췄다. 서정원의 허리에 둘렀던 그의 손에도 천천히 힘이 들어갔다. 그는 참을성 있게,
유나는 줄곧 황찬성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이 꿈틀거릴 때 유나는 단번에 잠에서 깼다.눈을 뜨자 정신을 차린 황찬성의 모습이 보였다.며칠 내내 불안에 떨었던 그녀는 그제야 조금 안도했다.유나는 기쁜 마음에 황찬성을 와락 끌어안았고,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이내 참지 못하고 눈물을 터뜨렸다.“찬성 씨, 드디어, 드디어 깨어났네! 정말 다행이야... 걱정돼서 죽는 줄 알았어!”황찬성은 미간을 구겼다. 그는 삭신이 쑤셨고 특히 오른 다리가 심하게 아팠다.‘이게 어떻게 된 거지?’기억이 차츰 돌아왔다. 황찬성은 자신이 교
“유나 씨, 울지 마요.”말을 마친 뒤 서정원은 고개를 숙여 들것 위에 누워있는 황찬성을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황찬성 씨, 오늘 당신에게 이런 얘기를 할 생각은 없었는데 정말 너무하네요. 유나 씨는 당신이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시골에 지진이 일어났다는 걸 알고 곧바로 저와 함께 밤새 이곳으로 왔어요. 여기 상황이 어떤지 당신도 알고 있겠죠. 여진이 끊이질 않았어요... 우리는 당신을 구하기 위해 목숨까지 걸었다고요. 유나 씨는 심지어 당신을 찾으려다가 사고를 당할 뻔했어요! 설마 몰랐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건 아니죠?
서정원은 임재민을 병원에서 내쫓았다.“유나 씨, 걱정하지 마요. 황찬성 씨는 다친 것 때문에 기분이 안 좋아서 그러는 걸 수도 있어요. 강석일 아저씨가 와서 그의 다리를 치료해 주면 그때 다시 얘기 나눠봐요.”서정원이 유나를 위로했다.유나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 고개를 끄덕였다.“네.”“지금 아저씨한테 전화해서 언제 올 수 있는지 물어볼게요.”서정원은 말하면서 휴대전화를 꺼내 강석일에게 연락했다.“여보세요, 아저씨. 언제 해성시로 올 수 있어요? ... 네, 저랑 유나 씨 오늘 막 돌아왔어요. 도착하면 연락해 주세요.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