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765화

작가: 유애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30 20:00:00
최 씨는 의자 손잡이를 꼭 쥐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심경이 복잡해졌다.

'남편을 아는 사람은 아내뿐이니깐...'

최 씨의 남편은 남강으로 향하면서 두 명의 첩을 데려갔고, 그곳에서 또 두 명을 들였다. 비록 아직 명분은 없었지만, 이미 그들을 들인 이상 첩으로 삼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최 씨는 집안을 엄하게 다스렸기에, 평서백부의 첩들은 항상 그녀를 공경해 아무런 문제도 일으키지 않았다.

하지만, 고청우가 남편에게 접근한다면, 취향에 맞추는 수고조차 필요 없어질 것이다. 그저 꽃다운 기녀의 미모만 드러내도, 남편은 충분히 마음을 빼앗길 것이다.

시만자는 최 씨를 조용히 응시했다.

보아하니 그녀도 남편이 고청우의 미모를 쉽게 넘어갈 것임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시만자는 이 상황이 매우 안타까웠다.

최 씨는 훌륭한 여성이지만, 그녀는 좋은 남자를 만나지 못했다. 왕표가 아무리 남강을 지키는 장수라고는 하지만 최 씨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최 씨는 온 마음을 다해 집안을 돌보며, 시어머니를 섬기고, 시누이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평서백부를 위협하는 모든 일들을 막아내고 있지만, 그녀는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

이내 평정심을 되찾은 최 씨는 송석석에게 감사를 표했다.

"귀띔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곧 편지를 보내 주의시키겠습니다."

송석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고청우는 이미 이름을 바꾸었고, 사온도 그녀의 정체를 공개한 적이 없기에, 그녀가 평서백부에 어떤 목적으로 접근할지는 아직 불분명합니다."

최 씨는 송석석의 말뜻을 곧바로 이해했다.

고청우는 더 이상 기녀가 아니었고, 장공주도 이미 몰락했으니 이제 자유의 몸이었다. 그녀가 의지할 사람을 찾고자 한다면, 왕표는 그녀에게 훌륭한 보호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고작 그런 이유라면, 최 씨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고청우는 공주부의 서녀이고 이 사실을 대리사와 송 지휘사는 알고 있었다.

그러니 만약 왕표가 그녀와 얽히게 된다면, 사건은 복잡해질 것이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댓글 (1)
goodnovel comment avatar
허지윤
다음회차를 빨리 올려주세요ᆢ충전기한이 만료되면 우짜라고요
댓글 모두 보기

관련 챕터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766화

    그때 재빨리 앞으로 나선 금숙이 홍이와 함께 왕청여를 부축이며 말했다. "의원님이 말씀하시기를 아가씨께서는 너무 많이 걸어 다니지 말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어서 돌아가 쉬시지요. 부인께서 왕비님을 배웅하시면 되오니 아가씨는 몸부터 돌보는 것이 좋은 듯합니다." 금숙이 "왕비님"이라고 연신 부르자, 왕청여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순간적인 감정에 휩쓸려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형님이 그녀의 일을 이야기하려고 했다면, 어찌 송석석을 직접 초대했겠는가? 틀림없이 장공주의 반역 사건에 관련된 일일 것이다. 극도로 당황한 왕청여는 마음이 불안해졌다. 그녀는 엉성하게 몸을 숙여 송석석에게 인사한 후,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 서로 눈을 마주친 송석석과 시만자는 의아해했다. 또 왜 저러는 거지..?시만자는 최 씨가 그들을 배웅하는 틈을 타 조용히 물었다. "청여아가씨는 이 밤중에 왜 여기 있는 겁니까? 또 친정으로 돌아온 건가요? 남편과 다투었습니까?" 시만자는 호기심 때문이라기보다는 왕청여의 행동이 너무 이상했기 때문에 물어본 것이었다. 게다가 굳이 이 타이밍에 전북망과의 일을 거론하는 걸 보면 분명 송석석과도 관련이 있어 보였다. 집안의 수치스러운 일들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다지만 왕청여가 저지른 짓들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솔직히 말했다. "왕비님과 시 아가씨를 볼 면목이 없습니다. 아가씨는 남편과 말다툼을 하고 친정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그러다 태기가 불안해서 잠시 머물고 있는 중입니다." 시만자는 얼굴을 찡그렸다."전북망이 승진했고 부상으로 요양 중인데도 다투었단 말입니까? 혹시 또 송석석을 엮을 것입니까?" 그러자 최 씨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저 제가 혼자 설친 것 뿐이니.. 왕비님과 시 아가씨께서는 부디 마음에 두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러자 시만자는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체면을 위해 낮은 목소리로 욕설을 내뱉었다. “드디어.. 미쳤구나?”이미 이

    최신 업데이트 : 2024-10-31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767화

    며칠 동안 장공주부의 사람들도 어느 정도 심문하였으니 이제는 사온을 심문할 때가 되었다. 오늘, 송석석은 평양후부로 가서 가의 군주를 만날 예정이었고, 사여묵은 사온을 심문하여 두 쪽에서 동시에 움직일 계획이었다.사온은 지하 감옥에 갇힌 지 이제 여섯 날째였다. 처음에는 미친 척하며 피하려 했지만, 효과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후로는 더 이상 몸부림치지 않았고 자신의 운명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적어도 겉으로는 그렇게 보였다.심문실, 사여묵과 사온은 마주 앉았고, 사온은 한의절 밤에 입었던 흰옷 그대로였다. 며칠 동안 지하 감옥에 갇혀 있던 탓에 옷은 구겨졌고, 머리카락은 흐트러져 있었다. 얼굴에는 생기가 없었고, 눈 밑에는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심지어 몇 일 사이에 살이 급격히 빠져 수척해진 얼굴 때문에 실제 나이보다 다섯, 여섯 살은 더 들어 보였다. 중년의 여인이 갑자기 살이 빠지면, 더욱 비참해 보이기 마련이다. 특히, 본성이 모진 사온이었기에, 그 모습은 더욱 표독스러워 보였다.사여묵이 먼저 입을 열었다. "오랫동안 첩들을 지하 감옥에 가두더니 이제 그곳에 살게 되었군요. 지낼 만합니까?" 갑자기 고개를 든 사온은 웃음을 지었다."공주부보다는 형편없구나." "전하께서 공주 직위를 박탈하라고 명하셨으니 오늘 경조부의 공양이 공주부를 조사하러 갈 것입니다." 그 말에 사온은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냉소적으로 말했다."직위를 박탈하면 어떻고 공주가 아니면 어떠냐? 나는 여전히 황실 출신이고 내 부친은 문엄 황제에, 내 모친은 의귀비다. 이는 누구도 바꿀 수 없는 사실이다." 그녀의 말속에는 냉소뿐만 아니라 원망도 섞여 있었다. 마치 문제의 딸로 태어난 것이 불행이라는 듯이 말이다.사여묵은 절차를 밟듯 차분하게 물었다. "그 무기들은 어디서 난 것입니까? 왜 반역을 꾸민 것입니까? 배후에 대체 누가 있는 것입니까?" 사온은 입가를 비틀며 말했다. "이미 반역죄로 확정된 마당에 더 물어볼 필요 있겠느냐

    최신 업데이트 : 2024-10-31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768화

    고개를 돌린 사온은 웃음을 멈추고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항상 네 부중의 염 선생이 나와 연락을 하지 않았더냐? 벌써 잊은 것이냐? 너는 직접 나서지 못한다며 약점을 잡힐 수 없다고 처음 나에게 반역을 제안한 후, 모든 일은 염 선생이 담당했지. 그자를 데려다가 엄하게 심문하면, 모든 것이 명백해지지 않겠느냐? 아, 그리고 네가 전장에서 돌아온 뒤에는, 그자뿐만 아니라 송석석도 나와 연락을 했었지. 그 무기들은 모두 그녀가 무림 사람들에게 시켜 보낸 것이 아니더냐? 그녀를 데려다가 고문하거라. 그러면 진실을 자백할 것이다." 사온은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 "그들을 고문하지 않는다면, 나에게도 형을 내릴 수 없겠지. 그건 명백한 차별 대우가 될 테니까. 또 하나 더, 내가 너를 배후로 지목했으니, 너는 이 사건을 담당할 수 없다. 다른 사람을 보내거라." 하지만 사여묵은 동요하지 않았다. "그건 당신이 걱정할 일이 아닙니다. 전하께서 당신 진술을 보시고 필요하다고 판단하시면 다른 사람이 나설 것입니다. 그러면 다음번에 저를 보지 않을 수 있겠지요." 웃고 있는 사온은 눈빛에 악의로 가득 찼다. "정말 다시는 널 보고 싶지 않구나. 이처럼 역겨울 수도 없느니라. 전장에서 공을 세운 친왕이 이미 시집갔던 여인을 아내로 맞다니. 우리 황실의 체면을 네가 다 망쳐버렸구나." 사여묵은 이전 기억을 상기시키듯 말했다. "당신은 더 이상 황실의 사람이 아니니, 그 체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자 사온이 비웃었다. "넌 정말로 부끄러움을 모르는구나. 내가 이리 욕을 해도 화를 내지 않다니. 너의 그 뻔뻔한 모습이 사람을 화나게 하는구나. 네게 약점을 잡히지 않았더라면, 이용당하지도 않았을 텐데 말이다. 쓸모없는 자식, 자신의 저택에는 감히 무기를 두지 못하고 전부 공주부에 숨겨 두었지. 그 무기들 중 많은 것은 네가 남강 전장에서 몰래 운반해 온 것들이지 않느냐? 갑옷도 있었지 아마?" 보좌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는

    최신 업데이트 : 2024-10-31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769화

    사여묵은 미소를 지으며 하얀 이를 드러냈다. "오늘의 심문은 여기까지다." 그러자 사온이 비웃으며 말했다."벌써 끝인 것이냐? 겨우 이 정도냐?!" 하지만 사여묵은 여전히 차분했다."제가 묻지 않더라도, 다른 이가 심문할 터이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오늘 밤은 아미 밤새 심문이 이어질 테니 마음의 준비는 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사온은 사여묵을 노려보며 말했다. "내가 두려워할 것 같으냐? 누가 와서 심문하든 내 답은 변함없을 것이다. 사여묵, 네가 무슨 수작인지 내가 모를 줄 아느냐? 네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죄는 벗을 수 없을 것이다. 무슨 수단이든 다 써보거라." 사여묵은 조용히 답했다. "별로 특별한 수단은 없습니다. 모든 것은 그저 법에 따라 처리될 뿐이지요." 말을 마친 그는 성큼성큼 심문실을 나섰다. 그렇게 사여묵이 나가고 곧바로 진이가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사온, 나는 그대의 반역 사건을 묻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 우리는 공주부의 오래된 우물에서 여러 구의 시체와 수십 명의 영아 해골을 찾아냈다. 이미 하인들을 심문했고 그들은 모두 그대가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그대는 이를 인정하느냐?" 차갑게 진이를 한 번 쳐다보던 사온은 아무 말 없이 경멸 어린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그 모습에 진이는 몸을 뒤로 기대며 느긋하게 덧붙였다."괜찮다. 천천히 생각해보거라." 한편, 평양후부에서는 가의 군주가 매서운 눈빛으로 송석석을 노려보고 있었고 평양후도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 오늘 송석석은 이들 부부를 심문하러 왔고, 다른 이들은 자리에 없었다.평양후의 노부인은 장공주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들은 친족이었지만 서로 왕래가 거의 없었다. 가의 군주는 조금만 화가 나면 친정으로 돌아가려 했고 대장공도 이를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평양후의 노부인은 장공주와 왕래할 필요를 느끼지 않게 되었다.평양후는 답답한듯 한숨을 내쉬었다."저흰 정말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그 지하 감옥에 대해선

    최신 업데이트 : 2024-10-31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770화

    송석석은 가의 군주를 앞으로 밀쳐내고는 냉정한 목소리로 경고했다."묻는 대로만 답하면 됩니다. 협조하지 않으면 이제 더 이상 기회는 없을 것이고 바로 대리사로 끌고 갈 것입니다. 당신 어머니는 이미 서민으로 강등되었지만, 전하께서는 옛정을 생각해 당신의 군주 자리는 건드리지 않았지요. 그러나 이대로 협조하지 않으면, 황춘연을 죽인 일은 오늘 바로 천청에 올라갈 것입니다. 군주가 사람을 죽였다고 한다면 어느 누가 당신을 지키려 하겠습니까?" 가의 군주는 왼팔이 탈구되어 너무 아픈 나머지 눈물이 흘러 내렸다. 송석석이 죽일 듯이 미웠지만, 그녀가 한다면 하는 여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저 참을 수 밖에 없었다. 그 광경에 평양후는 급히 가의 군주를 부축해 자리에 않히더니 차갑게 말했다. "송 대감께서 일을 처리하는 중이니 묻는 것만 대답하도록 하오." 그는 가의 군주가 어떻게 되든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그녀가 잡혀간다면 반드시 자신이 이혼장을 써준 후에야 가능한 일이라 생각했다. 절대 평양후 부인의 신분으로 관청에 끌려가는 것은 허용할 수 없었다. "난 그녀를 죽이지 않았다!" 가의 군주는 분노에 차 소리를 질렀다. "그저 몇 대 때리라고만 지시했을 뿐인데 스스로 벽에 머리를 박은 것이다." 그녀는 오른손을 들어 넓은 소매로 얼굴을 가리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벽에 머리를 박을 거라는 걸 내가 어찌 알았겠느냐? 예전에도 얼굴이 퉁퉁 부풀어 오르도록 맞았지만 자살하지는 않았다. 단지 화풀이하려고 고작 따귀 몇 대만 때리라고 한 것뿐이다. 다투고 화가 난 나머지 공주부로 돌아갔으니까." 평양후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뭐라고 했소? 나와 다툴 때마다 친정에 간 이유가 하인들에게 화풀이하기 위함이었소? 심지어 사람을 죽이기까지 했단 말이오?" "그렇게 될 줄 어찌 알았겠습니까? 그녀가 나쁜 마음을 먹은 것이 저와 무슨 상관이냔 말입니다!" 가의 군주는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왼쪽 팔은 여전히 아팠고, 눈물은 계속해서 흘러내렸

    최신 업데이트 : 2024-10-31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771화

    문밖에 서 있던 평양후의 임 집사가 안으로 들어와 몸을 굽히며 말했다. "이 일은 걱정하실 필요 없사옵니다. 사온의 반역은 이미 거의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대리사에서 심문하는 것도 배후를 밝혀내기 위함일 뿐이고 설령 배후를 밝혀내지 못하더라도 대리사는 절차를 밟아야 할 것입니다. 평양후부가 공주부와 혼인으로 맺어진 이상 연루되는 것은 피할 수 없으나, 오늘 나리와 가의 군주만 불러 문초하신 것을 보니 큰일을 벌이실 의도는 아니옵니다. 만약 그렇게 하실 뜻이 있었다면, 군주 주변 사람들까지 모두 불러들였을 것이옵니다." 미란은 이해가 안 가는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정말 알 수가 없구나. 장공주께서는 이미 그토록 존귀하신데, 왜 굳이 반역을 도모하셨단 말이냐? 게다가 저택의 첩들은 백 명이 넘는다고 들었고 대부분 죽임을 당했고 태어난 사내아이들은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니, 어찌 그리도 악독할 수 있는 것이냐?" 그녀는 가의 군주가 아이를 낳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너무 가혹하다 생각하여 입 밖으로 내지는 못했다. 그저 내심 그렇게 생각할 뿐이었다.악행은 결국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법이니까 말이다. 평양후 노부인은 간담이 서늘해졌다. 너무도 잔혹하다는 생각에 오금마저 저려왔다."임 집사, 그녀 주변 사람들을 불러들여 학대를 당한 적은 없는지 물어보거라." 잠시 머뭇거리던 임 집사는 노부인의 눈빛이 깊어지자 어쩔 수 없이 말했다. "그녀의 시중을 들던 시녀들 중 상당수가 이미 사라졌사옵니다. 그들이 팔려버렷다고는 하나, 결코 좋은 결말을 맞이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가서 조사해 보거라. 그녀 방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우리가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이리도 악독할 줄은 몰랐네. 팔려 갔든 죽임을 당했든, 누군가는 이를 처리했을 테니, 그자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노부인 곁에서 효성을 다했던 미란은 노부인에 대해 잘 알았다. 노부인이 깊이 조사하려는 것은 아마도 이혼을 염두에 둔 것이다."전숙은 항상 군주

    최신 업데이트 : 2024-10-31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772화

    송석석이 평양후부를 나선 직후, 한참 동안 멍하니 있던 평양후는 서서히 정신이 돌아왔고, 그의 눈동자는 충혈되어 있었다. 그는 갑자기 가의 군주의 옷깃을 움켜쥐더니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그러자 가의 군주가 미친 듯이 소리쳤다. "감히 나를 때려? 네가 감히? 이 비겁한 놈아!" 평양후는 분노로 눈이 충혈되었다. 그는 처음으로 가장의 권위를 보여주었다. "때리기만 할까? 내가 너를 버릴 것이다!" "버려?" 순간 멈칫하던 가의 군주는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다시 한 번 말해 보거라!" "그럼 너 같이 악독한 년이 평양후부를 해치게 놔두란 말이냐?" 그 순간 도자기 주전자가 평양후의 머리를 강하게 내리치며 '쾅' 하는 소리가 났고, 이어서 도자기 파편이 바닥에 흩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평양후는 비틀거리며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이미 이성을 잃어버린 가의 군주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하늘이 빙빙 도는 듯한 느낌을 느낀 그는 그만 바닥에 쓰러져 버렸고, 이윽고 머리에서는 피가 흘러 나왔다. "나리!" 그 광경에 하인들이 황급히 뛰어와 평양후를 부축했다."어서 의부를 불러라!" "감히 나를 버려? 네가 나를? 어디 한번 끝까지 싸워보지." 바닥에 쓰러진 평양후를 차갑게 내려다보는가의 군주에게서 조금의 애석함도 찾아볼 수 없었다.막 평양후부 대문을 나서던 송석석은 안쪽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필명을 불러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해 보라 지시하고 대리사에 보고하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은 먼저 진술을 정리해야겠다고 했다.평양후부는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다행히도 노부인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저택에 상주하는 의원이 항시 있었기에 신속히 손을 쓸 수 있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으나, 상처는 심각했다. 필명은 상황을 살펴보고 나서 대리사로 돌아와 송석석에게 보고했다. "상처가 심각하더냐?" 평양후의 머리에서 흐르던 피에 필명도 깜짝 놀랐다."의원이 말하길,

    최신 업데이트 : 2024-10-31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773화

    두 사람은 마차를 타고 궁으로 향했다. 반역 사건 이후로 그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기에 집에 돌아가서도 몇 마디 나누지 못한 채 그대로 쓰러져 잠들곤 했다. 사여묵이 송석석을 품에 안으며 말했다. "당신이 실망하지 않도록 내가 미리 말해야겠소."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있습니다. 전하께서 사온을 처형하지 않으실 거란 말이지요?" 송석석은 그의 넓은 가슴에 기대며 눈을 감았다. 전쟁터에서도 지치지 않았던 그녀지만 여기저기 탐문하여 증언을 듣고, 그 속에서 날아드는 비꼬는 말투에 몸도 마음도 너무 힘들었다. 사여묵이 조용히 분석했다."나는 이미 연왕을 언급했지만, 전하께서는 당신에게 연왕을 조사하라고 하지 않았소. 의심 많은 성격인데 어찌 연왕을 조사하지 않을 수 있겠소? 아마 다른 사람을 보내어 조사하게 했을 것이고 그들은 아마 어전시위와 호위무사일 것이오. 이들은 당신 관할이 아니오. 설령 어전시위가 당신 관할이라고 해도, 그것은 명목상일 뿐. 명확히 조사하기 전까지 사온을 죽이지 않을 것이고 사온이 살아 있는 한 연왕은 하루도 마음을 놓지 못할 것이오." 송석석은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 공주부는 두 가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하나는 반역이고, 다른 하나는 첩들을 감금하고 살해해 많은 아이들의 목숨도 빼앗아 간 죄이지요. 그러니 사온을 처형하지 않으면, 민심을 잠재우기 어려울 것입니다." “죄는 반드시 물어야 하오.”사여묵의 눈에는 서늘한 빛이 스쳤다.“반역이 묻힌다면, 그 많은 생명들은 오직 한 사람만이 짊어질 수 있소." 그러자 송석석의 눈이 번쩍 띄었다."고부진!" 사여묵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소. 그는 결코 억울하지 않소. 그는 이미 공범이고, 자신이 어쩔 수 없었다며 그녀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었다고 변명해도 소용없소. 그는 고후부 사람이오. 그 당시 황조부께서도 아직 살아계신 시점이었으니 사온이 모든 것을 손에 쥐고 있던 것은 아니었소. 그는 굴복을 택했을 뿐

    최신 업데이트 : 2024-11-01

최신 챕터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96화

    고청우가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역겹다는 눈빛이 새어 나왔다. ‘버러지 같은 놈, 능력도 없고 용맹하지도 못하면 마음이라도 독하게 먹어야 할 거 아니야! 천하의 멍청한 놈!’그러다가 다시 고개를 들고는 반짝이는 눈빛으로 말했다.“역시 저희 서방님은 선하신 분입니다. 제가 서방님을 참 잘 만난 것 같네요.”한편, 결심을 하고 나니 왕표는 되레 마음이 너무 편했다. 그는 고청우의 얼굴을 다정하게 어루만지며 눈앞의 이 여자와 남은 평생 신분을 숨긴 채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상상을 하고 있었다.지금까지 남들이 부러워하는 화려한 삶도 살아봤고 나라를 위해 목숨도 잃을 뻔했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다.목숨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없으니 왕표는 절대 잘못한 게 없으며 더군다나 그가 남강에 있든 없든 별다른 차이는 없었다.어차피 제린과 방천허 등 부하들은 그를 원수로 인정하지도 않으니 말이다. “가서 왕진을 불러오게. 이곳을 떠나기로 했으니 그자와 논의해서 우리 사람들을 전부 데리고 가야지.”왕진은 본래 평서백부의 교두였는데 왕표를 따라 남강 전쟁에 뛰어든 것이었다.왕표는 전에 최씨가 그의 곁에 몰래 사람을 붙였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부인 고청우가 남강에 오고나서 최씨가 심어놓은 사람들을 전부 제거한 것이다.때문에 지금 저택에 남아있는 부하들은 왕표의 믿음을 듬뿍 받고 있는 자들이다.한편, 왕표의 계획을 들은 왕진이 흠칫 놀랐지만 이내 찬성했다.남강에 오기 전, 왕진은 진성에서 더할 나위 없는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었고 평서백부에서 교두로 지내던 나날들은 남부러울 것이 없었다.하지만 왕표를 따라 남강에 오고 나서부터 좋은 술을 마셔본 적도 없고 입맛에 맞는 요리를 먹어본 적도 없었다.지금 그 부귀영화를 누리던 땅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데 그 누가 거절할 수 있을까!더군다나 전쟁이 터져서 왕표가 전장에 나가면 왕진도 따라가서 목숨 걸고 피 터지게 싸울 수밖에 없다.왕진 등 사람들은 정식적인 사병이 아니기에 지금 도망간다고 해도 그들의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95화

    몰래 저택 안으로 들어온 무당은 10분 뒤, 다시 뒷문으로 빠져나갔다.한편, 저택에 앉아있던 왕표는 온몸에 힘이 쫙 풀렸으며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조금 전, 무당은 저택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주변을 쓱 훑어보더니 담담하게 한 마디만 뱉었다.“장군님, 부디 몸조심하십시오.”그리고 나서는 고청우가 아무리 울며 빌어도 무당은 입을 꾹 닫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심지어 굿을 해달라고 해도 단호하게 거절하며 소용없는 짓이라고 얘기했다.그러다가 저택을 떠나기 전, 무당은 왕표에게 말을 전했다.“이 땅은 장군의 무덤입니다. 장군님께서는 가족들을 달 대피시키십시오.”무당의 말에 왕표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이 남강 땅에 얼마나 많은 장군의 뼈들이 묻혀 있단 말인가! 더할 나위 없이 용맹하고 전쟁 경험이 많은 송회안 부자도 이 땅에서 목숨을 잃지 않았는가!왕표는 송회안 부자를 존경하지만 두 사람처럼 되고 싶지는 않았다.만약 전장에서 죽는다면 평서백부가 아무리 대대손손 흥한다고 해도 왕표는 전혀 그 영광을 누리지도 못할 것이고 심지어 그의 부인과 아들도 이를 누릴 수 없다.이때, 고청우가 뒤에서 왕표를 끌어안고는 엉엉 울기 시작했다.“서방님, 서방님께서 전장에서 목숨을 잃게 된다면 저와 아들도 서방님을 따라 가겠습니다.”“아니, 난 절대 죽을 수 없어!”눈물을 뚝뚝 흘리는 고청우를 보며 왕표가 큰소리로 외쳤다. 그리고는 고청우의 손을 덥석 잡더니 결심한 듯 말을 이어갔다.“우린 아무도 안 죽을 것이오. 전에도 약속하지 않았소? 전쟁이 일어나면 바로 남강 땅을 떠날 것이오!”흠칫하던 고청우가 당황한 기색으로 왕표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물었다. “하지만 저희가 정녕 이곳을 떠날 수 있을까요? 이 저택에 저희 사람만 있는 건 아닙니다. 더군다나 모든 걸 버리고 몸만 떠날 수는 없지 않습니까?”왕표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안일한 생활을 오랫동안 보낸 왕표는 절대 가난하게 살 수는 없었다.반드시 당당하고 순조롭게 금은보화를 저택 밖으로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94화

    한편, 남강에서 왕표는 며칠동안 계속 좌불안석이었다. 그는 사국 병사들이 정말 쳐들어올 줄은 몰랐으며 시씨 가문 도련님이 보낸 서신이 사실일 줄도 전혀 몰랐다.왕표는 방천허 등 사람들과 몇 번이고 논의를 했지만 그자들은 전혀 겁을 먹지 않았으며 쳐들어오면 바로 전쟁을 치르면 된다고 했다.방천허가 보인 자신감에 왕표는 조금이나마 안심이 됐지만 전쟁이 일어난 순간 왕표는 절대 군영에서 지휘만 하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그리고 방천허 등 병사들에게 정말 그만한 실력이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송씨 가문 군대와 북명군은 평소에도 건방진 태도로 왕표의 지시에 따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병사 훈련을 진행하지 않았기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승산이 높지 못할 것이다.왕표는 자신의 다리를 만지작거렸다. 아직도 비가 내리면 다친 무릎에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으며 전장에서 다리도 잃을 뻔했다.진성으로 돌아가 오랜 시간의 치료를 통해 겨우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되긴 했지만 여전히 가끔 다리가 불편했다.왕표는 전장에서 죽음에 이르렀던 그 순간을 여전히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살인으로 두 눈이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고 심지어 칼을 들 힘도 없었다.그뿐만 아니라 몸에 입고 있는 갑옷이 너무 무거웠던 탓에 적에게 공격을 당했을 때 누군가가 구하러 오지 않았다면 왕표는 그 자리에서 목이 잘렸을 것이다.물론 이제 원수가 된 왕표는 굳이 전장에 직접 나갈 필요가 없지만 남강에는 원수가 숨어서 지휘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앞장서서 싸워야 한다는 전통이 있었다.그 전통을 만든 사람이 바로 송회안과 사여묵이었고, 제린과 방천허도 이 전통을 찬성하는 바였다. 원수가 전장에 직접 나서야만 병사들의 투지와 열정을 끌어올릴 수 있어, 짧은 시간 내에 전쟁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바로 그때, 대문이 열리며 고청우가 인삼차를 들고 들어왔다.왕표는 이내 걱정스러운 표정을 숨긴 채 고청우를 쳐다보았고 고청우는 조금 전에 울고 온 듯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93화

    임 태의는 북명왕의 상태가 걱정되어 황실에 남아 밤을 보내려고 했지만 저녁쯤 돌아온 단 신의가 한걸음에 황실로 달려와 북명왕에게 단설환 한 알을 건네 주었다.단설환을 복용한 북명왕은 흉부 통증이 바로 완화되었고 임 태의가 맥을 짚어보니 그가 처방한 약보다 효과가 훨씬 좋았다.임 태의는 오래 전부터 단 신의의 명성을 익히 전해 들었기에 굳이 자신이 황실에 남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위로 몇 마디를 남긴 뒤 황실을 떠났다.임 태의가 가자마자 단 신의는 북명왕을 위해 처방을 했고 제자를 시켜 약왕당에서 가서 약재를 구해 약을 달이기 시작했다.약을 먹은 사여묵은 가슴에 꽉 막혀 있던 큰 돌멩이가 사라진 기분이었으며 겨우 제대로 숨을 쉴 수가 있었다.“임 태의가 내일도 찾아올 걸세. 때문에 왕야께서 진성을 떠난다고 해도 내일 저녁까지 저택에 계시다가 출발하셔야 하네.”단 신의의 말에 송석석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임 태의께서 내일 다시 장군님의 맥을 짚어본다면 모든 게 들통나는 거 아닙니까?”“사람을 시켜 저택 밖에서 지켜보다가 임 태의가 나타나면 내가 다시 왕야께 약을…”“약을 또 드셔야 한다는 겁니까? 더 이상 중독되면 안 됩니다.”송석석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다급하게 말하자 단 신의가 송석석을 힐끗 쳐다보았다.“그렇게 걱정됐다면 그 반 알도 드시지 못하게 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송석석이 후회 막심한 표정을 지었고 단 신의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남은 반 알을 먹이려는 게 아니네. 현빙환이라는 약이 있는데 조울증을 치료하는 약이라 이 약을 복용하면 맥박이 여전히 이상하게 보일 걸세.”그제야 마음이 놓인 송석석이 다시 물었다.“그 전에 드신 약이 이미 심장을 손상시켰는데 거기에 이 현빙환까지 드시면 몸 상태가 더 악화되지 않겠습니까?”“큰 문제는 없을 것이네. 그래서 치료제로 이런저런 약을 많이 드리지 않았나?”단 신의의 말에 곁에 서있던 동동이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그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처음부터 왕야께 현빙환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92화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친위병 몇 명을 거느린 척귀가 임 태의와 오대반과 함께 북명 황실로 향했다.송석석은 며칠동안 공무를 내려놓기로 하고 모든 업무를 필명과 오진에게 맡겼다.시만자도 송석석을 통해 자초지종을 알게 되었고 오늘 임 태의와 오대반이 저택에 왔다는 소식에 시만자는 괜히 어설픈 모습을 들키기 싫어서 나타나지 않았다.임 태의와 오대반은 이내 두 눈이 퉁퉁 부은 송석석을 만나게 되었고 오대반이 조심스럽게 위로했다.“왕비님,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임 태의가 계시니 왕야께서도 조만간 호전될 것입니다.”“감사합니다.”송석석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대답했다.한편, 척귀 등 친위병은 왕야와 왕비의 침실에 함부로 들어갈 수 없었기에 밖에서 지키고 있었다.척귀는 침실 밖에 나타난 염구진을 보자 그를 아래위로 훑어보다가 물었다.“염 선생, 폐하께서 왕야를 걱정하셔서 이렇게 소인을 보냈습니다. 혹시 왕야께서 예전에도 이런 질병을 앓으신 적이 있으셨습니까? 왜 갑자기 쓰러지신 겁니까?”염구진은 척귀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왠지 모르게 마음속으로 짜증이 확 났고 요즘 따라 이런 감정을 자주 느끼는 것 같았다.그는 황제의 이러한 조사가 결국 불신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염구진은 짜증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채 담담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왕야께서 이토록 바쁘신데 쓰러지지 않을 수가 없지요. 언젠가 몸이 망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낮에는 대리사에서 공무를 처리하시고 저녁에는 잡다한 일로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저택으로 돌아오십니다. 그리고 이튿날 아침 일찍 조정에 참석하시느라 한 시간도 채 못 주무시는데 몸이 어떻게 건강하실 리가 있겠습니까? 더군다나 노주로 가셨을 때 산속에 숨어 지낸 탓에 추위에 약해지셨고 진성으로 돌아오고 나서도 제대로 휴식을 취하신 적이 없었지요.”척귀는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어명을 받고 탐문하러 온 척귀는 지금 이 순간 북명왕이 너무 대단하게 느껴졌으며 북명왕처럼 매일 바쁘게 살면 쓰러지지 않을 사람이 없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91화

    저녁쯤, 숙청제가 송석석을 궁으로 불렀고 두 눈이 벌겋게 충혈된 송석석을 보며 숙청제는 사여묵이 아프다는 사실을 믿게 되었다.“너무 걱정하진 말거라. 임 태의가 있으니 상황이 호전될 것이야.”숙청제의 말에 송석석은 영혼을 잃은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감사합니다, 폐하. 소인이 단 신의께 소식을 전했으니 단 신의께서도 곧 돌아오실 겁니다. 단 신의에게 좋은 약이 있으십니다.”“단설환을 얘기하는 것이냐?”숙청제도 단설환에 대해 익히 알고 있었으며 진성에 있는 황족과 세가들은 돌발 상황을 대비하여 한두 알 정도 가지고 있었다.하지만 2년 전부터 이 약은 거의 판매를 하지 않았기에 매우 귀한 약이 되었다.“네.”“단 신의는 언제쯤 돌아올 수 있다고 하더냐? 그 약을 약왕당에서 구할 수는 없는 것이냐?”숙청제의 물음에 송석석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아무리 빨라도 삼일 정도는 걸릴 것입니다. 약왕당에도 현재 이 약을 판매하고 있지 않습니다. 홍작한테서 들었는데 단 신의께서 단설환 두 알을 가지고 계신다고 합니다.”“그럼 단설환 외에는 다른 약이 없느냐?”숙청제는 단설환의 약효가 좋다는 건 인정하지만 들리는 소문처럼 그리 신통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그저 근거 없는 소문에 불과하다고 여겼다.“다른 약은 약효가 그리 좋지 못합니다.”머뭇거리던 송석석은 살짝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전북망 장군님 모친께서도 심각한 심장 질병으로 거의 사망하시기 직전이셨는데 단설환을 드시고 목숨을 부지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 뒤로 매달 단설환 한두 알씩 드셨다고 하는데 효과가 확실했다고 합니다.”숙청제도 이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지만 이 상황에서 망자를 언급하는 건 재수가 없을 것 같아서 이내 송석석을 위로했다.“임 태의한테서 들었는데 상황이 조금은 호전되고 있으니 치료를 받고 충분히 휴식하면 곧 건강을 회복할 수 있을 터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네, 폐하. 오늘 임 태의가 계셔서 너무 다행이었습니다.”송석석의 눈시울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90화

    어서방에서, 임 태의가 허리를 숙인 채 황제에게 사여묵의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두 시간 전, 대리사 소경 진이가 북명왕의 옥패를 들고 태병원으로 달려와 북명왕이 갑자기 쓰러졌다고 외쳤다.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숙청제도 이내 보고를 받게 되었던 것이다.“소인이 보기엔 갑작스러운 심장 발작으로 의심됩니다. 상황이 매우 위험한데 소인이 도착했을 때 왕야는 이미 정신을 잃은 채 쓰러져 계셨습니다. 침술을 몇 번이나 사용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셨는데 제대로 걷지 못하셔서 마차에 태워 황실로 보내 드렸습니다.”“왜 갑자기 발작을 한 것인가? 전에는 한 번도 이런 병이 있다는 것을 들은 적 없는 것 같은데.”숙청제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으며 속으로 걱정이 되기도 했다. 어찌 됐든 사여묵과 피를 나눈 형제였기에 평소에 의심하고 경계한다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는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소인도 황실에 계신 염 선생한테서 들었는데 왕야는 얼마전 진성으로 돌아오고 나서부터 제대로 휴식도 취하지 못했고 가끔 기침을 심하게 했다고 하셨습니다. 가슴이 답답할 때도 있었는데 크게 신경을 쓰지 않으셨습니다. 소인이 보기엔 고뿔이 악화되면서 발작이 일어난 것 같습니다.”숙청제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갔지만 조금 의심이 들기도 했다.“고뿔을 앓고 있었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상태가 악화될텐데, 왜 그동안 아무도 몰랐던 것이냐?”“폐하, 염 선생께서는 왕야가 진성에 돌아온 뒤로부터 너무 바빠서 쉴 시간도 없었다고 하셨습니다. 고뿔 외에도 마음에 걱정되는 일이 있어서 고뿔을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고뿔도 사람마다 다릅니다. 평소에 풍채가 좋은 분들은 증상이 확실하게 티가 나지 않아서 자신이 아프다는 것도 잘 모릅니다. 왕야도 그런 상황이었던 것 같습니다.”숙청제는 의학에 대해 전혀 몰랐기에 그저 물을 수밖에 없었다.“그럼 이젠 조금 나아졌느냐?”“폐하, 왕야는 현재 상태가 더 이상 악화되지는 않겠지만 반드시 충분한 휴식을 취하셔야 합니다. 절대 과로해서는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89화

    이날 저녁, 송석석은 약왕당에서 받아온 약을 사여묵에게 건넸고 약의 위험성까지 자세하게 얘기했다.사여묵은 망설이는 듯한 송석석의 모습에 환하게 웃으며 위로했다.“이 정도 상해는 충분히 견딜 수 있소. 그리고 원기를 회복할 수 있는 약들도 이렇게 잔뜩 가지고 오지 않았소? 나중에 어의에게 진단만 받으면 바로 단설환을 먹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오. 남강으로 가는 길에도 단 신의의 당부를 잊지 않고 매일 약을 꼬박꼬박 챙겨 먹겠소.”“그래도 결국 독약 아닙니까? 그러지 말고 저희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송석석이 미간을 찌푸리며 묻자 사여묵이 담담하게 대답했다.“내가 보기엔 지금으로써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소. 단 신의가 말을 무섭게 해서 그렇지 그 정도로 심각한 상해를 입히지 못할 거요. 그렇게 위험한 약이었다면 애당초 꺼내지도 않았겠지.”“그럼 일단 염 선생과 상의라도 해보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그럴 필요 없소!”사여묵이 약을 내려놓은 뒤, 커다란 손으로 송석석의 허리를 감싸며 말을 이어갔다.“이 일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유리하오. 나중에 내가 대리사에서 쓰러지면 진이가 내 옥패를 들고 어의를 찾아갈 것이고 황실로 달려온 어의가 우왕좌왕하는 염 선생을 보아야 의심을 하지 않을 것이오.”송석석은 사여묵의 가슴팍에 기대어 불안한 마음을 가까스로 억눌렀다. “전 장군님이 너무 걱정됩니다. 몸이 회복되기도 전에 남강으로 출발해야 하는데 가는 내내 제대로 쉴 수도 없지 않습니까? 그러다가 남강에 가서도 몸 상태가 회복되지 않으면 전장에 어떻게 나가시려고 그러십니까?”송석석의 걱정에 기분이 좋아진 사여묵이 다정하게 웃으며 그녀를 위로했다.“난 왕표를 무조건 대체하겠다는 게 아니오. 일단 제린을 찾아 병사들 속에 숨어 있다가 왕표가 제대로 군을 이끈다면 난 남강 구경이나 하다 올 것이오.”사여묵의 위로에도 송석석은 시름이 놓이지 않았다. 왕표가 군을 제대로 이끌지 못할 거라는 확신 때문에 두 사람이 지금 이런 모험을 하고 있는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88화

    화가 난 단 신의는 송석석의 말에 설득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버럭 언성을 높였다.“난 멍청한 사람을 돕지 않소. 당신들은 그런 천하의 멍청이가 따로 없소!”“세상에 이런 멍청이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번 한번만 더 모험하고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겁니다. 약속할게요.”송석석이 환하게 웃으며 말하자 단 신의가 미간을 찌푸렸다.“모험을 하고 싶어도 이제 못할 수도 있소. 돌아오면 황제께서 그 죄를 어떻게 물으실 줄 알고 이러는 것이오. 그러다가 머리가 잘릴 수도 있소.”“정말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고 해도 저에게 방법이 있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단 신의는 고집을 부리는 송석석을 보며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말한 것처럼 백성들에게는 두 사람과 같은 멍청이들이 필요하긴 했지만, 단 신의는 그 멍청이가 송석석과 사여묵은 아니길 바랐다.결국 단 신의는 먼지가 뽀얗게 쌓인 작은 상자를 꺼내 먼지를 툭툭 털어내곤 조심스럽게 열었다.상자 안에는 땅콩 만한 검은 알약 하나가 있었다.“똑똑히 기억하시게. 이건 독이오. 이 약을 먹고 나면 맥박이 이상해지고 갑작스러운 발작을 일으키네. 그리고 짧은 시간내에 심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이건 그저 보여지는 현상이 아니라 실제로 죽을 수도 있다는 뜻이네. 이 약을 먹고 3일 정도 버틸 수 있는데 3일 뒤에는 반드시 단설환을 복용해야 하오. 그러지 않으면 심장에 영구적인 손상을 입을 수도 있소.”단 신의의 말에 송석석이 흠칫 놀란 표정이었다.“정말로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뜻입니까?”“그럼 당연하지. 이건 독이오.”“그럼 단설환을 먹고 나면 바로 정상적인 몸 상태로 돌아올 수 있는 겁니까?”“그렇지 않소. 며칠 동안 안정을 취해야 하네. 눈속임을 하고 나서 바로 출발하면 절대 안 되오.”위험할 수도 있다는 단 신의의 말에 송석석은 단 신의가 건네는 약을 받지 않았다.“그럼 혹시 다른 약은 없는지요? 폐하를 속이고 나서 장군님은 바로 출발하려고 할 겁니다. 실제로 중독되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