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신의를 배웅한 뒤, 송석석은 곧바로 문희거로 돌아왔다. 그렇게 약 반시간 정도 지났을까, 전북망이 이방을 데리고 그녀를 찾아왔다.송석석은 작은 서재에 앉아 이 달의 장부를 정리하고 있다가 두 사람이 들어오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전북망과 이방은 두 손을 맞잡은 채였다. 금색 향로엔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침향이 타고 있었다. 그녀는 조용히 숨을 들이켜며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송석석은 때가 왔음을 직감했다. 그녀는 보주에게 나가라고 한 뒤,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앉으세요, 두 분.”이방은 오늘 갑옷이 아닌 일반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치마에 금색 나비 수가 놓아져 있었다. 이방은 아름다운 외모는 아니었으나, 기개가 넘쳤다.“이보세요!”그녀가 먼저 송석석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전장에서 수도 없는 적군들을 죽여온 경험으로 이방의 몸에선 일반 여자들은 감당하기조차 힘든 분위기가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송석석은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 눈빛을 맞받아치며 말했다.“하실 말씀 있으시면 하십시오, 장군님.”그러자 이방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저를 보고 싶어 했다고 들었는데, 묻겠습니다. 저와 평화롭게 지낼 생각 있으십니까?”그녀의 태도는 매우 강압적이었다. “솔직하게 말하십시오. 앞에서는 괜찮은 척하면서, 뒤에 가서 또 딴소리 하지 말고.”송석석이 그녀를 바라보며 답했다. “태후마마께서 이방 장군님은 여자들의 본이 되는 분이시라 하셨죠. 그럼 제가 되묻겠습니다. 저에게 장군님과 잘 지내는 것 말고, 다른 선택지가 있나요?”이방이 엄격한 표정으로 말했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십시오. 선택은 그대 몫이지, 다른 사람이 대신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송석석은 냉소적으로 웃었다. 그러나 그 모습조차 너무 아름다워 이방은 왠지 모를 불편함을 느꼈다. 송석석이 다시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야 당연히 장군님과 잘 지내고 싶죠.”이혼 후엔 더 이상 그들과 얽히지 않고 평화롭게 지내고 싶었다. 그러니 잘 지
이방은 속에서 질투심이 살짝 올라왔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전 질투가 많지 않습니다. 그쪽도 아이를 가져야 남은 생, 의지할 곳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임신한 뒤에도 그대와 잠자리를 가지건 말건, 그의 선택에 맡길 생각입니다.”마지막 말엔 분명 화가 난 기색이 담겨 있었다.전북망이 서둘러 약속했다. “걱정할 것 없소. 임신한 뒤에는 다시는 건드리지 않을 것이오.”“그럴 것 없습니다. 저 그렇게 속 좁은 사람 아닙니다.”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방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이걸 송석석이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은 그녀가 아닌 이방이었다. 그녀는 더 이상 이 역겨운 상황을 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꾸짖듯 이방을 향해 쏟아붙였다. “이미 여인인 것만으로도 살기 벅찬 세상인데, 같은 여자끼리 돕고 살지는 못할지 언정 짓밟으려 드시는군요. 그래봤자 당신도 여인 아닌가요? 전쟁터에서 좀 활약했다고 이렇게 사람을 무시해도 되나요? 당신들 눈엔 제가 겨우 자식한테 의지해야만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연약한 여자로 보이나요? 저도 하고 싶은 게 있고 원하는 삶이 있어요. 당신들 때문에 한낱 병풍이 될 생각이 없단 말이에요. 본인들만 중요하고 남들은 하찮게 여기지 마세요.”이방은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눈살을 찌푸리며 반박했다.“말 너무 심하게 하시는 거 아닙니까?”송석석이 차갑게 말했다. “긴말 하지 않겠습니다. 이혼합시다. 서로 얼굴 붉히지 말고.”“이혼? 지금 날 협박하려 드는 것이오?”이방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 그렇게 만만한 사람 아닙니다. 어디 마음껏 소란 피워 보십시오. 그럴수록 그쪽만 창피를 당할 테니.”그녀는 명문가의 여인들이 얼마나 명예를 중요하게 여기는 잘 알고 있었다. 특히 송석석처럼 태어났을 때부터 높은 신분을 가진 여인들일수록 더 했다.“난 그대와 이혼하지 않을 것이오. 우리가 이러는 것은 다 그대를 위해….”“그만하세요!”송석석이 표정을 가다듬으며
보주는 송석석이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을 그냥 바라볼 수만 없었다. 그동안은 모시는 주인의 품위를 지키느라 참아왔었지만, 상황이 이렇게 된 마당에 가만이 있는 것이 더 바보 같은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비록 천한 몸종이기는 하나, 예의와 염치는 있습니다. 그런데 나라에서 큰 일을 하는 사람이 남의 남자와 염문을 일으키고, 군공을 빌미로 우리 아가씨를 괴롭히다니요….”짝! 고개가 돌아가며, 보주는 날아가다시피 바닥에 엎어졌다. 하지만 전북망은 뺨을 내리친 거로는 성에 안 차는지, 씩씩거리며 송석석을 노려보았다.“도대체 아랫사람 교육을 어떻게 한 것이오? 참으로 버릇도 예의도 없는 여종이구나.”송석석은 재빨리 달려가 보주를 부축했다. 얼마나 세게 때렸는지, 보주의 얼굴이 빨갛다 못해 부어오르고 있었다.송석석은 참지 않고 고개를 돌려 똑같이 전북망의 뺨을 후려쳤다. “제 사람입니다. 어디 감히 함부로 손을 올리십니까!”전북망은 송석석이 겨우 하녀 때문에 자신의 뺨을 내리칠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게다가 옆엔 이방까지 있었다. 그의 체면을 조금도 배려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시 되갚아줄 수는 없었다. 그는 차갑게 송석석을 쏘아보고는 이방을 데리고 방을 떠났다. 송석석이 보주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괜찮아?”“하나도 안 아파요.”보주는 울지 않고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래도 다행이네요. 곧 장군부를 떠날 수 있게 되었으니.”“그래, 곧 폐하의 성지(聖旨: 황제의 명령)가 내려올 것이다. 며칠만 견디면 곧 여길 떠날 수 있을 거야.”송석석은 하루라도 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 첫날, 전북망이 군공을 인정받아 황제한테서 혼인 교지를 받았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그녀는 당연히 이방도 이 상황을 달가워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었다. 그만큼 이방은 태후한테서도 인정받은 여장군이고 모든 여자들의 존경 대상이었다. 하지만 오늘의 만남 뒤로, 송석석은 이방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바꾸게 되었다. 이방은
전북망이 모두가 난처해하는 것을 보고 예물 목록을 가져와 보았다. 그리고 잠시 뒤, 이상하다는 듯 둘째 노부인에게 물었다.“뭐가 문젭니까? 만 냥, 금 팔찌 두 쌍, 양지옥 팔지 두 쌍, 장신구 두 쌍, 비단 50필이 전부인데, 많은 편 아니잖습니까?”“많지 않다고?”둘째 노부인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안타깝지만, 지금 우리 집엔 천냥도 없어.”전북망이 놀라 물었다.“말이 됩니까? 도대체 누가 장부 관리를 했습니까? 혹시 횡령이라도 한 거 아닙니까?”“제가 했습니다.”송석석이 담담히 말했다.“당신이 관리했다고? 그럼 돈은 어디에 있소?”전북망이 물었다.“그러게 말이다. 어디에 있을까?”둘째 노부인이 비웃듯 말꼬리를 올렸다.“우리가 무슨 대단한 명문가라도 되는 줄 아니? 이 장군부는 너의 할아버지가 처음 장군으로 임명 받았을 때 받은 하사품이고, 너의 아버지와 내 남편이 받는 봉급과 쌀을 다 합쳐도 이천 냥을 넘지 못해. 너는 그 두 사람보다 더 적게 받는 사품 장군이고.”“그래도 할아버지가 남긴 재산은 있지 않습니까? 그걸로 좀 수익 봤을 텐데요?”전북망이 말했다. 그러자 둘째 노부인이 반박하고 나섰다.“겨우 그 정도로는 이 큰 집안을 먹여 사릴 수 있을 것 같아? 네 어미가 매일 드시는 약만 해도 삼 냥, 삼 일마다 복용하는 약환은 한 알에 오 냥. 너의 현처의 지참금이 없었다면 이 집은 진작에 망했어!”전북망은 믿기지 않았다. 그는 둘째 노부인이 송석석과 작당해 자신을 골탕먹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실망한 얼굴로 예물 목록을 내려놓았다. “솔직하게 말씀하십시오. 그냐 이 돈을 내놓고 싶지 않았다고. 예물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전쟁의 공로가 있으니, 폐하께서 상금을 내려 주실 겁니다.”둘째 노부인이 말했다.“전쟁의 공로? 이미 이방과 혼인하기 위해 사용한 거 아니었어? 둘의 마음이 진심이라면, 예물정도야 좀 줄이면 되잖아. 둘이 다시 상의해 봐.”이때, 노부인이 기침하며 말했다.“폐하께서 하사하신 혼사인데,
노부인은 잠시 할말을 잃었다. 빌리다니? 그런데 자신이 직접 한 말이라, 차마 무를 수가 없었다. 다만 속으로 철없는 송석석의 모습에 원망을 쏟아낼 뿐이었다. 온 집안에 자기 혼자밖에 안 남았는데, 남편한테 돈을 쓰지 않으면 어디에다가 쓰겠단 말인가?전북망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내가 알아서 해결하겠소. 당신 돈 따위 필요 없소.”이 말을 끝으로 그는 방을 나가버렸다. 그러자 또다시 시선이 모두 송석석에게 쏟아졌다. 송석석은 그들을 향해 고개를 숙여 보인 뒤 말했다.“그럼 다른 일 없으면 이만 물러가보겠습니다.”“석석아, 넌 남거라!”노부인이 분노한 목소리로 나가려던 송석석을 불러 세웠다. 아직 단신의가 남겨둔 약이 있었기에, 잔기침 하나 없이 매우 기력이 넘치는 모습이었다.송석석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더 하실 말씀 남았어요?”노부인이 진지한 목소리로 답했다.“네가 궁에 가서 폐하를 만났다는 걸 알고 있다. 참 지혜롭지 못했구나. 이방이 북망에게 시집오게 되면 공을 세울 때마다 우리 가문도 같이 올라가지 않겠느냐? 그럼 너도 덕을 쌓고 영예를 누릴 수 있을 것이야. 안 그러니?”송석석은 반박하지 않았다.“틀린 말씀은 아니네요.”그녀가 다시 수그리는 듯한 태도를 보이자, 노부인은 다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요구했다. “만 냥, 너한텐 그리 많은 금액도 아니잖아. 거기에 머리 장식과 장신구를 더하면 대략 2, 3천 냥만 더하면 될 텐데, 대신 내주는 게 어떠냐?”송석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안 될 건 없죠.”노부인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송석석이 홧김에 그런 황당한 말을 내뱉은 것이라 생각하며 다시 인자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석석아, 넌 참 마음이 넓구나. 걱정하지 말거라. 앞으로 북망이 너를 속상하게 하면 내가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야.”오직 둘째 노부인만이 안절부절 송석석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녀는 송석석이 결정을 철회하길 바랐다. 자신의 혼인 지참금을 다시 남편의 첩을 들여오는 데다가
더 이상 단신의의 진료를 받을 수 없다니, 노부인은 믿을 수 없었다. 엊그저께만 해도 건강을 걱정하며 약을 잘 복용해야 한다며 신신당부하던 사람이었다. 그녀는 약왕당(藥王堂)으로 보내 즉시 사실을 확인시키게 했다. 그리고 돌아온 결과, 단신의의 그림자는 어디에도 볼 수 없었으며, 약방에 앉아 있던 다른 의원이 대신 거절의 의사를 전했다. 노부인은 이 소식에 충격 받아 하마터면 뒤로 넘어질 뻔했다. 의원이 단신의를 대신해 전달한 말은 이러했다.“앞으로 다시는 진료를 청하지 마시오. 장군부의 사람들만 봐도 소름이 끼치니, 더 이상 진료를 진행하다 가는 내 수명이 줄 것 같소. 나는 일찍 죽고 싶지 않소이다.”노부인이 분노가 가득 담긴 목소리로 외쳤다.“분명 송석석의 짓이다! 사람이 이렇게 독할 줄이야! 그동안 보여준 모습도 있었기에, 현명하고 온화한 성품을 가졌을 거라 생각했거만, 참으로 잔인하도다! 지금 이 행위는 나를 죽이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단신의의 약이 없이, 앞으로 나보고 어떻게 버티란 말이냐!”전기 또한 말은 하지 않았지만, 마음엔 며느리에 다한 불만이 서서히 쌓이고 있었다. 처음엔 전북망이 갑자기 동의도 없이 첩을 데리고 왔으니, 충분히 투정 부릴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기 시어머니의 약까지 끊어버리다니, 이건 지나쳤다. 그가 작은 아들 전북삼에게 명령했다.“가서 네 형을 불러오거라. 어떻게든 네 형수를 달래 이 소란을 멈추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너희 어머니의 목숨이 위태로워진다.”“예!”전북삼은 곧바로 뛰쳐나갔다. 오늘 일도 그 또한 송석석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꾸게 되었다. 송석석은 정말 지독한 여자였다. 전소환 또한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문희거로 달려갔다. 그러나 굳게 닫힌 문에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고래고래 소리치기 시작했다.“송석석, 당장 나와! 이제야 알겠어, 둘째 오라버니가 이방 장군한테 마음 뺏긴 이유가 있었네! 이방 장군은 너처럼 비겁하지 않으니까! 넌 둘째 오라버니한테 미움 받아
전북망은 돈을 빌리기 위해 여기저기 다 돌아다녔지만, 겨우 얻은 것이 천 냥이었다. 예물과 예금, 연회 비용까지 감당하기엔 터무니없는 금액이었다. 물론 얼굴에 철판을 깔고 좀 더 고위직을 가진 관료를 찾아간다면, 더 큰 돈을 빌릴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는 이제 막 떠오르는 신예, 겨우 쌓아 올린 명성을 한 번에 깎아먹고 싶지 않았다.돈을 빌린다는 것 자체가 이미 예민하고 부끄러운 일이었다. 온 조정에 돈을 빌리고 다녔다는 소문이 나는 것보단, 자존심이 상해도 말할 데가 없는 송석석한테 빌리는 것이 차라리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쯤이었다.멀리서 막내 동생 전북삼이 말을 타고 다급히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형님, 빨리 집으로 돌아오셔야 할 것 같아요. 어머니가 형수님 때문에 화가 나서 쓰러지기 직전이에요.”또 송석석의 이름이 나오자, 전북망은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이번엔 또 무슨 일인데 그러냐?”전북삼이 답했다.“형수께서 어머니의 치료를 막은 것 같아요.”전북망은 그게 왜 큰 일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수도에 의사가 단신의 뿐이더냐? 단신의가 진료를 거절했으면, 다른 의원을 찾으면 될 거 아니냐? 정 안되면 태의(太醫: 황실 의원)라도 불러오도록 하마.”하지만 덕분에 그는 다시 한번 송석석이 얼마나 지독한 여자인지 알게 되었다. 어머니의 병을 빌미로 협박하려는 속셈인게 분명했다. 이방이었으면 절대로 쓰지 않을 계략이었다. 전북망의 반응에 다급해진 것은 전북삼이었다. “형님, 그렇게 간단히 해결될 문제면 제가 여기까지 찾으러 오지도 않았어요. 형님이 출정하고 얼마되지 않아 갑자기 어머니의 병이 악화되었는데, 그때 이미 형수님이 태의까지 불렀었어요. 하지만 결국 해결되지 않자, 단신의까지 오게 된 거예요. 단신의의 약이 없다면 어머니는 진작에 돌아가셨을지도 몰라요.”그 말을 듣자, 전북망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정말이냐? 송석석이 어머니의 목숨을 담보로 날 협박하려 작정한 모양이구나.”전북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전북망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송석석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는 송석석이 또다시 협박하려 이 말을 꺼낸 것인지, 아니면 진심으로 이혼을 바라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무엇이 되었든, 그는 이혼할 마음이 없었다. 이혼하면 송석석의 말 대로 모든 비난이 그와 이방에게로 쏟아질 것이다. 또한 백성들도 그를 손가락질할 것이다. 진북후부는 온 백성에게 영웅으로 칭송받는 집안이었다. 송석석과 이혼한다는 것은 그런 그들의 신뢰를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송석석, 난 그대와 이혼할 생각 없소.”그가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당신을 억압할 생각도 없소. 앞으로는 부디 자중하며 사시오. 이번에 어머니를 이용해 나를 협박하려 든 건, 정말 도를 넘었소. 요구든 불만이든 내게 하시오. 괜히 어머니를 끌어들이지 말고. 이 일이 밖에 알려지면 당신의 명성에도 도움이 안 될 테니.”하지만 송석석은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참으로 솔직하지 못하십니다. 저와 이혼할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니라, 할 용기가 없는 것이겠지요. 저와 이혼하게 되면 장군한테 피해가 갈 테니까. 사람들이 당신을 무정한 남편이라며 욕할 것이며, 부하들도 당신을 달리 보게 되겠죠. 사랑과 명예, 두개 모두 얻으려 하니까 일이 꼬이는 겁니다. 사람 아주 잘못 보셨어요. 전 장군부가 없어도 충분히 혼자서 잘 살아갈 수 있습니다.”그녀의 말을 듣고, 전북망은 자존심이 상한 듯 얼굴이 붉어졌다. “쓸데없는 소리 그만 늘어 놓으시오. 혼인은 폐하께서 정하신 것이니, 절대로 무를 수 없소. 그러니 조건을 말하시오. 어떻게 하면 이방을 받아들이겠소?”“조건이요? 그런 거 없습니다.”송석석은 당당히 어깨를 편 채, 굳건히 그를 바라봤다. 그녀의 얼굴은 그 어느때보다 빛났으며 아름다웠다.전북망은 더 이상 화를 내지 못하고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솔직히 난 당신이 이 혼사를 기꺼이 받아들일 거라 생각했소. 그대의 아비와 오라비, 모두 무장 출신이었으니, 이방 또한 품어줄 줄 알았소.”
솔직히 송석석은 왕표의 상황이 조금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믿을 만한 조력자를 데리고 다니면서 최소 3년은 숨어서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도주하자마자 금전을 빼앗기고 여자에게 버림까지 받았으니 말이다. 지금 왕표는 어떤 심정일까? 혹시 자신의 무모한 선택을 후회하고 있을까?중년이 되어서도 진정한 사랑 따위를 믿고 전전긍긍 가문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본처를 버릴 생각까지 하다니. 결국 그 대가를 치르게 된 것이다.고청우의 성격에 분명 떠나기 전 갖은 말로 왕표를 모욕했을 것이다.그녀는 자신의 미모를 이용하여 남자를 홀리고 다니면서, 한 편으로는 줄곧 자신의 미모를 탐하는 남자들을 증오했었기 때문이다.그러자 송석석은 왕표가 어쩌면 옹현에 남아있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주하고 있는 죄인으로 절대 한 곳에 오래 머물러 있지 못할 것이며 여기저기 몸을 숨길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니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더군다나 왕표는 아이까지 데리고 있으니 결국 숨을 곳을 못찾고 몰래 진성으로 돌아오지는 않았을까는 생각이었다. 왕표가 조금 멍청하긴 하지만 완전히 바보는 아니기에 가장 위험한 곳이 바로 가장 안전한 곳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한때 남강을 지키는 장군이도 했으니, 도망치기 전에 가짜 신분을 만들어 아이를 데리고 신분을 바꾼 채로 진성으로 돌아온다면 성문을 지키는 병사들이 눈치채지 못했을 수도 있다.송석석은 바로 오진에게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를 유의하라고 지시한 뒤, 이 사실을 최숙심에게 알리러 소주방으로 향했다.만약 최숙심이 왕표를 발견하여 제보하는 공을 세운다면 가문에 큰 도움도 될 것이다.하지만 송석석은 누군가가 마음이 약해질까 봐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다. 어머니는 자신의 아들이 아무리 큰 죄를 지어도 무릎을 꿇고 사정하면 결국 용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한편, 송석석에게서 왕표의 상황을 들은 최숙심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녀가 왕표가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할 사람이 아니니 분명 긴박한 상황이
고청우는 주먹을 꽉 쥔 채 다시 날카로운 눈빛으로 송석석을 쳐다보았다.“그래서 다들 하늘이 불공평하다고 말하는 겁니다.”“네가 말한 것처럼 출생이 좋은 걸 뭐 어떡하겠느냐? 근데 네가 조금 전에 언급했던 못난 본처인 그 여인도 귀한 집에서 태어나셨거든.”송석석이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담담한 말투로 말하자, 고청우는 그녀에게서 예전의 장공주가 생각나 너무도 싫었다.장공주 앞에서 고청우는 기어다니는 벌레보다 약하고 보잘것없는 존재였었기 때문이다.화가 잔뜩 난 고청우가 씩씩거리면서 말했다.“귀하게 태어났다고 해도 결국 부군에게 버림받는 꼴이지 않습니까?”“왕표 그자를 얘기하는 건가? 그분은 왕표를 전혀 마음에 두고 있지도 않아. 너만 왕표 그자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다.”송석석의 말에 고청우가 미간을 확 찌푸리며 반박했다.“왕표 그자는 저에게도 소중한 존재가 아닌 걸요? 그저 무능한 버러지일 뿐입니다!”“그럼 내가 아는 사실과는 다르구나. 넌 왕표 그자를 위해 아이까지 낳아주지 않았느냐? 왕표 그자가 야반 도주로 큰 죄를 저질렀음에 불구하고 넌 그자를 따라갔지. 이렇게 너처럼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들을 난 많이 봤다.”송석석이 경멸의 눈빛으로 피식 웃으면서 말하자 고청우가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만 고청우는 이내 평정심을 되찾은듯 차갑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이런 방법으로 저에게서 뭔가 알아낼 생각은 하지도 마십시오. 왕비님 말이 다 맞습니다. 전 그 남자를 미친 듯이 사랑합니다. 그래서 함께 야반 도주까지 한 겁니다.”송석석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어깨를 들썩였다.“그래, 너에게 들켰구나. 하지만 상관없다. 난 그저 절차에 따라 너에게 심문하는 것이야. 나중에 내가 원하는 심문의 답을 만들어서 폐하께 제출하기만 하면 돼.”고청우는 눈이 휘둥그레졌다.“지금 저를 모함하겠다는 뜻입니까?”“모함이 아니라 사실이다. 왕표가 장군들에게 약을 탄 일도 네가 꼬드긴 것이고 야반 도주도 네 머리에서 나온
풍수가 좋은 땅은 흠 천감이 엄선했으며 산이 푸르고 물이 맑은 곳으로 근처에는 작은 마을도 두 개나 있었다.황릉 근처라고 하지만 사실 황릉에서 30리도 넘게 떨어진 곳이었다.발인이 끝난 뒤, 고청영은 송석석과 시만자에게 찾아가 작별 인사를 했고 휘왕의 시신이 묻힌 땅 근처의 마을로 가서 작은 집을 짓고 살 거라고 말했다.시만자는 고청영에게 금전적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지 물었지만, 그는 괜찮다며 고개를 저으며, 전에 갖고 있던 장신구들을 전부 팔면 평생 먹고 살 걱정은 없다고 말했다.고청영이 진성을 떠나던 날, 마침 방시원이 연왕 등 사람들을 압송하여 진성으로 돌아왔고 성문 앞에서 창에 갇힌 연왕과 회왕을 본 고청영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하지만 백성들이 너도나도 손가락질하면서 썩은 야채 이파리를 마구 던지는 모습에 고청영은 모든 원망과 증오를 내려놓았다.나쁜 놈은 언젠가 그 벌을 확실하게 받게 될 것이다.고청영은 이제 자유의 몸으로 그 누구에게도, 그 어떤 일에도 속박을 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한편, 진성에 압송된 죄인들 사이에는 영주의 관원들과 추몽도 있었으며 송석석은 의외의 인물도 발견하게 되었다.그자는 바로 고청우였다.송석석과 대리사 소경 진이는 죄인들을 인계 받으면서 방시원에게 왕표를 보았는지 물었지만 방시원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성문을 봉쇄했다가 다시 열었을 때 고청우의 행적을 발견하게 되었고 바로 그녀를 체포한 것이었기에, 죄인들은 아직 심문을 받지 않은 상황이었다. 숙청제는 중죄를 저지른 죄인들은 대리사로 끌고 가고 나머지 죄인들의 심판은 경위부에 맡기라고 했다.연왕과 회왕, 추몽, 무상에 이어 하상지와 김수덕 6인은 논란의 여지 없이 중범죄자들이었기에, 현장에서 바로 대리사에게 넘겨졌고, 그들을 심문할지 말지는 황제가 결정하기에 대리사에서는 먼저 그들을 감옥에 가뒀다. 나머지 죄인들인 영주와 연주의 관원들 그리고 고청우는 경위부의 심문을 받았다. 범죄 정황이 심각한 죄인들도 그렇게 결국 대리사로 이송 되었
그렇게 5일에 걸려 역적의 잔여 세력을 전부 숙청했다.방시원과 목종욱도 역적 추몽을 생포했다는 소식을 전해왔고 연왕과 회왕 그리고 무상 등 죄인들을 진성으로 압송하고 있기에 오늘 안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했다.왕표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죄인이 잡혔다.7월 25일, 휘황실 내부에서 휘왕을 위해 상을 치렀다. 사청엄이 반역을 저지른 탓에 상은 매우 조촐하게 치러졌으며 숙청제는 휘왕을 친왕릉에 안장할 지에 대해 대신들을 불러 진지하게 논의했다.휘왕은 비록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지만 사청엄이 저지른 죄는 가문 전체에 연좌되는 중죄이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한편, 송석석은 이번 논의에 참여하지 않고, 황실 사람들을 거느리고 휘왕의 장례에 참석했다.장례식에는 관원이 거의 참석하지 않았으며 황제께서 휘왕을 친왕릉에 안장하지 않는 이상, 관원들은 감히 함부로 장례식에 참석할 수 없었다.휘왕의 시신은 이미 관 안에 들어가 있었지만 관을 아직 봉쇄하지는 않았다.고청영은 상복을 차려 입은 채 관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고 송석석과 시만자 등 사람들이 도착했을 때 눈을 감은 휘왕의 시신을 볼 수 있었다.관 세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는데, 휘왕과 정삼숙의 시신이 들어있는 관 외에 하나가 비어 있었다.고청영이 얼음으로 시신을 지금까지 보존하고 있었던 덕분에 지금까지도 시신이 전혀 부패되지 않았던 것이다.고청영은 한참동안 넋을 놓고 있다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왕야께서는 전에 자신이 죽으면 이 옷을 입혀서 관에 넣어달라고 하셨는데 그나마 그 소원은 제가 들어드렸습니다.”“휘왕께서는 사청엄이 반역을 일으키는 순간부터 자결하기로 마음을 먹으신 겁니까?”시만자도 눈물을 뚝뚝 흘리며 묻자 고청영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저희는 오래전부터 함께 죽기로 약속했었습니다. 왕야께서 자결하실 때 제가 바로 옆에 있었습니다. 정삼숙이 먼저 돌아가시고 왕야께서는 한참동안 버티다가 저에게 꼭 살아남으라고 말씀하신 뒤 눈을 감으셨습니다.”송석석이 비어 있는 관을 힐끔 처
휘왕이 자결했다는 말에 잠깐 흠칫하던 사청엄은 곧바로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부왕…! 부왕께서 자결할 필요는 없으셨습니다…! 이 아들이 대신 죄를 뒤집어쓰겠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안 그래도 더 이상 살 마음이 없었던 고청영은 사청엄의 말을 듣고 입술을 꽉 깨물더니 빠르게 달려가 그의 머리를 세게 내리쳤다.화들짝 놀란 사청엄은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 한참동안 넋을 잃고 있다가 고개를 홱 돌려 싸늘하고 음산한 눈빛으로 고청영을 노려보았다.하지만 고청영은 그런 사청엄에게 오히려 침을 툭 뱉으며 화를 냈다.“짐승만도 못한 놈 같으니라고! 넌 지금까지 영주 백성들의 목숨과 왕야 저택 사람들의 목숨으로 왕야를 협박하지 않았느냐! 심지어 왕야께 너의 죄를 뒤집어쓰라고 강요했어! 왕야께서는 반역의 마음을 단 한번도 품은 적이 없어! 심지어 너의 감시 속에서도 어떻게든 송 대감께 정보를 알리려고 최선을 다했어! 그러니까 왕야의 명예를 더럽힐 생각하지도 마!”사청엄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고청영은 이내 앞으로 한발짝 나서더니 바닥에 무릎을 털썩 꿇었다.“폐하, 부디 고명한 판단을 내리시어 주시옵소서. 왕야는 반역을 저지르지 않았고, 이 모든 건 사청엄 저자의 협박 때문입니다. 사청엄은 자신의 계획이 성공하면 만사대길이지만 실패할 경우 영주 백성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하겠다고 협박했습니다. 왕야 곁에서 왕야를 보필하던 사람들도 전부 살해당해서 몇 명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왕야께서는 저런 사악한 아들을 낳고 키운 게 너무 창피하고 폐하와 백성들에게 미안하다고 하시면서 결국 자결하신 겁니다. 폐하, 어서 영주의 백성들을 지켜주십시오. 더 늦어지면 그자들은 전부 목숨을 잃게 될 것입니다!”한편, 이덕회는 오열하는 고청영이 흥분해서 황제에게 실례되는 일을 저지를까 봐 얼른 고청영을 부축하며 말했다.“울지 마십시오. 영주 백성들은 무사할 겁니다. 폐하께서 이미 영주에 사람을 보냈고 그자는 왕야의 옥패를 들고 영주로 출발했습니다. 현재 영주는 조정의 관할 지역이 되
숙청제는 높은 곳에서 그를 내려다보며, 눈빛에서 숨길 수 없는 증오를 담으며 말했다. “그래? 네 아버지를 대신해 벌을 받겠다고 해도, 나는 무고한 사람을 억울하게 만들 수는 없다. 역모를 꾸미고 나라를 빼앗으려 한 자가 누구인지, 짐이 직접 조사하여 밝혀내겠다.”“폐하...”사청엄이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고통스럽게 말했다.“조사를 할 필요 없이 제 죄를 물어주십시오. 아버지께서는 잠시 이성을 잃고 실수하신 것뿐입니다.”숙청제가 냉소를 띠었다.“실망이구나. 황위를 노렸던 자가 이렇게 기개가 없다는 말이냐? 이 꼴로 황제가 되려고 하느냐? 그러면 사청엄, 너를 따르는 사람들 모두가 실망할 것이다.”“아버지를 대신해 벌을 받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아버지를 용서해 주십시오.”사청엄은 아무리 황제가 뭐라고 말해도, 이 한마디밖에 할 수밖에 없었다.그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다들 그의 야심을 비난하였지만, 그는 여전히 아랑곳하지 않고 비난을 신경 쓰지 않았다.그는 여전히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아버지를 더 이상 욕하지 마시지요. 그도 그저 잠시 실수를 한 것 뿐일 겁니다. 저는 아버지의 아들로서 모든 죄를 대신 짊어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그의 말에 대부분의 관리는 큰 분노를 느꼈다. 그의 터무니없는 말에 어이가 없어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때, 숙청제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수년 동안 계획을 세우며 영리한 척했지만, 결국 궁문도 통과하지 못하는 자가 어찌 황제가 되려고 했단 말이냐? 연왕처럼 무식한 자였다면 아마도 이런 꼴은 안 당했겠지?”그동안 사청엄은 늘 자신이 연왕보다 똑똑하고 뛰어나다며 자부했었고, 연왕의 신하 앞에서도 그런 태도를 보였었다. 그 후부터 연왕의 부하들도 사청엄을 따른 후 연왕을 무시하기 시작했고 연왕의 무능함을 비웃었던 것이다. 그러니 숙청제가 연왕보다 못하다고 말하자, 사청엄은 마음이 괴로울 것이다.하지만 사청엄은 그저 낫빛이 잠시 바뀌었을 뿐, 다시 같은 말만 되뇌었
석홍심의 지휘 아래, 이 사병들은 물러나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용감해졌다.그들은 연왕의 사병이 아니었지만, 만 명이 넘는 병사들은 모두 사청엄이 수년간 정성껏 고른 병사들이었고 수많은 훈련에 참여한 경험이 있었다.그중 많은 이들이 비참한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이 세상에 대한 분노를 품고 있었기에, 그들은 이 전투를 통해 인생을 역전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누군가가 지휘를 하는 이상 쉽게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다.현갑군은 그들을 이길 수 있지만, 쉽고 빠르게 승리하긴 어려웠다.송석석은 그들이 항복하지 않으면 죽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을 알고 있었기에 정예병을 뽑기로 했다. 그들 중에는 매산 분대도 포함되었으며, 반란군 중에서 석홍심의 목을 취할 계획을 세웠다.군대에는 장수부터 사라져야 전쟁을 더 빨리 끝낼 수 있다.송석석은 계획을 세운 후, 만두와 몽둥이가 먼저 그들의 진형을 무너뜨린 뒤, 그녀와 시만자가 앞서 나가 적장들의 목을 베고 신속히 후퇴할 계획이었다.천군만마 속에서 적장의 목을 베는 어려운 일이었지만, 그들은 이미 전투에 열중해 있었고, 혹시라도 주저할 새에 적의 무차별 공격에 맞을 수도 있었다.석홍심은 전장에서 많은 경험을 가진 장군이었다. 그는 단번에 송석석의 계책을 알아챘고, 일부러 빈틈을 보여 송석석와 시만자가 그에게 다가올 수 있도록 하였다.그도 송석석의 생각과 같이 상대의 장군부터 잡으려 했다.송석석과 그는 서로를 잡으려고 했다.빈틈이 보이자, 그는 빠르게 공중으로 뛰어들며 검을 내려쳤다.송석석과 시만자는 짧은 무기를 사용했다. 경공으로 공격하려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했기에, 석홍심의 대검이 더욱 유리한 상황이었다.위험한 순간이었지만, 두 사람은 죽이 척척 맞게 협력했다. 시만자는 그를 향해 몸을 던져 그의 배를 머리로 가격했지만, 석홍심의 칼이 결국 송석석의 어깨에 떨어져 버렸고, 시만자도 석홍심의 병사에게 상처를 입고 말았다.이 상황에 만두와 몽둥이가 신속히 두 사람을 도우러 왔다. 한명은 유성추를 휘둘
사청엄은 마차를 타고 갈 때 멀리서 추몽을 보곤, 그제야 진심으로 안심했다.그는 추몽이 얼마나 단호한 성격인지 알고 있었다. 한 사람이 전력을 다해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으면 반드시 큰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이 전쟁은 그가 가장 갈망하던 것이었다. 자신의 위대한 계획을 위해 싸우는 것이기에 그는 지금 과거의 침착함과 여유로움을 모두 잃었지만, 오랫동안 억눌려왔던 열정이 온몸을 타고 돌기 시작했고 세상을 지배하고 싶은 갈망이 그에게 강력한 힘과 신념을 주었다.그는 야망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힘이며,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하며, 진실을 알지 못했다. 야망은 결코 가장 강력한 힘이 아니라는 것을, 가장 강력한 힘은 사랑과 증오, 정의와 단결이라는 것을 말이다.진정한 야망은 현갑군 통령 송석석의 애국심이며, 현갑군 통령 송석석의 가족을 잃은 증오이다.그리고 병사들과 무림 사람들이 하나로 결합하여 반역자를 쫓아내며 백성을 위한 정의를 지키려는 마음이다.사청엄은 순간 무엇인가 이상함을 느꼈다. 추몽이 이끄는 병사들이 모두 병복을 벗고 평상복을 드러내었으며, 평상복에는 ‘沈’자의 문양이 자수로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그들은 모두 심가 사람들이었다!그는 그제서야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곳에 온 자는 추몽이 아니라 심가 사람들과 무림 인사였던 것이다. 그의 무공이 아무리 뛰어난다고 해도, 임양운이 나타나면 곤경에 처할 것이며, 심지어는 지휘권조차 얻지 못할 것이다.석홍심의 반군은 정말 강력했다. 그들은 단번에 기세 좋게 강을 건너 동서 두 거리로 쳐들어갔고, 좀만 앞으로 나가면 곧 어길이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송석석는 그들을 어길로 이끌었다. 어길은 왕궁과 가장 가까운 곳이지만, 백성이 거의 없어서 백성을 다치지 않기 딱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경성의 귀족들과 대신들의 집안 대문은 꽉 닫혀 있었고, 가장 유능한 호위들이 문을 지켰다. 백성들 대부분은 반군이 쳐들어와 자신들을 포로로 잡을까 봐 두려워했지만,
휘황실.잔잔한 비가 방 처마 끝에서 주르륵 떨어지며, 왕부 전체를 축축하게 만들었다.한편, 늙은 휘왕은 복도에 서서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어디선가 싸우는 소리가 들리는 듯도 했고, 빗소리인 것 같기도 했다. 그는 그렇게 한참 동안 서 있다가 방으로 들어갔다.정삼숙 또한 이곳에 머물고 있었는데, 두 다리가 부러져 다시는 일어설 수 없게 되었다.다리뿐만 아니라 얼굴에도 골절상이 있어, 뼛속을 찌르는 듯한 고통을 주며 계속 그를 괴롭혔다. 하지만, 휘왕이 올 때마다 정삼숙은 아픈 척 연기를 한 탓에, 그는 이곳에 자주 오지 않았고, 정삼숙의 모습을 볼 때마다 그의 마음은 더욱 아파왔다.방 안에서는 고청영이 정삼숙의 얼굴을 닦아주고, 손과 등을 주물러주고 있었다. 누워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몸에 욕창이 생길까 염려해서였다.휘왕이 들어오자, 고청영이 물을 들고 나가며 말했다.“죽을 대령하던 참입니다. 전하께서서는 진지를 잡수셨습니까?”“아직 먹지 않았다. 죽 한 그릇을 더 가져오너라. 함께 먹자꾸나.”휘왕이 의자를 하나 가져와 침대 옆에 두며 말했다.정삼숙은 그를 향해 미소를 지었으나, 갈라진 입술이 아직 낫지 않은듯 부어오른 상태였기에, 웃을 때마다 다시 터질까 봐 걱정스러워, 비바람에 시달리는 단풍잎처럼 억지스러워 보였다. “웃지 않아도 된다.”휘왕은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아프면 말을 하거라.”“안 아픕니다.”휘왕이 죽그릇을 들어 그녀에게 떠먹여주자, 정삼숙은 붉어진 눈으로 천천히 죽을 받아먹었다.하지만 많이 먹지는 못하고 몇 숟가락만 넘길 뿐이었다. 이전에 사청엄이 의원을 불러 주었지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은 적이 없었기에 더 아픈 것 같았다. 휘왕은 고청영이 죽을 더 가져오기도 전에 정삼숙이 먹다 남은 죽을 먹기 시작했다.그러자 정삼숙이 놀라며 말했다.“더럽습니다.”그때, 휘왕의 앞에 놓여진 죽 그릇에 무엇인가 툭하고 떨어졌다. “삼숙아, 우리 한평생을 함께 살았구나.”정삼숙은 멍하니 그런 그를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