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 선생이 휘황실을 조사한 결과, 요 몇 달 사이에 휘황실의 하인 몇 명이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염 선생은 진성의 모든 중매업에게 물어서 그들이 중매업에서 사들인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떠난 사람들에겐 다른 출처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관청에 달려가 노예 제도 문서를 조사했지만 여전히 찾지 못했다. 논의 끝에 시만자가 스스로 휘황실로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시만자가 송석석에게 말했다. “우리가 노 휘왕과 오랫동안 왕래했으니 나는 그를 믿어. 만약 그가 정말 황작이라면 난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송석석은 시만자를 혼자 보내지 않고 만두와 신신을 함께 보냈다. 만약 노 휘왕이 정말로 위협을 느꼈다고 하면,만두와 신신까진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 그를 도와주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테니까. 하지만 만약 그런 게 아니라면 그가 시만자를 부른 것은 다른 의도가 있다는 뜻일 것이다. 송석석이 직접 그들을 휘황실까지 데려다줬는데 노 휘왕이 반갑게 마중 나오더니 친구 두 명을 더 데려왔다는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 “어서 와, 나는 시끌벅적한 것을 가장 좋아한단다.” 그러자 시만자는 웃으며 말했다. “그럼 저도 내 집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그래준다면 나야 좋지.” 노 휘왕은 즉시 주방에 오늘 밤 요리를 더 준비하라고 분부했다. 그러자 송석석도 웃으며 함께 들어갔다. 그녀는 이전에도 노 휘왕을 몇 번 보았었는데 특히 오늘 정말 기뻐하는 것 같았다. 다만 그 기쁨이 진심인지 거짓인지는 알 수 없었다. 송석석은 점심을 먹고 다시 경위부로 돌아갔다. 시만자는 고청영에게 정원을 구경시켜 달라고 했다. 휘황실의 꽃은 아주 잘 피었다. 매산과 비교할 수는 없었지만 이곳의 꽃도 아주 우아하고 아름다웠다.고청영은 느릿느릿하게 걸어가며 시만자에게 황실의 곳곳을 소개해주었는데 원래는 그녀와 노 휘왕 두 명의 주인 뿐이었고, 관백이라는 집사가 한 명 있었는데 반쯤 주인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자 시만자가 놀라며
시만자는 그들을 훑어보았는데 두 사람은 비록 키가 크지 않았지만 팔뚝이 유난히 굵어 보였고 목까지 힘줄이 튀어나와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세 사람도 키가 큰 편이었는데 숨소리를 들어서는 별다른 특이사항은 없어 보였는데, 신발을 내려다보니 먼지 하나 묻지 않은 것으로 보아 심법을 연마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었다. 심법을 깊게 수련하면 할수록 호흡을 스스로 통제할 수가 있는데 그들의 호흡으로 봐서는 수련이 얕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공을 할 줄 아느냐?” 시만자의 물음에 그들이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시만자는 다시 그들을 훑어보더니 갑자기 키가 작은 사람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키가 작은 사람을 눈을 반짝이더니 이내 놀란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시만자는 손을 거두었고 무술을 익힌 자의 본능적인 반응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그는 스스로 제어할 수 있어서 방어하는 자세를 취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행위는 오히려 자신을 폭로한 셈이 되었다. 무술을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누군가 얼굴에 주먹을 날리면 손으로 막게 되어 있는데 그는 막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만자가 엷은 미소를 지으며 돌아섰고, 몇 몇 사람은 차가운 눈빛으로 서로를 쳐다보곤 천천히 물러났다. 머리를 받치고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고청영의 표정은 기대인지 두려움인지 알 수 없었지만 아무튼 전처럼 담담해 보이진 않았다. 그들은 모두 노 휘왕의 옥경원 옆에 배치되었다. 그곳은 장미가 가득한 마당이었는데 이름은 장미원이라고 했다.벽 하나를 사이에 둔 방이기 때문에 옥경원에서 큰 소리로 말을 하면 모두 들을 수 있었다. 고청영도 옥경원에 거주하지만 같은 방에 있지는 않았다. 원래는 장공주가 그녀를 노 휘왕에게 첩으로 보냈는데 노 휘왕은 첩이 필요 없다며 진심으로 그녀를 대하고 친구로 삼았다. 그녀에게도 따로 거처가 있었지만 요즘 들어서는 줄곧 옥경원에 거주하고 있다고 했다. 원래는 몰랐는데 옥경원에 거주하고부터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시만자는 웃으면서 재미없다고 말하더니 만두와 신신을 만나 정보를 교류한 후 황실을 나왔다. 그녀는 황실에서 나오자마자 경위부로 가서 송석석을 찾았다. 송석석은 그녀를 보자마자 관아로 끌고 가서 조용히 물었다. “어때? 뭐 좀 알아냈어?” 그러자 시만자가 휘황실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모두 말해주었다. “밤에 사람들이 돌아다니며 순찰하는 것 같았는데 날만 밝으면 그 사람들이 온데간데 사라지고 없어져. 내가 황실의 많은 정원을 관찰해 보았는데 확실히 거주하는 사람은 없었어. 하인들의 침대 수량도 고청영이 말한 하인 숫자와 일치하고.” 송석석이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했다. “혹시 땅굴이나 암실 같은 게 있는 건 아닐까? 지금은 야간 통행금지가 있어 밤이 되면 사람들이 다닐 수가 없어. 게다가 밤이 되었다고 해서 바로 잘 수는 없으니 네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그 사람들은 휘황실에 거주하고 있을 거야.” 그러자 시만자가 말했다. “하지만 만약 땅굴이나 암실이 있다면 조사하기 더욱 어려워질 거야.” 그녀는 순간 만두가 주방 상황을 말했던 게 생각이 났다. “만두가 주방에도 수백 명이 먹을 수 있는 식재료가 준비되어 있다고 하더군.” 송석석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럼 이 음식들을 어디로 보내는지 눈여겨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그러네.” 시만자는 송석석에게 소식을 전하는 것이 급해서 그 점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건 만두가 지켜보고 있을 거야. 만두가 지금 얼마나 믿음직한지 넌 모를 거야.”친구들이 모두 성장한 것 같자 송석석은 정말로 기뻤다. “노휘왕과 고청영에게는 다른 문제 없었어?” “없는 것 같았어. 어제 우리가 정원을 구경할 때 다섯 명의 남자가 나무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모두 무공을 익힌 사람들 같아 보였어. 그래서 고청영에게 물어보니 왕야님이 우릴 보호해 주려고 파견해 온 사람들이라고 하더군.” “그 다섯 사람들은 뒷 채에 거주하던가?” “맞아. 하인들과 함께 살고 있었지. 그 다섯 명 외에는 이상한
숙청제와 평무종의 조사 결과는 같았는데 영군왕은 봉지를 떠난 적이 없었고 거의 매일같이 처자를 데리고 연극을 보러 다녔다. 영주에 있는 자유원이 몇 곳도 모두 그가 설립한 것이었다. 그곳은 그가 고아들과 의지할 곳이 없는 노약자들을 수용하기 위해 설립한 곳이었는데 그는 대부분 곡을 들은 후엔 자유원에 가곤 했다. 하지만 평무종은 숙청제가 찾지 못한 한 가지 정보를 찾아냈다. 바로 영군왕이 시 씨 가문의 생명의 은인이라는 것이었다. 그건 7~8년 전의 일이었다. 시만자의 아버지가 가주가 되기 전에 목장에 순찰하러 갔다가 습격을 당했는데 마침 영군왕이 사람을 데리고 지나가다 그를 구해준 것이었다. 영군왕은 사람이 겸손한 데다 시 씨 가문과 왕래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시 씨 가주에게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했던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에겐 아주 쉬운 일이었고 보답을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당시 함께 습격을 당한 사람들은 거의 다 죽고 시 씨 가문의 가주와 심복인 마삼만이 목숨을 건졌다. 평무종도 마침 마삼이 화물을 호송하다가 도적떼의 습격을 당했을 때 그를 도와준 적이 있었기에 그가 알려준 것이었다. 평무종의 편지가 전해온 후 송석석이 시만자에게 묻자 시만자는 오히려 아연실색했다. “그런 일이 있었어?! 난 몰랐는데.” 7~8년 전이면 시만자가 매산에 있을 때였기에 가문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하는 것이 당연했다. 시만자가 미간을 찌푸리며 걱정이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 “아버지한테 편지라도 쓸까…?” ‘아버지께 그가 생명의 은인이니깐 만약 그가 황작이라면 아버지께서 도와주시지 않을까?’ 전에도 여러 번 시 씨 가문에 연루되었지만 시만자는 아버지가 조정에 충성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았다.황궁의 상인으로서 조정을 위해 군마를 키우고 병부의 무기를 주조하는 장사를 하고 있으니 역적을 도울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상대방이 생명의 은인이라면 장담하기 어려웠다. 나라에 충성하는 사람도 은혜를 보답해야 한다는 도리는
다음날, 송석석은 궁으로 들어가 황제를 만나 현철위에 있는 현갑군을 모두 휘하에 두고 자신이 통솔할 것을 제안했다.숙청제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경사의 모든 병력을 너에게 넘기라는 말이냐?”“현갑군입니다.”송석석은 고개를 들어 다시 확고한 눈빛으로 말했다.“황제폐하, 신화영을 포함한 경외 위소의 병마 15000은 모두 연주로 파견되었으니 경사에 남은 현갑군은 더 이상 흩어질 수 없습니다.”하지만 숙청제는 방금의 말을 반복할 뿐이었다.“내 친위를 포함한 경사의 모든 병력을 너에게 맡기라는 것이냐?”그러자 송석석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굳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습니다.”숙청제가 그녀를 바라보며 웃었다.“네 부군은 남강에서 남강군을 거느리고, 네 외조부와 외숙부는 성릉관에서 군사를 거느리고 있는 데다 목종욱은 네 아버지의 옛 부이고, 방시원은 너희가 구해온 것이지. 그런데 지금 진성의 모든 병마를 너에게 넘기라니. 송애경은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느냐?”그러자 송석석이 말했다.“왕야께서는 남강에서 병사를 거느리며 적을 물리치고, 외조부와 외숙부는 성릉관에서 서경과 저항하고 있습니다. 목종욱 장군은 도적떼를 토벌하고, 방 장군은 군사를 거느리고 역적을 포위하러 갔습니다. 저는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상국의 땅과 백성들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그녀의 말에 숙청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지만, 그 웃음은 그의 눈빛을 더욱 서늘하게 했다.“네 말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나는 나라와 모든 사람의 생명을 모두 너희에게 맡기는 것이 될 텐데, 그게 얼마나 큰 믿음이 필요하는지 아느냐?”그러자 송석석이 말했다. “저는 죽을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숙청제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여 상주문을 정리하며 말했다. “그래, 너의 제안을 허락하마. 참, 태후가 지금 대황자를 돌보고 있으니 나는 혜태비와 서우를 궁으로 불러들여 서우와 동반해서 공부를 시킬 계획이다.” 하지만 이것은 송석석의 의견을
송석석이 북명황실로 돌아오자마자, 심청화는 화가 나 있는 그녀를 위로했다. “혜 태비와 서우를 궁에 들여보내면 좋지 않으냐? 적어도 역적이 정말 쳐들어오면 궁 안의 수비가 가장 삼엄하고 상대적으로 가장 안전하니 서원이나 황실에 머무는 것보다 낫지 않겠느냐?” 송석석은 답답한 마음에 냉수를 벌컥벌컥 들이마셨는데, 오히려 마음이 더 차가워진 것 같았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승낙한 것인데 여전히 화가 납니다. 그는 서우와 혜 태비를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을 인질로 삼으려는 것일 뿐입니다. 그렇게 되면 나는 죽는 한이 있어도 황궁의 안전을 사수할 테니까요.” 역적이 진성에 쳐들어오면 먼저 북명황실을 토벌할 것이고 이용할 만한 사람들을 모두 잡아서 외조부와 왕야를 통제하는 데 사용할 것이었다. 송석석도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황제의 행위가 짜증 날 뿐이었다. 그리고 혜 태비와 서우가 궁에 들어가지 않아도 그녀는 그들을 잘 배치할 수 있었다. 비록 황제가 말끝마다 강산을 지켜야 한다고는 하지만, 사실 그에게 있어서 강산은 자신의 것뿐이다. 그는 줄곧 그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사람의 가족을 억류하고, 무슨 일이 있든 그들의 동기와 야망을 의심해왔다. 송석석은 그런 그가 너무 지겨웠다. 그러자 심청화가 그녀의 비녀를 만지며 말했다. “됐어. 근데 넌 현갑군을 통일하고 싶지 않아?” “그가 제가 통일하고 싶어 한다는 걸 알고 그러는 것일 겁니다.” 송석석은 마음이 답답했다. 통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게 지금 상황에 각자의 우두머리가 있긴 하지만 역적이 쳐들어온다면 그들은 오합지졸일 뿐 정예가 아닐 것이었다.그러자 심청화가 말했다. “사람에게 권력이 생기면 모든 것을 통제하려고 하지. 마음도 마찬가지고. 그러니 너도 불평불만을 모두 털어버리고 네 일에만 전념해. 그렇게 해서 일이 성사되면 우린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될 거야.” “이 사실을 서우의 외숙부께 말씀드려야 해요.” 송석석이 자신의 머리를 정리하며 말했다. “대
송석석은 혹시라도 사여묵의 기분에 영향이라도 미칠까 봐 혜 태비와 서우가 입궁한 일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그러고는 곧이어 사여묵의 편지를 받았는데 이는 두 번째 전투의 승전보와 함께 보내온 것이었다. 숙청제는 특별히 그녀를 궁으로 불러들여 편지를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송석석은 사제가 일부러 편지를 황제에게로 보낸 것이 그들 부부 사이에 비밀이 없다는 것을 황제에게 알려주기 위함이라고 생각했다.비록 표면적인 일이긴 했지만 숙청제에겐 효과가 있었다. 그가 지난번처럼 능청스럽게 웃지 않고 송석석에게 남강의 전쟁은 승리가 코앞에 다가왔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까지 했기 때문이다. 송석석은 물러나자마자 자안궁으로 가서 태후에게 문안 인사를 드리고 혜 태비와 서우를 보러 갔다. 하지만 서우와 진소설이 대황자를 동반해서 수업을 듣고 있었던 탓에 만나지 못했다.게다가 대황자의 스승도 바뀌어서 지금은 안태부가 직접 가르치고 있었다.예전에 숙청제도 안태부에게 제안한 적이 있었지만 그는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완곡히 거절했었다. 하지만 서우가 궁에 들어오자 바로 승낙한 것을 보면 분명 송회안의 체면을 봐서 그런 것 같았다.숙청제는 자신을 제치고 다른 사람을 선택한 것에 기분이 나빴지만, 이것 또한 자신에게 이득이 있는 일이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혜 태비가 덕귀태비 궁으로 가서 송석석은 혜 태비도 만나지 못했다.“예전엔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더니 궁으로 돌아오니 또 친자매처럼 지내다니. 이 친언니보다도 더 좋은 가 보구나.”태후는 혜 태비를 탓하면서도 입가의 웃음기는 억누를 수 없었다.그러자 송석석도 따라 웃으며 말했다.“무슨 큰 원한이 있는 것도 아니니 비록 함께 있을 때 말다툼을 해도 오래 떨어져 있으면 보고 싶고 그런 거지요.” 태후는 미간을 비비며 약간 피곤한 기색을 띠었다. “그러게 말이다. 가족이란 바로 이런 게 아니겠느냐? 때론 화가 나다가도 때론 또 그립고.” 송석석은 태후의 말에 대답하고 얼른 화제를 돌렸다. “서우가 태후
진성 전체가 통금 제한으로 인해 경위와 순방영이 번갈아 순찰을 돌았고 경조부 쪽에서도 포수를 보내 협조해주었다. 송석석은 성문 쪽에 사람을 배치해서 수상한 사람이 있는지 점검하게 했는데, 왕정이 황제의 눈에 거슬리는 상황이였기에 금군을 잠시 장기문에게 맡겼다. 노아금은 지금 황제의 친위로서 왕정과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노홍과 제방 등 치석정찰대의 인원들도 현갑군에 속해 장군으로 남아 진성을 지키게 되었다. 숙청제는 진성을 철통같이 만들려고 했다. 그는 사실 그들이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감히 중용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중요한 고비에 이렀기에 직함만 있고 실직이 없는 사람들까지 모두 함께 사용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상한 건 휘황실의 몇몇 이상 외에는 진성에 아무도 몰래 움직이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시만자는 주방에서 수백 명의 음식을 만들어 어디로 보내는지 조사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만두도 주방 입구를 지키며 하루 세끼 밖으로 배달되는 음식을 지켜본 결과, 두 명과 집사 한 명, 그리고 손님 몇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하인들이 먹었는데, 그들이 먹는 음식 치고는 양이 너무 많았다. 만약 비밀통로나 암실에 사람이 숨겨져 있다면 부엌에서 음식을 가져와 암실로 보내야 했는데 그럴 가능성도 없었다. 음식이 배달되자마자 만두가 그곳에 들어가 보니 텅 비어 있었기 때문이다. 설마 주방에 꿍꿍이가 있는 건 아닐까 하고 들어가서 검사를 해보니 아주 평범한 주방이었는데 북명황실의 주방보다도 조금 작았다. 두세 번 검사했지만 어떤 비밀 통로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렇게 2, 3일 지속되다가 그들은 아예 주방에 들어가 주방장이 요리하는 것을 지켜보았는데 식재료의 중요한 부위만 도려내고 있었다. 예를 들어 돼지고기라면 혀나 족 발을 채취하고 나머지는 모두 한 통에 버리는 것이었다.20~20마리의 생선은 배만 채취했고 나머지는 회를 뜨거나 버렸다. 그리고 다른 식재도 많았는데 모두 중요한 부위만 도려냈다. 그리고 하인
혜의궁에서는 삼황자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삼공주는 그의 젖은 머리카락을 닦아주며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다."어제 막 머리를 감았는데, 굳이 그 고양이랑 놀겠다고 해서 온 머리와 얼굴이 털투성이가 되었잖아. 다음번에도 이러면 엉덩이를 때려줄 거야."도자기처럼 매끄러운 분홍빛 살결의 귀여운 아이가 까만 눈동자를 반짝이며 공주의 품에 기댔다."누이, 고양이는 재미있고 귀여워요. 작은 발로 내 몸을 밟고 지나갈 때면, 포근해서 기분이 좋아요. 안고 있으면 따뜻하기도 하고요."그러자 삼공주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어마마마께서 그러셨잖아. 아바마마께서는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으신다고. 그런데 넌 자꾸 아바마마께 고양이 이야기를 해서…… 그러니 요즘 아바마마께서 널 찾지 않으시는 거야."삼황자는 누이가 머리를 말려주는 대로 꼿꼿이 앉아 있으면서도 입을 다물지 않았다."아바마마와 나는 다른 사람이잖요. 당연히 각자 좋아하는 것이 다를 수도 있는 거지요. 아바마마께서 싫어한다고 해서 나까지 싫어해야 해요? 내가 고양이를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내가 이 아이를 사랑하니, 아바마마께서 아무리 싫어하셔도 나한테 버리라고 하시면 안 되는 거죠."삼공주는 그의 코끝을 톡 하고 건드리며 말했다."말은 참 잘하네."삼황자는 웃으며 말했다."누이가 나를 설득 수 없는 건 누이의 말이 논리적으로 맞지 않기 때문이에요. 황숙께서 그러셨는데, 이치에 맞게 말을 한다면 그 누구도 이길 수 있다고 하셨거든요.""그래? 그런데 요즘 왜 황숙께 무예를 배우러 가지 않는 거야?"삼황자는 고개를 기울였다."무예라 해도 기본적인 것만 가르쳐 주시니까요. 그런 건 궁에서도 연습할 수 있어서 이미 다 할 수 있어요! 그리고 말 타기는… 아직 말 위에 혼자 올라갈 수가 없으니까 좀 더 자라서 다리가 길어지면 그때 배울거에요.""다 할 수 있다고? 못 믿겠는데." 삼공주가 말했다."정말 할 수 있다니까요!"삼황자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황숙께서 며칠 동안 같은 걸 반복해
복소의는 춘당의 입가에 스친 조소를 알아채지 못했다.춘당은 복소의가 첩여로 승급될 때부터 곁에서 그녀를 모셔왔다. 그녀는 영리하고 침착한 성품을 지녀 복소의에게 여러 차례 계책을 내주었고, 당시 황후가 그녀를 끌어들이려 했을 때도 춘당은 이렇게 말했었다.‘황후마마께서 여러 번 금족 처분을 당하신 것으로 보아, 폐하께서 이미 탐탁지 않게 여기시는 것이 분명합니다. 게다가 후궁을 다스릴 권한도 없으시니, 황후마마께는 겉으로만 응하는 척하고 실질적으로는 덕비 마마와 수빈 마마께 가까이 다가가시는 것이 더 좋을 것입니다.’그리고 춘당의 말은 역시나 옳았다. 덕비는 늘 그녀를 잘 대해주었고, 먹고 입는 것 모두 넉넉히 챙겨주었다. 그 덕분에 더 이상 감히 그녀를 깔보는 자도 없어졌다.예전의 덕비는 분명 좋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녀가 아이를 가졌다는 것을 이유로 폐하께 가까이 가려 하는 것 같아 못마땅했다."마마께서는 덕비 마마께서 오시는 것이 싫으십니까?"춘당이 그녀의 머리와 허리를 살짝 받쳐주며 말했다. 침상에 오래도록 누워만 있어 등이 아픈 그녀를 배려한 것이었다.그녀는 춘당을 신뢰했기에 자연스레 속내를 털어놓았다."내 태가 안정되었을 때는 덕비 마마께서 그리 열심히 오시지도 않으셨는데, 이제 와서 이렇게 자주 찾으시는 것이 진심이겠느냐? 분명 폐하를 의식해서 오는 것일 것이다. 게다가 폐하께서 날 아끼시기에 자주 찾아와 주시는 것인데, 매번 덕비 마마와 이황자가 끼어드는 바람에 폐하와 두세 마디도 제대로 나누지 못하지 않느냐."춘당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하며 말했다."마마께서는 그저 몸을 잘 돌보시면 됩니다. 그 외의 일은 신경 쓰지 마세요."복소의는 한숨을 쉬었다."이렇게 밤낮으로 누워만 있어야 하다니…… 폐하께서 오실 때만 겨우 앉을 수 있구나. 이 아이는 나를 참 힘들게 한다. 부디 황자가 되어주기를 바랄 뿐이지. 내가 이 고생을 한 보람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춘당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반드시 마마께서 바라시는
복소의의 태는 안정적이었기에, 태의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겨울이 지나면서 태가 점점 불안정해져, 두 번의 출혈을 경험했다. 금태의는 그녀의 태를 지키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그 덕분에 그녀는 겨우 안정을 찾을 수 있었지만 계속해서 침상에 누워 있어야 했기에 바닥에 내려갈 수가 없었다.갑자기 이런 상황이 발생하자, 태의는 신중히 식단과 궁에서 사용하는 모든 것들을 점검했다. 하지만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는 않았다. 아마 황제가 장기간 약을 복용한 탓에 태아가 불안정해진 것일 가능성이 있었다. 숙청제는 그녀의 태에 매우 긴장하고 있었다. 숙청제는 그녀가 침상에서 요양을 시작한 후 거의 이틀에 한 번씩 그녀를 보러 갔으며, 가끔은 같이 식사를 하기도 했다.상황이 이렇게 되자 그는 수빈의 궁에 자주 가지 않았고, 삼황자를 어서방에 불러 들이지도 않았다.덕비는 후궁을 관리하는 일을 맡고 있었기에 시간이 날 때마다 이황자와 함께 복소의를 보러 갔고, 이로 인해 황제와 함께 몇 번의 식사를 함께했다.복소의는 첩여 시절 후궁에서 자신이 의지할 사람을 찾으려 했고, 비밀리에 수빈과 덕비에게 아첨하며 양쪽을 오갔다. 하지만 수빈은 늘 거만하게 행동했으며, 그녀가 한때 황제의 총애를 얻었기도 했기에, 복소의는 수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반면 덕비는 후궁에서 유명한 온화하고 자애로운 인물로, 공정하게 일을 처리하며 위치가 낮은 여인들까지 보살펴 주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복소의는 점차 덕비에게 더 접근했지만 지금은 조금 고심했다. 황제가 그녀에게 올 때, 덕비가 여러 번 이황자를 데리고 왔고, 그 목적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수빈의 성격에 이런 일을 할 리가 없었기에, 그녀는 오히려 수빈의 도도함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결국 불만을 마음속으로에만 토로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의지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덕비는 후궁을 관리하는 권한이 있기에 그녀를 적대할 수도 없었다. 이러한 날들이 지속되자, 그녀는 덕비가 오지 않
후궁에서는 황제의 병에 대해 추측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지금 복소의가 임신을 했다고는 하지만, 단신의가 궁에 들어와 치료하고 있다는 사실은 황제의 몸이 단순히 요양을 하면 괜찮아질 상태가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황제의 편애가 계속될수록 몇몇 사람들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특히 황후는 더욱 불안해했다. 그녀는 황제의 병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에, 지금 단신의가 궁에 들어와 치료하고 있지만 치료의 효과는 확실하지 않다고 생각해, 그녀는 황제가 심각한 상태라고 여겼다. 황후는 복소의의 임신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아이의 성별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을 뿐더러, 설령 황자가 태어난다고 해도 그에게 까지 순서가 올 리 없었다. 그러나 삼황자에게 집중된 황제의 편애는 그녀에게 위기의식을 가져다 주었던 것이다.황제는 그녀에게 선택권을 주었을 때 그녀는 황후 자리를 선택하며 생명을 보장받았다. 하지만 며칠의 시간을 보내자, 황후는 황제가 대황자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요즘 대황자가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며, 태부와 황숙도 그를 칭찬하고 있었다. 황제도 대황자의 그러한 모습에 매우 만족해 한다고 전해 들었다.이황자와 삼황자는 그녀에게 모두 위협적인 존재였다. 그러나 황후는 황제가 이황자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여겼다.최근 몇 달 동안 그녀는 거의 이황자를 본 적이 없었고, 또한 이황자가 이제는 예전처럼 열정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후는 강력한 뒷배경이 없는 덕비가 여전히 유력하지 않다고 여겼지만 수빈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수빈의 아버지는 형부상서이며, 사여묵과 같은 공문이었다. 공무의 일이든 사적인 일이든 접촉이 분명 많았을 것이고, 수빈의 어머니인 이씨 부인은 송석석에게 잘 보이기 위해 공방에 많은 돈을 기부했다. 어쩌면 이미 그녀를 손에 넣었을지도 모른다.“마마, 오늘 대황자께서 또 왕야의 칭찬을 받으셨습니다.”란주 상궁이 들어오며 웃으며 말했다.황후는 별다른 감정을 보이
숙청제는 신하들을 어서방에 불러들였고, 그들은 밤늦게까지 논의했다. 논의는 결국 단신의가 들어가서 시간이 많이 늦었음을 알리며 중단을 요청할 때까지 지속되었다. 숙청제는 팔을 뻗고 웃으면서 말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다니. 그럼 궁문도 이제 잠가야겠으니 다들 돌아가시게.”그는 여전히 기운이 넘쳤고, 특히 지금은 얼굴에 혈색이 돌아 병든 사람 같지 않아 보였다.송석석은 논의 중이던 사여묵을 기다렸다. 그들은 함께 궁을 떠나 황실로 돌아갔다. 매우 피곤했던 그녀는 사여묵의 어깨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마차가 황실 문 앞에 도착하자 사여묵은 그녀를 안아 들었다. 송석석은 그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내려오기 귀찮았기에 그대로 안겨 있었다. 그의 넓고 따뜻한 품은 정말 편안했다.그와 떨어져 있던 세 달 동안 그녀는 성릉관에서만 편히 잠을 청할 수 있었으며, 그 외의 곳에서는 늘 경계하며 지냈다. 이제 집에 돌아오니 자연스럽게 긴장이 풀렸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불안함을 느꼈다. 무언가 뜨겁고 큰 손이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만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단 백부 말씀을 잊으셨나요?”귓가에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단 백부가 이제 괜찮다고 말씀하셨소.”송석석은 감고있던 눈을 떠, 뜨겁고 열정적인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마주하며 물었다.“정말인가요?”“틀림 없소.”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입술이 덮였다.불꽃이 강렬하게 타올왔다. 침실의 온도마저 높아진 듯 했다.두 사람은 뜨겁게 사랑했다. 오랜 시간 떨어져 있었기에 마치 새롭게 결혼한 듯한 기분이었다!한 달 후, 상국은 시박사를 설립할 예정이었다. 이는 상국과 해외 북당과의 화물 교류를 담당할 기관이었다.원래의 시역업도 시박사의 운영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며, 상국에서 다른 국가에 판매할 수 있는 화물 목록을 정리하여 서경으로 사신을 파견해 화물 교환 협정을 체결할 것이다.이 한 달 동안 단신의는 약을
10월 15일, 사절단은 드디어 진성에 도착했다.현갑군은 그 자리에서 먼저 해산했고, 이덕회와 홍려사경은 궁에 들어가 황제를 뵈러 갔다. 그동안 몸이 약해져 혼자서는 거동할 수 없었던 진왕은 이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자신도 궁에 가겠다고 말했다.송석석은 이미 성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여묵에게 인도되어 황실로 돌아갔다.그동안 사여묵은 매일같이 성문 앞에서 그녀를 기다렸고, 때로는 낮잠시간에 직접 가서 기다리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이 되어서야, 드디어 기다리던 그녀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이덕회와 그들이 궁에서 황제에게 보고할 때, 송석석은 이미 태비께 인사를 드린 후였다.혜 태비는 송석석이 피곤해 보이자, 가서 씻고 옷을 갈아입으라고 말했다.송석석은 사여묵과 함께 나와서 매화원으로 돌아갔다.목욕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고 나왔을 때, 송석석의 입술이 어쩐지 조금 부풀어 있었다. 서주는 깜짝 놀라 왕야를 바라보았다. 왕비가 목욕하는데 왕야께서 꼭 직접 모셔야 한다며 들어가더니, 보아하니 제대로 보살피지 못한 것이 틀림없었다.서방에서는 염선생과 심청화가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송석석은 그들에게 서경에서의 일들을 말해주었다. 협상 결과는 그들이 이미 알고 있었기에, 송석석은 길에서 일어난 암살 시도, 원신제의 곤경, 그리고 북당의 안풍친왕이 말한 3년과 5년의 기한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었다.사여묵은 두려운 마음으로 이야기를 들었는데, 서경이 그렇게 혼란스러웠음에도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았음에 안도하며 다행이라 여겼다.안풍친왕이 성릉관을 자유롭게 오고 간 것과 그가 말한 3년, 5년 기한에 대해서, 심청화는 사부에게 편지를 보내면 알 수 있을 거라 말했다. 사부는 그들을 잘 알기 때문에 그 말의 숨은 의미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었다.이야기를 마친 후, 사여묵은 송석석이 휴식을 취하게 하기 위해, 송석석에게 더 이상 질문하지 못하게 그들을 막았다. 그는 오후에 휴가를 내어 일을 쉬려고 했지만, 황제가 사람을 보내 궁에 오라고 일렀다.송석석
성릉관에서 다섯 날을 지낸 진왕은 어느 정도 몸이 회복이 되었다.그가 회복되었다는 것은 이제 다시 진성으로 향해야 함을 의미했다.이별은 너무나 아쉬웠지만, 송석석은 눈물을 삼키며 그저 작별 인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소 대장군 앞에서 여러 번 절을 했는데, 그로 인해 소 대장군도 눈물이 거의 터져 나올 뻔했다.이덕회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바로 소 대장군이었다. 소 대장군은 상국을 위해 수십 년 동안 성릉관을 지킨 노장이었기 때문이다.송석석은 눈물을 삼켰지만, 그는 얼굴을 가리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이 평생 다시는 그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이미 노령에 접어든 듯, 이전에 만났을 때보다 훨씬 더 노쇠해 보였다. 설령 황제가 그를 진성으로 돌아가게 허락한다 할지라도, 긴 여정과 고된 일정을 고려했을 때 소씨 가문 사람들이 그를 돌아가지 못하게 할 수도 있었다.소 대장군은 이덕회와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그러자 이덕회는 더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외숙모 남씨는 회 왕비에 관한 질문을 하지 않았었다가 이별을 앞두고서야 송석석을 옆으로 데려와 그녀의 상황을 물었다.송석석은 회 왕비가 지금 감옥에 있다는 사실과 란이가 그녀를 위해 손을 써주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렇게 힘든 상황은 아닐 거라며, 혹시 태자가 세워지면 대사면이 내려져 그녀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남씨는 살짝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외조부께서 말씀하시지는 않으셨지만, 엄청 신경 쓰고 계실 거다. 세상에 정말로 모진 부모는 드무니까. 네 외조부는 모진 분이 아니시다. 그때 그녀가 란이에게 그렇게 까지 모질게 대했던 게 안타깝다. 란이가 여전히 그녀를 돌보아야 하다니."송석석이 말했다. "걱정 마세요. 란이는 지금 편안하고 자유롭게 지내고 있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더 잘 지낼 거예요.""그렇지. 분명히 잘 지낼 거야." 남씨는 아쉬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송석석을 바라보다가, 이내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귀환길에 오를 무렵, 이미 9월 초가 되어, 날씨는 더 이상 뜨겁지 않았으며, 오히려 약간 선선했다.수란키는 직접 군대를 이끌고 나와 그들을 녹분성까지 배웅했다.이번 귀향길에서는 암살 시도가 없었기에 매우 순조로웠다.이들은 끝없이 이어지는 산을 넘어가 상국의 경계에 들어섰다.소 대장군에게 사전에 도착 예정일을 알리지 않았기에 아무도 마중을 나오지 않을 줄 알았지만, 상국의 경계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전북망이 이끄는 소씨 가문 군대와 마주했다.무사히 돌아온 그들을 보자, 전북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없이 말을 몰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는 말에서 내려 진왕과 이덕회를 비롯한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며 말했다."왕야와 이상서, 그리고 여러 대감님들, 소 대장군께서 저를 시켜 이곳에서 여러분을 맞이하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성릉관까지 호위하겠습니다."그러자 이덕회가 호기심에 차서 물었다. "대장군께서는 우리가 오늘 돌아올 것을 어떻게 아신 것입니까?"전북망이 대답했다. "대장군께서는 모르셨습니다. 매일 여기서 기다리라고 명하셔서 계속 기다린 것입니다.""그렇군요." 이덕회는 소 대장군의 매우 신중함에 감탄했다. 진왕은 오는 동안 몸이 좋지 않았다. 그는 마차의 발을 올리고 한 번 쓱 둘러보았다. 자신이 상국에 돌아온 것을 확인하자, 그는 그제서야 기운을 조금 차리며 말했다. "빨리 출발하게.""예!" 전북망은 재빨리 대답하고 말에 올라 선두를 이끌었다.시만자는 그가 한 손으로 능숙하게 말을 다루는 모습을 보며, 그가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말의 고삐를 잡고 송석석에게 말했다. "이 사람 나쁘지 않네. 어머니께서 그 당시 사람을 잘못 본 것이 아니었나봐. 마음을 예측하기 어렵긴 하지만..."송석석은 시만자가 전북망을 칭찬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사실 시만자는 여전히 전북망에 대한 모친의 기대를 저버린 것을 항상 마음에 두고 있었기에, 이 말을 함으로써 모두 안심할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송석석은 아무 말도 하
안풍친왕이 말했다."이번 여정은 서경과 상국을 위한 것이지만, 북당을 위한 것이기도 하니 감사할 필요는 없습니다. 국가 간의 교류는 언제나 이익을 우선으로 하니까요. 개인적인 인연이 있을 때 진심으로 대하는 것이죠."송석석은 깨달음을 얻은 동시에 궁금한 점이 있어 물었다."혹시 제 사부 임양운을 아십니까?"안풍친왕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알지요. 그는 북당에 와서 제 채성루에서 잠시 머문 적이 있습니다. 제 호위 지휘사인 흑영위가 당신의 사부와 매우 친한 사이입니다. 그들은 자주 함께 술을 마셨죠.""그렇군요." 송석석은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을 떠올렸다. 그 중 어떤 사람이 흑영위 선배인지는 모르겠지만, 만날 수 없다면 정말 아쉬운 일이었다.안풍친왕은 이내 그녀의 마음을 눈치 챘는지 웃으며 말했다.“우리 북당은 3년 혹은 5년 후에 상국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그때 흑영위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송석석이 막 감사의 말을 하려는데, 시만자가 말했다."왜 3년 혹은 5년 후인가요? 좀 더 일찍 갈 수 없나요? 왕야와 왕비께서 가시는 걸 기대하고 있습니다."안풍친왕은 미소를 지으며 깊은 뜻이 담긴 말을 했다."지금은 아직 그때가 아닙니다."그들이 말하지 않으니 더 이상 물어보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옆에서 조용히 앉아 있던 안풍왕비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으며, 그저 눈앞의 간식들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아무것도 특별할 것 없는 설탕절임과 육포였지만, 그녀는 그것을 매우 맛있게 먹었다.송석석은 탁자 아래에서 그들이 손을 서로 맞잡고 있는 것을 보고, 그들의 사랑이 누구보다 깊다는 것을 느꼈다.두 나라 간의 교류에 대해 더 얘기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들은 잠시 가볍게 잡담만 나눈 뒤 그들을 보내주었다. 떠나기 전에 안풍친왕비가 먼저 입을 열었다.“송대감, 시 소저, 4년 후에 상국에서 뵙겠습니다."송석석은 급히 손을 모으며 말했다."네. 왕야와 왕비께서는 반드시 오셔야 합니다."그들이 떠난 후, 별관 문이 닫혔다.송석석과 시만자