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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0화

작가: 유애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그러자 연왕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허나.. 어쨌든 이방이 죽는 것이 가장 좋고, 그 죄목은 소 씨 가문이 지어야 합니다. 이방은 생명을 두려워하는 사람이며, 심지어는 교활하기까지 해요. 게다가 많은 사람들의 원한을 샀으니 그녀의 말을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소 씨 가문은 성릉관을 수년 동안 지켰지만, 평민을 죽인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만약 누군가가 이를 이용해 그를 구하려 한다면, 오히려 이 사건에서 쉽게 빠져나가고 말 거예요.”

회왕이 다시 반문했다. “허나 우리의 목표는 소 씨 가문을 멸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는 단지 성릉관의 장수를 교체하고 소 씨 가문을 밀어내려는 것 뿐입니다. 그러니 하루라도 빨리 우리쪽 사람을 성릉관에 배치해야 해요. 지금 왕표가 아직 우리 편이 아니기 때문에우리는 하루라도 빨리 성릉관을 차지해야 해요. 두 곳의 중병을 통제하거나 그들을 전투에 휘말리게 만든다면, 문제는 원만하게 해결될 거예요. 그럼 그때 가서 우리는 원래 계획대로 농민 봉기를 일으켜 황제가 하늘의 분노를 샀다고 소문을 퍼뜨리는 거죠. 그때가 바로 우리가 권력을 장악할 수 있는 최고의 시기가 될 거예요.”

그가 말을 마치고 차를 들 때, 장공주의 얼굴을 슬쩍 살펴보앗는데 그녀의 얼굴에 순간 분노가 스쳐 지나갔다.

역시 장공주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안 됩니다. 소 씨 가문 사람들은 반드시 죽어야 해요.”

연왕은 답답한듯 이내 이마를 찌푸렸다. “공주, 감정적으로 행동하지 마세요. 아우가 말한 대로, 우리의 목표는 소 씨 가문이 성릉관에서 철수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죽을지 말지는 우리가 선택할 문제가 아니닙니다!”

회왕은 장공주가 반박할 것이라고 생각 했지만, 연왕은 달랐다. 그는 장공주가 자신의 말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게다가 연왕이 말한 대로, 자신이 증오하는 사람들이 하나씩 하나씩 비참하게 죽는 것을 보는 것보다 더 통쾌한 것은 없으니 말이다.

연왕은 그녀가 더는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자 계속 말을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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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종문, 심청화는 손에 서신을 들고 사숙을 찾아갔다. "사숙, 사여묵 사제가 서신을 보내왔는데 저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진성으로 한 번 오라 하였습니다." 사숙은 눈을 감은 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는 아직 화가 풀리지 않았기에 지금 누구도 상종하고 싶지 않았다. 자유롭게 출입하던 자들 또한 발이 묶였고 밖으로 나간 자들 중 돌아오지 않은 이들도 감히 다시 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남강 떠나기 전 그는 북산에 집을 짓지 말라는 엄명을 내렸었다. 그 땅에 오층 높이의 채성루를 지을 생각이었다. 높은 곳에 올라 달을 볼 수 있고 무공을 연마할 수도 있었다. 특히 경공을 수련하는 데에 가장 최적화된 장소였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그는 내년 봄에 공사를 시작하려고 계획했는데 그들은 이제서야 서둘러 집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지세가 높고, 맞은편엔 폭포가 있으니 하루라도 빨리 그 풍경을 누리려는 속셈 이었다.하지만 하나같이 별로 대단한 성과는 이루지도 않았으면서, 누리는 것에는 제일 앞장서니 화 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너무 꼴불견이였다. 믿음직스럽지 못한 사형, 임병일은 이미 폐관을 선언하고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있다.숨을 테면 숨어보라지. 꼭 기억해 둘 거라고 다짐한 그였다. 내년까지 채성루가 완공되지 않으면 절대 이대로 가만히 있지 않을 생각이였다. 심청화는 사숙이 말이 없자, 조심스레 다시 일깨웠다."사여묵 사제가 급하게 서신을 보내온 것이니, 분명 중요한 일이 있을 것이옵니다. 제가 가서 무슨 일인지 알아보고, 끝나면 바로 돌아오겠습니다." 그에게 별로 대꾸하고 싶지 않았지만 사여묵의 일이라고 하자 사숙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의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심청화는 그 작은 목소리가 사숙의 최대한의 양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만약 사여묵의 일이 아니었더라면 분명 '꺼져라' 라고 말했을 것이다. 그는 급히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지금 바로 하산하겠사옵니다. 만약 일이 발생한다면 사숙께 다시 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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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652화

    염 선생도 그 어려움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잠시 생각에 잠긴 후 다시 입을 열었다."이렇게 하지요. 제가 대략적인 세부 사항은 다시 구술하겠습니다." 그러자 심청화는 그를 바라보았다."그녀의 모습이 기억나지 않는 것이로군요, 그렇지요?" 염 선생의 표정은 그닥 좋지 않았다."저는 한때 그녀의 모습을 결코 잊지 않으리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녀의 모습을 세세히 떠올리려 하니 웃는 얼굴과 저를 향해 '오라버니'라 부르며 달려오던 모습만 기억나네요. 세세한 모습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아요." "그렇다면 선생도 그림을 그릴 수 없겠소." 심정화가 말을 이었다."자책할 필요는 없소. 십여 년이 지났으니 잊어버리는 것이 당연한 일이오. 우리 뇌는 고통을 피하려 하기에 그 기억이 고통스러웠다면 그녀를 떠올리는 것 역시 힘든 것이어서 자연히 잊혀지기 마련이오." 그는 염 선생의 어깨를 가볍게 다독여주었다."만약 어린 시절의 그녀가 다시 선생 앞에 선다면 선생은 틀림없이 단번에 알아보실 것이오. 다만 사람은 커가는 것이고 여자는 특히 많이 변하는 법이오. 그러니 걱정할 필요 없소. 기억나는 만큼만 말해 주면 되오. 특히 얼굴형, 뼈의 구조가 가장 중요하오. 얼굴의 특징도 마찬가지요. 이를테면 점이나 태어날 때부터 있던 모반이 있는지, 눈썹은 어떤 모양이었는지, 체형도 말씀해 주시오." 염 선생은 왕과 왕비를 바라보았다."두 분께서는 일을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휴식을 취하실 자들도 하시던 일을 계속하거라." 사여묵은 즉시 송석석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섰다."가세, 우리는 만금산으로 가자고." 송석석은 흐린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비가 올 것 같사옵니다." 사여묵은 속이 상했다. 비가 오면 만금산에서 일출을 볼 수 없을게 분명했다. 이것은 그가 오래전부터 세웠던 계획인데 여직 이뤄지지 않고 있으니 화가 날 뿐이였다."란이를 보러 가는 것이 어떻습니까?" 그러자 송석석이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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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여러 사람들이 방문에 란이는 급히 옷을 갈아입고 손님을 맞이했다. 그녀의 얼굴을 본 혜태비는 이 아이가 이제 아무렇지도 않구나 싶었다. 얼굴에 드디어 혈색이 돌았기 때문이다.인사를 올리고 자리에 앉은 후, 혜태비가 물으니, 그녀는 방금 전 석소 사저와 함께 무예를 연습하고 있었다고 대답했다. 란이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너무 지루해서 석소 사저께 무술을 배워달라고 졸랐지만, 대단한 것 못 되옵니다.”“무술이라는 건 본래 대단한 건 못 되는 것이다. 너만 그런 게 아니니 신경 쓰지 말거라. 네가 즐거우면 그것으로 그만인 것이다.”너무 솔직한 혜태비의 말에 고 씨 유모는 연신 기침을 크게 했다.여기 있는 사람 대부분이 무술인이 였으니 참으로 상황이 난처해졌다.그러자 혜태비가 고 씨 유모를 흘기며 쏘아붙였다.“기침할 필요 없다. 내가 틀린 말 한 것도 아니지 않느냐? 모든 것이 대단해서만 되는 것이 아니니라. 무술은 실용적이면 된다. 건강도 챙기고 스스로를 지킬 수 있으면 충분하단다. 그러니 란이야, 난 네가 무술을 익히는 것을 지지하느니라.”란이는 민망한 듯 수줍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감사드리옵니다. 실상 제가 제대로 연습한 것도 아니옵니다. 그저 허우적거리며 땀을 조금 흘렸을 뿐인데, 그저 그것만으로도 개운해졌사옵니다." "맞다. 땀을 흘리면 기분이 훨씬 나아지지." 혜태비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겉으로는 경험이 많은 사람처럼 보였지만, 사실 땀 흘리는 것을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다. 몸이 끈적거리고 옷에서 냄새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사여묵은 석소 사저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괴로워도 무예를 연습하며 땀을 흘리면 한결 나아지기에 아주 좋은 방법이였다. 그 역시 이전에 친히 느껴본 적 있었다."하지만 몸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으니 온전히 추스르고 나서 몸을 움직여야 한다. 지금은 너무 오래 연습하지 말거라." 송석석이 다정하게 일깨워주자 석소 사저가 말했다.“제대로 훈련한 것도 아니고 그저 그녀의 상태에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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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654화

    란이의 처소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반나절이 지났다. 석소 사저는 군주께서 휴식해야 하고 비도 그쳤으니 이제 각자 집으로 돌아갈 것을 권했다.제수찬은 눈에 띄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한녕의 손을 잡고 성큼성큼 앞서 걸어갔다. 걷다가 문득 실례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급히 멈춰 서며 길 한켠으로 물러서며 장모님과 매형인 사여묵에게 길을 양보하였다. 혜태비는 사위를 보며 속으로 탄식하였다. ‘결혼할 때는 거위같이 하얗고 깨끗하더니 어느새 검게 그을렸구나. 한녕도 함께 까무잡잡한 것이 촌부가 따로 없구나. 누가 보면 한녕이 농부에게 시집간 줄 알겠어. 그래도 한녕이 좋아하니 그래도 다행이구나. 제씨 가문의 자손이니 봐줘야겠다’송석석은 뒤에서 손을 잡고 걷는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며 참 보기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들이 멈추어 서고 사여묵과 그녀가 앞서 걷게 되었다. 그제야 송석석은 자신도 사여묵과 손을 잡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는데, 무언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제수찬과 한녕은 아주 자연스럽게 방방 뛰다가 몸을 이리저리 비틀면서 살갑게 걷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와 사여묵을 유심히 관찰해보니 맞잡은 두 손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고 축 처진 상태 그대로였다. 마치 두 개의 나무토막이 나란히 붙어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녀는 속으로 가벼운 한숨을 쉬었다. '사여묵은 정말로 낭만이라고는 없구나.' 왕부로 돌아와 혜태비를 방으로 모신 뒤, 두 사람은 서재로 가서 그들이 그린 그림을 보러 갔다. 초상은 이미 그려져 있었고 옆에 놓여 있었다. 염 선생은 그 옆에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초상만 바라보고 있었다.사여묵과 송석석도 다가가 보니 거기에는 동그란 얼굴에 양 갈래를 한 소녀는 커다란 눈, 작고 오똑한 콧날, 도톰한 입술과 그 입술 위에 작은 점이 하나 있었다.그 옆의 또 다른 초상에는 부부가 그려져 있었고 염 선생과 꼭 닮은 것이 아마도 부모님인 것 같았다.심청화는 여전히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성인 여인의 초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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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655화

    심청화가 고개를 들었다."너희들은 먼저 나가거라. 우리 아직 끝나려면 멀었다. 아직도 많이 손봐야 하기에 아마 한두 십 폭은 그려야 할 수도 있으니라." 사여묵은 의자 위에 놓인 성숙한 여인의 초상화를 바라보며 잠시 멍하니 있었다. 그 초상이 마치 장모님, 즉 송석석의 어머니를 닮은 듯했다. 남강 출정 전에 보았던 장모님의 모습이 아닌, 훨씬 이전의 자신이 반쯤 철이 들었을 때의 장모님 모습인 것 같았다. 그때의 장모님의 얼굴은 매우 둥글고, 웃을 때는 매우 부드러운 인상을 주었다. "가시죠."송석석이 그의 소매를 가볍게 당기자 사여묵이 그녀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누구랑 많이 닮지 않았소?" "누구와 닮았다는 말씀이신지요?" 송석석은 다시 그림 속 인물을 바라보며 물었으나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사여묵은 그녀가 느끼지 못하는 것을 보고 급히 말을 돌렸다. "내가 잘못 본 것 같소. 나가세. 그들을 방해하지 말아다오." 방을 나서던 사여묵은 순간 어렸을 적 황형과 진북후부에 방문하였던 일이 떠올랐다. 그때의 진북후부인은 젊었고, 그 시절 송석석도 매산으로 보내지기 전이었다. 여리여리한 그녀는 매우 예쁘고 귀여웠다. 위로 여섯 오라버니를 둔 송석석은 각별한 사랑을 받았고 더불어 성격도 매우 발랄하고 사랑스러웠다. 방금 본 어린 염희진의 초상은 그녀와는 닮지 않았다. 송석석이 훨씬 더 예뻤다. 그러나 의자 위에 놓인 성인 여자의 초상은 확실히 젊었을 적의 장모님을 많이 닮은 것 같았다. 물론 그때 장모님은 초상화 속 인물보다 나이가 많았지만, 분위기가 똑같았다. 하지만 사여묵은 송석석에게 이 말을 감히 꺼내지 못했다. 자칫하면 그녀가 가족을 떠올리며 슬퍼할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사여묵은 시간이 아직 이르고, 비도 그쳤으니 만금산에 가자고 물어보려던 참이었다. 그러나 그때 그녀가 보주에게 명하였다. "나는 장방으로 갈 것이니, 몽동이를 불러오너라. 그에게 할 말이 있느니라." 사여묵은 하려던 말을 삼키고, 대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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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656화

    송석석이 깜짝 놀랐다."염 선생께서 장군부에 사람을 심으신 거야?" "당연하지. 진성의 다른 가문에도 있어. 하지만 깊이 스며들지 못한 곳도 있지." "그럼 왜 염 선생께 바로 보고하지 않고 나에게 말하는 거야?" "사형이 와서 줄곧 서재에 계셔서. 난 그분이 왕야의 명을 받고 있으니, 네가 돌아가서 왕야에게 바로 알리면 된다고 생각했어." 송석석은 의아해했다.“근데 왜 너랑 접촉해? 네가 이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거야? 아니면 염 선생께서 정말 너를 이리도 신뢰하시는 거야?" 몽동이는 한껏 으시댔다."당연하지! 나를 그저 사번으로만 알고 있었던 거야? 염 선생께서는 내가 거칠어 보여도 아주 세심한 면이 있다고 하시며 나에게 이 일을 맡기셨어." 말이 끝나자마자 몽동이는 제자리에서 공중회전을 몇 번 하더니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렸다. 송석석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 그녀는 늘 몽동이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야생 원숭이처럼 느껴졌다. 병사를 이끄는 교두로서는 충분하지만, 암선과 같은 중요한 임무를 맡기기엔 부족했다. 그런데 염 선생께서 정말로 그에게 이토록 신중한 일을 맡겼다니 놀라웠다. 만약 그가 실수라도 한다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텐데 말이다.방으로 돌아간 송석석은 사여묵에게 몽동이가 보고한 일을 얘기했다. "당신과 염 선생께서 여러 명문 세가에 암선을 심어두었습니까?" 의자에 기댄 사여묵은 손을 뻗어 그녀를 자신의 옆자리에 앉혔다."그렇소. 가능한 곳은 모두 심어두었지. 하지만 각 가문에 심을 수 있는 위치는 다르오. 어떤 곳은 하인이나 시녀로, 어떤 곳은 주인의 곁에서 일하게 했고, 또 어떤 곳은 호위로 있소." 그러자 송석석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렇게나 빠르게 움직였단 말입니까? 요즘 조용한 것 같더니 그동안 이런 일을 준비하고 있었던 거군요?" 사여묵은 여전히 평온한 표정이였다. "우리에겐 뛰어난 이들이 많지만 드러내 놓고 감시하거나 첩보 활동을 할 수는 없소.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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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657화

    다음 날, 사여묵은 대리사로 돌아갔고, 송석석은 서재로 향했다. 심 사형과 염 선생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하인더러 음식을 들이라고 한뒤 더 이상 그들을 방해하지 않았다.시만자가 그녀에게 몇 마디 하자 송석석은 고개를 끄덕였다."마침 가는 길에 서우를 서원에 데려다줘야겠어." 진소설과 서우는 이제 가장 좋은 친구가 되었다. 진소설은 비록 서원에 입학할 자격은 없었으나, 서우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가는 내내 마차 안은 시끌벅적했다. 송석석은 그저 미소를 머금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가끔 한두 마디만 거들었다. 서원에 도착한 후 마차는 돌아서 유명한 찻집 앞에 멈췄다. 둘은 안으로 들어가서 앉지 않고 옆문으로 나가, 청화 골목에 도착했다. 한 저택 앞에 멈춰 선 시만자가 문을 두드렸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고청란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지께서는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송석석이 대뜸 물었다. "어떻게 나왔느냐? 너는 계속 림씨 가문에 머물고 있었지 않았느냐? 향귀는 너를 따라오지 않았느냐?" "아버지께서 병환이 있으셔서 돌보러 왔습니다. 향귀는 마침 언니를 찾으러 가야 해서 저를 따르지 않았습니다." 고부진은 당연히 아무런 병이 없었다. 다만 송석석과 의논하려고 이런 핑계를 댄 것이었다. 송석석과 시만자는 서재에서 고부진을 만났다. 병은 없지만 그의 하얀 머리는 흐트러져 있었고, 다소 창백했다. 적어도 외부 사람들이 보기엔 병든 사람처럼 보였다. 의자에 앉은 그는 등이 굽어 있었고 눈에는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고청란이 몸을 숙이며 말했다. "아버지, 왕비님과 시 아가씨께서 오셨습니다." 고부진은 무심하게 대답했다. "보았다." 그러고는 송석석과 시만자를 훑어보며 말했다. "앉으시오." 송석석과 시만자는 인사도 올리지 않고 바로 앉았다. "고청란이 말하길, 그대들이 그녀의 어머니를 구해주려 한다 들었습니다. 어떤 계획인지 제가 알아야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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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658화

    고청란의 눈가가 촉촉해졌다."아버지, 어머니를 구해내고 그 독녀를 무너뜨릴 수만 있다면, 저는 만 번 죽어도 사양치 않을 겁니다.." 고부진은 그녀에게 손짓하며 다정하게 말했다. "어리석은 아이로구나, 아비가 한 모든 것은 우리 가족이 잘 살아남길 바라기 때문이지, 그 누구도 죽기를 원해서 그런건 아니느니라." 바닥에 무릎을 꿇은 고청란은 얼굴을 그이 무릎에 묻으며 눈물을 쏟아냈다."아버지! 딸은 그날이 오기만을 오랫동안 기다렸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평안하시고, 저희 자매가 아버지 어머니 곁에서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눈가마저 붉어진 고부진은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일어나거라. 왕비님께 보고 계신다. 이젠 나이가 들었으니, 더는 아이처럼 굴지 말거라." 고청란은 눈물을 훔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왕비님 죄송합니다." 송석석은 그저 담담히 말했다. "내 계획을 말하기 전에 부마님께서는 먼저 공주가 최근에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려주시지요." 잠시 생각에 잠기던 고부진이 대답했다. "최근 한 여자를 방시원에게 시집보내려 하고 있습니다. 그 여자는 옹현의 한 잡기단 출신이었는데, 상당한 무예를 익히고 있었지요. 잡기단이 망한 후 혼자 살 길을 찾아다니던 중 마적떼에 추격당하게 되었고 장공주가 그녀를 구했습니다. 저에게 또 첩을 들이려는 건가 싶었지만 공주부에서 예의범절을 가르치고 있었지요." "방씨 가문에서 어찌 출신이 불분명한 여자를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장공주는 그 여인에게 신분을 만들어주었을 겁니다. 맞지요?" 고부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녀는 나의 먼 사촌 여동생이 되었고 옹현의 수씨 가문의 딸, 수연이 되었습니다. 방씨 가문에서 조사하더라도 옹현에 있는 수씨 가문 출신으로 나올 겁니다." 옹현은 장공주의 봉지였으니 가짜 신분을 만드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었다. "그 여자의 원래 이름은 무엇입니까?" "주아입니다." "지금은 고후부에 거주하고 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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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95화

    정말 형부에 눌러 앉으려는 건가? 신기하기도 하지. 보통 사람은 하루라도 빨리 형부라는 곳을 떠나는 게 정상인데 왜 아직도 형부에 붙어있는 걸까?너무 이상한 일이었다. "왜 일까요?""모르겠소. 오늘 이 대인이 사건 기록을 전하며 말했는데 전북망이 유실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하루에 밥도 한 끼만 먹으며 매일 거기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소. 원래는 하루만 있을 거라고 했는데 지금은 아예 나가려고 하지 않는다고 하였소.""정말 이상합니다. 혹시 직위마저 포기한 겁니까?" 황제의 처분이 아니라는 말에 송석석도 바로 화제를 바꿨다. "협상 중에 일어난 일들을 폐하에게 보고한 후, 폐하는 조사하지 않으셨습니까?"정영수의 암살 시도는 어찌어찌 넘어갔지만 향병이 장공주에게 독을 준 일은 예전에 비주 사건과 똑같은 독이었으므로 황제도 연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조사는 반드시 할 거요. 아마 오월이가 조사할 것 같소."대리사에서는 비록 반역 사건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일이라 황제는 대리사에게 조사를 맡기지 않을 생각이었다.보주가 들어와 남은 음식을 치우자 궁녀 영씨가 말했다. "왕야님, 왕비님, 목욕은 일찍 준비하셔야 합니다."최근 협상 때문에 사여묵이 살이 빠진 것 같아 궁녀 영씨는 심히 걱정하고 있었다. 협상이 끝났으니 이제는 잘 회복해야 하는데 말이다. 사여묵은 잠시 눈을 깜박이더니 송석석의 손등에 손을 올리고 새끼손톱으로 송석석의 손목 피부를 스치며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빨리 준비해야겠소."설마 이 동작은…?송석석의 얼굴은 즉시 빨개졌고 귀끝까지 붉어져 급히 손을 뺐다.궁녀 영씨와 보주도 있는 데 왜 이리 가벼운 행동을 한 거지?궁녀 영씨는 그 모습에 몰래 웃으며 뒤돌아섰고 보주는 잠시 멈칫하더니 송석석의 얼굴이 갑자기 빨개진 이유를 궁금해했다.보주는 의아한 듯 궁녀 영씨의 뒷모습을 한 번 쳐다봤다. "궁녀 영씨는 왜 웃으시는 겁니까?"송석석이 급히 일어서며 말했다. "아무것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94화

    송석석이 말했다. “나도 생각해 본 적은 있지만 지금은 아직 그 단계가 아니니 그 문제는 나중에 고민하자꾸나. 정말 안 되면 다른 곳에 팔아버리면 그만이니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중요한 건 우리가 첫걸음도 제대로 떼지 못했다는 것이야.”“그래,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다니... 여학은 더 힘들지 않겠느냐?”“아니다, 여학은 자리가 늘 부족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송석석이 말했다.그러자 시만자가 턱을 괴며 말했다. “그래. 기분이 좋지 않으니 오늘 밤 네 제자들에게 추가 훈련을 시켜야겠다.”송석석이 가볍게 웃었다. “시 사부, 어서 공지를 내려라. 네 제자들은 무공에 대한 열정이 아주 대단하더구나.”시만자도 웃으며 말했다. “장기문이 제일 부지런하다. 이 녀석은 항상 최선을 다해 발전도 빠르지. 무공을 배우기에 정말 좋은 자질이야. 어릴 때 사부를 만났다면 지금쯤 무공이 얼마나 뛰어났을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제야 배우는 걸 보니 조금 아쉬울 뿐이다.”그 후, 송석석은 평서백부로 향했고, 시만자는 가죽 채찍을 들고 네 제자들에게 추가 훈련을 시켰다.최씨가 송석석의 말을 듣자마자 기꺼이 도와주겠다고 하자 송석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웃었다. “부인이 도와주시니 이제 마음이 놓입니다.”“여인은 살기가 너무 힘드니 도울 수 있으면 돕는 게 복을 쌓는 일이지요.” 최씨는 깊은 슬픔이 깃든 눈빛으로 말했다. 지난번 만났을 때는 그렇게 힘들어 보이지 않았었는데 이번에는 왠지 걱정이 가득해 보였다.송석석은 그녀의 표정을 보고 한가지 의문이 들었다. “부인, 무슨 일이 있으신겝니까? 괜찮으시면 말씀해 보십시오.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최씨도 그녀를 여러 번이고 도왔기에 그녀는 진심으로 최씨에게 보답하고 싶었다. 최씨는 씁쓸하게 웃으며 머리를 흔들었다. “몇 가지 작은 문제가 있긴 하다만 왕비님께 걱정을 끼칠 일은 아닙니다.”송석석도 더는 묻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는 그때, 하녀가 급히 뛰어와 말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93화

    소진 소주방은 모든 준비가 완료되어 언제든 사람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덕회 부인은 다과회를 열어 이 사실을 알렸고 곧 백성들의 입에도 소주방이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비록 말은 많았지만 이혼당한 부인 중 누구도 소주방에 발을 들이는 용기를 내지 못했다.시만자는 의아해하며 홍시와 함께 조사를 진행한 끝에 많은 이혼당한 부인들이 암자에 머무르며 고된 일에 시달렸고, 심지어 때로는 끼니조차 거르는 상황임을 알게 되었다. 물론 친정으로 돌아간 여인들도 있지만 가족들에게 시달리며 고달픈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3월 10일 십자리강에서는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었는데 경조부의 조사 결과 자식이 없다는 이유로 이혼당한 자수공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시만자는 참을 수 없는 마음에 곧바로 송석석을 찾으러 경위부로 달려갔다.송석석은 다급히 달려온 그녀를 위로하며 말했다. “이 일은 본래부터 매우 어려운 일이다. 우리 소주방에 아직 아무도 들어오지 않은 이유는 모두가 첫 번째 사람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지. 소주방에 들어가면 세상 사람들에게 자기가 이혼당한 부인임을 알리는 셈이 될 테니. 그걸 이겨내기 힘든 것이야.”"소주방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해서 사람들이 이혼당했다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시만자는 속이 상해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녀는 소진 소주방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녀들을 위해 살길을 마련해 주려 했지만 기꺼이 죽음을 택하면서도 소주방에 들어오지 않는 이들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조금만 더 인내심을 가지려무나. 처음부터 쉽지 않을 거라는 걸 우리도 알고 있었지 않느냐. 아직 시작 단계일 뿐이고 강에 투신한 그 여인도 아마 절망한 끝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을 것이다.”"그래도 살아남는 게 더 중요한 일인데 왜 그리 어리석은 선택을 한 걸까." 시만자는 답답함과 좌절감에 잠시 고개를 숙였다.송석석은 그녀의 목덜미를 부드럽게 만지며 위로했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겪어보지 않았으니 우리가 그들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92화

    안태부와 목 승상은 왕부에 남아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다. 음식은 매우 푸짐했고 좋은 술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양 마마는 손수 장수 찐빵을 만들었는데 그 위에 찍은 붉은 점이 마치 눈 위에 떨어진 한 송이 붉은 매화처럼 보였다.소 대장군은 무척 기뻐하며 술자리를 즐겼다. 식사 중 그들은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람들과 전 노장군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누었다. 목 승상은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때 내가 전 노장군을 생각해 전북망의 중매를 서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말이오. 두 사람이 원수가 될 줄은 생각도 못 했소. 정말 후회스럽군.”"사람마다 각자의 운명이 있는 법이오."안태부가 말했다. 그러고는 소 대장군을 보며 한 마디 덧붙였다. "우리도 이제 나이가 들었으니 젊은 사람들 일에 신경 쓰지 말고 우리 몸이나 건강하게 지키며 자손들과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는 게 좋지 않겠소?"이 말에는 깊은 뜻이 담겨 있었다. 지금의 황제는 젊고 기반이 불안정하며 또 일부 노신을 새로운 신하로 물갈이를 할 것이 뻔했다. 세월이 바뀌면 세상도 변하는 법이니 이미 물러났다면 그저 평범한 노인으로 사는 것도 괜찮은 일이었다.소 대장군이 웃으며 말했다. "태부의 말씀에 일리가 있으니 그리하는 것이 맞을 것이오." 이젠 다른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더군다나 그도 이제 나이를 먹어 성릉관을 지키긴 힘들었다. 다행히도 현재 총사령관 자리는 삼랑이 맡고 있으니 당장 무장을 바꿀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소가군은 여전히 성릉관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그들은 한껏 술을 마시다가 늦은 밤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갔다. 목 승상은 소 대장군의 손을 잡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번 이별이 마지막일지도 모르니 몸 건강히 지내게나, 친구.""자네도 몸조심하게!" 소 대장군은 공손히 인사하며 송별했다. 비록 술을 많이 마셨으나 여전히 산처럼 우뚝 서 있는 모습이었다.사여묵도 소 대장군과 함께 그들을 배웅했는데, 문득 고개를 돌려보니 남씨가 란이의 손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91화

    북명황실에 도착한 란이는 외조부와 남씨를 보더니 눈물을 참지 못하고 무릎을 꿇어 큰절을 올렸다. 소 대장군과 남씨는 무의식적으로 문밖을 바라보았으나 한동안 아무도 보이지 않자 잠시 실망한 기색이 스쳤다.하지만 그들은 금세 다시 평온한 표정을 지었다.남씨는 웃으며 그녀를 부축해 일으켰다. "바보 같은 것, 대체 왜 울고 있느냐? 외조부를 무사히 만났으니 기쁜 게 아니더냐?"그러자 란이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기쁩니다, 너무 기뻐서 그러는 겁니다."소 대장군은 외손녀가 겪은 고난을 알기에 눈가에 연민이 가득했다. "란이야, 어서 이리 오렴. 어디 찬찬히 보자꾸나."소 대장군의 말투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을 듣자, 순간 어머니의 냉담함이 떠올라란이는 가슴이 아려 눈물이 다시 흘렀다. "외조부님, 란이는 석석이 언니가 도와주고 있어서 괜찮습니다."소 대장군은 송석석을 한 번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도 많은 고통을 겪으면서도 사촌동생을 돌봐주고 있었던 것이다."너희가 서로 도울 수 있다니 외조부는 정말 기쁘다. 앞으로도 그렇게 서로 의지하거라.""예, 외조부의 말씀 꼭 명심하겠습니다." 송석석과 란이는 동시에 대답했다. 그녀들은 서로를 한 번 바라보더니 이별의 슬픔을 억누른 채 최대한 밝게 웃어 보였다.잠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소 대장군은 묻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가 머뭇거리는 모습에 남씨가 란이에게 물었다. "란이야, 네 어머니는 왜 오지 않은 것이냐?"란이가 대답하려는 순간 사여묵이 목 승상과 안태부를 모시고 들어왔다. 그러자 소 대장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를 맞이했다. "안태부, 목 승상, 모두 오랜만이오. 그간 모두 무탈하셨소?"안태부는 예를 갖추며 인사하고 목 승상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밖으로 나가더니 조금 있다가 다시 돌아왔다.그는 미소를 지으며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소 대장군, 잠시 실례하겠소."송석석은 남씨와 란이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한 후 바로 자리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90화

    란이는 눈살을 찌푸렸다. “외조부께서 내일이면 성릉관으로 돌아가십니다. 연세가 많으시니 이번에 뵙지 못한다면 아마 다음이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게다가 이번 생신은 혼자 서쪽 별당에서 보내셨다고요. 어머니께서 함께 가셔서 오래도록 건강하시라고 축복해 드리고 싶지 않으십니까?”하지만 회왕비는 여전히 눈물을 닦으며 걱정할 뿐이었다. “아니야, 나는 못 가겠다. 게다가 그날 석석이가 찾아뵙지 않았을까?”란이는 답답해하며 말했다. “어머니,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그날 외조부님 생신에 언니는 갈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때는 협상이 시작되지도 않았고 폐하께서도 아직 조치를 취하지 않으셨으니까요. 그런 부적절한 시기에 절대 그럴 수 없었을 것입니다.”회왕비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울먹였다. “그게 뭐가 그리 중요하다는 것이냐? 어차피 대단한 날도 아니고 이제 와서 생일상 한 번 올려드린다고 달라지는 건 없지 않느냐? 네외조부님께서 막 돌아오셨을 때 물론 나도 찾아뵈려고 했다. 하지만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누가 막아서 돌아와야 했으니, 나는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한다.”요즘 들어 마음의 평정을 잘 유지하고 있었던 란이었지만, 이 말을 듣고는 한동안 말문이 막혔다. 잠시 후, 그녀는 정신을 가다듬고 실망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됐습니다. 그럼 저도 더는 강요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어머니가 단지 마음이 여리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냉정하실 줄은 몰랐습니다.”그러자 회왕비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거의 세상이 무너지듯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를 한 번 뵙는 게 그렇게 중요한 일이더냐? 네가 냉정하지 않다면 어째서 네 어미가 이렇게 힘든 처지에 놓인 건지는 생각해 보지 않았느냐? 네 부왕께서 나를 버리셨다. 집의 금은보화를 다 가져가 버렸어. 나는 이제 가진게 아무것도 없단다.”란이는 자리를 뜨려다가 어머니가 이토록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다시 설득해 보려 했다. “부왕의 일은 따로 알아보면 됩니다. 그게 어머니가 외조부를 뵙는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89화

    저녁 식사 후, 소 대장군과 사여묵은 오랫동안 서재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송석석은 처음에 들어가서 듣고 싶었지만 소 대장군이 남자들끼리의 이야기니 그녀가 들어오면 불편할 것 같다고 하여 어쩔 수 없이 물러나야만 했다. 결국, 송석석은 평 사저와 대사형을 찾아갔다.저녁 식사 중에 사숙은 자신도 매산으로 돌아갈 예정이니 함께 가자며, 특히 대사형에게 엄격히 명령하고 돌아가도록 했다. 대사형이 왕부에 머무는 동안 많은 사람이 그를 찾아와 왕부가 소란스러워졌기 때문이다. 사실 대사형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조정의 그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었기에 사숙은 그런 인물들과 너무 가까이 지내면 안 된다고 말했다.또한 그의 제자 사여묵에게 해를 끼칠까 우려가 되어 그들에게 반드시 왕부를 떠나라고 엄숙하게 지시했다.평 사저는 뒤에서 몰래 사숙은 일이 필요할 때만 부려 먹고 일이 끝나면 귀찮아 한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평 사저는 평소에 남을 험담하는 일이 없지만 유일하게 사숙에 대해서만은 뒷말을 하였는데, 그것도 직접 말하지 못하고 조용히 중얼거릴 뿐이었다."정말로 돌아가야 합니까? 며칠 더 머무르실 수는 없습니까…?" 그러자 송석석이 사저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물었다."돌아가기 싫어도 가야 한다. 사숙님이 명령을 내리셨잖니." 평무종은 어린 사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사실 우리가 오래 머무는 것도 좋지 않다. 평소에도 사부님은 우리가 자주 너를 찾는 걸 좋아하지 않으셨으니 말이다. 우린 강호인이라 왕부에 강호인이 많이 드나드는 것도 좋지 않고, 너에게 민폐가 될 것이다.""전혀 민폐라 생각되지 않습니다. 전 그저 모두가 제 곁에 있어 주는 게 좋습니다!" 송석석이 불만스럽다는 듯 말했다. "사숙님 혼자만 돌아가라고 하십시오."그러자 평무종은 그만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조용히 말하거라. 사숙님께 들키면 나중에 벌을 받을 것이야."송석석은 고개를 들어 머리를 매만지며 말했다. "왕부에선 사숙님이 저에게 벌주지 않을 겁니다.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88화

    시만자는 원래 그들의 몸에 더 많은 구멍을 뚫어줄까도 생각했으나 보주의 말을 듣고 멈추기로 했다. 몇 번 더 찌른다면 피가 너무 빨리 흘러 그들이 너무 쉽게 죽을수도 있어서였다.송석석은 조상 묘지 앞의 작은 사당에서 향을 가져와 불을 붙여 향로에 꽂았다. 그러고는 목이 메어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무릎을 꿇고 세 번 큰절을 올렸다. 그녀는 절을 올리면서 먼저 떠난 가족들이 저세상에서 이 장면을 보고 있을 것이라 믿었다.사여묵 역시 향을 피우고는 그녀 옆에 무릎을 꿇고 그녀의 손을 잡았는데, 송석석이 이미 눈물범벅이 되어 있어 그는 더욱 마음이 아팠다. 사여묵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범인이 이미 처형되었으니 장모님도 저세상에서 이제는 편히 쉴 수 있을 것이오.”송석석은 그들이 정말로 안식을 얻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그들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비록 복수는 했지만 마음속 고통은 조금도 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강해지고 행복해져야만 그들에게 진정한 위로가 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서경의 두 정탐꾼은 아직 죽지 않았으나 과다 출혈로 의식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 그들은 서경 말로 무언가 중얼거리고 있었지만 송석석과 시만자 등은 그 말을 알아듣지 못했고 오직 사여묵만이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차렸다. 바로 “송구하다”라는 말이었다.그들 역시 자신의 잘못을 알지만 단지 인정하기 싫었을 뿐이었는데, 이제 죽음을 앞두고 있으니 그동안 저지른 일들이 하나하나 떠오르는듯 했다. 송구하다는 말이야말로 그들이 이 묘지 앞에서 비로소 할 말이었다.사여묵이 송석석과 보주에게 전했다. “이자들이 송구스럽다고 말하는구나.”보주는 여태 애써 눈물을 참고 있었는데, 사여묵의 말을 듣자마자 결국 눈물을 터뜨리며 시만자의 품에 와락 안겼다.“그게 무슨 소용입니까? 송구스럽다고 해서 이 모든 일이 없어지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보주는 목이 찢어질 듯한 울음을 터뜨리며 외쳤다. 단지 송구하다는 말로 모든 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87화

    일행은 이상서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고 송석석은 내내 보주의 손을 놓지 않았다.그리고 곧 두 명의 서경 정탐이 끌려 나왔는데 그들의 옷은 이미 너덜너덜해지고 피가 묻어있었으며, 얼굴은 이목구비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부어 있었다. 그들은 땅에 무릎을 꿇고 있었는데 몸이 앞쪽으로 쏠려 거의 넘어져 엎어질 지경이었다.보주는 눈에 핏대를 세운 채 그런 그들을 노려보았다.그녀와 송석석은 단 하루도 진북후부의 멸문에 대한 복수를 잊은 적이 없었다.이제 대세는 정해졌고 그녀도 마침내 가족과 송 부인 등에게 복수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그녀의 가슴 속에 있던 슬픔과 분노는 산을 무너뜨릴 듯한 기세로 솟구쳐 나왔다.보주는 당장 달려가 주먹과 발길질을 퍼붓고 싶었으나 이상서 앞에서 무례하게 굴어 왕야와 아씨의 얼굴을 깎아내릴 수 없었다.이대인이 말했다. “이 두 정탐은 형부에 보내졌을 때까지도 죽음을 각오한 듯 오만한 태도였습니다. 하관이 직접 고문을 한 것은 아니지만, 일부 사람들이 개인적인 감정 때문에 뺨을 몇 대 때렸습니다. 그들의 몸에 난 상처도 이미 잡혀 올 때부터 있었습니다.”그러자 사여묵은 평 사저의 말이 떠올랐다. 그들은 역시나 심하게 맞은 후 여기에 데려온 것이다.사여묵은 가볍게 허리를 굽히고는, 몽동이에게 그들을 데리고 송가의 조상 묘지에 가라고 지시했다.바람에 흔들리는 등불이 그림자를 드리워 날은 앞길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웠다.몽동이는 그들을 마차 앞에 묶고 말을 몰았다. 그러던중 송가의 멸문이 떠올릴 때면 그들에게 채찍을 휘둘렀다.송가 조상 묘지 앞에 도착하자, 몽동이는 발로 그들을 묘지 앞으로 걷어찼다.보주도 그들 앞으로 달려가 주먹과 발길질을 퍼부었다. 둥글게 말아 쥔 손바닥이 뺨에 연달아 떨어졌으나 마음속의 분노와 슬픔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모두 그녀를 막지 않았고 그녀가 분노를 표출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언제나 사랑스럽고 순진했던 그녀가 이토록 광기에 휩싸인 모습을 보이자 사람들은 마음 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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