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행했냐고?’최성운의 입꼬리가 씰룩이더니 이내 차갑게 말을 뱉었다.“내가 그렇게 할 일이 없는 사람으로 보여요?”그는 분명 서정원이 심준호와 몰래 데이트해놓고 지금 오히려 그에게 따져 든다고 생각했다.서정원은 다시 사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아마 그녀가 심준호와 카페에 있었을 때 몰래 찍힌 것 같았다.‘최성운이 찍은 게 아니면 누가 찍은 거지?’당시 그녀는 누군가가 카페 입구에서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는 소리를 들었었고 상황을 보러 간 심준호가 그녀에게 그저 사생팬이 몰래 그를 찍고 있었다고 말했었다.‘혹시 그 사생팬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싸늘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남자가 지금 거칠게 키스해오고 있었다.서정원의 머릿속이 하얘지더니 밖으로 소리가 들릴 정도로 심장이 쿵쿵쿵 뛰었다.최성운의 키스 솜씨는 아주 좋았지만, 서정원은 다소 버티기 힘들었다.그녀는 두 손으로 최성운을 힘껏 밀어보려고 했지만, 오히려 그에게 더 자극만 준 꼴이 되었다.서정원의 옷 속으로 최성운의 큰 손이 들어왔다...시원한 찬 바람과 최성운의 뜨거운 손이 그녀의 가슴으로 올라왔고 마치 뜨거운 불길처럼 그녀의 온몸을 달아오르게 했다.“그만 해요! 최성운 씨!”갑자
그렇게 며칠 동안, 서정원과 최성운은 냉전을 시작하였다.두 사람은 누구도 그날의 일을 언급하지 않았고 서정원도 일부러 최성운과 거리를 두려고 애를 썼다. 그리고 최성운도 한결같이 일관된 평소의 차가운 모습으로 돌아왔다.서정원은 모든 에너지를 “얼음과 불” 프로젝트에 쏟아부은 덕분에 프로젝트는 아주 순조롭게 흘러갔고 진행 속도도 예상보다 더 빨라졌다.그랬기에 브루스는 아주 마음에 들어 했다.시제품을 받은 서정원은 얼른 블루스에 연락했다.“브루스 씨, ‘얼음과 불’의 시제품이 나왔어요. 시간 되세요? 제가 가져가서 보여드릴게요
“그건...”브루스는 난처한 얼굴로 서정원을 바라봤다.“서정원 씨, 안나는 어떠세요?”“시도해봐도 괜찮을 것 같네요.”사실 안나의 몸매는 좋긴 했지만 다소 너무 요염했다. “불” 이미지와 어울릴지는 몰라도 “얼음” 이미지와 살짝 어울리지 않았다.안나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저와 같이 광고 찍을 남자 모델은 누구예요? 전 심준호 씨가 해줬으면 좋겠네요.”‘심준호?’서정원의 미간이 꿈틀거렸다.객관적으로 보면 심준호는 확실히 아주 좋은 후보였다. 하지만...“심준호 배우님? 전에 그분의 영화를 본 적이 있
머릿속에 의문만 생긴 서정원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대표이사실 문 앞으로 왔다.최성운의 차갑고 근엄한 얼굴을 보자니 서정원은 저도 모르게 긴장해졌다.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는 노크했다.“들어와요.”최성운의 낮게 깔린 목소리가 들려왔다.서정원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최성운은 책상에 앉아 잘 정리된 자료를 들고 귀티 나게 보고 있었고 그에게서는 알 수 없는 압박감마저 느껴져 마치 태어날 때부터 피라미드 꼭대기에서 태어난 것 같은 왕자의 기운이 느껴졌다.“최성운 씨, 저를 찾으셨다고 들었는데, 무슨 일이시죠?”서정원은 시선을
“심준호라고요?”최성운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잔뜩 어두워진 안색으로 말했다.“서정원 씨, 지금 일부러 그러시는 겁니까?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 해요?”‘이 여자는 도대체 무슨 자신감이야?’‘감히 심준호를 광고 모델로 선택해?’‘지금 감히 내 눈앞에서 당당하게 다른 남자랑 눈짓을 주고받겠다는 거야?’서정원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이마를 문질렀다.그녀는 사실 최성운의 반응을 미리 예상하고 있었다.최성운의 싸늘한 눈빛을 보며 서정원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최성운 씨 머릿속엔 도대체 무슨 생각들로 가득 찬 거죠? 심준호 씨
최성운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가 풍기는 싸늘한 기운에 주위의 온도도 마치 영하로 뚝 떨어지는 것 같았다.‘쪼잔하고, 성격 더럽고, 변덕스럽고, 사람을 괴롭힌다라...’‘이게 나에 대한 평가라고?!’항상 다른 사람들의 눈에 높은 위치에 있고 모든 사람들이 선망하는 위치에 있는 포식자로만 보였던 그가 서정원의 눈엔 그저 결점밖에 없는 사람으로 보였다니.‘도대체 내가 심준호보다 못한 것이 뭐지?’“최성운 씨가 여긴 왜 오셨어요?”서정원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표정을 구기고 있는 남자를 보며 다소 의아한 듯 물었다.‘설마 방금 다
그녀가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갑자기 최성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서정원 씨, 제가 정말 그렇게 부족한 사람입니까?”“네?”눈을 뜬 서정원은 다소 뜬금없다고 생각했다.최성운은 고개를 돌려 깊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제가 쪼잔하고 성격이 더러워요?”“...”‘망했네, 역시 다 듣고 있었구나...’서정원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이마를 꾹꾹 누르면서 말했다.“최성운 씨, 남의 대화를 엿듣는 습관이 있었어요?”최성운은 미간을 찌푸렸다.“그건 제가 할 말이 아닌가요? 뒤에서 남의 험담을 하는 습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