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덕도 어리둥절해서 말했다. “나도 모르겠소. 분명히 추몽 선생이 직접 말씀하셨는데 말이오.” 그러자 무상은 점점 두려움이 앞섰다. 추상이 평소에 시간을 정하면 일찍 오면 왔지 늦은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설마 도중에 매복이라도 당했단 말이오? 그럴 리가 없소. 전에 조사한 바로는 목종욱의 병마가 분리되어 비적을 토벌하고 있다고 했소. 지금쯤 이미 월지로 갔으니 돌아올 리가 없소.” “만약 병마가 도중에 가로막았다면 추몽 선생은 바로 사람을 보내 통지할 것이오.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그들에게 정탐꾼이 있는 것 같소.” 김수덕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공포에 가득 찬 말투로 물었다. ‘무상 선생, 이제 어떡한 단 말이오? 우리는 경군을 이길 수 없소.” 무상은 심호흡을 몇 번 한 후에 진정하고 말했다. “그러니 지금 우린 탈출하여 추몽과 합류할 수밖에 없소.” “하지만 그렇게 되면… 연주는 함락될 것이오.” 김수덕이 조급해져서 말했다. “가족이 이렇게나 많은데 어찌 탈출한 단 말이오? 그들이 성문을 막고 있는 탓에 두괴산으로 밖에 도망갈 수 없소. 노약자와 아이들이 이렇게 많은데 대체 어찌 두괴산으로 도망간단 말이오?” 그러자 무상이 연황실의 하인과 호위를 지휘하며 말했다. “그런 것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소. 일단 우리 먼저 탈출하고 다시 계획을 짜봅시다. 방시원은 평민을 죽이지 않으니 가족들은 무사할 것이오.” 김수덕이 급히 뒤뜰로 달려갔는데, 측비 김 씨는 이미 소식을 들은듯 짐을 싸고 있었다. 그녀는 무상의 분석을 듣지 않아도 지금 도망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연왕의 아들 딸들 또한 모두 놀라서 비싼 물건을 정리하려고 했으나 하인들은 전혀 말을 듣지 않았고, 심지어는 장신구를 모두 빼앗아 뒷문으로 도망쳐 버렸다. 김수덕이 검을 들고 연달아 몇 명을 죽이고 나서야 하인들이 더 이상 날뛰지 않았다. 측비 김 씨가 오라버니의 손을 덥석 잡고 말했다. “오라버니, 얼른 사람을 파견해 우리가 도망가는 것을 보호해 주
야외에서의 전쟁 또한 싸우면서 물러설 수 있기 때문에 유리한 위치에 있기만 하면, 상황은 쉽게 되돌릴 수 있었다.그래서 방시원은 그들의 퇴로를 차단하고 이길 때까지 그들이 도망갈 수 없게 하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한편, 연주 성내에서 무상도 붙잡혀 연왕 등의 사람들과 함께 갇혔다.그 모습에 회왕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무상 선생, 당신은 대체 왜 잡힌 것이오? 추몽이 전패했소?”무상의 옷은 엉망진창이 됐고 온몸에 상처가 났으며 입가의 고인 피는 굳어 낭패하기 그지없었다.연왕은 아직도 자신이 배신당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고 밤새도록 왜 아무도 자신을 구하러 오지 않는지 걱정만 했다. 그러고는 추몽을 바랄 수는 없는 것 같으니,하상지라도 오길 바랐다. 왜냐하면 하상지는 반드시 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하지만 무상까지 갇힌 것을 보자, 마지막 희망조차 사라져 버렸다.그는 이전에 자신의 몸으로 적을 성으로 유인하려고 할 때 실패할 가능성을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반면, 회왕은 아니었다. 그는 줄곧 추몽과 하상지가 도착하기만 하면 경군을 모조리 섬멸할 수 있다고 했기에, 무상이 갇히는 것을 보고 당황해하며 말했다.“어서 말해보시오! 대체 어떻게 된 거요? 추몽이 전패한 것이오, 아니면 오지 않는 것이오?”무상은 입을 오므리고 있었는데, 그의 눈 밑에는 여전히 굴복하지 않는 기색이 띠었다.그는 결국 두괴산으로 도망치기로 결정했고 상황이 돌이킬 수 없을 때가 되어서야 곧장 진성으로 달려가 영군왕에게 의지하려 했지만 너무 늦은 뒤였다. 두괴산은 이미 경군에 의해 봉쇄되어 도망칠 수 없었기에, 무상은 그렇게 그들에게 체포가 된 것이었다. 그러자 회왕이 화가 잔뜩 난 목소리로 소리쳤다.“말을 안 하는 걸 보니, 정말 추몽이 안 왔다는 말이오?! 추몽이 왔다면 하룻밤 만에 전패하지는 않을 것인데. 우린 그들에게 속은 것이오… 무상, 모두 당신 때문이오. 당신이 영군왕에게 의탁하고 셋째 형을 배신하라고 하지 않았소? 우린 당신과 영군왕에게 속은 것이오!
연왕은 그제서야 자신이 정말로 패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입술을 덜덜 떨었고,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린듯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당황함과 두려움이 끊임없이 밀려와, 역대 왕조들 중 역정의 후과를 떠올리니 온몸이 싸늘하게 굳어갔다. 이전에도 비록 실패했을 경우를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는 기껏해야 자신의 목숨을 끝내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포로가 되어 비녀까지 빼앗겨 산발이 된 채로 이곳에 갇혀 버렸다. 세 면이 창살이고 한쪽만 벽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단단했지만 머리를 박는다고 해도 죽을 수 있을지는 몰랐다. 감옥 밖에는 사람이 지키고 있어, 박는다고 해도 아프기만 할 뿐 고생할 것이 뻔했다. 그는 화를 참을 수 없어 속으로 중얼거렸다. ‘내가 왜 이 지경까지 이른 것이지? 설령 실패하더라도 내 곁엔 생사를 함께 하는 사람들이 남아 있어야 하건만, 지금은 곁에 사람은 있지만 한마음이 아니다.’ 그러고는 분노와 증오가 찬 눈빛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희가 날 배신하고 좋은 결과가 있을 줄 알았느냐? 결국은 나와 함께 갇힌 죄수가 되지 않았느냐? 사청엄이 너희를 구해준다더냐?” 죽음이 두려운 회왕은 그 말을 듣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무상의 곁으로 가서 그의 소매를 덥석 잡았다. “대체 무슨 상황이오? 그들이 우릴 구하러 오긴 온 단 말이오…? 말 좀 해 보오. 죽더라고 이런 건 알고 죽어야 하지 않겠소!” 그러자 무상이 거칠고 참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도 우릴 구하러 오지 않을 것입니다. 추몽과 하상지가 모두 오지 않은 것으로 보아 그들은 성 밖에서 매복 공격을 당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는 보름 동안 포위되어 소식이 늦으니 아마도 목종욱은 일찍 각처의 대란을 평정하고 매복해 있었을 것입니다.”무상의 말을 들은 회왕의 눈빛은 절망으로 변했다. ‘어쩐지 그들이 성을 포위하고 공격하지 않더라니, 지금 보니 목종욱을 기다리고 있었구나. 어떻게 이런 실수를 할 수 있는 거지? 애초에 사청엄의
흠천감 말 대로 올해는 비가 확실히 많이 내렸다. 7월 18일, 진성에도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는데, 교외에 있던 영군왕의 비밀 정탐꾼은 비를 맞으며 진성으로 달려가는 부대를 발견했다. 그들은 모두 마을 사람들이라 진성으로 들어가는 것이 그리 번거롭지 않았기에, 우두머리가 추몽인 것을 보자마자 바로 과일 한 바구니를 메고 진성으로 들어갔다. 왜냐하면 하루에 많은 장인들이 과일 바구니를 메고 진성으로 들어와 팔거나 훈귀의 가문으로 보내기 때문에, 아무한테도 주목받지 않을 딱 좋은 기회였다. 그는 순조롭게 휘황실의 후문에 도착할 수 있었고, 문이 열리자마자 재빨리 몸을 꾸겨넣어 들어가는 것에 성공했다. 한편, 서재에서 사청엄은 위엄 있게 앉아 그의 보고를 듣고 말했다. “추 선생인 게 확실하냐?” 그의 말투는 차분했고 조금의 흥분도 없었다. 그는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예, 분명히 추 선생이었습니다.” “비가 이렇게나 많이 오는데, 정말 똑똑히 본 것이냐?” 사청엄은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가 자신의 목소리를 덮을 정도로 요란한 것을 듣고 물었다. “똑똑히 보았습니다. 게다가 그가 이끄는 군대들 모두 우리의 복장을 입고 있어서 틀림없습니다.” 사청엄이 붉은 비단을 만지작거리더니 다시 그 사람을 노려보며 물었다. “추 선생 손목에 정말 붉은 비단이 매어져 있던가?” 그러자 남자는 어리둥절했다. “그럼 추 선생이 가짜라는 말씀입니까?”그는 그들이 대부분 암호나 표식을 통해 연락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군왕이 진작에 추 성생과 손목에 붉은 비단을 묶는다고 약속한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점점 마음이 급해져서 말했다. “군왕님, 만약 가짜라면 미리 준비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사청엄은 그의 말을 듣더니 미소를 지었다. “네가 똑똑히 보았다고 하니 가짜일 리는 없을 것이다. 추 선생이 진성으로 들어오는 길에 붉은 비단을 묶는 걸 잊었나 보구나.” 그러자 남자는 또 어리둥절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잊
사청엄은 우산을 받쳐 들고 노휘왕의 마당에 도착한 후,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가 단번에 수하를 물리쳤다. 심지어 고청영도 남겨두지 않았다. 노휘왕은 방금 식사를 마치고 하인들이 치우려던 중이었고, 사청엄은 앉아서 노 휘왕의 젓가락과 그릇을 들고 남은 음식들을 먹는 중이었다. 그는 예전과 같은 엄중한 모습으로 먹는 반면, 노 휘왕은 화가 치밀었고 역겹기까지 했다. 어릴 적부터 그를 잘 양성해서 그의 행동은 모두 번왕의 기질에 부합했지만 아쉬운 건 야망이 하늘을 찌를 듯하고 잔인한 점이었다. 그는 노 휘왕이 먹다 남긴 음식을 다 먹고 젓가락을 내려놓더니 손수건으로 입가를 닦으며 말했다. “낭비하면 안 되지 않습니까? 마침 제가 배가 고파서 먹었는데 괜찮지요?” 그러자 노 휘왕이 차갑게 답했다. “괜찮다. 남아도 개를 먹일 것이니, 그건 네가 먹어도 같은 것이다.” “제가 개면 부왕은 대체 무엇입니까?”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하. 전 그저 부왕에게 좋은 소식을 전하러 온 것 뿐입니다. 우리의 소원이 곧 이룰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노 휘왕은 순간 가슴이 철렁했지만, 애써 진정하며 말했다. “예로부터 역적에겐 좋은 결말이 없었으니 너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사청엄은 오히려 가볍게 웃었다. “부왕께서 제 걱정까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전 반드시 예외일 것입니다. 그러니 부왕께서는 용포를 입고 황제가 되는 것만을 기다리시면 됩니다.” 노 휘왕이 냉소하며 말했다. “네가 그렇게 자신 있다니 나도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 다만 한 가지 일이 마음에 계속 걸리는데, 답해주겠느냐?” 사청엄은 무슨 일인지 묻지도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먼저 답했다. “제가 한 거 맞습니다.” 그러자 노 휘왕의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갑자기 탁자를 치며 소리쳤다. “대체 왜 그런 것이냐?!”사청엄은 한숨을 쉬며 눈살을 찌푸리고 말했다. “본래 목표는 성릉관의 소 씨 가문이었지만, 소 씨 온 가문이 멸망한다면 성릉관에선 더 이상 수란석을 죽일 수
사청엄은 자신의 계획이 얼마나 대단한지 자랑하듯 계속해서 말했다. “수란키라는 자는 제가 일찍이 사적으로 접촉해서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서경에 정탐꾼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하면 그들이 진성에서 알아낸 소식을 알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서경 내부의 사람을 끌어들이려고 하던 참에 수란석을 만난 것이었습니다. 수란석은 자신의 형님 밑에서 빛을 발하지 못했지만 저는 그의 야망을 알고 있었고 무슨 짓이든 그는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지요. 당시 서경 태자가 전장에 나간 것도 수란석이 장수들이 봉급을 받고 공을 세우기 위해 백성을 죽인다는 소식을 퍼뜨려 태자가 신분을 숨기고 조사하러 간 것입니다.” “그가 녹분성으로 간 게 너에게 무슨 이득이 있느냐?” 노 휘왕이 물었다. “제가 나서서 그를 설득해 동맹을 맺는 게 원래 목적이었지요.” 사청엄은 유감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하지만 중간에 이방이 나타나서 제 계획을 다 망쳐버렸습니다. 그래도 수란석은 자신이 전장에서 얼굴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제가 그에게 만들어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수란석이 왕위에 오른 후, 죽은 태자의 복수를 한다는 이유로 새 황제에게 중용되었고, 새 황제와 세력을 형성하여 냉옥 장공주와 대항했지요. 그리고 서경이 혼란스러워진 것이 내가 바라던 바입니다. 그들이 혼란스러워야 그 틈을 타서 제게 유리한 일을 할 수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성릉관에 도발을 일으키는 것이지요.” 그의 말투는 평범했지만 표정은 여전히 의기양양했다. “사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빅토르는 전패해서 돌아간 후 문책을 당했을 뿐만 아니라 냉대와 굴욕까지 당했지요. 그가 다시 일어날 생각이 없겠습니까? 제가 그에게 준 조건은 남강의 몇 개의 성이었으니 그가 사국에서 명성을 펼치기엔 충분하였습니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기회를 잡았고 모든 힘을 동원해서 사국왕에게 전쟁을 허락해 달라고 빌었습니다. 그렇게 전쟁이 일어났고, 드디어 제게 기회가 온 것입니다. 부왕, 이 모든 일을 하기까지 쉽지 않았습니다. 온갖 정성과
비는 여전히 많이 내렸기에, 그들은 몇 개의 가게를 둘러보다 진성 제일의 금은방인 금경루가 아직 문을 닫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고청영이 장신구를 몇 개 사고 싶다고 하자 노 휘황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럼 바로 가지!” 금경루의 금소주도 마침 가게에 있었는데, 그가 노 휘왕을 보자마자 3층의 별실로 모시자, 암영위도 자연스럽게 따라 올라갔다. 노 휘왕은 고청영을 데리고 이곳에 몇 번 왔었고, 그들은 중요한 고객이었기에 금소주 외에도 두 명의 점원이 옆에서 시중을 들었다. 정교한 다과가 나오자 노 휘왕은 암영위를 불러 함께 앉아 차를 마시라고 하고는, 고청영에게 직접 고르라고 했다. 하지만 암영위는 감히 앉지 못하고 곁에 서서 노 휘왕이 다정하게 금소주와 대화하는 모습을 보며 그들이 다른 물건을 주고받지 않도록 주의했다. 그리고 가끔씩 고청영도 한 번 쳐다보았는데 고청영은 풍채가 있는 탓에 계산대에 놓인 장신구를 가려서 조금도 보이지 않아, 그는 다가가서 그녀가 장신구를 착용하는 것은 재빨리 확인하고는 바로 노 휘왕의 곁으로 돌아왔다. 노 휘왕과 금소주는 최근에 비가 많이 내린다는 둥 수로가 뚫렸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홍재가 일어났을지도 모른다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올해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농작물이 피해를 볼 것 같다며 한탄했다. 농작물에 피해가 가면, 백성들이 굶주릴 수 있기에 노 휘왕은 연신 한숨을 쉬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금소주에게 농담을 했다. “금 씨 가문도 쌀장사를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나중에도 절대로 쌀 가격을 올려서는 안 된다.” 그러자 금소주는 급히 손을 흔들며 말했다. “당연히 저희 금경루는 그런 파렴치한 짓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자 노 휘왕은 금소주의 가슴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 사람이 양심이 있어야지. 무슨 일을 하든지 겉모습만 보는 게 아니라 속마음도 봐야 한다. 알겠느냐?” 금소주는 웬지 모르게 찔려 민망했지만, 애써 모른척하며 웃었다. “네, 왕야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방금 전, 암영위는 점원만 주시했었다. 회계사가 점원에게 은표를 주는 것을 보고, 암영위가 문간에서 그의 몸을 뒤졌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해 결국 놓아주었던 것이다.점원은 큰 모욕감을 느꼈지만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금경루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해오면서, 많은 손님들이 은표를 지불한 후에 차나 간식을 줬던 반면, 휘황실처럼 몸을 수색한 경험은 드물었다.암영위는 이 일을 사청엄에게 보고했지만 사청엄은 이미 수색했고, 금경루에 있을 때도 계속 주시했으니 신경을 쓰지 않았다.그는 그저 고청영이 온갖 방법을 써서 장신구를 사려는 욕심 많은 여자라고만 말했다. 그는 오랫동안 고청영을 관찰하면서, 먹고 마시고 노는 것을 좋아하며, 금은보석만 좋아하는 별 생각 없는 여자라고 여겼다. 그리고 뚱뚱해서 무엇을 입어도 예쁘게 느껴지지 않았다. 고청영은 사실 돈을 위해 노인에게 시집을 온 것이었다. 암영위가 이전에 그녀와 부왕의 대화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녀는 부왕이 죽으면 따라 죽겠다고까지 말했었다.그는 부왕이 어린 여자에게 속아서 매일 그녀를 데리고 먹고 마시고 금은보화를 사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정말 그 여자의 말을 믿는 건가? 부왕도 참 단순하긴.’송석석은 암살을 겪은 후에도 매일 경위부로 돌아갔는데, 오늘은 비가 너무 세게 와서 심청화가 막아서야 외출하지 않았다.계획에 따르면 내일 큰 전쟁을 위해 이미 명령을 내린 상태이기에, 오늘 경위부로 가든 말든 상관은 없었다.그래서 금소주가 북명황실에 왔을 때 그녀는 경과를 들은 후 즉시 편지를 열었는데, 편지를 다 본 그녀의 얼굴은 이미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심청화는 상황을 보더니 편지를 가지고 염 선생과 함께 보았다. 두 사람 또한 편지를 다 본 후, 약속이나 한 듯이 함께 이를 갈며 말했다.“그 놈이었다니…!”그때, 금소주가 물었다. “상황이 긴급해서 나와 집사가 편지를 보긴 했는데 밑으로 보지 않았으니 죽임을 당하지 않겠지요?” “그럴 리가요?” 염 선생은 엄숙한 표정을 감추고 공
혜의궁에서는 삼황자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삼공주는 그의 젖은 머리카락을 닦아주며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다."어제 막 머리를 감았는데, 굳이 그 고양이랑 놀겠다고 해서 온 머리와 얼굴이 털투성이가 되었잖아. 다음번에도 이러면 엉덩이를 때려줄 거야."도자기처럼 매끄러운 분홍빛 살결의 귀여운 아이가 까만 눈동자를 반짝이며 공주의 품에 기댔다."누이, 고양이는 재미있고 귀여워요. 작은 발로 내 몸을 밟고 지나갈 때면, 포근해서 기분이 좋아요. 안고 있으면 따뜻하기도 하고요."그러자 삼공주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어마마마께서 그러셨잖아. 아바마마께서는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으신다고. 그런데 넌 자꾸 아바마마께 고양이 이야기를 해서…… 그러니 요즘 아바마마께서 널 찾지 않으시는 거야."삼황자는 누이가 머리를 말려주는 대로 꼿꼿이 앉아 있으면서도 입을 다물지 않았다."아바마마와 나는 다른 사람이잖요. 당연히 각자 좋아하는 것이 다를 수도 있는 거지요. 아바마마께서 싫어한다고 해서 나까지 싫어해야 해요? 내가 고양이를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내가 이 아이를 사랑하니, 아바마마께서 아무리 싫어하셔도 나한테 버리라고 하시면 안 되는 거죠."삼공주는 그의 코끝을 톡 하고 건드리며 말했다."말은 참 잘하네."삼황자는 웃으며 말했다."누이가 나를 설득 수 없는 건 누이의 말이 논리적으로 맞지 않기 때문이에요. 황숙께서 그러셨는데, 이치에 맞게 말을 한다면 그 누구도 이길 수 있다고 하셨거든요.""그래? 그런데 요즘 왜 황숙께 무예를 배우러 가지 않는 거야?"삼황자는 고개를 기울였다."무예라 해도 기본적인 것만 가르쳐 주시니까요. 그런 건 궁에서도 연습할 수 있어서 이미 다 할 수 있어요! 그리고 말 타기는… 아직 말 위에 혼자 올라갈 수가 없으니까 좀 더 자라서 다리가 길어지면 그때 배울거에요.""다 할 수 있다고? 못 믿겠는데." 삼공주가 말했다."정말 할 수 있다니까요!"삼황자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황숙께서 며칠 동안 같은 걸 반복해
복소의는 춘당의 입가에 스친 조소를 알아채지 못했다.춘당은 복소의가 첩여로 승급될 때부터 곁에서 그녀를 모셔왔다. 그녀는 영리하고 침착한 성품을 지녀 복소의에게 여러 차례 계책을 내주었고, 당시 황후가 그녀를 끌어들이려 했을 때도 춘당은 이렇게 말했었다.‘황후마마께서 여러 번 금족 처분을 당하신 것으로 보아, 폐하께서 이미 탐탁지 않게 여기시는 것이 분명합니다. 게다가 후궁을 다스릴 권한도 없으시니, 황후마마께는 겉으로만 응하는 척하고 실질적으로는 덕비 마마와 수빈 마마께 가까이 다가가시는 것이 더 좋을 것입니다.’그리고 춘당의 말은 역시나 옳았다. 덕비는 늘 그녀를 잘 대해주었고, 먹고 입는 것 모두 넉넉히 챙겨주었다. 그 덕분에 더 이상 감히 그녀를 깔보는 자도 없어졌다.예전의 덕비는 분명 좋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녀가 아이를 가졌다는 것을 이유로 폐하께 가까이 가려 하는 것 같아 못마땅했다."마마께서는 덕비 마마께서 오시는 것이 싫으십니까?"춘당이 그녀의 머리와 허리를 살짝 받쳐주며 말했다. 침상에 오래도록 누워만 있어 등이 아픈 그녀를 배려한 것이었다.그녀는 춘당을 신뢰했기에 자연스레 속내를 털어놓았다."내 태가 안정되었을 때는 덕비 마마께서 그리 열심히 오시지도 않으셨는데, 이제 와서 이렇게 자주 찾으시는 것이 진심이겠느냐? 분명 폐하를 의식해서 오는 것일 것이다. 게다가 폐하께서 날 아끼시기에 자주 찾아와 주시는 것인데, 매번 덕비 마마와 이황자가 끼어드는 바람에 폐하와 두세 마디도 제대로 나누지 못하지 않느냐."춘당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하며 말했다."마마께서는 그저 몸을 잘 돌보시면 됩니다. 그 외의 일은 신경 쓰지 마세요."복소의는 한숨을 쉬었다."이렇게 밤낮으로 누워만 있어야 하다니…… 폐하께서 오실 때만 겨우 앉을 수 있구나. 이 아이는 나를 참 힘들게 한다. 부디 황자가 되어주기를 바랄 뿐이지. 내가 이 고생을 한 보람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춘당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반드시 마마께서 바라시는
복소의의 태는 안정적이었기에, 태의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겨울이 지나면서 태가 점점 불안정해져, 두 번의 출혈을 경험했다. 금태의는 그녀의 태를 지키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그 덕분에 그녀는 겨우 안정을 찾을 수 있었지만 계속해서 침상에 누워 있어야 했기에 바닥에 내려갈 수가 없었다.갑자기 이런 상황이 발생하자, 태의는 신중히 식단과 궁에서 사용하는 모든 것들을 점검했다. 하지만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는 않았다. 아마 황제가 장기간 약을 복용한 탓에 태아가 불안정해진 것일 가능성이 있었다. 숙청제는 그녀의 태에 매우 긴장하고 있었다. 숙청제는 그녀가 침상에서 요양을 시작한 후 거의 이틀에 한 번씩 그녀를 보러 갔으며, 가끔은 같이 식사를 하기도 했다.상황이 이렇게 되자 그는 수빈의 궁에 자주 가지 않았고, 삼황자를 어서방에 불러 들이지도 않았다.덕비는 후궁을 관리하는 일을 맡고 있었기에 시간이 날 때마다 이황자와 함께 복소의를 보러 갔고, 이로 인해 황제와 함께 몇 번의 식사를 함께했다.복소의는 첩여 시절 후궁에서 자신이 의지할 사람을 찾으려 했고, 비밀리에 수빈과 덕비에게 아첨하며 양쪽을 오갔다. 하지만 수빈은 늘 거만하게 행동했으며, 그녀가 한때 황제의 총애를 얻었기도 했기에, 복소의는 수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반면 덕비는 후궁에서 유명한 온화하고 자애로운 인물로, 공정하게 일을 처리하며 위치가 낮은 여인들까지 보살펴 주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복소의는 점차 덕비에게 더 접근했지만 지금은 조금 고심했다. 황제가 그녀에게 올 때, 덕비가 여러 번 이황자를 데리고 왔고, 그 목적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수빈의 성격에 이런 일을 할 리가 없었기에, 그녀는 오히려 수빈의 도도함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결국 불만을 마음속으로에만 토로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의지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덕비는 후궁을 관리하는 권한이 있기에 그녀를 적대할 수도 없었다. 이러한 날들이 지속되자, 그녀는 덕비가 오지 않
후궁에서는 황제의 병에 대해 추측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지금 복소의가 임신을 했다고는 하지만, 단신의가 궁에 들어와 치료하고 있다는 사실은 황제의 몸이 단순히 요양을 하면 괜찮아질 상태가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황제의 편애가 계속될수록 몇몇 사람들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특히 황후는 더욱 불안해했다. 그녀는 황제의 병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에, 지금 단신의가 궁에 들어와 치료하고 있지만 치료의 효과는 확실하지 않다고 생각해, 그녀는 황제가 심각한 상태라고 여겼다. 황후는 복소의의 임신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아이의 성별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을 뿐더러, 설령 황자가 태어난다고 해도 그에게 까지 순서가 올 리 없었다. 그러나 삼황자에게 집중된 황제의 편애는 그녀에게 위기의식을 가져다 주었던 것이다.황제는 그녀에게 선택권을 주었을 때 그녀는 황후 자리를 선택하며 생명을 보장받았다. 하지만 며칠의 시간을 보내자, 황후는 황제가 대황자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요즘 대황자가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며, 태부와 황숙도 그를 칭찬하고 있었다. 황제도 대황자의 그러한 모습에 매우 만족해 한다고 전해 들었다.이황자와 삼황자는 그녀에게 모두 위협적인 존재였다. 그러나 황후는 황제가 이황자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여겼다.최근 몇 달 동안 그녀는 거의 이황자를 본 적이 없었고, 또한 이황자가 이제는 예전처럼 열정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후는 강력한 뒷배경이 없는 덕비가 여전히 유력하지 않다고 여겼지만 수빈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수빈의 아버지는 형부상서이며, 사여묵과 같은 공문이었다. 공무의 일이든 사적인 일이든 접촉이 분명 많았을 것이고, 수빈의 어머니인 이씨 부인은 송석석에게 잘 보이기 위해 공방에 많은 돈을 기부했다. 어쩌면 이미 그녀를 손에 넣었을지도 모른다.“마마, 오늘 대황자께서 또 왕야의 칭찬을 받으셨습니다.”란주 상궁이 들어오며 웃으며 말했다.황후는 별다른 감정을 보이
숙청제는 신하들을 어서방에 불러들였고, 그들은 밤늦게까지 논의했다. 논의는 결국 단신의가 들어가서 시간이 많이 늦었음을 알리며 중단을 요청할 때까지 지속되었다. 숙청제는 팔을 뻗고 웃으면서 말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다니. 그럼 궁문도 이제 잠가야겠으니 다들 돌아가시게.”그는 여전히 기운이 넘쳤고, 특히 지금은 얼굴에 혈색이 돌아 병든 사람 같지 않아 보였다.송석석은 논의 중이던 사여묵을 기다렸다. 그들은 함께 궁을 떠나 황실로 돌아갔다. 매우 피곤했던 그녀는 사여묵의 어깨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마차가 황실 문 앞에 도착하자 사여묵은 그녀를 안아 들었다. 송석석은 그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내려오기 귀찮았기에 그대로 안겨 있었다. 그의 넓고 따뜻한 품은 정말 편안했다.그와 떨어져 있던 세 달 동안 그녀는 성릉관에서만 편히 잠을 청할 수 있었으며, 그 외의 곳에서는 늘 경계하며 지냈다. 이제 집에 돌아오니 자연스럽게 긴장이 풀렸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불안함을 느꼈다. 무언가 뜨겁고 큰 손이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만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단 백부 말씀을 잊으셨나요?”귓가에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단 백부가 이제 괜찮다고 말씀하셨소.”송석석은 감고있던 눈을 떠, 뜨겁고 열정적인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마주하며 물었다.“정말인가요?”“틀림 없소.”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입술이 덮였다.불꽃이 강렬하게 타올왔다. 침실의 온도마저 높아진 듯 했다.두 사람은 뜨겁게 사랑했다. 오랜 시간 떨어져 있었기에 마치 새롭게 결혼한 듯한 기분이었다!한 달 후, 상국은 시박사를 설립할 예정이었다. 이는 상국과 해외 북당과의 화물 교류를 담당할 기관이었다.원래의 시역업도 시박사의 운영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며, 상국에서 다른 국가에 판매할 수 있는 화물 목록을 정리하여 서경으로 사신을 파견해 화물 교환 협정을 체결할 것이다.이 한 달 동안 단신의는 약을
10월 15일, 사절단은 드디어 진성에 도착했다.현갑군은 그 자리에서 먼저 해산했고, 이덕회와 홍려사경은 궁에 들어가 황제를 뵈러 갔다. 그동안 몸이 약해져 혼자서는 거동할 수 없었던 진왕은 이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자신도 궁에 가겠다고 말했다.송석석은 이미 성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여묵에게 인도되어 황실로 돌아갔다.그동안 사여묵은 매일같이 성문 앞에서 그녀를 기다렸고, 때로는 낮잠시간에 직접 가서 기다리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이 되어서야, 드디어 기다리던 그녀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이덕회와 그들이 궁에서 황제에게 보고할 때, 송석석은 이미 태비께 인사를 드린 후였다.혜 태비는 송석석이 피곤해 보이자, 가서 씻고 옷을 갈아입으라고 말했다.송석석은 사여묵과 함께 나와서 매화원으로 돌아갔다.목욕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고 나왔을 때, 송석석의 입술이 어쩐지 조금 부풀어 있었다. 서주는 깜짝 놀라 왕야를 바라보았다. 왕비가 목욕하는데 왕야께서 꼭 직접 모셔야 한다며 들어가더니, 보아하니 제대로 보살피지 못한 것이 틀림없었다.서방에서는 염선생과 심청화가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송석석은 그들에게 서경에서의 일들을 말해주었다. 협상 결과는 그들이 이미 알고 있었기에, 송석석은 길에서 일어난 암살 시도, 원신제의 곤경, 그리고 북당의 안풍친왕이 말한 3년과 5년의 기한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었다.사여묵은 두려운 마음으로 이야기를 들었는데, 서경이 그렇게 혼란스러웠음에도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았음에 안도하며 다행이라 여겼다.안풍친왕이 성릉관을 자유롭게 오고 간 것과 그가 말한 3년, 5년 기한에 대해서, 심청화는 사부에게 편지를 보내면 알 수 있을 거라 말했다. 사부는 그들을 잘 알기 때문에 그 말의 숨은 의미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었다.이야기를 마친 후, 사여묵은 송석석이 휴식을 취하게 하기 위해, 송석석에게 더 이상 질문하지 못하게 그들을 막았다. 그는 오후에 휴가를 내어 일을 쉬려고 했지만, 황제가 사람을 보내 궁에 오라고 일렀다.송석석
성릉관에서 다섯 날을 지낸 진왕은 어느 정도 몸이 회복이 되었다.그가 회복되었다는 것은 이제 다시 진성으로 향해야 함을 의미했다.이별은 너무나 아쉬웠지만, 송석석은 눈물을 삼키며 그저 작별 인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소 대장군 앞에서 여러 번 절을 했는데, 그로 인해 소 대장군도 눈물이 거의 터져 나올 뻔했다.이덕회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바로 소 대장군이었다. 소 대장군은 상국을 위해 수십 년 동안 성릉관을 지킨 노장이었기 때문이다.송석석은 눈물을 삼켰지만, 그는 얼굴을 가리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이 평생 다시는 그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이미 노령에 접어든 듯, 이전에 만났을 때보다 훨씬 더 노쇠해 보였다. 설령 황제가 그를 진성으로 돌아가게 허락한다 할지라도, 긴 여정과 고된 일정을 고려했을 때 소씨 가문 사람들이 그를 돌아가지 못하게 할 수도 있었다.소 대장군은 이덕회와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그러자 이덕회는 더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외숙모 남씨는 회 왕비에 관한 질문을 하지 않았었다가 이별을 앞두고서야 송석석을 옆으로 데려와 그녀의 상황을 물었다.송석석은 회 왕비가 지금 감옥에 있다는 사실과 란이가 그녀를 위해 손을 써주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렇게 힘든 상황은 아닐 거라며, 혹시 태자가 세워지면 대사면이 내려져 그녀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남씨는 살짝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외조부께서 말씀하시지는 않으셨지만, 엄청 신경 쓰고 계실 거다. 세상에 정말로 모진 부모는 드무니까. 네 외조부는 모진 분이 아니시다. 그때 그녀가 란이에게 그렇게 까지 모질게 대했던 게 안타깝다. 란이가 여전히 그녀를 돌보아야 하다니."송석석이 말했다. "걱정 마세요. 란이는 지금 편안하고 자유롭게 지내고 있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더 잘 지낼 거예요.""그렇지. 분명히 잘 지낼 거야." 남씨는 아쉬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송석석을 바라보다가, 이내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귀환길에 오를 무렵, 이미 9월 초가 되어, 날씨는 더 이상 뜨겁지 않았으며, 오히려 약간 선선했다.수란키는 직접 군대를 이끌고 나와 그들을 녹분성까지 배웅했다.이번 귀향길에서는 암살 시도가 없었기에 매우 순조로웠다.이들은 끝없이 이어지는 산을 넘어가 상국의 경계에 들어섰다.소 대장군에게 사전에 도착 예정일을 알리지 않았기에 아무도 마중을 나오지 않을 줄 알았지만, 상국의 경계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전북망이 이끄는 소씨 가문 군대와 마주했다.무사히 돌아온 그들을 보자, 전북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없이 말을 몰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는 말에서 내려 진왕과 이덕회를 비롯한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며 말했다."왕야와 이상서, 그리고 여러 대감님들, 소 대장군께서 저를 시켜 이곳에서 여러분을 맞이하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성릉관까지 호위하겠습니다."그러자 이덕회가 호기심에 차서 물었다. "대장군께서는 우리가 오늘 돌아올 것을 어떻게 아신 것입니까?"전북망이 대답했다. "대장군께서는 모르셨습니다. 매일 여기서 기다리라고 명하셔서 계속 기다린 것입니다.""그렇군요." 이덕회는 소 대장군의 매우 신중함에 감탄했다. 진왕은 오는 동안 몸이 좋지 않았다. 그는 마차의 발을 올리고 한 번 쓱 둘러보았다. 자신이 상국에 돌아온 것을 확인하자, 그는 그제서야 기운을 조금 차리며 말했다. "빨리 출발하게.""예!" 전북망은 재빨리 대답하고 말에 올라 선두를 이끌었다.시만자는 그가 한 손으로 능숙하게 말을 다루는 모습을 보며, 그가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말의 고삐를 잡고 송석석에게 말했다. "이 사람 나쁘지 않네. 어머니께서 그 당시 사람을 잘못 본 것이 아니었나봐. 마음을 예측하기 어렵긴 하지만..."송석석은 시만자가 전북망을 칭찬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사실 시만자는 여전히 전북망에 대한 모친의 기대를 저버린 것을 항상 마음에 두고 있었기에, 이 말을 함으로써 모두 안심할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송석석은 아무 말도 하
안풍친왕이 말했다."이번 여정은 서경과 상국을 위한 것이지만, 북당을 위한 것이기도 하니 감사할 필요는 없습니다. 국가 간의 교류는 언제나 이익을 우선으로 하니까요. 개인적인 인연이 있을 때 진심으로 대하는 것이죠."송석석은 깨달음을 얻은 동시에 궁금한 점이 있어 물었다."혹시 제 사부 임양운을 아십니까?"안풍친왕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알지요. 그는 북당에 와서 제 채성루에서 잠시 머문 적이 있습니다. 제 호위 지휘사인 흑영위가 당신의 사부와 매우 친한 사이입니다. 그들은 자주 함께 술을 마셨죠.""그렇군요." 송석석은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을 떠올렸다. 그 중 어떤 사람이 흑영위 선배인지는 모르겠지만, 만날 수 없다면 정말 아쉬운 일이었다.안풍친왕은 이내 그녀의 마음을 눈치 챘는지 웃으며 말했다.“우리 북당은 3년 혹은 5년 후에 상국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그때 흑영위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송석석이 막 감사의 말을 하려는데, 시만자가 말했다."왜 3년 혹은 5년 후인가요? 좀 더 일찍 갈 수 없나요? 왕야와 왕비께서 가시는 걸 기대하고 있습니다."안풍친왕은 미소를 지으며 깊은 뜻이 담긴 말을 했다."지금은 아직 그때가 아닙니다."그들이 말하지 않으니 더 이상 물어보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옆에서 조용히 앉아 있던 안풍왕비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으며, 그저 눈앞의 간식들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아무것도 특별할 것 없는 설탕절임과 육포였지만, 그녀는 그것을 매우 맛있게 먹었다.송석석은 탁자 아래에서 그들이 손을 서로 맞잡고 있는 것을 보고, 그들의 사랑이 누구보다 깊다는 것을 느꼈다.두 나라 간의 교류에 대해 더 얘기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들은 잠시 가볍게 잡담만 나눈 뒤 그들을 보내주었다. 떠나기 전에 안풍친왕비가 먼저 입을 열었다.“송대감, 시 소저, 4년 후에 상국에서 뵙겠습니다."송석석은 급히 손을 모으며 말했다."네. 왕야와 왕비께서는 반드시 오셔야 합니다."그들이 떠난 후, 별관 문이 닫혔다.송석석과 시만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