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알아보는 거야?”서정원은 몸을 숙이며 두리를 쓰다듬었다.“멍멍!”두리는 대답이라도 하는 듯 아주 친근하게 짖어댔다.“정원아, 두리도 네가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최승철은 수염을 쓸며 말했다.“그러니 앞으로도 자주 오거라.”“네, 할아버지.”서정원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최성운이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을 가로챘다.대답을 대신하는 최성운에 서정원은 다소 어이가 없었다.“얼른 들어오거라.”최승철은 두리를 안은 채 거실로 들어가며 서정원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정원아, 조금만 앉아서 기다리거라. 곧 저
최성운의 섹시한 면모가 확 드러났고 서정원을 확 감쌌다.서정원은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뜸을 들이며 말했다.“그건... 할아버지가...”“흠? 그래요?”최성운은 눈썹을 치켜뜨더니 아주 섹시함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서정원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아버지께서 그런 음식을 많이 드시라고 한거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방면에서 약하다는 게 아닐까요?”“그래도 자꾸 말씀하시네요?”최성운의 표정이 점차 어두워지더니 그윽한 두 눈동자엔 불길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최승철이 그를 위해 준비한 음식 덕인지 이 순
“혹시 전에도 여자들을 데리고 왔었던 거예요?”그러자 최성운이 피식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서정원 씨, 질투해요?”“묻는 물음에 대답이나 하세요.”서정원은 정색하며 말했다.최성운은 목소리를 가다듬었다.“저도 잘 몰라요. 그냥 소파 위에 있던데요. 아마도 할아버지께서 왕 아주머니께 시켜 준비해 둔 것이겠죠….”‘그래...’서정원은 속옷까지 준비해 둔 최승철에 다시 한번 어이가 없음을 느꼈다.“피곤하니 전 먼저 잘게요.”서정원은 방 정중앙에 있는 킹사이즈 침대를 보며 엄숙한 어투로 말했다.“오늘 밤은 제가 침대에서
최성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리고 그는 협탁에서 시가 한 대를 꺼내 불을 짚었다.기다란 그의 손가락 사이엔 시가가 꽂혀 있었고 자욱한 연기가 퍼져 나왔다. 최성운은 차가운 얼굴로 미간을 찌푸리더니 무언가 그리워하는 듯한 감정이 드리워져 있었다.손가락 사이에 꽂힌 시가를 다 태운 최성운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시아는... 제가 어릴 때 같이 납치당한 여자아이예요.”‘납치라고?’서정원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녀가 기억하기로는 최성운은 몇 번이나 그녀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서정원 씨, 전에 납치당한 적 없어요?”
서정원의 단호한 목소리가 최성운의 귓가에 울려 퍼졌고 단호하게 담요를 들고 소파로 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던 그는 눈을 가늘게 떴다. 최성운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고 아마도 마음이 많이 혼란스러운 듯했다.그도 확실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자신이 서정원에게 설레고 있는지, 아니면 시아를 닮아서 설레고 있는지를.그러나 그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자신이 서정원에게 설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밤이 깊어지고.소파에 누운 서정원은 잠을 이룰 수가 없어 몸을 뒤척거렸다. 그녀의 머릿속엔 한 달간 최성운과 함께 보냈던 시간이 떠올랐
사실, 이 결과를 서정원도 예상하였다.찾는 게 그리 쉬웠다면 최성운도 오랫동안 시아를 찾지 못하진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도대체 왜? 그때, 시아가 절벽 아래로 떨어진 후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시아가 살아있든 죽어있든 어떠한 흔적이라도 남기 마련이었다.하지만 어떻게 마치 증발한 것처럼 사라질 수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서정원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오지 않는 답에 일단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기로 했다.연이은 며칠 동안 서정원은 업무에만 몰두하였고 빠르게 ‘얼음과 불’ 시리즈의 야외 촬영을 마쳤다.며칠 후면 바로 제작발
“저도 알아요.”서정원은 이마를 문지르며 말했다.“러브앤어펙션은 지금 전 사이트에 그 디자인을 퍼뜨리고 있어요. 이틀 뒤에 저희 제작발표회가 열리면 사람들은 아마 우리가 표절했다고 생각할 겁니다.”러브앤어펙션 측에서 비록 몇 장의 디자인 초안을 공개했다고 하지만 먼저 공개하는 사람이 임자였고 사람들은 그렇게 러브앤어펙션이 표절당한 측이라고 생각할 것이다.분명히 의도적으로 운성 그룹을 겨냥한 것이 틀림없었다.하지만 마릴린이 어떻게 그녀의 디자인 초안을 얻어낼 수 있었는지 서정원은 알 수가 없었다.‘설마 운성 그룹에 스파이가
“그 말, 무슨 뜻이죠?”백아영의 표정이 확 뒤바뀌더니 이내 화를 내며 물었다.‘지금 또 날 사람들 앞에서 비웃고 있는 거야?’서정원은 담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말 그대로예요.”“말 돌리지 말아요. 지금 중요한 건 당신이 표절했다는 거잖아요.”백아영의 목소리가 사무실에 울려 퍼졌고 전 세계 사람들도 들릴 듯이 크게 말했다.애초에 ‘얼음과 불’ 시리즈 디자인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였다.하지만 지금 백아영이 이렇게 소리를 질러대니 비서팀 전체 직원들도 알게 되었다.주위에 있던 직원들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서정원을 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