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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9화

작가: 유애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사여묵과 송석석은 거의 동시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머리를 풀어 헤친 왕청여는 한 손에 비수를 잡고 자신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 세게 누른 탓에 목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녀의 뒤에는 시녀인 홍이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서 있었다. 북명왕부로 향하던 중 비수를 사려는 것을 막으려 했으나 실패한 것이다.

송석석을 발견한 왕청여는 분노 서린 눈으로 외쳤다.

"송석석! 우리 사이에 무슨 원한이 있기에 이토록 나를 망가뜨리는 것이냐!"

송석석은 침착한 말투로 노 집사에 명령했다.

"평서백부와 장군부로 사람을 보내, 전 부인을 모셔가도록 하시오."

명을 받은 노 집사는 곧장 자리를 떠났다.

송석석이 사여묵에게 말했다.

"당신은 이만 돌아가세요. 내가 처리하리다."

사여묵은 왕청여를 한 번 더 보았다. 그녀는 거의 미친 듯한 모습으로 비수를 들고 있었다.

"조심하오. 절대 다치면 안 돼요."

말을 마치고 사여묵이 돌아서려는데 연왕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사여묵은 긴 팔을 뻗어 급히 그를 막았다.

"황숙, 우리는 차를 마시러 돌아가시지요. 방금 어디까지 이야기했습니까?"

바로 그때, 연왕이 크게 소리쳤다.

"무슨 일이냐?! 감히 누가 북명왕부에서 이리도 대담하게 소란을 피우는 것이냐? 제대로 다스려야 할 일이다. 함부로 왕부에 들어오는 자는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김도연도 연왕을 따라 밖으로 나왔다.

사여묵이 막을 새도 없이 그녀가 선수 치며 연왕의 말에 맞장구쳤다.

"저자는 평서백부의 셋째 아가씨 아닙니까? 전부인이 맞군요!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입니까?"

왕청여는 원래 송석석만 찾으려 한 것뿐이었으나 연왕과 김도연도 함께 있는 것을 보고 미쳐버린 듯한 광기를 즉시 거두어들이고 송석석을 차갑게 노려볼 뿐이었다.

"그건 따로 이야기하시지요. 그렇지 않으면 두 목숨이 여기서 끝나는 것입니다. 어차피 그대는 이미 나를 끝장내려 했으니, 어디에서 죽든 상관없지만 말입니다."

그때 김도연이 이해심이 많은 듯한 태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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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청에서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고 앉았는데, 송석석은 왕청여의 목에 닿아 있는 비수를 보자 눈살을 찌푸렸다."계속해서 비수를 대고 있을 겁니까? 정말 죽으려 했다면 북명왕부 대문에 머리를 들이받아 죽는 게 나았을 겁니다. 이리 소란을 피우는 건 그대 체면만 망치는 것입니다."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낸 왕청여가 고집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인연을 망치는 건 음덕을 해하는 일인데.. 참으로 악독하기 그지없군요." "제가 인연을 망쳤단 말인가요? 전북망과의 문제는 그대들의 일이지, 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그대는 사리 분별도 못하는 사람이군요. 장군부에 암살자가 들이닥쳤을 때에도 제가 그대들을 구해 준 것입니다." 송석석의 말에도 왕청여는 차갑게 대꾸했다. "공과 사는 구분합니다. 게다가 장군부에서 들이닥친 암살자를 쫓아낸 것은 저를 위한 것은 아니었으니, 제가 고마워할 필요는 없지요." 송석석은 그녀의 말에 어이가 없어 그만 헛웃음이 다 나왔다. "저도 필요 없습니다. 그럼 말해 보세요. 제가 무엇을 했기에 그대 인연을 망쳤다는 것입니까?" 왕청여는 화가 치밀어 올라 이를 악물었다."순진한 척하지 마세요. 당신이 방시원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는 당신이 더 잘 알지 않겠습니까? 당신은 제가 잘되는 꼴을 못 봐서, 방시원과 다시 이어질 것 같으니 예전 일을 캐고 방시원에게 알린 것이 아닙니까? 그는 이제 혼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정녕 당신이 원하는 결과입니까?" "방시원?" 송석석은 여직 그녀가 전북망과의 사이가 틀어져 이토록 행패를 부린다 생각했다. 하여 잠시 생각이 멈췄지만, 약당에서 그녀와 노세진이 보였던 이상한 모습을 떠올리고, 곧바로 상황을 이해했다.왕청여는 방시원을 찾아가 다시 함께하려 했으나, 왕청여와 노세진의 관계가 들통나버렸기에 그가 혼사 소문을 퍼뜨려 그녀와의 인연을 끊으려 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왕청여는 그 사실을 송석석이 방시원에게 말한 것이라고 오해해 이곳으로 찾아와 분풀이를 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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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611화

    말을 마친 송석석은 그녀를 놓아주었고, 휘청거리며 의자에 주저앉아 버린 왕청여는 머리가 아파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당신이 아니라고? 그럼 도대체 누가 나를 해치려는 겁니까? 당신이 아니라면 또 누가 있냔 말입니까!"왕청여를 마주하고 있으려니 그저 말문이 막힐 따름이었다. 심지어 화도 나지 않았다. 화를 낼 가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왕청여는 항상 친정과 방씨 가문의 보호 속에 있었기에 가장 기본적인 사고능력조차 없었다. 다시 말해 어린아이보다 더욱 어리석다.자리에 앉은 송석석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와 말다툼을 하는 건 이제 소용이 없어졌다. 도리를 설명한다 한들 알아듣는다는 보장도 없었다. 하지만 말은 해야 했다.“나와 그대 사이에 무슨 원한이 있다는 말입니까?" 왕청여는 손수건을 꺼내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두 눈은 이미 빨갛게 부어오른 상태였다. "원한이 왜 없습니까? 당신은 전북망의 첫 번째 아내였고, 우리는 같은 날에 시집가지 않았습니까? 혼수품으로 제 기를 눌러 장군부에 들어가서도 사람들에게 무시당했습니다." 송석석은 다시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다시 천천히 내뱉었다.이 여자는 사람을 돌아버리게 하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혼수품? 제가 언제 그대와 혼수품을 비교했단 말입니까? 그대가 의식하고 비기려한 것 뿐이고, 결국 이기지 못했어도 그대가 나에게 화가 난 것이지 내가 무슨 화를 냈단 말입니까? 원한을 품고 그대를 해하려 했다고요? 제발 좀 머리로 생각한 후에 행동할 순 없습니까?" "그럼, 노세진과는..." 송석석은 답답해 그녀의 말을 확 끊어 버렸다. "제가 약당에 간 것은 영안군주의 출산을 도울 약을 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노세진은 약당의 약을 관리하는 사람이고, 당시에 단시의가 계시지 않아 그분을 찾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 당신 두 사람이 서로를 피하고 있음을 느꼈지만, 그쪽으로는 생각도 하지 않았지요. 단지 방시원의 사촌 형이라 불편해하는 줄 알았습니다." 코를 훌쩍이며 눈물을 흘리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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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서백부의 시녀들과 하인들을 건드린 최 씨가 장군부보다 먼저 도착했다. 최 씨는 들어서자마자 먼저 혜태비꼐 인사를 올렸는데, 연왕 일가가 그녀와 함께 있음을 보자마자 얼굴이 급격히 창백해졌다. 이 일이 크게 알려지면 평서백부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될 것이었기 때문이다. 보주의 안내로 최 씨는 측정에 도착했고, 방에 들어서자마자 송석석에게 머리를 숙여 예를 갖추었다."왕비마마, 저희 집의 아가씨께서 경솔하게 굴었습니다. 제가 대신 사과드리옵니다." 그러자 송석석은 오히려 가볍게 손을 들어 사양을 표했다."마침 잘 오셨습니다. 아가씨를 모시고 얼른 돌아가시지요. 제가 장군부에도 사람을 보냈으나, 장군부에서는 아무도 오지 않을 듯합니다. 그러니 부인이 데려가시지요." 왕청여는 눈이 부어오른 채 최 씨를 올려다보았으나, 최 씨는 차갑게 그녀를 쏘아볼 뿐이었다. 최 씨는 다시 송석석을 바라보았다."그러지요, 오늘은 돌아가고 차후에 다시 찾아와 사과드리겠나이다." 최 씨는 냉랭한 눈빛으로 왕청여에 소리쳤다. "스스로 걸어갈 것인지, 하인들에게 억지로 끌려갈지 선택하세요!” 뒤에 서 있는 건장한 체격의 하녀들을 보자 왕청여는 울분이 치밀어 올랐지만 그녀는 그저 스스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송석석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이번 일은 한 번으로 끝내시오. 다음엔 절대 용서하지 않겠소." 그 말에 고개를 돌린 왕청여는 마지막으로 체면을 회복하려 했지만 송석석의 차가운 눈빛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대로 최 씨에게 등 떠밀려 자리를 떠나 버렸다.그녀가 밖으로 나가고 최 씨는 다시 한번 송석석에게 고개를 숙였다. "왕비마마, 다시 한번 사죄드리옵니다…" "부인께서 말하셨지요?”송석석이 최 씨의 말을 끊어 버리고 직접적으로 물었다. "그녀와 노세진의 일을 방시원에게 알린 것이 부인이셨지요?" 최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맞사옵니다. 그 일로 왕비 마마께 누를 끼쳐 정말 죄송하옵니다." 송석석은 최 씨의 인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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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613화

    최 씨가 떠나고 곧이어 시만자가 방으로 들어왔다. 송석석은 이마를 문지르며 입을 열었다. "측비와 함께 정원을 구경하던 중이지 않았느냐?" 시만자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녀를 상대하기 싫어서 난 그냥 나오고, 양마마와 몇몇 시녀들을 옆에 붙여 두었어. 양마마의 손아귀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을 거야." 시만자는 의자에 앉으며 다시 물었다."그런데 그 미친 여자는 대체 왜 온 거야?" 주변을 둘러보던 송석석이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왕청여가 저지른 어처구니없는 일들을 이야기해 주었다. 이야기를 듣고 난 시만자 또한 화가 치밀어 올랐다."전북망의 아이를 품고 있으면서도 감히 내 오라버니를 찾아간 거야? 아주 뻔뻔하기 이를 데 없네? 형수 최 씨가 분별력이 있는 사람이라 다행이야. 아니면 내 오라버니가 죄책감 때문에 평생 발목 잡힐 뻔했군." "됐어. 너도 자중해. 네 오라버니도 진실을 알았으니 왕청여와 거리를 둘 거야." 하지만 시만자는 좀처럼 분히 삭히지 않았다."이렇게 뻔뻔한 인간은 또 처음이군! 밖에 또 다른 뻔뻔한 이가 있어, 정말 마주하고 싶지 않아." 송석석은 그 사람이 연왕비, 시민주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런 삶을 살기로 스스로가 결정한 것이니 네가 화를 낼 필요는 없어. 우리는 각자 자신의 삶을 살면 되는 거야." "그렇게 어리석은 사람이 아닌데 연왕의 마음을 모른다는 게 말이 돼?" "어쩌면 연왕의 마음을 너무 잘 알아서 급히 결혼한 것일 수도 있어." 시만자는 눈이 휘둥그레졌다."정말 그럴 수가 있단 말이야?" "누가 알겠어? 어쨌든, 가서 인사는 해야지. 이후로는 자주 마주칠 수밖에 없으니 얼굴도 보고 적당히 잘 지내는 것이 좋아. 그리고 요즘 어떤 풍문이 돌고 있는지 잘 지켜봐 줘. 아마 우리 장군님의 얘기일 가능성이 커. 연왕이 북명왕을 먼저 찾아왔다는 소문이라도 나면, 황제께서 기분이 좋을 리 없으니 말이야." 시만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어쩐지 이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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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614화

    사여묵에게는 오랜만에 오는 쉬는 날이였는데, 연왕이 방문하는 바람에 반나절이나 날아가 버렸다. 혜태비도 그리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그녀도 연왕 일가를 접대하고 싶지 않아졌다.“나는 무정한 자가 딱 질색이다. 선제와 형제라지만 두 사람은 전혀 다른 사람이다. 자신의 정비를 괴롭히다 못해 결국 죽게 만들다니, 참으로 인간 말종이 따로 없다.” 그러자 고 씨 유모가 다독였다.“그들이 일부러 찾아온 것인데 웃어른인 마마 덕분에 그나마 수글어 든 것입니다. 왕야와 왕비 마마께서 그들을 상대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어른이 손아랫사람을 찾아뵈는 법은 없으니, 태비마마가 나서서 왕야와 왕비 마마를 도와준 것입니다.” “알고 있다. 다만 너무 화가 나서 연왕의 뺨을 갈겨 버리고 싶을 뿐이였다.”혜태비는 불쾌한 표정으로 말을 덧붙였다.“무정한 남자는 많지만, 무정하면서 잔인하기까지 한 자는 몇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고 씨 유모는 속으로 생각했다.‘마마께서도 남자를 몇이나 보셨다고 그러시나요?’사여묵은 송석석과 함께 매화원을 돌아왔다."옷을 갈아입고 나가서 좀 걷자고. 오늘 저녁은 밖에서 먹는 게 좋겠소." 그러자 송석석이 물었다. "어디로 가는 건가요?" “오늘은 원래 당신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 했는데, 그들 때문에 반나절이 지나버렸소. 이제 남은 반나절은 멀리 갈 수는 없겠고, 단풍을 보러 만금산에 가는 게 어떻겠소? 올해 단풍이 유독 붉다고 들었소.” 그들은 요즘 계속 바삐 돌아쳤기에 감정을 나눌 시간이 거의 없었다. 하여 사여묵은 쉬는 날을 맞아 송석석과 단둘이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방시원이 추천한 만금산은 조용하고 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는 곳이었다. 반나절 동안 가벼운 산책을 즐기기엔 제격이었다.송석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만자가 지금 고청란과 검술을 연습하고 있는데 그녀를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요?" 사여묵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를 왜 기다리고 있는 것이오? 오늘은 우리 둘만의 시간을 보내기로 하고 시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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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615화

    “네?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태부 부인의 말에 사여묵과 송석석은 충격에 빠진 채 서로를 쳐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 일은 두 분께 부탁드릴 수밖에 없게 되었소.” 태부 부인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녀의 눈가에 자리 잡은 주름이 더욱 선명해졌다.송석석은 난감했다."하지만 혼사 문제라면 전문 중매인을 찾는 것이 옳지 않겠습니까? 안 된다면 고위 관직에 계신 덕망 높은 분들께 부탁드리는 것은 어떻습니까? 저는 아직 나이가 어려, 이토록 중요한 일을 맡기에는 버거울 듯합니다." 그러자 태부 부인은 다시 한숨을 쉬며 말했다. "우리 손녀는 평소에는 아주 온순하고 의젓한 아이인데 혼사에 있어서만 조금 까다로운 편이지요. 여러 번 몰래 후보를 물색해 봤지만, 하나같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고 오직 그 사람만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집안에서 계속 설득했지만, 그녀는 그 외에는 누구와도 혼인하지 않겠다고 하여 가족들과도 냉전중입니다. 어머니 말도 좀처럼 들으려고 하지 않아서 우리는 결국 그녀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시집보내리라 다짐했습니다. 하여 맞선을 준비했지만, 중매인이 말하길 거절하였다고 하더군요. 우리 손녀를 망치고 싶지 않다면서 말이죠. 그리하여 왕야와 왕비 마마께 부탁드러 온 것입니다. 남강에서 함께 돌아왔고 왕야와 왕비 마마를 존경하고 있으니 아마 두 분이 설득하시면 듣지 않겠습니까?" 옆에 있던 안태부도 말을 덧붙였다. "사실 혼사가 성사될지 여부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오. 우리는 그저 왜 거절한 것인지 그 이유를 알고 싶소. 망치고 싶지 않다고 한 것은 핑계로밖에 들리지 않소. 누구를 만나든 망치는 것은 마찬가지 아니겠소? 왕야와 왕비도 그리 생각하지 않소?" 송석석은 그저 입술만 벙긋거릴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사실 그녀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방시원이 진정으로 혼인하려는 것이 아니고, 그저 왕청여가 마음을 접게 하려고 혼사 이야기를 퍼뜨린 것이었다. 그러나 이 사실을 태부에게 직접 말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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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616화

    사여묵은 송석석을 몰래 한 번 힐끔 보았는데, 그녀가 화내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나중에 스스로를 벌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확실히, 안태부는 손녀를 몹시 아끼고 있었다. 안여옥은 아마 안태부의 막내 손녀일 터, 막내는 늘 가장 사랑받는 법이다.“두 분 많이 급하신지요? 오늘 저희는…” “급하오. 이미 눈물까지 다 쏟고 있소.” 안태부는 급한 마음에 무릎을 쓸어내리며 말했다.“고집불통이지만 만약 방 씨 가문 쪽에서 납득할 만한 답을 준다면 받아들일 것이네. 그 아이는 결코 억지로 매달리지는 않을 걸세."태부 부인도 덧붙였다. "그렇습니다. 그저 ‘망치게 될까 걱정된다’는 식의 답변을 들으니, 둘러대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애는 굉장히 집요한 성격이라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솔직하게 말해줬으면 합니다. " 사여묵의 기대는 완전히 꺾이고 말았다. 오늘 만금산의 일몰은 강 건너간 것임이 분명했다.하지만 애써 실망을 숨기며 입을 열었다."알겠습니다. 그럼, 방시원을 부르도록 하지요. 두 분은 함께 계시겠습니까, 아니면?" "우리는 빠지겠네. 왕야와 왕비께서 사적으로 물어봐 주길 부탁하네. 내가 있으면 방시원은 아마도 ‘방해가 될까 두렵다’는 똑같은 말만 되풀이할 테지."송석석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두 분을 배웅했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두 분께서는 편히 돌아가 쉬시지요." "배웅은 필요 없습니다." 태부 부인도 작별 인사를 건넸다. "그럼 이 일은 두 분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얘기가 끝나면 혹 사람을 보내 답을 주시겠습니까? 그래야지 오늘 밤은 편히 잘 수 있을 터입니다. 이이는 연속 이틀 밤을 제대로 주무시지 못했습니다." 사여묵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그러지요."노 집사와 염 선생이 그들을 배웅했다. 사여묵은 원망 어린 눈빛으로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송석석에게 말했다. "오늘은 만금산에 갈 수 없겠구려." 그러자 송석석은 상냥하게 미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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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석석이 급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가긴 어딜 간다고! 곧 네 의형제께서 올 거야. 아가씨 한분이 그를 마음에 들어 해서, 그의 생각을 물어보려는 거야. 사실 이미 거절한 상태라, 진짜 관심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부인할 생각 자체가 없는 것인지 물으려는 거야.” 그러자 시만자가 눈을 반짝이며 방금 전처럼 급히 안으로 들었다. “정말? 어느 집 아가씨가 그토록 안목이 높은 것이야?” “안만수 태부의 손녀, 안여옥.” 송석석은 입을 가리고 낮게 속삭였다.“이 일은 아직 성사된 일은 아니니 밖으로 퍼지지 않게 조심해야 해.” “그 아가씨 말이야?” 막 자리에 앉은 시만자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더니 몹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오라버니가 혹시 미친건 아니지? 안여옥인데 왜 거절한 거지? 정말 훌륭한 분이잖아? 예의 바르고 의롭고, 문재도 뛰어나며, 얼굴까지 고운데, 그런 아가씨를 밀어내?” “좀 조용히 해.” 송석석이 그녀를 흘겼다.시만자는 머쓱해하며 다시 자리에 앉아 입꼬리를 올렸다.“기쁜 마음에 그만. 그런데 정말 안여옥이 그를 마음에 뒀단 말이야? 혹시 한 순간의 감정은 아니겠지?” “그게 걱정이야. 네 오라버니도...” 송석석은 잠시 침묵하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 너, 방시원의 어머니와 아직 상계하지 않았는데 벌써 그를 오라버니라 부르는 게 맞아?” 시만자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휘저었다. “강호의 자녀들은 그런 형식 따위 신경 쓰지 않아. 좋은 날을 골라 형제로 삼을 것이니 걱정 마. 이미 의모를 뵈었고 의모께서도 딸은 내가 생겨 얼마나 기뻐하셨는지 몰라.” “너에게도 친형제가 있잖아? 왜 굳이 방시원을 오라버니로 삼으려 하는 거야?” 송석석은 약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시만자는 사실 그 누구도 쉽게 정을 주지 않는 사람으로, 친구를 사귀는 데에도 신중에 신중을 더하는 편이었다. 그녀와 송석석이 가까워진 것 역시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왔기 때문이다. 의자에 앉은 시만자는 발을 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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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87화

    일행은 이상서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고 송석석은 내내 보주의 손을 놓지 않았다.그리고 곧 두 명의 서경 정탐이 끌려 나왔는데 그들의 옷은 이미 너덜너덜해지고 피가 묻어있었으며, 얼굴은 이목구비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부어 있었다. 그들은 땅에 무릎을 꿇고 있었는데 몸이 앞쪽으로 쏠려 거의 넘어져 엎어질 지경이었다.보주는 눈에 핏대를 세운 채 그런 그들을 노려보았다.그녀와 송석석은 단 하루도 진북후부의 멸문에 대한 복수를 잊은 적이 없었다.이제 대세는 정해졌고 그녀도 마침내 가족과 송 부인 등에게 복수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그녀의 가슴 속에 있던 슬픔과 분노는 산을 무너뜨릴 듯한 기세로 솟구쳐 나왔다.보주는 당장 달려가 주먹과 발길질을 퍼붓고 싶었으나 이상서 앞에서 무례하게 굴어 왕야와 아씨의 얼굴을 깎아내릴 수 없었다.이대인이 말했다. “이 두 정탐은 형부에 보내졌을 때까지도 죽음을 각오한 듯 오만한 태도였습니다. 하관이 직접 고문을 한 것은 아니지만, 일부 사람들이 개인적인 감정 때문에 뺨을 몇 대 때렸습니다. 그들의 몸에 난 상처도 이미 잡혀 올 때부터 있었습니다.”그러자 사여묵은 평 사저의 말이 떠올랐다. 그들은 역시나 심하게 맞은 후 여기에 데려온 것이다.사여묵은 가볍게 허리를 굽히고는, 몽동이에게 그들을 데리고 송가의 조상 묘지에 가라고 지시했다.바람에 흔들리는 등불이 그림자를 드리워 날은 앞길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웠다.몽동이는 그들을 마차 앞에 묶고 말을 몰았다. 그러던중 송가의 멸문이 떠올릴 때면 그들에게 채찍을 휘둘렀다.송가 조상 묘지 앞에 도착하자, 몽동이는 발로 그들을 묘지 앞으로 걷어찼다.보주도 그들 앞으로 달려가 주먹과 발길질을 퍼부었다. 둥글게 말아 쥔 손바닥이 뺨에 연달아 떨어졌으나 마음속의 분노와 슬픔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모두 그녀를 막지 않았고 그녀가 분노를 표출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언제나 사랑스럽고 순진했던 그녀가 이토록 광기에 휩싸인 모습을 보이자 사람들은 마음 깊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86화

    서경 사절들이 경성을 떠난 후, 숙청제는 소 대장군과 전북망에게도 죄를 내렸다.소 대장군은 군 기강을 엄격히 다루지 못한 책임이 있었으나 장기간 성릉관을 지키며 노고가 많았던 점과, 전북망과 이방이 녹분성으로 출정했을 당시 그가 여전히 생사를 오가는 상황이었던 점을 감안해서 성릉관으로 돌아가 여생을 보내도록 했다.또한 어명을 내려 소삼야를 성릉관 총병으로 임명하고 소팔야를 부총병으로 임명하였으며 국경선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이상 성릉관에는 소씨 가문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천명하였다.소승은 마침내 소부에서 나와 입궐하여 숙청제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그의 가족들은 모두 성릉관에 있었기에 파직을 당한 후에도 당연히 성릉관으로 돌아가야 했다. 총지휘관의 자리는 내려놓았으나 그동안의 공로는 영예를 받지 못했음에도 그는 후회가 없었다. 애초에 그가 추구한 것도 이런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전북망 역시 동일한 죄에 처할 뻔했으나 서경에서의 협상 중 중요한 제보를 한 공로를 인정받아 현철군 부사령관으로 강등되었고 3년간 녹동이 삭감하게 했으며, 오월을 정사령관으로 승진시켰다. 더불어 숙청제는 특별히 은혜를 베풀어 북명황실이 서경의 두 정탐조 모두 사적으로 처단할 수 있도록 했다.사여묵은 송석석의 의견을 묻기 위해 돌아갔다. 그녀가 직접 처리할지 아니면 형부에 맡길지를 결정하기 위해서였다.송석석은 보주를 불러 의견을 물었다. 이방은 송가를 멸문시킨 주범이었지만 그들을 잔인하게 학살한 것은 서경의 정탐조들이기 때문이었다.보주는 한 번도 사람을 죽여본 적이 없어 사여묵과 송석석 앞에 무릎을 꿇은 채 이를 악물며 말했다. “소인은 그들이 죽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습니다. 송가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서라도 말입니다.”그러자 송석석은 심장이 찔리듯 아파왔고 눈가가 뜨거워졌다. “좋다, 널 데려가겠다!”그녀도 한때는 망설였었다. 직접 그들을 죽이기도 싫었고 심지어 그들을 보는 것조차 싫었다. 그들을 보면, 미친 듯이 본가로 달려갔던 날 목격한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85화

    이러한 결과는 두 나라 모두에게 이익이었다. 장공주는 돌아가면 많은 일을 준비해야 했기에 국경 문제에서는 절대 물러설 수 없었다. 만약 물러선다면 그녀가 하려는 일은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고 백성들의 지지도 얻지 못할 것이다.조약 서명 다음 날, 서경 사절들이 황제에게 작별 인사를 올리러 궁에 들어왔다. 숙청제는 그들에게 송별연을 베풀 생각이었으나, 장공주는 빨리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즉시 출발 의사를 밝혔고 그도 이를 받아들였다.형부는 이미 이방을 죄수 수레에 태워 회동관으로 보냈는데, 소승이 보이지 않자 서서히 불안에 휩싸여 크게 소리쳤다. “왜 나 혼자인 것이냐! 소승은? 소승도 책임을 져야하지 않겠느냐?” 감랑중은 서둘러 그녀의 입을 틀어막고 수란석과 함께 인계했다.서경 사절들은 진성에 들어온 후 처음으로 이방을 보게 되었는데 그들의 눈에는 분노의 불길이 가득해 당장이라도 이방을 태워버릴 듯했다.이방은 수레 안에서 몸부림치며 전북망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회동관 밖에는 길게 늘어선 행렬과 경위대, 그리고 송석석과 사여묵도 있었으나 전북망은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소리칠 수도 몸부림칠 수도 없었고 수레 안에서 머리조차 제대로 내밀 수 없었다. 앉아도 서기도 불편한 이 죄수 수레는 마치 옛날에 그녀가 경역을 쇠창살에 가둬놓고 활로 괴롭히던 때 같았다. 그 당시는 통쾌했지만 이제는 두려움만이 가득차 버렸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송석석은 오늘 일부러 보주를 데리고 왔다. 두 여인은 죄수 수레에서 다섯 걸음 떨어진 곳에 서서 이방의 두려움과 혼란을 똑똑히 바라보았다. 보주는 이방을 국공부로 끌고 가서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지만 이방은 이제 서경의 죄인이었기에 그녀가 직접 복수할 수는 없었다. 그녀의 눈에는 그저 이방을 향한 증오와 피 같은 눈물만이 맺혀 있었다.“아씨, 저 계집을 한 대 때려도 되겠습니까? 저는 힘이 약해서 심하게 때리지는 못할 것입니다. 냉옥 장공주께 말씀 좀 전해주실 수 있겠습니까?”송석석은 보주가 이 한 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84화

    송석석은 단 백부의 말에는 뭔가 의미심장한 뜻이 담긴 듯해 잠시 당황했다. 장공주가 그녀를 바라보자 송석석은 담담한 표정으로 장공주의 눈을 마주 보며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평온하게 행동했다.단 백부에게는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 있었기에 그가 이런 말을 한 것은 장공주의 속마음을 알아차렸기 때문일 것이다. 단신의가 약을 남기고 떠나려 하자 장공주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예를 갖춰 인사했다.“신의님께 감사드립니다. 상국에 다시 오실 기회가 있으면 반드시 성의를 다해 보답하겠습니다.”왠지 모르게 장공주는 그의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송석석은 단신의를 부축하고 청작은 약상자를 메고 각자 갈 길을 갔다. 장공주는 자리에 앉아 금태의가 약병을 열어 검토하는 것을 바라보았으나 시선은 이미 흐려진 상태였다. ‘의사는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치유하는 사람이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단신의는 그녀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었다. 여인이 큰 뜻을 품는 것을 남성 권위에 대한 도전이라 여기지 않고 평등한 관점에서 바라본 듯했다. 그것은 장공주가 오랫동안 추구해 온 바였다.모든 남성이 그녀의 뜻을 반대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에 장공주는 깊이 감동했다. 갓 생겨난 이 생각에 대한 지지와 인정은 그녀에게는 마음을 어루만지는 약과도 같았다.송석석은 단신의를 약왕당에 직접 모셔다 드리기로 했다. 마차 안에서 단신의는 한참 침묵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서경이 변화하면 더 나아질 것이야.”송석석은 그의 숨겨진 뜻을 이해해 장공주의 길이 험난할 것임을 짐작하고 조용히 마음속으로 그녀를 응원했다. 만약 그녀가 황제가 된다면 상국과의 문제도 평화로운 협상을 통해 해결할 수 있어 전쟁도 일어나지 않기에 양국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오후가 되자 협상이 다시 시작되었다. 사전 통보를 받은 사여묵은 곧바로 홍려사로 향했고 이후 궁으로 들어가 상국에 대한 서경의 보상안을 황제로부터 허락받아 협상장으로 돌아갔다. 서경 측에서는 수란석과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83화

    다음 날 아침이 밝자 안운여는 송석석을 찾아가 단신의를 불러달라고 부탁했다.한편 고공은 홍려사로 향했고 협상은 오후에 다시 시작될 예정이었다. 단신의는 장공주가 자기를 초대하러 올 것을 예상하고 일찍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송석석이 도착했을 때 단신의는 이미 마차를 준비했고 송석석이 입을 열기도 전에 청작에게 약상자를 준비시키며 말했다. “회동관이라 했느냐?”송석석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백부님, 다 알고 계셨습니까?”“장공주의 두통이 심하니 내가 아니면 남은 협상도 무사히 마치기 어렵다. 돌아가서 필요한 일들을 처리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단신의는 자기 의술에 대해 여전히 확신을 갖고 있었다.송석석은 그와 함께 마차에 오르며 물었다. “장공주의 두통은 어찌 생긴 겁니까? 혹시 편두통입니까?”“편두통도 일부 원인이지. 맥을 짚어보면 장공주의 편두통은 오랫동안 지속된 것으로 아주 심각하더군. 또 오랫동안 책상에 엎드려 일하다 보니 목뼈가 변형되고 혈기가 머리로 공급되지 않아 혈액이 막혀 있는 상태이다. 어젯밤 금태의의 진단이 틀린 건 아니지만 그 향이 잠깐만 막힌 혈을 통하게 했을 뿐이기에 약효가 떨어지면 다시 두통이 시작될 것이다.”“금태의가 정말 이 문제를 몰랐을까요? 수년 동안 치료했는데도 크게 나아지지 않은 이유가 뭘까요?”“침술로는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금태의도 공을 들였겠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거지. 게다가 장공주는 무리한 일로 상태가 이미 악화됐으니,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목숨까지 위태로울 수 있다.”단신의는 약상자를 두드리며 말했다. “일찍이 청작에게 1년 치 약을 준비해 오게 했다. 장공주가 나를 믿는다면 충분히 회복될 수 있다.”송석석은 고개를 끄덕이곤 현재 두 나라의 상황을 떠올렸다. 장공주가 일을 제대로 처리할 수 없다면 상국에도 절대 좋은 일이 아니었다.회동관에 도착하자 단신의와 청작은 안으로 들어갔고 송석석은 밖에서 대기하고, 곧 필명이 교대를 하러 올 것이기에 단신의가 진료를 마치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82화

    서경은 이번에 조건을 낮춰서라도 협상을 조속히 성사시키려 할 것이며, 가장 가능성 높은 방안은 국경선 문제를 양보하거나 잠정적으로 논의에서 제외하는 것이라고 다들 의견을 모았다.염구진이 말했다. "연왕의 여러 차례 계략이 모두 실패한 걸 보면 지금 그가 아주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게 분명합니다. 아마 인맥 대부분도 이제는 사온이 장악하고 있을 테니 사온이 몰락하면 연왕은 정말로 진성에서 손발이 묶인 상황이 될 것입니다."연왕부는 지금 염구진의 말처럼 정말로 속수무책인 상황이었다. 무상은 여러 번이고 회왕과 숨겨둔 다른 인맥을 이용했지만 이제 거의 모두 뿌리째 뽑힌 상태였으며 또 다시 열 명 이상의 사사를 잃고 말았다.그들은 회동관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단신의가 회동관에 들어간 사실만으로도 이미 계획이 실패했음을 알 수 있었다. 심지어 장공주가 혼수 상태에 빠졌을 때도 구혼선충의 모충은 장공주의 몸속 유충을 제어할 수 없으니 이제 계획이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임을 알게 되었다.무상은 비록 실망했지만 냉옥 장공주의 강인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구혼선충의 조종을 이겨내는 일은 매우 어려운데 무공이 뛰어나고 의지가 강한 사내조차도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오직 한 사람만이 구혼선충의 조종을 버텨낼 수 있었다. 그 사람은 비범한 신분과 남다른 강인함을 가진 인물이었다.무상은 이번 상대가 강력한 인물임을 깨닫고 본인의 패배를 순순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냉옥 장공주가 있는 한 서경은 상국과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것입니다. 정원제가 즉위한 후 여러 계획을 세우며 여론을 조성했으나 결국 모두 역풍이 되어 돌아올 것입니다. 그는 원래 황위에 관심이 없었고 그의 마음속에는 선황태자가 가장 중요합니다. 가문과 나라는 그 후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여 우리와 동맹을 맺기를 원했지만 이 동맹은 그의 야망에 기반한 것이 아닌 허상에 불과합니다. 동맹이 무너진다면 우리도 연루될 가능성이 높으니 정원제에게 기대를 걸 수는 없습니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81화

    향병의 행동에 장공주는 결심을 더욱 굳히고 그들을 불러 모았다. 그러고는 겉옷을 걸친 채로 의자에 앉아 정신을 가다듬고 말했다.“내일 오후에 다시 협상을 재개할 것이니, 조건은 협상 가능하도록 하지요. 너무 고집부릴 필요는 없습니다.”수란석은 눈을 크게 뜨며 반발했다. “협상이라? 어떻게 협상한단 말이오? 설마 그들이 국경을 물러서라고 해도 그걸 가만히 받아들이란 말이오?”장공주는 이미 결심이 선 듯 단호하게 말했다. “국경 문제는 일단 보류할 것입니다. 내일이나 모레 협정을 체결하고 즉시 귀국하는 것이 목표지요.”“그건 안 되오…” 수란석이 강하게 반발하자 장공주는 그를 냉랭한 눈빛으로 노려보았다.“의견을 묻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내 결정이니 불만이 있어도 모두 삼가세요.”수란석은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는 소리쳤다. “이건 독단이오! 국경 문제를 보류하면 황제와 조정의 문무백관들, 그리고 백성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이오?”장공주는 위엄 있는 눈빛으로 그를 단숨에 제압했다. “설명은 내가 하면 되지 수 상서가 할 일이 아닙니다.” 그녀는 조정을 오랜 시간 이끌어온 인물로서 항상 권위와 기세가 넘쳤다. “당장 나가서 초안을 다시 작성하고 상국에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하는 대신 국경 문제는 제외하십시오. 그리고 2년 후에 이 문제로 다시 협상하는 것으로 하지요. 나는 협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습니다.”수란석은 이를 악물며 불만을 드러냈다. “나약하오, 정말 나약하오!” 그는 장공주가 서둘러 귀국하려는 이유를 알고 있었기에 속으로 향병을 원망했다. “난 동의할 수 없소. 국경 문제는 분명히 해야 하오.”장공주는 화가 나 향로를 내던지며 강하게 명령했다. “당장 나가서 다시 작성하십시오.”한편, 북명황실의 의논 자리에서는 새로운 국면이 펼쳐졌다. 단신의는 정좌에 앉았고 무소위조차도 그 옆에 앉아 있었다. 만종문의 구성원들은 세력을 등에 업고 몸을 꼿꼿이 세우며 잘난 척했다.그러자 단신의가 설명했다. “이번에 사용된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80화

    향병은 뺨을 맞은 얼굴을 가린채 억울함과 분노를 모두 토해냈다. “장공주님. 태자 전하께서 얼마나 비참하게 사망하셨는지 잊으셨습니까? 그건 우리 서경 백성들의 영원한 고통인데 어찌 원수를 갚지 않을 수 있단 말입니까? 태자 전하는 장공주님의 친동생이셨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모진 선택을 할 수가 있습니까?” 장공주가 움켜쥔 손바닥은 젖어 있었고 불빛에 비친 그녀의 창백한 얼굴은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너는 내가 그를 위해 복수를 하지 않으려고 전쟁을 반대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장공주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더니 눈빛에 노기로 가득 찼다. 그녀는 아직 허약하지만 손을 뻗어 향병을 가리키며 말했다. “향병, 다른 사람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는 이해했을 것이다. 하지만 난 내 모든 계획과 절차를 너에게 말했고, 내가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너도 잘 알고 있지 않느냐? 나를 가장 잘 알아야 하는 사람이 복수에 눈이 멀어 정세를 조금도 파악하지 않다니. 넌 경역에게 충성을 다했으니 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거라. 그가 지금 상국과 전쟁이 일어나기를 바라겠느냐?” 그러자 향병이 울먹이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복수를 하지 않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저도 지금 내우외환의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식량 30만 석과 소성을 요구하시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승리할 수 있으니까요. 장공주님, 저희는 지금 승리로 하늘에 계신 태자를 위로해야 합니다.” 장공주는 오열하는 향병을 보며 말할 수 없는 분노와 침통함을 느꼈다.그녀는 안운여와 곽아정을 올려다보더니 말했다.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너희도 향병의 말에 동의하느냐? 뒤에서 나를 모해할 생각 하지 말고 이 참에 다 말하거라.” 곽아정과 안운여는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 “장공주님, 동의할 수 없습니다.” 향병은 고개를 돌려 실망스러운 눈빛으로 안운여를 바라보며 말했다. “안운여, 너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말이냐? 넌 전하의 보살핌을 잊었느냐? 복수할 생각이 전혀 없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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