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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유애
전북망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왜 어려운 길을 자처하시오? 이 혼인은 폐하의 어명이오. 더군다나 이방이 들어온다고 한들, 서로 다른 별채에 머물 텐데, 뭐가 걱정이오? 이방은 안살림에 관심이 없소. 또한 그대의 권한을 빼앗는 일도 없을 것이오. 그대가 중요시 여기는 것들, 이방에겐 아무런 가치도 없다는 걸 모르겠소?”

“권한이요? 제가 겨우 그런 것 때문에 이러시는 줄 아십니까?”

송석석이 반문했다. 장군부(將軍府: 장군의 집) 살림이란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노부인한테 들어가는 약값만 해도 매달 수십 냥(两: 화폐 단위)이었고, 그 외 사람들한테 들어가는 생활비도 만만치 않았다. 만약 그녀가 들고 온 지참금이 아니었다면, 이 집안은 진작에 파산했을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헌신한 대가가 겨우 이거라니, 정말 황당했다.

반면, 전북망도 점점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었다.

“됐소. 더 말하지 않겠소. 본래 통보만 하면 되는 일이었고, 그대가 허락하든 하지 않든 변하는 것은 없을 것이오.”

그 말을 끝으로 전북망은 소매를 털며 자리를 떠났다. 송석석은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아가씨.”

보주(寶珠)가 옆에서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장군님도 참 너무하세요.”

“됐어, 이렇게 된 이상 움직이자.”

송석석이 차갑게 눈빛을 굳히며 보주를 쳐다보았다.

“첫날밤도 치르지 못했는데, 정식으로 부부가 되었다고 볼 수도 없지. 일단 가서 내가 이 집안에 들어올 때 들고 온 지참금 목록을 가지고 와 봐.”

“지참금 목록은 왜요?”

보주가 물었다. 그러자 송석석이 그녀의 이마를 손바닥으로 툭 치며 답했다.

“바보야. 계속 이 집에 머물 거야?”

그러자 보주가 이마를 감싸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이 혼사는 부인께서 아가씨를 위해 직접 예비하신 거잖아요. 어르신도 살아계실 때, 얼마나 아가씨가 잘 살길 바라셨는데요.”

부모님의 얘기가 나오자 송석석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송석석의 부모님은 참 금슬이 좋았다. 그녀를 포함해 자식이 여섯이나 됐지만, 모두 한배에서 나온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물론 지금은 모두 고인이 되어 혼자가 되었지만, 송석석 또한 부모님과 같은 결혼생활을 하길 바랐다.

송석석은 무장의 가문에 태어나 아주 어렸을 적부터 무예를 익혔다. 모두 아버지 송회안 덕분이었다. 그녀는 7세에 매화산에 올라 무예 수련을 시작했으며, 동시에 전략과 병서 공부까지 하게 되었다.

그런데 15세가 되어 하산을 해보니, 아버지와 여섯 오라버니들이 얼마 전에 모두 남쪽 전장에서 전사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송석석은 너무 슬펐지만, 눈물을 흘리다 못해 눈이 멀어버린 어머니 탓에 차마 티를 낼 수 없었다. 그녀는 아직까지도 그때 어머니가 했던 말을 생생히 기억했다.

“너만큼은 꼭 오래오래 행복해. 남들처럼 평범하게 좋은 남편도 만나고, 아이도 낳으면서 평온하게 살아. 이제 나한텐 너밖에 없어.”

그 뒤로 약 1년, 송석석은 어머니의 지시에 따라 신부 수업과 가계부 수업 등, 여자로서 갖춰야 할 모든 덕목을 터득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온 도시에 진북후부(鎮北侯府: 북방을 지키는 후작의 집)에서 사위를 찾고 있다는 소문이 퍼져 나갔다. 더불어 그녀의 뛰어난 미모에도 사람들이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너도나도 앞다투어 청혼서를 넣기 시작했다.

하지만 송석석의 어머니는 확고한 철학이 있었다. 아무리 조건이 좋아도 첩을 들이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으면,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렇게 고르고 골라 선택된 신랑감이 바로 전북망이었다.

그런데 반년 전, 하룻밤 사이에 집안이 모두 몰살당했다. 어른, 노약자, 어린아이 가릴 것 없이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하게 죽었다. 그중에 두 살밖에 안 된 송석석의 조카도 포함되어 있었다. 셋째 오라버니가 남긴 유일한 혈육조차 세상에서 사라진 것이다.

얼마 뒤, 경조부(京兆府: 수도를 관할하는 행정 구역)에서 순방영(巡防營: 순찰 방어 부대)이 출동해 일부 범인들을 붙잡는 데 성공했지만, 상황은 돌이킬 수 없었다. 이들은 모두 서경(西京)의 첩자들이었는데, 전장에 밀리자 보복심리로 진북후부를 몰살했다고 진술했다.

송석석은 비보를 듣자마자 바로 달려갔지만, 남은 건 처참하게 조각난 시신뿐이었다. 진북후부 어디에도 생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벽이며 바닥이며 모두 피범벅이었다.

이제 진북후부의 핏줄은 송석석, 한 명밖에 없었다. 진북후부는 끝난 거나 마찬가지였다. 송석석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다. 여자 혼자서 가문을 일으키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방은 달랐다. 이방은 전장의 공로가 있는, 이 나라의 유일한 여장군이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았으며 태후조차 칭찬할 정도로 힘이 있었다. 이번 혼사만 무사히 성사된다면, 전북망의 미래에도 꽃길이 깔릴 게 분명해 보였다. 그래서 전북망의 가족들은 매우 자연스럽게 이 혼사를 받아들였다.
Comments (4)
goodnovel comment avatar
염혜숙
끝까지 보게해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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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정
2024. 10. 07. AM 07:06
goodnovel comment avatar
Jenny Han
끝까지 보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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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499화

    향을 올린 후, 송석석은 후원으로 돌아왔다. 모두 눈물을 닦고 감정을 추스린 뒤, 송석석을 둘러싸 그녀의 부부 생활에 대해 물었다.그 중에서 가장 많이 물은 질문은 북명왕이 그녀에게 잘 해주는지에 대한 것이었다.가족들은 이렇게 마음속으로는 그녀 스스로의 능력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항상 배우자가 그녀에게 진심으로 잘 해주길 바라는 법이었다.송석석의 사촌 자매들은 많았으며 모두 삼촌들의 딸들이었다. 송석석과 몇 번 못 본 사이였지만, 모두 그녀를 보자 매우 흥분했다.사촌 언니들은 모두 시집을 갔기에 남편과 아이들을 데리고 돌아왔다. 그들은 송석석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그녀를 존경하면서도 동정했다.그중 한 명인 소상어는 둘째 외숙모의 장녀로, 소 대장군의 부하인 황신 장군에게 시집을 갔다. 그러나 시집간 지 채 일년도 되지 않아, 황신 장군은 유복자만 남기고 전사하였다.이제 아이는 열두살이 되었다.그녀는 성릉관에서 육아당을 운영하며 버려진 아이들을 거두고 있었다. 현재 서른명이 넘는 아이들이 있었지만, 생활이 매우 어려워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이었다.그녀는 송석석이 진성에서 공방을 운영한다는 소식을 듣고, 어떻게 하면 잘 운영할 수 있는지 조언을 구하고 싶어 했다.그녀는 부끄러운 듯 말했다. “지금은 전적으로 친정의 도움을 받고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이 밥도 못 먹거든요.”송석석은 그녀가 옷 곳곳에 기운 자국이 있는 헤진 옷을 입고 있으며, 신발도 몇 군데가 찢어져 기워져 있는 것을 보았는데, 생활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단숨에 알 수 있었다.송석석이 말했다. “공방과 육아당은 달라요. 공방에 있는 이들은 모두 자립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 전 그냥 거처를 제공하고, 운명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게 했을 뿐이에요. 하지만 육아당이 거두는 사람은 모두 아기들이라 생계를 꾸릴 능력이 없고, 오로지 먹는 것만 기다리는 존재들이죠.”“맞아요. 그들은 생계를 꾸릴 능력이 없어요.” 소상어는 한숨을 쉬며 고통스러운 표정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498화

    서둘러 움직여 벌써 8월 3일이 되었고, 그들은 드디어 성릉관에 도착할 수 있었다.하지만 스무 날 동안 날씨가 매우 더워진 탓에 많은 사람들이 병으로 잇따라 쓰러졌다. 다행히 송은 준비를 충분히 하여 많은 약을 가져왔기에, 금태의도 동행하였기에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친왕 또한 너무나도 지쳐있었다.그가 언제 이런 고생을 해보았겠는가? 길을 떠난 지 열흘째 되던 날, 그는 이미 말을 할 수 없었다. 얼굴과 입술은 항상 창백했으며, 얼굴 가득 피로를 감추지 못했다.성릉관 경계에 도착하자, 군대를 이끌고 마중을 나온 소씨 가문 사람들을 본 그는 그대로 쓰러져 기절해 버렸고,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급히 그를 들어 올려 돌려보냈다.외조부와 삼촌을 어렵게 만난 송석석은 진왕을 돌볼 겨를이 없이, 오직 외조부의 품에 안겨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소 대장군은 손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눈물을 흘렸다.  목구멍도 메었다. 본래 진성에서 헤어질 때 다시는 만날 기회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니 감개무량했다.시간이 조금 지나자 소 대장군이 말했다. “이제 그만하면 됐다. 계속 울어서 놀림이나 당할 셈이냐? 그만하고 어서 외삼촌들을 만나러 가라.”송석석은 그제야 고개를 들어 눈물을 닦았다. 그러나 셋째 삼촌의 외삼촌의 까맣게 그을리고 많이 늙은 얼굴과 한쪽 빈 옷소매를 보자 다시금 눈물이 흘렀다.외삼촌이 한쪽 팔을 잃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직접 보니 또 한 번 슬퍼질 수밖에 없었다.소씨 가문의 송희두도 그녀를 보며 그녀의 가족과 어머니를 떠올렸고, 눈가가 붉어졌다.소삼야는 그녀가 자신을 위해 울었다는 것을 알고 즉시 마음의 감정을 다스렸다. 그는 웃으며 소매를 흔들며 말했다. “셋째 삼촌의 실력을 한 번 볼테냐?!”그는 내력을 실어 송석석을 향해 휘둘러, 방심한 송석석은 순간 넘어질 뻔했지만 두 발짝 뒤로 물러나며 겨우 균형을 잡았다.“형님, 석석이를 괴롭히지 마세요.” 그러자 소팔야가 웃으며 다가와 송석석의 어깨를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497화

    7월 12일이 되자, 상국 사절단은 대규모로 진성을 떠나 서경으로 향했다.사여묵은 말을 타고 이십 리 길을 배웅하며, 장대성과 염선생이 이제 그만 돌아가도 된다고 할 때까지 그녀를 따라갔다. 송석석은 뒤를 돌아보며 그에게 손을 흔들었고, 꽃처럼 활짝 웃으며 조금도 아쉬워하는 기색이 없었다.사여묵은 그녀를 애틋하게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정말 무정한 사람이야."해는 이미 떠올랐고, 국도는 바람이 불지 않아 무더웠다. 사여묵은 사절단의 끝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아쉬움이 가득한 얼굴로 말 고삐를 돌렸다.송석석은 서경으로 가는 행렬에 현갑군 300명과 몽동이, 시만자 등을 동반했다.두 나라는 전쟁 이후 잠시 평화 상태였지만, 서경 태자의 일이 수란석에 의해 공개되면서 서경의 많은 백성들이 상국에 적의를 품고 있었다. 진왕과 사신들의 안전을 위해 많은 인원을 데려갈 수밖에 없었다.송석석은 진왕과의 교류가 적었다. 더욱 정확히 말하면 진왕 부부와의 교류가 적었다.진왕비는 황후의 사촌동생이었으며, 이름은 제이월이다.그녀는 한때 사온의 생일 연회에서 송석석이 보낸 그림이 위조품이라고 말하며 송석석을 모욕한 적이 있었다. 그 이후로 그녀는 송석석과의 교류를 줄였고, 최근 몇 년 동안은 더욱 조용했다.그녀는 황실 사람들이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궁중 연회 외에는 보통 참석하지 않았다.두 사람의 관계는 담담하기 그지없었다.진왕 또한 별일이 없으면 북명황실에 잘 오지 않았다.그들이 이렇게 조용했기 때문에 봉지로 떠나지 않고 지금까지 진성에 머무를 수 있었던 것이다. 숙청제는 그를 전혀 위험 요소로 여기지 않았다. 조금도 말이다.외부에서는 진왕이 평범하다고 말했지만, 송석석은 그 진위를 알지 못했다. 그녀는 특별히 조사를 하지도 않았다.하지만 출발한 지 이틀 만에 시만자가 말했다.“진왕은 아무래도 머리가 문에 끼어 눌린 것 같아. 그래서 평소에 사람들을 잘 만나지 않았나봐.”송석석은 그녀의 말을 듣고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496화

    출발 전날 밤, 송석석은 사여묵과 함께 태비께 인사를 올리러 갔다.다음날 아침 일찍 출발해야 했기에, 태비가 일어나지 않았을 시간이라 전날 저녁에 인사를 올리기로 한 것이었다.태비는 그녀가 서경으로 간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상황을 잘 몰라 황제의 지시가 너무 과하다고 생각했다. 먼 길을 떠나야 하는데 정말 그녀가 아니면 안된다는 말인가?하지만 나중에 시만자에게서 이번 여정의 주된 목적이 외가 식구들을 만나기 위함이라는 말을 듣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인생에서 가장 아픈 일은 가족과의 이별이고, 가장 기쁜 일은 오랜만에 가족과 재회하는 것이지."이 말은 시만자에게만 한 것이었기에, 당연히 송석석 앞에서는 말하지 않았다.다른 사람들에게는 감회를 나누는 말일 수 있어도, 송석석에게는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과 같은 말이었기 떄문이다. 그녀는 며느리를 매우 아끼고 있었고, 그녀가 조금이라도 상처받는 것을 원치 않았다.인사를 올리러 온 며느리를 보자 태비는 속으로 감개무량했다. 처음에는 이 혼사를 천 번 만 번 반대했었고, 송석석을 좋아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재혼한 여자가 어찌 자신의 아들처럼 고귀한 사람과 어울릴 수 있겠는가?하지만 나중에는 이 며느리를 두려워하면서도 감동을 받았다. 그녀는 매서우면서도 태비를 진심으로 보호해주었다.송석석에 대한 감정이 생기고 난 후엔 그저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만 남았다."내가 소 대장군 가족에게 보낼 선물을 준비해 이미 마차에 실어 두었다. 네가 대신하여 그들에게 모두 건강하고 모든 일이 순조로우길 바란다는 안부를 전해주어라."송석석이 말했다. "감사합니다, 어머님. 어머님께서도 건강하시길 바랍니다."혜 태비는 그녀를 바라보며 이 며느리가 정말 시만자처럼 말주변이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을 빌어주는 것은 좋지만, 이미 빌어주는 김에 조금 더 빌어주면 좋을 텐데.다른 이들은 좋은 말을 할 때 한가득 늘어놓기 마련인데, 석석은 왜 이렇게 짧게 말하는가?그러나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495화

    음력 7월, 서경에서 국서가 도착했다.서경 황제가 양위하여 냉옥 장공주가 제위에 올랐고, 그녀는 국호를 원신으로 바꾸어 조정을 이끌었다. 그녀는 상국에 사신을 파견해 즉위식에 참석하여 국경선 문제를 논의할 것을 요청했다.원신제는 이미 즉위했기 때문에 즉위식 참석은 명분일 뿐이었고 실제로 논의할 것은 국경선 문제였다.당초 서경 사절단이 상국에 온 가장 큰 목적도 국경선 문제였는데, 내란으로 인해 중단되었던 것이 원신제 마음속에도 가장 큰 걱정거리로 남아 있었을 것이었다.그래서 그녀는 즉위를 하자 마자 즉시 협상을 재개한 것이다.조회에서 모두가 일치하게 여긴 것은, 두 나라 간의 원한이 이미 사라졌고, 이제 두 나라가 동등한 위치에서 협상할 수 있으니 지켜야 할 것은 지켜야 하기 때문이었다.국경선 문제는 단시간 내에 해결되기 어려울 수 있긴 했지만, 전쟁만 일어나지 않도록 하면 되었다.황제는 진왕, 병부 상서 이덕회, 그리고 홍려사경을 사절단으로 파견하기로 결정했다.진왕은 원래 조정에 참여하지 않아 아무것도 모르지만, 친왕 신분이었기에 그를 보내는 것으로 존중을 표했다.송석석도 함께 갔다. 그녀는 현갑군 지휘사로서 호위하는 임무를 맡았다. 사여묵이 그녀를 추천한 것이었다. 서경으로 가는 길에 성릉관을 지나게 되고, 성릉관에서 잠시 머물며 두 나라의 교전 상황과 서경의 현재 상황에 대해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또한 석석은 외조부 가족과 며칠간 재회할 수 있게 되었다.황제의 교지가 내려졌을 때, 송석석은 기뻐 날뛰며 바로 시만자와 신신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 여러가지 물건들을 구입했다.매년 성릉관에 선물을 보냈긴 했었지만, 직접 가져가는 것만큼 좋을 수는 없었다.호위대의 인원은 필명과 오진이 선택하도록 남겨두고, 그녀는 이번 일을 공적인 목적보다는 사적인 목적으로 이용하려 했다. 그리고 사제가 그녀를 위해 이 일을 마련해준 것에 감사하려 했다.사실 사여묵이 추천하지 않았더라도 숙청제는 송석석을 파견했을 것이다.서경에서 여제가 즉위했으니,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494화

    북명황실에서는 송석석과 신신이 명희와 왕지아에게 무술을 가르치고 있었다. 주로 신신이 명희를 가르쳤고, 송석석과 왕지아는 옆에서 지켜보는 역할이었다.경위부도 사실 바쁜 나날 뿐이었지만, 시간이 갑자기 느려진 듯 마음도 따라 차분해졌다.이런 의심과 시기가 없는 날들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매일 매일을 즐기며 살아가려 했다.그녀가 유일하게 걱정하는 것은 사제의 몸 상태였다. 지금은 점차 나아지고 있었지만, 원기를 크게 손상한 상태라 매일 일찍 나가고 늦게 들어오고, 식사도 불규칙하며 약도 제때 먹지 못하는 고된 일과 탓에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것이 그녀의 마음을 졸이게 했다.만두가 회랑을 걸어와 송석석 곁에 서서 말했다. "만자가 오늘 밤에 안 돌아올 거래.""응." 송석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말은 하지 않았지만, 송석석은 그녀가 옛 일을 다시 시작한 것을 알았다.이 일에 대해 그들은 사적으로 따로 논의하지 않았다.다만 한 마디는 했었다. 어차피 손에 피를 묻힌 적이 있으니, 악인의 피로 자신의 영혼을 더 붉게 물들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이다.그래서 그녀가 관청에 증거를 찾아주러 갔는지, 아니면 증거 부족으로 처벌받지 않은 악인을 직접 처단하러 갔는지에 대해 현갑군 지휘사인 송석석은 묻지 않았다.그들은 더 이상 의협심을 항상 입에 담던 어릴 적처럼 굴지 않았다. 비록 그것이 여전히 그들의 이상이긴 했지만 말이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자신이 하는 일이 과연 의로운 일인지, 흑인지 백인지, 아니면 회색인지 쉽게 정의할 수 없었다. 단지 죄가 있는 자가 응당한 대가를 받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만두가 그녀 곁에 앉아 신신이 명희를 가르치는 모습을 보며 다정하게 웃었다. "명희는 정말 신신 어릴 적 모습을 닮았어. 힘은 장사에 기운도 넘치고.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명희가 신신보다 더 재능이 있어. 명희는 두 번째의 너가 될지도 몰라."송석석이 명희 쪽을 바라보았다. 명희의 손놀림이 매우 빨라 주먹이 마치 환영처럼 가벼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493화

    숙청제는 요즘 황자들에 대한 일을 항상 사여묵과 나누었다. 특히 사여묵은 저녁에 이들을 가르치는 시간이 많았기에, 가르친 후에 그를 도와 침을 놓아주러 오곤 했다.형제 간의 대화가 많아지면서 거리감이 줄어들어, 의심도 함께 줄어들었다.물론 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긴 했지만, 사여묵은 송석석에 관한 것이 아니라면 기본적으로 숨기지 않고 전부 진솔하게 말했다.가까이에서 보게 되니 숙청제는 명확하게 볼 수 있었다. 문제가 있으면 형제 간에 직접 이야기했고, 예전처럼 추측만 하지 않았다.하지만 숙청제는 자신에게 이런 변화가 생길 수 있었던 것은 송석석이 그를 꾸짖어 깨우쳤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는 형으로서 동생 사여묵을 바라보는 법을 배웠고, 단순히 황제의 눈으로 신하를 보지 않게 되었다.단신의가 침을 놓고 나서 휴식을 취하러 돌아갔고, 사여묵은 숙청제를 부축해 일어나 걸으러 나갔다. 뒤에는 오 대반만이 멀리서 그들을 따라갔다.늦은 밤, 어화원에는 팔각 풍등이 부드럽고 아련한 빛을 뿜어냈고 사람들의 얼굴도 부드럽게 비추었다.사여묵은 이 이야기를 듣고도 별다른 의견을 내지는 않았다. 이 일은 황제 마음속에 이미 정해진 것이니, 더 이상 논의할 필요도 없었다.역시나 숙청제는 말을 마친 후 비웃으며 말했다. "그녀도 어리석지는 않아. 결국 적장자이니 여전히 희망은 있지.""예."사여묵은 짧게 대답하며 그를 부축해 천천히 걸었다."최근 대황자의 태도는 어떠하냐?" 숙청제는 사실 매일 한 번씩 물었다.사여묵이 말했다. "환골탈태했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예전보다 훨씬 더 노력하고 있습니다."이것은 진심이었다. 봄 사냥 이후, 대황자는 완전히 변했다. 마치 갑자기 깨달음을 얻은 듯, 자신의 재능이 부족함을 알게 되어 노력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게다가 하루가 다르게 더 노력하였다. 그는 송석석의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여 매일 전날보다 더 노력했다.숙청제는 이 답변에 매우 만족했다. 매일 같은 답변을 들어도 여전히 만족스럽게 느껴졌다."그와 서우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492화

    황후가 장춘궁으로 돌아오자, 오래 불안해할 필요도 없이 숙청제가 곧바로 그녀를 찾아왔다.그는 현철위를 데리고 와서 장춘궁 전체를 봉쇄했고, 오직 란주 상궁만이 전 안에 머물 수 있게 했다. 오 대반은 두 가지 물건을 가져왔는데, 그 중 하나는 그날 그녀가 대황자에게 내린 구충 독가루였다.독가루가 탁자 위에 놓여 황후에게까지 보여지자, 공포에 사로잡힌 듯 그녀는 온몸을 떨며 그만 얼어붙어 버렸다. 란주 상궁은 이를 보고 허겁지겁 무릎을 꿇으며 울부짖었다. "폐하, 용서해 주십시오! 이건 모두 제가 한 짓입니다. 마마께서는 아무것도 모르셨습니다!"숙청제는 란주 상궁의 말을 듣지도 않은 채, 의자에 앉아 오 대반에게 말했다. "황후에게 교지를 보여주라. 선포하지는 않을 것이다.""예."오 대반이 대답하며 두 번째 물건을 펼쳤는데, 그것은 바로 교지였다.황후의 눈 앞에 교지가 펼쳐졌다. 황후는 스치듯 두 줄을 읽고는 마치 귀신을 본 듯 비명을 질렀다."안 돼!"그녀는 바닥에 엎드린 채 혼란스러운 눈물을 흘렸다. 입에서는 계속 같은 말을 중얼거렸다."안 돼… 안 돼..!"란주 상궁은 교지의 내용을 알지 못했으며 감히 보지도 못했다. 그녀는 그저 머리를 땅에 부딪히며 피를 흘릴 때까지 빌었다.숙청제의 눈빛은 매우 차가웠다. "독을 쓰면서까지 그의 체면을 살리려 한 목적은 그를 태자로 만들기 위함이 아니었소? 그의 목숨을 걸어서라도 태자 자리를 노렸으니 짐이 황후의 소원을 들어주겠소. 짐이 그를 태자로 책봉할 테니, 황후가 대신 목숨을 바치시오. 이것이야말로 공평하겠지.""안 됩니다! 그는 적장자입니다. 태자가 되어야 마땅한 위치란 말입니다. 폐하, 제게 잘못이 있다 해도 죽을 죄는 아닙니다!" 황후는 기어가 숙청제의 다리를 붙잡았고, 얼굴이 다 젖도록 눈물을 흘리며 절망적인 눈빛으로 빌었다. "폐하, 그는 제가 낳은 아이입니다. 진심으로 그를 해치려 한 것이 아닙니다. 저도 그를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싶었을 뿐입니다.""그래, 그를 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491화

    황후는 불안한 마음으로 이틀을 기다렸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란주 상궁이 몰래 태병원에 가서 금태의를 찾아보았지만, 금태의는 집안 일로 며칠 휴가를 내어 부재중이었다. 결국 그가 황제 앞에서 무엇을 말했는지 알 수 없었다.다만, 금족령이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제 황후의 걱정이 조금 줄어들었다.며칠이 더 지났지만 여전히 아무런 소식이 없자, 그녀는 완전히 안심했다. 금태의가 황제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듯했다.황제가 그를 불러서 한 번 물어보았을 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것이며 이후에도 똑같을것이었다. 어쨌든 그도 금 한 덩이를 받았으니 말이다.하지만 점점 무언가 이상했다. 그녀가 매일 란주 상궁을 시켜 대황자에게 음식을 보냈지만, 그는 단 한 입도 먹지 않았다.처음에는 대황자가 아직 배가 좀 불편하다고 하자 황조모가 소화에 좋은 음식을 먹으라고 하였고, 그녀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이미 많은 날이 지났다. 그의 몸은 이미 괜찮아졌을 텐데, 왜 아직도 먹지 않는 다는 말인가?은근히 불안감을 느낀 그녀는 조금 늦게 태후께 문안 인사를 올리러 가면서 그에게 줄 음식을 가져다준 후,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로 결심했다.유시가 끝날 무렵, 황후가 지안궁에 도착했다.그녀는 이 시진이 대황자가 저녁 식사를 마치고 공부할 준비를 할 시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지안궁 밖에 도착하자 복공공을 만날 수 있었다. 그에게서 대황자가 승마 연습을 하러 승마장에 갔다는 사실을 듣게 되었다.복공공은 그녀에게 대황자가 이제 매일 수업이 끝나면 승마를 하고 나서야 식사를 한다고 말했다.그러자 황후가 약간 당황해하며 물었다. "연습을 마치고 나서 먹는다니? 그러면 몸이 상하지 않겠는가?!복공공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마마께서는 안심하십시오. 태후께서 신시에 저를 보내어 요깃거리와 국을 보내셨으니 배가 고프지는 않을 것입니다."황후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녀도 신시에 사람을 시켜 간식을 보냈지만, 그가 항상 배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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