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서정원의 입장에서는 최성운이 그녀를 시아의 대체품으로 여긴 것처럼 느껴졌을 것이다.사실은 그렇지 않았다.“할 말 없다 이거죠? 최성운 씨, 난 이제 당신을 보고 싶지 않아요!”차갑게 말을 내뱉은 뒤 서정원은 이내 단호하게 몸을 돌려 떠났다.서정원은 가슴에 황산을 끼얹은 것처럼 통증이 심했다.‘내가 정말 멍청했어. 최성운이 관람차에서 한 거짓말을 믿을 뻔하다니. 깊게 빠지지 않아서 다행이지. 제때 발을 빼자.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는 격이지만 아직 늦지 않았어.’...손윤서는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서정원과 최성운이
“안나 씨,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손윤서는 일부러 걱정하는 척 물었다.안나는 살짝 무안해하며 치마를 내리려 했지만 아무것도 가리지 못해 결국 난처한 듯 웃어 보였다.“넘어져서 그래요.”“아, 그렇군요.”손윤서는 모른 척, 사람 좋은 척 입을 열었다.“제 방에 가서 잠깐 앉아있을래요? 제 방에 연고가 있거든요. 넘어져서 생긴 상처 때문에 흉터가 남으면 안 되잖아요.”“그러면 부탁드릴게요.”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요셉 때문에 지금 온몸이 쑤셔서 잠깐 쉬고 싶던 참이었다.손윤서는 안나를 데리고 자신의 방으로
안나는 한 바퀴 둘러본 끝에 구석 자리에 앉아있는 서정원을 바라봤다.하지만 서정원과 함께 있는 것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였다. 심지어 그 여자는 조금 눈에 익었다.안나는 유나를 한동안 쳐다봤다. 곰곰이 생각해 본 안나는 그녀가 레오 작업실 담당자 유나임을 떠올렸다.저번에 운성 그룹이 표절 논란에 휩싸였을 때, 유나가 서정원을 대신해 증언하며 마릴린의 표절을 기정사실로 했다.‘서정원과 유나 씨는 무슨 사이지? 서정원은 시골에서 올라온 촌뜨기라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왜 유나 씨랑 같이 있는 거지?’두 사람은 웃으면서 화기애애한
‘나랑 해보겠다는 건가?’서정원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손윤서를 바라봤다. 그녀가 다시 패들을 들려는데 불현듯 경매장 입구에서 차가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60억!”60억!순식간에 20억이 더해지자 경매장은 삽시에 떠들썩해졌다.익숙한 목소리에 서정원은 미간을 구기고 문가를 바라봤다.그녀의 시야에 들어온 건 최성운의 훤칠한 모습이었다.최성운은 잘 재단된 정장에 짙은 녹색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그는 고귀하면서도 우아했고 차분한 걸음걸이로 파티장에 들어섰다.서정원은 순간 숨 쉬는 걸 잊었다.‘최성운이 왜 여기에 온
최성운은 서정원의 앞에 도착한 뒤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의 그윽한 시선이 서정원의 얼굴에 닿았다. 그는 들고 있던 고양이 인형을 서정원에게 건넸다.“서정원 씨, 선물이에요.”수수께끼가 풀리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의논이 분분했다.“최성운 대표님은 약혼녀에게 선물로 주시려고 했구나.”“최성운 대표님은 약혼녀를 정말 사랑하시나 봐. 너무 부러워.”“...”최성운이 자신의 앞에 도착하자 서정원은 순간 숨을 쉬는 걸 잊었다.최성운은 그녀가 손수 만든 고양이 인형을 낙찰받아 그녀에게 선물로 줬다.하지만 조금 전 그는 무대
“정말이야. 서정원 씨는 너무 문란해. 여기저기 남자들에게 꼬리 친다니까. 네가 이렇게 잘해줄 가치가 없는 여자야.”손윤서는 끊임없이 서정원의 흉을 봤다.“전에는 심준호 씨랑 그렇고 그런 사이였고 임재민이랑도 사귀었던 것 같아. 지금은 프랑스에 있는데도 한밤중에 바에 가서 남자를 꼬셨다니까. 성운아, 서정원 씨는 너 몰래 남자랑 바람을 피웠어. 넌 왜 그걸 몰라?”“입 닥쳐.”쉴 틈 없이 주절거리는 손윤서를 매섭게 쏘아붙인 최성운은 짜증 난 얼굴로 넥타이를 느슨히 푼 뒤 팔을 들어 손목시계를 확인했다.서정원은 화장실에 간
최성운은 문을 두드렸지만 화장실 문은 굳게 잠겨 있는 상태였다. “정원 씨, 안에 있어요?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죠?”그의 물음에 대답이 없자 그녀가 걱정되었던 그는 있는 힘껏 문을 걷어찼다. 화장실의 문이 열리는 순간, 그는 창백한 얼굴로 바닥에 쓰러져 고통스러워하는 프랑스 남자 두 명을 발견하였다. 한편, 서정원은 팔짱을 낀 채 바닥에 쓰러져 있는 안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정원 씨, 무슨 일이에요?”그가 그녀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녀가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최성운은 이런 광경이 눈앞에 펼쳐지자 의아한
지금 이 순간, 서정원은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눈앞의 남자와 눈빛이 마주친 순간 왠지 모르게 마음이 설렜다. “고마워요.”서정원은 손을 뻗어 고양이 인형을 건네받았다. 고양이 인형은 원래 하얀색이었는데 최성운의 피로 물들여져 붉은색으로 변해버렸다. 그녀가 고양이 인형을 받아쥐는 순간 최성운은 피식 웃었다. “이젠 화 풀렸죠? 어제 내가 했던 말들 다 진심이에요. 날 믿어줘요.” 최성운은 팔을 뻗어 그녀를 안은 채 그녀의 귓가에 대고 애틋하게 말했다. 그의 말에 서정원은 담담하게 웃을 뿐 아무 말도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